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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보통씨의 짜-ㄴ한 일상분투기-괜찮아yo | 비소설 2018-11-1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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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괜찮아yo

버내노 저
세종서적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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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씨의 짜-한 일상 분투기.



 

 

사실 안 괜찮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보통씨라고 표현을 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스스로는 유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내 기준으로 보더라도 보통이라는 기준은 넘어선다피어싱과 문신을 서너 개 붙이고 있는 여자라니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노라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녀의 정체성에 보통씨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왜냐하면 그녀의 생각과 삶이 바로 내 생각과 내 행동과 무척 닮아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내 생각과 내 행동은 어쩌면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행동이다.

 

우리는 곧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들남자 사람이거나 여자 사람인대부분 철저한 의 정체성으로 험난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살아가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주인공인 특이한 책이다그러니까 각 에피소드의 모든 주인공은 작가 자신인 경우가 95%이고 나머지는 작가의 어머니나 애인친구 들로 채워진다철저하게 자기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엮어낸다.

 

지나치게 살아있는 날 것이어서 키득키득 웃거나 울거나 한다.

 


 

이 책은 KT올레마켓이란 곳에서 웹툰으로 5년 이상 연재한 버내노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이렇게 촌스러운 이름이 있을까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KT올레마켓은 2016년에 케이툰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케이툰을 검색해 들어가보니 온갖 웹툰만화웹소설소설 들이 잘 차려진 한정식처럼아니 분식집처럼 좌악 펼쳐진다이곳에서 버내노는 자신만의 캐릭터로 5년 동안 장수하며 자신의 삶을 해학과 풍자로 그려내며 살아왔다.

 

그러니까 이 책은 웹툰을 인쇄한 책이다웹툰과 만화가 서로 다른 장르로 구분되어 있는 걸 보니 이 책을 만화책이라 부르기는 조금 모호한 면이 있다그녀의 블로그도 검색이 되길래 들어가 보았다총 180개의 글이 있는데 2018년 1월 이후에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아마 많이 바쁜가 보다.

 

그림에서 보듯이 괜찮아yo 캐릭터는 지나치게 단순하다솔직히 말하면이거 초등학생이 그린 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처음에는 웹툰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 하여 대학생이 갓 된 둘째 딸에게 책을 건네주었다함 읽어봐그랬는데 좀 유치하다면서 그닥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래그럼 아빠가 읽을 게하고 다시 건네받았다.

 

사실 이런저런 일이 겹쳐 머리가 많이 무거웠고 숨 돌릴 틈 없이 옥죄는 업무 스트레스가 턱 밑에까지 차올라 있어 긴장과 불안은 최고조에 달해 있던 상태였다전날인 토요일도 아침부터 일터에 나가 밤 아홉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으니 그 엉망진창인 기분과 체력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런 심리상태가 작용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머리도 띵한데 조금 보며 머리를 식혀야 겠다생각을 하고 한 장 두 장 넘기며 읽기 시작했는데손이 가요 손이 가하는 광고음악처럼옆에 무심코 놓아 둔 과자처럼 손이 계속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급기야는 오늘 이걸 다 읽어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혼자 주인공 버내노의 보통 일상을 함께 웃으며마음 아파하며고개 끄덕이며 길게 길게 동행하고 말았다.

 

월급을 꼬박 받는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 먹고 나오는 장면은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직장인에게서 통쾌한 대리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했다물론 그 과정의 심리적 묘사가 탁월했고 물론 그 이후의 비참하거나 힘들거나 아픈 삶이 주는 실질적인 묘사 역시 또 다른 위안을 준다그것은 직장 안이거나 직장 밖이거나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과그런 시간과 삶이 하루하루 모여 자기의 인생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보통씨의 일상이기에 놀라운 일도드라마 같은 일도 없다그럼에도 그녀에게 고백한 세 살 연하 남친의 이야기는 따뜻하게 드라마틱해서 눈물이 찔끔했고,

 


 

연재라는 일정의 압박이 주는 무리로 인해 갑상선 암을 치료받는 이야기도 짠해서 눈물이 찔끔났다안구건조증인데완전히 말라버리진 않았나 보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책이지만내 삶을 훔쳐보는 것 같았고그래서 우리는 하나가 된 것 같았다묘한 치유가 일어났다.

 

웹툰 하나 보고 치유라니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모든 이야기는 치유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너와 나만이 아는 비밀이다.

이 책이 그랬다.

 

사실 안 괜찮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월요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을 투명하게 비추어준 버내노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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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 일반문학 2018-11-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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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홍보업 역
민음사 | 198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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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백년의 고독”의 저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쓴 완전하고 독보적인 중편소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를 읽었습니다. 작년 민음사 북클럽 때 신청하고 연말에 받았는데 얇디 얇은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네요.

두께가 얇은 책을 결코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는 독서의 진리는 이번에도 제대로 들어맞았습니다. 마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는 것 같은 “기다림”이 책 전체에 편만합니다. 책 속 주인공인 대령이 무료 15년을 끈질기게 기다리는 그 기다림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나타나는 허무함이나 무실존이 아닙니다.

대령은 곧 굶어죽게 생겼고 그 기다림의 결과로 받아들게 될 정부가 보내오는 연금편지는 대령 가족을 살려줄 생명줄입니다. 그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 우체국에 가서, 항구에 나가서 자신에게 오는 우편물을 기다리지만 책이 끝나도록 끝내 우편물은 도착하지 않습니다. (너무 강력한 스포를 발설한 건가요? 하지만 이 책은 그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이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정작 소설은 94쪽에서 끝나는데, 다양한 해설이 가득해 총 책 쪽수는 마지막 작가연보까지 합쳐서 173쪽이나 됩니다. 소설 분량만큼이나 책에 대한 풍성한 해석이 곁들여진 책이지요. 민음사 특별 에디션이라 시중에서 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책 속 이야기만으로도 묵직하게 삶의 실존을 느낄 수 있지만, 뒷부분에 붙여진 해설을 읽으면 독서란 것도 아는 만큼 읽혀지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해설을 통해 작가가 숨겨놓은 더 많은 장치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소설의 배경을 알게 되고, 왜 이 소설이 한국전쟁을 이해하는 해외소설의 한 축으로 설명되는지도 파악하게 됩니다.

