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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에세이
소설 [세 모양의 마음] | 소설 에세이 2020-09-2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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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 모양의 마음

설재인 저
시공사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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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아이를 키우며 남편과 크고 작은 갈등이 있다. 나도 아이를 사랑하고, 남편도 아이를 사랑하지만 사랑의 방식이 너무 다르기에 우리는 서로의 방식에 갈등하게 된다.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모양이 다르면 사랑하는 방법도 다르다. 소설 <세 모양의 마음> 은 내게 그런 책이였다.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모양이 다른 세 사람. 그 마음이 서로 달라 상처받을 수 밖에 없었던 열 다섯 살 유주, 상미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여인 진영의 이야기는 남의 일 처럼 읽히지 않았다. 바로 지금 서로 다른 사랑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같았다.

?

<세 모양의 마음>에는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열다섯 살 유주와 상미 , 그리고 어른 진영.

유주는 다섯 살 바닷가에서 물에 빠졌을 때 어떤 익명의 남자에게 구조를 당하나 그 구조자가 2주 후 돌연사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 충격 이후 유주의 엄마는 임신중인 남자 아이를 유산하고 유주는 집안의 애물단지가 된다. 태어나지도 않았던 남동생과 비교당하며 없느니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한 유주는 물에 빠졌던 그 때 이후 절뚝이가 되어 주변의 놀림걸이가 된다.

?

또래 상미는 가난한 집에서 살아간다. 집에서 누워만 있는 무기력한 아빠, 아빠를 대신해 일을 하지만 딸 상미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엄마, 그리고 가난이라는 이름하에 모든 걸 포기해야만 하는 외로운 상미. 상미에게는 어린 시절 유괴당할 뻔한 경험이 있다. 자신에게 맛난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던 여인을 따라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는 상미는 하루 하루가 지옥같기만 하다.

?

돈이 없는 10대 유주와 상미에게는 갈 곳이 없다. 그들에게 돈이 없어도 눈치 보이지 않는 유일한 장소는 도서관. 그들은 사람없는 곳을 피해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소설 코너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외로운 그들에게 어느 날 밥을 사 주겠다며 다가오고 그들은 진영의 보살핌 아래 세 명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저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굶으며 지내던 앤데요.

저분이 매일매일 아무 사이도 아닌 저한테 점심을 사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웃게 해줬다면요.

그러면 누가 진짜로 제 보호자인 거예요?

우리는 흔히 보호자라는 말을 보호 대상에게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뜻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보호자라는 건 말 그대로 정신적 육체적이라는 말로 보호해야 함에도 힘의 논리 또는 권리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이 소설은 자문하게 한다. 나 역시 엄마이고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내 아이들에게 권리만을 행사하는 건 아닌지 되물어본다.

<세 모양의 마음>에서 영원할 것 같던 세 사람의 관계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분열되며 이 세 명은 뿔뿔이 흩어진다. 이 들의 관계를 주변에서는 이용하고 배신하는 사람도 있으며 결국 실패한 것 처럼 보이곤 했던 이들이 마지막에는 반전을 선사한다. 비참한 상황에서도 서로를 놓지 않은 두 사람을 보여주며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를 깨닫게 한다. 상황에 따라 돌변하는 유주 또는 상미의 부모와 같은 사랑이 아닌 상황을 떠나 상대방에게 책임을 다하기를 원하며 놓지 않았던 이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마음이 또 다른 희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유주와 상미 그리고 진영은 서로를 사랑했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의 방식은 서로 달랐다. 하지만 방식이 달랐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듯 이들이 서로 떨어져 있다해서 끝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사랑이 있는 한 언젠가 서로 다시 만날 것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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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인의 희노애락, 《작은 나의 책》 | 소설 에세이 2020-09-2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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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작은 나의 책

김봉철 저
수오서재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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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한다. 글쓰기도 좋아한다. 이 두 가지를 충족하기 위해 나는 서평, 리뷰를 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한 번씩은 꿈 꿔 볼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을 만드는 것.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항상 소망뿐이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글을 쓰는 플랫폼이 많아지고 책을 내는 출구가 다양해지며 여러 형식의 출판물들이 출간된다. 출판사를 통한 기성 출판, 텀블벅을 통한 후원, 자비 출판 그리고 자신이 직접 제작하는 자비 출판이다.

