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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정의다 – 진실을 읽는 시간 | 인문-사회-철학 2018-09-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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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진실을 읽는 시간

빈센트 디 마이오?론 프랜셀 저/윤정숙 역
소소의책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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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정의다

진실을 읽는 시간

 

진실은 정의다 – 진실을 읽는 시간



저자는 총상전문가 법의학자다. 그러니까 총상을 입고 사망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의학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의사다.

즐겨보는 CSI에 나오는 바로 그 과학적이고 첨단적인 수사를 담당하는 그 법의학자다. 미디어가 주는 허상이 얼마 정도인지는 감을 잡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드라마가 얼마나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 놓았는지 좀더 실체감 있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의학을 전공하더라도 돈도 얼마 되지 않는(다른 의사에 비하면) 이 자리를 전공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겠다. 우리나라는 그런 전공과 공부 코스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저자는 책에서 자기 가족의 의사 이력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의 부친은 1940년에 임상병리사가 되었는데 자녀들은 수시로 아빠를 따라 도시락을 들고 영안실을 지나다녔다고 한다.


시신을 보는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니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아 평생을 총상을 입고, 장기가 파열되고, 피가 가득하고 훼손된 시신을 보며 살아야 하다니.

하지만 이 일은 꼭 필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밝히고,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사람들의 헛된 주장들을 과학적인 근거로 바로 잡아주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경찰들은 정황상 의심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지만, 법의학자는 그 정황상 의심이 어떻게 진실에 가까운 것인지를 여러 정보들을 토대로 뒷받침해줄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정황증거만으로 억울하게 가해자가 된 사람들을 구해줄 수도 있다. 책에도 보면 이미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들어가 있는 사람의 무죄를 밝힌 이야기가 나온다. 초선 변호인이 한 번만 봐 달라고 식당까지 찾아와 식탁 위에 놓고 간피해자의 사진을 보고 분석하여 결국 무죄로 판명되도록 하였다.(사진을 보고 밥맛이 싹 달아났다는~~ 저자)

살해 당한 피해자가 아내였으니 감옥에 갇힌 남편은 얼마나 억울했을까. 졸지에 아내를 살인한 사람이 되어 가족과 사회의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야 하다니. 우리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재심” 등을 통해 실제로 일어났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이런 헛된 결론을 뒤집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는 누군가의 끈질기고 헌신된 노력이 필요하다. 기득권자의 엄청난 협박을 이겨내야 하고, 주위의 시선을 막아내야 한다. 가끔은 생명의 위협을 당하기도 한다.

저자 역시 자신이 분석한 내용을 가지고 수없이 배심원단 앞에서 증언해야 했다. 그냥 자료만 보내지 않고 그가 그렇게 자신의 수고를 들여 적극적으로 증언까지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자신이 분석한 그 내용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히 배심원이 무죄와 유죄를 판단하기 때문에 과학적인 증거보다 검사나 변호사의 감정에 따른 결과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그의 일은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고 진짜 범인을 밝혀 정의가 구현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입양한 자녀의 죽음이 단순한 원인미상 죽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은 실로 경악할 만했다.


간호사였던 그녀는 언제나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의 위급한 상황 때 응급처치를 해 살려내는 영웅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담당 의사로부터 단순 사망으로 결론난 아이를 부검한 뒤 저자는 살인이 의심된다고 생각했다. 그 뒤 FBI에 의해 사건 조사가 보다 깊이 진행되면서 그녀의 의심스러운 일이 하나둘 드러났는데 그녀에게 아이만 맡겨지면 아이는 응급실로 실려갔고 두어 번 그러다 결국 죽고 만다. 자신의 자녀, 입양자녀, 조카는 물론 이웃이 돌봐달라고 맡긴 자녀까지 마흔 명 가까운 아이들이 죽었다. 이미 다 원인미상 죽음으로 처리된 이후였다

마지막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밝힌다. 과연 자살인가 타살인가. 저자는 총상전문가, 법의학자로서 관찰한 결과 자살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결론 내린다. 그 이유는 책에~~


진실을 밝히는 일은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다. 진실을 밝히는 일은 한 사람은 물론 그 사람과 여연결된 모든 가족을 정의롭게 한다. 우리나라가 살인죄를 저질렀어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국가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은 잘못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도 없이 가해자로 몰려 감옥에 갇히거나 죽임을 당해야 했던가.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한” “홧병”이라는 말. 이제는 공식적으로 정신장애 편람인 DSM 우울증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는 그 홧병은 본질적으로 억울함을 기저로 가지고 있다. 늘 약자였던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 이웃들. 지금도 여전히 꾹꾹 참고만 있는 주위 사람들. 가령 집에서 놀다 형이 꽃병을 깼는데 형이 권력을 무기로 동생이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동생에게는 말 안들으면 혼난다며 겁을 주었을 때, 그래서 억울하게 부모님에게 꾸중을 들었을 때, 형이라는 위계에 의해 권력이 폭력이 되고, 위계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숨겨야 할 때, 그때 홧병은 기저에 쌓인다. 그 억울함은 사소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중금속처럼 우리 체내에 차곡차곡 쌓인다.

