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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의 날 것, 4285킬로미터의 홀로 걷기 | 비소설 2019-03-1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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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일드

셰릴 스트레이드 저/우진하 역
나무의철학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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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의 날 것, 4285킬로미터의 홀로 걷기 [와일드]


 

낡아빠진 채 곧 주저 앉아버릴 것 같은 황토색 신발이 강렬하게 독자를 응시한다. 빨간 신발끈은 끌러진 채 아무렇게 걸쳐져 있다. 4285km라는 숫자는 도대체 그 숫자가 얼마만큼의 거리를 뜻하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어 허상에 놓인 누각처럼 느껴진다. 그저 wild, 와일드,라는 책 제목에서, 희망의 기록이다,라는 부제에서 이 책이 가지는 무게와 거침을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을 구비해 놓은 지는 꽤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책꽂이에 계속 꽂혀 있었다. 다만 이번에 걷기를 하면서 같이 읽음으로써 그때 읽지 않고 오히려 지금 읽게 된 것이 더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를 할 생각도 전혀 없었던 그때 읽었더라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 권의 책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걷는다]를 읽었을 때처럼, , 이 저자가 열심히 걸었구나. 나도 언젠가는 시도해 봐야지. 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겠다고 사진을 올렸을 때, 이 책을 읽으면 걷고 싶은 마음이 폭발할 거라며, 봉주아 님이 댓글을 달아주셨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설날을 코 앞에 둔 21일부터 읽기 시작했다. 책이 너무 무거워 들고 다니며 읽을 수가 없다는 판단으로 회사에 두고 점심시간마다 읽었다.

 

545, 책 두께 검지 두 마디. 저자가 걸어간 거리 4285킬로미터, 걸린 시간 3개월.



 

당시 그녀의 나이 26.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남편과는 얼마 전 이혼한 상태.

이런 상황이었다고 해서 누구나 3개월간 미친 듯이 홀로 4천킬로미터 이상을 걷진 않는다. 그녀도 그랬다. 어떤 독한 마음을 품고 그 결심을 했던 건 아니었다. 어쩌다 눈에 뜨인 안내 책자를 보고 살짝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다.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여행의 출발점에서 막상 이 여정을 시작하려고 하니 내가 지금 하려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깨달음이 몰려들었다. 문득 나는 여기서 멈추고 싶었다. 이 일은 너무 터무니없고 특별한 의미도 없었으며 게다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말도 안 될 정도로 벅찼다. 나는 아직 이 일을 할 준비가 완벽하게 안 되었던 것이다. (21)

 

시작은 그랬다. 출발도 어설펐다. 등산을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그녀처럼 그렇게 20킬로그램을 넘는 배낭을 준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게 처음이었던 그녀는 이것도 있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있어야 할 것 같아 모든 걸 배낭에 넣었다. 짐을 다 꾸리고 어깨에 멨으나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그녀의 시작은 시작되었다.

 

시작도 어설펐지만 과정은 시작보다 더 힘겨웠고 시간시간 고통과 불안은 더 커져만 갔다. 급기야 산꼭대기에서 그녀는 신발을 벗다 신발을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고 만다. 이미 발톱은 썩어 네 개나 빠져버린 뒤였다.

 

정말 이 책은 2월 걷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내게 단비처럼 안겨왔다. 비록 4200킬로미터의 긴 여정의 걷기가 아닐지라도 나는 내 여정, 지하철 한 코스 걷기에서 두 코스로 늘리고 다시 세 코스로 늘려 저녁 퇴근길만 6킬로미터 넘게 걷게 된 것은 이 책의 힘이 컸다. 그녀도 힘든 날은 10킬로미터밖에 걷지 못했다고 했다. 10킬로미터면 내가 하루 걷는 거리와 비슷할 때도 있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1킬로미터, 점심 먹고 3킬로미터 정도를 걷고, 퇴근길에 6킬로미터를 걸으면 얼추 10킬로미터의 거리가 되는 셈이니, 그렇게 계산하며 그녀의 하루 일정과 비교해보기도 했다.

 

걷는 이야기만 나오는 책. 물론 중간에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친해지고, 텐트를 같이 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삶의 다양한 퍼즐 속에서 그녀는 기쁨을 느끼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런 이야기들의 결합은 한 편의 소설보다 더 재미가 있었다. 그녀의 걷기를 훔쳐보는 즐거움은 매우 컸다. 그녀의 발톱이 빠져나가는 것을 세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녀는 3개월의 트래킹 기간 동안 열 개의 발가락에서 여섯 개의 발톱을 뽑아냈다.

 

마침내 그녀가 그 긴 여정을 끝내고 다시 도시의 소음 속으로 들어오던 날, 나도 너무 기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살아있음에 대한 기쁨, 모든 과정을 통과했다는 성취감, 그런 감정들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이되었다.

 

나도 살아있고 싶었다. 나도 과정 속에 있고 싶었다. 걷기를 할 때 걷기 관련 책을 함께 읽으면서 하면 정말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을 실감했다. 내 걷기도 꾸준히 좋아졌다. 그녀처럼 근육이 아프다고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내 몸은 더 좋아졌다. 경고와 위험 수준에서 날 위협했던 각종 건강 지표들이 단 몇 달의 걷기를 통해 표준 상태로 돌아왔다. 허리도 줄어 바지가 헐렁해지는 걸 느낀다.

