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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시민들_ 태양 아래 아바나는 모든 것이 뜨겁고 눈부시다 | 나의 서재 2017-07-2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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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바나의 시민들

백민석 저
작가정신 | 2017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가이드북에도 없는 낯선 아바나의 골목골목이 지닌 일상에 매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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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빛의 뜨거운 정열과 낭만을 지닌 쿠바 여행 에세이

가이드북에도 없는 낯선 아바나의 골목골목이 지닌 일상에 매료되다!

 

 

   체 게바라의 나라, <CSI 마이애미>에서 등장하는 쿠바계 사람들이 미국과 벌이는 갈등만이 고작 내가 알고 있는 ‘쿠바’의 전부다. 미국과 남아메리카 대륙 사이에 위치하여 ‘아메리카 대륙의 열쇠’이자 대서양과 카리브 해를 접하고 있어 ‘카리브 해의 진주’라고도 불리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이고 우리나라와는 국교가 단절된 만큼 여행지로써는 낯선 느낌이 지배적이다. 쿠바로의 여행을 계획하면서 누군가에게, “저, 쿠바에 다녀올게요.” 라고 말한다면 열에 열은 “왜 거기를? 위험하지 않겠어?” 하고 반문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죽은 올빼미 농장』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백민석은 이 낯선 도시 속으로 그저 가만히 스며들었다. 그는 쿠바로의 여행을 기획한 뚜렷한 목적성도, 특별한 용기도 언급하지 않는다. 치장이라고는 없는 민낯 같은 도시의 골목을 누비며 헐벗은 건물의 외벽 사이에서 너무나 일상 같은 아바나 시민들의 모습을 포착해낼 뿐이다. 그의 시선으로 본 아바나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자리에서 애써 치장하지 않고, 그들 내부에서 안정된 평화를 추구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허락받지 않은 촬영에도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사람들이 지닌 여유에 저절로 감화될 수밖에 없는, 『아바나의 시민들』은 내게 그런 여행에세이였다.

 

 

 

투쟁의 역사를 빛내는 태양 아래의 아바나

 

 

  『아바나의 시민들』은 거두절미하고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며, ‘당신’이라는 2인칭 화법을 통해 독자들을 함께 아바나의 내부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아바나는 당신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투성이다. 한국과 쿠바는 가까운 문화권이 아니다.’고 언급한 것처럼 독자 스스로가 화자의 눈과 마음이 되어 쿠바의 낯선 풍경에 때로는 어리둥절해하고 때로는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작가 특유의 자부심이나 지적인 허세 따위로 쿠바의 낯선 문화를 억지로 설명하지 않는다. 여행을 다녀와 2차적인 정보를 끼워 넣으려는 태도 역시 최대한 배제한다. 아바나를 통해 자기 성찰에서 비롯된 생산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지, 그는 소비하는 작가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바나라는 도시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쿠바 독립운동의 영웅 호세 마르티의 동상을, 동상의 발치에 있는 반제국주의 광장을, 그 동상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의 끝 지점에 이르면 볼 수 있는 ‘깃발의 벽’을 통해 쿠바의 이데올로기를 살펴봐야만 한다. 가느다란 쇠기둥이 무성의하게 135개나 꽂혀있는 이 이물스러운 형상 사이로 쿠바 깃발 하나가 의연하게 걸려 있는 것이란, 대체 무엇인가. 놀랍게도 쇠기둥은 뒤편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 건물을 ‘가리는’ 의도로 제작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스페인에 이어 쿠바를 지배했던 제국주의 미국과의 현 관계가 서슬 퍼렇게 빛나는 쇠기둥의 모습으로 대변되는 듯하다. 흥미로운 점은 아바나인들은 이들 건물이 주는 상징성을 엄중하게 다룬다거나 애써 포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동네 어디에선가 볼 수 있는 공원 중 하나처럼 시민들과 함께 한다.

