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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다리는 사람_ 오늘도 소중한 물건 배송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의 서재 2022-05-2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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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두가 기다리는 사람

택배기사님,큰딸 공저
어떤책 |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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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좀 더 많이 써지고,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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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좀 더 많이 써지고,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택배 업무를 하면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고단한 업무를 위로해주었던 따뜻한 순간들!

 

 

 

  어느 날, 아빠는 느닷없이 택배 일을 시작할 거라고 말씀하셨다.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소일거리 삼아 농사를 지은 지 두어 해가 지난 뒤였다. 택배 기사라는 직업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업무량에도 대우를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갈수록 팍팍해져가는 살림으로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니 차마 말릴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아빠는 새로운 일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엄마도 오랜만에 아빠의 도시락을 손수 챙기는 게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른 시간에 출근하고 해가 진 지 한참이 지나서야 퇴근을 할 수 있는 일이다보니 아빠의 체중이 줄어드는 게 눈에 띌 정도로 고단해보였다. 게다가 잠들기 직전에까지 걸려오는 고객의 전화를 받아야 할 때도 있었고, 택배물을 분실했다는 고객과 얼굴을 붉혀야 하는 일도 왕왕 발생하곤 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아빠는 좀 더 안정되고 몸이 덜 힘든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그만두기는 했지만 이때의 기억은 나를 택배 기사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더운 날, 추운 날, 궂은 날 가리지 않고 반드시 당일 배송의 원칙에 따라 고군분투하는 기사님들을 보면 차마 빨리 가져달라 재촉할 수 없었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빌라의 제일 꼭대기까지 무거운 짐을 배송하게 하는 것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팬데믹 이후, 집 안에서 두 아이와 꼼짝없이 갇혀 지내다시피 하는 와중에도 큰 혼란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유연한 배송 시스템과 택배 기사님들의 노고 덕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책을 보는 순간,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생각했다. 집 앞에 트럭이 정차하는 소리만 들려도 두 귀를 쫑긋하게 되고, 저 기사님의 손에 들린 물건이 내가 기다리던 물건이 아닐까 마음이 설레는 것도 잠시, 기다렸던 택배물이 탁-하고 문 앞에 놓이는 소리를 듣기만 해도 찌르르 온몸을 관통하는 이 행복감을 뭐라 달리 설명할 수 있을까. 오늘 나에게 택배를 전달한 바로 그 기사님이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나에게로 오는 것은 단순히 물건만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비대면 방침으로 직접 수령이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혹여 이웃집 방문으로도 마주칠 수 있다면 수고 많으셨습니다정도의 인사쯤에 인색해지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해본다.

 

 

 

문 앞에 두고 온 마음을 담아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25년 차 택배기사님이 택배업을 하면서 쓰신 글을 자신의 큰딸이 정리하여 완성한 에세이다. 책 속에는 택배 업무를 하면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고단한 업무를 위로해주었던 따뜻한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다. 이 중 택배 기사님들을 폄하하거나 말도 안 되는 컴플레인으로 그들의 업무를 방해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사전에 충분히 문자메시지로 안내가 되었음에도 집에 사람이 있었는데 문 앞 배송했다고 항의를 하는 고객이 있었고, 택배가 사라졌다고 온갖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뱉어놓고는 사건조사와 분실처리를 돕기 위해 경찰관과 함께 방문하겠다고 하니 갑자기 집에서 물건이 나왔다고 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산중턱에 있는 배드민턴장으로 주 소재가 금속인 라켓 열 박스를 배송하느라 무려 열 번의 산행을 해야 했던 일화가 있는가하면, 배송을 위해 잠시 정차했다가 온갖 욕을 들어야 했던 사연도 있었다. 한 교회의 교인으로부터 자기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고, 잘생기고, 자식들이 하나같이 공부를 잘하는데 기사님은 우리 교회 교인 하고 싶어도 못하겠다는 말까지 들어야했던 걸 보면, 우리 사회가 여전히 택배 기사님들의 업무를 폄하하고 소위 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부끄러워진다.

 

 

 

학교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공간인데, 그 공간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면 나와 같은 입장이 아니었나. 물건을 맡아 두는 것마저 그렇게 귀찮고 힘들다면서 고객센터에 전화해 사람을 색종이처럼 자르라고 말하는 것은 안 귀찮고 쉬운 일이었는지. / 24p

 

 

다음 날 물건을 베란다에서 찾았다는 고객님의 전화가 왔다. 손과 발을 다 사용해야 할 정도로 커다랗고 무거운 물건이 스스로 베란다에 걸어 들어간 것일까. 손발이 안 맞는 듯한 이야기가 손발이 가루가 되도록 배송을 해낸 기사님의 노고보다 앞설 땐 속이 상한다. / 113p

 

 

최근에는 법도 제정되고 하여 서비스업 종사자의 보호를 위한 안내 문구가 게시되고 있다. 이런 하나마나 한 것을 왜 입법할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얼마나 심각하면 법으로까지 만들어져야만 했을까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우리 집 귀한 자식이다. 고객을 위한 을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 117p