팔고 다 팔아 더 이상 팔 게 없는 대령과 아내. 전쟁 참전용사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연금은 오지 않고 팔 수 있는 모든 것은 거의 다 팔아 남은 거라곤 시계와 싸움닭뿐입니다. 곧 투계 대회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대령이 소유한 참피온 투계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기기만 하면 그 상금으로 당분간의 삶은 영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닭에게 줄 모이가 없습니다. 기다리는 편지는 오지 않고, 우선 사람이 살고 봐야 하니 닭을 팔아야 할까요. 어떻게든 참고 기다려 투계 승리자가 되어야 할까요.

대령은 연금 관리를 맡긴 변호사를 찾아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해임합니다. 일이 없어 빈둥거리던 변호사가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말합니다. 당신이 보낸 서류에 대한 답변이 15년 동안 없는 거라면 그 얘기는 끝난 거라고, 더 이상 기다리지 말라고 말입니다. 십오년 동안 대통령이 일곱 번 바뀌었고, 대통령마다 열 차례 이상 내각을 교체했고, 장관마다 적어도 백 번은 직원들을 바꾸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대령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변호사가 말합니다.
“수백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문제입니다.”
그러자 대령이 대답합니다.
“상관없습니다. 커다란 것을 기다리는 사람은 작은 것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사람은 배고픔은 참을 수 없습니다.

아내가 말합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수탉을 파는 거예요.”
아내는 남편에게 수탉이 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대령이 반박합니다.

“절대로 질 수 없는 수탁이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44일나 남아 있는데 그 동안 이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책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좀더 볼까요?

아내는 절망했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먹죠.” 아내는 이렇게 물으면서 대령이 입은 티셔츠의 칼라를 움켜쥐고 힘껏 흔들었다.
“말해 봐요. 우리는 뭘 먹죠.”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94쪽)

스페인어로 ‘기다리다’는 esperar인데 이는 ‘희망하다’와 동일한 뜻이라고 합니다. 제목이 주는 이중적 의미입니다. 해설서에서 작품의 핵심 주제들은 싸움닭, 군사 독재, 배고픔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싸움닭은 개인의 소유이지만 많은 동네 사람들에게는 자신들도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공동 소유의 닭입니다. 아내가 이렇게 외칩니다. “수탉은 우리가 아니라 마을 전체의 것이라고 했어요.” 당시의 사회주의 문화가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르케스는 기자 활동을 하면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에서 현실로”라는 글을 게재했는데, 그 배경이 책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과도 일치합니다. 부패하고 망하기 일보 직전인 콜롬비아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한국전쟁에 자원합니다. 콜롬비아는 무려 4천명의 병사를 한국 전쟁에 파견하는데 이는 대부분 콜롬비아에서 굶어죽기 직전이었던 청년들이었다고 말합니다.

어쨌든 그런 전후 사정을 모르고 책을 읽었고 뒤늦게 해설을 읽으며 알게 되었지만 그렇게 알게 되었더라도 이 책은 매우 훌륭합니다. “백년의 고독”보다 더 완성도 높은 책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책을 읽게 되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또 많은 생각을 마음에 품게 되었습니다. 감사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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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슬픔을 치유하는 독서모임-슬픔을 건너가는 중입니다 | 비소설 2018-10-3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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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슬픔을 건너가는 중입니다

앤 기슬슨 저/정혜윤 역
세종서적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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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슬픔을 건너가는 중입니다

슬픔을 치유하는 독서모임이 있다면....

 


 

독서는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에 대한 해답을 이 책은 제시하고 있을까.

 

20058월말 허리케인 하나가 미국을 강타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육지에 상륙하기 전 1등급으로 강해진 상태로 미국을 덮쳤다. 미국 남동부를 강타했는데 뉴올리언스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폰차트레인 호 제방이 붕괴되면서 뉴올리언스는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고 말았다. 뉴올리언스는 지역의 80%가 해수면보다 지대가 낮았는데 카틀리나로 폭우가 쏟아지고 제방이 무너지면서 도시로 들어찬 물은 빠져나가지 않고 그대로 도시에 머물렀으며 이 지역 주민 2만 명 이상이 실종되었다. 50만명의 시민 중 2만명이 실종되었다면 대부분 가구당 실종자가 있다는 얘기다. 도시는 물에 잠기고 모든 사람은 비탄에 잠겼다.



 

 

독서 모임을 시작할 때 책의 저자는 걷잡을 수 없는 정신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부서진 집에서 살 수가 없어 친척과 친구 집을 전전하며 돌아다녔는데 그 때 임신사실을 확인한다. 수년 뒤 폐허가 된 집으로 돌아오고 폐허 속에서 아이가 자라났다. 몇 년이 흘러 카트리나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까 싶었는데 쌍둥이 동생들이 자살하면서 그녀의 삶은 다시 곤두박질치고 집안을 호령했던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그녀는 또 다른 실존적 위기에 처한다.

 

독서모임은 실존적 위기에 빠진 사람들의 독서클럽으로 정해졌다. 카트리나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는 뉴올리언스 어느 집의 거실에서였다.

 

실존적 위기에서 허우적거리던 사람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책이나 짧은 단편을 정하고 함께 읽은 뒤 이야기를 나눈다. 발제자는 왜 그 책을 선택했는지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험, 서로의 느낌, 서로의 감정을 나눈다.

