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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The Power)_ 일어나라, 그대들은 강하다 | 나의 서재 2020-03-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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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파워

나오미 앨더만 저/정지현 역
민음사 | 2020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이것은 젠더의 대립이 아닌 힘과 권력의 파워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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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충격적이고도 대담한 판타지!

이것은 젠더의 대립이 아닌 힘과 권력의 파워게임이다!

 

 

   “Aje ni girl yen, sha! 그 여자애는 마녀야! 마녀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죽인다고!”

   누군가가 소리친다. 싫다고 거부하는 소녀에게 “너처럼 예쁜 여자는 칭찬을 들어야 마땅해.” 하고 지분거리던 남자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녀를 주먹으로 치고 손바닥으로 후려갈기고 발로 걷어차는 것으로 훈육을 하던 남자가 쿵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진다. 하얀 빛이 번쩍거리는 순간, 그들의 온몸이 요동치며 경련을 한다. 나오미 앨더만의 소설 『파워』는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몸에서 전류를 내보낼 수 있는 능력이 전 세계 소녀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이 현상은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전파되고, 성인 남성을 제압할 수 있는 소녀들의 놀라운 위력은 곧 성인 여성들에게 내재되어 있던 ‘파워’까지 일깨워줌으로써 일시에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이 전복된다. 마침내 ‘그녀들’의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여성에게 힘과 권력이 주어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뒤바뀔 것인가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이라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에서 남성의 이데올로기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진짜’와 ‘가짜’ 페미니즘을 구분하는 이분법을 넘어서 여성들의 연대를 모색했던 윤이형의 『붕대 감기』에 이르기까지. 페미니즘 소설은 최근 몇 년 사이 사회 곳곳에 위치해있는 여성의 현실과 방향성을 제시하며 여러 가능성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다. 여기에 나오미 앨더만은 세상의 판을 뒤집어버리는 놀랍도록 대담하고 충격에 가까운 판타지를 선보인다. 그녀는 아예 여성들의 손에 힘과 권력으로 상징되는 ‘파워’를 쥐어준다. 기존의 가부장적 질서와 대립되는 ‘가모장제’ 사회를 배경으로 새로운 세계 질서와 성 역할을 부여하여, 과감히 여성 중심의 세계관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오랫동안 계속 멀리에서 들려왔던 것 같다. 몽고메리테일러 부부의 집에 오기 전부터. 이 가정에서 저 가정으로,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옮겨 다닌 후로 언제 조심해야 하는지 위험을 경고해 주는, 저 멀리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 목소리가 말했었다. 너는 강하다, 너는 이겨 낼 것이다. / 49p

 

 

 

 

 

 

   소설 속에는 여러 여성들이 등장한다. 가족이 없는 16살의 소녀 앨리는 자신의 보호자이면서 늘상 폭력을 일삼는 몽고메리테일러와 그의 부인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마침내 운명의 날 밤, 파워를 이용해 몽고메리테일러를 살해한 뒤 도망친다. 앨리는 하나님 어머니의 목소리의 계시에 따라 한 수녀원에 다다르고, 그곳에서 여성들의 세상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하나님 어머니의 뜻을 설파하며 ‘어머니 이브’라는 상징적인 인물로 거듭난다. 한편,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파워를 지닌 록시는 자신의 눈앞에서 엄마를 죽인 자들을 과감히 복수하는 것은 물론, 앨리가 있는 수녀원의 공격하려는 무장한 경찰들로부터 이를 지켜낸다. 그녀는 앨리가 하나님 어머니의 계시를 실현시키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사 중의 전사다.

 

 

 

정말로 강력한 힘이다.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딸아, 너에게는 항상 통제력이 있었다. 그러니 힘을 능숙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앨리가 속으로 말한다. 엄마, 어디로 가야 하지요?

목소리가 답한다. 이곳에서 벗어나 내가 보여 주는 곳으로 가거라.

목소리에는 항상 성경 같은 면이 있었다. / 58p

 

 

세상이 새로워질 필요가 없었다면 왜 하필 지금 파워가 나타났을까?

앨리는 생각한다.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고 하나님이 세상에 전하고 계시는 거야. 과거의 방식을 뒤집어져야 한다고. 예전 시대는 끝났다고. 예수님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바라시는 바가 바뀌었고 복음의 시대 또한 끝났으며 새로운 교리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 66p

 

 

 

 

 

 