 

 

 

사진 속 배경의 신전에 들어가면 쿠바가 스페인 식민지가 된 무렵을 묘사한 벽화가 뒤덮고 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흰 피부에 중세 귀족 복장을 한 인물들, 미사를 접전하는 신부들, 그리고 벌거벗거나 백인 옷을 입은 인디오 원주민들을 봤던 것 같다. 아직 흑인이나 물라토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제야 당신은 신전의 바닥에 둔중하게 가라앉아 있던 서늘한 기운을 깨닫는다. 당신은 아바나에서 살아 있는 인디오는 본 적이 없다. 인디오는 국립미술관의 역사화 속에 있었다. 그 그림에서 인디오는 흰 피부의 귀족과 기사들이 둘러싸고 구경하는 가운데, 나무 기둥에 묶여 화형을 당하고 있었다. / 114p

 

 

 

너무나 자연스럽고 숨길 것이 없는 아바나의 정경들

 

 

   미국의 쿠바 고립 정책은 쿠바인들을 만성 물자 부족에 시달리게 해 생계 해결의 어려움을 겪게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장 하나 보기 힘든 환경 덕분에 이 도시에서는 작열하는 태양의 선연한 빛깔과 맑은 하늘을 늘 가까이 마주할 수 있다. 낚시하는 이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말레콘은 유독 인상적이다. 에메랄드그린이다가 쥐색이다가 흐린 회색이기도 하고, 깊은 코발트색이다가도 반짝이는 남색이기도 하고, 무서운 칠흑이 되기도 하는 이곳은 아바나 사람들의 삶 그 자체다. 작가는 매일 지정된 스케줄이라도 되는 양 말레콘을 떠돌며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 당신 자신을 본다. 당신의 실존에 끊임없이 그어지는, 그러면서도 금세 스러지곤 하는 주름을 본다.

 

 

 

 

 

 

   작가는 가이드북을 펼쳐보고 이에 따라 여행을 계획하지 않는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오늘은 어제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러나 가이드북이나 지도에도 상세히 나와 있지 않은 골목 안을 이끌리듯 들여다본다. 회칠이 떨어져 나가 적갈색 벽돌이 드러난 벽과 비바람에 형태가 온전하지 못한 기둥들, 사람이 살고 있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음산한 건물들이 있는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아바나 시민들은 이런 건물들을 굳이 허물지 않는다. 그저 보수하고 다듬기만 할 뿐이다. 너무나 쉽게 낡은 것들을 허물어버리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속도를 생각한다면, 본질을 지키며 자연스러운 변화에 몸을 맡기는 그들의 삶이 오히려 놀랍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아바나의 시민들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그들은 인간의 것 같지 않은 색조와 흠 한 없는 매끈한 질감이 어떤 완벽함의 이상을 예시하는 것 같다. 뜨거운 태양 사이로 드러나는 아바나 시민들의 육체적 아름다움은 그냥 그 자체로 작품처럼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아바나의 어느 집 마당 풍경은 어떤 관광 명소보다 당신 기억에 뚜렷하다. 배불뚝이 중년과 어린 아이는 어떤 관계이고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을까. 여행객의 기억에 오래도록 생명의 불씨를 살려주는 것은 바로 이런 현지인의 삶의 현장이다. / 236p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생산해볼 것. 거실에서 연인과 살사 스텝을 맞춰본다든가, 프라도 거리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맥주병 주위를 돈다든가, 망치를 뚝딱거려 당신의 그림을 넣은 액자를 만들어본다든가. 그래서 당신도 하찮지만 자기만의 사진을 생산해보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는 생산의 행위이고 실천이다. 권태는 그때야 비로소 물러날 것이다. 생산의 행위 자체가 행복이다. 아바나 시민들은 생산의 실천에 익숙하다. 아바나의 시민들이 어딘지 모르게 당신보다 행복해 보인다면, 이 때문일 수 있다. / 308p

 

 

 

 

 

 

  『아바나의 시민들』이 특별한 것은 아바나 소시민들의 삶 내부에 잠복해있는 빛나는 열정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작가가 선보인 다수의 작품에 미루어볼 때, 권력과 사회적 공포에 압도된 인간의 불안한 자아가 전면에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는 어쩌면 아바나의 시민들을 통해 순정어린 인간 본연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중남미 패키지여행을 온 한국 사람들을 만나 아바나에서의 여행이 즐거웠냐고 물었을 때, ‘뭐 볼만한 자연경관이 없잖아’ 하는 안타까운 대답이 돌아온 일이 있다. 물론 아바나에 마추픽추, 이구아수 폭포, 팜파스 소 떼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아바나의 진정한 볼거리는 자연경관이나 유적보다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아바나의 현재를 구성하는, 과거를 짊어지고 미래를 향해가는 시민들인데’ 하고 되뇌게 되는 것은 자신들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가볍게 헤아릴 수 없는 쿠바인들의 열정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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