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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컬럼) 사랑이라는 부력체 | 밑줄 긋기 2018-06-1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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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15일(금) 독서컬럼

인간들을 뚜렷하게 구별짓는 두 개의 범주가 존재한다.
그것은 구조된 사람과 가라앉은 사람이라는 범주다. … (중략)

보통의 삶에서는 한 사람이 완전히 혼자서 길을 잃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은 보통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 (중략)

그러나 수용소 안의 사정은 이와는 다르다.
여기서는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한시도 쉴 수가 없다.
모두 절망적일 정도로, 잔인할 정도로 혼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간인가, 133쪽)


우리 인간을 뚜렷하게 구별짓는 두 개의 범주.
구조된 사람과 가라앉은 사람.
이때 선명하게 부각되는 것은 "세월호"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우리 대부분은 '가라앉은 사람'에 속합니다.
다만, 가라앉을 사람들이, 구조되는 사람으로 갈 수 있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니라는 공동체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한 명은 철저하게 바윗덩어리처럼 고독하여 바닥으로 가라앉지만,
여럿이 함께 손을 잡으면, 신기하게도 부력이 작용하여 물 위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그 손마저 잡을 힘이 없어 속수무책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한시도 쉴 수 없어,
절망적으로 발버둥을 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할 수만 있다면 그들을 잡았던 손을 놓고,
두 손을 벌리고 가슴으로 그들을 껴안아야 합니다.
내 몸을 던져 그들과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나도 함께 가라앉을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놀라운 사랑의 부력이 생길 것입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뛰어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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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컬럼)존재로부터의 자유-마그리트의 빨간 모델 | 밑줄 긋기 2018-05-0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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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4일(금)

만약 마그리트의 그림이
우리가 오늘날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을 확증해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의 기준에 의하면 실패한 것이며,

만약에 일시적으로 그러한 경험을 파괴한다면,
그것은 성공을 거둔 것이 된다.

맥스라파엘은
모든 예술이 목표하는 바는
"사물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취소시켜 버리고,
가치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확립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마르쿠제는 예술을,
있는 그대로의 세계에 대한 '위대한 거부'라고 설명했다.

예술이
당연히 존재하는 것과
소망하는 것 사이를 중재한다는 것은
나 자신(존 버거)이 말해왔던 견해이다.
(존 버거의 "본다는 것의 의미, 230쪽)

존 버거는 마그리트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예술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선언적으로 정의합니다.

예술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을 표현해서는 안 되며,
그대로의 세계를 거부하며,
사물로 이루어진 세계는 취소해야 하는데,

그래서 예술은,
우리가 소망하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것을, 최소한 중재하는 역할은 해 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소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중요한 질문이 남게 됩니다.
사실 이 질문은 매우 추상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것이어서, 단 하나의 대답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존 버거는 마그리트의 여러 그림을 설명했는데, 제가 읽은 부분에서 가장 강렬한 그림은 바로 '발이 되어가고 있는 신발'을 그린 "빨간 모델"이라는 그림입니다.

존 버거는 이 그림에 대해서,
잘린 두 발은 폭력을 암시하고,
땅바닥에 놓여진 장화로만 본다면 누군가가 그저 벗어놓은 신발로만 이해할 테지만,
절반쯤 인간의 발로 변해버린 장화 한 켤레는
그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피부에서 빠져 나와 버린 자아라는 개념을 제안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부재'에 관한 것이며,
그 부재인 '자유'에 관한 것이 됩니다.

