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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포스터_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다 | 나의 서재 2023-03-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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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임포스터

리사 손 저
21세기북스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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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알지 못했던 세상의 임포스터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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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알지 못했던 세상의 임포스터들에게!

이거 다 내 이야기인데, 하고 인정하는 순간 나의 가면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가 하는 <어몽 어스>라는 게임에 임포스터라는 가상의 외계인이 등장한다. 일종의 마피아 게임으로, 크루원들 사이에서 임포스터로 지목된 이들은 크루원들을 배신하고 미션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임포스터를 사전으로 검색하면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사기꾼 또는 사칭자'를 뜻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게임 속 역할처럼 가면을 쓰고 자신의 행동을 감추는 이들을 지칭한다. 임포스터의 저자이자 여러 강의 매체를 통해 익히 잘 알려진 리사 손 심리학 교수는 일종의 가면증후군으로 알려진 이 임포스터이즘에 대해, 자신은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뛰어나지 않으며 따라서 자신이 주변을 속이고 산다고 믿는 불안심리를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한국 아이들이 임포스터이즘의 고통을 더 자주 경험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공부와 학습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여기고 있지만 실상 행복 지수는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청소년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나 성적이 좋은 학생이 겉으로는 행복해 보일지 모르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용기가 부족한 데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지 못한 한국 청소년들은 지금 자신도 모르게 임포스터가 되어가고 있다. 이에 책 임포스터에서는 부모와 아이 모두 임포스터라는 가면을 벗고 자기 내면의 거울을 통해 인지하고, 사유하며, 학습하는 법을 일러주고자 한다. 무엇보다 임포스터는 왜 가면을 쓰는지, 그 가면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해봄으로써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열쇠를 찾아보려 한다.

 

 

 

나는 어떤 임포스터로 살고 있는가?

 

 

임포스터 체크 리스트

1. 사람들 앞에서 실제보다 훨씬 유능한 척한다.

2. 남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이 두렵고 평가받는 일은 피하고 싶다.

3. 스스로 뭔가를 성취해도 이보다 더 잘했어야 한다고 여긴다.

4. 지금의 성공은 내가 운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5. 내가 최선을 다한 일보다 다하지 못한 일을 더 많이 기억하는 편이다. / 표지 중에서

 

 

 

  임포스터에게 드러나는 대표적인 현상 중 첫 번째는 타인의 평가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임퍼스터는 자신의 실제 능력이 밖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더 부족하다고 느껴 끊임없이 자신을 남들과 비교한다. 또한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들킬까 봐 타인의 평가를 피하고자 한다. “사실 나는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처럼 그렇게 유능하지 않아” “남들이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맞아,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할 뿐, 누군가를 가르칠 만큼 뛰어나진 않아. 아마도 다들 진짜 내 실력을 알고 나면 실망할 게 분명해.” 언젠가 글쓰기 지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땄지만, 여전히 내 실력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에 잠기곤 했던 나도 알고 보면 임포스터였다.

 

 

 

  두 번째 현상은 자기 능력을 평가절하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만큼 성공한 건 다 운이 좋아서지 실력이 아니라고 과소평가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경향을 가리킨다. 세 번째는 완벽주의가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완벽주의자들은 과제 수행의 결과를 기반으로 자기가치를 결정하는 반면, 임포스터의 완벽주의는 타인의 평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한다. 타인의 평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포스터는 불완전한 자신의 모습이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실수는 물론 평균 수준의 수행에 대해서도 부끄러워한다. 불완전한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야말로 자신의 실체가 들통나는 순간이라고 믿는 데서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일부 사람들이 네가 완벽주의자라서 그래”, 라고 할 때마다 타인에게 보여 지는 모습에서 완벽해지기를 바랄 뿐, 정작 과제 수행 그 자체에 초점을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게 된다.

 

 

 

못하는 척이든 완벽한 척이든 가면은 가면일 뿐이다.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아이들은 타인의 기분을 어느 정도 살필 줄 알아야 하지만, 타인을 즐겁게 해주려고 자기를 완벽하게 가장하는 행동은 임포스터이즘을 키울 수 있다. 임포스터이즘의 목적은 타인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해 자신의 실수를 감추고, 잘못이 있어도 사람들 앞에서만큼은 완벽한 자신을 보여주는 데 있다. / 60p

 

 

 




 

 

 

 

  네 번째 현상은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임포스터는 실수를 무자격과 무능의 증거로 여긴다. 그래서 자신의 실패를 들키게 되었을 때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두터운 가면을 쓰려고 한다. 하지만 임포스터는 자신의 실체 위로 가면을 덮어쓰기 때문에 타인에게 그 속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임포스터이즘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타인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어 홀로 괴로움을 겪는다. 혹은 자신의 실패를 누군가에게 들켜 창피를 당하느니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이는 모든 실수를 자신의 별 볼 일 없는 정체를 발각당하는 계기로 연결 짓기 때문에 도전을 아예 포기하거나 좋은 기회마저 잃는 결과를 낳는다. 실패로 인한 좌절감이나 상처를 받느니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선택하는 내 모습과 너무도 닮지 않았는가.