 

이 책은 그 독서모임을 이끌었던 주인공 저자의 개인적인 감정과 느낌에 충실한 책이다. 그러니까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저자의 실존적 아픔이 어떻게 독서모임 속에서 풀어지고 스며들고 화해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보면 좋다. 앞에서 설명한 실존적 아픔은 오롯이 그녀만의 몫이다. 비슷한 아픔이 다른 회원들에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카트리나 허리케인으로 집을 잃었고 가장 어려운 시기에 아이를 가졌으며, 최근에는 두 동생이 모두 자살하면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 이런 아픔, 이런 상실, 이런 고통이 씻은 듯이 나아질까, 원래의 상태로 회복될까. 겉표지 띠지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2017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는 광고같은 문구가 차갑고 어두운 북유럽 밤하늘에 나타난 오로라처럼 반짝거린다. 최고의 책이라는 문구는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과장되어 있다. 독자였던 나는 카트리나 같은 거대한 공동체 슬픔을 직접 겪어보지 못했다. 세월호만으로도 나는 휘청거리고 있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다른 책이나 영화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고통은 그 누구도 백 퍼센트 동질의 아픔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아프고 아픈 책을 읽으면서 책 저자처럼 깊은 슬픔에 빠져들지 못했다. 나는 나만의 슬픔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그녀의 아픔은 그녀의 아픔이었다.

 

이 책은 나의 슬픔을 치유해주지 못했다. 이 책은 치료제가 아니다. 이 책은 저자인 앤 기슬슨의 이야기다. 그녀가 감당못할 시련 속에서 독서모임을 통해 어떻게 회복되고 있는지 그녀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는 책이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이 책은 아직 치유의 과정에 놓여 있는 진행형의 미완성 이야기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아직 지난한 길을 걷고 있다. 책이 치유제가 아니라 그 책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에게 치료제가 된다. , 독서 그 자체가 아니라, 독서모임, 그러니까 서로 다른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과 공간을 통해 치유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누구는 빨리 회복되고 누구는 천천히 회복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책은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떠올리게 하고 용서하게 한다는 것을. 이겨내게 하고 견디게 하고 웃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고통 속에 놓여 있다면 책을 읽자. 그리고 사람을 만나자. 그것이 바로 위대한 독서치유의 첫걸음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실존적 위기에 빠진 사람들의 독서클럽모임에서 2월에 함께 읽고 나눈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책을 주문했다. 그들은 짧은 단편을 읽었지만, 한국에 소개된 책은 폴란드 단편집으로 여러 작가의 단편을 모아놓고 있었다. 폴란드 단편집이라. 좋았다.

