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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돌아가고 싶은 시절들의 기억 | 책읽기(2021년) 2021-04-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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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하재영 저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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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았던 집을 떠올린다는 건 그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어렸을 적 살았던 집을 떠올린다. 창호지를 바른 문, 그 문을 열고 증조할머니와 함께 밖을 내다보는 풍경이다. 또한 동생이 태어나던 날의 기억. 시간이 흘러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88세이던 증조할머니가 곰방대를 들고 잘게 썬 담배를 피우던 모습과 치매에 걸려 엄마에게 밥을 달래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엄마는 그 시절 얼마나 힘 드셨을까. 그때는 몰랐지만 나이가 들어 한 생각이다. 지금의 나 같으면 도망가 버리고 말았을 그런 일들을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감내하셨다.

 

 

 

대구의 북성로 적산가옥촌에서 저자가 살기 시작한 건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유일한 며느리였던 엄마가 병수발을 들기 위해서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부모님과 저자와 여동생이 살던 집에서 엄마의 공간은 없었다. 엄마의 나이 고작 서른 살이었다. 작가가 엄마와 할머니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마다 지금의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의 아내인 할머니가 계신데 왜 할머니가 병수발을 하지 않고 엄마에게 하도록 했을까, 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큰 집으로 이사했을 때도 할머니가 안방을 차지했다는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시절에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는 게 문제다.

 

집은 우리에게 같은 장소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집이 쉼터이기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집은 일터가 되었다. 보수도, 출퇴근도, 휴일도 없이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가사 노동의 현장. (중략) ‘집처럼 편하다는 관용구대로 일과가 끝난 뒤 돌아가는 휴식의 공간을 집이라 한다면 엄마에게 집은 집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가족에게 집이 집이기 위해 엄마는 집을 비워선 안 되었다. (26페이지)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을 집에 대한 시절을 추억하는 동시에 페미니즘적인 에세이로 읽었다. 여성의 입장, 여성의 지위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성도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법인데, 모두에게 있었던 자기만의 공간이 엄마에게만 없었다. 집에서 머물 시간이 많지 않은 아빠에게 서재라는 공간이 있었지만 엄마에게 허락된 공간은 겨우 부엌이었다는 게 몹시 안타까웠다. 작가가 느꼈을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집은 한 가족이 머무는 장소임과 동시에 그 가족의 경제적 지표도 나타내는 법이다. 대구의 강남이라고 할 수 있는 수성구의 고급 빌라로 이사했을 때 집이 가진 계급과 재산적 가치, 즉 자본의 속성을 알아버린 유년시절. 성년이 되어 대구를 떠나 서울로 와 머물렀던 집은 집이라 할 수 없었고 방에 살았다고 표현했다. 동생과 함께 살다가 따로 살기로 하면서, 자기만의 집에서 비로소 안온함을 느꼈다.

 

내가 자기만의 방을 소망할 때 나는 무엇을 소망하는가?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 나의 고유함으로 자신과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 (135페이지)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바람이 커졌다. 물론 거실의 한 벽과 부엌의 한 벽을 책으로 쌓아두고 나의 공간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퇴근 후 TV를 보는 남편을 피해 안방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빈 방을 나만의 방으로 꾸미고 싶어졌다. 그 전부터 했던 생각이지만 게으름에 아직까지 손대지 못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생각이 굳어졌다.

 


 

집에 대해 쓰는 것은 그 집에 다시 살아보는 일이었다.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었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돌아가고 싶거나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은 공간이 아니라 시절일 것이다. 과거가 되었기에 이야기로서의 자격을 부여받은 시절. 나는 집에 대해 쓰려 했으나 시절에 대해 썼다. (198페이지)

 

집을 추억한다는 것은 그리움의 시절을 기억하는 것과 같다. 작가가 기억하는 최초의 집을 생각하며 꾸민 사진이 실려 있다. 안방에는 꽃무늬로 된 짙은 색의 벽지, 남편의 방과 주로 집에서 작업하는 작가에 맞게 거실을 자기만의 공간으로 꾸몄다. 거실 창문에 책상을 배치하여 햇볕과 바깥의 풍경을 음미하며 작업에 임할 수 있게 했던 게 특별했다.

 

하재영 작가의 글은 처음이다. 비록 한 편의 에세이를 읽었을 뿐이지만 그 담담한 문체의 글에서 작가가 못다 한 말들이 많을 거로 생각되었다. 앞으로도 많은 글들이 작가만의 언어로 탄생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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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자유의지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 책읽기(2021년) 2021-04-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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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7일

롤라 라퐁 저/이재형 역
문예출판사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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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 2 4허스트 재벌가의 퍼트리샤 허스트가 무장단체  SLA에 납치되었다납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퍼트리샤 허스트는  SLA 단원들과 함께 은행강도사건을 연출했다퍼트리샤 허스트는 스스로 타니아라고 이름을 바꾸고 자신이  SLA의 일원이 되었음을 밝혔다.