사소한 것들을 용인할 때 사회는 중요한 것들 앞에서도 침묵한다. 진실은 과학적인 증명으로 밝혀져야 한다. 목소리가 크거나, 얼렁뚱땅 관계자에 의해서 판단되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의 한 마디로 덮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진실을 밝혀야 할 많은 사건들이 있다. 그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 그 가족들이 엉뚱하게 낙인을 받고 고통 속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는 행동으로 우리 마음과 생각은 조금 더 진실과 정의에 다가서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정의를 갈망하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이 후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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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어도 GO?? 결정에 대한 강력한 결정의 책 | 인문-사회-철학 2018-09-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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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애니 듀크 저/구세희 역
8.0(에이트 포인트)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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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못 먹어도 GO!
못 먹으면 STOP!



단 한 번의 “결정”이 우리의 인생을 바꿀 때가 있다. 나의 이 결정이 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모를 때 우리는 주저하게 된다. 결정 앞에서 망설이고 주어진 정보를 다시 확인해본다. 정보가 우리의 결정을 쉽게 도울 때도 있지만, 정보로 선택한 결정도 반드시 기대했던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몇 가지 점에서 크게 놀라게 된다.
첫 번째 단계. 작가의 이력을 알게 되면서 독자는 처음 당황하게 된다. 프로 겜블러라고? 이건 뭐지? 책을 잘못 고른 건 아냐? 하는 의심의 순간이 처음 찾아온다. 그러니까 첫 번째 단계에서는 놀라움과 황당함 그리고 의심스러운 마음이 복합적으로 뒤섞이는 단계이다.



그렇지만 의심을 조금 누르고 책을 계속 읽다보면 오, 신선한데? 이건 의외의 조합인 걸? 하는 두 번째 단계의 신선함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작가는 프로 포커 선수로 수십 년간 활동하며 4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받았고, 각종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진짜 포커 선수다. 포커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순간적인 판단과 결정력이다. 작가는 직접 실전에서 경험하고 축적한 모든 결정에 대하여 아낌없는 조언을 쏟아낸다. 이건 탁상행정이나 탁상문서가 아닌 결정에 대한 살아있는 경험의 농축액이다. 그러니까 수십 년 축적된 액기스라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포커를 잘 한다고 결정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하면 도박사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리가 세 번째 놀라는 것은 일단 그녀가 인지심리학 석사를 거쳐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라는 사실 때문이다. 프로 포커 선수에서 인지심리학 박사로의 순간이동이 쉽지 않다. 우리의 뇌는 한참 동안 적응하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적응의 시간이 지나면 프로 포커 선수의 경험이 어떻게 인지심리학과 조합이 되는지, 얼마나 엄청난 시너지로 “결정”이라는 주제를 심오하게 펼쳐놓는지 깨닫게 된다.

조금만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이 얼마나 놀라운 책인가를 금방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결정”이라는 주제로 포커를 끌어다 이렇게 심오하게 전문적이면서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결정”을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은 만나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크게 공감했던 부분이 있다.
바로 인생은 체스판이 아니라 포커판이라는 사실이다.
체스는 실력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열심히 노력하고 실력을 쌓으면 대부분 상대를 이긴다. 하지만 포커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늘 운이라는 변수가 뒤따른다. 그래서 좋은 결정을 내려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니까 결국, 포커판인 인생 앞에서, 우리는 열심히 노력한 결과대로가 아닌, 그러니까 씨앗을 뿌린 대로 열매를 반드시 수확한다고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우리는 좀더 행복할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이 체스판이라면 대부분 노력한 대로 결과가 나오겠지만, 인생은 대체로 포커판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패를 들고 시작해도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중간에 튀어나오고, 우리 인생은 난장판이 될 수가 있다.

갑자기 아이가 아파 회사를 못 가게 될 수도 있고,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하고 건강을 지켰어도 휴대폰 보다가 계단을 잘못 짚어 발목이 골절될 수도 있다. 내가 안전하게 법규를 잘 지키며 운전해도 술취한 뒷 차가 내 차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불확실성, 비규칙성을 강조하면 인생이 다소 허무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인생이란 원래 확실성보다 불확실성이 더 크고, 규칙성보다 비규칙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하루를 시작하면, 그만큼 덜 불행을 느끼고, 그만큼 더 행복을 크게 느낄 수도 있다.

열심히 했는데 왜 나만 이렇냐고 하늘을 향해 고함을 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좋은 점은 바로 그것이다.
결과를 보고 과정을 평가하지 말라는 것.
결과만 보고 결정을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사례는 책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야구 감독은 매우 전략적으로 좋은 결정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팀을 크게 패할 수 있다. 그 결과만 보고 우리는 감독을 비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늘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좋은 결정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 책은 그래도 최고의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최고의 조언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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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의 장애아동 버스운전기 | 비소설 2018-08-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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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저/유혜인 역
북라이프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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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꿈과 희망의 장애아동 버스운전기

여기에서 “꿈과 희망”이라는 부제를 붙인 건 아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준 버스였지만 저자 자신에게도 “꿈과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해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 “꿈과 희망”을 고스란히 전달해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에게 이 버스 운전 경력이 “꿈과 희망”이 되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그의 파란만장한? 작가의 여정에 있다. 그는 에이전트까지 둔 전업자가로 출발했다가 쫄딱 망한 뒤 파선선고를 받고 우편함에 꽂힌 구인광고지를 보고 스쿨버스 운전사가 되었다. 그는 1년간 장애아동의 등하교를 책임지는 버스 운전기사를 한 뒤 다시 작가로 성공하게 된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제65회 간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제70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세계 유수 영화제 3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러스트 앤 본> 영화의 원작 소설가가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작가가 삶의 여정에서 실패라는 경험을 한 뒤, 포기하지 않고 인생을 받아들인 두 번째 삶, 잠깐 스쳐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이 1년의 경험 때문에 나머지 삶들이 보다 의미 있어지고 완성되어진 그런 중요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가 장애아동들과 엎치락뒤치락 하며 보낸 1년의 삶이 자신에게도 꿈이 완성되고 희망이 성취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그렇게 본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라는 책이 나왔다. 비슷한 류의 책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라는 책은 버스기사인 저자의 눈을 통해 버스를 타는 사람들의 시선, 의미, 관계를 탐구하고 해석한 개인 성찰형 에세이이다. 그에 반해 이 책 “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는 저자가 특수아동 버스를 몰며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가고 바깥에서 봐 왔던 장애아동들의 마음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소설 같은 책이다.

