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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_ 희망과 현실 그 사이에서 떠도는 우주인 | 나의 서재 2019-02-2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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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중력

권기태 저
다산책방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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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실적이면서 가장 우주적인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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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중력에서 벗어나 가능성을 꿈꾸는 이들이 전하는 따뜻한 소설!

가장 현실적이면서 가장 우주적인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스토리!

 

 

 

   최근 몇 년간 우주과학을 소재로 한 책을 자주 접한 듯하다. <씁니다, 우주일지>, <태고의 시간들>, <보헤미안 우주인>,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 등이 그러한데, 어떤 작품은 미래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우려를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들이 엿보이기도 하고 설정 자체는 허무맹랑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유쾌하게 자극하는 작품들도 다수 보인다는 점에서 상상이란 무대는 우주만큼 무한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중 권기태 소설의 <중력>은 조금 독특하다. 앞서 밝힌 기존의 여러 작품들이 천문학에 관한 전문 지식 혹은 우주의 신비, 특별한 미션을 지닌 채 우주로 나아가 그곳에서 적응하거나 사고를 겪는 등의 에피소드에 집중이 되어 있다면 이 작품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되려는 이들의 꿈, 고단한 현실에서 부딪쳐야 하는 좌절과 치열한 경쟁 등을 통해 무중력의 미지가 아닌 ‘중력이 이끄는 오늘, 우리의 삶’을 보듬는 데 더욱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인 선발 과정이라는 흥미로운 여정에서 오는 흡인력과 높은 몰입도는 물론이거니와 삶에 대한 통찰력까지 고루 갖춘 이 작품의 깊은 울림에 진동하지 않을 수 없다.

 

 

 

 

 

 

희망과 현실 그 사이에서 떠도는 우리들

 

 

   <중력>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되고자 하는 어느 평범한 샐러리맨이 그의 경쟁자들과 함께 겪는 도전과 좌절, 경쟁과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구상하고 취재를 시작한 지 십삼 년 만에 나왔고 집필하는 사 년 동안 적어도 서른다섯 번 개고했다’는 작가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 우주인 선발이라는 소재에 맞춰 탄탄한 서사와 현장감 있는 묘사로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갖춘 것은 물론,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저마다 다른 시선에서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포착해내 극의 재미를 더한다.

 

 

 

   소설의 중심인물인 이진우는 국립자연원 산하에 있는 생태보호연구원이다. 어느 날, 그는 과기부와 우주산업연구원에서 주최하는 우주인 선발 공고를 발견하고 지원한다. 연구원답게 그는 평소 ‘우주에서 벌레들을 데리고 이런저런 실험을 해본다면 어떤 게 좋을까, 중력이 없으면 식물은 어떻게 자라날 방향을 알까? 중력이 없어도 그 속의 염색체와 디엔에이가 무사히 나눠질까?’ 등의 의문을 품고 언젠가 우주로 올라가 꼭 실험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소아뇌종양으로 열 살 때 죽은 누이 수영이에게 꼭 들려줘야 할 말이 있었다.

 

 

 

   진우는 그때부터 우주인이 되기 위한 각종 체력, 의학 테스트들을 거친다. 우주인이 되겠다고 모인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이 분야는 알게 될수록 내공이 센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자칫 중력 가속도 테스트에서 실격처리가 되었다가 테스트 속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지적해 기사회생하는 기지를 발휘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만큼 그가 우주인 선발 테스트에 자원한 것이 못마땅한 상사의 부당한 시선도 능력으로 이겨내려 애쓰고, 평가 점수도 잃지 않기 위해 야근과 피로를 친구 삼아가며 직장인과 우주인이 되겠다는 꿈 그 사이에서 어느 하나 게을리 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보인다. 덕분에 우리는 그간 ‘우주인’이라는 이 멋진 이름이 주는 허울뿐인 찬란함 대신 누군가의 간절함,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다시 현실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누군가의 좌절과 고충을 조금씩 엿보게 된다.

 

 

 

달의 빛나지만 메마른 표면 위로 떠오르는 희고 우아한 지구. 아래 절반은 우주의 어둠에 잠겼고 둥근 상반신이 태양광에 고요하게 드러나 있다. 푸른색 흰색이 실타래처럼 신비롭게 엉킨.

그것은 일출도, 월출도 아니고 지구가 솟아나는 지출의 광경. (중략)

그것은 아주 먼 태초에 지구를 구술처럼 빚어낸 신비로운 힘이 멀찍이서 자기 작품을 감상하던 시야가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우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렇게 지구를 한번 보고 싶다고. 그러고 나면 내가 확 달라질 게 분명했다. / 73p

 

 

나는 중력을 탓하며 쓰러지지만 중력은 나에게 관심조차 없으리라. 하지만 지금 중력은 누구에게나 힘을 미친다. 누구나 똑같이 바닥에 닿게 하고, 서든 눕든 제 무게를 되살려준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고, 태양도 지녔지만 티끌도 가졌다. 그래서 중력은 모든 것이 제가끔 움직이고 저마다 살아가게 하는 힘이고 조건이고 운명이다. / 152p

 

 

지구가 사과라면 하늘은 사과껍질 정도라고. 지구 지름에 비한다면 대기의 두께라고 해봐야 백 분의 일도 안 되니까. 그토록 얇은 껍질 속에서 유성이 타오르며 떨어진다. 봄비가 내려오고 적란운이 솟구치고 여름 장마가 진다. 회오리가 몰아치고 우박이 떨어지고 폭설이 쏟아진다.