 

이 작품은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 사건을 다루는 실화 소설로 퍼트리샤의 재판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야 하는 진 네베바와 프랑스인 비올렌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허스트 가의 변호인단은 퍼트리샤가  SLA에게 세뇌되었다고 주장하여 재판을 포기했다미국인 진 네베바는 프랑스인 비올렌과 함께 퍼트리샤 재판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진 네베바를 따르는 비올렌은 진을 도와 퍼트리샤 허스트의 납치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 SLA에 의해 납치된 순간부터 은행 강도로 돌변한 퍼트리샤가 보낸 음성 파일들을 연구하고 그 뜻을 이해하고자 한다여기에서 진 네베바의 역할이 헷갈리는데 정작 그가 원하는 답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퍼트리샤 허스트에게 유리한 보고서를 써야 하지만 진 네베바는 비올렌의 의견을 묻고 사건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게 만든다.

 

퍼트리샤 허스트가 납치된 후 그녀가 보낸 음성파일에서 그녀는 자기가 잘 지내고 있으며  SLA단원들이 잘해준다고 말했다그들이 시켜서 녹음한 것인지스스로의 의지에서 말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 SLA 무장 단체는 퍼트리샤를 납치한 후 몸값을 요구하지 않았다그들이 원한 건 배고픈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퍼트리샤 허스트가 소위 스톡홀름 신드롬의 영향으로 세뇌된 것인지 그녀의 자유의지로 된 선택이었는지 궁금증을 일으킨다그녀가 남긴 녹음 테이프 등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퍼트리샤는 타니아라는 이름을 갖는 순간 허스트 가의 계급 특권을 포기했으며 삶의 전환점이었다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었다.

 

퍼트리샤의 납치 사건 이외에도 진 네베바의 모든 것을 따랐던 비올렌을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1974년에서  1975년의 여성의 삶진 네베바가 진정으로 원했던 주제에 다가가게 된다.

 

진 네베바와 비올렌의 이야기를 하는 화자가 따로 있어 그 정체가 궁금했다화자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하는가비올렌을 향한 마음과 그 관계를 유추해 보았다아마도 작가가 아닐까 싶었던 건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였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아마 그래서 더디 읽혔을 것이다그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었다작가는 퍼트리샤 허스트의 선택과 결정을에 집중한다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였는지 그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한 건지 여러 장에 걸쳐 말하였다진 네베바 또한 비올렌에게 그렇게 생각하도록 유도했다고 보았다퍼트리샤 허스트의 말이 인상적이다.

 

어떤 사람들이 전향이라고 부르거나 갑작스러운 변화로 간주하는 것은 전향이나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마치 사진을 만들 때처럼 느리게 이루어지는 현상 과정입니다. (308 페이지라고 말이다.

 

 퍼트리샤 허스트가 자유의지로 변하였던 건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다서서히 변하고 있었다비슷한 나이의  SLA  단원들과 만나 비로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던 것이다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

 

#17  #롤라라퐁   #문예출판사   #이재형   #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소설   #소설추천   #프랑스소설   #퍼트리샤허스트납치사건   #실화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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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우리가 오르는 언덕 | 간단리뷰 2021-04-0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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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축시 낭독. 어맨다 고먼, 희망과 치유의 노래를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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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클라라에게 인간의 영혼을 줄 수 있다면! | 책읽기(2021년) 2021-04-0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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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저/홍한별 역
민음사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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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는 인간 아이들의 친구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이며  AF(Artificial Friend)로 제작되었다거리를 바라보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많은 것을 배워 인간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어느 날 몸이 불편한 한 소녀가 다가왔다자신의 친구로 그녀를 선택할 거라며 기다려 달라고 한다다른 아이가 클라라를 선택하지만 조시라는 여자아이를 기다리고 싶어 거절의 몸짓을 했다.

 


 

가까운 미래의 세계에서는  ‘향상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물론 자신 혹은 부모의 선택에 달렸지만  ‘향상을 하지 않은 아이는 대학에 갈 수 없을 뿐 아니라  ‘향상된 아이들과 교류를 할 수 없다 향상된 아이들은 학교 다닐 필요가 없이 집에서 원격 수업을 하면 된다그래서 친구가 없다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인위적으로 모이기는 하지만 서로 어색하다친구가 없는 아이들은 외롭다그런 아이들을 위해 친구를 대체할  AI,  에이에프를 제작했다.

 

문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AI 로봇으로 대체한다는 점이다아이들은 인간보다는 로봇과 생활하며 대화를 나누는 게 편하다에이에프들은 진화되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며 아픈 아이를 보호할 수도 있다이러한 것들을 어른 인간들은 불편해하고 불만을 표시한다어떤 어른들은 인간들이 할 일을 로봇들이 다 뺏어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현재의 자동화 시스템이 그러듯 인간에게 편리하지만 그로 인한 직업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에이에프들은 태양으로부터 자양분을 얻는다물론 빛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하루 종일 빛을 받지 않으면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낄 정도다태양의 붉은 빛은 에이에프 뿐 아니라 거리의 힘없는 거지 아저씨나 개에게도 자양분이 되는 걸 매장 밖을 바라보며 경험했다.

