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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어느 날 난민 | 청소년소설 2018-04-1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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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느 날 난민

표명희 저
창비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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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난민>

저자 : 표명희

창비 청소년문학 83번째.

 

창작과비평에서 나온,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책.

창비에서 나온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책.

표지는 암담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희망차지도 않았다.


 


하늘과 바다는 같은 빛깔을 품었다.

하늘은 빨강 노랑 파랑의 삼색 무지개를 선물로 건넸고,

바다는 검은 어둠이 얼룩처럼 흘렀는데,

주인공이었던 강해나와 강민은 무지개빛 검을 들었고,

무지개는 바다를 뚫고 들어가면서 굴절된 것처럼 더 커졌다.

 

누나로 시작하지만, 엄마일지도 모를 강해나는 빨간 머플러를 매고 검을 내리고 있지만, 남동생으로 시작하지만, 아들일지도 모르는 강민은 검을 세워 들고 있다.

 

누나는 이제 뜻을 정하려 하고, 동생은 뜻을 세우려 했다.

작가인 표명희와 장편소설이라는 글자를 합친 일곱 글자는 무지개색깔과 같이 빨간색으로 시작해 보라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하늘부터 바다의 바닥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이 책은 세계 각지에서 자기 나라를 떠나고, 가족을 떠나고, 자기 자신을 떠나고, 그렇게 한국으로 와 한국에서 난민의 지위를 얻으려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에서 살 곳을 구하지 못한 강해나와 강민도 또 다른 난민의 일원이 되어 외딴 신도시, 섬도시의 난민지원센터, 난민 신청을 하고 난민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잠시(그 잠시가 1년이 될지 3년이 될지 모르는) 머무는 공동체 공간의 구성원이 된다.

 

이질적이고, 난해하며, 서로의 문화가 충돌하고, 서로의 감정이 충돌하며, 서로의 자아가 갈등을 빚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기를 해체하며, 타인을 받아들이며, 하늘의 무지개가 바다의 무지개로 더 깊게 나아간 것처럼, 그렇게 화해와 용서와 희망의 눈빛을 나눈다.

 

물론 모든 구성원이 그렇게 행복하게 되진 않지만, 소설은 결국 무지개로 나아간다.

강해나와 강민은 무지개꿈을 꾼다. 세상은 더 이상 끝이 아니니까.

난민의 삶이 소설보다 더 격렬하게 힘들고 무자비하다는 것을 안다. 한국에서의 난민 결정이 무척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난민으로 인정을 받더라도, 또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가 않음을 알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직접 난민센터를 잠입? 취재하며 써내려간 소설이라고 알고 있다. 한국에 온 난민들이여, 용기를 가지고 희망을 가지라. 검은 바다에도 무지개는 뜨리니. 그리고 난민을 보는 한국인이여. 땅값, 집값만 생각하지 말고, 상처 투성이로 동방에 다다른 그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자. 보듬어 주자. 우리 모두는 이 땅의 난민이 아니던가.

 

이 화가(샤갈을 말한다)도 우리처럼 난민이었대. 태어나 자란 고향을 떠나 파리에 가서 그림을 그렸지. 하지만 거기에서도 그림은 온통 자기네 고향 마을 사람들과 고향 마을 풍경들로 가득 차 있었어. 그러니까 난민은 가슴 속에 고향이라는 커다란 보물단지를 하나 품고 있는 셈이야. (어느 날 난민,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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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세 개의 시간_미래는 상상하는 자의 것 | 청소년소설 2017-12-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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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 개의 시간

윤여경,박효명,허진희,김유경,허윤,임우진 공저
사계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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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상상하는 자의 것이다.

제3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집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여섯 명의 과학소설 작가들이 쓴 단편 모음집이다. “세 개의 시간”이라는 수상작을 쓴 윤여경이 보너스로 최신작 하나를 더 포함시켜 총 일곱 작품이 모여 한 권의 책, 일곱 개의 미래를 만들어냈다.


한낙원은 아동문학가이면서 한국 SF 소설의 선구자로 “금성 탐험대”라는 400쪽에 가까운 미래소설을 대표작으로 남겼다. 외국 작가의 외국 이름을 가진 작품이 아니라, 고진이라는 한국 청년이 주인공을 등장하는 한국 SF소설. 사실 이 책 “세 개의 시간”을 읽기 전에는 한낙원이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한낙원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사실은 이 책을 읽게 된 기쁨보다 더 컸다. 다행히 창비의 “금성 탐험대”와 현대문학의 “한낙원 과학소설 전집”을 최근 발간하여 판매 중이니 얼른 사 보아야겠다는 욕심이 든다.