여러분은 이 그림에서 무엇을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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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5일(목) 독서컬럼-무엇을 보고 있는가 | 밑줄 긋기 2018-04-0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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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5일(목)

1847년 이후, 밀레는 그의 나머지 27년간의 삶을 프랑스 소농계급의 삶의 조건을 드러내 보여 주는 것에 헌신했다. 인구의 3분의 2가 소농들이었던 것이다. 1789년의 혁명은 소작농들을 봉건적인 노예상태에서 해방시키게 되었지만, 19세기 중반까지 그들은 자본의 '자유로운 교환'의 희생자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

전람회에 출품된 그림들에 대한 관람객이었던 일반 사람들 대부분은 시골 지역에 존재하는 궁핍함에 대해 무지했다. (본다는 것의 의미, 존 버거, 109쪽)

사실상 밀레가 세상을 떠나고 겨우 몇 년이 지난 후, 반 고흐가 해내려고 했던 애썼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밀레는 그가 정신적, 예술적 두 가지 모두에 있어서 따르고자 선택한 스승이었다. 그는 밀레가 남긴 판화들을 면밀하게 모사한 수십 점의 그림을 그렸다. (115쪽)

지금은 미국의 대부호들이 거금을 들여 사들이고 있는 밀레가 추구했던한 그림들은
그의 역사관을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시골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몰랐던 도회지의 부유한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리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빛과 어둠을 이용하여,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오는 곳에 여전히 웅크리고 있는 시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반 고흐가 그의 정신적인 것까지 닮으려고 노력했다면, 아마도 가난했던 소작농들의 삶에 대한 큰 이해와 사랑도 같이 가져갔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식목일이네요.
우리가 읽는 책들이 모두 나무로 만들어진다는데,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읽고,
나무를 쓰다듬어보는 하루를 가져봅시다.

(밀레의 키질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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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4일(수) 독서컬럼-빈궁과 치욕이 달려들지라도 | 밑줄 긋기 2018-04-0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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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4일(수)

가난했지만
그의 호주머니에는
유머가 끊이지 않았다.

돈은 마지막 1수까지 이내 써 버리고 말지만
타고난 너털웃음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
(803쪽)

빈궁과 치욕이 여지없이 달려드는 생활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끈질기고 남다른 강한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또 한 걸음 저항한다.

그러다 마침내
그 누구의 눈도 미치지 않고,
어떤 명성도 없으며,
숭고하고 신비로운 승리를 획득한다.
(835쪽)

마리우스는
살이 붙은 양 갈비뼈 한 조각을 육칠 수를 주고 샀다.
마리우스는 그 갈비를 직접 끓여서 사흘 동안 먹었는데
첫날에는 고기를 먹고,
이튿날은 기름을 먹고,
사흘째 되는 날은
뼈를 갉아먹었다.
(레미제라블, 835쪽)

오늘 하루,
빈궁과 치욕이 여지없이 달려들지라도
주머니에 넣어둔
너털웃음과 유머만은 꼭
떨어뜨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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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3일(화) 독서컬럼 - 안개 같은 삶 | 밑줄 긋기 2018-04-0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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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3일(화)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의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서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무진기행, 11쪽)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아침을 둘러싸고 있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으시지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바다.

눈에 보이지만
손으로 잡을 수 없고
뚜렷이 존재하지만
무엇이 존재하는지를 모르는
안개.

우리 삶은 혹시
안개처럼 존재하지만 잡을 수 없고
내 삶을 둘러싸고 있지만
인간을 초월한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결코 헤쳐나갈 수 없는
바로 그 안개는 아닌지요.

오늘은
안개 같은 내 삶을
안개 같은 눈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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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14일(수) 독서컬럼-김수영의 "반항의 자유" | 밑줄 긋기 2018-03-1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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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14일(수)

반항의 자유
진정한 반항의 자유조차 없는 그들에게
마지막 부르고 갈
새날을 향한 전승(戰勝)의 노래라고 부르고 싶어라!

그것은 자유를 위한 영원한 여정이었다
나직이 부를 수도 소리 높이 부를 수도 있는 그대들만의 노래를 위하여
마지막에는 울음으로밖에 변할 수 없는
숭고한 희생이여!