 

~~~~~~~~~~~

 

저녁 내내 브래드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남의 이야기를 듣고, 손님을 접대하고,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며 간식을 축내는 아이들에게 달려가서 주의를 주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 즉 우리가 읽은 글들에는 서로 우의를 나누는 단순한 행위가 바로 삶을 즐기는 일이며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짧은 생을 최선으로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가치가 담겼음을 지적했다. (039)

 

우리는 먹었다. 흡사 메뚜기 떼처럼 사정없이 먹어치웠다. ... 우리는 강한 사람들이고 우리는 먹는다. 빵은 이방인들끼리 나누는 사랑인 것이다.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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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걷기예찬] | 비소설 2018-10-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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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걷기예찬

다비드 르 브르통 저/김화영 역
현대문학 | 200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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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걷기예찬]



 

학창시절에 열심히 외운 문장들이 있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우보 민태원 작가의 수필 청춘예찬1930년대 일제 강점기 아래 작성된 글임에도 불구하고 청춘들의 꿈을 무한대로 끌어올렸다.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얼음이 있을 뿐이다. (청춘예찬 시작부분)

 

또 수필가 이양하의 신록예찬은 어떤가.

 

그러나 이 짧은 동안의 신록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참으로 비할 데가 없다. 초록이 비록 소박(素朴)하고 겸허(謙虛)한 빛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때의 초록은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도 뒤서지 아니할 것이다. 예컨대, 이러한 고귀한 순간의 단풍(丹楓) 또는 낙엽송(落葉松)을 보라. 그것이 드물다 하면, 이즈음의 도토리, 버들, 또는 임간(林間)에 있는 이름 없는 이 풀 저 풀을 보라 그의 청신한 자색(姿色), 그의 보드라운 감촉, 그리고 그의 그윽하고 아담(雅淡)한 향훈(香薰), 참으로 놀랄 만한 자연의 극치(極致)의 하나가 아니며, 또 우리가 충심으로 찬미하고 감사를 드릴만한 자연의 아름다운 혜택의 하나가 아닌가? (신록예찬 마지막 부분)

 

그것이 청춘이든, 신록이든 우리는 푸르른 것을 찬양하기에 아낌이 없다. 나아가 청춘과 신록을 합친 걷기 예찬은 내 삶에 찾아온 세 번째의 큰 기쁨이었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 걷는다는 것은 잠시 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 (걷기 예찬 첫 문장)

 

걷기예찬의 첫 문장은 청춘예찬의 첫 문장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청춘예찬이 첫 문장으로 피끓는 청춘들의 가슴을 자신 밖의 세계로 활짝 열어젖혔다면, 걷기예찬의 첫 문장은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길과 조우하되 그 속에서 자신과 만날 수 있도록 시선과 생각을 내면의 세계로 깊이 열어젖혔다.

 

걷기예찬을 걸으면서 읽을 수가 없는데 이것이 가장 큰 모순이다. 읽기 위해서는 앉아야 한다. 하지만 방법이 하나 있으니 걷다가 걷기예찬을 읽는 것이다. 만약 날씨 좋은 날이라면 한참을 걷다가 벤치에 앉아 이 책을 펼쳐보라.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청춘예찬이나 신록예찬과 비교할 수 없는 걷기예찬은 그것이 한 권의 책이기 때문이다. 앞선 두 예찬은 한 편의 수필로 그 길이가 얼마 되지 않지만 걷기예찬은 그런 수필이 200쪽 넘게 이어진다. 그런 수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쪽을 이루어가는 한 편의 수필들이 그만큼 완성도가 높고 매번 청춘예찬을 읽는 것처럼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 때문이다.



 

역자의 글을 읽어보면 이 책이 어떻게 우리 한글로 번역되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실로 기막힌 우연, 기막힌 선택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번역본이 나오게 되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이 책을 고르고 번역해준 김화영 교수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기적을 믿는다면 김화영 교수가 프랑스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된 그 우연의 일치가 아닐까. 책도 한국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났고, 교수도 이 책을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났던 것이다.

 

작가 다비드 르 브르통 교수는 걷기의 최고로 혼자 걷기를 꼽는다. 혼자 걷기가 왜 으뜸 걷기인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나도 완전히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서 최근 점심을 먹고 나면 3킬로미터 정도를 탄천길따라 걷기를 하였다. 혼자만의 이 시간. 나는 생각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기도를 읊조리고, 관찰하고 소리들을 듣고 냄새들을 맡는다.



 

작가는 책 속에서 말 그대로 걷기에 대한 모든 것을 사색한다. 혼자 걷기는 물론 여럿이 걷는 것, 산책하는 것, 탐험하는 것, 도시에서 걷는 것, 순례자로 걷는 것을 경험과 문헌과 역사를 통해 공유한다. 걷는 행위가 어떻게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행위가 되는지 숨김없이 토로한다.

 

주옥같은 명문장들이 너무 많아 밑줄을 그으려고 하면 책이 몽땅 밑줄로 도배될지도 모르겠다.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로의 초대다.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하게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때 경험의 주도권은 인간에게 돌아온다. ... 걷기는 시간과 공간을 새로운 환희로 바꾸어놓는 고즈넉한 방법이다 ... 걷기는 어떤 정신상태, 세계 앞에서의 행복한 겸손, 현대의 기술과 이동수단들에 대한 무관심, 사물에 대한 상대성의 감각을 전제로 한다. (걷기예찬 21)

 

걷기예찬은 책을 읽음과 동시에 걷기를 실천하게 하는 실천문학책이다. 발이 근질거려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이 아름다운 문장들을 읽고 어떻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토록 많은 길들, 마을들, 도시들, 산과 숲들, 바다와 사막들이 있는 한 그곳에 이르고 그곳을 느끼고 그곳에 도달한 기쁨 속에서 우리의 기억을 껴안기 위한 그토록 많은 코스들이 또한 열려 있는 것이다.

 

오솔길, , 모래, 바닷가, 심지어 진흙탕이나 바위까지도 우리의 몸과 어울리고 존재한다는 희열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존재한다. (걷기예찬 261쪽 마지막 문장)

 

걷기는 예찬받아 마땅한 행위다. 발이 살아있는 한, 길이 저기에 있는 한, 우리는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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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가 쫓아가는 예수의 시선 – 그 사람이 될 때까지 | 신앙서적 2018-10-1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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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 사람이 될 때까지

류황희 저
세움과비움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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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가 쫓아가는 예수의 시선 그 사람이 될 때까지>

 

저자 : 류황희 (목사, 튤립교회 담임)

출판사 : 세움과비움

 

이 책은 충남 공주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류황희 목사의 두 번째 마태복음 강해이다. “콘서트 마태라는 시리즈로 그 때와 오늘 거기와 여기를 통해 마태복음 1장에서 4장까지를 강해하였고, 이번에 두 번째 책으로 마태복음 5장을 강해하였다. 마태복음 5장만으로 책 한 권을 펴냈으니 28장까지 어떤 여정을 걸어갈지 무척 기대된다.

 