 

 

 



 

 

 

 

  그러는 와중에도 역시 다정한 사람들이 있어 오늘도 힘을 얻는다. 택배물에 시야가 가려 아파트 출입문에 부딪쳤고 그 자리에 생각보다 많은 양의 피가 났는데, 집에 올라가 탈지면과 소독약, 간단한 연고 같은 것을 가져와 손수 치료를 해준 이가 있었다. 일하느라 수고가 많다며 아파트에 사는 어르신들이 먹을 것을 나눠먹는 자리에 선뜻 자리를 내어주셨는가 하면, 다른 동에 배달 다니는 모습을 보니 유독 바쁜 듯하다며 직접 물건을 찾으러 오시는 고객도 있었다고. 택배 업무를 처리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의미로 직접 따뜻한 밥을 지어 한상 내어주신 분도 있는 걸 보면, 세상이 이토록 따뜻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데 감사하게 된다.

 

 

 

특정 국적이라서, 어떤 성별이라서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그는 당신보다 커다란 트레일러를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하며, 적어도 2개 국어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본인의 일상을 꾸려 나간다.

다른 이가 가진 것과 내가 가진 어떤 것을 비교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너무 큰 관심을 갖지 말고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집중하는 것으로 두려움을 극복해 보길. 그러지 못한다면 그저 지질한 것이고 구린 것이다. / 67p

 

 

주차할 곳이 없어서 잠시 정차하겠습니다.

인근 지역을 배달하고 있으니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절대 오래 걸리지 않아요.

밥줄 달린 일인데 느리게 할 수 있나요.

빨리 돌아와서 차 빼 드릴게요. / 90p

 

 

그토록 바쁜 사람들이 나에게 그 필요를 맡기고 믿고 기다린다. 어떤 경우에는 스페어 키를 숨겨둔 장소를 알려 주기도 하고 현관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그만큼 믿어 주시니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비록 그들이 무슨 물건을 샀는지 잊었더라도 내가 적시에 나타나야만 하는 이유다. / 159p

 

 

 



 

 

 

 

  책을 갈무리 하며 오랫동안 택배업에 종사한 아버지를 곁에서 바라본 큰딸의 글이 인상에 남는다. 아버지의 휴대폰을 가득 채운 비슷비슷한 현관 앞 택배 상자 사진들. 손가락을 아래로 아래로 스크롤링을 하고, 특정 날짜로만 필터링을 해도 그 수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도 한참을 넘어섰다고. 딸로서는 도저히 구분을 할 수 없는 사진을 아버지는 어느 집 현관 앞 상자인지 망설임 없이 찾아내더란다. ‘서글퍼졌다. 아빠의 휴대전화에는 본인의 얼굴도, 당신보다 사랑하는 가족들도 담겨 있지 않았다. 알지도 못하는 이가 부재중인 문……. 그 사진들로 꽉 차 있었다. 전달하지 못할 아빠의 마음만 알아 버린 기분이었다.’는 글귀에서 우리 아버지들의 삶과 노동에 대한 노고가 생각나서 그만 울컥해버렸다.

 

 

 

  비록 마음대로 휴가를 쓸 수 없고, 주말에 일하는 날도 있지만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으로 행복하고 살고 있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릴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라던 책 속의 글귀처럼,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택배 기사님의 이야기가 이 책을 통해 세상에 많이 알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오늘도 소중한 물건을 가지고 오실 택배 기사님을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기를. 그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다정한 말 한 마디 더 건네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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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_ 행복이라는 이름의 무게 | 나의 서재 2022-05-1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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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저/정덕애 역
민음사 | 1999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여성에게 부여된 임신에의 공포와 의무감 혹은 모성애와 책임감이 어떠한 방식으로 왜곡될 수 있는가를 철저하게 보여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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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존재가 가족을 해체시키는 끔찍한 존재로 돌변하는 순간에의 공포!

여성에게 부여된 임신에의 공포와 의무감 혹은 모성애와 책임감이 어떠한 방식으로 왜곡될 수 있는가를 철저하게 보여준 소설!

 

 

 

  1960년대 런던, 한 남녀가 직장 파티에서 만나게 된 장면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끌린다. 그들은 당시로서도 꽤나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문란한 혼전 성관계나 이혼 또는 혼외정사, 산아 제한 같은 것들을 거부하는 전통적 의미의 가정을 이루기를 원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가정은 행복을 결정짓는 인생의 중대한 목표였으며, 그 속에서 아이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자식을 많이 낳기로 결정한다. 가족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6명 이상의 자녀 계획에 걸맞은 큰 저택을 구입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왕국에서 6년간 4명의 아이들을 낳는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부부는 매년 크리스마스나 휴가 기간마다 흩어져 있던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들고, 아이들의 음성으로 가득한 집안 풍경이 주는 만족감에 젖어 자신들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행복. 행복한 가정. 로바트 가는 행복한 가족이었다. 이것은 그들이 선택한 것이었고 누릴 자격이 있었다. 데이비드와 해리엇은 얼굴을 맞대고 누워 있으면 때로는 그들의 가슴속 대문이 활짝 열리면서 아직도 자신들을 놀라게 할 만큼 엄청나게 강렬한 안도감과 감사의 정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아주 오랜 기간처럼 보이는 그 시간 동안 인내하기란 사실 쉽지 않았다.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60년대의 시대 정신이 그들을 비난하고 고립시키고 자신들의 가장 좋은 면을 축소시키던 때에,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기가 어려웠었다. 이제 보아라, 자신들의 완고한 개성을 방어하려고 사력을 다한 것이 옳았다. 그 개성은 너무나도 고집스럽게 가장 최상을 선택했다-바로 이 삶. / 30p