그래서 국내 책이 다소 무거운 느낌, 짙은 장미와 같은 책이라면, 노란 바탕에 깜찍하게 디자인된 이 책은 화사한 개나리와 같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저자가 매우 낙천적이고 유머 가득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1년 뒤에도 계속 저자의 차를 타고 싶다고 할 정도로 그는 열여섯 살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저자는 다시 글을 쓰고 작가가 될 힘을 얻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책 속 글들이 시종 유머로 가득 차 있다고 실제 그의 버스기사 삶이 행복에 겨운 것은 아니다. 언급이 자제된 부분이 있겠지만, 그가 운전한 3077번 버스에는 자기의 행복한 세상을 추구하는 자폐아동 개빈, 가벼운 언어장애를 가진 어린 소녀 나자, 지적장애가 있지만 스타워즈 전문가를 자처하는 백과서전 빈센트, 취약X증후군을 앓고 가끔 미친 인격을 보여주는 올리버, 그리고 뇌성마비가 있었지만 자동차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 제이크가 탑승했다. 그림이 그려지는가. 버스기사들은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무전기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오줌을 지리기도 하고 창문에 머리를 찧기도 한다.

상상할 수 있을까. 내가 만약 3077번 버스의 운전사라면 나는 어떻게 무얼 할 수 있을까.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3077번 버스를 몰게 된 저자는 아이들을 천사로 생각하며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진짜 천사라는 걸 발견한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생님 운전사를 만나게 되고, 인생에서 가장 멋진 1년을 보내게 된다. 제이크는 저자와 깊은 유대를 가지며 친구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이 멋진 작가 운전사를 만난 덕분에 3077번 아이들도 행복했고, 저자도 “버스가 망가진 나를 살려줬다”며 다시 글을 쓰게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런 감정에 녹아들고 뭔가 긍정적인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안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복감, 자연과 이웃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시선, 뭔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이런 것들이 싹터 옴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얼마나 멋지고 황홀하며 가치 있는 책인가.
이런 삶을 살아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몇 년 뒤에 이렇게 완벽하게 그 때의 삶을 복기해 낸 저자의 정신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나도 다시 뭔가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저자가 3077번 버스를 만난 것처럼, 나도 이 책을 만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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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되기 위해 아파야 하는 사회 | 인문-사회-철학 2018-08-2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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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저
동아시아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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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길이 되기 위해 아파야 하는 사회라니.
 


띠지에 찍힌 젊은 학자의 얼굴에서 아픔을 본다. 저자는 글을 쓰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젋은 학자의 얼굴에서 용기를 본다. 저자는 글을 쓰면서 얼마나 큰 용기를 꺼내야 했을까.
단정한 얼굴에서 분노를 본다. 아직 길이 되지 못한 숱한 아픔들을 어떻게 견뎌낼까.

보건사회라는 독특한 장르의 책이다. 인문사회가 아니라 보건사회.
“보건”이란 국민의 건강을 보전시키고 증진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보건소”는 그래서 금연운동을 펼치고 노동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도움을 준다.

바로 그 “보건”이다. 약간의 웰빙의 개념을 주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개인의 보건이 형편 없고, 그 형편 없음을 형편 있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질병의 역학적 관계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에서 이 사회의 어두운 단면, 겉으로는 밝지만, 안으로는 너무 깜깜해 불을 밝히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아니 불을 밝혀 보았더라도 이미 너무 상해버려 손을 쓸 수 없는 무자비한 아픔을 발견한다.

저자는 사회역학 연구를 통해 차별, 고립, 가난, 고용불안, 부조리, 불공평, 소외 같은 것들이 사람을 얼마나 더 아프게 하는지를 밝힌다. 돈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행군 같은 작업을 통해 하나의 길을 만들고자 한다. 이 책은 그 길을 위한 첫걸음이다.

그는 말한다.
“한국의 건설노동자를 아프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암 발생을 초래할 수 있는 유전적 요인보다는 고용불안 속에서 안전장치 없이 하루하루 일해야 하는 위험한 작업환경” 때문이라고,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더 자주 아프다”고 말한다.

올해 우리나라도 유래 없는 폭염으로 여름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시내 쪽방촌에서는 쪽방상담소에 아침에 제공해주는 단 두 개의 얼린 생수병으로 하루를 난다고 한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에 사는 김 씨는 움직일 수 없어 방안에 누워있어야 하는데 방안의 체감온도는 50도를 웃돌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책에는 시카고가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무시무시한 폭염을 이겨냈는지 나온다. 과거의 아픔을 버리지 않고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논쟁을 안길 다양한 주제들을 지뢰처럼 숨겨놓고 있다. 그러나 그 다양한 주제라는 것은 사실 이 땅에서 소외받고 차별받으며 사는 약한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한국사회는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예전에 사회복지와 상담을 공부할 때, 개인이 위기에 빠졌을 때 사회적 지지망이 얼마나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위기의 극복 가능성이 달라지는 연구결과를 읽은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지지망의 1순위로 가족을 지명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가족이 오히려 사회적 지지망을 단절시키는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이 책은 마지막 장에서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회적 연대, 사회적 공동체. 우리가 건강한 보건을 획득하려면, 가족도 국가도 아닌, 건강한 사회연대, 건강한 사회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은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언제까지 약자들, 소외받은 사람들의 눈물로 길을 만들 수만은 없지 않은가.
 