 

 

 

자신을 무능한 가짜라고 믿는 임포스터들은 두 가지 두드러진 행동양상을 보인다. 바로 과도한 노력미루기. ‘과도한 노력은 자신이 가짜란 사실이 탄로나는 것을 막기 위해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 데서 오는 근면함이다. 그 밑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이와 반대로 미루기는 시험공부나 면접준비 등 해야 할 일을 앞두고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이다. 미루기는 일종의 자기불구화 현상으로, 자기가 뻔히 실패할 것 같은 일을 앞두고 일을 미룸으로써 미리 실패의 이유를 만들어놓는 심리다. 실패했을 때 그 원인을 자신이 아닌 다른 것으로 돌리기 위해서 일부러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 28p

 

 

임포스터들은 속으로는 자기 능력을 평가절하하면서도 타고난 능력자라는 가면 때문에 곧바로 포기하지도 못한다. 뭔가를 배워나가다 보면 반드시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고, 그 과정에서 실수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임포스터들은 노력하고 실수하는 모습을 숨기면서 처음부터 완성형이었던 사람처럼 자기를 내보이려고 애쓰다가 운도 과도한 노력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운도 자기 힘으로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우선은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과도한 노력은 성공 확률을 높이고, 성공할 때마다 사람들 눈엔 원래부터 잘했던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에 임포스터는 끝내 가면을 벗을 수가 없다. 결국 이들은 양자선태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재빨리 포기해버리거나, 포기를 못할 경우 자신의 민낯을 들킬까 봐 계속 불안해하는 것이다. / 107p

 

 

실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실수 후는 피드백이다. 피드백을 들어야 내 발음을 개선할 수 있고, 관련된 새 단어를 배울 때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임포스터들은 피드백을 피하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은 자기 모습을 들키는 것이 너무나 두렵기 때문이다. / 111p

 

 

 

  마지막 다섯 번째 현상은 성공을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다음에는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 나를 칭찬해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임포스터는 정작 성공 앞에서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 능력과 기량에 대한 칭찬을 받으면 행복하기보다 임포스터이즘을 한층 더 강화시키며 보다 두꺼운 가면을 쓰게 되고, 실수 없이 더 완벽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 반면, 어떤 지식을 습득한 후에 자신의 이전 지식을 과장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부족한 지식을 깎아내리는 사후과잉확신편향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나는 이미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우리 아이는 처음부터 공부를 잘했어와 같은 착각은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과신하게 만들고 새로운 정보의 수용을 방해한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성으로 인해 새로운 학습의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것이다. 서툴고 미숙한 모습을 감추려는 임포스터이즘의 사고회로가 성장의 기회를 앗아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사후과잉확신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메타인지 실천법

1. 천천히 배워도 괜찮다고 알려준다.

2. 모르는 것은 채우고 아는 것은 나누도록 한다.

3. 반대로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 152p

 

 

 

  한 때 나를 괴롭혔던 두 가지는 착한 척 하지 마’, ‘알아서 잘 하는 아이라는 말이었다. 착하지 않은 데 착한 척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친구의 말에 맞서기 위해 나는 오히려 더 착실하게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했다. 무조건 순종하고, 무조건 상대에 맞추고, 무조건 예스라고 말하면 그게 착한 것이라 생각했다. 온순하고 얌전한 모습을 사람들이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나의 의견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일에 소극적이 되었다. 반면 알아서 잘하는 아이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신 건 분명 칭찬의 의미였겠지만, 이 때문에 나는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과 유독 실패를 견디기 힘든 아이로 성장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내 아이에게도 무심결에 이와 똑같은 말을 내뱉고 말았다. “넌 알아서 잘 하니까. 엄만 걱정 안 해.” 내 아이는 이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으면서도, 엄마인 내가 스스로 아이에게 완벽해 보이는 가면을 씌워주고 있었으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생각의 길을 걸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생각의 길을 걸어갈 때 누군가가 계속 재촉하거나 막아서게 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가면을 쓰게 된다. ‘생각의 길에 잠시 머물러 있는 것이 결코 잘못이 아닌데도 그런 자신을 실패자라고 여기거나, ‘완벽한 답을 모르는 사람은 실패자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반대로 생각의 길을 마음껏 걸어가게 해주면 아이는 자기 생각을 신뢰하게 되고, ‘완벽해 보이는 가면으로 자신을 감출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 45p

 

 

시험점수만 신경쓰는 부모는 아이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떠안긴다. 아이가 100점을 받아 오더라도 시험은 어땠어? 헷갈렸던 문제도 있었어? 어떤 문제가 제일 어려웠니?” 하고 재차 물어주는 것이 좋다. 또 시험 한번에 인생 전체가 달린 것처럼 심리적으로 무거워질 필요가 없다고 격려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 69p

 

 