 

2월에 읽은 책 중에 단연코 내게 별 다섯 개를 받은 이 책. 그녀는 4200킬로미터 트래킹을 한 뒤, 이혼을 아픔을 딛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그 아이들이 커서 엄마가 이랬단다 하며 15년 뒤에서야 그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15년 전의 경험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그 긴 세월 동안 모든 감정, 모든 동선, 모든 이야기를 하나도 잊지 않고 재현해 낸 그녀가 놀라웠다. 그리고 자녀들 앞에, 새 남편 앞에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책 속에서 밝히는 모습도 신선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오프라에게 극찬을 받은 책이라고 했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결국 자신의 이야기로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누구나 가슴에 자신의 자서전 한 권씩은 품고 있을 것이다. 걷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다시 용기를 내기를, 꿈을 품고 있다면 이 책을 읽고 그 꿈을 함께 성취해내기를. 실패하고 주저앉아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다시 일어서기를.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고

누구나 한 번은 길을 만든다.

(속표지 글에서)

 

 

반전은 마지막에 나왔다. 독서후기를 다 쓰고, 다시 책의 처음으로 돌아가 밑줄 그은 부분들을 워드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15쪽에 밑줄 그은 부분에 눈이 머물렀다.

 

그동안 걸어온 남쪽도 쳐다보았다. 나를 가르치고 깨우쳐준 거친 야생의 땅이었다. (15)

 

제목으로 붙인 [와일드, WILD]는 사실 교묘한 트릭이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긴 이중 스파이였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제목의 와일드를 생각하며 읽었다. 야생의 저 거친 땅, 4285킬로미터가,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며 도도하게 눈으로 덮인 채 홀로 서 있는 그 산맥이, 곰이 나타나고 방울뱀이 도처에서 위협하고, 발을 부르트게 하고 발톱이 빠지게 하느 그 땅이 야생이라고 생각했다. 그 거친 땅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하루에 30킬로미터씩 걸어나가는 살인적인 일정이 야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야생의 땅은 거친 PCT 트래킹 길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야생의 땅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타인을 밟고 올라가야만 자신의 생존이 보장되는 도시,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바로 그 땅이었다. 우리의 신념과 가치관과 우주관을 붙잡고 있는 과거의 모든 것이 바로 야생이었다. 우리의 삶이, 생존현장이 바로 거친 땅이었다. 그녀는 야생의 땅을 거쳐 다시 야생의 도시로 들어갔다.


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 신의 존재에 대해 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신은 엄마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화를 냈다. 그때는 스물여섯 살이었고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지 못한 때였다. 이제는 그 마음이 조금은 바뀌었기를 기대해본다. PCT 이후 진짜 신을 만났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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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테이크 미 위드 유 - 2019 최고 도서 후보작 | 일반문학 2019-01-0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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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테이크 미 위드 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저/이은숙 역
세종서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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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 [테이크 미 위드 유]

 

저자 :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역자 : 이은숙

출판사 : 세종서적




 

베스트셀러 트레버의 작가,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가 또 하나의 위대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펼쳐내는 광대한 서사에 함몰되어 출근길 지하철역을 놓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퇴근길에는 다른 책을 읽어야 하는 나만의 규칙을 깨고 이 책을 또 꺼내들기도 몇 번.

 

520쪽의 두꺼운 책은, 며칠 만에 나의 감성에 오롯이 달라붙어 낱낱이 해부되고 말았다. 나에게 흡수되고 혈액 속에서 녹아진 채, 책의 주인공이 열아홉 살 아들의 재를 차에 싣고 옐로스톤을 돌아다니는 모든 여정을 따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같이 돌아다니며 또 다른 에너지로 나에게서 방출되었다.

 

작가에 대한 특징적인 한 마디는 이 책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준다.

 

평범한 사람들의 우연한 만남이 어떤 선한 결과물을 만드는지 이야기하는 작가

 

소설은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따뜻하다. 너무 따뜻해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예상치 못한 타인이 내 삶의 일부를 침범해 들어올 때, 내면의 자아는 방어기제를 펼친다. 하지만 침범하면서 나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하여 협상을 시도할 때, 그리고 그 협상의 내용이 매우 좋아서 달리 다른 선택권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때, 우리 인생은 다른 길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갈 때 우리는 당황하고 낯설어하고 불편해한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아들의 재를 뿌리기 위해 긴 여행을 하고 있는 과학교사 주인공 오거스트 슈뢰더는 자동차가 고장 나 잠깐 정비소에 들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정비 비용을 지출할 경우 여행 일정이 어그러지게 된다. 그때 정비소 주인이 묘한 제안을 한다. 자기 두 아이를 당신의 여행에 동행시켜 주면 정비 비용을 받지 않겠다고.

 

매우 예민한 상태로 슬픔을 감춘 채 여행하고 있는 주인공으로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두 아이를 맡아 함께 여행한다는 것이 말도 되지 않는 제안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망설인다. 잠시 개와 놀고 온 두 아이들은 주인공을 무척 따르게 된다.

 

아이의 아버지는 감옥으로 들어가고, 두 아이는 아저씨와 함께 어색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세 사람에게 놀라운 변화가 찾아온다. 가진 자였던 과학교사와 짐짝처럼 얹힌 채 따라다녀야 했던, 그리고 실어증처럼 말도 하지 않던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그리고 아저씨의 삶을 바꾸어 나가는지 우리는 책을 읽으며 전율한다. 그리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끝날 즈음, 전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감동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삶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니까.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강렬한 이야기로, 세 사람의 인생을 바꾼 여행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는 출판사의 책 소개가 결코 거짓이 아님을, 우리는 첫 장을 펼치면서 깨닫게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책에 빠져 들었고, 아직 2019년도에 많은 책을 읽어야 하지만, 2019년 내가 읽은 최고의 책 후보로 거침없이 올린다.

