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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_ 모든 불완전한 것들을 향한 애도 | 나의 서재 2018-09-29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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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저
작가정신 | 2018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경계인들의 고뇌 속에서 촉발되는 고독과 혼란을 향한 애도, 그리고 자기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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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들의 고뇌 속에서 촉발되는 고독과 혼란을 향한 애도, 그리고 자기 고백!

 

  <경계인의 사색>이라는 책에서 송두율 교수는 '경계의 이 쪽에도, 저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경계선 위에 서서 상생의 길을 찾아 여전히 헤매고 있는 존재'라 하여 스스로를 경계인으로 규정한다. 사실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경계인에 머무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과 서, 안과 밖, 선과 악, 속박과 자유, 위와 아래 그 모호한 경계의 주변부를 맴돌며 나는 누구이고,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이며, 나는 어디에 속해있고, 어느 쪽을 갈망하는 것인지, 자신의 실존적 가치와 정체성을 저울질하며 끊임없이 헤매고 있는 존재들인 까닭이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양 진영의 한계에 서 있는 망명자야말로 단수의 눈이 아닌, 복수의 눈을 갖는다'고 설파하며 경계인들의 유동적이고 객관적인 삶을 낙관하기도 하지만, 정작 수많은 이 시대의 경계인들은 자신의 삶을 정확히 규정짓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불완전함에 오늘도 흔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민자로서 스스로를 '미국인과 한국인의 중간에 선 경계인'이라 밝힌 바가 있던 소설가 임재희는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당신의 파라다이스>에 이어 자기 응시를 향한 시도들을 계속해간다.

 

 

 

 

 

 

떠나간 자, 돌아온 자, 머무른 자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경계인들의 고뇌 속에서 촉발되는 고독과 혼란 속에 머물러 있는 자들의 이야기이며 애도의 표상이자, 자기 고백으로 탄생된 아홉 편의 단편소설집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미국으로 떠나간 이민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자, 한국에서 여전히 머무르고 있는 자, 이렇게 세 부류로 집중된다. 이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한 채 정서적 뿌리를 찾아 떠도는 인물들로 궤를 같이 한다.

 

 

 

   한국을 떠날 때 왜 떠나느냐고 물었던 사람들처럼 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명쾌한 대답을 내어놓지 못하는 「히어 앤 데어」의 동희, 잇따른 사고로 끝모를 불행을 껴입고 살던 여인이 그것을 벗어던지고 마침내 제 자신을 되찾고자 결심하는 「동국」, LA 다운타운 한복판에 위치한 헌책방에서 발견한 한국적인 것에 위안을 받으며 세상을 떠도는 유목민들을 애도하는 「라스트 북스토어」의 나,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고향 마을에서 부모의 흔적과 자신의 근원에 접속하려는 「천천히 초록」. 무지개가 선명한 하와이 마노아에서의 삶을 갈망했고 또 그것을 이루었지만 검은 웅덩이로 변해가는 연못처럼 침잠해져가는 「로사의 연못」 속 부부, 남편과 이혼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소통의 부재에 빠지고 마는 「분홍에 대하여」의 셀레나, 창피하게 여겨졌던 자신의 이름이 입양되기 전 아버지의 염원이 담긴 소중한 언어라는 깨닫는 「압시드」, 미국인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근원인 한국 즉, 엄마가 살아가는 공간과의 끈을 쉬이 놓칠 수 없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속 폴, 댈러스에 있는 엄마의 집으로 향하는 삼남매의 이야기를 담은 「로드」까지.

 

 

 

불분명한 것들이 오히려 진실 같았다. 캔 맥주나 방금 내린 커피가 손에 들려 있는 날은 더 오래 창밖을 바라보았다.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 모를 밤안개가 자욱한 날들이 이어졌다.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깜박였다. 모든 것이 흐릿한 가운데 그녀의 의식만이 분명했다.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그녀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딱히 공간성도 시간성도 없는 원초적인 그리움 같은 게 뭉실뭉실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 「히어 앤 데어」 34p

 

 

나는 와락 반가움과 함께 판소리 LP판을 사 들고 태평양을 건너왔을 어느 이민자를 떠올렸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지 세상을 떠도는 유목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이민자가 나이거나, 내 동생이거나, 내 엄마이거나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니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 「라스트 북스토어」 79p

 

 

화병의 물은 썩고 꽃은 시들었다. 먹다 남은 샌드위치에 하루살이가 윙윙거렸다. 모든 것에서 악취가 풍겼다. 내 몸에서도 악취가 풀풀 나는 것만 같았다. 어정쩡하게 미국에서 살다 다시 어정쩡하게 한국으로 돌아와 사는 내 삶에서 풍기는 냄새 같았다. / 「천천히 초록」 100p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인물이지만 모두가 마치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나온 인물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모든 경계인들이 공통으로 사유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떠났지만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고, 돌아왔지만 완전히 소속되지 못하며, 머물러 있지만 동질감을 잃어버린 사람들. 「히어 앤 데어」에서 '그 어느 곳도 온전히 편한 곳은 없었다. 모든 게 완벽하게 서로 엇비슷했다.' 는 동희의 고백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도 완전하지 못함을, 그 어느 곳에서도 완전할 수 없음을 막연하게나마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동희에게 '어디에서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어디에서 죽느냐의 문제더라'는 여자의 말이 보다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것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폴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신을 '아들'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 사람과 '형' 노릇을 해준 사람을 떠올렸다. 양말 장수 아저씨와 공항 체크인 데스크 직원 그리고 택시 안에서 들었던 거친 목소리의 주인공까지. 그들이 잘 지내야 엄마가 잘 지낼 것만 같았다. /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218p

 

 

"나를 떠올리면 그림의 한 부분이 지워지거나 뭉개져 있는 느낌이 들어. 시간의 한 부분이 뭉텅뭉텅 잘려나간 느낌이 든다고. 그런 기분 모르지? 머리와 다리만 있는 몸으로 사는 느낌.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살 거냐는 질문도 하지 마. 날 자꾸 몰아내는 것 같아. 어디에서 사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해?" / 「천천히 초록」 101p

 

 

그러니까, 당신의 말은, 네 개의 알파벳은 한 남자의 슬픔이고, 유언이고, 알고 있는 세계의 전부라는 말이군요. 음. 일리가 있어요. 겨우 네 개밖에 모르는 알파벳으로 아들의 장래를 염려하는 아비의 마음을 최선을 다해 표현한 거라고요? 나머지 알파벳을 잘 깨우치며 살 수 있도록 아들을 부탁하는 아비의 마음이 담긴 거라고요? / 「압시드」 191p

 

 

 

 

 

 

   폴에게 말끝마다 "네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 몰라서 그래." 하고 꼬리를 달던 남자의 말이 유독 울컥이게 한다. 네가 이곳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너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그 단호한 한 마디가 던지는 소외에 몸을 웅크리고 등을 돌려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그림자가 어루만져지는 듯해서 어쩐지 슬퍼졌다. ‘넌 여자가 아니라서 잘 몰라’, ‘엄마가 안 되어보면 모르는 거야’, ‘넌 이해할 수 없을 거야, 내가 아니니까’. 누군가에게 숱하게 말했고, 누군가로부터 숱하게 들었던 말들 아니었던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이해하는 것을 중심이라 여기고 경계 밖으로 등떠밀었던 건 과연 누구였던가, 문득 그 불편한 기억들을 되짚어보게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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