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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 일반문학 2018-02-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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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이정서 저
새움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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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8꿈나무였다. 내가 1986년 2월에 입대했을 때 고참들은 우리 입대 동기들을 그렇게 불렀다. 88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제대를 하는 운 좋은 녀석들이라는 이유에서였다. 85학번 영수와 1년 차이가 나는, 그래서 주인공이 군에 있었을 때 나도 똑같이 군에 있었고 나는 책에 나오는 어떤 한 사람이 되어 책을 읽었다.

나는 내 문제, 집안 문제가 항상 너무 컸기 때문에, 나 외에는 대부분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다. 또 주변에서 그런 걸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으며, 사회적인 철도 들지 않아 대학교에 가서도 정치도 사회정의도, 이념도 모른 체 지냈다.

대학에 가면 지하서클에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 데모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부모와 어른들로부터 숱하게 들었다. 그런데 1학기 시험을 마치고 나서 선배로부터 집합 소식을 듣고 모여간 곳은 말 그대로 지하서클이었는데 놀랍게도 공부만 하는 특이한 지하서클이었다. 그곳 선배들은 다른 동아리 참여도, 데모도 모두 반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데모를 한다며 모두 모이라는 대자보가 붙으면, 수업을 강행한다는 교수와의 사이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 체 방황하는 특이한 존재로 대학생활을 해야 했다.

방패를 든 채 정문에서 대치하고 있는 경찰들이 무서웠고, 어쩌다 한 번 참가한 데모에서는 교정 안, 교실까지 찾아 들어온 경찰을 피해 숨느라 목숨이 댕강거리기도 했다. 끌려가는 학우들을 보자 무서워 덜덜 떨기만 했다. 학기 내내 최루탄을 마시며 하교를 해야 했는데, 그 최루연기는 버스를 타고 30분을 가도 없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독했다.

군에 있을 때 대통령 선거를 위한 부재자 투표를 했다. 정말 “85학번 영수” 책에 고스란히 소개된 그대로였다. 투표를 하자마자 반대표를 찍은 사람이 누구누구며 몇 명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무서웠다. 정훈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사상교육이 끊임없이 주입되었다.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번역으로 문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번역가 이정서. 그가 쓴 또 하나의 문제작.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다소 신파적인 제목이지만 영화 1987이 개봉되면서 85학번에 대한 이 책은 영화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덩달아 관심을 받게 되었다. 상업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작가와 출판사의 시점이 절묘했다. 아무렴. 작가가 살아나려면, 계속 글을 쓸 수 있으려면 책은 무조건 팔려야 한다.

최루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경찰 곤봉에 머리가 터지고, 영화같은 이런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영 실망인 책이다.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담담하다 못해 마른 사막처럼 서걱거릴 정도다. 황량한 사막, 광활한 사막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사건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추억하고 되새기고 과거를 반추하면서 소가 여물을 되싶듯 계속 숨겨진 것들을 끄집어 낸다. 현대는 오히려 그래서 아프다. 시대는 변했고 그래서 사람들도 변했다. 나로 치자면 책 속에서 어떤 등장인물과 같을까.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을 몽땅 군에서 보내 버렸기에, 정작 그 뜨거운 시절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러다 뒤늦게 사회적인 철이 들고, 이제는 어떤지 알아 뒤늦게 역사공부를 한다. 그때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많이 부끄러운데, 어쩌면 그때, 알고 있었으면서도, 무의식이 나를 밖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어쩔 수 없었던 영수, 윤, 치우.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참호에서 고참에게 대가리 박으라는 명령을 듣고 두 시간 내내 뒤집은 철모에 머리를 심고 있어야 했던 시절. 어쩌면 1987년 그 뜨거운 시절이 군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너네 대학생들 때문에 우리가 이 고생이라는 말을 스스럼 없이 내뱉게 만들며 우리를 이간질시켰던 권력자들.

혁명은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사회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훗날 역사는 광장에서의 촛불항쟁을 진짜 혁명으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광주 민주화 운동도 혁명이 되지 못했다. 삼일 운동도 마찬가지다. 들고 일어났지만 외형적으로 바뀐 건 없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혁명이 필요했고 이번엔 성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85학번 영수”처럼 무채색 도서가 아니라, 노란 불꽃이 일렁이는 촛불 함성 같은 책이 나오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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