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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독서가이드 2 : 광신 | 이 달의 독서 테마 2013-11-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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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진행되는 [교양도서 아지트AZIT]에서는 의미있는 신간, 고전, 독서주제, 출판사, 저자 등을 선정해 추천합니다. 동시에 한 권에서 완성되는 독서가 아니라, 다음 책으로 계속 다리를 놓으며 "책 한 권, 그 이상"을 지향하려 합니다. 양질의 컨텐츠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니, 조금 더 넓고 깊은 독서를 원하시는 인문/역사/정치사회/교양과학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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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

알베르토 토스카노 저/문강형준 역
후마니타스 | 2013년 10월

 

 

이들은 단순한 미치광이에 불과한 존재들인가?

 

그들이 만들어 낸 역사의 풍경은

 

그저 한순간의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인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주제를 바꾸지도 않을 사람들
- 윈스턴 처칠

 

이 책은 어느 저주받은 개념의 계보학을 다시 그리는 책이다. “관용과는 담을 쌓았고 소통은 불가능하며, 어떤 논쟁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오직 상대편의 관점이나 생활 방식이 뿌리 뽑힐 때라야 비로소 안도하는” “폭력적 신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광신자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역사 속에 다양한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 천년왕국운동, 노예폐지론자들, 농민 혁명가들, 아나키스트들, 마르크스주의자들에서부터 오늘날 이슬람교도들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그들을 부르는 데에는 지역적 차이도, 시간의 간극도, 역사의 맥락도 필요치 않다. 이런 이들을 설명하는 말은 바로 ‘광신’이라는 한 단어면 족하다. 이런 점에서 광신 개념은 역설적으로 역사가 없다. 그것은 그저 비난의 대상이자, 비역사적인 병리 현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 광신은 무엇인가? 우리 시대 광신자로 규정된 이들은 자본주의사회를 넘어 그 외부를 사유하는 이들이다.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며, 대안은 없다는 신자유주의의 구호 아래에서, 자유는 자연적인 것이고 평등은 인위적인 것이라는 지배적인 생각 아래서,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 평등은 달성해야 할 목표이기에 앞서 사회의 전제 조건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시대의 광신도들이다. 주주들은 수백억 주식 배당 잔치를 벌이면서도 노동자들은 경영상의 위기를 명목으로 마음대로 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정리 해고에 반대해 크레인에 올라가 제 몸을 묶은 자, 전력 대란이라고들 하는 사회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드러누운 자, 민주주의국가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해 촛불을 켠 자, 이 모든 이들에게도 광신자라는 딱지가 붙는 건 마찬가지다. 하물며, 그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내는 행동은 순진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에게 광신의 씨앗을 심는 외부 불순 세력의 행동에 다름 아닌 것이 된다.

 

과연 이들은 단순한 미치광이에 불과한 존재들인가? 그들이 만들어 낸 역사의 풍경은 그저 한순간의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인가? 이 책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외려 이 책은 기존 질서를 넘어서려는 모든 급진적 시도에 ‘광신’이라는 딱지를 붙일 때, 이런 급진적 시도를 만들어 낸 ‘원인’과 대면하기를 거부할 때, 그 사회는 자신의 모순을 극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역량을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광신을 오로지 병리적인 관점에서만 다루는 기존의 주류 담론을 넘어, 광신의 이면에 담긴 정치적 차원을 되살리는 것, 바로 이것이 서양 철학사와 정치사를 종횡무진 누비며 토스카노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이다.담당편집자 안중철 편집장

 


 

 

[함께 읽으면 좋은 책]by 후마니타스 안중철 편집장

 

 

1980 대중봉기의 민주주의

김정한 저
소명출판 | 2013년 05월
이 책은 자유와 평등을 약속한 이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요구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연 이들은 인간의 권리를 야수처럼 혹은 영웅처럼 주장했을까?

 

그들은 인간의 권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을 야수처럼 주장했다. - 볼테르

 

대중 봉기는 어떤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를 이루고, 상상할 수 없던 잡다한 목소리와 행위를 쏟아 내고 발명하며, 일상의 계기들과 질서들을 일거에 흩트려 놓는 시공간을 창출한다. 예측은커녕 이해도 안 되기에 낯설기만 하고, 통제가 안 되기에 두렵기만 하다. 비단 엘리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봉기에 참여한 사람들 역시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이 일이 언제 끝이 날지, 어디까지 함께할 것인지, 여기서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과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이해할 수 없기에 대중 봉기는 쉽게 폄하되기도 하고, 쉽게 신화화되기도 한다. 그래서 1980년 광주는 오늘날 여전히 ‘사태’이자 ‘혁명’이다.

