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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위에 띄운 마시멜로 | 리 베 의 시 선 2020-10-2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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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참여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바람도 차가워지고 하늘도 멀어진 것이 가을이 왔나 싶다. 이런 날씨일수록 더욱 간절해지는 것이 있다. 반신욕.

새벽예배를 마치고 이른 새벽의 찬 공기에 떨다 들어왔을 때, 늦은 바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작은 욕조에 뜨거운 물 잔뜩 받아 그 속에 들어가면 코코아 위에 띄운 마시멜로가 된 것 마냥 온 몸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몇 해 전 생일에는 좋아하는 브랜드의 입욕제를 주변 지인 다섯 명에게 선물 받은 일도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인간관계 속에서 내가 반신욕을 좋아한다고 소문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 덕분에 한 동안 기분 따라 알록달록 향긋한 입욕제를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경산에 살 때는 욕실에 욕조가 있어 내가 원할 때는 언제든 반신욕을 할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대구로 옮겨 왔을 때는 욕조가 없어서 슬펐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녹아있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면 조바심이 났다. 결국 두 달만에 오만원짜리 작은 반신욕조를 샀다. 나 하나 겨우 들어가 앉아 있을 수 있는, 그 마저 다리도 쭉 펴지 못할 만큼 작은 플라스틱 욕조에도 나는 행복해졌다. 작은 욕실에는 그 작은 욕조를 둘 자리도 없어서 베란다에 두고 쓸 때 마다 욕실로 옮겨와야 했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다.

욕조가 아무리 작아도 내가 번쩍 들어 옮길만한 무게는 아니었다. 주말 부부 시절, 신랑은 집에 돌아오면 욕조를 꺼내와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아주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상자를 열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음에 드는 입욕제를 골랐다.

나는 향에 민감한 편이라 향초를 좋아하는데 고양이를 기르게 되고 나서부터는 집에서 초를 켜지 않았다. 그런 향초가 유일하게 허락되는 순간도 바로 반신욕을 할 때이다.

욕실 선반 위에 좋아하는 향초를 켜두고, 욕실 문 앞에는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둔다. 손 닿는 거리에 텀블러도 가져다 두면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마시멜로가 되어가는 것이다.

뜨거운 물이 채 다 식기도 전에, 온 몸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시원한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면 또 머금었던 열기가 훅 식는다. 삼십분 남짓, 평온하고 뜨끈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욕조 마개를 뺄 때,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물이 알록달록 예쁜 빛깔로 쏟아져 나와 안개처럼 흩어질 때 나는 작은 희열을 느낀다. 뜨거운 물 속에 담겨있느라 발갛게 익은 몸처럼 마음 한 구석도 뜨끈해지는 것만 같다.

반신욕을 마치고, 조금은 서늘한 물로 가볍게 몸을 씻어내고 나오면 괜스레 주변 공기가 산뜻하게 느껴진다. 정말로 공기가 산뜻한 것인지, 내 기분이 상쾌한 것인지 긴가민가 하지만 늘 결론은 내 기분이 상쾌한 것이라고 짓는다.

한 달에 한 번, 붉게 치장한 손님이 찾아와 머물다 가시는 주간을 빼놓고는 거의 매 주 반신욕을 했는데 최근 몇 달 동안은 반신욕을 하지 못했다. 허리 디스크를 치료하는 중이라 삼십분씩 같은 자세로 앉아있을 수가 없다. 쌀쌀해진 날씨, 빨래바구니가 되어버린 욕조, 유통기한이 임박한 비싼 입욕제들. 자꾸만 일렁이는 조바심에 작은 대야에 물을 받아 입욕제를 조금 잘라 넣는다. 몸 대신 발이라도 담구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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