 

 

 

허황된 꿈이 낳은 비극

 

 

  비극은 다섯째 아이가 뱃속에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아니, 부부가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 뿐 고단한 현실은 이미 이전부터 야금야금 그들의 삶을 갉아먹고 있었다. 건강하고 매력적인 젊은 여인이 네 명의 아이를 낳으면서 잃게 되는 상실감,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오는 아이들로 인해 헤어 나올 길이 없는 피로감, 자신의 벌이로는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지출을 나이든 아버지로부터 충당해야 했던 무모함, 거의 모든 육아를 어머니에게 전담해야 했던 미숙함까지. 그 모든 것들은 이미 충분히 그들에게 위협적이었음에도 이들은 결국 다섯째 아이까지 갖게 된다.

 

 

 

  그런데 이 아이가 심상치 않다. 믿을 수 없게도 임신 3개월째가 될 즈음, 해리엇의 뱃속의 아이에게서 상당히 강한 태동을 느낀다. 그녀는 수시로 고통을 느끼다 못해 어떤 발굽이, 어떤 때는 갈고리 발톱이 그녀의 연약한 내장을 자르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이따금 고통을 잊기 위해 시골길을 활보하거나 질주를 하고, 커다란 부엌칼로 자기 배를 갈라서 아이를 꺼내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진정제를 먹어야만 잠잠해지는 아이 때문에 약을 먹을 지경이 될 때까지, 임신 기간 내내 해리엇의 시간은 고통과 인내, 환영과 망상들로 채워진다. 끔찍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 듯 그렇게 태어난 다섯째 아이, 벤은 부부가 보기에 이상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벤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난폭한 구석이 있는 데다 아이의 눈빛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차갑다. 천성적으로 활기차고 친근하던 넷째 폴이 유독 불안해하며 화를 내기 시작하고, 테리어 개가 죽거나 늙은 회색 고양이가 목 졸려 죽는 일이 발생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 모임은 해체되고, 벤은 부부가 꿈꾸는 행복한 가정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가족을 파괴시킨다.

 

 

 

난 너희들의 하인이야. 이 집에서 하인 일은 내가 다 하고 있지또는 너희는 둘 다 정말 이기적이로구나. 너희들은 무책임한 사람들이야이런 말들이 감돌았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시작만 한다면 이 정도로 그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았다. / 46p

 

 

반쯤 어두운 방 안에서 그 애는 정말 그곳에 웅크리고 있는 도깨비나 작은 귀신 같았다. 낮 동안 그 애를 가둬놓으면 그 애는 비명을 지르고 소리쳐서 온 집안이 시끄러웠고 식구들은 경찰이 올까봐 두려워했다. 그 애는 갑자기 이유도 없이 정원으로 달려 내려가 문 밖의 길로 뛰어나가곤 했다. 어느 날 그녀는 그 애를 잡으려고, 빵빵대는 차들이나 경고하는 사람들의 비명을 무시하고 신호등을 건너는 뭉퉁하게 웅크린 작은 모습만 보면서 1마일 이상 뛰었다. 그녀는 울면서 숨을 헐떡였고 반쯤 정신이 나가서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 애를 잡으려고 결사적이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오, 그애를 치어요, 제발, 그래요……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 85p

 

 

 



 


 

 

 

  이처럼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는 이상적인 가정, 즉 전통적인 가족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서술하고 있는 작품이다. 비정상적인 아이 하나가 태어남으로써 일어나는 가족의 붕괴를 매우 사실적이면서 충격적으로 묘사한다. 벤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스럽지만, 자기파괴적인 성격을 지닌 가정의 내밀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의사의 얼굴에서 그녀는 자신이 기대했던 것을 보았다. 그 여인이 느끼고 있는 것이 투영된, 어둡고 고정된 시선이었다. 그것은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한 정상인의 거부, 이질성에 대한 공포, 또한 벤을 낳은 해리엇에 대한 공포였다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여성에게 부여된 임신에의 공포와 의무감 혹은 모성애와 책임감이 어떠한 방식으로 왜곡될 수 있는가를 철저하게 보여준다. 또한 벤과 같이 사회적으로 제거된 아이들을 가둔 요양소의 충격적인 장면을 통해, 우리 사회가 비정상을 소거하는 일에 얼마나 몰두해있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집안은 옛날 같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긴장감과 경계심이 깃들였다. 해리엇은 벤이 자아내는 무시무시하고 불안한 호기심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가 없을 때 그 애를 보려고 가끔씩 위층에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길로 그녀는 그들이 벤을 보고 왔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 내가 죄인인 것처럼! 그녀는 분노했다. 그녀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마음을 끓이며 보냈지만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 데이비드도 자신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 이게 바로 옛날 원시시대에 변종을 낳은 여자를 어떻게 취급했는지 보여주는 거야. 마치 그 여자만이 잘못한 것처럼. 하지만 우린 문명시대에 살잖아!/ 82p