우리 몸은 정직하다.
어딘가 아프다면, 그 아픔의 원인은 분명히 있다.
우리는 굴종에 길들여져 있어서, 사회적인 폭력, 위력에 의한 폭력에 입을 열지 못한다. 괜히 입을 열어봤자 나만 힘들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꾹 참고 일을 한다.

하지만 몸은 말을 한다.
아프다고 말을 한다.
몸이 말을 할 때 무시하지 말자.
내 몸이지만, 내 하나의 몸이 모여 우리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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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두 얼굴 - (서평)메뚜기와 꿀벌 | 인문-사회-철학 2018-08-1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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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메뚜기와 꿀벌

제프 멀건 저/김승진 역
세종서적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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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와 꿀벌>

자본주의 두 얼굴과 미래의 대안 이야기 

독서를 하면서 얻게 된 큰 이점이라면, 결코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다양한 영역에 대하여 지식의 증가는 물론이며, 지식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 동안 하나하나의 톱니만 보며 살아왔던 내게, 서로 맞물리며 돌아가는 톱니바퀴들이 하나, 둘, 셋 그리고 넷의 기어를 볼 수 있게 해 준다.

톱니바퀴는 혼자서는 돌아가지 않는다. 최초의 원동기어가 모터에 의해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 기어에 맞물린 수많은 종동기어들이 자신의 바퀴 숫자에 맞춰 자신의 속도로 돌아가며 기계를 작동시킨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생긴 문제의 원인이 연결되고 연결된 저 건너편 기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문제를 풀려면 당장 여기에서 뭘 할 수도 있겠지만 저기서도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에 대한 독서를 거의 마무리 지을 즈음 보게 된 영화 “목격자”는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였지만 너무 시의적절한 만남이어서 독서의 폭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단순히 미스터리 또는 스릴러 영화라고만 생각했던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는 공포 속에 닫힌 도시인들, 결국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자 많은 대사 속에, 피해자들의 눈물 속에 자본주의가 어떤 폐해를 낳고 있는지 노력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을 추구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결국 그 삶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최대의 이익주의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하는 집단 이기주의와 개인 중심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가 바로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살인사건 이후 같은 아파트 주민이 사라졌는데도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남편을 저지하며 아파트 시세만 걱정하는 못난 사회를 보여준다.

이 책은 자본주의가 어떤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책이다. 자본주의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와 혁신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많이 가진 자가 덜 가진 자의 자본을 빼앗아가는 약탈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꿀벌은 꽃을 좇아가며 사람에게 이로운 꿀을 생성하지만, 메뚜기는 논과 밭과 나무를 휩쓸고 다니면서 자신의 욕심만 채운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황폐함만 남는다.

자본주의가 어떤 생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 책은 경제학자가 쓴 책이 아니라 사회혁신 전문가가 집필한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결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제대로 직시하고 어떻게 하면 사회적인 혁신을 꾀할 수 있을까를 논한 책이라고 보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이 책은 전반부에 자본주의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자본주의가 진짜 자본주의가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가 추구했던 유토피아가 어떤 세상이었는지 철학적 접근, 학문적 접근, 그리고 다양하게 시도된 경제 유토피아 사례들의 흔적을 통해 자본주의의 역사를 훑으면서 자본주의의 특성을 파악해본다.


그리고 후반부로 들어가면, 결국 약탈자의 모습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혁신해나갈 수 있을지 <11장. 새로운 배열 : 사회는 어떻게 도약하는가>에서 10개의 소제목으로 밝힌다.


아마도 이 책의 클라이막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1. 집단 지성과 집단 창조성 동원하기

로베르트 웅거는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현재에 저항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를 법칙처럼 고정된 것, 변형 불가능한 것으로 보지 않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370쪽)

지식은 오픈소스처럼 개방됨으로써 집단 지성을 강화하게 개인 발명가를 통한 발전이 아니라 집단 창조성을 통해 자본주의가 성장할 때 자본주의는 약탈자가 아니라 창조와 혁신이 될 수 있다. 양질의 지식과 정보를 구별해야 하며, 진실의 생태계를 강화함으로써 데이터의 약탈적 행동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2. 자본이 우리를 지배하지 않고 우리의 시중을 들게 하며, 소유와 통제를 함께 대중화하기

3. 지속 가능하고 협업에 기반한 소비로의 전환을 독려하고, 모든 형태의 낭비 및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슬로푸드, 자발적인 소박한 삶, 비만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한 노력 등은 소비를 좋기만 한 것으로 보던 데서 때로는 후생을 훼손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는, 사고방식의 전환을 반영한다. (388)

우선, 선택이 늘 좋은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 ... 너무 많은 선택지는 선택을 방해한다.
적어도 몇몇 시장에서는 ‘얼마나 많은 선택을 가질 것인가’ 자체를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분함’에 대한 질문도 제기된다. 얼마큼이면 충분한 것인가? 20세기 성장모델은 소비의 지속적인 증가를 전제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너무 많이 가지면 오히려 역량이 약화된다. (389)

4. 생산과정을 더 순환적으로 만들고, 유지 보수의 경제 성장시키기

전통적인 생산 모델은 물질, 노동, 에너지를 투입해서 물리적인 생산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 물건이 쓰고서 버려지면 땅에 파묻는다. 그리고 생산과정에서도 최종 제품의 무게보다 몇 배나 많이 나가는 막대한 쓰레기가 나온다.

