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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문제 이전에 자신을 인식하게 해 주는 책들 | 교양도서 아지트_내가 엄선한 교양도서 2014-06-1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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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인문학

안용태 저
아름다운사람들 | 2014년 03월

 

 

인문학 도서들을 2014년에 만나면서 영화광인 내게 손에 잡힌 책이다. 영화 속에 녹아든 인문서라고

할 수 있다. 영화와 인문학은 많이 닮아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결국 인간을 표현하고 그려내는 것이

둘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나 아무르, 케빈에 대하여 처럼 생소한

영화도 있지만 피에타나 공동경비구역JSA, 설국열차와 같은 영화도 있어서 흥미를 끈다. 그 안에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 내는 방식이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내가 이 책의 내용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그건 직장생활을 하는 나에게나 이젠 결혼을 해 딸을 키우며 바쁘게

살고 있으면서 누구나 서로를 커다란 타인으로 지내면서 지내는 내 모습과도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과도 닮아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흔히 페르소나를 통해서 타인을 이해하려

는 경우가 많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지위, 겉으로 드러나는 인품, 경제력 따위를 통해서

그를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반드시 그림자를 가지기 마련이고, 이 그림자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말 그 사람을 이해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설사 이해를 못 한다 하더라도

타인의 그림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아 줄 수 있어야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P.207

책의 말미에는 인간이란 원래가 불완전한 존재이고 그러한 것을 아는 상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척 공감이 되었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이 영화라는 장치를 만나 이야기 되어진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프레데리크 그로 저/이재형 역
책세상 | 2014년 04월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 나오고 변화되는 인간들의 삶이 들어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걷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에 깊이 매료되었던 것 같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 조금 달라졌다고나 할까. 예전처럼 미니스커드를 입고

하이힐을 신는 낭만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생활인이라는 새로운 자세가 들어 앉은 것 같다.

10분을 걷기 싫어서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회사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걷기가 싫어서 에스컬레이

터에 몸을 맡기고 고층의 중간밖에 안 되는 회사를 올라가기 위해 여전히 양쪽 버튼을 다 누른다.

 

내가 좋아해서 컬렉하기도 했던 아르튀르 랭보의 글이 특히 나를 이끌었던 것 같다.  "태양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스물다섯 살부터 죽을 때까지 사막의 길을 걸었다." 이 문장을 반복해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책을 읽는지 생각해 볼 때가 있다. 흔한 말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맘에 드는 옷을 입을 때처럼 내가 금방 변신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프레데리크 그로의 책을 읽

으며 나는 단박에 변해 버렸다. 무거운 어깨의 짐을 벗어 던질 순 없어도 당장 걸을 순 있으니!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엄청나게 부어오를 때까지. 그의 나이 서른여섯 살이었다.

열다섯 살 때의 랭보. 허약한 소년, 결연하게 먼 곳을 바라보는 그의 푸른 눈빛, 가출하는 날

아침, 동이 트기 시작하면 그는 어둠으로 가득 찬 집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 문을 살그머니

닫고 길을 나섰다. 작은 흰색 길이 평온하게 깨어나는 것을 보며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자, 가자! 걸었다. 항상 걸으며 경쟁자가 없는 자신의 두 발로 땅의 너비를 재어보았다.

...그는 늘 매번 걸었다. 난 그저 걸어 다니는 사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그는 걸어 다니는 사람일 뿐이었다. 걸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분노가 필요하다.

그의 가슴속에는 그 출발의 외침이, 그 격렬한 환희가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 P.73~75

 

걷기에 대한 이야기 하면 빠질 수 없는 많은 철학자들의 이야기들도 읽기에 도움이 되고

좋았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월든의 작가 소로의 이야기도 후반부에 등장한다.

우리가 이젠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치뤄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행한 일이다. 받아들이는 일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이 내게 강조했고 와 닿았던 바는 진리의 문제 이전에 자신을 인식하는 문제라는 점이다.

 

 

 

쿠데타의 기술

쿠르치오 말라파르테 저/이성근,정기인공역/문준영 감수
이책 | 2014년 04월

 

 

 

권력의 쟁취와 역사적 기술을 통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독자에게도 기쁨이고 번역 소개된 책

의 완성도가 높을 때 만족도가 높다. 역자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3명의 각고의 노력의 결과물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고 쿠데타의 기술을 통해 무솔리니나 마르크스, 볼세비키와 트로츠키의 전술들

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시간이라 흥미로웠다. 부록으로 들어 있는 인물정보들과 파시즘 약사 편은

이 책이 가진 장점을 잘 보여준다. 내가 공부하며 난해한 부분들을 이 책을 통해 많이 보완했다.

 

20세기 유럽의 권력쟁취 투쟁의 역사를 보면서 현실과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다

는 것은 우리에겐 다행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각고의 노력으로 이룩한 민주화라는 단어가

애매모호한 말장난의 유희로 그칠 때 보여질 수 있는 뼈 아픈 성찰들을 8장에 실린 히틀러 편을

통해 더 간곡하게 피부로 와 닿는 경험은 실로 놀랍다. 나치의 창당과 집권의 이야기는 그간 숱

하게 들어와서 내가 모르는 부분이 없으리라 자신한 부분도 많았는데 "나치 돌격대는 대체로 반

골 기질이 큰 한 독일 민족 집단이 아니라 히틀러의 야망을 실행에 옮기는 맹목적 [혁명의] 도구"

라는 말에 함축된 제국주의적 정복욕구를 독자들은 확인하며 그 시대의 상황을 묵도할 수 있다.

 

 

<강압적 수단으로 반정부 시위와 집회를 잠재우는 데 성공한 무솔리니 정부는 1926년 파시스

트 국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을 불법으로 규정해 해산시키고 공산당 지도부를 비롯한 대표

적인 반파시스트 정치인과 지식인들을 대거 체포하거나 해외로 추방했다. 언론, 출판에 대한

검열 제도를 시행하고 경찰의 사찰과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라디오 방송을 국가 독점 관리

하에 두고 주요 신문사들에 직, 간접적인 압력 수단을 동원해 친정권 성향의 인사들로 편집

진을 교체하도록 만들거나 소유주를 바꿔버렸다. 모든 중등 교사들(1929), 대학 교원들(1933)

에게 의무적으로 정권에 대한 충성 서약을 하도록 규정했으며 학교에서도 아동들에게 충성

서약을 가르치도록 했다.>P.291~292

 

소름이 끼치도록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련의 일들과 닮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불법사찰, 개인의 자유권 제한, 언론사의 통제 등등이 이미 과거로 다시 회귀한 듯 보여지는 것은

쿠데타의 악질적 습성과 닮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한 개인과 국가의 대립, 전 민중과 사회 안에서의 이념적 갈들과 충돌, 그를 해결해 나가는

국가의 암묵적 침묵과 멸시적 합의들이 쿠르치오 말라파르테를 5년간의 유배생활로 힘겹고 인

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가 사라진 상태로 구금했을 것이다. 1948년판 서문에는 '자유에 대한

방어가 가져다 줄 수 없는 것'에 이런 잊지 못할 구절이 있다.  "하지만 나는 한 사람의 작가,

예술가로서 다른 이들의 불행을 그들 [나를 모함하는 이들]보다 더 고통스럽게 여기는 한 명

의 자유로운 인간일 뿐"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 책은 특히 더 정독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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