나의 노래가 거치럽게 되는 것을 욕하지 마라!
지금 이 땅에는 온갖 형태의 희생이 있거니
나의 노래가 없어진들
누가 나라와 민족과 청춘과
그리고 그대들의 영령을 위하여 잊어버릴 것인가!

자유의 길을 잊어버릴 것인가!

(김수영전집 1-시. 조국에 오신 상병포로 동지들에게, 후반부)

고향이 북쪽이었던 사람들, 남쪽이었던 사람들.
적과 아군이 수시로 교차하는 가운데
남아 있지도, 떠나지도 못한 사람들,
남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군이 되거나, 남한군이 된 사람들.
그러다 붙잡혀 반공포로가 되거나 적국포로가 된 사람들.

그러다 그냥 전쟁이 끝나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
자신의 의지는 하나도 없이
타인에 의해 자신이 결정된 사람들.
그럼에도 자유는 쇠고랑에 묶이고,
노래마저 부를 수 없었던 사람들.

김수영 시인은 말합니다.
포로로 붙잡혔다가, 도망쳤다가,
다시 붙잡히려는 순간
새벽에 파묻었던 총과 러시아 군복을 찾아입고
겨우 목숨을 부지했던 김수영 시인은 말합니다.

"그러나 천당이 있다면 모두 다 거기서 만나고 있을 것입니다
억울하게 넘어진 반공포로들이
다 같은 대한민국의 이북 반공포로와 거제도 반공포로들이
무궁화의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진정한 자유의 노래라고 부르고 싶어라!
(조국에 오신 상병포로 동지들에게, 후반부 바로 앞부분)

이쪽도 저쪽도 아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적이라는 것이, 실상 허상임을.
그래서,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물을 때
그냥 죽고 싶을 뿐이라고.
나는, 나로 족하다고.

(김수영 전집을 샀습니다.
3월 도서 구입은 끝났는데, 김수영 전집이 나와서
어쩔 수 없이 무리를 했습니다.
한창 시 공부할 때, 김수영 시를 몽땅 출력해서 읽고 또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출력물은 지금은 사라져 버렸지만,
김수영 시인의 날선 시들은 활자로 남아, 소리로 남아, 이미지로 남아,
여전히 제 시의 소중한 씨앗이 되었습니다.
함께 딸려온 북 파우치도 예쁩니다. 이런 사진 올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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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13일(화) 독서컬럼 - 동물에 대하여 | 밑줄 긋기 2018-03-1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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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13일(화)

그랑빌은 1840년에서 1842년 사이에 <동물들의 공적, 사적 생활>이라는 연재물을 발표했다. … 이러한 장치는 가면을 쓰는 것과 같지만, 그것이 수행하는 기능은 가면을 벗는 것과 같은 것이다. …

이 동물들은 사람에 대한 것을 설명하기 위해 '차용된'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가면이 벗겨지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이들 동물은 그것들이 강제 징집을 당해 온 인간의, 또는 사회적 상황이라는 것 속에서 포로가 되어 왔던 것이다. (본다는 것의 의미, 존 버거, 29쪽)


그랑빌의 동물 수용소 판화에 등장하는 개들은 결코 개가 아니다. 그것들은 개의 얼굴을 하고는 있지만, 그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마치 사람처럼 감금을 당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30쪽)


그랑빌의 책들 중 1권은 다음과 같은 글로 끝맺는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친애하는 독자여. 집에 가서 당신의 우리를 잘 잠그고, 푹 자면서 즐거운 꿈을 꾸십시오. 내일이 될 때까지." (30쪽)

어디에서나 동물들은 사라지고 있다.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자신들 스스로의 소멸에 대한 경계표가 되고 있다. (40쪽)

강제에 의해 주류에 의해 밀려나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모든 장소들 - 빈민가, 판자촌, 감옥, 정신병원, 강제노동수용소 -은 동물원과 공통적인 어떤 점을 가지고 있다. (40쪽)

갑자기 빅리그 코미디에서 박나래 개그맨이 나오는 코너가 생각난다.
"감금이 됩니다!!"


