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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글항아리 특별 인터뷰 | 21세기 자본 2020-12-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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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에 대해 글항아리 강성민 대표님이 답해주셨습니다.


‘이 책이 나를(출판사도) 살렸다’의 두 번째 책으로 선정되었다. 소감 한 마디.


감사하다. 평소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새삼 깨우쳐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한참 힘들 때 이 책을 내서 그간의 힘들었던 것을 한꺼번에 만회할 수 있었고, 벽돌책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낼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21세기 자본을 낸 출판사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어 영광이었다. 


『21세기 자본』 현재까지 판매 부수가 궁금하다. 


많은 독자분들의 애정으로, 지금까지 11만 6천부 정도 판매됐다. 


『21세기 자본』이 한국에 소개된 게 2014년 9월이다. 책을 계약할 당시만 해도, 토마 피케티가 학계에서는 알려졌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지 않나. 출간 당시 이야기를 들려달라.


출판사 메일에 들어갔다가 에이전시 소개문이 와 있는 걸 우연히 봤다. 프랑스 쇠유출판사에서 나왔고 화제작이란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자본>이라는 제목을 사용했다는 데서 큰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저 제목을 가져다 쓸 수 있을 정도로 획기적인 연구를 담고 있다면, 좀 많이 두껍고 프랑스어에 내용도 경제학 전문 내용이라도 감당해보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번역이 족히 2년은 걸릴 것 같았고, 책 만드는 데도 2년이 걸릴 것 같아 스탠더드한 5년 계약이 아니라 7년으로 계약을 맺었다. 쇠유도 거래가 있던 출판사라서 순순히 그러라고 했고. 제 생각에 이거 하겠다고 덤비는 출판사가 없을 것 같아 배짱을 부렸던 것 같다. 선인세도 5000유로 정도 제시했고, 쇠유 측에서도 별말 없이 오케이 사인이 났다. 에이전시 레터로 뿌려졌기 때문에 나중에 많은 출판사에서 검토를 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아마 우리가 임자였던 모양이다. 


일반 독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겠지만 서점 분류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21세기 자본』의 주 분류는 경제경영이 아니라 정치사회이다. 이렇게 정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책이 경제이론만 다루는 게 아니라 명확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불평등을 정조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정치경제학 분야라고 생각한다. 불평등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는지를 장기지속적인 경제학 통계기법으로 다루고 있다. 정치경제학은 사회과학의 하위로 분류되니까, 정치사회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최근 피케티의 최근작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나왔는데, 판매 추이가 『21세기 자본』과 비슷하다. 그만큼 『21세기 자본』을 찾는 독자가 꾸준하다는 뜻일 텐데, 『21세기 자본』을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는? 

 

오늘날 심화된 불평등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라는 인식을 전 세계인에게 심어주었다. 오랜 기간의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부의 불평등, 특히 자산 불평등의 문제를 짚어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담론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공리공담이 아니라 현실적인 정책적 변화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획기적으로 유도해낸 책이다. 피케티가 주장했던 기본소득 개념이 이제는 지자체장 입에서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21세기 자본』이라는 제목이 말하듯 ‘자본’이라는 것이 어떻게 0.1%의 부유층과 99.9%의 빈곤층의 대립구조로 이 사회를 끌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해, 가장 원초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경제논리를 통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두껍다. 구매 대비 완독율을 어느 정도로 보나.


저희가 전문조사요원은 없지만 ‘감’으로 20~30%는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책 판매가 10만부가 좀 넘었으니 2~3만 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 일단 이 문제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로 추산해봐도 상당한 숫자다. 블로그나 SNS 등을 체크해보면 독서동아리 도서목록에도 많이 올랐고, 『21세기 자본』만 읽기 위한 모임도 꽤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읽었다는 분들이 꽤 있었다.(물론 안 읽었다는 사람이 훨씬 많다.) 다른 책들에 비하면 완독율이 훨씬 떨어지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낮지는 않은 것 같다.


지난 2104년을 돌아보면 『21세기 자본』의 번역에 많은 관심이 모였었다. 특히 불어 원전이 아닌 영어판으로 번역한 것을 문제 삼는 이들도 있었던 것 같다. 번역 과정의 이야기를 들려달라.


21세기 자본은 정말 언론에서 많이, 길게 화제가 됐었고 책을 기다리는 이들,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눈이 많았다. 빨리 번역하면서도 실수가 없어야 했기에 출판사의 역량을 총동원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팀 플레이였다. 먼저 번역을 맡아주신 장경덕 선생님이 매일 출판사로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1개 챕터씩 끊어서 번역을 마치면, 그걸 1차 감수자인 이강국 교수가 번역을 감수했고, 다른 경제학 박사가 2차 팩트체크를 했다. 여기까진 전문적인 내용 위주로 감수를 했다. 그다음은 우리가 (빨리 내려고) 영역판을 저본으로 삼았기 때문에 감수가 끝난 번역원고를 프랑스판과 대조해서 혹시 있을 영역판의 실수나 왜곡을 찾아내는 작업을 또 했다. 프랑스판과 대조해주시는 분만 3명이었다. 이렇게 검토를 마친 챕터는 다시 5~6명의 실력 있는 저희 출판사 기획위원과 언론인에게 보내져서 한 번 더 리딩의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저를 포함한 편집부 전체가 동원되어 밤낮으로 읽고 교정을 봤다. 드디어 다섯 달 만에 최종적으로 전체 원고를 당시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지금은 장학재단 이사장)가 꼼꼼하게 영어판과 대조해서 밤을 새가며 감수를 해주셨다. 책 맨 앞의 ‘서장’은 분량이 상당한데 김홍중 서울대 교수가 프랑스어 원전과 한 글자 한 글자 대조해서 원전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살리려고 노력했다. 이 과정을 겪어보니 피케티가 흔쾌히 영어판으로 번역해도 된다고 승낙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영어판은 훌륭했다. 보통 출판사에서는 책을 낼 때는 3~4교 정도를 보고 낸다. 그런데 21세기 자본은 10~12교 정도를 본 셈이니 앞으로도 이런 경우는 없을 것 같다. 