《작은 나의 책》은 독립 출판으로 자신의 책을 만든 작가 김봉철씨가 전하는 독립 출판 이야기다.

《작은 나의 책》은 저자가 글을 쓰게 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수줍고 인간 관계가 어색한 30대 무직, 블로그에 그의 무직 남성의 소소한 일상들을 써 내려간다. 우연히 시작한 블로그에 미드 자막을 올리고 혼밥 생활을 올리곤 하던 그가 블로그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인력사무소에 나가 근근히 용돈을 버는 그에게 책을 내 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온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던 출판. 마음은 동하지만 출판을 하기 위한 비용은 부담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해 볼까?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용기를 내어 그는 손수 책을 만들어간다.

물론 책은 원고가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원고만 있어서는 책을 만들 수 없다. 디자인, 표지, 크기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손수 표지 그림을 그리고 사이즈를 정하며 원고를 교정하고 발품으로 인쇄소를 찾아다니는 저자의 여정이 그려진다. 여러번의 교정 끝에 인쇄소 사장님으로부터 책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의 기쁨, 그리고 책을 실은 트럭이 집 앞으로 오기까지의 설레임등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의 첫 책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를 출간하였고 스스로 독립서점에 메일을 보내 입고 요청 메일을 보내거나 발품을 판다. 출간부터 홍보까지 자신이 직접 모든 걸 처리해야 한다. 마켓에 나가 직접 책을 팔기도 하고 서점에서 강의도 하며 독자들과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알음알음 일을 하며 기성출판사와 연락이 되어 책을 출간하기도 한다.

저자가 만들어나가는 책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쩌면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직접 그리고 제목을 정하고 판형까지 직접 정하는 그의 이야기는 책 출간 후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가 만든 책을 한 명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 내성적인 성격을 무릎쓰고 사람들 앞에 서는 저자의 모습 속에 책 한 권의 무게를 생각하게 한다. 비록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아마추어지만 출간되는 순간은 프로의 모습으로 모든 것에 임해야 한다.

독립출판이라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와 책임이 깃들어있음을 《작은 나의 책》에서는 보여준다.

나는 여전히 책 출간을 꿈꾼다. 설령 누군가가 내 꿈을 비웃을지라도. 이 책이 내게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부추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할 말은 있고 그 말을 책을 통해 할 수 있음을 말한다. 남들이 보기에 자신이 하는 과정들이 어설퍼 보인다 할지라도 책 한 권에 온전히 책임을 다 해야 함을 말한다. 출간 후의 고통을 손수 감당해야하며 견뎌낼 수 있어야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책 출간 사이 공백을 견디기 위해 생활인으로서의 고뇌를 말함으로서 결코 쉬운 길은 없음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출간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서 책을 폈지만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낸 후 견뎌야 할 책임까지를 생각하며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과연 나는 이 모든 것을 다 안을 수 있을까?

가장 쉬운 길은 없다. 저자는 가장 빨리 책을 쓰는 방법은 묵묵히 모든 걸 감당할 마음가짐과 함께 그저 컴퓨터를 켜고 첫 문장을 적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껏 밀어 올려 보라고 말한다.

나도 책을 출간할 수 있을까? 자신과 같은 사람도 시작했으니 먼저 적어나가라고 권유한다. 그리고 묵직한 결단과 함께 도전해보라고 말한다. 할 수 있다. 먼저 우리가 시작만 한다면 길은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책에 대한 모든 것을 감당하겠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시작하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질 것이다.

작은 나의 책을 견딜 수 있는 자에게 또 다른 길이 열릴지 도전해보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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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 소설 에세이 2020-09-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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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저
위즈덤하우스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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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부와 명성, 자유, 그리고 태국 휴양지에서의 휴식, 생각만 해도 여유롭고 평화로운 그림이 그려지는 풍경이다. 하지만 가장 행복해야 할 그 공간에서 자신을 강타한 모습이 현실과 정반대라면 어떨까?