학습과정에서 실수하고 좌절했던 경험들은 아이의 성장에 꼭 필요한 자양분이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삶을 꾸려나가며, 배우는 속도도 저마다 다르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혹은 남들보다 더 빠르게 배워야 할 필요도 없거니와 남들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의무도 없다. / 121p

 

 

 




 

 

 

 

  결국 가면을 쓴 부모가 가면을 쓰는 아이를 만든다. 내 아이에게 나의 가면을 물려줄 순 없지 않은가. 이에 책에서는 임포스터 아이로 키우지 않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우리 아이가 특정한 가면에 자신을 한정하거나 갇히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비롯해, 학습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실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방법을 차근차근 일러준다. 부모든 아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진 가면을 완전히 폐기해야 할 것이 아니라 가면을 써야 하는 순간에도 그 가면이 자신을 위한 것인지 타인을 위한 것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통해 실수를 만회하는 법과 도움을 청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금 내가 임포스터로 살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을 통해 나의 가면을 인정하고 벗을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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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마음 사전_ 낭만과 사랑과 슬픔의 역사를 아우르는 아주 우아한 생명체 | 나의 서재 2023-03-2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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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꽃의 마음 사전

오데사 비게이 저/김아림 역
윌북(willbook)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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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날, 꽃으로 하여금 눈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책!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이 봄날, 꽃으로 하여금 눈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책!

인간의 삶 어느 틈에서 가만가만히 피고 지고 있었던 꽃들을, 꽃에 얽힌 기억을 다시 돌아보다!

 

 

 

 

  봄꽃이 축제를 벌이는 계절이다. 훈풍에 벚꽃이 흩날리는 산책길을 걷고 있으려니 겨우내 움츠러 들어 있던 마음에 생기가 도는 듯하다. 길 따라 내려가다 보면 담장을 따라 노란 개나리가 화사하게 제 빛을 밝히고, 드문드문 산수유가 생기를 뽐내니 그야말로 눈이 즐거운 나날이다. 한편으로는 내내 기다려왔던 계절이 또 이렇게 짧게 마감해버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다. 때마침 이런 마음을 위로하듯 참 예쁜 책이 내게로 왔다. 우리가 사랑하는 50가지 꽃들이 품은 낭만의 문화사, 꽃의 마음 사전이다. 신화, 역사, 지리, 민속학, 문화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꽃들의 사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 새 아름다운 삽화에 또 한 번 매료되고 마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하늘의 무한한 초원에서 하나씩 하나씩 소리도 없이,

사랑스러운 별들, 천사들의 물망초들이

꽃을 피운다.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에반젤린: 아카디 이야기(1847) / 66p

 

 

 

  길고 긴 세월 동안 꽃은 다양한 문명권에서 문학과 예술, 종교 그리고 경제적인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녀왔다. 일차적으로는 의학이나 미신에 활용되어왔던 꽃이 미학적인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빅토리아 시대 때부터였다고 한다. 빅토리아 시대에 들어 사람들이 꽃과 원예를 본격적으로 취미로 삼기 시작했고, 사유지에 넓은 정원을 만들어 온실 원예를 즐기거나, 새로운 종을 번식시킴으로써 원예 문화에 발전에 이바지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예술과 문학의 낭만주의와 감상주의를 사랑했지만 직접적인 표현은 삼가는 엄격한 에티켓을 지켰다고 한다. 누가 봐도 알 만한 추파나 연인 사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행위를 조심했던 이들은, 대신 작은 꽃다발을 통해 받는 사람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문화를 일구어나갔다.

 

 

 




 

 

 

 

  달리아는 영원히 당신의 것’, 데이지는 순수함’, 디기탈리스는 간절한 바람’, 목련은 인내’, 제비꽃은 겸손과 같은 꽃말에 담긴 의미는, 이러한 문화 속에서 꽃에 보편적인 의미와 상징성을 부여하고자 노력했던 빅토리아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해진 일이었다. 그렇게 꽃에 깃든 아름답고 낭만적인 이야기는 계속해서 우리 곁에 남아 수많은 예술과 문화에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우리 가슴 한 구석에도 유독 마음을 건드리는 꽃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건넨 작은 장미 한 송이, 보송하게 피어있는 민들레 꽃씨를 후- 하고 불어본 유년 시절의 기억, 하물며 봄날이면 만개한 벚꽃 앞에 잠시 걸음을 멈추어보는 여유마저 품어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처럼 책은 인간의 삶 어느 틈에서 가만가만히 피고 지고 있었던 꽃들을, 꽃에 얽힌 기억을 다시 돌아보게끔 한다.