 

이 책은 2019년 내가 읽은 최고의 책 후보작이다.

강렬한 감동의 교향곡이 주인공이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갔던 그랜드캐년의 웅장한 폭포만큼이나 거침없이 가슴에 떨어져 깊게 패일 것이다. 책을 읽은 지 꽤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의 감동이 심장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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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 인문-사회-철학 2018-12-1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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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저/이선종 편역
미래타임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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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서양 문학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단테의 신곡. 두툼한 지옥편을 사 놓고 책꽂이에 꽂아놓기만 한 채 세월은 마냥 지나가고 있었다. 완역본은 아니지만 커다란 판형에 화려한 명화들이 글 중간중간에 배치된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이 나와 일단 이 책부터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신곡]은 잘 알다시피 단테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주인공으로 하여 시인 베르길리우스, 첫사랑의 연인 베아트리체의 도움과 인도로 지옥, 연옥, 천국을 차례로 둘러보는 이야기로 채워진다.

 

단테 일리기에리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1265년에 태어나 1321년에 사망했다. 12965월부터 9월까지는 100인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1300년에는 6월부터 8월까지 피렌체 통령을 지냈다.



 

그의 정치적인 활동보다는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베아트리체의 인연이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일찍 부모를 여의고 가장이 된 단테가 열 살 때 처음 보고 반해버린 상대가 바로 베아트리체이다. 그러나 부모의 약정으로 서로 다른 상대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9년 뒤 단테는 길에서 우연히 베아트리체를 만나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게 된다. 단테는 그 때부터 베아트리체를 위한 사랑의 시를 쓰기 시작했고, 1290년 갑자기 세상을 떠난 베아트리체를 그리며 1295년 시집 [새로운 인생]을 펴낸다.

 

지옥은 역피라미드 모습으로 9층의 계단식 모습을 하고 있는데, 베아트리체의 부친이 베아트리체를 돈 많은 금융업자에게 결혼시킨 것을 복수하듯 당시의 부조리와 부패함으로 지탄의 대상이 된 수많은 사람들을 실명으로 지옥에서 재현시킨다.

  

단테의 신곡은 서사시로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은 초보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설명체로 잘 풀어서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자어 神曲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제는 “La Divina Commedia”이다. 유추할 수 있겠지만 Divina 는 성스럽다는 뜻이고, Commedia는 희극이라는 뜻이다. 단테는 원래 Commedia로만 제목을 달았는데 1555년 로도비코 돌체 출판업자가 새롭게 책을 내면서 붙인 이름이 지금의 책 이름이 되었고, 신곡이란 한자어는 이 작품이 일본에 들어오면서 붙여진 번역 제목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쓰면서 굳어졌다.

 



단테가 서사시의 제목을 희극이라 한 이유를 들어보면, 희극이란 어떤 추한 것에서 시작되지만 내용면에서는 즐겁게 끝을 맺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지옥에서 출발하여 연옥을 지나 광명의 천국에서 끝을 맺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곡은 지옥(이탈리아어: Inferno), 연옥(이탈리아어: Purgatorio), 천국(이탈리아어: Paradiso) 의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편은 서른 세 편의 절로 이루어져 모두 99개절로 만들어져 있고, 처음 도입부에 하나의 시를 소개하는 절이 있어 총 100개의 절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서사시 구도가 아니라 이야기 체로 풀어져 있어 그런 문학적인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는 없다.

 

컬러로 들어간 이 책의 명화들은 대부분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과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 그림을 주로 하고 있으며, 그 외 화가를 밝히지 않은 다수의 그림들이 같이 삽입되어 이야기의 전개를 돕는다.

 

아쉬운 점은 명화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고 단지 이야기 줄거리로서의 보조 역할만 하고 있기에 그 이상의 깊이 있는 접근은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명화를 통해 단테의 신곡을 이해하려 한다면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명화는 철저하게 존재론적인 의미 외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테의 신곡을 당시 시대 화가들의 그림과 함께 보는 것은 책을 읽는 재미의 증가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신과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당시의 종교관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바로미터로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 외에도 부족한 상상력으로 인해 책을 읽고도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그림으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장점. 말 그대로 단테에게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안내하는 시인 베리길리우스와 같은 길잡이의 기능도 얻을 수 있다.

 

온갖 비명으로 가득찬 동굴 속의 죄인들은 그러나 사실은 우리의 모습이지 않은가. 지옥에 떨어져 신음하는 실존했던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에게 가해지는 형벌들이 정말 적나라하다. 지옥이 정말 저렇게 되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했지만 당시의 중세의 사회상과 종교관을 사후세계라는 상상력을 이용하여 보여주는 단테의 신곡. 현대의 기독교는 연옥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 책에 소개된 중세의 기독교는 개신교와 분리되기 전의 기독교 즉 지금의 카톨릭 교리에 더 가깝다.

