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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_ 기막힌 인생살이 속에 녹아든 삶의 가치들 | 나의 서재 2019-02-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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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아름다운 이웃

박완서 저
작가정신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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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흘렀지만 박완서 문학의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짧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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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감각에 대한 탁월한 묘사, 우리네 삶에 녹아든 다양한 인생의 가치들!

세월은 흘렀지만 박완서 문학의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짧은 이야기들!

 

 

   2011년 1월 22일에 고 박완서님이 타계하신 후 어느 덧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970년에 등단한 이래 수많은 장편소설과 소설집으로 가장 일상적인 것에서 삶의 가치를 재현해내고 어루만짐으로써 사랑과 낭만을 잃지 않으셨던 분이시기에 우리는 여전히 그 이름을 기억하고 추억한다. 비록 시간은 흐르고 흘렀으나 문학적 정취라는 것이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이토록 낭만이 귀한 시대가 되고 보니 더 그리워진다. 어쩌면 오늘날이야말로 딸에게 ‘너의 삶의 주인은 너’라고 끊임없이 일깨워주셨다던 박완서님의 어머니 같은 손길과 넉넉한 마음이 더 필요하고 간절해져서가 아닐는지.

 

 

 

이토록 낭만이 귀한 시대에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고 박완서 작가가 등단 이후 회사 사보를 통해 연재하던 48편의 콩트들을 모아 엮은 소설집이다. 1981년에 출판된 뒤 이번에 새로이 개정되어 재출간된 작품집으로,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29인이 모여 박완서 작가의 콩트를 오마주한 작품 <멜랑콜리 해피엔딩>과 함께 나란히 선보이고 있어 주목을 끈다.

 

 

 

   특히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1970년대 우리 이웃들의 삶과 애환을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포착해낸 작가 특유의 문학적 정취가 진득하게 녹아든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1970년대 하면 나의 부모님이 한창 졸업 및 사회로의 진출 혹은 결혼을 생각할 시기로 짐작된다. 1984년생인 나에게도 그리 먼 시기가 아닌 까닭에, 편리한 가전제품과 아늑한 가구들로 꾸며진 아파트에서 자라났지만 부모님이 살았던 시골을 정서적 고향으로 삼으며 이를 오가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뜻밖에도 이미 박완서 작가는 자신의 소설 속에서 1970년대를 ‘낭만이 귀한 시대’라고 말한다. 낭만의 실종을 부르짖는 오늘날을 미리 내어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진즉에 삶의 곳곳에서 헛헛하고 씁쓸한 삶의 애환과 비애의 자국들을 느끼고 있었나보다. 4편에 걸쳐서 쓴「마른 꽃잎의 추억」에서는 한때 자신을 쫓아다니던 총각들과의 추억과 낭만을 찾는답시고 나섰다가 지난한 현실만 들추고만 중년 여인의 공허한 모습을, 아직은 사람이 발붙이고 살 아무런 여건도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장차 어마어마하게 발전할 영동 땅을 미리 내어다보고 평생 알뜰살뜰하게 모아놓은 돈을 들고 사러 나섰다가 번번이 퇴짜를 맞더니 어느 덧 감히 꿈도 꿔보지 못할 만큼 아득하게 높아진 땅값에 뒤돌아서는 문규의 뒷모습에서 쌉싸래한 인생의 쓴맛을 본다.「땅집에서 살아요」에서는 자신이 세상에서 없어진다 해도 좁쌀알이 없어진 빈자리와 별로 다를 게 없을 거라고 푸념하는 한 가장의 애환을, 「열쇠 가장」에서는 맞은편 앞 동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남자가 담배를 피워 문 채 가스불에 찬밥을 볶고 있는 광경을 통해 점점 더 고독해지는 가장의 무게를 엿본다.