 

 

 

1881년호 정원사 연대기에서 J. 셰퍼드는 이렇게 썼다. “난초를 제외하고는 붓꽃만큼 아름다운 꽃을 없다. 이 꽃은 별난 겉모습뿐만 아니라 상상할 수 있는 색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풍부한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꽃꽂이용 절화를 만들 때 적합하며 물속에서도 오래 지속된다.” / ‘붓꽃편 중에서 98p

 

 

 

  그러고 보면 꽃이야말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란 생각이 든다. 인간을 이해하는 열쇠라 할 수 있는 신화 속에서 유독 꽃의 어원과 의미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개인적으로 칼라 백합을 무척 좋아하는데, ‘칼라아름다운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칼로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심지어 로마 신화에서 비너스는 칼라 백합의 아름다움에 질투한 나머지 식물의 중심부에서 거대한 노란 암술이 돋아나게 해 겉모습을 해치려 했다고 전해진다. 수선화가 자기애를 뜻하게 된 건 그리스 신화를 읽어본 이들이라면 모두들 알 것이다. 제 모습에 도취되어 자신을 사랑하게 된 나르키소스가 그 자리에서 꽃으로 변해 수선화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아름다운 수선화를 표현할 길이 없었던 그리스인들의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한편, 미나리아재비와 히비스커스가 서로 대립하는 1시간의 꽃과 열매 없는 꽃이란 우화가 아주 흥미롭다. 이 이야기에서 열매 없는 꽃인 페르시아산 미나리아재비는 겉모습은 도도하고 아름답지만 마음이 텅 비어 있다. 미나리아재비는 ‘1시간의 꽃히비스커스를 연약하다는 이유로 경멸한다. 하지만 히비스커스는 미나리아재비에게 자신이 비록 짧은 생을 살지만, 밝고 성취감이 넘치는 삶을 살아가다 죽은 뒤에는 자기 자리에 다음 세대의 후손들이 자라도록 씨앗을 남길 것이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남긴다. “미나리아재비가 자랑하던 오래 버티는 특성이 히비스커스의 짧은 생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러한 의미 때문에 히비스커스 종은 전 세계 문화에서 정신적으로 영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이를 국화(무궁화-히비스커스 시리아쿠스)로 삼은 것을 보면, 비록 짧은 생애였지만 우리의 주권을 손에 넣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위대한 선조들과 그들이 남긴 유산으로 평화를 찾은 이 땅에 이만큼 어울리는 꽃은 또 없을 듯하다.

 

 

 



 

 

 

 

다른 이들이 잘 때 깨어나는 식물로부터,

그리고 하루 종일 자기 자신의 향기를 맡는

수줍은 재스민 꽃봉오리로부터,

해가 지고 나면

떠도는 모든 산들바람에

기분 좋은 비밀을 털어놓아라. - 토머스 무어 랄라 루크: 하람의 빛(1817) / 106p

 

 

 

  이 외에도 샤넬의 사랑을 받은 동백꽃, 이브 생 로랑의 사랑을 받은 푸크시아, 크리스찬 디올이 가장 아끼는 은방울꽃 등 많은 예술가들의 뮤즈가 되어준 꽃들의 이야기는 이 봄날에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살랑살랑 설레게 한다. 한때는 그는 나를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를 반복하여 사랑의 운명을 점 췄던 데이지 게임, 소년과 소녀들이 꽃을 선택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패랭이꽃 게임도 있었으니, 우리 인간에게 있어 꽃은 낭만과 사랑과 슬픔의 역사를 아우르는 아주 우아한 생명체란 생각이 든다. 꽃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가는 요즘, 이 책을 통해 한줌도 되지 않는 작은 흙속에서도 피어나는 내 이웃의 작은 꽃들을 한 번 더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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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걸 크러시_ 주체적으로 자아를 실현하기 시작한 조선의 센 언니들 | 나의 서재 2023-03-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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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의 걸 크러시

임치균,강문종,임현아,이후남 공저
민음사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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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성들, 그들에게도 목소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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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성들, 그들에게도 목소리가 있었다!

유교적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지 않고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준 조선의 여성들!

 

 

 

 

여자는 죄인이다.

모든 일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없고

남성들에게 조정받게 되므로,

남자가 되지 못한다면 인륜을 그침이 옳을 것이다.” - 방한림전

 

 

 

  조선 시대는 우리 역사상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가장 심했던 때였다. 그녀들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라야 했고 혼인을 한 뒤에는 남편을 따라야 했으며 늙어서는 아들을 따라야 했다. 그녀들을 둘러싼 모든 환경에 제약이 잇따랐지만,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 자신들조차도 그 억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억압이 억압인지를 인식하지 못했다. 방한림전의 주인공 영혜빙은 모든 일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없으므로 여자는 죄인이다!”고 탄식했다. 그런데 19세기를 지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주체적인 여성 의식이 조금씩 감지되기 시작했다. 일상화되어 버린 사회적 질서를 비롯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순응하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 고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남자로 태어나지 못해 불행하구나!

 

 

  『조선의 걸 크러시는 억압된 환경 속에서 요조숙녀와 현모양처라는 정체성을 거부하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한 조선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실존 인물인 여성, 역사적으로 실재했다고 알려진 여성,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로 만들어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 엮었다. 1부에서는 복수를 실천한 여성들의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안석경의 십교만록속에는 부모의 원수를 죽이기 위해 양반이었던 아가씨가 검객이 되어 복수를 실현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여성의 몸으로 몰락한 집안을 이을 수 없고, 남성의 삶을 산 자신을 받아들일 곳도 없음을 자각하며 자결을 택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남긴다. 그럼에도 죽음으로 조선의 규범에 항거하는 모습은 당시 조선의 여성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으리라.

