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이시형의 신인류가 몰려온다』를 출간하고 여러 가지 바쁘게 지냈습니다. 단순히 책을 출간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의 주요 내용인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을 만나고 국회의원을 만나 실제로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자문과 부탁을 드리고 있습니다.
『이시형의 신인류가 몰려온다』를 출간하셨습니다. 1990년대 초반 『신인간』이라는 책을 내시기도 하셨는데요. 이번에 발표하신 책은 어떤 책인가요?
1990년대 초반 출간한 신인간은 당시 아주 독특하고 개성이 넘치던 젊은이들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한 책의 신인류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초고령층을 일컫는 말입니다. 누구도 90세, 100세를 살아본 적이 없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라 대비할 수 없는 새로운 세대를 말하는 것이죠. 이젠 초고령 사회를 60대부터 스스로 준비하고 또 정부가 정책적으로 어떻게 가이드해줄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00권이 넘는 책을 지금까지 펴내셨습니다. 최근에 낸 책 『신인류가 몰려온다』를 제하고 선생님께서 가장 아끼는 책은 무엇인가요?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책도 궁금합니다.
출판사 특별한 서재에서 출판한 『행복도 배워야 합니다』라는 책은 제가 평생을 해왔던 세로토닌운동의 정수가 담긴 책입니다. 세로토닌은 뇌신경 전달물질로 우리 몸의 필수 호르몬 중 하나입니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을 비롯해 각종 불행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세로토닌은 특이하게 약으로도 섭취할 수 있지만 햇빛 쬐기, 스킨십, 리듬운동 등으로도 충분히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을 어떻게 하면 잘 분비하여 뇌과학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한국인의 건강, 그중에서도 정신 건강에 관심을 두고 여러 책을 펴내셨습니다. 20세기 대한민국과 지금의 모습은 어떤 면이 달라졌을까요?
20세기 우리는 굉장히 바쁘고 정신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한창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쉴 틈이 없고 자신의 정신 건강을 신경 쓸 틈이 없었죠. 경제적으로 몹시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우울증이라니, 오기로 이겨내야 한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제 눈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보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의 건강에도 관심을 갖고 챙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힐링, 명상 같은 수단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는 데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심리학 책은 거의 대부분 ‘뇌과학’에 기반한 책입니다. 대한민국 뇌과학의 대중화를 선도하신 입장에서, 요즘 출간되는 심리학 책을 어떻게 보시나요.
요즘에도 참 좋은 심리학 책이 많습니다. 의료계에 은퇴한 지 오래된 제가 보기에도 잘 썼다 싶은 책도 종종 보입니다. 그러나 간혹 인간의 심리를 너무 틀에 분류하고 정규화하는 심리학 책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대에 올수록 개개인의 심리적 특성이 아주 독특하고 예측하기도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MBTI는 사람의 심리 유형을 16가지로 구분해주는데요, 과연 고작 16가지로 현대 사회의 인간의 심리를 분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테스트를 통해 분류 당한 인간은 실제로 더 다양한 심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분류된 성향에 맞게 틀에 갇혀 지내게 되는 위험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점점 더 책이 팔리지 않는다, 진지한 책은 더 팔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출판계에 있는 듯합니다. 이 기획의 제목이 ‘다시 인문학’인데요. 인문학의 역할을 묻고 싶습니다.
과학이 날로 발전하고 옛날과 같이 굶주리는 사람은 더 이상 많지 않습니다. 넉넉하고 여유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 여유를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배가 고픈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이러한 외로움과 정서적인 굶주림은 감정 조절 실패, 사회적 고립을 비롯해 심지어 묻지마 범죄 같은 신종 범죄로 번지기도 합니다. 인문학은 이러한 굶주린 인간성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체험하고 생각을 공유하고 그것에 물음을 던져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그 과정을 통해 인간성을 부풀려 가는 것이죠.
책을 쓰는 일은 상당한 시간과 체력을 요구하는 활동이죠. 100권이 넘는 책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
제가 쓴 책은 지금까지 110권이 넘습니다. 전공이 사회정신의학이라 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습니다. 해가 지나면 그 때마다 쓸 이야기가 너무 많이 생깁니다. 사회적인 이슈나 문제도 매년 달라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 분야나 새로 떠오르는 의학 기술 분야도 달라집니다. 제가 워낙 다방면으로 호기심이 많아 관심 분야도 매년 달라져서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더 심도 있는 연구, 사회운동을 위해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넓은 분야에 걸친 호기심 덕분인 것 같습니다.
쓰고 있는 책이 있나요? 없다면, 혹시 쓰고 싶은 책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직 책을 쓰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내 나이가 이제 90이라 책을 더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혹여나 책이 나온다면 지금까지 마찬가지로 사회정신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 면역, 자연의학, 다이어트 등 잠시 제 전공과 가깝지 않은 분야에 대해 책을 썼지만 책을 또 쓰게 된다면 본연으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예스24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쓴 『이시형의 신인류가 몰려온다』는 가볍게 읽기엔 조금 무거울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긴박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내용이고 우리 모두가 준비해야할 문제입니다. 나는 아직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초고령 사회는 직면하여 해결할 문제가 아닌 미리 예방해야하는 문제입니다. 지금의 삶이 고달프고 바쁘시겠지만 부디 시간을 내셔서 책을 읽고 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함께 철저한 대비를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