마태복음 5장은 예수님의 산상수훈으로부터 시작한다. 산상수훈의 팔복에 대한 말씀은 단순하게 읽고 넘어갈 수준의 말씀이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그에 관한 책을 몇 권 사서 보기도 한 터였다. (물론 그 때는 좀 이해를 했는데 다시 다 잊어버린 상태였다.) 관심이 매우 깊은 분야에 대한 말씀이라 어떻게 산상수훈을 풀어낼지 매우 기대가 되었다.

 

두 지평, 거기와 여기, 저자는 마태 시리즈 첫 책인 그 때와 오늘 거기와 여기를 소개하면서 두 지평이라는 표현을 했다. 기독교 febc 방송 꿈꾸는 책방에서 저자를 초대하여 책 소개를 했는데 류황희 목사는 마태복음이 쓰여졌던 당시 시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거기와 여기에 대한 두 지평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태복음은 세리였던 마태가 예수님의 제자가 된 뒤 유대인에게 쓴 책인데, 사실 그 내용은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던 선민사상을 깨뜨리는 매우 위험한 반유대적인 복음서였다고 한다. 어쨌든 그가 마태 시리즈 첫 책을 쓰기 위해 가진 첫 기준 두 지평은 두 번째 책인 그 사람이 될 때까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2천년 전에 쓰여진 글이지만 우리는 오늘 지금 읽고 내 삶을 반추한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문자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자기 자신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어쩌면 자기도 모르게 엉뚱한 말씀으로 자해를 시도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들은 성경말씀을 정확하고 바르게 이해하지 않은 채 자기 기준 또는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자기 합리화를 시키며 성경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콘서트 마태 시리즈 두 번째 책인 그 사람이 될 때까지는 마태복음 아니 나아가 2천년 전 예수님의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보다 깊이 있게 알려준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 말씀이고, 우리 시대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온유한 자란 어떤 자를 말하는지, 오리를 걷게 하는 자는 어떤 자인지, 속옷을 빼앗으려 송사하는 자들은 어떤 자인지 우리는 이 책을 읽음으로서 보다 명확히 알게 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그 말씀을 여기 이 시대에 살면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바로 알게 된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마태복음 5장이 이렇게 다른 말씀이었는지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로마 통치 시대에, 예수님이 죽고 30여년이 지나 복음이 희미해져가고 있을 그 때에 마태가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아 죽게 했던 그 유대인들을 향해 던지는 복음의 메시지를, 20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는다. 우리는 그 유대인, 바리새인이 아니지만, 정녕 그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자신할 수가 없다. 책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책 제목처럼,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귀하게 창조해주신, 바로 그 사람이 될 때까지 올바르게 나아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될 수 있는지 산상수훈의 팔복 말씀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내가 세운 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가 되자. 그 사람이 될 때까지.

 

이 글은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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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국주의의 폭력 시선-조선에서 온 사진엽서] | 인문-사회-철학 2018-09-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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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에서 온 사진엽서

권혁희 저
민음사 | 200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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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국주의의 폭력 시선-조선에서 온 사진엽서]

 



권혁희 지음

“19세기 말 20세기 초 제국주의 시대의 사진엽서를 통해 본 시선의 권력과 조선의 이미지

 

 

(겉표지 벗긴 것)

 

알라딘 중고서점이나 헌책방을 다니다조선에서 근대로 넘어오던 시기아직 사진기라는 것이 우리나라에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대선교사들이나 외국인들의 사진기를 통해 남아있던 조선말기 우리 백성들의 모습일제 강점기 우리 선조들의 삶의 모습광복 후 그리고 육이오 전쟁 중의 사진들이 포함되어 있는 책이 보이면 가능한 구입하려고 한다.

 

이 책도 그렇게 내 손에 들어왔다. 2005년에 민음사에서 초판 발간한 책인데 속지가 깨끗했고 그 동안 이렇게 많은 엽서 사진을 포함한 책을 보지 못한 상태여서 주저없이 구입한 책이었다사진 자료도 풍부했지만 저자의 긴 글들이 많아 다른 사람이 가져갈까 얼른 챙긴 책이었다.

 

그런데책 속 내용은 내 기대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이었다그 동안 많은 책을 읽으면서 서구의 제국주의가 동양과 아프리카에 갖는 폭력적인 시선을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그 정보들은 대부분 서양인의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의 침략식민지선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것들이었다그러니까 나는 그러한 정보를 습득하면서도 여전히 타인을 보는 듯한 제3자의 시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끔 조선시대의 선교사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노골적이지 않았고 그래서 여전히 한구석에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오리엔탈리즘에 있어서는 덜 폭력적인 시선 속에 놓여 있지 않았을까 합리화에 의한 안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억지로 남겨 놓았던 그 안위를 인정사정 보지 않고 파괴시켰다파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저자의 거룩한 분노가 내 가슴속에 그대로 와 박혔고분노를 불러 일으킨 수많은 정보들이 이 책속에 여과없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나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합리화하며 억지로 만들었던 안위를 버리고 보다 정직한 실체 앞에 무릎을 꿇었다우리 조선도 똑같았구나그렇지 않을 이유가 없었는데 왜 그토록 억지로 숨기고 있었을까.

 

 

 

 

저자는 우리에게 남겨진 조선시대 사람들의 풍속 사진엽서가 단순한 과거시대의 정보나 자료로서의 가치를 가진 것이 아님을 조목조목 설명해준다일본 제국주의가 어떻게 자신들을 미화시키고 우리 조선을 미개한 아프리카처럼 여겼는지를 그들이 발행한 수많은 조선엽서를 통해 증명한다.

 

이 엽서들은 유행처럼 번져 수많은 일본 사람들서양사람들이 수집하고 자랑한 시대의 핫잇템이었다엽서는 먼 동양의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정보로서의 엽서가 아니었다자국의 우월함조선의 미개함을 만 천하에 알리는 조롱거리로서의 놀이기구였다조선의 기생 사진들이 엽서로 만들어지고 조선은 일본의 성적 판타지를 체험하는 여행지가 되었다.

 

 

 

 

그들은 철저하게 우리를 폭력적인 시선으로 내려다보았으며서양인들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를 문화적으로 짓밟았다소설 리심을 보면 프랑스로 떠난 주인공이 원숭이처럼 놀림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세계적으로 인종박물관이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진 체험관 속에서 더러운 옷차림으로 앉아 다른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어야 했다일본은 서양을 본떠 인종박물관을 열었고 일본 내 원주민들과 조선인을 그 안에 가두어 두고 사람들이 관람하도록 했다박물관 문화가 훗날 동물원으로 확장된 것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인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 책은 가슴 아픈 이야기숨기고 싶은 이야기지만 우리들이우리 후손들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진실에 대한 책이다그리고 우리도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의 시선을 두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김해보아야 할 것이다.

 

