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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 철학사상 2021-01-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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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대

필립 라쿠-라바르트,장-뤽 낭시 공저/조만수 역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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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Scene
필립 라쿠 - 라바르트 ㅣ 장-뤽 낭시
조만수 옮김 ㅣ 문학과 지성사

그래, 두 가지의 무대가 있어.
그 하나는 당연히 형상들이 보여지는 무대이고,
또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한발 뒤로 물러서 있는 무대이지.

인문 에세이 ‘채석장 시리즈’의 다섯번째 책, 무대.
프랑스 철학자 필립 라쿠-라바르트와 장-뤽 낭시의 ‘무대’라는 개념을 주제로 대화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이 책에서 두 사람은 무대 중에서도 연극무대에 대한 담론을 질의문답 형식으로 풀어가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통사적인 무대에 대한 대화를 초월한다. 지극히 철학적이며, 분석적이며, 비평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이견에 있어서는 설득의 논거를 펴기도 하고, 사견을 덧붙여 깊고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편지마다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 믿음의 바탕이 충분히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내용이나 개념에 대한 것임에도 서로를 존중하며는 마음이 보일 뿐 서로를 비방한다거나 지탄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철학자들이지만 왜 무대를 선택했을까?
연극무대에 대한 사유를 정리해 보자면,
무대가 주는 의미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즉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원전을 시작으로 여러 철학자들이 내놓은 연극에 관한 쟁점들이 우리의 삶에 밀착된 주제들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철학적 작업 속에서 무대에 관한 문제가
여러 주제들의 매듭 혹은 교차점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여지는 무대와 한발 뒤로 물러선 보이지 않는 무대에 대하여 충분히 사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메시지가 있다. 연극은 “현전을 현시하는 특권적인 방식”이다라고 말이다. 풀어보자면 이 말은 배역과 배우, 텍스트와 공연, 말과 몸처럼 이중성을 지닌 연극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사실 내가 현전과 현시를 구분하고 이 특성들을 무대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철학적 사유와 실제 나의 지적 경험에 적용하여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모든 연극과 관련한 개념들은 재현, 즉 미메시스라는 이름으로 접근해보는 실험적 요소들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옵시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 6요소의 하나인 옵시스가 이 책의 전반적 대화의 쟁점으로 떠오른다.
장-뤽 낭시는 옵시스, 스펙타클이라는 이 용어를 무대화(미장센)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라쿠-라바르트에게 옵시스는 단지 시각적인 요소에 해당하는 것이다.
무대의 형상화에 대하여 고민하는 철학자들의 논조가 보여진다.
낭시는 무대의 형상화란 최소한 필요성만을 요구하지만, 라쿠-라바르트는 이에 대하여 정반대의 의견을 표출한다. 그러므로 라쿠-라바르트는 무대화 대신 행위화로 이름한다.
라쿠-라바르트는 재현을 거부하기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한발 물러선 무대, 즉 현시를 지지한다. 드러남 그 자체로 무대를 바라봄으로써 현재화 하길 원하며 원초적인 공간으로 원-무대, 원-연극이라는 말을 한다.
반면 낭시는 연극이라는 구체적 장르, 형상들이 보여지는 무대를 말한다.
라쿠-라바르트의 단지 텍스트를 발화하는 목소리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서 낭시는 입은 텍스트의 발화로 몸 중에 몸, 형상화 그 자체이며 몸이 기억하는 발화와 형상의 흔적들을 발견해 나가는게 연극이라 생각했다.
단순히 온 몸으로 극을 표현하고 해석해 내고자 열연하는 행위 자체가 무대 위 연극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라고 생각했다. 내겐 난해한 상당부분의 자연스러운 편지글이 그들 사이에선 생활인 듯 자연스럽게 읽히고 사유하는 논쟁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게 경이로웠다.
한결 높아진 그들의 위상처럼 그들의 연극과 무대에 관한 논쟁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회자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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