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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아버지 어렸을 때 어떻게 사셨는지 아세요? | 기본 카테고리 2021-11-28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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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버지의 연장 가방

문수 글그림
키위북스(아동) | 2021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아빠의 젊었던 날들이 궁금해지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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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 탓인지, 며칠 전 아빠와의 통화 끝에 "아빠, 사랑해"라고 말했더랬어요. 마음은 늘 있지만, 입 밖으로는 잘 안 나왔던 말이었죠. 아빠는 저에게 "딸, 고마워" 하고 화답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끝에 닿은 고맙다는 인사가 어쩐지 죄송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어요. 아빠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 말을 기다려왔을까요.

오늘 소개하고 싶은 그림책은 아빠의 이야기를 담은 <아버지의 연장 가방>이라는 그림책입니다. 표지에서 꽤 젊었던 아버지는 그다음 장에서 세월을 건너 뛰어요. 늘 바빠서 얼굴 보기도 어려웠던 아버지인데, 어느 순간부터 소파 위에 망부석처럼 앉아 계시게 됐지요. 화자는 문득 아버지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어떻게 살아왔던지를 묻습니다. "엄니, 아버지 어렸을 때 어떻게 사셨는지 아세요?"

1947년생인 아버지는 부산에서 태어나셨대요. 어머니 말로는, 아버지의 친엄마는 일찍 돌아가셨고 새엄마 밑에서 말도 못 하게 고생했다고요. 하지만 그 시절, 고생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었나요. 먹을 것, 입을 것이 늘 부족하던 때에-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냈겠지요. 다만 아버지는 조금 외로웠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는 바로 돈을 벌어야 했던 아버지. 아이가 공사판에 기웃거리면서 일 좀 시켜달라고 해봐야 큰 소득이 없었지만, 그래도 아득바득 심부름이나 잡일을 하면서 목수로서의 삶을 시작합니다. 진짜 목수가 되고 난 다음에는 어머니를 만나 결혼도 하셨지요. 표지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연장 가방'도 이 즈음 마련하신 거라고 해요.


 

너무나도 낯익은 가방. 하지만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살펴본 일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애지중지 아꼈던 것이기도 하거니와,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하셨었거든요. 얼핏 들여다보기로 재미있는 것들이 들어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언젠가 아버지에게 연장에 대해 물었을 때는 아버지가 하나하나 연장들을 설명해 주신 일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들이 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해요) 

"망치질하는 법 좀 알려주세요."라는 아들의 말에 무뚝뚝하게도 "특별한 방법이 뭐 있겠나. 자루를 세워야 될지, 눕혀야 될지, 감이 딱 오믄 그 방향으로 내리치면 돼."라고 답하던 아버지였지만- 망치를 모두 꺼내서 장도리, 자귀망치, 벽돌망치, 유리망치, 돌망치, 볼망치같은 것들을 일일이 비교하고 그 특징을 설명하던 아버지를 화자는 아무래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대패나 톱도 마찬가지예요. 단 한 번도 대패나 톱을 사용해 본 일이 없지만, 아버지가 설명해 주시는 홈대패와 턱대패, 외원대패와 내원대패를 보면서는 뭔가 나무를 깎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뭐랄까, 장인의 세계를 엿본 느낌이었달까요.


 

말뿐만이 아니라 아버지는 정말 장인의 세계로 들어섰던 거겠지요. 하는 일도 많고, 오라는 데도 많았던 그 시절- 아버지의 연장은 철물점을 차려도 될 만큼 많아져서 집에 창고를 따로 짓기도 했었더랍니다. 땅을 사서 집을 지었던 것도 그 무렵일 테고요. 아마 그때가 아버지의 전성기였겠지요.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쪼르르 현관으로 나가 "다녀오셨어요" 하고 이야기하던 시절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따뜻하게 아버지의 마음을 녹였는지는 알지 못했었어요. 온종일 흘린 땀이 그 한 장면으로 모두 괜찮아졌던 날들이겠죠. 그렇다면 지금의 아버지는, 무엇으로 위로받고 있을까요. 낡은 연장 가방에 담긴 추억일까요, 혹시 무심하게도 가끔 걸려오는 우리의 목소리는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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