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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인문학 습관 | ▤ 나의 리뷰 2023-03-1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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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상 인문학 습관

숭례문학당 리더 19인 저
좋은습관연구소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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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진심이신 분들의 가득한 숭례문학당의 반짝이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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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책 읽기라는 행위가 무척 간절해지고 삶의 우선순위 제일 상단에 자리 잡게 된 여러 사람들 중의 한 명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한 사람도 있지만 성인이 되어 비로소 책에 진심이 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는 후자입니다. 이 책에는 전자이거나 후자인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는 일종의 학습공동체인 <숭례문학당>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 제목에 자기 계발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인 '내 안의 거인을 깨우는'을 수식어로 붙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닌 '개인'의 개선에 초점을 둔 것 같은 작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제목과 달리 책의 내용은 '우리'로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으면 결국 '나'는 자연스레 '우리'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작고 가벼운 책에는 저와 같이 책에 진심이 되어 가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반짝이는 이야기들과 이미 책에 진심인 분들이 가득합니다. 내가 왜 철학책을 읽는지 과학책을 읽는지 고전을 읽는지 여성작가의 책을 읽는지 오래전에 죽은 위대한 사상가들의 글을 읽는지 이 책을 함께 모여 쓴 숭례문학당 19인 리더들이 나를 대신하여 다듬어진 문장으로 표현해줍니다.

엮은 이 배 윤 숭례문학당 말글연구소장은 책을 읽는 행위는 자신을 성장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내가 세계의 중심이 아님을 압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한없이 작고 나약한 존재인 나를 인식하게 됨과 동시에 매일 보는 내 옆 사람의 존재가 갑자기 지금 내가 가진 초라한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무언가 애틋한 기적처럼 느껴지는 그 반짝이는 순간을 느끼게 됩니다.

 

P26

혹자는 "책을 읽는다고 쌀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고 합니다. 남편은 저의 이런 모습을 보고 '함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책만 읽는' 행동은 자존감은 구할지언정 생계는 그냥 떠나보내는 패착일 수 있습니다. 혹은 시간과 돈에 여유 있는 이들의 특권일지도 모릅니다.

 

P31

함께 읽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삶에 대한 태도와 입장을 스스로 정리합니다. 삶의 기준을 만들기 위한 여정은 도전과 좌절의 롤러코스터와 같습니다. 덜컹거리는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출발점에는 언제나 '성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진석 교수가 말한 대로 인생의 한 줄 무늬를 새기는 순간입니다.

공부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저의 만족과 행복 안에만 머무르게 될까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에게 전이디고 확장되는 것을 느낍니다. 이럴 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이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소명을 미미하게나마 완수하는 느낌과 같습니다. 저는 오늘도 새로운 출항을 준비합니다.

 

1천 권을 읽는 습관에 대해 글을 쓴 김승호님은 책 읽기에 진심이 된 제 마음을 대신 표현해 줍니다. "패턴에 맞춰 하루하루 떠밀리듯 부유하던 생활에 생기가 도는 것도 느꼈습니다", "잃어버렸던 삶의 주도권을 되찾은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자동차의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는 것처럼 매주 한 권을 읽었습니다"

저는 김승호님의 말에 공감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내일 당장 내년 당장 삶에 새로운 길이 생기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각이 성장하는 느낌 같은 것은 체감하고 있습니다.

 

또 내 주변에 예전보다는 조금 너그러워진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여성 작가들의 책을 읽는 모임의 리더이신 손녕희님이 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예전같으면 "왜?"라고 했을 법한 상황에서 요새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대답합니다.

 

혼자서 책을 읽고 있지만 때때로 좋은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픈 마음을 가진 분들이라면 이 책이 매우 유용할 것 같습니다. 국내 독서 공동체 중 활성화되어 있고 또 활동 내용도 굉장히 충실한 <숭례문학당> 이야기를 읽고 나니 저도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집니다. 

책이라는 우주와 마법에 빠지고 싶으신 분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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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마지막 한숨 | ▤ 나의 리뷰 2023-02-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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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어의 마지막 한숨

살만 루슈디 저/김진준 역
문학동네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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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 슈퍼스타가 들려주는 혼란스러운 인도의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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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출간된 <무어의 마지막 한숨>은 살먼 루슈디가 파트와 선고로 인해 살해 위협을 피해 칩거 생활을 하던 중에 쓴 소설이다. 루슈디의 소설에는 인도의 혼란스러운 현대사가 펼쳐진다. 인도의 독립 이후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온갖 영역에 혼돈이 가득했다. 모든 것은 충돌하고 뒤섞였는데 이 혼란은 소설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의 엄청난 상상력은 환상과 사실을 섞어가며 독자를 휘어잡는다. 