대안은 생산을 ‘닫힌 고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텔레비전이든 자동차든 어떤 물건이 유용한 수명을 다하고 나면 거기에 들어간 부품들을 수거해 재사용하거나 재활용되게 하는 것이다. (393)

5. 노동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놀이를 삶의 일부로 만들기

많은 이들에게 노동은 불안정하고 충족감을 주지 않으며 불공정하다. 하지만 노동은 정체성과 사회적 인정의 주요 원천이기도 하다. 실업은 임금이 동결되는 것보다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396)

놀이는 안정성에 의존한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경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놀이에서 경쟁한다. 또 놀이는 자율성과 협력 둘 다를 가르친다. 그리고 좋은 노동이 그렇듯이 놀이는 우리는 더 온전히 살아 있게 해준다. (401)

6. 교육, 건강, 복지를 도구적 목적뿐 아니라 관계적 목적 위주로 재구성하기

현대 생물학과 사회과학은 우리가 사회적 동물임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우리의 행복, 자존감, 자긍심, 아니 우리의 삶 자체가 다른 이들에게 의존한다. (407)

7. 화폐 이외의 다양한 교환 체계 갖추기

8. 부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는 규범 촉진하기

9. 중요한 것 측정하기

10. 공적 미덕과 사적 미덕 모두를 갖춘 ‘마음 씀’ 육성하기

‘지능’은 단지 정보 처리나 사고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자동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능은 목표나 사고방식에 대한 ‘성찰’도 포함하며, 성찰은 개인에게만큼이나 사회에도 중요하다.
 


깊이 마음을 쓰는 사회는 혁신의 수단뿐 아니라 목적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하고, 새로운 지식의 윤리적 차원들도 성찰해야 하며, 서로 다른 주장과 임무들의 상대적인 타당성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421)



“깊이 마음을 쓰는 사회”는 결국 영화 <목격자>에서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 중앙 화단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을 켜고 있었지만, 피해자가 ‘살려주세요’를 수없이 외쳤지만, 사람들은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한 “깊은 마음”을 쓰지 않았다. 나만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으면, 타인의 안전은 관심 밖이었다. 내가 깊은 마음으로 타인의 안전을 위해 한 걸음 내딛으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자동차 사고가 나도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피해자는 바로 내 가족일 수 있고 내가 될 수도 있다. 그 타인의 익명성은 결국 자신의 익명성과 동일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약탈자의 특성이 더 강화되지 않도록, 꿀벌의 창조와 상상력과 혁신의 특성이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 맛있는 꿀로 나타나도록, 우리는 더 준비하고, 희생하고, 깊은 마음을 쓰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주제가 무거웠고, 책도 두꺼웠고, 읽는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이 사회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소중한 책이었다.

“얕은 마음”을 버릴 용기를 준 고마운 책이다.
내 가족이 소중하듯이 이웃의 가족도 소중하다.
내가 얕은 마음을 버릴 때, 자본주의도 약탈자에서 협력자로 돌아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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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책을 무서워한다 - 다라야의 지하비밀도서관 | 비소설 2018-08-14 20:08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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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델핀 미누이 저/임영신 역
더숲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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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책을 무서워한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도서관>



 

너무나 무심했던 시리아 내전과 다라야 민주화 운동.

 

혼자 사는 것에 바빠 지구촌 이웃의 아픔에 이리도 무관심한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먼 시리아에서 독재자 아사드에 대항하고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내 건 젊은 청년들에게도 미안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들과 끊임없이 연락을 취하며 세상이 그들을 보고 있음을 알려주고, 전쟁터 한 복판에 숨겨진 책보물 도서관의 존재를 알려준 저자에게도 감사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사전 정보를 조금 더 알고 책을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시리아는 터키와 이라크, 레바논, 이스라엘을 국경으로 두고 있는 국가이며, 1971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하페즈 알아사드부터 2001년 이후 현재까지 장기 집권하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에 위해 통치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중동의 민주화 시위의 영향으로 소규모 평화시위로 시작했지만 정권 유지에 불안을 느낀 아사드는 과도한 대응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사태는 더 커지고 말았다. 그리고 2015년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응하여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가세하면서 복잡한 국제전으로 바뀌었다.


(처참한 다라야 시내 모습)

 

2018년으로 시리아 내전은 8년째에 접어 들었는데, 이 책은 내전 한 가운데에 있던 2012년부터 최종적으로 모든 시민과 자유시리아군이 철수한 2016년까지의 다라야 도시와 그 도시에서 저항한 젊은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 델핀 미누이는 프랑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며 중동 지역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다라야는 정부군에 의해 4년간 모든 도로, 물자 등이 봉쇄된 채 엄청난 폭탄으로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폐허가 되었다. 2015SNS에 올라온 다라야 전쟁터 속의 도서관 사진을 보고 접촉을 시작한 그녀는 총과 함께 책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책에 빠져든 시리아 대학생들과 어렵게 접촉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이후 다라야가 결국 정부군의 폭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모든 시민과 자유군이 퇴출한 20168월까지의 기록, 그들과의 연락을 통해 알아낸 내전 상황, 젊은이들의 평화와 자유에 대한 마음의 기록물이다. 끝내 희생자가 되고 만 지하 비밀도서관의 창립자 오마르의 죽음은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한다.