 

그러나 기독교이거나 천주교이거나 하는 종교적 의미를 떠나 인문학적으로 보더라도 죽음 이후의 세계를 통해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통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단테는 각 지역을 지날 때마다 그 곳에서 수백 명의 역사상 인물과 신화 속의 인물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눈다. 기독교적인 신앙에 바탕을 두고 있어 죄와 벌이라는 궁극적인 기초와 함께 구원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하게 한다. 그밖에 그리스 신화와 우주관, 세계관, 윤리관, 철학관 등 다양한 사상적 체계를 심오하게 다루고 있어 서양 중세 문학의 최고봉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이 책을 통해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다시 한번 완역판으로 도전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뒷부분 부록으로 들어있는 자료도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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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 인문-사회-철학 2018-12-0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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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안광복 저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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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부제 : 인류를 사로잡은 32가지 이즘

저자 :안광복

출판사 : 사계절

 

출판사를 보면 이 책이 어떤 종류의 책인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건지를 대략 눈대중으로 알아차릴 때가 있다. 사계절 출판사는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책을 내는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 묵직한 책을 내놓다니. 이거이거 내가 주소를 잘못 찾은 건 아냐? 하는 걱정이 슬 들었다. 왜냐하면 사계절 출판사라는 걸 알았기에 제목은 저렇게 달았어도 약간은 쉬운? 책일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맞는 말이다. 저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철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며 이 책 역시 청소년을 대상으로 가르쳤던 사상들을 책으로 펴낸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대중성을 위해 지금의 제목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처음 나왔을 때는 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책이었다.

 

그러니까 중고등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 공부하는 사상들을 정리하여 한 권으로 낸 것인데, 알다시피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이 좀 어려운가. 좋은 성적을 받으려먼 암기왕이 되어 달달 외워야 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서른두 가지의 사상을 외우고 시험을 치루었을 과거의 우리, 또는 지금의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교과서를 외우지 말고, 이야기처럼 되어 있는 이런 책을 읽으면 쉽게 이해가 되고 저절로 암기도 될 텐데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왜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야 학창시절에 억지로 외웠던 것들을 재밌다며 다시 책으로 읽는 것일까.

 

어쨌든 이 책을 읽으니 그때 아무것도 모른 채 달달 외웠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속속 머리에 쉽게 들어오고 이해가 된다. 그래서 철이 들어야 하나보다. 철이 들고 나서 공부를 하면 성적이 훨씬 잘 나오리라.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아는 정치적인 사상부터 철학, 예술, 국가, 경제, 사회에 이르는 다양한 주의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것도 주의였어? 라는 의문이 생기는 대동아 공영권’ ‘프런티어 정신’ ‘기업가 정신’ ‘개발 독재같은 제목도 있어 신선했다.

 

34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었지만 다시 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구석구석 밑줄을 그으며 공부하듯, 그러나 절대 공부가 아닌, 즐거움으로 유익하고 즐겁게 읽었다.

 

머리가 이 세상의 이치를 좀더 깨친 것 같았고, 그래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 각 장마다 저자가 주제로 내세운, 이상적인 권력, 행복하게 살기, 좋은 나라, 풍요로움, 더 나은 일상,이라는 다섯 개 항목이 아직도 절실하다.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며, 이문재 시인이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더 많다고 지적한 그 사이를 생각하며,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또 다른 이즘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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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위치를 찾아가는 뇌인지 심리학 교양서적-마음의 비밀 | 인문-사회-철학 2018-12-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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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심리학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마음의 비밀

대니얼 리처드슨 저/박선령 역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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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심리학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마음의 비밀>

 

저자인 대니얼 리처드슨은 소개된 대로 밝히자면, 약간 괴짜 교수이다. 그는 영국 런던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데 우수 교수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고 한다. 교수법이 심리를 꿰뚫어보기 때문이 아닐까? 심리학자이면서 영국 코미디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박물관, 술집, 공연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악 공연과 생생 실험쇼를 즉석에서 펼친다고 하니 실험을 토안 심리의 대중화를 힘쓰는 사람으로 보인다.

 

제목만 보면 심리학의 숨겨진 뒷 얘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보이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심리학보다는 뇌과학쪽에 더 가까워보인다. 그래서 뇌심리학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다. 이 책을 정의내려 본다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마음의 위치를 찾아가는 뇌인지 심리학 교양서적.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심리학 모든 분야를 두루 돌아다니는 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의 전공분야인 인간의 생각과 행동방식에서 드러나는 이상한, 놀라운 특징들에 대한 책이다. 그 특징들의 근원을 찾아가는 이 책은 결국 그 생각이, 그 행동이 어디에서 나왔느냐를 탐구하고, 그 끝에 이르면,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라는 것이 결국 어디에서 나왔느냐 하는 것을 찾아가는 길이 된다.

 

판단하고 선택하는 생각과 행동의 기저에는 인간이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합리성을 바탕에 두고 있는데, 정말 그 합리성은 합리적인 것일까를 따져본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당연히 우리가 기본적으로 믿고 있는 당연성의 믿음들이 사실은 심리학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의 믿음들은 많은 경우, 자신의 선입견, 추정, 편향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만들어져 온 우리들의 믿음들로 이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것이다.

 

잘 알고 있는 심리학 또는 뇌과학 실험 이야기들이 조금 나온다. 다수의 심리학이나 뇌인지학 같은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겹치는 내용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분들은 교양심리의 베테랑이라 할 수 있다. “, 이 얘기 아는 건데.” (이제 작가들은 정말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글들을 가져와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다.)

 

마음의 비밀,이라고 해서 심리학의 숨겨진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나름 많은 책을 읽어 좀 알고 있다고 생각한 뇌인지 분야를 많이 다루고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책 제목을 다시 보니, 저자는 정확했다는 생각도 든다. “마음의 비밀이란 것이 내용적인 측면이 아니라 위치적인 측면이라면 틀린 것도 아니지 않는가.