 

소설은 주인공 무어와 그의 증조부까지 4대의 가족사를 다루고 있다. 무어의 복잡한 가족사는 곧 인도의 근현대사이다. 무어의 고향인 봄베이라는 공간은 혼돈 그 자체이다. 주인공인 무어는 남들보다 두 배 빨리 늙는 조로병을 가졌는데 오른손은 곤봉처럼 뭉툭한 기형이다. 이 뭉툭한 손의 압도적인 힘은 혼란스럽지만 강한 인도의 속성을 뜻한다. 무어의 몸은 인도인이자 신흥 국가로서의 인도를 은유한다.

 

P.229

오늘날 우리가 흔히 경험하듯 어떤 일이 끝날 무렵에는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인생의 한순간, 역사의 한 시대, 문명의 한 사상, 그리고 이 무심한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변화. 성토마스성당에서 사람들이 당연히 - 존재하지 - 않는 신에게 노래하듯, 주님께는 억겁의 세월도 하룻밤과 같사오니, 나도 간단히 밝히겠는데, 아으, 전능하신 독자여, 내 인생도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나이다. 2배속으로 살아가는 인생은 결국 반토막에 불과하니까, 세상만사 모든 일이 찰나처럼 지나도다.

(중략)

봄베이서, 고층 빌딩과 판잣집이 공존하는 내 고향에서 사람들은 우리가 현대 세계의 선두를 달린다고 믿으며 과학기술을 빨리 습득하는 재능을 타고났다고 뽐낸다. 그러나 그 말은 정신이라는 고층 빌딩 안에서만 옳다. 육체는 빈민굴과 같아서 여전히 온갖 장애와 질환과 전염병에 시달린다. 하늘 높이 떠 있는 펜트하우스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고 반려묘가 유유히 배회할지라도 저 아래 썩어가는 시궁창 같은 핏줄 속 우글거리는 쥐 떼는 박멸하지 못한다.

 

P.570~571

그러나 따지고 보면 굳이 조상이나 연인을 원망할 필요도 없다. 내가 폭력배로 보낸 시간은-무엇이든 때려부수는 '쇠망치'였던 기간은-자연의 장난에거 기인했는데, 달리 쓸모가 없는 내 오른손에 엄청난 파괴력을 심어준 탓이다. 사실 아직 사람을 죽여본 적은 없지만 내가 간혹 사람들을 얼마나 호되게, 얼마나 오랫동안 안 때렸는지 감안하면 요행이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라만 필딩에게 내가 판사 겸 배심원 겸 사형집행임을 자임한 까닭은 그것이 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문명이란 우리가 스스로에게 본성을 감추려는 속임수일 뿐이다. 너그러운 독자여, 내 손은 비록 속임수 따위는 잘 몰랐지만 자신의 정체는 알고 있었다.

 

P.607

"길거리는 이렇게 붐비지만 다들 눈빛이 얼마나 공허한지 보시오. 젖꼭지에 악어 상표가 달린 스포츠셔츠를 입고 악어가죽 구두를 신은 죄인한테 연민을 느끼기는 쉽지 않겠지만 부디 동정심을 가지시오. 저 사람들은 이미 지옥에 떨어졌으니까."

 

 

P.625

내가 도착한 이곳은 사람들이 자신을 잊으려고-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에게만 몰두하려고, 자기가 될 수 있었거나 되고 싶었던 어떤 꿈속에서 살아가려고, 혹은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후 지금의 모습에서 조용히 도망치려고-찾아오는 곳이 아닐까 싶었다. (중략) 수수께끼처럼 보인 것은 스스로 로봇인간이 되기를 선택했다. 인간의 삶을 흉내낼 수는 있지만 실제로 살기는 불가능했다.

 

 

P.688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인생은 풍요롭고 다채로웠어. 그런데 이런 참사가 벌어졌지. 이제 우리는 이 사건의 한 부분일 뿐이야. 우리와는 무관한 이야기 속에서 졸지에 단역배우 노릇을 하게 됐다고. 이런 일에 휘말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 이렇게 시시하고 초라한 존재가 돼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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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심연호텔의 철학자들 | ▤ 나의 리뷰 2023-02-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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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존 캐그 교수가 알프스를 오르며 체험해 낸 니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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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공화국 | ▤ 나의 리뷰 2023-01-1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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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믿음의 공화국

카우식 바수 저/박연진 역/오진환 감수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22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왜 어떤 법은 잘 지켜지고 어떤 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까? 법이 과연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 '믿음'이 왜 법경제학에서 중요한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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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shik Basu
사진출처 http://kaushikbasu.org/

 

법경제학은 'Law and Economics', 즉 '법 그리고 경제학'이다.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 법학자들은 경제학 모델을 활용하여 각종 법 분야를 분석하고 이에 비해 경제학자들은 법적인 관심사에 경제학 모델을 적용한다. 책에서는 법경제학자의 대표적인 두 학자와 이론을 소개한다. 우선 법경제학자의 선구자로는 로널드 코즈를 들 수 있다. 코즈는 거래비용에 대한 연구를 기업 차원에서 사회 전체로 확장하면서 외부효과이 내부화를 통한 효율적 자원 배분이라는 경제학의 근본 화두를 깊이 연구했다. 다음 등장하는 사람은 개리 베커로 법경제학을 연구했다기보다는 '합리적 선택'이라는 경제학의 대명제 아래 차별, 교육, 결혼, 가족 등 전방위적 주레르 신고전주의 모델로 설명했다.