 

참담한 전쟁의 포화 속에서 책을 통해 평화를 꿈꾸고 희망을 노래한 젊은 전사들의 이야기가 과장없이 여과없이 이 책을 통해 노출된다. 그리고 책이 총보다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억압자들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닫게 하려 하지만, 자유는 날개를 달고 있어서 미세한 틈을 비집고 날아오른다. 드럼통폭탄, 화학물질 폭탄이 수도 없이 떨어지는 전쟁터에서 책은 마지막 희망이고 마지막 기쁨이었다.

 

그들은 책을 통해 통치자들이 얼마나 나쁜 집단인지를 깨달았다.

 

이제 우리의 과거에 눈을 뜨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심과 절망의 순간에 과거는 왜 우리가 싸워야 하는지를 일깨워주었습니다.” (074)


(CNN이 촬영한 다라야의 비밀도서관 내부, 동영상 캡춰)

 

정부는 책을 숨겼지만 폐허 속에서 주워낸 책을 통해 청년들은 오히려 싸워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를 발견했다. 그들은 폐허 속에 세운 도서관에서 어린왕자를 읽고,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었다. 시리아의 역사를 읽었고, 사라예보의 역사를 읽었다. 그들은 포화가 멎은 밤, 서로 모여 토론을 했으며 책을 통한 성숙을 마음껏 받아들였다.

 

이제 다라야에는 더 이상 그 도서관이 남아 있지 않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부활했고, 이 책을 통해 죽어간 젊은 저항자들이 다시 살아났다. 총칼과 폭력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권력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책을 불 태우고 지식과 지혜를 왜곡시킬 수 있겠지만, 진정한 진리는 폐허 속에서도 다시 피어오를 것이다.  다라야는 죽지 않았다. 다라야의 역사는 현재 진행중이다. 우리나라도 광주 민주화운동 등이 비슷한 모습으로 민족의 아픔으로 남아있다. 자유를 향한 모든 역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며, 불씨는 우리 가슴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 책의 저자, 델핀 미누이)

