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즐기라’는 말을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무얼 해야 할지 막막할 때, 반대로 눈앞에 산적한 일 더미를 보고 있을 때면 더욱더 그렇다. 내게는 미래를 상상하며 불안해하거나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는 일이 익숙하다. 나는 내 삶의 운동장 관중석에 주저앉아 멍을 때리거나 불현듯 찾아오는 조급함에 단거리를 내달리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하며 시간을 보냈다. 김신지의『평일도 인생이니까』를 읽으며 한 호흡에 한 발자국씩 내디디며 걸어가는 사람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발 디딘 땅 위를 나의 속도로 이동하며 더듬더듬 방향을 찾는 사람. 막다른 길을 마주하면 돌아가고, 길에서 좋아하는 나무를 발견하면 충만한 마음을 느끼며 걷는다. 컴컴한 뒤안길을 돌아보게 될 때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걷는다. 마땅히 당도해야 할 골인 지점이란 없으므로 내가 나를 데리고 내 보폭만큼씩 내딛으며 걸어간다. 그 길에는 나만 있지 않다. 나를 사랑하는 엄마와 가족, 친구가 곁에서 내 걸음걸이를 지켜봐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