"그랑빌 우화"를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구했다. 아직 펼쳐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존 버거의 "본다는 것의 의미" 첫 챕터를 읽으면서 펼쳐보게 되었다. 존 버거 책에 나온 "개"가 그려진 삽화와 똑같은 그림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일을 겪으면서? 중고책방 순례가 기대 이상의 기쁨을 준다는 것을 체험한다.


존 버거의 글을 읽으면서 불편해지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알고 있고, 그렇게 같이 생각하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소위 후기 산업사회라는 시기에는 동물들이 원료 취급을 받았다. 식품으로 소용되는 동물들은 대규모로 제조되는 상품처럼 가공되었다." (23쪽) 같은 문장들을 읽으면 더 그렇다. 치킨을 끔찍하게 좋아하는 사람이라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존 버거는 그렇지만, 동물이 노예처럼 취급받고 있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슬쩍 비꼰다.

사람들이 우리에 살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랑빌의 말을 빌려서.

집에 가서 당신의 우리를 잘 잠그라고 ~~

그리고 그는 강제적으로 주류에 의해 밀려나는 것이 동물원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며, 사유의 폭을 갑자기 확대해 버린다. 그는 빈민가, 판자촌, 감옥, 정신병원, 강제노동수용소 등을 언급했지만, 나는 거기에 남성과 여성, 가족 같은 사회의 기본틀을 이루는 것들도 곧 포함될 것이라는 어두운 예감을 가져본다. 우리 각자가 동물원의 동물이 되어 힘없이 바닥에 뒹굴게 되는 것은 아닐지. 끔찍한 상상에 머리를 흔든다.

오늘날 우리는 동물들이 존재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본다는 것의 의미, 21쪽)


그래서 우리 인간들이 점점 동물이 되어가는가 보다. 그래서 스스로의 우리에 감금이 되는 건 아닌지…… 오늘은 괜히 글이 좀 무거워졌습니다.

(삽화가 그려진 책은 모두 그랑빌 우화 책을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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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11일(일) 독서컬럼-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 밑줄 긋기 2018-03-1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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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11일(일)

오늘도 비가 내렸습니다. 나와 가르페는 잠자리 대용으로 쓰는 볏짚 속에 들어가 어둠 속에서 몸을 긁적이고 있습니다. 목덜미와 잔등에 조그마한 벌레가 기어다녀 별로 잠을 자지 못합니다. 일본의 이는 낮에는 꼼짝 않다가도 밤만 되면 우리 몸을 염치없이 기어다니는 버릇없는 놈입니다. (엔도 슈사큐의 "침묵", 59쪽)

여기서는 밤과 고독이 하나로 합쳐집니다.
"우리들도… 언젠가는 페레이라 신부처럼 붙잡힐까?"
가르페는 다시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생각보다 나는 내 잔등에 기어다니는 이에 더 관심이 있네."
(엔도 슈사쿠의 "침묵", 61쪽)

일본에 온 천주교 선교사들도 일본의 박해정책과 배교정책 때문에 붙잡혀 고문을 받는 것만큼이나 옷에 달라 붙어 있는 이가 무서웠나 봅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머리에 이가 없는 아이들이 없었습니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참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이가 투두둑 떨어졌습니다. (이런 사진을 올려 죄송합니다만, 이가 찾아지나요? 큰 사진은 도저히 못 올리겠습니다.)

이란 녀석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것인지,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녀석들은 쉽게 옮겨 다녔기 때문에 학교에서 한 명이 이를 보유하고 있으면 순식간에 반 전체로 퍼졌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집으로 오면 날마다 옷을 벗어 이를 잡고, 머리를 빗어 이를 잡는 것이 주요 일과이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는 겨울이 되면 늘 손등이 터져 바세린을 발라야 했고, 초등학교 입학 할 때는 늘 콧물이 흘러 왼쪽 가슴에 코를 푸는 손수건으로 핀으로 꽂아 두어야 했습니다. 손등 터진 손을 친구에게 보여주는 게 참 부끄러웠는데, 그것이 청결과 위생의 결과가 아니라 가난의 상징인 듯도 했습니다.