사계절출판사의 “세 개의 시간”은 한낙원을 기리며 만들어진 과학소설상 수상작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단편집을 읽는 기분이 들게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가 미래 SF와 판타지를 다소 결합한 모양새라면, 단편집은 정통 SF 소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작가들의 SF소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참신한 작품집이다.

서로 다른 여섯 작가의 서로 다른 일곱 개 이야기가 모였는데, 조금은 일정 부분 서로 공유하는 미래상이 있다. 겹쳐지는 영역이 있다는 얘기다. 즉 우리의 가까운 미래는, 현재 과학기술에서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이제 인공지능의 딥 러닝과 무인 자율주행차량, 드론 같은 것들은 미래가 아닌 현재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세 개의 시간”에서 상상한 독특한 미래에 대한 설정들은 어느 순간 갑자기 현재가 되어 우리 또는 우리 자녀들 앞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SF 소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미래 시대의 설정이나 사건 전개의 참신함이나 기발한 상상력보다도, 그 속에서도 끊을 수 없는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우정 등 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SF 소설을 과학기술을 설명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미래를 살아가면서 겪는 아픔과 조우하게 되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낯선 적응에 동감하고 그 주인공과 함께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미래는 디스토피아일까 유토피아일까. 일단 일곱 개의 소설을 통해 유추한다면 조금 더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그러나 디스토피아라는 기준은 지금을 기준으로 한 판단이다. 만약 이미 모든 환경에 통제된 상태로 태어난다면 그때는 그 기준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작품집에 실린 미래 소설은 전 지구적 관점에서의 접근으로 거시적인 환경을 설정하고, 미시적인 인간관계를 단편으로 소설화하였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이야기의 규모가 작다. 빠르게 결정하고 종결해야 하는 단편소설에서 거시적 환경은 최대한 줄이고, 미시적 관계를 좀더 강화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물론 일곱 작품들은 그런 면에서도 훌륭하다. 이제 수상한 작가들이니 앞으로 한낙원과 같은 훌륭한 미래소설 작가로서 계속 정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우리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밝았으면 좋겠다. 밝은 미래는 없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일곱 편의 이야기를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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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소심 에바의 첫중학교 적응기 | 청소년소설 2017-11-1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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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가 뭐 어쨌다고

부키 바이뱃 글그림/홍주연 역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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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어쨌다고>
-열세 살 에바의 학교생활 일기


나는 열세 살보다 무려 x배나 나이가 많다. 그리고 에바 같은 열세 살 딸을 두고 있지도 않고 (큰 딸은 무려 두 배나 많다.) 주변에 열세 살 비슷한 조카나 손녀나 친구의 딸이나 친구의 친구의 딸들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세 살 에바의 학교생활 일기를 훔쳐보고 싶었다. 내가 거쳐갔던 열세 살이지만,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열세 살은 어떤지 궁금했다. 그리고, 만약 혹시라도 열세 살 아이를 만난다면, 좀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남자만 입학하는 중학교에 들어갔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바리깡으로 머리를 빡빡 밀었고, 까만 일본 잔재의 교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다녔다. 학교는 인권 없는 교권만 권력으로 가득했고, 시험을 치고 나면 학년별로 100등까지 석차와 이름이 교무실 앞에 나붙었다. 기를 쓰고 100등 안에 들려고 노력했다. 100등 안에는 들어야 우등생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중학교의 유일한 따뜻한 기억은, 국어 시간에 들어온 교생이 책에 있던 시 낭송을 시켰고, 모두 교과서 읽는 전형적인 딱딱한 음정으로 영혼 없는 목소리로 마지 못해 시를 읽고 앉을 때, 유일하게 감정을 넣어 읽음으로써 단번에 젊은 여자 교생 선생님들에게 인기를 독차지 하게 되었던, 그래서 시간마다 교생 선생님들은 나에게 시를 읽어보라고 시켰던, 따뜻한 기억이 있다.

