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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건축가다_ 가장 지적이고 섬세하면서 우아한 건축 이야기 | 나의 서재 2020-03-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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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새는 건축가다

차이진 원 저/박소정 역
현대지성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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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새들의 작은 지저귐조차 달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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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새들의 작은 지저귐조차 달리 들린다!

생태 화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손길로 완성해낸 놀랍고도 아름다운 새 이야기!

 

 

   지난 해, 우리 집에 작은 새 가족이 둥우리(둥지)를 튼 적이 있다. 빨래를 널어두는 베란다 쪽 슬레이트 지붕 안쪽에서 유독 새 소리가 크게 들린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 집을 지어놓은 것이었다. 참 신기하다. 아무리 도심이라 할지라도 인근에 숲이나 나무가 없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여기까지 와서 둥우리를 튼 것일까. 더욱이 SBS 방송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시청하다보면 나뭇가지가 아니라 철사 토막, 비닐, 섬유 조각 같은 것들을 물어다가 둥우리를 튼 새도 종종 발견할 때가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야 이 모든 것이 놀라울 따름이지만 과연 새들의 안전에 문제가 없을지 걱정스럽다.

 

 

 

   이처럼 새와 인간은 먼 듯 가까운 듯 같은 환경을 공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새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심지어 지난 주에 아이와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딱따구리로 추정되는 새를 발견했는데, 그들이 왜 열심히 나무를 쪼아대는 것인지 그조차도 설명해줄 지식이 부족해서 미안해질 정도였다. 진즉에 『새는 건축가다』를 읽었더라면 딱따구리를 보며 신기하다고 소란을 피우느라 방해하지 않았을 테고, 그 놀라운 움직임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새 둥우리는 대자연의 일기장이다

 

 

   전 세계에는 9천여 종의 조류가 있다. 이들은 알 하나하나에 생명의 에너지를 담아 대를 잇는다. 또한 조류는 새 둥우리로 그들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기록하는 동시에, 인류가 환경을 변화시켜온 과정을 기록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새 둥우리 표본 속 둥우리 재료의 이산화탄소 함량을 비교해 지구온난화의 변천사를 탐구하고, 다른 시기의 같은 둥우리 재료를 비교해 대기오염 상황을 검사하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새 둥우리를 가리켜 ’대자연의 일기장’이라 표현한 『새는 건축가다』의 저자 차이진원의 말이 과언은 아닌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자연의 건축가라 불리는 조류들이 어떻게 집을 짓고 생활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노라면 놀랍다 못해 경이롭다. 특히 지적이면서도 우아한 새들의 지혜, 생명과 자연의 신비로움은 조류 덕후 연구가이자 생태 화가인 차이진원의 섬세한 손끝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 보는 이를 감동케 한다. 바느질에 능한 재봉새에서 깃털 달린 피카소 바우어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과 생태 습관에 관한 알찬 정보들은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조류는 봄에 노래를 부르며 구혼 소식을 전한 뒤 짝을 찾고 짝짓기를 하며, 둥우리를 짓고 새끼를 기른다.

번식철을 맞이한 대다수 새들에게 둥우리는 의지할 수 있는 거처로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알을 한데 모아주는 역할 이외에도 새 둥우리는 알을 따뜻하게 만들어서 부화시킬 수 있게 해주며,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가 포식자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 9p

 

 

조류는 대개 봄에 짝을 찾고 둥우리를 짓는다. 번식 기간은 새의 종류, 해발, 지리적 분포 등에 다라 달라진다. 타이완에서는 고지대에 사는 조류의 경우 이른 봄추위가 살을 에는 듯한 2월에 사랑 노래를 부르고, 저지대에 사는 조류는 그보다 1~2개월가량 늦다. 보통 고지대 조류는 3~5월, 저지대 조류는 4~6월이 번식 절정기다. 이 짧은 4개월 동안이 조류가 둥우리를 짓고 번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적기이자, 조류가 둥우리를 트는 모습을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시기다. / 154p

 

 

 

 

 

  1장 ‘집짓기 선조와 무주택자’에서는 조류의 둥우리 건축 본능이 그들의 조상인 공룡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짚어보면서 타조와 일부 펭귄, 흰제비갈매기 등 둥우리를 짓지 않거나, 탁란 조류로서 다른 새 둥우리에 알을 낳아 기르게 하는 조류들을 소개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새들이 저마다의 둥우리가 있고 열심히 알을 부화시키며 새끼를 기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어떤 새들은 게으름을 피우며 남의 둥우리에 알을 낳고, 고된 양육 업무는 다른 새에게 떠넘긴 채 본인은 한량처럼 여유롭게 지내도 한다. 참 얄밉지 않은가.