최근 스페인어 방송에서 유창한 스페인어로 한국 방역을 설명해서 화제가 되었던 방송인이자 작가인 손미나씨의 이야기이다. 사업을 정리하고 모처럼 찾은 휴식에서 그녀는 자신의 맨 모습을 대면하게 된다.

나는 행복하지 않다. 라고...

이 혼란 속에 저자는 호텔측에서 집행하던 명상 강사 인도인 구루를 만나고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찾아온 불행하다는 감정을 토로한다. 명상 강사분이 저자가 들려준 삶을 통해 바라본 저자의 모습은 바로 정신, 정신력에 의해 지배받아와서 정작 자신의 마음과 몸을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았다라는 사실이이었다. 스스로 잘 해야만 한다는 정신으로 무장한 채 앞만 보고 달라온 삶. 그 정신을 쫓아가느라 몸과 마음이 지쳤다는 말과 함께 구루 강사는 이제 정신이 아닌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아볼 것을 제안한다.

마음이 원하는 일을 위해 저자는 오랫동안 묵어두었던 버킷리스트를 꺼낸. 잊고 있던 버킷리스트 1호 살사 댄스를 배우기 위해 쿠바 출발부터 이탈리아까지 오가며 도전하고 즐기는 삶을 실천해나간다.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에서 저자의 모험은 '계획녀'이고 생각이 많은 저자의 정신에 의해 방해를 받기도 한다. 가령 살사는 전적으로 남자의 리드를 받아야 하는 춤이건만 먼저 발이 앞서고 자신의 생각대로 나갈려고 하는 탓에 강사 베로니카에게 지적을 받기도 하고 서핑 강사 뻬드로는 마음 속의 한계를 지우고 지금의 파도를 즐기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욕심과 생각을 버리고 현 상황을 집중하며 그 자체로 즐길 때 새로운 기쁨과 가능성이 열렸다.

항상 성취를 중요시 여기고 '잘 해야 돼'라는 강박증 비슷한 완벽을 고집했던 저자에게 가장 어려웠던 건 바로 모든 걸 내려놓는 것이었다. 쿠바처럼 가난하고 구속된 삶을 살지만 그렇기에 오늘 하루 살아가는 데 집중할 수 있고 이탈리아어도 새롭게 배워가는 기쁨에 하루마다 체험하는 이탈리아어의 모습에 기뻐나간다.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가난한 쿠바인들에게도, 그리고 우리 각자의 삶이 순식간에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가 바라본 그들의 모습은 태도를 변화함으로 지금 이 곳에서의 행복을 만들어나간다. 부와 소유가 그들의 행복을 가로막지 못하게 한다. 저자는 그들에게서 현실에 더욱 충실하며 행복한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자신을 내려놓는다.

우연히 받게 된 스테파노 요가 강사와의 수업에서 저자는 자신의 또래처럼 되어 보이는 강사가 탄탄한 몸과 근력을 가진 모습에 질투심에 휩싸인다. 하지만 강사 스테파노는 운동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자기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남을 질투하는 것 또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배신하고 지치게 만드는 행위임을 저자는 배워나간다. 무조건 잘 해야 된다며 정신력으로 무장하며 채찍질하지만 정작 자신의 몸을 사랑해 주지 못했으니 저자의 몸과 마음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말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나의 경우 체육관에 가거나 병원을 갈 때마다 내 몸을 두고 몸이 너무 뻤뻤하다고 한마디씩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유연성 없이 딱딱한 내 몸이 부끄러웠다. 왜 나는 이렇게 타고났을까 라는 원망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바로 내가 나 자신을 배신하고 있었음을 직접적으로 말해준다. 나 역시 저자처럼 나의 몸을 학대하고 있었음을 알게 해 주었다.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의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면 어느 새 휴식 자체를 즐기며 이완되는 저자의 마음을 즐길 수 있다. 처음엔 살사를 배우겠다는 의욕이 넘치고 쉽게 배워지지 않는 살사에 대해 의기소침해 있지만 점차 못 하면 못하는대로 잘 하면 잘 하는대로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 받아들임 속에 저자의 마음 속의 내면아이가 위로를 받게 됨을 느낄 수 있다.

