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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_ 누구나 자기만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기 마련이다 | 나의 서재 2018-04-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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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베어타운

프레드릭 배크만 저/이은선 역
다산책방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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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용기, 좌절과 상처, 공동체의 의미를 이처럼 유려하게 담아낸 작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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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희망이자 도시의 존폐를 결정 지을 운명의 경기를 앞둔 베어타운!

희망과 용기, 좌절과 상처, 공동체의 의미를 이처럼 유려하게 담아낸 작품은 없다!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의 도입부가 던지는 난데없는 몰입감에 덜컥, 마음에 쇠꼬챙이 하나가 던져진 기분이다. <오베라는 남자>를 시작으로 하여 <브릿마리 여기 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에 이르기까지 전작에서 보여줬던 프레드릭 배크만식의 화법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낯선 문장이다. 나를 비롯하여 이미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에 익숙해진 독자들이라면 이번에는 '하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한 마을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겠구나 하고 짐작하였을 테니 말이다. 하여 이 십대 청소년이 앞으로 저지르게 될 끔찍한 결말이야 어찌되었든 결국엔 작가 특유의 스토리 구조에 따른 작법을 고수할 것이라는 뻔한 예상 따위를 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도입부가 그러했듯 베어타운을 둘러싼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이야기의 전개양상이 전작들과는 사뭇 달라서, 적응이 필요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반가웠다고 표현한다면 이상할까. 그도 그럴 것이 또다시 비슷한 괴짜 인물이 등장하여 정형화된 스토리와 캐릭터에 함몰된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좀 실망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어타운이라는 이 작은 공동체 속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능숙하게 다루기 시작한 작가의 소설 세계가 이제는 점점 외연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나로서는 계속해서 그의 작품을 보고 싶은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 반가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스포츠가 누군가에게는 정치가 되어버리는 순간

 

 

   베어타운은 사냥과 낚시와 자연 친화적인 환경으로 한때 '아무리 즐겨도 부족한 도시'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지만 언제부턴가 추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해마다 일자리와 인구가 줄어들어 마을 경제가 바닥을 치게 된 것이다. 그나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세대로부터 이어져온 '하키'에 대한 애정만이 그들을 하나로 이어주고 또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희망이다. 다시 말해 이 도시에 있어서 하키는 도시의 자부심인 영예로운 스포츠이자 도시의 존폐와 궤적을 함께 하는 살아있는 생명체인 셈이다.

 

 

 

 

 

 

   열일곱 살의 천재 하키 소년 케빈이 이끄는 청소년팀은 곧 있으면 열릴 준결승전을 앞두고 모든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우승을 한다면 지역 의회에서 하키에 중점을 둔 신설 고등학교 후보지를 결정할 때 전국에서 가장 실력이 우수한 유소년팀을 보유한 이 도시를 무시할 수 없을 거라는 기대, 그 팀이 이 도시에서 세우는 미래 계획의 구심점이 되어 새로운 아이스링크, 컨퍼런스 센터와 쇼핑몰이 차례차례 등장하여 단순한 하키가 아니라 관광, 트레이드마크, 자본이 될 거라는 정치적인 계산이 짙게 깔려있는 까닭이다. 이렇듯 소설은 지독한 완벽주의자인 케빈을 필두로 팀의 또 다른 구심점이자 케빈의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주는 벤이, 가난하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빠른 스피드를 가진 아맛 등이 연출해내는 하키라는 스포츠의 묘미와 소년들의 우정, 경쟁, 질투심을 그려나감과 동시에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어른들만의 세계를 날카롭게 묘사해나간다.

 

 

 

'문화'는 아이스하키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의외의 단어다. 모두들 문화를 운운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모든 조직이 다들 자기들은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진심으로 원하는 건 오직 하나, 승리하는 문화뿐이다. 수네도 알다시피 모든 세상이 마찬가지지만 소규모 공동체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는 승자를 사랑한다. 딱히 호감이 가는 부류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승자들은 대개 강박적이고 이기적이며 배려심이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용서한다. 이기기만 하면 그들을 좋아한다. / 66p

 

 

"그럼 우리가 그 아이들한테 바라는 게 뭘까요, 라모나? 그 스포츠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뭘까요? 거기에 평생을 바쳐서 얻을 수 있는 게 기껏해야 뭘까요? 찰나의 순간들…... 몇 번의 승리, 우리가 실제보다 더 위대해 보이는 몇 초의 시간,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된 것처럼 상상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에요.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 153p

 

 

 

 

 

 

   문제는 이를 몸과 마음으로 체감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특히 동료들로부터, 마을 사람들의 자부심으로 성장하고 있던 이 천재 소년 케빈의 자만은 어느 날 단장의 딸 마야를 성폭행하는 불상사로 이어지는데, 팀과 마을의 운명을 쥔 절대절명의 결승전을 망쳤다는 이유로 오히려 성폭행 사실을 고발한 마야와 그녀의 식구들을 향해 쏟아내는 마을 사람들의 비난은 그들 모두에게 어떤 식으로든 상처가 된다. 이 과정에서 성폭행 과정을 보았으나 함구하고 있었던 아맛에게 스스로 정직할 것을 다독이는 파티마와 딸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가슴으로 껴안으려했던 엄마 미라가 보여주는 부모의 사랑은 이 어지러운 사회가 여전히 지켜야 할 숭고한 믿음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중요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마을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며 소리치던 라모나의 음성은 작게는 소설 속 내부에, 크게는 우리 사회 전체에 내던지는 통렬한 외침으로 깊은 울림을 전한다.

 

 

 

아이를 낳으면 너무 작은 담요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누구 하나 빠뜨리지 않고 덮어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추워서 바들바들 떠는 아이가 생긴다. / 155p

 

 

"공동체는 우리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서로의 역할을 존중한다는 뜻이지. 가치는 우리가 서로 신뢰한다는 뜻이고. 서로 사랑한다는 뜻" 다비드는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을 하고 난 뒤에 다시 물었다. "그럼 문화는요?" 수네는 좀 더 진지한 표정으로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문화에선 어떤 걸 허용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게 어떤 걸 권장하는가라고 본다." / 291p

 

 

 

 

 

 

   묵직한 두께감에서 알 수 있듯, 소설 <베어타운>은 성폭행, 성과주의, 빈부격차, 진실을 침묵하는 것들에 대항하는 목소리 등을 다양한 가족 형태와 인물군을 통해 다채롭게 그려나간다. 그럼에도 어느 것 하나 장황하거나 이질적이지 않고 작품 속에 잘 응집해낸 작가의 필력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그간의 작품들이 그저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잘 쓰는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데서 그쳤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우리의 수많은 감정과 사회적 통찰, 사유하는 과정들을 침착하게 스토리와 엮어 조직해내는 능력이 꽤 탁월해졌다는 느낌이다. 이것이 그의 다음 작품을 우리가 또 기다리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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