~~~~~~~~~~~~~~~

 

제국주의 국가의 군대가 식민지를 향해 항해를 떠날 때 사진가를 승선시켜 새로운 정복지를 샅샅이 기록했다는 것만 봐도 초창기 카메라의 힘은 곧 근대 문명의 강력한 도구였음을 알 수 있다그 결과 카메라를 보유했던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인이나 아메리칸 인디언아시아인들의 인종 사진이나 풍속 사진이 유행했으며, 20세기를 전후해서는 사진엽서의 형태로 대량 생산되기에 이른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엽서들은 이러한 세기적 응시의 결과물들이다그것들은 서양에 의해 만들어진 동양의 모습이며지배자의 시선이 투영된 타자의 이미지들이다여기서 지배자의 시선은 일본의 시선이며 그것은 서구 지배자의 시선과 교차하면서도 동시에 서로 다른 시선을 조선에 투영하고 있다.

 

이 사진엽서들은 오랫동안 조선과 역사 경험과 문화를 공유해왔던 일본이 근대 국민 국가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어떻게 조선을 타자화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중략)

 

필자가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 또한 여전히 현실 속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시선의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다.

 

(작가의 글, 8~9)

 

 

 

 

존 버거는 본다는 것의 의미에서 수전 손택의 글을 인용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미지에 기초하고 있는 문화를 필요로 한다. ...(중략) ... 카메라는 진보된 산업사회의 작동에 본질적인 두 가지 방식으로 실재를 규정하는데하나는 구경거리(대중을 위해)로서하나는 감시의 대상(지배자들을 위해)으로서이다이미지의 생산은 또한 지배 이념을 공급해 주기도 한다.” (본다는 것의 의미존 버거,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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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번역가의 민낯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 | 비소설 2018-09-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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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노승영,박산호 공저
세종서적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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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생계형 번역가의 민낯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

 

 

참 재미있게 읽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의 자유로움, 번역이라는 전문성이 갖는 고품격. 특히 나처럼 언어 습득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번역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풍겨오는 아우라를 감당하기 힘들다.

 

올해 초에 또 다른 번역가의 민낯 책을 읽고 서평을 쓴 기억이 난다. 이 책과 비교해보면 그때 책은 작가도, 글도 너무 날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선 회의 신선함도 좋지만 때로는 어느 정도 숙성이 된 깊은 맛도 필요하다. 이 책은 번역가가 아닌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는 순수한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적당히 숙성이 되어 있다. 만약 당신이 번역가 지망생이라면 이 책은 숙성 정도가 아니라 멘토 도서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노승영, 박산호라는 두 번역가가 그 동안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모으고 추려 번역가의 삶을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펼쳐낸다. 아주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면 보통은 작가의 이름이 아닌 번역가의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나 역시 번역의 소중함을 잘 알면서도, 작가 이름을 외우기도 힘든 두뇌라 번역가 이름까지 뇌 공간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동안 읽었던 수많은 번역 책의 한국 작가들에게 고마움과 경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두 저자 가운데 박산호라는 이름이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았다. 그랬다. 최근에 읽었던 얼음 속의 소녀들을 번역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토니와 수잔도 그의 작품이었다.

 

내친 김에 노승영 작가도 찾아보았다. 읽으려고 찜해 둔 책이 상당히 많은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직접 읽은 책은 누구를 구할 것인가한 권이 있었다. 어쨌든 이 책의 저자들이 내가 읽은 책의 번역가였다니, 사실은 내가 이미 만나왔던 사람들이라니 기쁘기 그지없었다.

 

책은 번역이라는 작업” “생계형 번역가의 하루” “살펴보고, 톺아보고, 따져보기” “번역가의 친구들” “번역가를 꿈꾸는 당신에게의 다섯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두 작가가 적당한 순서로 돌아가며 번역이 어떤 일이며, 번역료는 어떻게 계산하고, 어떻게 번역을 하고, 번역가의 친구관계는 어떻게 되고, 번역가가 되려면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등을 친구에게 얘기하듯 술술 풀어놓는다.

 

책 꼭지 하나하나 참 재미있다. 맛깔난 글솜씨가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니까 글맛이 있는 특수분야의 이야기. 번역가가 아니면 생각하거나 경험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번역의 일은 혼자와의 싸움을 하는 것이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는 작업이다. 그래서 그 특수성에 맞는 사람이 이 일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책 한 권을 번역하는 데 보통 두세 달이 걸리고, 그 동안은 수입이 없고, 시간을 자유로이 쓸 수 있으며 책 한 권을 끝냈다고 알아서 책을 또 번역하라고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자유로운 직업은 시간이 자유로운 만큼 일감도 자유롭다는 것. 익히 알고 있는 범주의 정보지만 실제로 그 일을 하고 있는 번역가들에게 그 체감의 깊이는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글 행간에 숨어 있는 틈새에서 발견한다.

 


 

번역가에게 영어 실력이 아니라 왜 우리글 쓰는 실력이 중요한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전을 찾는 품을 들여야 하고, 한글 지원 사이트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때로는 원저자에게 그 뜻을 묻는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하는지, 번역이라는 일이 가지는 특수성이 얼마나 다양한지 우리는 번역가들의 글을 통해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제 우리는 번역본 책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 번역자의 이름을 살피고 그가 이전에 어떤 책들을 번역해 왔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문학이란 번역가가 없으면 세계로 퍼질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맨부커상을 원저자와 번역가가 왜 함께 수상하는지 우리는 이해하게 될 것이다. 번역가의 문학적인 번역 노력이 없다면, 문화가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르고, 먹는 것이 다르고, 사는 공간이 다른 타국 사람에게 원저자가 생각했던 그 머릿속 느낌을 제대로 전해줄 수가 없다. 그만큼 번역가의 역할은 중요하다.

 

 

번역가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쓰여진 것인지 궁금하다면, 번역일을 해볼까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책이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선택한 당신의 손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생계형 번역가의 삶, 그 민낯을 구수하게 읽어낼 수 있는 참 알차고 쫄깃쫄깃한 책이었다. 그나저나 구글번역기가 맹위를 떨치고 있고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형 로봇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번역가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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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 증언문학가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 | 인문-사회-철학 2018-09-2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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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저/이현경 역
돌베개 | 200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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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읽은 최고의 책 후보작품. 평생 간직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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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증언문학가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




표지가 책 제목과 딱 닮았다. 짙은 남색의 표지는 정갈하고 단단하다. 그러나 밝아서 공포감을 줄여주며 분노를 잠재워준다.