 

 

 

나는 공허했다. 고생고생해서 내 집을 장만하고 나니까 살림 재미는 이제부터라는 설렘은 고사하고 몸과 마음이 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공허했다. 남부러울 게 없는 모모한 부인들이 거액 노름판을 벌이는 것도 혹시 이런 공허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미움보다는 이해가 앞서는 스스로의 마음이 소스라치면서도 좀처럼 그 공허감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 「마른 꽃잎의 추억 2」 중에서 50p

 

 

도시로 나와서 성공한 축에 끼는 경수가 이 도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고작 그 정도였다. 그러나 13층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달랐다. 그가 임의로 조종할 수 있을 것처럼 앙증맞고 인공적인 진열장 속이었다. 그는 13층에서 도시를 내려다볼 대마다 13층의 높이를 그의 키처럼 착각했다. 그는 키가 아파트 13층만 한 거인이 되어 도시를 깔볼 수가 있었다. / 「땅집에서 살아요」 중에서 140p

 

 

“그래. 조국 분단의 설움을 가장 혹독하게 맛본 노화백은 말년에 저런 방법으로 화해의 꿈을 꾼 거야. 꿈을 꾸는 것조차 용기에 속했던 그 끔찍한 분단의 벽도 지금 현실적으로 허물어지고 있는 마당에 우리 사이에 그 알량한 학력의 벽, 빈부의 벽을 마냥 고집하기냐? 이 바보야.” / 「어떤 화해」 중에서 243p

 

 

 

 

 

 

   한편 여자란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 있는 상품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어머니의 생각에 길들여지고 있던 한 남자, 그럼에도 남자와 여자와의 아름답고 진실한 만남에는 간판처럼 주렁주렁 겉으로 내걸린 조건 말고 서로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불을 붙이고 끌어당기는 어떤 신비한 힘이 작용하리라는 것을 믿는 구석도 있는 또 다른 남자의「그 때 그 사람」, 「어떤 청혼」을 통해 당대의 결혼관을 엿볼 수 있다. 성적이 우세한 건 오히려 여학생 쪽인데 남학생들은 졸업 전에 취직이 된 마당에 여학생들은 아직 한 명도 취직이 되지 않은 현실에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교수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서 이런 저런 조건 좋은 남자들을 소개시켜 달라며 이른바 ‘취집’을 꿈꾸는 여학생들의 모습에서 기막힌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되는 「키 큰 신랑」역시 인상적이다. 특히나 이 땅의 여성들이 품고 있는 삶의 여러 애환들을 치밀하게 다룬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끊어진 목걸이」등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시사 하는 바가 많아 의미 있게 읽힌다.

 

 

 

‘시집이나 가지’ 하는 마지막 돌파구를 찾는 일에서나마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소곳이 여자다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일제히 한복을 떨쳐입은 속셈은 이렇게 치사하고 착잡했던 것이다.

당초의 속셈이야 어떤 것이었든 간에 스스로가 아름답게 보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남자들의 찬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행복한 일이었다. / 「키 큰 신랑」 중에서 35p

 

 

후남이는 거듭한 고배로 의식은 더욱 명료해져 눈 아래 거대한 도시, 그 갈피 갈피에 여자 길들이기의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가 공룡처럼 징그럽게 도사리고 있음까지를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칼아, 되살아나렴.” 그녀는 주문처럼 이 소리를 외며 거듭거듭 고배를 들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3」 중에서 100p

 

 

혜령은 구두쇠 올케가 처음으로 공개하고 아낌없이 선택권을 준 보석함을 보면서 노처녀 하나 시집보내야겠다는 이 집안의 갈망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보는 것 같았다. 자신을 그 비싼 것들을 얹어주어서라도 하루빨리 치우고 싶을 만큼 값어치가 하락한 물건처럼 의식해야 한다는 건 쓸쓸하고도 고통스러운 노릇이었다. / 「끊어진 목걸이」 중에서 328p 

 

 

 

 

 

 

   ‘70년대에 썼다는 걸 누구나 알아주기 바란 것은, 바늘구멍으로 내다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적어도 이삼십년은 앞을 내다보았다고’고 고백하며 ‘내가 보기에도 신기할 정도로 그 때는 약간은 겁을 먹고 짚어낸 변화의 조짐이 지금 현실화된 것을 느낀다’던 작가의 말처럼 2019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감수성을 호출해낸다. 한창 페미니즘이 대두되어 우리 사회 속 여성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는 요즘, ‘여자란 여자로 길러지는 걸까? 아니면 여자로 태어나는 걸까?’를 고민했던 당시의 흔적들을 우리는 여전히 당면하고 있으며, 담 하나의 소박한 정으로 쌓았던 이웃 간의 담소가 내 위신으로 쌓아올린 아파트 층수의 높이에 막혀 소외되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겪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48편의 짧은 이야기가 위로가 되고 깊은 여운을 주는 것은 여전히 사랑을 꿈꾸고 낭만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결국 우리 모두 누군가의 ‘아름다운 이웃’이 되기를 바라는 희망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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