 

저자는 우리 인간의 눈이 얼마나 멍청한지, 뇌가 얼마나 이 멍청함을 잘 가려주는지를 이야기해준다. 이 뇌인지학 분야는 심리학이나 과학으로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어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았다.

 

눈이 색깔을 인지하는 오류에 대한 글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었다고 하는 드레스 색깔에 대한 내용은 아는 바가 없었고, 책에도 사진이 실려있지 않아 인터넷을 검색하여 찾아보았다.


 

(이 사진의 드레스가 무슨 색으로 보이는가?)

같은 사진인데 사람에 따라 두 가지의 색으로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고,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바쳤다. 저자는 그 이유를 책에 밝히고 있는데, 나는 이 책이 조금이라도 더 팔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답을 적지는 않겠다. 다만,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사실에 의하면, 70%의 사람은 이 드레스를 금색과 흰색의 옷으로 보고, 나머지 사람들은 짙푸른색과 검은색으로 보인다고 한다.

 

뇌는 사물을 별도의 절대값으로 인식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추측한다.

(122)

 

따라서 색에 대한 판단도 상황에 따라 추측할 수 있고, 그 추측이나 해석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호메로스의 저작물에서 와인처럼 짙은 색 바다라는 표현을 가지고 옛날에는 파랗다라는 색깔이 없었다고 말한다. 고대 언어학자들이 토라나 구약성서 기타 고대 문헌을 찾아본 결과, 파란색이라는 단어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음을 발견했는데 이는 그 당시에는 그런 색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저자는 우리가 보는 파란색이 물리학, 생화학, 그리고 개인의 경험에 의한 결과물로 나타난 색이라고 말한다. (믿어지시는지.)

 

5, 언어는 생각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가장 재미있었고 신선했다. 호메로스는 파란색을 가리키는 단어가 없었던 반면, 이누이트족 언어에는 (snow)’과 관련된 단어가 약 30~200개 정도 있고, 중국인은 만약이라는 추론을 떠올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우리는 언어를 이용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표현할 단어가 있는 대상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다.

(132)

 

하지만 이런 가설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 이유는 권위자가 말한 얘기는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그대로 믿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누이트 족에게는 흩날리는 눈(qanik)와 땅에 내려앉은 눈(aput) 두 종류 밖에 없으며, 오히려 영어에 진눈깨비(sleet), 진창이 된 눈(slush), 눈사태, 싸락눈(hail), 단단히 뭉친 눈(hardpack), 가루눈, 눈발(flurry), 가볍게 뿌리는 눈(dusting) 등이 있다. 중국인 이야기는 처음 질문을 던진 학자가 중국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생소하거나 낯선 집단에 관한 이야기는

뭐든지 믿을 준비가 되어 있다.

(139)

 

글을 쓰다보니 책 이야기를 너무 많이 적었다.

암튼, 제목만 보고 책을 읽다 다소 실망한 부분이 있지만, 책 속에는 관심을 끌만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소고기 국밥을 먹을 때 올라오는 건더기처럼 풍성했다. 따끈했고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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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서 배우는 것 | 밑줄 긋기 2018-12-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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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처럼 멍청한 개로부터도 사람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말리는 매일매일을 끝없는 즐거움으로 채우는 것도 가르쳐주었고순간을 즐기는 것도 가르쳐주었으며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도 가르쳐주었다
  
또한 일상의 단순한 즐거움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숲속의 산책첫눈 오는 날희미한 겨울 햇빛 속의 낮잠나이가 들고 쇠약해지는 과정에서 말리는 어려움 앞에서도 낙관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무엇보다도 말리는 우정과 헌신변함없는 충성심을 가르쳐주었다.
(말리와 함께 한 4745, 393)
  
이 책의 저자의 말리의 주인이었던 존 그로건은 위에 적은 많은 것들을 말리가 죽고 나서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한다그는 고백하기를말리는 자신의 스승이자 길잡이였다고 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우정과 헌신충성 같은 고차원적인 것들을 바보스럽고 천방지축인 개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나도 책을 통해말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그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말썽꾸러기요 방을 어지럽히고 물건을 못 쓰게 만드는 녀석으로 보였겠지만그에게는 지금 여기에서 행복과 자유함을 누릴 줄 아는 진정한 용기가 있었다그리고 나에게는 그것이 필요했다.
  
한 달 앞당겨 월간 이태훈을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는 바로 말리였다일상에서 느낀 감정들이 모두 소리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까웠다누군가 나누고 싶었다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을 진정 누리고 싶었다시간이 없고 피곤하고 바쁘고 해서 계속 밀리는 그 우선순위를 바로 잡고 싶었다. 급한 일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중요한 일부터 하기 위해스스로에게 사기꾼이 되지 않기 위해 말리의 힘을 빌려와야 했다.
  
우리는 누구나 개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때로는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줄 멋진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배운다는 것은 결국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다른 사람이 가르쳐주는 것을 주입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같다내가 배워야 하는 것이다상대가 비록 가르쳐줄 의사가 없었다 할지라도 우리는 누구에게서나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오늘 하루나는 누구에게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가르쳐줄 사람을 찾지 말고그냥 내가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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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이태훈] 12월31일 발간됩니다. | [월간 이태훈] 2018-12-01 14:34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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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이태훈

201812월 드디어 발간됩니다.

