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4편 포르체 - 박영미 대표 특별 인터뷰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책과 바람난 여자’, 포르체 박영미입니다. 신입 편집자 시절, 아니 프랑수아의 <책과 바람난 여자>를 읽으며 ‘직업인으로서 나의 정체성은 이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책 만드는 일을 잘할지는 모르지만, 30년 동안 편집자로 일한 아니 프랑수아만큼은 오래 하자 결심했었습니다. 오래된 책 냄새를 좋아하고 갓 인쇄된 신간 잉크 냄새를 탐닉합니다. 책 읽는 게 좋아서 밤새 책을 보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어느 작가의 책은 마지막 페이지가 나오는 게 아까워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책이 좋아 책을 짓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편집자가 되었습니다. 환갑에도 필드에서 일하는 기획편집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포르체 3행시로 출판사를 소개해주신다면?

포기하지 않는 열정으로
르누아르 보다 우아하게
체 게바라처럼 혁명적인 책을 지향합니다.
체인지, 포르체!

포르체가 만들어온 책, 지향하는 가치가 궁금합니다.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경제경영),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인문),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사회과학), <따님이 기가세요>(에세이) 등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덕분에 포르체의 주력 도서 분야는 무엇이냐 하는 질문을 가끔 듣습니다. 저도 고민해 봤는데요. 기록으로 남아야 할 가치 있는 이야기, 세상에 필요한 지식과 통찰을 분야의 경계를 두지 않고 만들고 싶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어렵거나 딱딱할 수 있는(혹은 덜 관심받고 있는,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주제들을 조금 더 쉽게 독자가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다양한 논의를 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포르체는 단시간에 베스트셀러를 다수 내면서 빠르게 성장해왔는데요. 포르체의 성장 비결을 살포시 공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직 첫걸음을 겨우 떼고 있지만 포르체가 이만큼 성장한 이유는 단 하나, ‘사람’들 덕분입니다. 포르체와 함께해 주신 저자님, 함께 책을 만들고 알려준 포르체 사람들, 외부에서 도움을 주는 분들 그리고 서점 관계자님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책 만드는 일을 하고 나면 맨 마지막에 남는 것은 ‘책’이 아니라 ‘사람’이더라고요. 우리가 만든 책은 독자님의 것이고, 편집자에게는 결국 사람이 남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들, 지금까지 포르체를 키워주신 독자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포르체는 작은 출판사지만 아주 특별한 독자님이 많으세요. 예를 들면 포르체 첫 번째 책부터 최근 출간 도서까지 모두 소장하고 읽어주시는 독자님부터 같은 자리에서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는 독자님들까지. 포르체의 성장 비결은 다정함을 건네주신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번 기획전에서 소개하고 싶은 금쪽 같은 우리 책을 소개해주세요.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편집자인 저의 인생 책이고 배우 신소율 님도 <여행하는 책>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인생 책으로 추천한 책입니다.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어른이 겪는 아픔과 슬픔, 외로움을 김혜남, 박종석 두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이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도록 안내하고 위로합니다. 내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만으로 많은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책이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창업가의 답

많은 창업가 독자님이 이 책을 읽고 ‘다시 가슴이 뛴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대표님이 읽고 직원에게 권해준 책이라 리더뿐만 아니라 사회 초년생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조선일보 ‘쫌아는기자들’이 당근마켓, 오늘의집, 뉴닉 등 밀레니얼 세대가 사랑하는 스타트업 12명의 대표를 만나 창업부터 데스밸리를 넘은 각자의 경험, 스타트업의 치열한 생존 분투 과정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저자님들의 발로 뛴 취재와 단단한 사전 조사,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질문으로 기획보다 더 잘 나온 책입니다. 저자의 내공과 아주 솔직하게 귀한 경험과 통찰을 공유해준 12개 스타트업 대표님들 덕분에 비즈니스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독자에게 위로와 격려, 데스밸리를 넘는 해법과 감동을 전달합니다.

상위 1%로 가는 초등 노트 습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진동섭 선생님께서 추천한 코넬식 노트법을 보고 자기주도학습의 시작은 노트 필기라는 생각에서 기획된 책입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초등학생부터 중고등 청소년까지 바른 공부습관을 위한 초석이 될 노트 필기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혼자서 노트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통해 학습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공부의 초석이 되는 노트 정리법을 소개했지만, 보고서 작성 등 핵심 내용 정리가 잘 안 되는 직장인들이 봐도 유용할 듯합니다.

