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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징비록』 서해문집 특별 인터뷰 | 징비록 2021-09-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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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현재까지 판매부수가 궁금합니다.

 

하도 오래 전부터 판매 중이라서 정확한 판매부수는 아니지만 약 35만 부 정도가 나간 것 같네요. 

 

『징비록』의 역사에 관해 알려주신다면? 

 

저는 고전이 좋아서 출판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고전의 현대화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지요. 출판사 이름이 서해(西海)+문집(文集)인 것 역시 고전과 관련이 있습니다. 옛 선비들이 자신의 저작을 두루 모아 문집이라고 이름을 붙였으니까요. 


오랫동안 ‘어떻게 하면 고전을 시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오래된 책방>이라는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대부분의 고전 출판물은 원문이 들어가고, 역주(譯註)가 붙고 해석을 덧붙이는 식이었는데, 이렇게 해서는 시민들에게 가까이 가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선보인 방식이 원문은 빼고, 역주도 빼고, 원문 해석만 한 다음, 시대에 맞는 문투로 바꾸는 것이었지요. 덧붙여 고전에 사진과 일러스트를 많이 넣은 것은 <오래된 책방> 시리즈가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렵 『징비록』은 우리 고전 가운데 거의 안 알려진 상태였습니다. 오죽하면 직원들이 “『징비록』은 출간하지 말지요. 저희도 이런 책이 있는지 모르는 걸요.” 할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내가 이 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렸어. 조선 선비의 애국심, 그리고 글에 대한 놀라운 능력을 전하는 것이 출판이지, 책 파는 것이 출판이 아니지.” 하면서 밀어붙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책 출간하고 한 달여가 지나서 출판사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이런 내용이었지요. 


“류성룡 선생 연락처 좀 알려주십시오.”


당황한 저는 “아, 죄송한데요. 그분이 얼마 전 돌아가셨습니다.” 하고 답했지요.
그만큼 잊혔던 고전인데, 저로 인해 이제는 국민 고전으로 자리 잡은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징비록』은 한국에도 여러 종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서해문집판 『징비록』의 강점은?

 

제가 번역하고 제가 출간한 책이 다른 책에 비해 뛰어나다고 말할 만큼은 아직 늙지 않아서요. 다만 류성룡 선생의 가문인 풍산 류씨 가문에서 연락이 와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우리가 시중에 나와 있는 『징비록』을 다 찾아서 확인했는데, 귀 출판사 책의 번역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문중에 이 책을 보급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수천 부를 납품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징비록』 출판과 관련해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합니다. 


『징비록』이 인기를 끄니까 여러 출판사에서 이런저런 책을 참고해 출간, 판매하는데, 이런 출판사일수록 책 내용이나 편집보다는 마케팅에만 힘을 기울이지요. 이런 짓은 양서를 출판하는 출판사에게 큰 누가 됩니다. 그런 책이 잘 팔린다면 누가 어려운 책을 힘들여 출간하겠습니까? 오죽하면 제 얼굴에 침 뱉기인 이런 말씀을 드리는지 당사자는 알 것입니다. 저도 중복 출판 많이 한 비윤리적인 출판인이지만 ‘적당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징비록』은 누가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징비록』은 한 나라, 나아가 한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참화를 겪고 난 다음 기록한 생생한 전쟁 기록이자, 오늘날의 백서(白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건이 벌어지면 그때만 큰 관심을 가졌다가 시간이 지나면 “과거는 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라는 말을 합니다. 그 말이야말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경구에 반합니다.


한국, 중국, 일본이 전쟁의 한복판에서 국제 정세를 놓고 다툰 임진왜란은 21세기 동북아 정세의 요동치는 모습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징비록』은 특정 세대를 위한 책도 아니고,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고전도 아닙니다. 『징비록』이야말로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핵심이 되는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시민, 나아가 동북아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가지 않는 한 이 땅에서 살아갈 모든 사람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책 속에서 가장 기억나는 대목은? 혹은 좋아하는 부분은? 

 

책 전체가 우리 민족이 겪은 참화라서 좋아하는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꼭 기억하고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을 맞아 조선이 크게 고통을 겪게 된 데에는 많은 요인이 있을 텐데, 그 가운데서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도 그런 경우가 두 번 있습니다.


하나는 조총의 위력에 대해 류성룡 선생이 언급하자, 신립 장군이 “그 조총이 쏘는 대로 맞습니까?” 하며 힐난하는 대목인데, 결국 신립 장군은 적을 가벼이 여긴 탓에 탄금대전투에서 목숨을 잃고 맙니다. 


다른 하나는 이일 장군이 상주에 머무를 무렵 한 사람이 와서 “적군이 바로 앞에 와 있습니다.” 하고 알릴 때입니다. 이에 이일 장군은 허무맹랑한 소문으로 혼란을 야기한다며 그의 목을 벱니다. 그러나 이튿날 그의 말대로 적이 공격해 왔고, 우리 군은 대패하고 맙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경고의 목소리를 무시해 거듭되는 재난과 실패가 많습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징비록』은 서해문집 출판사에 어떤 의미를 지닌 책인가요?

 

서해문집이 이제껏 출간한 책이 1000여 종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서해문집의 뿌리는 <오래된 책방>과 <서해클래식> 같은 고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오래된 책방>의 1차분인 『징비록』, 『북학의』, 『하멜표류기』는 각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경제적인 측면보다 출판사 서해문집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킨 뜻깊은 기획이자,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새삼 되새기도록 한 중요한 책들이지요. 참으로 감사한 고전들입니다. 

 

서해문집은 독서, 책 자체에 관한 책을 다수 내고 있는데요. 그밖에 서해문집의 출판 철학이 궁금합니다.

 

책이라는 매체가 인류 문명을 일구어 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최근 들어 다양한 정보 매체들이 발명되어 책이라는 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책의 소멸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책은 결코 소멸하지 않을 것입니다. 종이에 글자를 새기는 - 첨단의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 보기에는 원시적으로 보일 정도인 - 이 매체가 오늘날 인류 문명의 자궁이고, 그 자궁의 역할을 영원히 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일은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서해문집은 시험관보다는 어머니의 자궁을 믿습니다. 

 

곧 출간될 책을 공개하신다면?

 

서해문집에서는 1년에 약 60권의 책을 출간합니다. 그 책들 모두 저자와 편집자의 철학이 담긴 소중한 책들이지만 다 소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중복 출판임이 분명한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서해문집 판을 곧 선보인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고전 쉽게 읽기의 문제, 즉 수많은 주석을 별도로 편집해 넣음으로써 독자들의 읽기를 방해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문제에 오랫동안 천착한 결과, 본문에 주석을 녹아들도록 함으로써 고전 읽기의 장애를 하나 더 걷어내려는 시도를 했는데, 독자 여러분의 평이 궁금합니다.


한국고전번역원이 저희 시도에 기꺼이 동참해 주셔서 번역 또한 마음에 들기에, 독자 여러분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뜁니다.

징비록

유성룡(류성룡) 저/김흥식 역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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