 


 

전업작가가 아니고, 직장에 얽매여 글 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직장인작가 사람으로서,

 

작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글을 통해 고정수입을 창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월간 이태훈을 직접 만들고 판매합니다.

 

월간 이태훈은,

시집 봄부신 날, 2011년 출간 이래 8년 동안 예스24에서 이북 어린이 부문 스테디셀러 상위권을 줄곧 유지하고 있는 단편동화 내동생 따옹이, 이북 장편동화 호야의 대모험, 숲속의 빨간 신호등, 꼬망세에서 발간된 그림동화책 동그랑땡 방귀, 사회복지 공부를 하다 대학교재로 만든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특허전문가로 30년 가까이 일하는 가운데 만든 입문 특허정보검색,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그리고 최근에 출간된 추리소설 산호새의 비밀을 창작한 이태훈 작가의 1인 잡지입니다.

 

작업하면서 조금 바뀔 수도 있겠지만,

후조 창작실 : , 동화, 에세이, 컬럼, 기타 다양한 창작글

책따라 글따라 : 한 달 동안 읽은 책에 대한 서평과 이야기글

책꼬리 단상 : 꼭 책 전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책을 읽는 중에 느낀 생각 단편들

작은 사진 짧은 글 : 일상 속에서 찍은 사진들과 생각들

그 밖에 잡다한 얘기들이 두서없이 또는 무질서하게 들어가는 책이 될 예정입니다.

 

잡지라고 해서 시중에 나오는 것처럼 묵직한 책이 아니라, 제가 퇴근하고 집에 와서 글을 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작업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분량이 얼마가 될지 현재로선 전혀 가늠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대충 예상해보면 30쪽 내외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하루에 A4 한 장 정도의 글을 날마다 쓴다고 가정할 경우입니다.)

 

목표는 구독자 100명입니다.

5,000* 100= 50만원.

50만원을 버는 작가의 삶을 새롭게 도전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가능할지 걱정이 되지만, 여러분의 응원이 있다면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성비는 따지지 말아주세요. 저보다 훨씬 훌륭한 분들이 쓴 좋은 글들이 많이 있음을 압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이태훈만의 글로서 여러분과 만나려고 합니다. 나름 읽을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취향에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가 이태훈, 월간 이태훈을 응원해주세요.

 

월간 이태훈 201812월호는 20181231일 경 발송될 예정입니다. 힘을 내어 좋은 글 쓸 수 있도록 지금부터 구독을 시작해주세요. 그리고 주변에 많이 알려주세요.

 

곧 독자가 되어주실 모든 분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매우 두렵고 떨립니다. 이 글을 공개하기에도 큰 그리고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신청 사이트) http://naver.me/Fzwhw8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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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미세먼지 매우 나쁨 | 시인의 방 2018-11-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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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매우 나쁨]


미세먼지 매우 나쁨
마스크를 챙겨 주머니에 넣었다
급하게 나오면서 헤드폰을 움켜쥔다

이어폰이 고장나 작은 헤드폰을 들고 나왔다
휴대폰 음악 단자에 헤드폰 입력단자를 꽂고
헤드폰을 귀에 착용했다
찰랑거리는 피아노 건반소리가 세상의 소리를 차단한다
차소리, 사람소리, 기침소리, 바람소리가 작아졌다
약한 평안이 소리없이 찾아온다

멀리서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뀐다
하늘이 부옇다
미세먼지 매우 나쁨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
뛰면서 하얀 마스크를 꺼냈다
귀에 걸려고 했으나 귀는 헤드폰이 점령하고 있다

헤드폰을 벗어 목에 걸고
얼굴보다 하얀 마스크
귀걸이 부분을 귀에 걸고
콧잔등 금속을 눌러 코맞춤을 했다
내 얼굴 크기를 어찌 아는지 마스크도 딱 맞았다
다시 헤드폰을 귀에 덮었다
끊어졌던 음악이 이어진다

버스를 타고
흔들거리는 음악을 듣는다
버스 안내 목소리는 음악보다 세다
음표 사이를 뚫고 정확한 위치를 안내한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로 또 내려간다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을 수 있다
팔을 비틀어 백팩 가방을 등에서 빼어내고
앞으로 가져온 뒤 가방 지퍼를 연다
희끗희끗 빛바랜 안경집에서 소중한 안경을 꺼낸다
지하철은 한 정거장 앞에서 이곳으로 달려 오고 있다

안경 역시 또 하나의 마스크인데
얼굴을 가리면서도 가리지 않는다
안경을 쓰려니 헤드폰을 벗어야 한다

헤드폰을 벗어 목에 걸고
내 얼굴보다 하얀 마스크를 귀에서 벗겨내 주머니에 넣고
안경다리를 귓등에 걸고
다시 헤드폰으로 귀를 덮는다

책을 꺼내고 샤프를 꺼내 밑줄 그을 준비를 한다
편안하게 숨을 쉬며,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덜컹거리며 한 줄씩, 한 문단씩,
새로운 세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감정으로 뛰어들어간다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백팩 가방에서 팔을 비틀어 꺼내고
앞으로 돌리고 가방 지퍼를 연다
책을 옆으로 눕혀 가방에 편안하게 넣고
다시 헤드폰을 벗어 목에 걸고
안경을 벗어 가방에서 안경집을 찾아 집어넣는다
다시 하얀 마스크를 주머니에서 꺼내고
귀걸이 부분을 귀에 건 뒤 콧잔등을 맞추고
다시 헤드폰으로 귀를 덮고
에스켤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온다