책 속에서 가장 기억나는 대목은? 혹은 좋아하는 부분은?


역시 ‘서장’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그간 불평등 담론이 얼마나 ‘데이터 없는 토론’에 치우쳐 있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시작해, 피케티 나름의 경제학 강연이 펼쳐진다. 주요 경제학자들에 대한 논평, 21세기 자본에서 활용한 주요 이론들, 연구의 범위와 개념적 틀, 책의 결론과 주요 메시지도 얼추 요약이 되어 있다. 웬만한 중편소설 분량이다. 이 서장을 읽으면 피케티가 단순히 경제학자가 아니라 글을 유려하게 쓰는 ‘프랑스 지식인’이라는 점도 대번에 알 수 있다. 


두껍고 무거운 책을 벽돌책이라고 한다. 글항아리는 벽돌책 공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어떤 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벽돌책을 만들 때는 더욱 더 꼼꼼함이 요구될 것 같다.


벽돌책이라고 특별히 더 꼼꼼함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분량 자체가 많고, 이걸 보다보면 지치기 때문에 실수가 나오기 쉽고, 그래서 한 사람에게만 맡길 경우 위험하다. 반드시 크로스 체크해야 한다. 여러 사람의 눈으로 봐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외부 팩트체커 분들이 있다. 한 분은 역사적 사실, 연도, 지명과 인명 등을 주로 살펴주시고, 다른 한 분은 문장의 논리, 숨어 있는 오역 등을 귀신 같이 잡아내주신다. 또 한 분은 한자 박사다. 인터넷의 정보가 흘러들어오면서 의외로 틀려 있는 한자가 굉장히 많다. 한자 범벅의 책들은 이 분한테 간다. 그리고 난이도가 높은 책들을 전문으로 맡아주는 경력 20년차 이상의 외주 편집자들이 있다. 이 분들 덕분에 벽돌을 턱턱 찍어내는 것 같다. 우리도 실수가 많다.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할 뿐이다. 내부 인력은 한정되어 있으니 그 조건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다만, 벽돌을 여러 장 굽다보니 실수를 덜 하는 노하우는 어느 정도 갖춘 것 같다.



『21세기 자본』은 글항아리에 어떤 책인가.


책이 출간됐을 때 마침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 초청으로 피케티가 방한했다. 그래서 저희가 공항에서부터 맞아서 vip로 모시고 여러 인터뷰와 대담, 강연 등을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숙소로 묵을 프라자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피케티가 부인과 함께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게 보였다. 통역해주시는 분과 함께 다가가서 글항아리 대표라고 소개하고 악수를 한 뒤 한마디 덧붙였다. “글항아리 역사는 피케티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그러니까 좋아하며 활짝 웃더라. 나중에 곱씹다가 너무 아양을 떨었나 싶어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했지만 진심이었다.


글항아리의 출판에 21세기 자본이 미친 영향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관심을 높여줬다는 것이다. 이후에 앤서니 앳킨슨의 불평등을 넘어를 비롯해 계속 관련 저작들을 펴냈고, 올해 출판한 책 중에 서울 쪽방촌 문제를 심층 취재한 착취도시 서울도 어찌 보면 21세기 자본을 펴낸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곧 2021년이다. 2021년에 글항아리에서 나올 책을 공개한다면.


2021년에도 벽돌로 시작할 것 같다. 한 눈에 알아보는 우리 나무라는 나무도감은 지금 몇 년째 만드는 중인데 올 봄에는 나온다. 저자가 전국을 다니며 사진을 찍느라 발품을 판 시간이 20년이 넘었는데 더 이상 기다리게 해드릴 수 없어 막판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고화질로 찍은 나무의 구체적인 부위 사진이 매 페이지마다 같은 위치에서 반복되게 함으로써 얻는 암기 효과, 사진 위에 설명이 바로 배치됨으로써 얻게 되는 암기 효과 등에 있다. 나무 이름과 특징 외우기가 힘들다보니 아마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책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전체 2000쪽이 넘는데 4~5권으로 분권할 예정이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도 국내엔 축약판으로만 소개됐었는데 저희가 완역으로 낸다. 3월 정도면 만나볼 수 있는데 이것도 1500쪽이 넘는다. 상·하로 나온다. 그 외에도 2021년에는 전쟁 대작들이 쏟아진다.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몰린 히틀러의 마지막 도박이라 할 수 있는 ‘아르덴 대공세’를 다룬 앤터니 비버의 아르덴 대공세 1944, 히틀러와 스탈린이 어떻게 유럽을 유린했는지를 다룬 티머시 스나이더의 피로 물든 땅, 내전이라는 것이 어떻게 역사를 움직인 동력으로 작용했는지를 다룬 아미티지의 내전civil war, 제1차 세계대전을 읽어내는 또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봄의 제전』등 흥미로운 책들이 많다. 



[예스리커버]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저/장경덕 등역/이강국 감수
글항아리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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