 

 

왜 그녀는 그런 말을 하는가? 벤이 태어난 이후 권위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벤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녀가 텔레비전의 군중 속에서 그를 보았을 때 그는 칼라를 세운 윗도리를 입고 스카프를 하고 있었고, 마치 데릭의 동생처럼 보였다. 그는 건장한 학생 같아 보였다. 그는 변장하려고 이런 옷을 입었던 것일까? 그 말은 그가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안다는 말인가? 그는 자신을 어떻게 보는 것일까? 사람들은 항상 그를 제대로 보는 일을, 그의 본질을 인식하는 일을 거부할 것인가? / 177p

 

 

 

  이 외에도 소설은 새로운 가정을 준비하는 커플이나 임신한 여성,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부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사랑과 행복으로만 가득할 것 같던 결혼 생활이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어떤 문제에 부딪치게 되는지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부부가 육아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신념과 가치관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때때로 자신의 신념이 다른 가족의 희생으로 이루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도 있다. 벤에게 관심을 쏟느라 온전히 엄마의 시선을 받지 못한 폴에게 일어난 부정적인 변화를 통해, 부모의 정신적·육체적 환경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생명을 가진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책임감을 따르게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덕분에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서 피할 수 없다. 내가 벤의 부모라면? 나라면 벤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게 바로 피임법이 발견되기 전에 여인들이 느끼던 감정일거야해리엇이 말했다. 공포 그 자체. 매번 그들은 월경을 기다리다가 그것이 오면 한달간 처형 연기를 받는 거야. 하지만 그 여자들은 괴물을 낳을까봐 겁내지는 않았겠지/ 88p

 

 

그래요, 로바트 부인.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시겠어요? 우선 저는 이것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씀드려야겠군요. 그리고 또한 이런 일이 희귀한 일도 아니라는 사실도요. 우리가 복권 추첨에서 무엇이 나올지를 선택할 수 없듯이 아기를 갖는 일도 마찬가지랍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간에 우리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자신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139p

 

 

 

  소설을 갈무리하며 또 하나 드는 생각은 이 가족을 파괴한 건이 정말 벤이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부부의 허황된 이상이, 그것을 바로잡지 못하고 끝끝내 외면한 것이 진정한 비극은 아니었을까. 짤막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주제를 내포하고 있어 도리스 레싱이라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읽은 작품이었다. 2000년에 발표한 후속작 세상 속의 벤도 읽어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번역되지 않은 것 같다. 언젠가 이 책도 내어주십사 출판사 측에 부탁을 드리며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얼른 주행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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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_ 소박하지만 다정하고 애틋하지만 몽글몽글해지는 | 나의 서재 2022-05-1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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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김달님 저
수오서재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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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지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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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들을 떠올리는 밤일수록 나는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지게 하는 책!

 

 

 

  수능시험을 마친 뒤 1월의 어느 날, 나는 난생 처음 친구와 단둘이 춘천으로 여행을 갔다. 사실 학교 외에는 따로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었지만, 수능시험이라는 거사를 치르고 난 뒤에 급격히 찾아온 허무한 마음을 여행으로 달래는 데 의견이 맞았던 것 같다. 그것도 보호자 없이, 무려 대구에서 강원도까지 여학생 둘이서 여행을 감행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친구 덕분이었다. 여행지 선택과 숙박, 맛집까지당시에는 지금처럼 SNS나 블로그가 활발하지 않은 때라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을 텐데 친구는 그 모든 계획을 착착 준비했고 마침내 우리는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당일, 춘천에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린 것이다. 기차역에서 픽업차를 기다리던 우리는 혹시 픽업 차량도 오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이 정도 눈은 별 거 아니라는 듯 숙소에서 보낸 차량이 무사히 도착했고, 우리는 체크인 후 아늑한 공간에서 몸을 녹였다. 챙겨온 컵라면, 미리 싸온 김밥까지 야무지게 먹으며 바라본 그 날의 바깥 풍경은 내 생애 가장 잊지 못할 풍경 중에 하나가 되었다.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모습은 다음날 우리의 일정 따위 어찌되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심지어 숙소에서 그저 창밖만 바라보고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안다는 듯 오길 잘했지?” 하고 코를 찡긋거리는 친구의 미소까지, 뭔가 대단한 비밀을 공유한 듯 우리는 기쁨의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 이후, 우리는 졸업을 하고 각자의 대학교로 진학한 뒤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서로의 연락처로 연락해볼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여행을 하면서도 앞으로 ~ 하자.” 같은 막연한 약속조차 나누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이 여행을 끝으로 서로 각자의 갈 길을 가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지만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에 와서도, 새하얀 눈을 떠올리는 날엔 어김없이 그 친구가 생각난다. 그때 우리가 함께 바라보았던 새하얀 풍경, 겨울 냄새까지.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에서는 열 살의 여름, 난생 처음 친구의 의미를 알게 해준 친구 희진을 떠올리며 전하는 말이 있다. ‘네가 그 저녁 속에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나 친구야.’ 괜찮다면 나도 이 말을 빌려 여기에 남기고 싶다. “네가 그 눈 속에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나 친구야.”