   미국 소도시 시장에 불과했던 마고는 자신의 딸 조슬린(조스)으로부터 파워의 감각을 일깨운 뒤, 소녀들을 잘 훈련된 여성 군인으로 양성하기 위한 노스스타 캠프를 세우고 대주주가 된다. 그녀는 이제 대통령도 두렵지 않은 절대 권력자로 발돋움할 일만 남았을 뿐이다. 반면, 마고의 딸 조슬린은 여전히 자신의 파워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점점 권력의 꼭대기에 올라가려는 어머니로부터 벗어나 자유의지대로 살고 싶다. 늘 그런 부류는 있는 법이다. 자신이 가진 힘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쩔쩔매는 그런 부류 말이다. 이와 달리 타티아나 모스칼레프는 부와 인맥, 전체 군대의 절반, 다수의 무기를 몰도바 국경지대 언덕에 위치한 성으로 가져가 여성들의 새로운 왕국 베사파라를 세운다. 그녀는 오래된 숲과 커다란 만 사이의 흑해 연안 지대를 통일하고 사실상 러시아를 포함한 네 개의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다. 해마다 수십 만 명의 여성이 인신매매로 팔려가던 땅은 이제 여성들의 땅으로 변모한다.

 

 

 

하지만 조스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이유를 아는 사람도 없고 감히 어떤 제안을 할 만큼 연구를 한 사람도 없다. 조스의 파워는 매우 변덕스럽다. 힘이 넘쳐서 그저 조명을 켜기만 해도 집 안의 두꺼비집이 멋대로 작동하는 날도 있고, 거리에서 다른 여자아이가 싸움을 걸어 와도 방어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한 날도 있다.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거나 방어하지 않는 여자들은 ‘담요’ 또는 ‘방전된 배터리’라고 불린다. / 90p

이브가 말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믿는다면 하나님은 너희와 계실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하늘과 땅을 뒤집으셨다. 그동안은 예수가 교회를 지배하는 것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배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내가 너희에게 말하나니 여자가 남자를 지배한다. 마리아가 갓난아기인 아들을 사랑과 친절로 인도했듯이. 그동안은 그의 죽음이 죄를 씻어 주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내가 너희에게 말하나니 누구의 죄도 씻기지 않았고, 따라서 세상을 정의롭게 하는 위대한 일에 동참하였을 따름이다. 그동안 너무도 많은 부당한 일들이 행해졌다. 우리를 모아 바로잡고자 하심이 하나님의 뜻이다.” / 112p

 

 

 

   한편, 툰데는 파워를 쓴 소녀가 한 남성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우연히 촬영해 온라인에 올린다. 이후 그는 파워의 힘이 미치는 곳곳을 추적하는 관찰자이자 전달자로, 소설 속의 유일한 남성 화자로 등장한다. 그는 파워가 누군가에게는 권력의 상징이 되고, 누군가에는 폭력의 힘이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목격하면서 이 능력이 세계를 장악해서 이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으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는 동안에 부당한 남성 권력과 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파워가 점차 여성이 남성을 위협하고 가해하는 수단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이제 그는 이 사회 속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위치에 처해지기까지 한다.

 

 

 

“너는 약하고 우리는 강하다. 너는 선물이고 우리는 주인이다. 너는 피해자이고 우리는 승자다. 너는 노예고 우리는 주인이다. 너는 희생자이고 우리는 수혜자다. 너는 아들이고 우리는 어머니다. 인정하느냐?”

동그라미 안의 모든 남자들이 열성적으로 바라보았다.

“예. 예. 예. 제발, 지금. 예.” 남자들이 속삭인다.

툰데도 중얼거렸다. “예.” / 339p

 

 

 

 

 

  때문에 “만약 여성에게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이라는 이 흥미로운 가설이 여성의 입장에서도 썩 유쾌하지 않다. 힘이 있는 자로부터 힘이 없는 자에게로 힘과 권력이 이동했을 뿐,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지옥과 광기가 그곳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까닭이다. 어머니 이브를 자처하던 앨리가 타티아나를 죽이고 스스로 권력 의지를 실현한 것처럼, 가장 강력한 파워를 지닌 록시조차 자신의 가족에게 배신을 당하고 타래를 빼앗겼던 것처럼, 우리는 휘두를 것인가, 휘둘릴 것인가. 그 선택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들이라는 사실만이 더 뚜렷해질 뿐이다. 이렇듯 나오미 앨더만의 『파워』가 젠더의 대립으로 시작해서 파워게임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보며, 중요한 것은 남성이냐 여성이냐가 아니라 평등하지 않은 힘의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젠더는 셸 게임입니다. 남자가 무엇입니까? 여자가 아닌 모든 것이 남자죠. 여자는 무엇입니까? 남자가 아닌 모든 것이죠. 두드려 보면 그 안이 텅 비었음을 알 수 있어요. 껍데기 아래를 보세요. 아무것도 없습니다.’던 닉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소설 『파워』는 비록 허구에 불과하지만 어쩐지 대변혁의 순간을 맞이할 먼 미래의 어느 순간에 미리 다녀온 듯한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그만큼 강렬하면서도 서글픈 공포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덕분에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나오미 앨더만을 알지 못했으나, 읽고 난 후에는 이 작가를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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