이 책의 저자는 법과 경제학의 수리적 모델에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법경제학을 쉽게 풀어쓰고 있다. 한계효용, 무차별곡선 등 경제학원론에 등장할법한 용어 없이도 법경제학을 쉽게 설명하고 이 책의 대 주제인 '법이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가?'로 나아간다. 1장~4장은 표준 법경제학 모델을 소개하고 각 모델별 문제점과 모순을 서술한다. 그리고 게임이론을 개략적으로 설명한 뒤 책의 핵심 주제인 초점접근법에 대한 논지를 펼친다. 5장에서는 초점접근법을 응용하여 법과 사회규범이 만나는 지점을 분석한다. 6장~8장은 정치와 부정부패, 전체주의 기원과 위험, 글로벌 차원의 지배구조와 질서가 당면한 과제 등 현재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어떻게 초점접근법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설명한다.

 

 

시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구조화된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 어느 평화로운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가상의 장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행복해 보인다. 좋은 품질의 가격이 적당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고 제품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은 생산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합리적으로 분배된다. 한편 이 장터가 잘 굴러가는 것은 자유시장의 원칙이 완벽하게 적용되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정교하게 쓰인 규칙과 규제가 잘 돌아가기 때문인데 우리는 대부분 이를 잘 알지 못한다.

 

<믿음의 공화국>에서 저자는 표준 법경제학인 신고전주의 법경제학 모델의 결함, 모순 등을 분석한다. 그 후에는 이 모델에서 취할 장점은 취하고 게임이론의 논의를 활용하여 세상을 보다 나아지게 만들 것이라 기대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게임이론이란 상호합리성에 관한 분석을 말한다.

 

한편 저자는 새로운 모델은 또 새로운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한계도 인정한다. 80억 인구가 넘는 지구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문제는 언제나 기존의 법경제학 모델의 해체, 변화를 요구한다. 이것은 고된 과업을 끝없이 이어나가는 시지프스의 모험처럼 보인다. 저자는 이 모험에 다 같이 동행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한다. 저자는 기존의 법경제학 모델의 결함을 바로잡아 새로운 연구의 기본 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만들어진 문은 우리 모두가 함께 활짝 열고 들어가야 한다. 그때 '믿음'이 중요하다. 우리는 다른사람에게 다른 사람은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다른 사람들이 지키는 법은 우리도 따른다. 많은 것이 한 사회가 지닌 초신뢰에 의해 좌우된다. 모두가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라는 믿음을 공유하면 법이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커진다. 벌칙조항이 없는 법이라도 '다른 모두가 지킨다'라는 그 믿음과 신뢰가 준법을 만들어 낸다. 개발도상국 가운데는 이 토대적 신뢰가 취약하고, 법이 이행되지 못하는 문제가 상당 부분 그러한 취약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법과 경제, 그리고 사회 체제에 관한 일반 이론을 전개해가려는 시도로 일반 대중도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법경제학을 설명하고 있다. 경제학의 게임이론을 적용해 법경제학의 표준모델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시야를 길러주고 초점 접근법 경제법경제학을 소개한다. 저자는 초점접근을 현실 세계에 폭넓게 적용하면 사회들 간의 큰 격차를 보다 잘 이해하고 보다 창의적인 정책적 사고를 함양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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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품 이야기 | ▤ 나의 리뷰 2023-01-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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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류품 이야기

로버트 젠슨 저/김성훈 역
한빛비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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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극복은 사실과 진실의 구분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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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품'의 사전적 의미는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물건, 잊어버리고 놓아둔 물건을 뜻한다. '유품'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소하거나 낯선 단어는 아니었다. 그런데 '유류품'이라는 단어는 달랐다. 유류품이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에도 쓰이게 되는 때는 보통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기는 참사와 관련이 있다. 가장 최근의 뉴스에서 유류품을 접한 것 '이태원 참사 유류품 마약 검사'였다.