 

 

 

  특히 성적 욕망에 진솔하고 성관계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여성의 이야기가 퍽 흥미롭다. 그녀는 남편의 성관계 거부로 소박을 맞은 데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관에 이혼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한다. 조선 시대에 이혼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지만, 부부 사이에 성적 자기 결정권을 주체적으로 행사하는 당당함을 보여준 이 여성의 이야기는 조선 시대 여성을 대표했던 현모양처 캐릭터의 진실과 실상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반면, 모함을 당해 음탕한 여자로 소문이 난 은애가 원수를 죽여 결백을 주장한 이야기는 조선 시대 판 가짜뉴스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사실보다는 흥미를 앞세우며 익명성 뒤에 숨어 매일매일 또 다른 억울한 은애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를 경고하는 책 속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여전히 많은 고민을 남긴다.

 

 

 

신태영이 상대했던 대상은 남편 한 사람이 아니었다. 당시의 유교적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의 시선을 따라가는 남성 사회가 집단으로 신태영에게 억압적 폭력을 가한 것이다. 이러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아내가 남편에게 핍박받어라도 집을 나가서는 절대 안 된다는 인식이 확고했다. 대부분 남성에게 지지받았던 유정기는 끝까지 신태영과 이혼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신태영 역시 부당한 이혼 요구에 끝가지 저항했다. / 44p

 

 

간음에 관련된 다툼에서는 한번 지목되면 여러 사람이 따라서 사실로 여기게 된다. “도둑의 누명은 끝내 벗을 수 있으나 간음에 대한 모함은 씻기 어렵다.”라고 한 속담은 바로 이를 일컬은 것이다. 만일 실제 음란한 행실이 있었다면 움츠러드는 것이 당연한 이치니, 이처럼 통쾌하게 죽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 정약용, 흠흠신서/ 54p

 

 

 



 

 

 

 

  2영웅의 기상편에서는 조선 시대 여성 경찰 다모를 비롯해 남장을 하고 입신양명의 길을 선택한 여성, 고전소설 속 여성 영웅, 위기로부터 나라를 구하고 헌신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여성 영웅 소설의 등장이 신비롭다. 사실 조선 시대 여성들이 가문의 보호 없이 자신을 지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문의 몰락 또는 전쟁과 같은 국란, 억지 혼인 등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을 때 여성들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남장하거나 자결하는 것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여성 영웅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위험이 닥쳤을 때 남장을 하고 위기에 대처하거나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에서 벗어나 외적으로 강한 남성에게 견줄 만한 용맹한 능력을 보여 준다. ‘여자로 태어났다고 규방 깊숙이 들러 앉아 여자의 길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세상에 이름을 날릴 것일랑 단념하고 분수대로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보이지 않는 장벽이자 깨뜨릴 수 없었던 유리 천장을 깬 여성 영웅들의 모습은 조선 시대 여성들이 그토록 바랐던 판타지가 아니었을까.

 

 

 

조선 시대 여성 영웅 소설은 유교적 삶에 순종했던 여성이 자기 능력을 펼치고 주체적 삶을 찾는 성장 과정을 그려 나간다. 그리고 여성의 주체적 삶이 유교적 이념을 존중하는 삶과 균형을 이루었기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정수정은 19세기 한복판에서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 낸다. 여성들에게 보이지 않는 장벽이자 깨뜨릴 수 없었던 유리 천장을 깬 여성, 이것에 고전소설 속 정수정을 불러낸 이유다. / 102p

 

 

부랑이 여자였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주변 반응 역시 우리가 알던 조선의 남성적 시선이 아니었다. 모든 비장은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칭찬해 마지않았다. 부랑은 정춘신의 도움으로 가족들을 모두 병영으로 이사시킨 후 함께 지내게 되었다.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부랑이 여자임이 밝혀졌는데도 그녀에게 부여되었던 사회적 역할은 계속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조선 시대에는 여자가 병영에서 공무를 부여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부랑은 끊임없이 정춘신을 보좌했고, 그 역할을 정묘호란 현장에서도 계속되었다. / 118p

 

 

 

  이 외에도 규방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시와 노래를 지음으로써 조선의 여성에게 강요되었던 덕목과 도리에 저항했던 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시와 노래 속에 당대 여성들이 꿈꾸던 욕구와 소망을 마음껏 펼쳤다. 이는 자신의 현실을 아름다운 언어로 바꾸어 자기 삶의 가치를 스스로 높였다는 점에서 무척 특별하다. 여기에 자신이 직접 남편을 고르겠다고 선언한 해당향의 주인공 양백화, 조선판 콜럼버스 사부인, 여성이라는 운명에 항거해 자아를 실현하고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까지 넉넉하게 멋쟁이로 살았던 만덕의 이야기는, 운명에 순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갔던 여성들의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어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빙허각은 폭넓은 독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지식을 다른 여성들과 공유하고, 여성뿐만 아니라 관련 정보가 필요한 이들에게 실용적인 방법을 알려 주고자 했다. 그렇기에 규합총서는 단순한 요리책이 아니라 조선 후기 생활문화 전반을 다룬 가치 있는 자료로 남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빙허각이 살아 있을 때 친척들이 자주 베껴가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그녀가 죽은 후에도 계속해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0세기 초까지 여성들에게 널리 읽히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 206p