 

~~~~~~~~~~~~~~~~~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수단이자 영원히 무지를 몰아내는 방법입니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부 엘에즈도 역시 스물세 살이었다. (035)

 

살아남은 그는 책이 주는 유익함을 믿었다. 등의 상처는 치유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마음의 상처를 달랠 권리는 있는 것이다. ...

 

책은 지배하지 않습니다. 책은 무언가를 선사해주죠. 책은 거세하지 않습니다. 책은 성숙하게 합니다.” (037)

 

책은 속박에 저항하는 기억의 산물이었다. 또한 시간과 굴복과 무지에 대항하는 퇴적물이었다. (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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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책 - 철로 된 강물처럼 | 일반문학 2018-07-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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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철로 된 강물처럼

윌리엄 켄트 크루거 저/한정아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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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된 강물처럼>

 

엄청나다.

올해 읽은 최고의 !!

 

 책이  추리장르에 속해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책은 전무후무한 전미 7 미스터리상을 석권했다.



 

에드거 배리 매커비티 앤서니 딜리스 미드웨스트 북셀러 초이스 레프트 코스트 크라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뽑혔으며워싱턴포스트는 “크루거의 순수에 대한 애가는 가슴 깊이 기억할 만한 이야기다라고 평했다. 2016년에 아마존 리뷰가 2,0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영어 원작 제목은 “Ordinary Grace”인데 이를 직역한다면 “일상의 은혜” 정도가  듯하다제목만으로 보면 약간 종교서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데사실  책의 이야기는  목사 가족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원어 그대로 책을 내놓으면  팔릴  같아서 제목을 바꾼 건지 모르겠다일본어 판을 봐도 우리처럼 심하게 바꾸어 놓지 않았다ありふれる (일상적인 기도정도로 해석이 되려나

 

그렇지만 “철로  강물처럼이란 제목은 그다지 상업적이지 않아 보이고 미스터리물 제목으로도 느껴지지 않는다뭔가 심오한 뜻이 담겨 있는  같은데 제목에 대한 미스터리는 초반에 풀린다.

 

철로  강물은 철로를 뜻한다같은 곳에 있지만 결코 같지 않은 사물이다강물도 마찬가지이다어제와 같은 곳에 그대로 있는  하지만 결코 어제의  강물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죽음을 경험한 아버지는 미래가 창창한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목사의 길을 선택하고변호사의 아내가   예상했던 아내는 그런 남편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딸은 아름답지만 언청이로 가끔 놀림을 받았고막내 아들은 언어장애가 있어 말을 심하게 더듬어  안으로만 숨는다.

 

 중간에 있는 열세  프랭크가 주인공인데책은  아이의 눈으로 가족사와 미국 1960년대 시대상를 훑으며 5개의 죽음을 마주하고 풀어놓는다 책은 죽음의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요소가 들어 있지만 프랭크라는 아이의 성장소설에 가깝다그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섯 개의 죽음을 경험하며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그만큼 성장한다물론 가장  죽음은 가족의 죽음이지만.

 

우리는 결국  죽어서 다시 만날  있게 된다강물처럼 합쳐지게 되고 철로처럼 만나게 된다. 40년이 지나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프랭크의 시선을 쫒아가 보자 7 상을 휩쓸었는지 알게  것이다  책을 성장소설이라고 부를  있는지진정한 문학작품이라고 부르는지.

 

마지막 책장을 덮기가 너무 아쉬웠다. 프랭크와 함께  짧은 시간 동안 내가 훌쩍 커버린  같았다아직 커야  키가 남아 있었다면 말이다그리고 어쩌면 프랭키가 아니라 말을 더듬었던 동생 제이크에게서 우리는  많은 동질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그가 자신을 괴물이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우리는 사회 속에서 섬처럼 외따로 떨어져 자신을 괴물이라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우리의 삶은 죽음과 함께 성장한다죽음을 빨리 이해할수록 삶을 이해하는 폭과 깊이가  풍성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삶의 일상은 죽음과 같이 거대하거나 뭔가 중요한 것들로 가득차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고 자잘하고  흐르는 강물과 같은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그래서 우리는 일상의 은혜하루하루의 반복적인 삶을 오히려  감사할  있을 것이다그것이 바로 일상의 기적이 되지 않을지.

 

책장을 덮자마자 올해 읽은 최고의 책으로 주저없이 선정했다.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종이책으로 다시 사야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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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 후보-섬에 있는 서점 | 일반문학 2018-07-2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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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저/엄일녀 역
루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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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 서점, 가족, 사랑, 미스터리, 그리고 감동

 

내가 뽑은 2018년 올해의 책 후보 선정

 

사람은 누구나 고독한 하나의 섬이지만,

사람은 철저하게 완전한 섬이 될 수 없다.



 

아일랜드 섬에 존재하는 유일한 하나의 서점.

그곳에서 벌어지는 서점 주인과, 출판사 여직원과, 난데없이 나타난 서점에 버려진 아기와 경찰과 그리고 그 주변의 섬사람들이 펼치는

 

놀랍도록 지적이며 놀랍도록 가슴 뭉클함이며,

놀랍도록 문학적이며 놀랍도록 서점적인

단 한 권의 책.

 

남해의봄날 출판사가 이 책을 놓친 것을 후회한다는 뒷표지의 글이 거짓이 아님을, 통영의 작은 책방 추천도서로 주저없이 이 책을 꼽는다는 봄날의책방 대표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두 사람은 같은 사람이다.)

 

책을 좋아하고,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이 책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서점 주인은 누구나 이 아일랜드 서점처럼 기억되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독립서점 연합 베스트 1, 미국 도서관 사서추천 1위 같은 엄청난 딱지를 붙이지 않아도, 책밖에 모르는 순진무구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서점에 버려진 한 아이를 만나 기저귀를 갈아주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엄청난 이야기에, 누구라도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생각할 것이다. , 우리 마을에도 이런 서점이 하나 있다면.

 

각 챕터마다 맨 앞부분에 언젠가는 죽게 될 주인공 피크리가 계속 살아야 할 딸 마야에게 한 권의 책을 중심으로 짧은 편지를 남겨놓고 있는데, 대부분 모르는 작품들이다. 첫 장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찰리와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슈퍼복숭아같은 동화로 엄청나게 유명한 로얄드 달의 작품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 서적상역시 로얄드 달의 작품으로 끝을 맺는다.



 

작가는 서점 주인 피크리의 대화를 통해 엄청난 문학작품과 책 속의 대사들을 구워 삶으며 독자들에게 문학의 향연을 느끼게 해 준다. 작가가 책을 통해 소개하는 모든 작품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려고 생각했으나 끝내 포기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어쨌든 나는 책을 덮으며,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 가운데 한 권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올해 대학을 졸업한 큰 딸은, 선물로 받았다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냥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사람마다, 나이따라, 감성따라 느끼는 바가 많이 다른 모양이다.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301)

 

결국 우리 인생은 단편집과 같다고 주인공은 말한다. 마지막 죽음 앞에서 아빠는 딸에게 말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바로 우리야.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이 우리다.”

우리는 우리가 수집하고, 습득하고, 읽은 것들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여기 있는 한, 그저 사랑이야.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런 것들이, 그런 것들이 진정 계속 살아남는 거라고 생각해.” (304)

 

 

, 그 섬에 가고 싶다. 그 서점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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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 비소설 2018-07-1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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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함돈균 저