또 하나의 불행한 기억은, 독후감에 대한 것이다. 중학교에서도 시 쓰고 책 읽기 좋아하는 아이로 소문이 나 있었는데, 갑자기 3학년 국어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라고 불렀다. 무슨 잘못한 일이 있나 싶어 갔더니 급하게 되었다고, 내일까지 아무 책이나 읽고 독후감을 써오란다. 급하게 맡길 사람이 없단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고민이 되었다. 책을 읽지 않고도 대충 독후감을 써낼 수는 있었지만,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읽은 책이 없어 독후감을 쓸 책이 없었다. 그러다 양심을 지키는 범위에서 선택한 책이 에드가 엘런 포의 “고양이”였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 그러나 이 책은 장르문학이었다. 순문학의 범주에 들지 않는, 그러니까 그 당시 분위기로 보면, 심심풀이로 보는 만화책과 같은 부류에 속하는 책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추리소설을 독후감으로 작성해 갔다. 원고지를 받아든 선생님은 묘한 웃음(사실은 약간 비웃음)을 흘리고는 두고 가라고 했다. 나중에 그 독후감은 제출되지 않은 것을 알았다.

내게 중학교는 억압, 단절, 강요 같은 단어들이 더 많이 부유하는 시절에 대한 기억이 많았다. 첫 중학교를 부임했던 원더우먼 별명을 받은 너무너무 예뻤던, 모든 학생들이 우리반을 부러워했던, 영어 담임 선생님이 만우절날 기적적으로 다른 곳으로 전근 가는 바람에 펑펑 울고 난 뒤로 중학교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에바는, 중학교를 정말 새로운 곳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건 사실이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새 친구, 새 선생님. 새로운 과목. 모든 것이 낯설고 물설고 그래서 외톨이가 되기 딱 좋은 시스템으로 첨벙, 홀로 뛰어드는 곳이다.


에바는 스스로 모든 면에서 나은 게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서 남들보다 적응이 더 힘들었다. 심지어는 학교 급식마저도 그랬다. 식단이 문제가 아니라, 3학년부터 배식을 받고 1학년은 맨 마지막에 받으면서도, 식사는 더 빨리 끝내야 하는 불공평함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특별 시간에도 결정장애로 아무 것도 선택하지 못해 자습만 하는 반에 배정받고 만 에바.

소극적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에바. 그 모습은 대부분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유난히 사교성이 많고 활달하여 적응을 잘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말 없는 소수가 더 많다.

표지에 나타난 에바의 온갖 모습들을 보라. 딱 소심한 내 모습이다. 그건 중학교에 갓 들어가지 않더라도, 첫 고등학교, 첫 대학교, 첫 직장, 첫 동호회 등 어디서나 나타난다.


말없이 조용히 앉아만 있거나, 시키는 대로만 하거나, 자기 정체성을 결코 드러내지 않고 불평도 안으로 삼키고, 혼자 힘들어하는, 모두 열세 살 에바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에바는 무미건조한 자습반에서 놀라운 일을 시작하기 시작한다. 간식 바꿔먹기. 우리가 늘 하던 먹방놀이가 아니던가. 혼자 먹는 일 없이 늘 나눠먹기 좋아하는 우리네 사람들. 에바는 한국인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그렇게 에바는 작은 일 하나를 시작하면서 성장하고 성숙해간다. 에바는 아무것도 대들고 반항한 것이 없었지만, 교칙을 위반하고, 주의를 받았다. 하지만 그 주의만큼 철이 들었다. 열세 살에서 열네 살이 될 준비를 마쳤다.


중학교에 갓 들어가는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소심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뭔가를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뭔가를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나, 친구의 친구에게 추천한다. 사실 우리 모두가 에바다. 사실 우리 모두가 열세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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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칼날처럼, 무겁다 바위처럼. | 청소년소설 2010-02-1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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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저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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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죽음에 관한 두 책을 읽고 있었다.

하나는 '내일을 준비하는 천지가, 오늘 죽어버런' 우아한 거짓말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살인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어이없게 살인자가 되어버린'

한 흑인의 죽음에 관한 '죽음 앞의 교훈'이란 소설이었다.

 

어제 '죽음 앞의 교훈'을 끝내기 했고

오늘 '천지의 죽음'을 마저 끝냈다.

 

이틀 동안 내 주위에서 두 번의 죽음이 있었다.

'죽음 앞의 교훈'은

'돼지'로 취급받던 흑인이 '사람'되어 사형대로 끌려 갔으니

가슴 뭉클한 소설이고

'우아한 거짓말'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 죽음이 나에게 무엇을 안겨 주는지 모르겠다.