 

은색으로 구획을 나누고 프리모 레비의 작가 이름을 흘림체로 흩어 놓아 규칙성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연출했다.

 


 

표지는 이 책의 성격을 한 마디로 표현해준다. 만지면 단단한 멍울처럼 아픔이 느껴지지만 그 속에는 부드럽고 밝은 생살이 심장 고동과 함께 물처럼 흐르고 있다.

 

프리모 레비와 관련된 책으로는 추천도서로 올렸던 서경식의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를 시작으로, 프리모 레비의 저작 이것이 인간인가에 이은 세 번째 책이었다. 현재는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네 번째 책으로 읽고 있다.

 

이것이 인간인가는 실제 아우슈비츠에서 생활한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어서 책 표지의 구부린 사람처럼, 인간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수용소의 참상에 초점에 맞추어져 있었다면, “주기율표는 자신의 전공인 화학 주기율표를 하나씩 표제로 내세워 다양한 기억들을 소환하며 자유롭게 쓴 글이다.

 

실제로 프리모 레비의 저작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다는 말처럼, 나에게도 주기율표작품이 참으로 좋았다. 아르곤, 수소, 아연, , 칼륨, 니켈, , 수은, , , 세륨, 크롬, , 티타늄, 비소, 질소, 주석, 우라늄, , 바나듐, 탄소의 21개 화학원소를 제목으로 놓고 자신의 유년시절, 전쟁시절, 수용소 시절, 수용소 이후 시절 등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모든 장면들을 무차별로 불러내어 이야기를 이어간다. 뒷표지의 표현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지루하지 않고 담백하고 생경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뉴욕타임즈가 치유의 힘과 평정의 힘, 화려한 상상력이 낳은 걸작!”이라고 평가한 말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책 제목만 보고는 화학책 아니냐고 질겁하는 사람이 있지만, 화학은 매개체일 뿐 책은 그의 머릿속 기억과 창조력이 무한하게 펼쳐진 진솔되고 아름다운 한 삶의 이야기다.

 

그의 작품 주기율표가 아름다운 건 그가 아우슈비츠 생존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그만의 글들이 슬프게도 우릴 맞이한다. 그의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린 그의 글, 단어 하나하나 읽으며 그와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내 감방에는 희미한 전등불이 하나 있었는데 밤에도 켜 있었다. 겨우 글씨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빛이 희미했지만 그래도 나는 쉴 새 없이 독서했다.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기율표, 197)

 

이 글을 읽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그리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자신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음을 알고 쉴 새 없이 독서했다는 그를 떠올려 본다.

 

내 감방에는 쥐가 한 마리 있었다. 쥐는 곧 내 친구가 되었지만 밤이 되면 내 빵을 갉아먹었다.”

(주기율표, 197)

 

내 먹을 양식을 빼앗아 먹는 친구라니. 그런 친구라면 친구라 불러선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프리모 레비는 외로워서 쥐를 친구 삼았다.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배구공에 눈코입을 그려놓고 친구 삼았던 주인공을 기억한다. 그리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윌리를 놓쳐 버리자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비명을 질렀던 것도 기억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산다는 것. 견딘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혹독한 일인지 저자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가락으로 풀어 놓았다. 그가 가장 혼란스러워했던 장면은 바나듐편에 나온다. 나는 그가 왜 자살했을까를 생각할 때, 이 뮐러 박사와의 관계에서 유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에서 기적적으로 화학 전공자로 인정받아 연구소에서 일하게 될 때 만난 뮐러 박사가 나중에 프리모 레비가 취업한 회사의 거래 고객이 되어 편지를 주고 받게 된다. 그리고 뮐러 박사는 프리모 레비의 저작물도 읽은 상태였다. ‘이것이 인간인가에 나온 사람이 자기가 맞다고 확인도 해 주었다. 프리모 레비는 당시 상황에 대해 뮐러 박사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결국 자신의 생각과 같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아마도 그것이 그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우슈비츠라는 불합리하고 비인도적인 상황을 현장 연구소 담당자로서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 그리고 그것이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허망함, 그 시선과 결론이 도처에 퍼져 있고 결코 자신의 시선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 사회에 대한 절망, 그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의 아름답고 즐거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물론 아우슈비츠의 끔찍한 기억도 있고,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지만, 그가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하고 나서 어떻게 살아갔는지, 그의 생존했던 삶의 이야기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엿볼 수 있다. 그는 떠나고 없지만, 그의 작품은 영원할 것이다. 결코 밝혀지지 않을 것 같았던 나치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잔인함을 세상은 그의 글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주기율표는 그의 이름표와 같다. 짙지만 밝은 남색 표지처럼 어둡고 고통스러웠지만 다시 태어났던 고향으로 돌아와 그의 삶을 이어간 프리모 레비의 밝은 삶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고이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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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말공부] 인성을 환히 밝히는 인문교양서 | 인문-사회-철학 2018-09-2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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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더의 말공부

박수밀,송원찬 공저
세종서적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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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말공부> 인성을 환히 밝히는 인문교양서

 

박수밀, 송원찬 지음




 

나는 리더가 아니다. 누군가를 리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스스로 늘 난 리더감이 아냐, 난 기획자 역할, 보조 역할, 큰 그림 때문에 놓치는 작은 일들을 소리없이 채우는 역할자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책이었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책이었고,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중요한 책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요즘 아빠 말투가 좀 공격적으로 변했어.” 라는 말을 딸에게서, 가족에게서 자주 듣게 된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나는 가족 중에서 가끔 리더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늘 리더는 아니었지만 어떨 때는 최종 결정을 하거나 마지막 선택을 하는 위치에 있기도 했고, 그런 결정에 도움을 주거나 의견을 주는 입장에 서기도 했다. 그러니까 어떻게보면 리더란, 하나의 권력으로 타인을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이나 선택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지혜로운 의견을 제시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역할이나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리더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꼭 리더만 읽어야 할 책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집어들었다. 책은 고전인문교양서라는 이름을 붙이면 딱 좋을 책이었다.