 

 

 

나를 다정하게 만들었던 사람들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는 이름마저 은은하게 빛나는 김달님 작가의 에세이다. 그녀는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내게 글쓰기는 이러한 일이다.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내 쪽으로 돌아보게 하는 것. 오랜만에 마주하는 돌아본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고 맞아, 너 거기 그렇게 있었지. 반가워하는 것.’ 그리고 혹시라도 들려올지 모를 너의 대답을 지금 여기에서 기다려보는 것. 그렇게 너를 다시 사랑해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글에는 어느 한 시절을 따스하게 채웠던 사람들이 있다. 덕분에 그들을 떠올릴수록 그녀는 스스로에게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여길 봐라, 저길 봐라는 할머니의 오랜 말버릇이 본 것을 소중히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글을 쓰게 했음을 기억한다. 덕분에 어디서든 잘 보고, 기꺼이 감탄하는 당신을 매일 닮아가며, 그렇게 쓰며 살아갈 것이라 다짐해보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해 열 다섯 살의 고모 선희가 포대기로 업고서 자신을 병원에 데리고 다녔던 그 수고로운 마음도 헤아려본다. 또 수능 전날 갑작스레 기숙사 앞에 찾아와 두꺼운 외투 한 벌을 사준 아빠의 애틋한 마음을 생각한다. 냉동실에 파와 양파를 소분해두면 오래 먹을 수 있다던 동창생 K와 자취방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썰어댔던 추억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아주 작지만, 누군가 알려준 생활이 내게 익숙하게 변해버린 순간들에 마음이 따듯해지며 나는 결코 나 혼자서 내가 될 수 없음을 깨닫기도 한다.

 

 

 



 

 

 

 

  소박하지만 다정하고 애틋하지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을 감각적인 언어로 길어 올리는 김달님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나와 다른 시공간에 존재했던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시공간에 머물렀던 비슷한 얼굴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 모두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이 공유된 감각이 읽는 내내 나의 모난 마음을 가다듬고 보드랍게 한다.

 

 

 

시간이 지나 친구는 부스럭 소리가 나던 아버지의 호주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힘을 내서 살아가기 위해선, 혼자서도 남은 길을 마저 걸어가기 위해선 따뜻하고 단 기억들로 호주머니를 채워놓아야 한다고. 언제든 쓸쓸해지는 날에 손을 집어넣어 내게 남아 있는 것들을 만져보고 꺼내 볼 수 있도록. 그러면 어느 날에는 호주머니 속에서 들리는 부스럭 소리만으로도, 어떤 기억인지 떠올라 조용히 미소 짓는 날이 있지 않을까. / 20p

 

 

누나! 봄이 왔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랬더니 신이 난 네가 제자리에서 두 발에 힘을 주고 콩콩 뛰더니 말하더라.

저번 주엔 내가 땅을 밟으면 딱딱했는데 이제는 폭신폭신해.”

막내야. 나는 일곱 살의 네가 알려준 덕분에 봄은 폭신폭신하게 온다는 걸 알아. / 72p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가장 자주 물어본 것은 ?’였다. 왜 마음에 남았니. 왜 기분이 좋았니. 왜 쓸쓸해졌니. 스스로 왜?라고 물어보는 일이 우리를 글로 데려가 줄 것이기 때문이다. / 120p

 

 

한동안 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내가 사라지는 상상을 자주 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지. 저 사람들이 기억하는 나는 왠지 거기 그대로 두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나의 다른 시간들도 스르르 괜찮아졌다. / 135p

 

 

 



 

 

 

 

  최근 자격증 시험공부를 준비하면서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나와의 외로운 싸움에 몰두한다는 건 상당히 외롭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런데 시험을 앞두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시험 당일,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에 데리고 가 준 덕분에 시험에 집중할 수 있었고 끝난 뒤, 어머님이 해주신 따끈한 밥에 그동안의 피로도 싹 잊을 수 있었다. 오직 나 홀로 견뎌 내야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곁에서 함께 한 마음으로 지지해주고 배려해준 이들이 있었기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음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나를 칭찬하느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은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모든 순간에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이 글을 빌어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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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마법도구점 폴라리스_ 일상에 마법 한 스푼을 얹는 시간 | 나의 서재 2022-05-0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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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새벽 3시, 마법도구점 폴라리스

후지 마루 저/서라미 역
흐름출판 | 2022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마법이 반짝이는 시간, 서로의 마음이 열리는 시간, 새벽 3시 33분!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마법이 반짝이는 시간, 서로의 마음이 열리는 시간, 새벽 333!