 

이제 죽음은 나에게 멀지 않은 그것인데.

아주 가까이에도 왔다가,

나를 겹치다가 스쳐 지나가기도 한 것인데.

이 책에서는 모르겠다.

 

'우아한 거짓말'은 오래 전 읽은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처럼 강렬했지만

시작부터 내 가슴을 후볐고

묵직하게 나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읽기가 힘들었다.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혀에 오돌토돌 돋아난 돌기들때문에

밥알 삼키는 것이 죽기보다 더 힘든 것처럼

그랬다.

 

빨리 결과를 봐 버리고

책을 덮어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잘근잘근 책을 읽었고

1주일이 넘게 걸려 겨우 오늘

작심하고 마무리를 지어 다 읽었다.

 

주인공 '천지'가 '미라'에게 남긴 '용서' 앞에서

'미라'가 소리치는 것이 이해가 간다.

 

'천지'가 남기는 용서의 편지들은

진정 용서를 하는 것일까?

용서를 구하는 사람은 없는데

내가 용서를 한다고 그것이 용서되는 것일까?

 

나는 아직 그를 용서하지 않았는데

벌써 신에게 용서 받았으니

당신의 용서는 필요없다고 하는

영화 '밀양'이 생각난다.

 

천기가 남긴 '나'를 위한 용서의 편지가 궁금하다.

도서관 책갈피에 꼭꼭 숨겨둔 첫번째 봉인을

언니 만지가 찾았으면 좋으련만.....

 

무겁고 무거워

읽는 내내 버거웠다.

무겁게 살지 말라고

천지 엄마는 소리쳤지만

이미 우리네 삶은 충분히 무거웠다.

 

그런데, 이 책은 나를 더 무겁게 했다.

영화 '하모니'에서 주인공이 사형집행을 당하기 위해

끌려 나가는 장면에서처럼

그렇게 무겁게, 무겁게,

 

다니엘 헤니가 아침 일찍 면회를 가는 바람에

'마이 파더'가 사형집행인 줄 알고 다리를 꼬이며 질질 끌려가는

그 장면에서처럼

 

이 책은

오늘 하루를 더 살지 못한 천지에게

천지의 하루를 더 아름답게 살지 못한 나에게

무겁게, 날카롭게

나를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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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한 켠이 아리는 청소년 소설 | 청소년소설 2009-05-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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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로빙화

중자오정 저/김은신 역
양철북 | 200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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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복지를 강의하기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책이었다.

영화로도 나왔다는데 영화는 구할 수가 없다.

이런 내용은 너무 순수해서 그다지 인기가 없을 법한 영화다.

 

내 마음속의 풍금이나 뭐 그런 류의 영화나 색감이 떠오른다.

한적한 시골에 부임한 대학생 선생님.

그의 순수함과 세상의 권력과 재미에 너덜해진 선생님들과의 보이지 않는 대결.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시골의 풍경 만큼이나

그들의 진행되는 이야기들도 아름답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내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에게는 통 인정을 받지 못하는 시골 소년에게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선생님의 등장은

한 줄기 빛이 된다.

 

안타까운 사연으로 그 소년은 결국 죽어서 빛을 보게 되지만

그는 권력의 희생자로 자리매김한다.

 

그 슬픔이 처연하다.

아프다.

그럴 수밖에 없는 세상이

이미 가진 것을 놓고 싶지 않는 욕심 가진 자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아픈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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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울림, 기프트 판타지 | 청소년소설 2009-03-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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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프트

어슐러 K. 르귄 저/이수현 역
시공사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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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슐러 K. 르귄.

겉표지와 속표지의 저자는 서로 다른 의미의 조합같다.

그런 것처럼, 판타지와 "기프트" 역시 너무 조화롭지 않은 조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 책은 완벽한 조합을 이루어낸다.

 

아주 판타지적인 겉표지.

그러나 이야기는 느릿느릿 흘러가고

전혀 판타지적이지 않은 - 새로운 세계만 나타날 뿐 일상은 거의 지금과 같은 -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진다.

 

그나마 판타지적이라는 것은

각 군주별로 유전처럼 이어지는 "기프트"이다.

 

그러나 그 기프트가 잘못 전달된 주인공.

조용한 판타지는 그렇게 이어지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 계속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다.

 

아, 판타지가 이렇게 신사적일 수도 있구나.