 

저자는 세계 최고의 재난수습 기업 케니언 인터내셔널의 회장이자 공동 소유주로 9.11 테러부터 허리케인 카트니라,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등 숱한 참사의 현장에서 유해를 수습하고 시신과 유품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재난 수습 전문가이다. 저자는 본인을 '역사의 페이지 바닥에 묻혀 있는 죽은 자를 찾아내고 예우를 갖추어 각주를 더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길 스스로는 정상이 아니며 일상에도 정상이라는 것은 없다고 한다. 어떤 날은 다국적 기업의 최고 경영책임자와 회의를 하고, 어떤 날은 변호사나 회계사를 대하고, 어떤 날은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보내고 있는 유가족을 만나고, 또 어떤 날은 유해와 소지품을 찾아 야생의 세계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저자는 언젠가는 이 일을 마치고 평범한 세상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프롤로그에서 밝히듯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은 벅차다. 뉴스 속에서나 등장하는 살면서도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힘든 대량 사망 사건이 연달아 등장한다. 그 사건 속의 사망자 명단에 내가 포함될 수도 있었고 또는 내가 아는 이가 있을 수도 있었다. 죽음은 불평등하다. 탈진실의 시대에서 이 죽음들은 대량 사망 사고들은 자극적인 뉴스가 된다. 관료제 시스템은 비극에 미성숙하게 대처한다.

 

사람들은 똑같은 질문을 한다고 말한다. "돌 무더기 속에서 시신을 수색하고, 시신에서 개인 소지품을 찾을 때 어떤 기분이 드세요?" 일을 할 때는 인생의 덧없음에 대해 철학적인 생각에 잠길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완수해야 할 과제가 있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집중하지 않으면 실수를 하게 되기에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무엇보다 그런 생각은 가치있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러 냉담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낭비될 뿐이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훌훌 털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죽은 사람을 되살리고 고통을 지우고 죽음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단 한순간조차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법한 이들의 연속이다. 저자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들을 돕는 것을 사명으로 삼으며 나아간다. 바꿀 수 없는 것은 그냥 넘긴다. 그다음 대량 사망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한편 저자는 가장 힘든 부분은 죽음 사람과의 대면이 아니라 관료주의에 물든 정부의 반응이고 말한다. 대량 사망 사고가 정치적 문제로 변질된다. 뉴스의 국제면을 가득 채웠던 대량 사망 사건을 수습했던 최고의 전문가인 저자는 재난 대비는 사실 그렇게 힘든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쁜 일이 언젠가 일어나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재원을 마련하고 실제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적절히 대응하면 된다. 우리의 문제는 인내심과 끈기, 리더십, 자기책임, 규율의 결여, 지식을 활용할 능력의 부족, 그와 동시에 사실을 무시하는 데 있다. 대비는 정부 수준만이 아니라 개인 수준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허리케인이나 홍수 등 언제든 다시 재난이 닥칠 수 있는 동네에서 먼저 재난을 겪어본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 왔을 때 이를 경고해 주어야 한다. 이웃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언론은 일단 사건이 터진 후에는 좋은 정보를 일관성 있게 제공해야 한다. 언론에서 폭풍과 자연재해 등을 다룰 때 범하는 오류가 있는데 재난에서 진짜 최악인 부분은 폭풍 자체가 아니라 그 후의 복구라는 점이다. 이런 복구를 미리 계획해놓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통제할 수 있는 많은 것을 간과한다. 관리가 불가능한 것을 관리하고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러더 쉽든 몇 명의 소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도 엄청난 압박감에 짓눌리거나 감당 못할 슬픔과 싸워야 할 때는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거나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할 수 있는 인간적인 한계를 지닌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각자 조금씩 나누어 지어야 하며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사회 내 뿌리내려야 한다.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는 사기업이 존재하는지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범정부적 비영리단체나 국제기구 등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대량 사망 사건의 재난 수습을 하는지 알았다. 왜 이런 재난 수습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기업이 있었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정부나 지자체 정부에는 지리적 경계가 있는데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량 사망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 해는 비행기 추락 사고를 겪었다가도 그 후로 30년 동안 비행기 사고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예상치 못한 대규모 사망 사고에 대한 대응은 대단히 복잡해서 이런 사고를 관리하려는 경험이 필요한데 그런 경험은 사건에 노출되었을 때 쌓인다. 따라서 대체적으로 정부 기관이 이런 유형의 사건과 관련된 여러 가지 업무에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참사를 겪은 후에 비로소 대비를 시작하게 된다. 따라서 대량 사망 사건을 겪을 수 있는 기업(예를 들면 운송이나 천연자원 관련 기업, 책에는 2014년 아시아나항공 사건도 나온다)이나 정부는 이런 전문 기업의 풍부한 경험을 전수받아 사태가 터지기 전에 대비를 해야 한다. 회복력은 시간, 경험, 교육, 준비로부터 나온다. 회복력은 학습도 가능하고 전달도 가능하다. 이 책 <유류품 이야기>는 정부나 기업, 개인에게 참사나 죽음에 대하여 알려주고 대비를 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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