 

 

560년 전에 만들어졌던,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 이 사랑 이야기를 소환한 이유는 비극적 사랑이 남겨 놓은 여운이 아니다. 윤리적·도덕적 경계를 허물고 스스로 반려자를 선택해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이어 갔던 아름답고 매력적인 15세기 여성 최랑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최랑의 모습은 가부장제에 포섭당하지 않았던 여성다움의 실체는 아니었을까? / 247p

 

 

 




 

 

 

 

  『조선의 걸 크러시는 조선 시대 여성들의 삶과 서사를 담은 특별한 책이다. 우리의 뇌리에 깊이 박힌 조선 시대 여성들의 삶에 대한 지평을 넓혀준 책이기도 하다. 유교적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지 않고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준 이들의 이야기가 어째서 많이 주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쉽다.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이들의 정신과 분투가 조명되고 재생산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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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이는 물결_ 상상력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나의 서재 2023-03-2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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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음에 이는 물결

어슐러 K. 르 귄 저/김승욱 역
현대문학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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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글쓰기, 비평, 상상과 환상의 예술에 관한 예리한 통찰이 빛나는 에세이!

이야기라는 너른 대지를 자유롭게 떠돌며 은유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책!

 

 

 

  문득, 내 안에 이야기가 들어선 순간이 언제였을까를 생각해본다. 친구들을 따라 우연히 가게 된 도서관이라는 곳에서 난생 처음으로 세상에 이토록 많은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을까. 하교 후 골목 끝에 있던 만화책방에서부터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다 읽어버리고만 만화책이 아쉬워서, 그만 참지 못하고 다음 권을 빌리기 위해 다시 발길을 되돌린 때였을까. 아니다, 아니야. 그보다 훨씬 더 앞선 때였던 것 같은데. 그래, 저 문이다! 외갓집의 커다란 중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들어오는 바로 저 문. 그 너머에 있을 것에 대한 상상이 나를 이야기의 세계로 이끌었던 게 틀림없다.

 

 

 

  손잡이를 돌릴까 말까. 들킬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넘나들었던 사촌언니들의 방엔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내가 읽기에는 제법 어른스러운, 예쁜 그림체의 만화책과 하이틴 로맨스 책들이 꽂혀 있었다. 지금이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때의 나는 분명 언니가 막 들여놓은 게 분명한 새로운 책을 발견해내는 재주가 있었다. 그 두근거림이 언니들에게 들킬까봐 염려된 어린 아이의 조바심이었는지, 고작해야 위인전만 읽던 아이가 언니들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설렘 때문이었는지 아직도 헛갈리지만, 그때 처음으로 이야기를 소유하는 즐거움에 대해 알았던 것 같다.

 

 

 

  이야기에 빠져드는 순간은 어디에나 있다. 이미지도 체면도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조르바에게서, 페이지의 질감이나 쉼표를 따라 호흡을 고르는 그 사이사이 어디에서든 존재한다. 혹은 나란히 진열된 색색의 전집 사이에 실수로 꽂혀버린 책의 이질감 사이에서, 아직은 읽어선 안 된다는 당부의 메시지 속에서, 책탑의 한 중간에 짓눌려진 어느 신비한 단어 속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어슐러 K. 르 귄은 마음에 이는 물결에서 이렇게 쓴다. “그런 책에는 위엄이 있다. 똑같은 표지에 제목이 금박으로 찍힌 책들이 일렬로 꽂혀 있는 모습은 위압적이지만, 전집의 진짜 위엄은 정신적인 면에 있다. 전집은 위대한 정신의 건축물, 많은 건물들로 이루어진 집이다. 독자는 어떤 문으로든 들어갈 수 있다.” 오늘 내가 걸어 들어간 문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그 순간 내 마음에 이는 물결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우아해질 수 있다. 이것이 이야기라는 너른 대지를 자유롭게 떠돌며 은유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이 책을 우리가 읽어야 하는 이유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무한히 늘어선 그 서가들에서 처음 밖으로 나왔을 때의 기분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저는 그때 약 스물다섯 권이나 되는 책을 들고 있어서 걷기도 힘든 지경이었지만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뒤로 돌아서서 도서관 건물의 널찍한 계단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저게 바로 천국이지. 나의 천국이야.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글이 저기에 있고, 난 그 글을 읽을 수 있어. / 48p

 

 

 



 

 

 

 