 

이 책은 대중 봉기라는 문제 설정을 통해 1980년 광주를 해석한다. 그러면서도 대중 봉기가 가지는 다양한 난점들을 외면하려 하지 않으며, 그 유혹에 쉽게 굴복하지도 않으려 노력한다. 외려 이 책은 대중으로부터 나온 이론을 그들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가장 큰 미덕이다. 이 책은 대중 봉기라는 문제 설정 이외에도, 대중 봉기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 예컨대 폭력과 대항 폭력, 반폭력의 문제를 비롯해, 지배 이데올로기와 피지배 이데올로기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사회과학의 이론적 실천이 오늘 한국에서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 준다. 오랜만에 맛보는 사회과학 글쓰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한국의 현실과 언어로 솜씨 있게 빚어낸 서구 좌파 이론들의 생생한 향현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자유와 평등을 약속한 이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요구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연 이들은 인간의 권리를 야수처럼 혹은 영웅처럼 주장했을까?

 

맑스 재장전

슬라보예 지젝 저/자크 랑시에르 저/마이클 하트 저/안토니오 네그리 저/존 그레이 저/페터 슬로터다이크 저
난장 | 2013년 09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고 생각해 볼 것을 ‘간곡히’ 권하는 것은 이 책의 대담자들인가, 아니면 자본주의 시스템인가. 네오를 ‘선동’한 것은, 여러분들 ‘선동하는 것’은 누구인가 혹은 무엇인가.

 

가난한 이들을 자신의 적으로 만든 것은 영주들 자신이다. 그들이 반란의 원인을 제거하기를 거부하는데 어떻게 이런 사태가 궁극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내가 이 반란의 주동자가 된다면, 할 수 없지 않은가!
- 토머스 뮌처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이 앞에 놓여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어떤 알약을 먹어야 할까. 파란 알약을 먹으면,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파란 알약을 선택하는 것은 이미 늘 반복되고 있는 행위이다. 구태여 누군가가 파란 알약을 권하지 않아도 말이다. 빨간 알약. 그것이 문제다. 빨간 알약의 미덕은 성가시게도 그것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에 있다. 그런데 그뿐이다. 빨간 알약의 맹점은 누구도 그 약효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효는커녕, 약을 먼저 먹은 이들은 음침하고, 눅눅한 지하 세계를 전전하고 있다. 기계들과 싸워야 함은 물론이고, 내부의 적들과도 싸워야 한다. 그게 빨간 알약을 삼키는 이의 운명이다. 코뮤니즘이라는 이념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이념을 삼키는 순간 자본주의의 기계들과 싸워야 함은 물론이고, 코뮤니즘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역사와도 싸워야 한다. 어렵기만 한 선택이다. 자유로운 선택이라 하기엔 내기에 걸려 있는 게 너무 많고,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 사실 답은 뻔하다. 제발 이런 선택의 순간이 내게 오지 않기를! 그런데 얄궂은 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혹은 무언가에게 등을 떠밀려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낭패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궁금하고 헷갈리는 게 있다. 네오에게 파란 알약과 빨간 알약 가운데 선택을 하라고 등을 떠미는 건,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미친 믿음을 가진 ‘외부 불순 세력’이자 광신자인 모피어스인가, 아니면 치명적인 시스템 오류를 내장한 기계들인가. 혹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고 생각해 볼 것을 ‘간곡히’ 권하는 것은 이 책의 대담자들인가, 아니면 자본주의 시스템인가. 네오를 ‘선동’한 것은, 여러분들 ‘선동하는 것’은 누구인가 혹은 무엇인가. 한번 살펴보시길 권한다.

 

※ 주의! 이 책은 영화 󰡔매트릭스󰡕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그건 그냥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기 위해 이 책의 저자인 제이슨 바커와 난장 출판사에서 준비한 빨간 알약일 뿐이다. 이 책은 ‘코뮤니즘’이라는, 누군가가 보기에는, ‘무시무시하고 저주받은’ 이념의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한 대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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