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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역사의 한조각, 그 틈에 서서 | 책읽기(2020년) 2020-10-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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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저/가오 옌 그림/김난주 역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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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의 가제본을 읽었을때는 하루키의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나 그의 생각들을 다 드러내지 않아 답답한 면이 컸다. 그의 글에서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했음을, 말을 아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종종 이러한 불편한 관계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가 아버지와의 갈등을 이기고 비로소 진실과 마주할 수 있었다는 점이 컸다고 볼 수 있는데 어쩐지 미진한 면이 없잖았다. 책을 다시 읽으니 비로소 알겠다. 그가 그간 꾹꾹 눌어왔을 감정들을 나름의 방식대로 토해낸 것임을. 우리 또한 사적인 감정들을 다 내비치지는 않지 않는가. 감춰두고 싶은 것을 굳이 꺼내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언젠가 하루키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일본의 난징대학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사건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하루키는 아버지가 그 기간에 복무하였던 것을 큰 마음의 짐으로 생각하였던 듯하다.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시간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작가는 아버지가 세 번의 참전으로 같은 시기에 있었던 난징 대학살 사건에 참여했을 거라는 기억에 일부러 관련 서류를 찾아보지 않았다고 말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뒤 비로소 찾아 보았고, 같은 부대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 그의 안도감이 조금쯤은 이해가 되었다. 




아버지와의 생각이 달라 오랜 시간을 보지 않고 살았던 하루키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비로소 아버지에 대한 글을 남기기로 했다. 아주 개인적인 일들을 이야기해야 하므로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나니 그가 왜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들을 줄곧 썼는지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하루키의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는 절집의 차남으로 태어났다.어려운 시절이라 어느 절에 동자승으로 보내져 그 집의 양자가 되기로 하였지만 그곳에 적응을 못하였던지 다시 교토로 돌아왔다. 불교 학습을 전문으로 하는 학교에 다니다가 전쟁이 터져 참전을 세 번 하였다. 돌아와서는 교토 대학 문학부에 들어가 나중에 교사 생활을 하였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아버지가 참전하게 된 상황을 그렸다. 그리고 초병들을 군인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포로인 중국 병사를 죽이게 했다는 이야기다. 아버지가 직접 가담했는지, 지켜보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버지의 고백을 들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에 이 이야기를 듣고 작가는 충격이 컸었던 것 같다. 진로때문에 아버지와 소원해졌고 굳이 관련서류를 찾아보지 않았던 것 또한 역사적 진실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점이 컸을 것 같다. 




언젠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야 할테지만 쉽게 글이 써지지 않았다고 했다. 어릴 적에 아버지와 함께 고양이를 버리러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고양이를 박스에 넣어 아버지와 자전거를 타고 해변으로 달려가 고양이를 버리고 집에 돌아왔더니 그 고양이가 그들보다 더빨리 집으로 돌아와있었다는 사실에 깊은 안도감을 느꼈던 기억이었다. 비교적 가까운 장소라 바람같이 달려왔을 고양이를 생각하니 애틋한 면이 없잖았다. 그에 대한 일화는 우리 시부모님에게도 일어난 일이 있다. 새끼를 하도 많이 나아 성가셔진 들고양이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30분을 가 먼 곳에 버리고 왔더니 한 달만에 다시 집에 찾아와 할 수 없이 밥을 주었다는 말씀이셨다. 노란색 줄무늬를 가진 고양이는 우리가 그 집을 방문했을때 얼굴을 비추지 않다가 한밤중이면 담 사이를 걸어다니곤 했다. 이처럼 고양이에 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작가는 아버지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듯하다. 


그 자신 또한 '한 평범한 인간의 한 평범한 아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진실'이 그의 마음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 그마나 어린 시절의 고양이를 떠올려서 아버지를 생각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이십 년쯤 아버지를 보지 않았다면 어릴적의 다정한 기억들은 거의 사라지고 말았을테니. 




바꿔 말하면 우리는 광활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방대한 빗방울의, 이름 없는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고유하기는 하지만, 교환 가능한 한 방울이다. 그러나 그 한 방울의 빗물에는 한 방울의 빗물 나름의 생각이 있다. 빗물 한 방울의 역사가 있고, 그걸 계승해간다는 한 방울로서의 책무가 있다. 우리는 그걸 잊어서는 안 되리라. 가령 그 한 방울이 어딘가에 흔적도 없이 빨려 들어가, 개체로서의 윤곽을 잃고 집합적인 무언가로 환치되어 사라져간다 해도. 아니,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집합적인 무언가로 환치되어가기 때문에 더욱이. (93~95 페이지)


꽤 짧은 글이다. 아버지에 관한 개인적인 일들이므로 굳이 다른 책과 엮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타이완의 일러스트레이터 가오 옌의 일러스트와 함께 얇지만 묵직한 책 한권이 되었다. 많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쓴 글이었다. 번역자 김난주는 이 글에서 머뭇거림을 보았다고 했다. 나 또한 그가 많이 머뭇거렸음을, 말을 아꼈다는 것을 느꼈다. 머뭇거림에서 깊게 배어있는 묵직한 감정들이 느껴지는 글이다. 다 담아내지 못해 애써 갈무리한 글이다. 


더불어 가오 옌의 일러스트는 하루키가 가졌을 그 모든 마음들을 어루만져주는 듯 하다. 아련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위안(慰安)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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