 

 

 

조류의 둥우리 건축 본능은 그들의 조상인 공룡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공룡의 번식 계통은 파충류와 조류의 딱 중간에 속하기 때문이다. 공룡은 한 번에 알을 두 개 낳고(파충류는 한 번에 모든 알을 낳고, 조류는 한 번에 하나씩 알을 낳는다) 얕은 구덩이에 알을 수직으로 세워 배열했는데, 이 구덩이가 바로 둥우리의 원시 형태다. 소수의 악어와 구렁이를 제외하고 일반 파충류에게서는 자식을 돌보는 행동을 찾아볼 수 없다. 과학자들은 공룡에게는 이런 행동이 나타났을 거라고 추측했는데, 이 돌봄이 바로 조류 번식의 큰 특징 중 하나다. / 19p

 

 

  오랫동안 우승열패와 적자생존의 잔혹한 생존법칙을 거치면서 오늘날의 조류는 각양각색의 둥우리 건축 방식을 보여주게 되었다. 모든 새는 저마다의 환경 적응 방식에 따라 둥우리를 배치한다. 나무에서 활동하는 새는 나무숲에 둥우리를 짓고, 지상에서 활동하는 새는 대개 풀숲이나 바위 틈새에 둥우리를 숨겨둔다. 바다에서 생활하는 조류가 높은 산에 올라가 둥우리를 짓는 일은 없다. 어떤 새는 물결 따라 움직이는 수초처럼 보이게끔 수면 위에 둥우리를 짓고, 어떤 새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덕없도록 튼튼한 나무 구멍 속에 둥우리를 짓는다. 어떤 새들은 인류의 건축물에 몸담으며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동남아 연해 지역에서 서식하는 금사연(금빛제비)은 번식철이면 침을 다량 분비해 둥우리를 짓는다고 한다. 금사연의 침은 아교처럼 끈끈한데,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공기와 접촉하면 단단하게 달라붙는다. 이것이 바로 자양제로 여겨지는 제비집, 즉 ‘연와’이며,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새 둥우리다. 특히 자바금사연과 흰배금사연의 둥우리는 순백색인데다 침 함량이 높고 불순물이 비교적 적어 이를 주재료로 값비싼 요리인 ‘관연’을 만드는 데 쓰인다. 폐를 윤택하게 하고 정력을 왕성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2장 ‘특이한 스타일의 건축가’와 3장 ‘재미있는 둥우리’에서는 조류의 특별한 행동과 더불어 다양하고 훌륭한 둥우리 건축 방식을 소개한다.

 

 

 

둥우리 아래에 매달려 쉼 없이 날갯짓을 하는 수컷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마치 암컷에게 “들어와 봐. 들어와서 한번 보라니까!”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암컷은 종종 그 둥우리의 생사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쥔다. ‘그녀’가 싫어하면 수컷은 둥우리를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 반면 둥우리가 암컷 마음에 들면, 암컷은 풀잎을 물어와 둥우리 안에 깔고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 이어서 둘은 둥우리 재료를 보충하고 구조를 강화하는 등 함께 마지막 단계를 완성한다. / 38p

 

 

구명 둥우리에 이토록 많은 장점이 있는데 왜 다른 조류는 구멍 둥우리를 짓지 않을까? 새가 동굴을 사용하려면 생리나 행동 측면에서 특별한 적응 방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동소조는 수직면에 위치한 구멍을 붙잡기 수월하도록 강하고 튼튼한 발톱이 있어야 한다. 나무줄기 위를 잘 걷는 딱따구리나 동고비가 대표적인 예다. 몸 크기에도 제한이 있다. 코뿔새, 수리부엉이, 올빼미처럼 대형 동소조도 있지만, 동소조 중 대다수는 체형이 크지 않다. 몸집이 작아야 구멍에 들어가기가 좋기 때문이다. 행동 측면에서 보면, 개방형 둥우리를 짓는 조류는 천성적으로 구멍 뚫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 틈조차도 싫어한다. / 63p

 

 

이 아파트 단지는 모든 입주민이 공동으로 관리한다. 집이 20~100개에 달해 약 400마리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내부 구조는 벌집처럼 생겼는데, 나무 아래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집으로 통하는 수많은 입구를 볼 수 있다. 공동 거주하면서 공동 번식을 하는 이 떼베짜는새들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정도는 새들 중에서도 유별난 편에 속한다. 손위 형제자매가 동생들 양육을 도와주고, 심지어 이웃의 아이까지도 돌봐준다! 아이가 다 j도 쫓아내지 않고, 기껏해야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시키는 정도에 그친다. / 90p

 

 

 

 

 

 

   둥우리하면 흔히 새를 떠올리기 쉽지만 버들붕어나 말벌, 타이베이청개구리, 유럽비버 등도 둥우리를 짓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4장 ‘새 둥우리 발견하기’에서는 둥우리 재료와 위치 혹은 새의 습성을 통해 둥우리를 찾는 법과 측량하는 법을 일러준다. 여기서는 둥우리를 찾고 관찰하기에 앞서, 새가 둥우리를 짓고 있을 때는 극도로 민감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칫 우리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인해 둥우리를 내팽개친 뒤 새가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는 민폐를 끼치지 않을 것을 주의주기도 한다.

 

 

 

 

 

 

   이렇듯 『새는 건축가다』는 다양한 새의 생태와 더불어 둥우리에 담긴 자연과학의 역사를 익힐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책이다. 무엇보다 엄마가 읽는 것을 보고 아이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함께 읽었기에, 가족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듯하다. 이제 새소리가 더 자주 들릴 듯한 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기 좋고 한적한 산과 개울만 자주 찾게 되는 요즘, 이 책이 여러 모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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