  『마음에 이는 물결SF·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의 에세이집이다. 독서, 글쓰기, 비평, 상상과 환상의 예술에 관한 예리한 통찰이 빛나는 책이다. 첫째 장에서는 미국 개척자 집안의 증손녀이자 아메리카 인디언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긴 부모님의 역사에서 비롯된 자신의 글쓰기 영토를 더듬어본다. 두 번째 장에서는 톨스토이에서부터 반지의 제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평과 분석을 통해 작품을 읽는 시야를 한층 넓혀준다. 그 중에서 좋은 글의 요건으로 단어보다 심오하며 이야기 전체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강세-리듬을 강조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지루한 산문, 모양새 없는 이야기, 읽기 힘든 글에는 독자의 몸과 마음과 심장을 붙잡아 몰아치고 움직이는 리듬이 없다.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예측 가능한 리듬을 넘어서 다양한 변주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의 춤을 출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나 역시 읽는 이에게 어떤 광경, 감정을 마음속에 물결치도록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 책의 부제가 아쉬웠다. ‘북미 마지막 야생 인디언 전기라니. 어머니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의미와 정신에 어긋나는 제목이 아닌가. 이시는 야생이 아니었다. 그는 황야에서 오지 않았다. 그의 부족을 학살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은 변경 개척자들보다 훨씬 더 탄탄하고 뿌리 깊은 문화와 전통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살던 곳은 황야가 아니라 소중하고 친숙한 세계였다. 그의 부족 사람들은 그 세계의 산 하나하나, 강 하나하나, 돌멩이 하나하나를 모두 잘 알았다. 저 황금빛 산들을 피와 슬픔과 무지의 황야로 만든 자가 누구인가?

문명과 야만 사이에, 유의미와 무의미 사이에 경계선이 있다 해도 그것은 지도에 그어진 선이 아니다. 지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지역도 아니다. 오로지 마음속 경계선이다. / 58p

 

 

어떤 이야기가 단순히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인 듯하다. 이야기의 리듬 구조는 여행과 비슷하면서 동시에 건축물을 닮았다. 위대한 소설은 우리에게 일련의 사건뿐만 아니라 어떤 장소, 우리가 머물러 살 수도 있고 나중에 되돌아갈 수도 있는 상상 속의 풍경을 제공해준다. / 182p

 

 

우리가 네 살 때 들은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과 정신에 오랫동안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도 어른이 된 뒤에는 누가 그 점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요구하지 않는 이상 그 영향을 분명히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 영향을 의식하는 것을 몹시 꺼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전통적인 규범을 따른 문학 담론에만 진지하다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어렸을 때 잠옷으로 갈아입고 동물 인형을 품에 안은 채 침대에 누운 뒤 가족들 중 어떤 여성이 소리 내어 읽어준 이야기를 언급하기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이야기가 우리의 상상력에 그 어떤 책보다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 187p

 

 

 




 

 

 

 

  이 외에도 픽션이 되어버린 논픽션, 문학상의 정치성과 그 안에서의 젠더 문제, 소설 안에서의 미학, 작가와 독자의 관계 등에 관한 솔직하고도 흥미로운 고찰이 매력적이다. 그 가운데 공동체를 확립하고 확인하는 데 있어 인간의 가장 훌륭한 유산이 되어준 상상력과 이를 향한 예찬이야말로 책에서 가장 돋보인다. 덕분에 상상의 힘과 그 안에서 유영하는 인간이란 존재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벅차오른다. 에슐러 K. 르 귄이 당부했던 것처럼 성장을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유능함을 위해서, 즐거움을 위해서평생 상상력을 익히고 표현하는 삶을 살아야지. 모쪼록 이 책을 읽고 많은 분들이 힘겨운 순간에도 상상력을 잃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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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의 심리학_ 내면의 어두움은 집으로 가는 빛이다 | 나의 서재 2023-03-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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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기력의 심리학

브랫 프랭크 저/김두완 역
흐름출판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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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은 고쳐야 할 게 아니라 마주보고 쓰다듬고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일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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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무기력은 고쳐야 할 게 아니라 마주보고 쓰다듬고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일러주는 책!

 

 

 

 

  ‘다들 괜찮아 보이는 데 왜 나만 이러고 있지난 도대체 왜 매번 이 모양이지?’

  나는 줄곧 변화에 취약했다학창시절 동안 학년이 바뀔 때마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느라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달라진 환경과 사람들에게 적응하는 데 유독 많은 시간이 걸렸고 대담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자주 비난했다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무력감에 번번이 주도권을 빼앗겼다그래서 새로운 일에서 얻는 활력이나 목적의식보다는익숙한 상황 속에 머무름으로써 안정감을 느끼는 데 더 마음을 기울였다대체 나는 왜 이토록 변화가 두려운 걸까.