이제 그 벌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새삼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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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10일(토) 독서컬럼-우리가 남이가 | 밑줄 긋기 2018-03-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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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10일(토)

"우리집은 그런 집 아니다. 수챗구멍에 밥티가 허옇게 쏟아지고, 돼지 구정물 통에 쌀밥 붓는 집이 아니야. 친정에서 그렇게 배웠거든 여기서는 그 버릇 고쳐라. 놉한테 퍼 주고 하인, 머슴, 계집종 먹이라고 농사 짓는 거 아니다."
그제서야 효원은 고개를 들었다.

"어머님. 놉이 누군가요? 놉은 남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집 농사를 지어주는 우리 손이요, 우리 발 아닌가요? 놉을 남이라고 생각하면 놉도 우리를 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놉한테 주는 밥그릇을 애끼면, 놉도 우리한테 주는 힘을 애끼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 아닌가요?

아무리 종이라도 신분이 낮아 천한 대접을 받을 뿐, 사지에 오장육부는 똑같이 타고났고, 그 속에 마음이 있는 것은 양반이나 무에 다르겠습니까? 마음에서 우러나야 몸이 움직여지는 법인데, 배를 곯이고 마음을 상하게 한 뒤에 무슨 정성을 바랄 수 있을까요?"
(혼불2, 79~80쪽)

까까머리 강모에게 시집온 효원은 어머니 율촌댁으로부터 주방의 권한을 물려받는다. 시험대였지만 효원은 자신들의 농사를 지어주는 하루 일꾼 놉들에게 아낌없이 밥을 해주었다. 버릇을 고치려 한 율촌댁에게 작은 며느리는 결코 수그러짐 없이 자신의 뜻을 펼친다. 하나 하나 옳은 말이다.

어제 올렸던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서도 노예는 주인의 소유물에 불과했다. 조선시대도 마찬가지, 높고 높은 신분제도가 있었다. 혼불의 배경은 일제강점기로 1919년 삼일절도 지나갔고 막바지에 이른 일본이 창씨개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때다.

지금의 대한민국 역시 크게 바뀌지 않았다. 금수저부터 흙수저까지 신분은 다양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다. 성씨를 보면 왕족 아닌 사람들이 없다. 평등을 원하지만, 나만은 높은 곳에 있고 싶은 욕망. 그리고 그 권력을 나쁜 쪽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위대함은 강함에 있지 않고
그 힘을 바르게 쓰는 데 있다.

훌륭한 사람은
그 힘으로
사람에게 용기를 준다."
(월간 채널예스 2월호, 15쪽 - 영화 원더의 마지막 부분 대사)

오늘 하루.
혹시 내게 주어진 자그마한 힘이 있다면,
오늘은 그 힘을 바르게 써보자.

내 가족에게 용기를 주고,
이웃에게 희망을 주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을 주자.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자.

그렇게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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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9일(금) 독서컬럼-노예는 반댈세 | 밑줄 긋기 2018-03-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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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9일(금)

법이
펄떡거리는 심장과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흑인들을
주인에게 소속된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한,
아무리 잘 관리되는 노예제도라 해도
아름답고 바람직한 제도가 될 수 없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 1, 27쪽)

아주 인도적인 한 법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을 최악으로 학대하는 방법은
그를 목매달아 죽이는 것이다."

아니다.
그보다 더 학대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노예제도이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 1, 37쪽)

우리가 진정 인간이라면
우리는 누구도
노예로 삼아서도 안 되고.
우리는 누구에게도
노예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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