포르체 책을 제외하고 대표님께서 재밌게 읽은 책을 3권 추천해주세요.

『글로스터의 홈가드닝 이야기』 (글로스터, 미디어샘)

최근 가드닝 인구가 급증했는데 그중 집 안에서 키울 수 있는 열대관엽식물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저도 식물을 굉장히 좋아해서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요. 이전에도 ‘화초 키우는 법’에 대한 책은 있었지만, 몬스테라나 필로덴드론, 안스리움 같은 ‘열대관엽식물 키우는 법’에 대한 책은 많지 않았어요. 특히 이 책은 식물 세밀화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진보다 그림이 더 직관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식물이 하나의 투자 개념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 역시 이 책을 볼만한 이유입니다. 예전 어머니들은 화초가 많이 자라면 가지를 잘라서 버렸지만, 요즘 인기 있는 관엽식물들은 식물을 잘라서 번식하면 부수입을 얻기도 한다고 해요. 그래서 많은 ‘식물집사’님들이 식물 키우는 법뿐만 아니라 번식하는 법까지 알고 싶어 하는데 이 책이 그 두 가지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영재의 심리학』(잔 시오파생, 정미애 옮김, 와이겔리)

이 책은 프랑스 임상심리학자가 오랜 임상 생활 동안 상담실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영재 아이의 특징을 담아낸 심리서인데요. 책의 부제에서 말하듯 ‘남다른 지능과 감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책이에요. 우리가 흔히 영재라고 하면 똑똑하거나 공부 잘하는 아이로 생각하는데요. 책에서 말하는 영재는 남들과 다른 체계로 생각하고 극도의 감성과 넘쳐흐르는 감정성의 지배를 받으며 성장하는 아이를 지칭하고 있어요. 지적 측면으로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사고방식, 다른 추론구조로 작동하는 아이를 말하며, 정서적 측면에서는 극도의 감수성을 지닌 존재로 모든 정보를 매우 예리하게 인식하고 분석하며, 타인의 감정 상태 또한 대단히 섬세하게 감지하는 아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책은 아이와 부모의 고민을 많은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어 영재뿐만 아니라 남들과 다른 모습의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되고 싶은 게 많은 마니』 (솔 루이스, 문주선 옮김, 나무말미)

이 그림책은 최근에 본 책인데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은 그림책 같습니다. 작가 솔 루이스의 첫 그림책인데요, ‘자신의 정체성 찾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솔 루이스는 스페인의 유명 화가 후안 루이스 미라에스의 손녀로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예술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수년간 전시 기획과 문화유산 복원가로 일했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조형 아카데미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해요. 조형 아카데미에서 얼룩과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다가 ‘마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마니’는 자신이 무엇이 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무언가가 되고 싶고, 또 무언가가 되어야 할 것 같은 우리네 삶이기에 마니가 떠난 여행 중 에피소드는 참 귀여우면서 공감이 갑니다. 타인의 존재를 부러워하거나 따라 하지 않고, 무엇이 되지 않아도 소중히 빛나는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그림책이라고 추천합니다.

독서 인구 감소, 종이값 인상 등 출판계 분위기가 좋지 않은 듯합니다. 출판계 동료, 선후배 그리고 예비 출판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출판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주변 분들에게 더 배울 것이 뭐가 있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요. 출판학교는 비독서 시대에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좋은 책을 만들고 알리기 위해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는 과정입니다. 이 수업을 통해 아직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함께 고민하는 동료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무언가가 책 만드는 동료, 선후배님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돕겠습니다. 함께 오래오래 책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래오래 그 자리에 남아 주세요. 저도 그러도록 애쓰겠습니다.

앞으로 나올 포르체 책은?

최고 전문 경영인으로 불리는 기업인들의 경영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조 원 흑자를 기록한 현대상선 배재훈 전 대표의 <글로벌 게임 체인저: 훅 하고 딜 하라>(가제), 이랜드그룹 이인석 전 대표의 <일의 기본: 대한민국 대기업 경영자의 일의 철학>(가제) 책은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기업인뿐만 아니라 각 분야 전문인의 일생을 기록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과학’ 분야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어 과학 쪽 책을 많이 기획하고 있습니다.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담론을 더 많이 발행하고 싶습니다.

포르체의 금쪽같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