그리고 내가 평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투명한 껍질을 올려다보면서 깊고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 끝없이 아득한 우주가 있어서다. 겨우 티끌만 한 크기로 매일 숨가쁘게 살아가더라도 언제든 고개만 들어보면 무한을 볼 수 있다니. / 199p

 

 

 

 

 

 

   우여곡절 끝에 진우는 최종 4인에 선발된다. 1조에 진우와 김태우, 2조에 정우성과 김유진 이렇게 4명이다. 진우의 회사는 이미 구조조정이 시작되어 대기반 발령이라는 좌천 통보가 떨어진 상태였고, 최종 1인이 되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내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되겠다는 꿈 혹은 열망은 네 사람 모두에게 다 있을 수밖에 없었고, 사소한 소문이나 의심으로 인해 네 사람의 관계가 때로는 사이좋은 공생 관계였다가 일순간 나빠지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을 겪어나간다.

 

 

 

   특히 우리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과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은 기억하지만 두 번째 우주인 혹은 그 이후의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오랜 백업 생활과 2인자라는 명명 하에 잊혀져간 사람들의 그늘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은 그 어느 작품에서도 보지 못한 부분이어서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무엇보다 러시아 내부의 불공평한 교육 시스템과 접근 제한, 파벌싸움에 눈치를 봐야하는 장면들은 우주라는 꿈의 공간마저도 모든 게 기득권자들의 셈법에 의해 돌아가는 잔인한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는 점에서 허탈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똑같이 발사 날 아침에 일어나 마주 보며 식사하고 나란히 우주복으로 갈아입고 버스에 앞뒤로 올라타 비스듬히 누운 채로 발사장으로 가는 얼굴. 가가린은 결언하다 못해 관조적인 위엄마저 띄는데 뒤에는 존재감마저 없는 한 사내가 허탈한 체념으로 눈을 감았어요. 한 걸음 앞에서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을 기회를 영영 놓쳐 버린 사내가. 모든 세상을 잃어버린 듯이…… 그 사람이 바로 이등이었던 티토프였지요. / 231p

 

 

이반 이바노비치는 선내의 자질구레한 쓰레기를 꽉 채워서 꼭 사람처럼 보이는 낡은 우주복과 헬멧을 말한다. 배출구 조리개를 열고 우주의 칠흑으로 내가 버리는. 그런데 너무나 자질이 안 되는 우주인 후보를 가리키기도 했다. 카페에서 멀리서라도 그런 속삭임이 우연히 드려오면 혹시 나한테 비아냥거리는 것인지 우주인들은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놀러나 구경 간다면 이럴 필요도 없으리라. 우리가 가만있기를 바라는 이 사람들과, 배워서 우주인다워지겠다는 우리의 기대는 애초부터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 379p

 

 

 

   이렇듯 <중력>은 전문 지식과 기막힌 상상력이 동반된 여타의 우주과학소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는 점에서 퍽 인상적이다. 과연 누가 최종 선발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될까, 하는 단순한 기대감에서 출발하였다가 이 치열하고 지독한 경쟁의 순간에 있어서 인간답게 사는 일이란 무엇인지 무엇이 우리의 삶을 더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를 생각하며 갈무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그런 힘이 나타나요. 끌어안거나 품어주는 힘이요. 중력 같은 힘 말이에요. 늘 그런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차츰 차츰 강해졌어요. 우리는 그런 힘이 너무 없는 곳에서 살고 있잖아요. …… 밀치는 힘, 내쫓는 힘, 책임지지 않는 힘…… 그런 게 많잖아요. 하지만 그는 다른 힘을 보여줄 때가 있었어요. 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 밤은 그렇게 지나갔어요. / 424p

 

 

내가 가가린센터에서 떠나기 전에 그녀가 평범에 대해서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우리는 무중력에서 오래 살 수가 없어요. 지상으로 돌아와야 해요. 우리는 잠시 비범한 듯이 주목받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때가 되면 평범으로 돌아와야 해요.’ 나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마음에 들어 했고, 그녀의 안착을 보고 나서는 내 것이 된 것 같았다. / 437p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주란 온갖 첨단 장비로 둘러싸인 우주선을 타고 날아올랐을 때에야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어떤 그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현실 그 사이에서 떠도는 우리야말로 이미 우주 같은 존재들이 아닌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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