마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용서와 화해, 이해와 사랑!

 

 

 

내 마법에는 사연이 있어. 새벽 333,

별이 총총히 뜬 밤에만 완전히 통제할 수 있어.” / 57p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골동품 가게지만 밤이 되면 마법 도구점으로 변하는 폴라리스. 그곳에는 새벽 333, 별이 총총히 뜬 밤이 되면 마법의 힘을 발휘해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괴현상을 해결해주는 마법사가 있다. 이곳의 주인인 마법사 쓰키시로는 왼손으로 무언가를 만지면 마법이 발휘되는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선대 때부터 이어져오는 방침에 따라 마법이나 마법 도구 때문에 발생한 사건을 대가 없이 해결해준다.

 

 

 

  어느 날, 폴라리스에 대한 소문을 듣고 한 손님이 찾아온다. 그는 자신의 왼손이 타인의 손에 닿으면 속마음이 낱낱이 전해지는 저주를 가졌다고 믿는 도노 하루키다. 왼손이 닿으면 일일이 표현하지 않아도 될 만한 사소한 감정들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바람에 대인관계에 있어 번번이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잠에서 깰 때마다 머리맡에 기묘한 열쇠 꾸러미가 나타나기까지 한다. 매일 학교 쓰레기통에 버려도 보지만 신기하리만치 열쇠꾸러미는 그에게 다시 돌아온다. 마법사 쓰키시로는 이 괴이한 현상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온전히 바라보지 못했던 내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마법 같은 시간

 

 

  소설 새벽 3, 마법도구점 폴라리스새벽 333분이면 문을 여는 마법도구점 폴라리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판타지 소설이다. 폴라리스의 주인이자 마법사인 쓰키시로가 같은 학부 동기인 도노를 손님으로 맞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노는 스스로 저주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왼손에 얽힌 비밀과 매일 밤 잠에서 깨어나면 머리맡에 나타나는 열쇠 꾸러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폴라리스에 왔다가 쓰키시로를 보고 깜짝 놀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사람들이 거듭 쳐다볼 정도로 빼어난 미인이지만, 늘 혼자 다니는 데다 여자들 사이에서는 혹평이 따를 만큼 사회성이 낮아 보였기에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쇠 꾸러미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마법 도구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쓰키시로의 말에 도노는 당황해하면서도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다. 이때부터 도노는 쓰키시로를 따라 자신의 왼손과 열쇠 꾸러미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 강렬해지면 마법이라는 개념이 생겨. 마법이 물건 안에 깃들면 마법 도구가 되고, 사람 안에 깃들면 마법사가 되는 거야. 마법 도구든 마법사든 원래 품고 있던 생각과 관련된 능력을 하나씩 갖게 돼. 그런데 그 힘은 한정되어 있고, 자신도 모르게 발휘되는 까닭에 대부분 악영향을 미치지.” / 22p

 

 

 



 

 

 

 

  점차 열쇠의 정체에 다가가던 도노는 열쇠 꾸러미가 자신의 봉인된 기억을 푸는 마법 도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키시로는 열쇠 구멍 역시 도노의 마음속에 있다며, 어머니를 잃고 자책하던 그의 마음이 기억에 열쇠를 잠그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노라 추측한다. 마침내 새벽 333, 스키시로가 마법사로서의 능력이 발휘되는 밤, 열쇠 꾸러미에 봉인된 도노의 기억이 해제되고 과거의 엄마와 만남으로써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된다. 또한 잊고 있었던 엄마의 사랑과 선명한 온기를 기억함으로써 자신과 화해한다.

 

 

 

엄마는 늘 말했다. 다른 사람을 도우려면 기대기만 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 마음을 여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그래야 마음이 연결된다고. 이제 알 것 같다. 이 마법은 바로 엄마의 가르침을 구현한 것이다. 왼손 때문에 괴로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원래 싸움이 잦고 친구가 많지 않은 성격이었다. 더는 그러면 안 된다는 뜻에서 어머니가 내게 준 마법이 아닐까. / 82p

 

 

 

  이후 저주의 나무, 소원을 이뤄주는 드림캐처, 죽은 사람들이 나타나는 현상 등 각종 마법이 빚어내는 현실의 문제들로 사람들이 폴라리스를 찾아온다. 이들 마법은 때로는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리고 꿈속에 주인의 마음을 가두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도 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을 만나게 하기도 하고 제대로 마주 볼 용기를 내지 못했던 사랑을 발견하게 하기도 한다. 덕분에 우리는 알게 된다. 우리는 저마다 불완전한 존재들이지만 그렇기에 소중한 누군가를 원한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간절한 마음이 이따금 믿을 수 없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이것이 모두 쓰바키와 관련 있는 것일까. 뜻밖에 쓴웃음을 지었다. , 이건 사실은 행복한 풍경이 아닐까.