저자의 경우 미혼이고 여행 다닐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지만 두 아이 그리고 직장이 있는 내 상황 속에서 나는 쉽사리 저자처럼 여행을 떠날 수 없다. 하지만 저자가 말했듯 자유가 억압된 쿠바에서 그들이 했던 것처럼 그 상황 속에서 태도를 바꾸어 나만의 휴식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 과연 내가 현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즐기는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까맣게 잊고 있던 버킷리스트를 꺼내봐야 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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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야 할 아름다움,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소설 에세이 2020-09-1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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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김탁환 저
해냄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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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요?"

농부과학자 이동현 대표가 소설가 김탁환에게 자주 말하던 질문이다. 그 질문을 작가는 받고 다시 독자에게 되묻는 말이자 이 책을 한 마디로 압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름답지요?"

저자 김탁환씨는 쉼없이 작품 활동을 해 오며 오십을 맞은 지금, 자신의 문학 인생을 되돌아본다. 독서인구는 급감하고 젊은 작가들처럼 변화무쌍하지 못한 그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길을 가야 할 것인지 저자는 고민한다. 자신의 길을 돌아보고 싶었고 그 여정에서 우연히 전남 구례 식당에서 이동현 대표를 만난다. 첫만남에서 그들은 좋은 벗이 될 것임을 알아보았고 도시소설가 김탁환은 농부과학자인 이동현 대표의 자취를 따라 두 번째 발아의 시간을 함께 견뎌가기로 결심한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는 농사 시기에 맞춰 농부과학자 이동현 대표와의 만남과 그의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이동현 대표는 일본 유학 후 자신을 붙잡는 교수의 권유를 만류하고 한국에 돌아와 대학교수가 되고자 지원하지만 그의 수많은 논문과 업적에도 대학교수의 길은 요원하다. 대학교수를 바라며 기회를 엿보는 대신 자신의 첫 회사 창업 후 미숙한 경험으로 실패하고 우연한 기회에 발아현미를 개발하며 부인과 함께 '미실란'농업법인을 설립하여 발아현미를 연구해 간다.

당신의 고향은 무사한가.


소설가 김탁환씨와 이동현 대표는 고향도 친분도 없지만 동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바로 고향의 소멸이다.

도시소설가는 창원 기계공업단지 조성 정책에 따라 자신이 살던 동네가 전체적으로 수몰된 경험이 있다. 살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경험은 당한 사람만이 겪을 수 있는 슬픔이다. 이동현 대표 또한 시골, 농촌의 소멸로 고향의 학교가 폐교되고 길이 바뀌며 어린 추억들이 사라져간다. 사라져가는 아픔을 두 사람은 공유한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의 고향은 무사한지, 소멸되어 가고 있지 않는지 진지하게 묻는다.

이동현 대표는 박사 학위까지 받은 유학파이지만 농부이자 과학자임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가 대학교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미실란'법인을 세우며 좋은 품종의 발아현미를 만들기 위해 내세운 원칙은 한가지이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이다.

무엇이 아름다움일까? 이동현 대표가 직접 씨를 뿌리고 낫질을 하며 농사일을 하는 그에게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바로 지금까지 많은 농부들이 해 오는 화학비료와 유기합성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 농법을 따르는 대신 친환경 농법을 따르는 것이다. 벼가 농약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견뎌나갈 수 있도록, 잡초와 싸우고 흙과 싸워나가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동현 대표는 인위적인 손길을 최소화한다. 온실 속의 화초가 거친 날씨를 이겨내지 못하듯 이동현 대표는 자연 스스로의 능력을 존중하며 친환경 원칙을 지켜나간다. 그리고 그의 원칙이 잦은 태풍으로 힘들었던 올해 여름에 그가 심은 논의 벼만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미실란의 벼가 쓰러지지 않은 것은 그가 세운 원칙, 친환경 농법의 힘이었다.

벼는 6월 초 모내기부터 8월까지 하루하루 싸우며 단단해졌다. 잡초와도 싸우고 흙과도 싸웠다.

