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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위대한 승리문학-노인과 바다 | 일반문학 2018-06-2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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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저/이정서 역
새움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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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번역, 새로운 노인과 바다



 

노인과 바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학작품 중 하나이다. 1990년에 나온 안소니 퀸 주연의 영화는 대여섯 번을 볼 정도로 노인과 바다에 대한 나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러하니 이번에 이정서 역의 노인과 바다에 대한 기대 역시 남달랐다.



 

나는 늘 패배주의자적인 삶에 종속되어 있는데, 노인으로 대변되는 힘없는 한 사람이 거대한 자연과 맞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의 어찌할 수 없는 투쟁의 끈질긴 삶은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삶의 경지여서 언제나 늘 책 속의 주인공을 존경해왔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111)

 

바다를 향한 노인의 외침은 무엇이 진정한 승리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승리란, 너를 이기는 것이 아니고,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이 책은 진정한 승리문학이라 부를 만하다.

 

이 책의 번역자 이정서는 기존의 고전문학 작품의 번역서들에 대하여 전투적인 자세로 대향해 왔고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 작품들은 원문의 내용을 충실히 번역하지 못했고 지나친 의역으로 인해 작품을 훼손했다는 주장을 하며, 의역이 아닌 자신의 직역이 가장 원문에 충실하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독자 입장에서는 의역이 더 편할 수도 있고, 직역이 더 불편할 수도 있다. 그것이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에 기인하거나 다양한 환경적 차이에 의한 수용성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어느 번역이 더 나을지는 독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물론 명백하게 틀린 번역을 하는 것은 논외의 문제다.

 

헤밍웨이가 문학적으로 거친 표현을 썼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정서의 문장에는 그것으로 번역된 문장이 무척 많았다. 가끔은 그것이 뭘 뜻하는지 읽으면서 즉각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혼란스러울 때가 다소 있었다. 물론 그것은 독자의 이해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나는 생각해야만 해. 그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게 남은 전부니까. 그것과 야구 말야.” (새움, 111)

 

하지만 난 생각을 해야 해,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내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는 일밖에 없으니까. 생각하는 일하고 야구밖에 뭐가 있는가.” (민음사, 105)

 

개인적으로는 민음사의 이 번역이 훨씬 좋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문장을 읽으면서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움 번역본을 읽으면서는, 사실 그러한 사실(번역에 대한 부분)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자꾸 번역의 수준을 생각하게 되고, 다른 책에서는 어떤 식으로 번역했지 하면서 읽다보니 자연스러운 흐름을 놓치는 일이 생겼다.

 

가지고 있는 다른 두 권의 책과 비교해가며 보았을 때 세밀한 차이는 매우 많았다.

 

 

하지만 그것이 책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바꿔 놓지는 않는다. 어떤 책을 선택할지는 독자의 몫이지만, 다만, 정치판처럼, 상대를 공격하면서 내 우위를 증명하는 방법은 문학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학작품은 문학작품으로 세상에 흔적의 존재를 남겼으면 좋겠다. 지나친 공격은 상업적인 의미로 읽혀질 수밖에 없다. 힘들게 쌓아올린 문학적 성취가 오히려 가려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작품처럼 자신과의 지난한 싸움으로 승리가 무엇인지를 문학적으로 보여주는 이런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할 것이다.

 

다 읽고 책 뒤에 수록된 노인과 바다에 관한 깊은 오해, 부록을 읽었다.



 

이 부분을 읽지 않고서는 기존 책들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일반 독자들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부록에는 기존 번역서들에게서 발견되는 중요한 오역이 원문과 함께 잘 대비되어 있었다. 어떤 문장은 책 내용의 매우 중요한 부분에 해당되기도 했고 어떤 부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번역자라면 모든 문장 하나 하나가 매우 중요했으리라.

 

다른 번역으로 원전을 좀더 제대로,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훌륭하다. 특히 소년으로 번역된 ‘boy’에 대한 고증적 접근은 매우 신선했고 책을 읽는 데 더 큰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이제 독자들은 비교하며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각자 마음에 닿는 범위에서 다르게 평가하며 책 읽는 재미를 증가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번역자에 의한 그 어떤 수준보다 노인과 바다는 그 자체로 세계사에 길이 남을 명작임이 분명하다.

 

길 위쪽, 그의 오두막 안에서, 노인은 다시 잠들어 있었다. 그는 여전히 얼굴을 대고 자고 있었고 소년이 옆에서 그를 지켜보며 앉아 있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는 중이었다.” (마지막 136,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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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사흘 그리고 한 인생-탁월한 심리묘사 소설 | 일반문학 2018-05-0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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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저/임호경 역
열린책들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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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을 떠올리게 하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탁월한 심리묘사 소설.



 

오르부아르로 콩쿠르 상을 수상한 피에르 르메트르의 신작 사흘 그리고 한 인생”.

책은 뒷표지에서 콩쿠르상과 영국 추리작가 협회상 동시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로 작품을 띄우려 했지만 그건 독자에게 다른 기대감을 품게 하는 지나친 광고성 멘트였다. 그리고 거장 르메트르의 문학성 넘치는 스릴러라는 광고는 독자를 완전히 이 책이 추리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도록 만든다.