그 깊이나 울림이 결코 가볍지 않은

노신사의 작품은 그가 3대 SF의 거장,

SF분야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 후보,라는 격찬이

결코 허구가 아님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책을 다 덮고 나서야

긴 시리즈의 첫번째 책임을 알았다.

 

어쩐지 너무 허전하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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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노래하는 소설-파랑 채집가 | 청소년소설 2008-11-2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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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파랑 채집가

로이스 로리 저/김옥수 역
비룡소 | 200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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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로리의 기억전달자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는 책이다.

 

기억전달자에 대한 감흥이 너무 강렬해

아는 사람들에게 소개하자

다 읽고는 그 분이 로이스 로리의 작품을 더 검색하여

파랑채집가를 읽었다.

지난 번 만났을 때 그 분이 다시 내게 파랑채집가를 소개해주었다.

 

기억전달자에 비하면

파랑채집가는 약간 점잖은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기억전달자가 아주 심한 편은 아니지만

그에 비하면 속도도 느리고 점잖게 점잖게 이야기는 진행된다.

 

미래 어느 시점인지는 설명되지 않지만

기억전달자와 연계선상에 속한 미래라고 볼 수 있다.

 

지구는 오래 전에 환경 파괴 등으로 멸망하였고

이야기는 찬란했던 문화와 문명을 잊은 채

짐승처럼 살아가고 있는 후대인들의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을 아주 극명하게

몸서리치도록 그리지는 않는다.

이미 그 상태에 적응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억전달자에서도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다.

인간은 언제나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한다.

 

기억전달자처럼 파랑채집가에서도

한 주인공이 놀라운 능력으로 미래의 지도자처럼 선택받는다.

 

권력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새로운 사회를 벗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통제를 한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서서히 어떤 실체를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 사회를 새롭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기억전달자에서는 주인공이 현재의 영광을 버리고

모험을 한다.

 

어쩌면 그가 찾아온 곳이 바로 파랑채집가의 마을이 아닐까?

주인공 키라는 새로운 공동체 마을로 떠나지 않기로 결정한다.

 

야수에 잡혀 죽어버린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사실은 자신의 자상한 변호인이면서 후견인이었던

자미슨 의해 공격당하고 축출당한 것을 알게 되지만

그녀는 조금 더 기다리기로 한다.

 

표지가 조금 아쉽다.

푸른잎을 만지고 있는 소녀가 주인공 키라일까?

 

이야기의 결국은 자신을 알아가는 정체성의 이야기이다.

리버보이처럼.

그러나 그 자아정체성은 보다 극단적인 사회에서 전개된다.

어쩌면 그것이 더 자아를 살펴보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작가의 상상력과 이야기 전개 능력이 놀랍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보았으면 한다.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거나

상상하는 그런 사회가 될까?

단순한 디스토피아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느 세상에서건

중요한 것은 자신의 숨겨진, 감추어진 내면이다.

 

그렇지만 그 내면은

말로, 행동으로 표출될 때 진정한 자신의 것이 된다.

 

나에게도 영원히 갖지 못하는

파랑과 같은 그런 색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가지려고

위험한 모험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사랑이든, 용기든, 분노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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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 언어가 표현된 피터팬 이야기? | 청소년소설 2008-06-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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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피터팬과 마법의 별 1

데이브 배리, 리들리 피어슨 저/공보경 역
노블마인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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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명작 피터팬.

피터팬증후군이라는 정신병리적 용어까지 만들어 낸 그 피터팬

남자아이치고 피터팬이 되고 싶지 않은 이 어디 있으랴.

그런데 정말 피터팬을 읽고 나면

피터팬의 그 전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아이들의 아빠라면 자녀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았으리라.

그러나 창의력과 상상력이 부족한 아빠들은 진땀만 흘릴 터.

 

여기에 과감히 아빠가 딸을 위해 펜을 들고 나섰다.

피터팬이 어떻게 날게 되었는지를 밝히는 피터팬의 전 이야기.

 

상상력과 꾸밈새가 나름대로 잘 짜여져 있어

이야기에 몰입되는 속도가 있다.

 

그러나 고전명작과 같은 반열에 올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게다가 이 책에는 암초처럼 "후배위"라는 상상치 못한 글자가 나온다.

그 뒤로 성행위를 암시하는 의성어들이 나타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책을 아이들이 읽으라고 내놓은 것인지

한심하기조차 하다.