 

 

 

우리의 행동에는 늘 이유가 있다

우리가 그 이유를 모른다고 해도 말이다

 

 

 

  강도와 빈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자리에서인간관계 속에서계획한 일 속에서 곧잘 무력감을 느낀다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위축되다 못해 수치심을 느끼고 나아가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의욕이 없어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나는 왜 이럴까그런데 무기력의 심리학의 저자이자 임상 심리학자인 브릿 프랭크는 무기력은 결코 당신 탓이 아니다고 말한다결코 게으르지도약해서도둔해서도결점이 있어서도의지가 부족해서도 아니다그동안 문제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만 하는 바람에 계속 휘둘리고 반복된 실패를 거듭하며 무기력을 강화시켰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저자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믿고무기력을 치료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로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무기력은 문제를 가리키는 징후이지 문제 그 자체는 아니다또한 무기력 상태는 생존을 위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뇌의 선택이다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무기력불안중독나쁜 습관트라우마 등의 심리적 상태를 우리의 취약점이나 문제점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시등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내면의 어두움은 집으로 가는 빛이다” “내가 느끼는 불안감은 타당하다이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불안해 할 것이다모든 것을 이해하거나 지금 당장 바꿀 수 없겠지만 내가 이상한 게 아님을 기억하라는 책의 조언은이제껏 우리가 부정적으로 인식했던 심리 상태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불안감에 원인이 없다는 생각은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이들이 흔히 갖는 불만이다이는 불안감이 정신 장애라는 미신으로 이어진다공황발작을 멈추기 위한 빠른 방법은 원인이 없는 게 아니야…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여기엔 이유가 있어라는 생각을 되뇌는 것이다모든 증상이 맥락상 이치에 맞는다고 스스로 상기하는 일은 위안이 될 수 있다이유가 없는’ 일이란 없다불안감에는 늘 근원이 있다. / 37p

 

 

불안은 장애가 아니라 건강한 신호다.

불안 발작은 공격이 아니다증세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경험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언어는 그 경험을 바꾸는 능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우리의 몸은 우리를 해치려고 하지 않는다자신의 몸이 실제로 자기편임을 깨닫게 되면 더 이상 불안에 떨거나수치심과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수치심과 죄책감의 늪에서 벗어나면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놀라울 정도로 빨리 찾을 수 있다때로 불안이란 자신을 등한시한 결과다때로 불안이란 외부적 위협의 결과다다시 말해불안은 내면의 불완전한 무언가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 42p

 

 

무기력함을 느낀다는 건 우리의 수치심과 미흡함에 관한 이야기를 반영하는 일련의 막연한 신체 감각이라서 무서울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가 여러 증상을 추상적이거나 미묘한 게 아닌 구체적으로 생리적인 것으로 볼 때그 증상들을 견디기 쉽고 줄이기도 훨씬 더 쉬워진다.

내가 심리적으로 위축된 내담자들을 상대할 때 가지는 최우선 목표는그들이 무기력함을 넓은 개념으로 보고 실재하는 무언가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게 있다. / 61p

 

 

 

 

 

 

  지난 주말정신의학과전문의 양재진양재웅 형제가 <집사부일체 2>에 출연해 관계에 관한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그 중 자식은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이 반드시 필요하며얼마나 정서적 거리를 잘 유지하느냐에 따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건강하게 성립될 수 있음을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점 역시 건강한 부모는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고자녀들에게 보호를 바라거나 친밀감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으로건강하지 못한 애착과 양육 방식이 무기력에 미칠 수 있는 부분을 지적한다. ‘적당한 거리두기는 부모와 자식 관계뿐만 아니라 친구와 연인 관계 속에서도 무척 중요하다상대가 늘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자신의 인생 속에 계속 두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릴 것유년기의 우정과 다른 성인의 우정과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안정적인 관계가 맺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겠다.

 

 

 

 

개선 방법네 가지 O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기(OWN).

내가 … 했다는 걸/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해.”

2. 자신의 행동이 파트너에게 미친 영향을 살피기(OBSERVE).

당신한테 분명히 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아.”

3. 그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의 계획을 간추려 말하기(OUTLINE).

앞으로는 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

4. 자신의 행동과 관련해서 더 공유받을 내용이 있다면 잘 새겨듣겠다고 의지 보이기(OFFER).

당신이 이번 일로 받은 영향에 대해서 내가 더 알아야 할 부분 혹시 있을까잘 새겨들을게.” / 153p

 

 

 

 

  책은 자신의 그림자를 직면하면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그림자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주고때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실체다그러한 실체를 외면하지 않는다면 그림자는 우리를 집으로 안내하는 지도가 되어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한 사람바로 우리 자신에게로 데려가줄 수 있다내면을 스스로 보살피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없다내 모든 감정을 느끼고 크고 작은 모든 상실을 존중하며 애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무기력에 잠재되는 상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책 속의 메시지를 기억하자.

 

 

 

 

 

 

  이 책을 읽고 난 뒤변화 앞에서 늘 무기력했던 건 상처와 공격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불안한 건 당연한 거라고그건 고쳐야 할 게 아니라 마주보고 쓰다듬고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불안과 무기력중독과 트라우마의 늪에서 벗어나 삶의 중심을 잡고 싶은 이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고 말해주는 이 책을 통해 위로와 해결책을 얻을 수 있기를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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