가족의 불행을 기뻐했던 까칠한 할아버지의 본심에는 그 누구보다도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 끝없는 사랑을 덤덤히 품은 사람. 그 사랑이 쓰바키에게 기적을 가져다주었다. / 135p

 

 

마법이라는 건 그런 거야.”

?”

내 물음에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쓰키시로가 대답했다.

마법은 후회나 미련 같은 감정을 바탕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아. 나쁜 감정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하거든. 이번에는 다행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마법을 접하다 보면 가끔 견디기 힘든 장면도 보게 돼. 마법이라고 늘 멋지기만 한 건 아니야.” / 141p

 

 

다시 말하지만 난 계산적인 사람이야. 네 과거에 대해서도 아는 게 거의 없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쓸데없는 일에 얽매이지 않고 너와 이렇게 마주할 수 있는 것 같아. 열쇠 꾸러미를 계기로 마법을 접했을 때 사실 나 감동했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감동한 대상은 마법이 아니라 날 구하려고 했던 네 마음이었어. 그러니까 뭐랄까. 다시 한 번 힘을 내줬으면 해. 다시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 이번엔 내가 도와줄게.” / 256p

 

 

 



 

 

 

 

  마법이 반짝이는 시간, 서로의 마음이 열리는 시간, 새벽 333. 폴라리스가 열어 보이는 마법의 시간은 우리에게 가슴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마치 일상에 마법 한 스푼을 얹은 기분 좋은 꿈을 꾼 것 같다. 판타지 소설이자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성장소설에 가까운 편이라 가볍게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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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브루클린_ 희망은 바로 이곳에 | 나의 서재 2022-04-2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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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민지현 역
미래지향 | 2022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미스터리와 감동, 유머, 의미까지 아우르는 기대 이상의 놀라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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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억압, 빈곤과 무지로 척박해진 삶에도 희망은 있다!

미스터리와 감동, 유머, 의미까지 아우르는 기대 이상의 놀라운 작품!

 

 

 

  19699월의 어느 흐린 오후, 브루클린 남부에 있는 커즈웨이 빈민 주택 단지의 광장 한 가운데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쿠피, 일명 스포츠코트라 불리는 파이브엔즈 침례교회의 늙은 집사가 현재는 마약 중개업자이자 한때 자신이 이끌던 야구팀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던 열아홉 살의 딤즈 클레멘스에게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평온한 성품을 가진 데다 평생 적이라고는 두지 않았을 것 같은 스포츠코트가 하필이면 살인도 불사할 만큼 악랄해진 딤즈를 쏜 이유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사악한 마법에 걸렸다느니, 악독한 폭력배로부터 협박을 받는 바람에 이 사달이 난 거라니, 2년 전에 커즈하우스 야구팀과 그들의 경쟁상대인 워치하우스 팀 간의 경기가 취소된 일 때문이라느니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면, 스포츠코트는 이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뿐이었다.

 

 

 

1960년대 후반,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코믹 이웃 서사시

 

 

  이렇게 소설 어메이징 브루클린1969년의 뉴욕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벌어진 한 의문의 총격 사건에서부터 시작한다. 스포츠코트가 딤즈를 쏜 당시 커즈하우스 광장에는 무려 열여섯 명의 목격자가 있었고, 늙은 교회 집사가 젊은 마약 딜러를 쏜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동네 전체가 소란스럽지만, 어찌된 일인지 스포츠코트는 번번이 의도치 않게 경찰과 추적자들의 포위망을 피해간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자신은 딤즈를 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버젓이 동네를 활보하고 다니면서 죽은 아내만 알고 있는 교회 성탄 모금 상자의 행방을 쫓는 데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스포츠코트는 왜 딤즈를 쏜 것일까. 어째서 사람들은 한결같이 스포츠코트를 감싸주는 것일까. 목격자 중 누구 하나, 마을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심지어 총에 맞은 딤즈 조차 스포츠코트를 신고하려 들지 않는 이 기이한 광경에 호기심이 들려는 찰나, 소설은 또 다른 사건과 의문들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아간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미스터리한 총격 사건의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점차 마을과 공동체 전체의 이야기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스포츠코트의 아내인 헤티가 보관하고 있던 성탄 모금 상자는 어디에 있을까? 매번 커즈웨이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치즈는 누가 보내는 것일까? 엘레판테의 아버지가 거버너의 부탁을 받고 숨겨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동상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연이은 의문은 이탈리아 갱단과 폭력배, 마약 딜러, 커즈웨이 빈민가에서 살고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라틴계 주민들, 백인 이웃과 지역 경찰까지 마을 전체가 한 데로 얽히고설켜 놀랍도록 아름다운 공동의 서사시로 확장된다. 개인의 역사가 이웃의 역사가 되고, 나아가 공동체의 역사가 되는 이러한 광경은 우리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며 지극히 사적으로 보였던 일도 위대한 역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커즈하우스 식구들 모두 각자 돌아버릴 만한 사연들이 있다. 대개 모든 일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었다. / 23p