세종서적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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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부제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닿는 사물의 철학이라고 달았다.

참 맛깔나는 책이다.

제목에 나오는 코끼리는 당연히 어린왕자에 나오는 이무기가 삼킨 그 코끼리다.

그러니까 어른들 눈에 엉뚱하게 비쳤던 그 모자가 사실은 이무기이고, 모자처럼 보인 이유는 이무기가 코끼리를 삼켰기 때문인데, 어른들은 그저 겉모습만 보고 모자라고 판단해 버렸다.



 

그래서, 이 책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은 저마다 이무기의 다른 변형이다. 표지를 보면 좀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코끼리를 이루고 있는 온통 산만한 저 사물들은 모자이고, 빨대이며, 구두, 반창고, 가위, 책 같은 사소한 것들이다. 코끼리 몸을 좀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바코드 리더기와 드론 같은 최신 사물도 보이고, 옛 가옥이나 빌딩, 계단 같은 이색적인 사물도 보인다. 결국 그것들은 겉으로 보기에 코끼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저마다의 다른 깊이와 넓이로 존재하는 사물들이다.



 

문학평론가인 함돈균은 문학 고유의 정치성과 예술적 전위를 철학적인 시야로 결합시키는 현장비평가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그의 이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은 눈만 돌리면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저자만의 시선으로 철학적으로 그러나 무뚝뚝하거나 난해하지 않은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참 재미있게 읽었다. 몰래 숨겨놓은 곶감 빼먹듯 아껴가며 하나의 사물씩 탐독했다. 거의 70개에 가까운 사물들이 저자의 눈에 포착되어 아낌없이 다른 모습으로 관찰되고 사유되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물이라고 생각되는 가위, 단추, 라디오, 만년필 같은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물로 접근하기 어려운 신상 잇템인 귀도리(나는 이 책에서 귀도리를 처음 알았고 얼른 인터넷으로 찾아 보았다. 나는 아직 한번도 실제 귀도리를 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아마 이제 알았으니 이번 겨울에는 만나볼 수 있으리라.) 텀블러, 구르프, 핫팬츠, 핫바디 같은 것들도 있고, 인형뽑기 기계, 콘센트, 스툴, 스쿨버스, 주유기 같은 사회적인 것들도 있다.

 

어떤 사물이든지 작가의 눈에 포착되면 벗어날 길이 없다. 사물인터넷이 4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그 사회가 오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모르겠다. 우리는 사물을 사물 그 너머에 있는 추억으로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참빗이나 철조망 같은 그런 사물들이 우리에게 주는 아픔과 아련함 같은 그 뾰족한 무엇. 그래서 실타래는 우리에게 문제라는 것은 풀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실마리를 찾아 끈기 있게 풀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는 것이면 좋겠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인데, 이 책이 참 쓸모 있고 좋은 건, 사물이라 이름 붙인 다양한 작은 것들 어딘가에 깊이와 넓이와 사유와 행복과 감사와 사랑을 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면 결코 책에 소개되지 않았을 많은 작은 것들이 이제는 외롭지 않게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물들을 작가의 글로 만나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사람에게 유년기가 잇는 것처럼, 사물에도 유년기가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물이 세상에 출현하는 최초의 순간을 떠올려보라. (008)

 

사람살이는 곧 인공 사물과 관계 맺는 일이다.

삶은 도구와의 관계 연속성 안에 있다. 사람들은 흔히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의 연속이 인생이라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사람보다 도구들과 만나는 시간이 더 길다. (009)

 

(가위) 어릴 때 자주 들리던 엿장수 아저씨의 가위소리.

그 가위는 아무것도 자르지 않는다. 두 개의 날이 엇갈리며 만들어내는 명랑한 율동감과 소리 자체로 음악적 퍼포먼스를 구현할 뿐이다. (020)

 

(노란 리본) 우리의 봄은 결코 2014년 세월호 사건 이전의 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변색된 봄의 이미지는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사물에 대한 사람의 감수성을 이전이후로 확연히 나누는 절단면, 이것을 철학자 들뢰즈는 사건이라고 불렀다. ‘사고처리되면 끝나지만, ‘사건은 집요하고 철저하게 해석되어야만 한다. (059)

 

(다이어리) 마법은 그때 시작된다. 이 사물은 시간의 주인이 되려는 개인의 의지와 소망을 담은 노트다. ... 미래는 본래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불확실한 방향에 놓인 시간의 속성을 뜻하는 말이다. (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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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많이 무지하다는 걸 지식으로 증명해주는 -지식의 착각 | 인문-사회-철학 2018-07-0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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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식의 착각

스티븐 슬로먼,필립 페른백 공저
세종서적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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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많이 무지하다는 걸 지식으로 증명해주는 책.

 

책 목록을 보자.




엄청난 지식들로 빼곡하게 채우고 있어, 감히 이 책을 읽고 싶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얼마나 가짜로 똑똑한 체 있었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니, 사실 굳이 읽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굳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그것은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르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내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코넬 대학교에서 평생을 보낸 데이비드 더닝 심리학자는 수많은 일상생활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무지가 심각해서 놀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얼마나 무지한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놀랐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쓰여졌다. 당신이 알고 있다는 그 지식 나부랭이가 얼마나 허망한 모래성 위에 지어져 있는지 알려 드리리다! 그렇게 각오를 하고 온갖 실험 결과와 사례들을 빼곡하게 설명한다.

 

감사한 것은, 나는 애초에 내가 그렇게 지식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서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저자의 생각을 수용했다. 내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어쨌든 저자들은(두 명이 함께 썼다.) 책 초반에 우리들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단박에 깨우쳐 준 뒤, 공동체 지식의 놀라운 힘, 똑똑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왜 사람들은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마는지 알려준다.

 

어쨌거나 이 책은 독자의 무지를 깨닫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지식(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습득하게 하고, 나아가 그러한 무지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깨알 팁을 알려주는 좋은 책에 속한다. 읽는 내내 흥미를 자극했고, 뇌를 두드리며 난 좀 더 똑똑해!”라고 반항하게 만들고,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결과적으로 나는 조금 더 똑똑해졌다.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조금 더 진솔되게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더 겸손한 사람이 되게 했고, 조금 더 교만한 사람이 되게 했다. (내가 무지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으니까)

 

놀라운 건, 무지의 결정체인 인간이 모여 이 놀랍도록 눈부신 과학기술을 발명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발전의 속도가 어마무시하다. 특히 나는 가장 최전선에서 기업들이 창조해내는 신기술을 맛보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지구 곳곳에 숨어 있는 놀랍도록 신기한 기술들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인간은 한 명씩은 무지하지만, 미세한 무지가 먼지처럼 모인다면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 0+0+0+0+0+0+0+0+0=2 이런 공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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