멀리 빌딩이 보인다
걸어서 4층까지 올라간다
사무실이 가까워지면
다시 헤드폰을 벗어 목에 걸고
다시 마스크를 귀에서 벗겨내어 주머니에 넣고
마지막으로 헤드폰 입력단자를 휴대폰 음악단자에서 빼낸다
그렇게 끝이 난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으니
창밖은 곧 비가 올 것처럼 부옇다
미세먼지 매우 나쁨이다
오늘은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다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햇볕 없는 창가
그러나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둔다
  
2018.11.28. 후조 요나단 이태훈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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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개는 없다-[서평] 말리와 함께 한 4745일 | 비소설 2018-11-2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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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말리와 함께한 4745일

존 그로건 저/이창희 역
저스트북스(justBooks) | 2018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독서후기 [말리와 함께 한 4745]

 

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저자인 존 그로건과 말리를 검색하면 말리와 함께 한 4745외에도 꽤 여러 권의 책이 나온다. 말리와 나」 「안 돼 말리」 「말리와 말썽꾼들」 「온가족이 함께 읽는 말리와 나. 저자는 말리 이야기로 꽤 유명세를 탔나보다. 아마도 추측하건대 이번 말리와 함께 한 4745은 기존 책들을 모두 합친 합본 성격의 책이 아닌가 싶다. 436쪽이니 래브라도레트리버 종의 말리만큼이나 묵직하다.

 

마지막 말리가 이 땅과 하직할 때는 나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존 그로건과 그의 가족들에게 충성스럽게 사랑받았던 사고뭉치 말리였는데,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큰 개였는데, 나는 부끄럽게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내심 부러워하였다.

 

혈통을 자랑하는 개지만, 말리는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는 막무가내 말썽꾸러기 개였다. 집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 삼켰고, 모든 것을 물어 뜯었으며, 침을 계속 흘렸고, 불안정했다. 래브라도레트리버는 사냥견으로 유명하다지만 말리는 비가 오거나 천둥이 치면 심각한 정서불안 증세로 온 문짝을 피가 나도록 다 뜯어버린다.



 

그가 저지른 수많은 만행과 기행은 책을 읽고 직접 수위를 느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말리가 하도 요란스럽게 삶을 즐기는 바람에 녀석이 지나간 곳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같았다. 말리는 내가 아는 개들 중에서 훈련소에서 쫓겨난 유일한 개다. 말리는 소파를 질겅질겅 씹었고, 방충망을 찢었으며, 침을 질질 흘렸고, 쓰레기통을 엎는데 선수였다. 지능으로 말하자면 죽는 날까지 제 꼬리를 물려고 뱅뱅 도는 수준이었다. 마치 개의 역사에서 새 장을 열려고 작심한 개 같았다. (, 392)

 

저자는 이런 개와 13년을 함께 보낸다. 그 사이에 세 아이가 태어나고 세 아이도 말리와 함께 자란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으며, 감당할 수 없는 개였지만 말리는 온 가족의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의 이야기들이 430쪽 책에 가득히 적혀 있다. 그의 사랑 이야기 역시 책을 읽고 직접 수위를 느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말리에게 들어간 비용과 말리가 망가뜨린 것을 복구하는 비용을 다 합치면 작은 요트라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간에서 하루 종일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요트가 과연 몇 척이나 되겠는가?

... 말리는 가족으로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변덕스럽지만 사랑받는 아저씨처럼 말리는 그냥 말리였다. (, 317)

 

개의 1년은 인간으로 비교하면 7년과 같다고 한다. 말리가 존 그로건 가족과 13년을 보냈으니 7을 곱하면 91세가 된다. 말리는 늙었다. 마음은 청춘이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개가 되었다.

 

이런 일은 밤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일어났다. 부엌 식탁에서 신문을 읽다가 커피를 따르려고 일어서서 방을 가로질러 가면, 발치에 엎드린 채로 있던 말리는 내가 눈앞에 뻔히 보이고 곧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통을 참으려 일어나 나를 따라왔다. 커피포트 옆의 내 발치에 편안히 엎드리자마자 내가 식탁으로 돌아가면 또 병든 몸을 질질 끌며 따라왔다. 몇 분 후에 오디오를 켜러 거실로 들어가면 힘들어하면서도 여전히 쫓아왔고, 내 주변을 맴돌다가 거실에서 나가려는 순간 신음 소리와 함께 픽 쓰러지기도 했다. (, 340)

 

늙는 일은 사람이나 개나 마찬가지로 고약하고 힘들고 품위가 떨어지는 일이다. 저자는 말리의 천진난만함을 보면서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게 좋은지, 짧은 인생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인생을 배운다.

 

이제 병원에는 저자와 말리만 남았다. 말리는 곧 죽을 것이다.

 

우리가 항상 너에 대해 무슨 얘길 했는지 알아?” 내가 속삭였다. “골칫덩어리라고? 전혀 아니야. 한순간이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마, 말리.” 말리는 이것을 알아야 했다. 그리고 알아야 할 것이 더 있었다. 이제까지 말리에게 한 번도 해주지 않은 이야기, 그 누구도 해주지 않은 이야기 말이다. 나는 말리가 죽기 전에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말리, 넌 훌륭한 개야.” (380)

 

우리는 인생의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이 세상의 그 어떤 사랑보다도 더 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천방지축 말리의 이야기를 만난 건 내게 축복이고 행운이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동물을 아직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썽꾸러기가 주변에 가득한 사람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펼치는 순간, 즉시 말리와 사랑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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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모 레비의 [휴전] – 전쟁은 끝나고, 고향은 멀다. | 일반문학 2018-11-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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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휴전

프리모 레비 저/이소영 역
돌베개 | 201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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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휴전>

 

프리모 레비 전쟁은 끝나고, 고향은 멀다.