 

리더의 자질을 아()-, ()-생각, ()-판단, ()-행동, ()-관계의 다섯 가지로 보고 고전에서 아, , , , 관에 관련된 좋은 글을 뽑고, 글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왜 이 덕목이 리더에게 필요한가를 설명한다.



 

당연히 리더라는 조건이 반드시 시대를 이끌어갈 사람일 필요는 없다. 어느 자리에서든 어느 모임에서든 그 자리를, 그 모임을 이끌 사람은 필요하기 마련이고, 맨 앞에 서지 않아도 그 자리를 함께 꾸려간다면 리더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인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좀 딱딱한 책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책은 의외로 재미있고 쉽게 읽혔다. 그리고 내 상황에 딱 맞는 좋은 글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침 흔들리는 지하철 출근길에서 읽으며 여기저기 밑줄을 그으며 갔다.

 

산속의 적은 물리치기 쉬우나, 마음속의 적은 물리치기 어렵다고 했고, 여씨춘추에서는 남을 이기려는 자는 반드시 먼저 자신부터 이겨야 하고, 남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자는 반드시 자신부터 논해야 한다라고 했다. 요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기도 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반성을 해 본다.

 

당나라 선승인 임제는 임제록에서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되다.”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남들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따라가면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따르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것이다.” (리더의 말공부, 031) 지금 날마다 폭력처럼 쏟아지는 야근 속에서 버티는 하루로 방황하는 내게 무언가 암시의 글을 주기도 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인 군인으로 총을 들고 조선으로 들어왔다가 우리나라로 귀화해 조선인과 결혼하고 평생 조선인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삶을 마감한 시야가 김충선이 자녀들에게 남긴 글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남이 잘한 것이 있으면 칭찬해주고,

남이 잘못하거든 덮어주어라.

 

남이 나를 해치려 해도 맞서지 말고,

남이 나를 비방해도 묵묵히 참으라,

 

그러면 해치던 자가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비방하던 자는 스스로 그만 둘 것이다.

 

(김충선, 모하당집, 가훈편, 리더의 말공부 270)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의미있게, 쉽게 읽었다. 리더가 되기는 싫지만, 이런 리더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좋은 문구들은 가슴에 차곡차곡 담아본다. 작가들은 힘들게 썼겠지만 인문서들이 이렇게 쉽게 쓰여진다면 대중적인 확산도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는 정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다양함을 이해하고 바람직한 삶을 고민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를 확인해주는 것이 여행이다.“

(리더의 말공부,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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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의 폭력 미국에 대한 준엄한 비판 | 인문-사회-철학 2018-09-2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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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파멸 전야

노엄 촘스키 저/한유선 역
세종서적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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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전야촘스키의 폭력 미국에 대한 준엄한 비판

 

노엄 촘스키



 

노암 촘스키라고도 한글로 표기되는 그는 언어학 박사다. 나는 그의 이름을 언어학을 다룬 책에서 먼저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최근 들어 국제문제, 미국의 해외정책 등에 관한 저술과 강연으로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엄격하게 표현한다면 미국 비판주의라고 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오히려 민주주의를 방해하고 있다며 정면에서 미국의 대통령과 그들의 결정을 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파멸전야를 통해 미국의 부당한 폭력과 테러리즘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국제경찰로서의 미국이 아니라, 국제깡패로서의 모습을 다양한 자료와 정보들을 총동원하여 까발린다. 어쩌면 그는 미국이라는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숨겨진 미국의 야심과 부당한 행동들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두꺼웠고 읽어내기가 쉽지 않아 긴 호흡으로 읽었다. 읽는 시간도 당연히 오래 걸렸다. 방대한 저작이었다. 몰랐던 정보들이 백과사전처럼 가득했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우리는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 민족자결주의를 말한 윌슨 대통령을 믿고 삼일운동을 벌였지만, 발칸반도와 동유럽 패전국의 광대한 영토를 민족에 따라 여러 국가로 분리하여 잠재적인 적대세력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숨은 의도를 몰랐던 것과 같았다. 고종이 일본의 불법적인 침략 앞에 조미통상조약의 상호주의를 굳게 믿고 미국만을 바라봤던 그 어리석음의 상태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촘스키의 비판은 케네디 대통령은 물론 오바마, 트럼프에 이어지기까지 거침이 없었다. 특히 오바마의 두 얼굴에 대한 비판은 사실 충격적이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선한 이미지, 평화의 이미지, 약소자에 대한 배려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깨어지고 무너졌다. 특히 고집불통 이스라엘 편에 서서 세계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그 후안무치함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잊게 만들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힘이 생긴다고 했다. 우리는 미국이 우리의 가장 큰 우방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군사적인 부분에서도 미국의 우산이 사라진다면 당장 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벌벌 떨며 미국의 손짓, 눈짓만을 바라보는 정치인들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미국에 대한 많은 의구심이 좀더 선명해졌다. 하루빨리 미국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은 서로의 이익이 남아 있을 때는 우방일 수 있지만, 그 이익의 임계값이 무너지면 언제라도 등을 돌릴 수 있는 국가이다. 그리고 미국은 자신이 세계의 경찰이고, 자신의 말이 곧 세계의 법이라는 엄청난 착각을 하루빨리 버려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세계평화를 하루라도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세계의 석학, 노엄 촘스키의 걱정이 그저 기우가 되길 간절한 마음뿐이다. 책 제목이 무시무시하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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