 

 

스포츠코트는 불평하거나 자기주장을 하지 않았다. 남을 비판하지도 않았다. 무심한 편이었다. 늘 자기만의 세계가 있었고, 딤즈는 그래서 스포츠코트가 좋았다. 딤즈가 못 견디게 싫어하는 게 있다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불평을 끊임없이 해대는 사람들이었다.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평을 한다. 그리고 예수님을 기다리고, 하나님을 기다린다. 스포츠코트는 그렇지 않았다. 단지 야구와 술을 좋아했다. 그뿐이었다. / 110p

 

 

오물을 치우는 것이 저의 임무였어요, 경관님. 청소를 직업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오물을 묻히면서 일을 하죠. 하루 종일 오물을 찾아다니며 치우고요. 그래서 오물들은 저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것들이 제게 나 여기 숨어 있어. 와서 찾아봐하고 신호를 보내지는 않죠. 제 발로 모두 찾아다니며 치워야 해요. 그렇지만 저는 오물들이라고 해서 혐오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무엇이든 존재 자체를 미워할 수는 없으니까요. 오물이 있으니까 제 일도 있는 거고요. 어디서든 오물을 치움으로써 저는 누군가를 위해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거죠.” / 145p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소설의 배경이자 1960년대 후반, 뉴욕 브루클린 사회의 밑바탕에 깔린 정서다. 흑인에다 너무 가난해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부랑아들은 일전 한 푼 없다는 절박함에 인생을 비관하고, 마약 중개업자들이 버젓이 집 앞에서 마약을 팔아도 막지 못하는 게 현실인 곳. 시 정부가 아이들을 형편없는 학교에 보내게 해도, 뉴욕시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람들이 그들을 비난하는 것도 막을 수 없는 곳. 작가인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당시 브루클린 사회가 처한 현실을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빵부스러기 같은 존재, 굴러다니는 골무 같은 존재, 과자 위에 드문드문 뿌려진 설탕 가루. 약속의 땅이라는 좌판 위에서 눈에 띄지 않거나 드문드문 흩어져 있어야 하는 점들. “믿음을 가지라!”는 슬로건이 걸린 브로드웨이 무대나 야구팀에 드문드문 등장하는 존재로 묘사되는 빈민가의 설움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덕분에 우리는 시대가 흘러서도 해결되지 않는 사회 곳곳의 불공정과 차별의 문제에 대해 재삼 숙고하게 된다.

 

 

 

과거의 딤즈는 뉴욕의 가난한 주택 단지에 사는 불행한 아이였다. 꿈도 없고, 집도 없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안정감이나 야망도 없이, 집 열쇠를 가져 보거나 뛰어놀 뒷마당을 가져 본 적도 없는 아이, 집 열쇠를 가져 보거나 뛰어놀 뒷마당을 가져 본 적도 없는 아이. 예수님도 모르고 행군 악대 연습에 참여해 본 적도 없으며, 그의 말을 들어줄 어머니도 그를 이해해 줄 아버지도 그에게 처세법을 가르쳐 줄 사촌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 딤즈는 더 이상 시속 78마일의 속도로 공을 던질 수 있는 열세 살의 소년이 아니다. / 124p

 

 

개미 떼의 이야기는 수수께끼이자, 매년 일어나는 끔찍한 공포이자, 도시의 전설이었으며, 뉴욕 빈민들의 지난한 삶에 부록처럼 따라붙는 또 하나의 암울함이었다. () 개미 떼는 여전히 하나의 상징으로 브루클린에 남아 있었다. 브루클린 공화국. 다저스 야구팀이 뉴욕을 떠난 후 그들의 빈자리는 주민들의 살맛을 앗아가 버렸고, 뼛속까지 흑인에다 너무 가난해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부랑아들은 일전 한 푼 없다는 절박함에 인생을 비관했다.

() 백인들은 하는 일마다 여러 분야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점점 거대한 눈덩이처럼 성장했고, 위대한 미국의 신화, 빅애플, 잠들지 않는 도시와 같은 수식어들이 유행했다. 반면에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들은 아파트 청소나 쓰레기 처리를 생업으로 삼거나, 음악 활동을 하거나, 교도소의 빈방들을 채웠다. 그들은 그렇게 투명 인간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지역사회의 한 계층으로 주어진 유색인종의 삶을 살았다. / 105p

 

 

 




 

 

 

 

  차별과 억압, 빈곤과 무지로 척박해진 삶에도 희망은 있다. ‘우리 블록이란 것은 없고 뉴욕은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오늘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어 주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에도 여전히 나를 품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말이다. 사람과 사랑, 연민과 인류애를 통해 변화와 희망을 엿보는 이 소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5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유쾌함을 잃지 않는 커즈웨이 사람들 덕분에 지루한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미스터리와 감동, 유머, 의미까지 아우르는 기대 이상의 작품으로 내내 기억될 듯하다. 당장 읽어보고 싶은 소설책을 찾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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