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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로 작별인사 드립니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8-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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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작별

이어령 저
성안당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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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나누는 인사,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일련의 행위라고 합니다. 이어령 선생님께서는 적어도 느닷없는 이별은 허락하지 않으셨다는 걸 짐작하게 되는 책입니다. 

생물학적 유전자가 대를 이어 전해지는 것처럼, 우리의 말과 글 속에도 문화유전자가 있어 후세로 전달된다고 믿으셨기에, 헤어짐의 형식을 이 <작별>이라는 책으로 남기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평생을 살아오시면서 겪은 것들 중 가장 중요한 DNA 같은 단어를 키워드로 구성한 이유인 듯 합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 ..."

얼핏 보면 맥락없이 지어진 듯한 작자미상의 아이들 노래, 이것을 시작으로 선생님이 규정한 5G와 디지로그의 시대를 키워드로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셨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실까, 흥미와 기대를 걸게 하는 이야기방식입니다.

원숭이.. 우리 국민들이 원숭이를 처음 보게 된 것은,1909년 창경궁에 동물원이 만들어지면서라고 합니다. 원숭이란 곧 타자, 외국인을 뜻한다고 합니다. 당시 우리에게 있어

개화란 ...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이 땅에 살고 있는 걸 알게 되는 과정(p.24)

이며 우리 개화기의 외국관, 외국인관을 '이중복합감정'으로 표현했습니다.

존경과 멸시, 배우면서 비하하고(p.27)

사과... 1901년 윤병수가 선교사로부터 받아들여온 사과나무 묘목이 처음이었다 합니다. 이 사과는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게 된 시점과 맞아떨어집니다. 서양문화를 요약 가능하게 하는 단어, 사과. 아담의 사과, 파리스의 사과, 뉴턴의 사과, 윌리엄 텔의 사과, 스티브 잡스의 사과, 조니 애플시드까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바나나... 우리의 상식을 바꾸어버린 과일로, 미국을 비롯한 외국 문물과 사람들에 대한 느낌과 닮은 파초과 과일 바나나에 얽힌 어린 시절 이야기와 함께 풀어놓습니다.

기차... 배를 타고 들어온 것에 붙은 '양', 낙타나 말을 타고 들어온 것에 붙은 '호'로 구분하면서, 이런 먹거리와 함께 들어온 서양문물인 기차는 피지배와 빼앗김으로 인한 슬픔의 상징이었다고 얘기합니다. 또한 저자가 없는 세상에서 이루어질 반전을 기대하고 미래의 사람들에게 터널 속 빛과 같은 것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남겼습니다.

비행기...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뜬다'와 '난다'를 구별해야 한답니다. 단순히 '뜬다' 말고 자기 날개를 달고 자기가 가고 싶은 데를 향해서, 목표를 향해서(p.56) '난다'를 힘주어 말합니다. 어릴 적 종이비행기에서 오를리공항의 태극마크를 단 보잉747의 이야기는 생생한 개인의 삶이자 우리 역사인 것 같습니다.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삼천리(p.65)로 노래는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고 합니다. 남아있을 우리에게, 자기 엔진을 달고 목표를 가지고 높이 날라는 당부의 뜻으로 새로운 키워드 반도삼천리를 제시합니다.

바다와 대륙, 서로의 패권이 부딪치는 곳, 반도. 이 반도의 우리에게 남북통일이 아닌, 반도성의 회복을 소원하십니다. 마음의 밭을 가는 사람이 이룰 수 있을 거라 합니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일러주시는 거지요. 흥미롭게도 가위바위보의 가위가 반도성이랍니다. 해양과 대륙 사이의 반도라는 가위는 누구도 이기는 사람 누구도 지는 사람 없는 순환관계(p.81)를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가위바위보라고 하면 지는 쪽으로 돌아가는 거(p.82)라고, 계절의 순환처럼 져주고 상생(p.83)하는 것이라 합니다. 참 멋진 설득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가 버려둔 걸 찾는 막문화(p.89)의 중요성을 당부합니다. 막말, 막사발, 막춤, 막국수, 막김치, 막신 등에서도 엿볼 수 있는 우리의 토착문화, 원형문화를 말합니다. 부정적인 것이나 버리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재발견하는(p.88) 우리의 놀라운 힘을 깨닫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끝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하나되는 디지로그의 세계(p.101), 생명자본(p.101)으로 이끌어 나아갈 융합과 상생의 길을 작별의 마지막 순간에 남깁니다. 선생님이 없는 세상에다 남긴 새로운 키워드인 겁니다. 디지털의 접속과 아날로그의 접촉이 서로 어울려서 균형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p.140)을 여기 남아있을 우리 모두에게 당부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건네신 작별은, 흡인력 있고 신선했으며, 진지한 자세를 유지하게 했습니다. 곁에 계신 듯 여기며 읽어나가노라면, 중간중간 '마지막'을 작별의 말(유언)임을 힘주어 얘기하고 되새겨 주십니다. 어쩌면 마음 바삐 한마디 한줄 고르고 골라, 언제까지나 응원하겠노라는 마음으로 거듭거듭 당부하신 것을 감히 짐작하면서 책을 덮습니다. 

깊이 새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운 이름으로 남으신 우리의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 이 글은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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