 

조시의 아버지 폴이 클라라에게 인간의 마음을 믿느냐고 질문하는 부분은 울컥하다클라라는 조시를 위한 거라면 어떤 거라도 할 수 있었다자신을 선택해 준 아이그 아이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었다작가의 전작  나를 보내지 마가 떠올랐다그 작품에서 캐시와 친구들은 인간의 장기 이식을 위한 클론이었다십대가 될 때까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었다반면 이 작품의 에이에프들은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게 다르다 .

 


 

인간의 존엄성을 묻는 작품이었다아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가 되어주는 에이에프들은 필요에 의해 사용되었다가 버려지기도 한다클라라가 조시를 위했던 것만큼 진짜 친구가 될 수는 없었을까이제 더 이상 조시에게 에이에프는 필요하지 않는가자신만의 친구라 여겼던 것은 한낱 어릴 적 한 순간의 감정뿐이었을까건강해진 조시에게 클라라가 더 이상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는 게 슬펐다.

  

책을 읽다 보면 간절히 바라는 게 있다소설 속 주인공에게 깊이 공감하게 된다그게 인간이든 인공지능 로봇이든 상관없다클라라가 바랐던 희망특별한 소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랐다더불어 동화 같은 결말을 기대한다클라라에게 인간의 영혼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결코 바꾸지 못할 세상에 대하여 순응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혹은 간절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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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아득히 먼 시간 속으로 | 책읽기(2021년) 2021-04-0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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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마쓰이에 마사시 저/송태욱 역
비채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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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고 죽는 건 인간의 순리다삶과 죽음이 한 끗 차이라고 하는 건 아마도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다새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에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다슬프지만 변할 수 없는 현실이다물론 현재는 새 생명이 점점 더디 태어나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젊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고 젊은이들이 보살펴야 할 노인들의 숫자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일본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는 이번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인간의 삶을 말하는 소설로 돌아왔다홋카이도의 가상의 마을 에다루를 배경으로 하여 소에지마의  3 대 가족을 이야기한다조산사로 일했던 요네는 새 생명의 탄생을 나타내고 요네의 세 딸과 아들은 점점 스러지는 생의 마지막을 보여준다다만 건강하게 살다가 죽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그렇지 못하다는 게 슬프다자신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기억을 잃어간다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살아간다살아가야 한다.

 

대학교의 교수인 하지메는 도쿄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홋카이도의 에다루로 향한다할머니 요네의 조산소가 있었던 곳에는 고모들이 거주하고 있고그 옆에 부모님이 살고 있다에다루는 그의 기억의 본질이 있는 곳이다누나 아유미와 목사의 아들 에토 이치이가 있고 그의 가족과 함께해 온 홋카이도 견이 있었다늙은 아버지 신지로를 대신해 하지메가  4 대 홋카이도 견 하루를 산책시킨다.

 


 

소설은 요네와 아유미 신지로와 하지메이치이나 다케시 등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한다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더 과거로 흘러들어 지난 역사들을 말한다특별한 사건이 있는 게 아니다그저 흘러가는 시간그 시간 속에 있는 인물들을 말하는 식이다누나 아유미와 가즈에나 도모요 고모를 빼놓고는 많은 사람들은 말이 없다표현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주변 사람들이 곤란을 겪을 정도로 말을 아끼는 사람들이라 답답하다.

 

일본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신앙에 대한 깊은 고민과 울림이 있다목사의 아들인 이치이는 아유미에게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이며 아유미의 마지막을 개신교 목사이면서 가톨릭 식 병자성사 즉 종유의 비적을 주는 인물이다농장학교의 다케시의 죽음으로 자유를 꿈꾸었던 이치이는 다시 신학으로 돌아왔다저마다 방황을 하다 집으로 돌아오며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 같다.

 

다소 심심하게 시작되는 소설이었다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을 파악해 갈수록 우리는 홋카이도의 에다루에 가 있는 듯하다그곳의 정경을 마음속에 그리며 인물들의 서사를 따라간다사람들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삶이라는 게 이런 것임을 깨닫는다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자신은 빛을 발하지 않는다죽어서 재가 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아니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죽어서 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말이 아닐까하고 아유미는 생각한다(224 페이지 )

 

사라질 준비그것은 큰 고리를 중간 정도의 고리로 줄이는 일작은 고리를 중심을 향해 더욱 축소해가는 일고리였던 것은 결국 점이 되고 그 작은 점이 사라질 때까지가 그 일이었다하지메의 등에서 뻗은 보이지 않는 선 끝에 있는 소실점은 지금 에다루 어딘가에 더는 움직이지 않도록 핀으로 고정되어 있을 터였다. (474 페이지 )

 

신지로를 포함하여 가즈에와 도모요가 치매에 걸려 자꾸 밖으로 나가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장면이 있다하지메 혼자서 고모들을 케어할 수 없어 도우미가 오고 결국엔 요양시설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우리의 마지막을 예상하게 한다하지메도 어느 새 초로의 나이다자식이 없는 그 또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그 끝에 있는 소실점을 향하여 오늘도 발걸음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하지메처럼 당황해하며 또 적응해갈 것이다. 그게 우리 삶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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