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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생애』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여행을 한다 | 책읽기(2021년) 2021-10-2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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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완벽한 생애

조해진 저
창비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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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을 가리켜 완벽하다고 말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주 가끔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최근에는 디스토피아적이고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다룬 소설이 종종 출간되는 걸 알 수 있다. 소설의 제목을 완벽한 생애라고 지었다는 건 완벽하지 않은 사람의 완벽을 향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방송국의 구성작가로 일하는 윤주는 자기의 생계를 두고 웃는 피디와 아나운서 때문에 방송국을 박차고 나와 서울의 거리를 헤매는 중이다. 1년 만에 통화하게 된 미정으로부터 제주로 오라는 말에 부랴부랴 원룸의 사진을 올려 호스트 등록을 했다. 제주의 미정은 인권법재단의 간사로 일하다가 나와 현재는 새 공항 반대 활동가로 있다. 홍콩의 시징은 처음 자신의 방을 내주었던 사람의 흔적을 찾아 영등포에 있는 윤주의 집을 이주 간 빌렸다.

 


 

 

세 사람은 버거운 삶을 뛰쳐나와 자신의 자리를 찾는 중이다. 익숙한 장소에서 떠날 필요를 느껴 낯선 장소를 선택했다. 낯선 장소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익숙해지는 순간 또다시 떠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별의 시간은 이렇게 우리 주변을 맴돈다.

 

힘들 때면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다. 절박하고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괴로운 일이다. 누군가를 위로할 힘이 없어 점점 멀리하게 된다. 그래서 멀리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나보다 더 절박한 누군가를 위로하지 않아도 되는 낯선 장소로 향하는지도. 윤주는 선우와 방송국을 떠났고, 미정은 제주의 보경 언니에게 향했다. 익숙해지는 건 위로의 대상이 생기는 일이다. 그마저 버겁다. 비로소 익숙한 것으로부터 떠난 후에야 다친 마음을 추스를 수 있고, 새로운 사람 혹은 삶을 바라볼 수 있는 법이다.

 

화해의 시간이 아닐까. 자신을 딸로 보았던 보경 언니를 안아줄 수 있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은철 외에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시정. 자신과 이별한 뒤에야 다른 사람과 활짝 웃을 수 있었던 선우를 바라보는 윤정. 이 모두 이별이 가진 특징이다. 완벽할 수 없는 삶에서 완벽에 다다르고자 애쓰는 우리와 마주할 수 있다.

 

내 좋은 친구는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라고, 이 행성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일 뿐이라고요. 친구의 그 말을 상기할수록, 그가 나와 헤어진 뒤에야 다른 사람과의 정착을 결심한 걸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저 그의 생애에서는 필연적인 과정을 밟고 있는 것뿐이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요. 그것이 우리 각자의 여행이겠죠. 물론 필연적인 과정들을 통해 생애가 완벽해지는 건 아닐 것입니다. 완벽할 필요도 없을 테고요. (151페이지)

 

오랜만에 조해진 작가의 소설을 읽었는데 역시 좋다. 단편에서 미정의 이야기를 추가, 수정하여 장편을 출간했다고 했는데 미정의 이야기가 없었으면 서운할 뻔했다.

 

산다는 거. 의지와 상관없이 되는 일이 많다. 아파하면서도 극복하는 힘이 있다. 사람의 관계에서도 상처받으면서 또 힘을 얻는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다소 어두운 내용이었지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방법 하나를 배운 듯하다.

 

시징의 나라였던 홍콩을 2018년에 다녀온 후, 그다음 해 송환법 반대 시위를 했던 홍콩의 상황을 바라보며 다시 갈 수 없나, 걱정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홍콩이든 어디든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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