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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전 영국, 조선을 만나다』 혜화1117 손편지 | 2022 책아 미안해 2022-12-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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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전 영국, 조선을 만나다

홍지혜 저
혜화1117 | 2022년 08월

 

너에게.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건 뭘까. 때로 책을 만든다는 건 백 년 전 조선의 오래된 반닫이에 실려 낯선 영국인의 손에 이끌려 그 땅으로 건너간 달항아리 한 점이 건네는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만든 책 한 권이 여기에 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만드는 <채널예스> 2022년 9월호 ‘판권의 뒷면’에 나는 이렇게 썼다. 그 글을 읽은 누군가 내게 말했다. “아, 이 글은 마치 이 책에 보내는 엽서 같다.”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책 만드는 일은 밥벌이면서 늘 어떤 감정의 대상이다. 너에게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원고라는 이름의 날 것, 즉 너의 근원에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정의 물기가 어려 있었다. 그리움, 애틋함, 고요함. 그 서정이 나는 좋았고, 그 물기를 좇은 끝에 나온 것이 너다.

 

너의 시작점, 달항아리를 만든 조선의 도공은 손끝으로 빚은 이 피조물의 앞날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선에서 만들어졌으나 이방인의 손에 의해 바다 건너 낯선 거리에 머물 것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책이라는 존재로 너를 만든 나는 앞날을 짐작하기보다 그저 꿈을 품었다. 눈 밝은 독자에게 다가가 그에게 이 달항아리가 견뎌온 시간을 건네고, 그로 인해 백여 년 전 영국으로 조선이 어떻게 건네졌는지를 달항아리의 시선으로 보게 하는 것.

 

나는 다시 이 글로 꿈을 품는다. 너의 존재를 아직 모르는 이에게 너에게 서려 있던 그 서정이, 책이라는 그릇에 담으려 애쓴 그 물기가 고요히 가닿기를, 그리하여 너의 존재가 더 깊이 독자라는 이름의 그의 마음에 남기를.

 

그런 꿈을 나는 이 글에, 담는다.

 

2022년 가을에서 겨울로 향하는 어느 날에, 편집자 이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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