 



1937년 토리노 대학 화학과에 입학한 프리모는 1941년 최우등으로 졸업한다. 그러나 이때 이미 파시즘은 미친 듯 날뛰고 있었다. 프리모가 대학에 들어간 이듬해 파시스트 정부는 인종법을 공포하는데 유대인은 공립학교에 다니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다. 다행히 대학생은 그 법에서 예외가 되었는데, 1941년 최우등으로 졸업한 프리모 레비는 유대인이라고 적힌 졸업장을 받는다.

 

1943년 파시스트 정권이 몰락하고 무솔리니가 체포되었으며, 바돌리오 정부가 휴전을 선언했지만, 독일 무장군이 이탈리아를 점령하며 전쟁은 계속 이어졌다. 반파시트 운동에 가담했던 프리모는 1943년 체포되어 카르피-포솔리 수용소로 보내지는데, 19442월부터 이 수용소는 독일군의 감독을 받게 된다. 독일군은 포로를 포함하여 남녀, 노인, 어린이를 가리지 않고 이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아우슈비츠로 보내게 된다.

 

프리모 레비는 독가스로 600만 명이 죽임을 당한 아우슈비츠에서 몇 안 되는 생존자로 살아난다. 19451월 독일군은 남아있는 사람들 중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은 데리고 가서 총살시키고 병이 들어 누워 있는 사람들은 그냥 둔 채 수용소를 떠난다. 때마침 그는 병을 얻어 누워 있었고, 그는 수용소에서 러시아 군인들에게 인계되어 이탈리아 고향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책은 프리모 레비가 19451월부터 10월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귀향하는 과정을 담은 글이다. 책 뒤편에 실린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너 광야에서 40년을 헤매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것처럼, 프리모 레비는 직선거리로 치자면 얼마 되지 않는 곳을 빙빙 둘러 끝날 것 같지 않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 이탈리아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의 첫 작품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고 나면 뒤이어 이 휴전을 읽어도 좋고, “주기율표를 읽고 휴전을 읽어도 좋다. 프리모 레비는 이것이 인간인가이후 15년 뒤에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페인트 공장에서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집필하였는데, 그는 치밀하게 언어의 과학화를 시도하였다. 각 쪽의 단어 수를 조사하고, 단어의 빈도를 계산하고, 첫 작품인 이것이 인간인가와 비교하며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것이 인간인가작품이 감정에 이끌려 쓴 작품이라면, 이번 휴전은 철저하게 생각하고 계산한, 의도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전작과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것이 인간인가가 어둡고 무거운 바위와 같다면, 이 작품은 맑은 샘 아래에서 서로 부딪치며 즐겁게 노래 부르는 작은 돌멩이들처럼 느껴진다.

 

길고 긴 여정이라는 점에서는 다소 무거울 수 있으나, 라거라고 불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폭력집단에 비해, 러시아 군인들은 자유로웠고 이미 독일의 손을 벗어난 수용소 사람들 역시 군인들만큼이나 자유로운 상태였다. 긴 여행길에 있었고 임시 수용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누구든지 그 곳을 떠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팠다. 육체가 아팠고 마음이 아팠다.

 

자유의 순간은 우리의 마음을 괴로움으로 가득 채웠다. ... 인간의 정의가 상처를 없애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상처는 마르지 않는 악의 샘이다. 그것은 가라앉은 자들의 몸과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고 그들을 비굴하게 만들고 영혼의 빛을 꺼뜨린다.

 

상처는 압제자들에게는 악명으로 되돌아가고 생존자들 속에서는 증오로 영속한다.

(휴전, 20)

 

, 프리모 레비에게 박힌 이 상처의 흔적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에게 상처는 증오로 영속하는 존재다. 현길언 작가의 육이오의 아픔을 다룬 동화 못자국에 나타나는 것처럼, 나무에 박힌 못은 나중에 못을 뽑아내어 버리더라도 영원히 흔적을 나무에 남겨 놓는다. 상처는 지울 수가 없다.

 

전쟁은 끝이 났고, 작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왜 책 제목이 휴전일까. 그 의아함은 상처를 끌어안고 있는 저자의 마음에서 잘 드러난다. 그에게 전쟁은 영속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잠시 휴전 상태일 뿐.

 

우리는 육이오 전쟁을 통해, 휴전 상태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것에 앞서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가 신발이고 두 번째가 식량이다.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듯 순서를 바꾸면 안 된다. 왜냐하면 신발이 있는 사람은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닐 수 있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77)

 

하지만 전쟁은 끝났잖아요.” 나는 반박했다. 그 몇 개월의 휴전 기간을 살았던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는 오늘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보편적인 의미에서 전쟁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쟁은 늘 있는 거야.”

모르도 나훔의 잊을 수 없는 대답이었다. (78)

 

책은 17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낙관적이고 귀향하는 과정의 신기한 경험들이 가득해서 책은 쉽게 읽힌다. 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아득한 고향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프리모 레비가 죽고 나서 10년이 지난 뒤였다. 는 진정한 고향에 들어갔을까. 그의 전쟁은 끝이 났을까. 프리모 레비의 여정을 따라갔던 재일작가 서경식의 후기가 들어 있어 더 값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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