싸우면서 벼는 땅으로 더 깊이 내려가는 법을 익혔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와 같은 일상이 쌓인 탓에 무사할 수 있었다.

많은 기사들이 농촌의 소멸을 이야기한다. 어디 농촌뿐이랴. 수없이 많은 지방과 소도시들이 사라져간다.

그 사라짐이 도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야기로 이어져간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또한 소멸을 이야기한다.

특히 곡성과 같이 서울 인구의 3분의1도 안 되는 소멸 고위험지역인 농촌에서 젊은 사람은 보기 힘들다. 아무도 가망이 없다 할 수 있지만 이동현 대표는 자신이 부인과 세운 '미실란'을 통해 '연대'를 한다. 곡성의 농민들과 연대하여 농사지은 벼를 무조건 사들이고 중장년층을 채용하며 교육에서 소외된 농촌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곡성교육희망연대'를 꾸려 마을 공동체가 아이들의 교육을 함께 책임져간다. 함께 하는 그의 손길에 미실란 직원들도 노년까지 그와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며 마을 공동체는 이동현 대표가 없는 곡성을 생각하기 어렵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단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김탁환 작가가 이동현 대표와의 만남 속에 농부들이 땅과 벗하며 뱀, 우렁이 등과 벗하며 겪어 내는 이 모든 과정, 발아부터 추수 그리고 또 다시 파종하는 과정속의 경이로움과 소멸되어감을 끝까지 지켜가고자 길을 멈추지 않는 이동현 대표의 삶에 대한 아름다움을 함께 말한다. 농부과학자가 저자와 교감하며 "아름답지요?"라고 했던 질문에 잘 답하지 못했던 도시소설가가 아름다움을 체험해가며 "아름답다"고 답하며 다시 독자에게 되묻는다. "아름답지요?"

아름다움은 지키지 않으면 사라진다. 이 아름다움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저자는 책 곳곳에 안타까움을 피력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저자는 곡성과 농촌을 소개하는 데 공을 들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현 대표의 질문에 그리고 김탁환 작가의 질문에 응답했으면 좋겠다.

"아름답네요. 이 아름다움 결코 포기하면 안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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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안에 지옥을 만들어 가는 누아르 《스노우 엔젤》 | 소설 에세이 2020-09-1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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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저/신유희 역
작가정신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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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의 작가 가와이 간지는 2012년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에서 『데드맨』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이다. 그 후 『드래곤플라이』.『잔』,『800년 후 만나러 간다』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며 그의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최근 출간된 《스노우 엔젤》은 전작 『데블 인 헤븐』의 프리퀼로 목적과 정의를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의 욕망과 이를 둘러싼 암투를 그려낸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소설은 초반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잔잔한 호수가의 풍경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이는 이 호수를 바라보는 한 노인에게 검은 남자가 찾아오며 그의 레시피를 요구한다. 샤로노프라는 노인이 한평생을 바친 그의 연구작 '최후의 레시피'는 순수한 평온만을 가져다 주는 약물이었다. 그의 약물을 탐내는 범죄조직은 노인을 공격하고 노인은 마지막 그들에게 말한다.


"이 세상은, 영원히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던 진정한 평화를 마침내 얻게 될 것이다. …다만"

"슬픔이나 사랑과 맞바꿔서 말이지."

"그리되면,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후, 이 세상은 …."

"천국이 될까? 아니면 지옥일까?"


노인의 죽음 이후 시간이 흘러 도쿄 시내는 환각 증세를 보이며 사고를 일으킨 후 자살하는 사건들이 발생되며 경시청의 만년 계장 기자키 헤이스케는 늘어나는 이 현상들의 이유를 찾을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스노우 엔젤》은 샤르노프의 죽음과 '최후의 레시피' 그리고 죽음 직전 '천사님'을 부르며 뛰어드는 범죄등의 강한 도입부에서 벗어나 전직 형사 진자이에게로 초점을 돌린다. 9년 전, 동료 여형사 히와라 쇼코와 변호사 추락사를 조사하던 중 역으로 공격을 받아 동료를 잃고 분노에 차 그 일당을 총으로 죽인 후 신분을 숨긴 채 도망자로 살고 있다. 그를 공격하던 범죄 조직으로부터 이 일의 배후에 '마슈'라는 자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9년이 지나도록 어느 단서도 찾지 못한 그는 돈도 없고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하루살이 인생으로 버텨나간다.