(작가들이 사는 나라에서는 이런 표현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읽는 대상을 잘 모르겠다. 그저 피터팬 이야기로만 알고 책을 덥석 집어든다면

그것은 말리고 싶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할지라도 그 내용은 저질 삼류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읽어본 청소년 소설 중에 이런 책은 없었다.

 

자녀에게 들려줄 이야기로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작가는 자신의 자녀에게 어떻게 이 부분을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그것만 빼고는 괜찮다.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전개 속도가 빨라진다

2편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그저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왜 그렇게 했을까????

 

피터팬이 어떻게 날게 되었을까?

그것은 책 제목이 암시하기도 하지만

책을 읽어보고 판단하시길 권한다.

 

아쉬운 책이다.

그러나 그 한 대목 때문에 청소년 문학작품으로는 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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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여 같이 바다가 되자 | 청소년소설 2008-02-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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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버보이

팀 보울러 저/정해영 역
놀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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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긴장과 감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도 않고

주인공 소녀와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별장에서의 하루하루를 그려낸다.

 

현실이 아니면서도 현실을 그린 판타지 청소년 소설이다.

 

할아버지는 현재에 집중하며 현재만을 살아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할아버지에게

과거에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여름휴가를 굳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어릴적 고향으로 가야 하는 설정이 그렇다.

 

또한 그곳에서 현재 이루려는 마지막 미완성 꿈인 그림 '리버보이'

 

소년은 그림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결국 그 소년은 판타지로, 그리고 최종의 완성작품에서

손녀에게 전달해 주는 미래의 꿈이 된다.

 

리버보이를 따라

할아버지를 따라

강에서 바다로 열 시간이 넘게 헤엄쳐 나가는 장면

할아버지가 이미 사망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코끝이 찡했다.

 

새벽에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

 

나도 이제 바다로 헤엄쳐 나가야 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럴 때가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소년을 따라 나서지 못했던 소녀.

그 마음을 이해하며

결국 감정에 못이겨서이지만

거침없이 강물에 몸을 던져

바다로 향한 주인공에게 박수를 보낸다.

 

훌쩍 커버린 소녀.
이제 그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다.
바다가 되었기 때문이다.

 

소녀여, 같이 바다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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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빼는 유일한 비결을 찾아서 | 청소년소설 2008-02-0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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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뚱보, 내 인생

미카엘 올리비에 저/조현실 역/송영미 그림
바람의아이들 | 2004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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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내 인생,

안녕 내 인생.

 

왜 자꾸 '안녕 내 인생'으로 읽히는지 모르겠다.

화장실에 꽂아놓고 틈틈이 읽었는데

사실 후다닥 읽히는 책이다.

 

큰 딸(초6)도 재밌다고 하고

둘째 딸(초2)도 재밌다고 한다.

그런데 내용은 초2에게는 다소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부모로서의 노파심이 생긴다.

(중학생 아이들이 담배를 피운다든지 성에 관한 호기심을 보인다든지 하는 

청소년기의 2차 성징에 관한 부분이 조금 나온다.

 알기야 다 알겠지만 중학생이 되면 으레 그렇게 하나보다 생각할까봐....)

 

10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뚱보.

그 정도 몸무게라면 아마 대한민국에서는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기 힘들 것이다.

 

그런 아이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름도 예쁜 클레르라는 여자 아이가 대단하다.

(이건 내 의견이라기보다 한국적 문화적 상황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뜻이다.)

 

청소년기,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에

그 전에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던 몸무게가

비만, 뚱보라는 이름으로 벵자멩에게 찾아온다.

 

그 적절하고 현실감있는 묘사는

작가가 정말 뚱보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할 정도로 뛰어나다.

 

그 마음, 그 아픔, 그 고통. 그 될대로 되라는 포기.

 

성장통을 앓는 청소년기의 소년이지만

그에게는 비만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콤플렉스가 있고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있다.

물론 클라레는 그저 친구로 지내자고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

비만 치료법이 나온다.

 

실천하기 힘든 사람도 있겠지만

꼭 실천해서 성공하길 바란다.

 

의사도, 상담가도 모르는 비결이다.

 

'살을 빼는 유일한 비결은

 바로 ㅇㅇㅇ을 하는 건데....'

 

이게 바로 이 책의 맨 마지막 줄이다.

그리고 이 책의 한 줄짜리 요약본이다.

 

비만과 그 해결책이 한 줄로 묘사될 수 있는

위대한 서사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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