어느 날, 진자이를 찾아 온 옛 상사 기자기 계장과 후생노동청의 마약단속관 미즈키 쇼코가 찾아오고 미즈키 쇼코는 이 사건의 배후에 위험한 합성약물 '스노우 엔젤'이 있음을 이야기하며 이 '스노우 엔젤'의 제조자이자 유통자인 하쿠류를 잡을 수 있도록 사건협조를 청한다. 도망자 신분에서 마약단속관의 그림자가 되어 마약 범죄현장에 뛰어든 진자이의 위험한 추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저자 가와이 간지는 이 소설에 올해 개최 예정이었던 2020 도쿄올림픽을 소재로 더욱 현실성을 부각시킨다. 경기 부양을 위한답시고 몇 억, 몇십 조를 경기장 건설에 쏟아부으면서도 일반 서민들의 삶에는 무감각한 정치권을 향한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비록 도망자 신세였지만 자신이 형사로서 가졌던 자부심과 정의감, 그리고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지만 범죄행위에 동조하는 진자이의 고뇌,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미즈키 쇼코와의 마찰은 읽는 이에게 결과를 위해서는 과정을 중요시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게 한다.


《스노우 엔젤》의 가장 탁월한 점은 인간의 모든 욕망이 총집합을 보여준다. 이는 단지 범죄조직만의 욕망이 아닌 정치가들, 그에 협력하는 자들의 욕망, 그리고 마약을 원하는 많은 이들까지 천국을 갈망하는 한 사회의 욕망이 집대성된 느낌이다. 이들의 욕망을 조장하고 이용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음을 소름끼치게 보여준다. 마약상은 천국을 바라는 이들의 욕망을, 정치권은 그들의 부를 위한 욕망을, 서로의 욕망을 자극하며 그들의 목표인 '쾌락의 천국'을 완성하고자 하며 남모를 계획을 완성해간다.


또한 저자는 이 소설 속에서 범죄자의 입을 통해 이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도록 하는 영리함을 선사한다. 그들이 내뱉은 이 사회의 빈틈은 목적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지고 그들의 목적으로 인해 범죄가 오히려 더욱 늘어나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이 사회의 모순을 이야기한다.


"약물만이 아녜요. 다른 범죄도 그래요. 사람 하나를 죽였는데 고작해야 십몇 년, 큰집에서 얌전히 있다 보면 10년 안팎이면 나올 수 있어요. 책임 능력이 없었다는 농리가 통하면 무죄까지도 가능하고요.

범죄에 대한 양형의 가벼움, 이것이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저지른 놈이 득인, 안 하면 손해인 거죠."


"술도 미둑에선 금지되었던 시대가 있었어. 그 기간 동안 술은 마피아의 자금원이었는데, 큰돈을 버는 마피아가 부러워진 국가가 술을 해금했지. 그러자 예상대로 국가에 돈이 물밀듯이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어. 국가는 손바닥 뒤집듯 주류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국민을 상대로 음주를 권장하게 되었어.

그리고 지금 미국은, 훌륭한 알코올 중독자 대국이지."


소설은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한 진자이의 계획에 더욱 진한 복선을 그리다가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이 암투 속에 아직도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접점이 없을 것처럼 보이던 모든 인물들이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는 시작일 뿐이라는 점을 알리며 <데블 인 헤븐>의 화려한 시작을 예고한다.


각 인물 모두 생생한 캐릭터와 마약 현장에서의 진자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을 향해 갈수록 절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반전, 그리고 국가 권력의 검은 그림자 등 모든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이 소설 한편만으로도 가와이 간지의 필력과 스토리텔링을 느끼게 한다. 선과 악의 경계가 없는 곳, '스노우 엔젤'을 둘러싼 이들의 암투 속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가 없다. 그래서 더욱 강렬하다. 더욱 진한 긴장감을 선사해 준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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