 

가디언은 걸출한 문학적 추리 소설이라고 평했고, 커커스 리뷰는 독창적인 스릴러 작가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아니다.

이 책을 추리소설도 아니고, 스릴러 소설도 아니다. 이 책은 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우리들의 이야기다. 너와 나 속에 숨겨져 있는, 아무에게도 꺼내기 싫은, 비밀의 샘과 같은 무의식과 의식의 판도라 상자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앙투안은 부모의 반대로 개도 고양이도 기르지 못했다. (지금의 우리집과 비슷하다.) 그래서 소년 앙투안은 이웃집 데스메트 씨네에서 기리던 개 윌리스를 끔찍이 아끼게 된다. 윌리스는 주인집에서는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앙투안에게 진한 사랑을 받으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주인공 앙투안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개 윌리스는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 주인집으로 보내졌는데 데스메트 씨는 윌리스를 그냥 총으로 쏘아 죽여버리고 만다. , 앙투안의 마음이 어떠할지, 커다란 상실감. 그리고 데스메트 씨에 대한 분노. 하지만 어린아이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그는 혼자만의 아지트인 숲속에서 시간을 보내다 데스메트 씨의 아들인 레미가 오는 것을 보고 홧김에 나무 작대기를 휘둘렀는데 레미는 그만 죽어버리고 만다.

 

책 제목에 나오는 사흘이 이제 책에서 긴 시간 동안 앙투안의 마음을 대변한다. 살인자가 되어 버린 어린 소년 앙투안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공포와 대면하고 감당할 수 없는 바윗덩이 같은 두려움에서 친구였던 레미의 장례식까지 참석한다.

 

이 책을 위대한 명작 도스토예프스키죄와 벌과 같은 동등한 반열에 놓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나는 충분히 비교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 어린 소년에서 성인이 된 뒤, 공소시효도 지나고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렸던 그 사건이,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된 시체가 하나 발견되고, 다시 앙투안의 숨통을 조여오는 후반부에 이르면 우리는 과연 죄를 짓고 편안히 살아가는 게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가를 깨닫게 된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일어난 한 사건, 그리고 그 자리에서 진실을 밝히지 못한 소년의 마음, 명망 좋은 의사가 되었지만 한 인생을 불안하게 살아온 죄인에 대해, 사회적으로는 죄인이 아니지만, 법적으로는 죄인으로 정죄당하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는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것임을, 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치밀하고 정교하게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죄와 벌에서는 살인자 라스콜리니코프에게 구원자 소냐가 있었다.

사흘 그리고 한 인생에서는 살인자가 되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앙투안에게 어떤 구원자가 있을까.

 

다른 분들이 작성한 서평을 보니, 밋밋하다, 추리소설이 아니어서 실망이다, 같은 글들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나는 정말 이 책을 감동적으로 읽었다.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도 살짝 생각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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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소설가 "엠마뉘엘 카레르"의 초기 기독교에 대한 상상 | 일반문학 2018-04-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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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왕국

엠마뉘엘 카레르 저/임호경 역
열린책들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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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소설가 “임마누엘 카레르”의 독특한 초기 기독교에 대한 상상


겉표지에는 책에 대한 찬사와 수상이력이 가득했다.

작가에 대한 찬사 –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프랑스 작가, 논픽션이 허용하는 범주의 혁신을 이루었다. 작가가 겪은 신앙의 위기, 작가의 정신 깊숙한 곳까지 독자를 끌어들인다.

작품에 대한 호평 – 모든 장르에 도전한 책, 해설, 조사, 에세이, 역사, 자성록.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기독교의 기원에 대한 인상적인 조사.

책을 안 읽을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한방
– 2017년 과달라하라 FIL 로망스어군 문학상 수상 작가
- 2014년 [르 몽드] 문학상 수상작
- 2014년 [리르], [렉스프레스] 선정 <최고의 책>


비록 책 두께가 벽돌 두 개를 합쳐놓은 것처럼 두껍고, 700쪽에서 3쪽 모자라는 책일지라도, 책의 앞뒤에서 소개하는 흥미진진함이 가득한 책이라면 책을 다 읽어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책 제목이 딱 기독교 제목 아닌가. 누가 감히 “왕국”이라는 이런 기독교스런 제목을 선택할 것인가. 또 표지는 어떤가. 베드로와 요한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배를 탄 채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이 놀랍게도 성스럽게 그려져 있고, 책등에는 커다란 십자가가 떡 하니 박혀 있다. 누가 보더라도, 초기 기독교의 숨겨진 여정을 안내하는 멋진 책일 거라는 그런 기대가 생기지 않는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매년 성경 1독은 해내고 있어 어느새 10번 이상은 성경을 완독한 것 같으니 이 정도면 이런 책, 두껍지만 뭔가 더 깊은 곳을 탐구할 것 같은 책을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그런 작은 교만과 큰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쳐 들었다.

(사실 이전에 그의 책 “러시아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르포 소설 형식의 그 책을 기대보다 좀 어렵게 읽었다는 기억이 나중에 났다. “왕국”은 같은 출판사, 같은 번역자의 작품이다.)

흥미진진했으나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앞서 밝힌 것처럼 책 뒷표지에 상세히 장점처럼 적어 놓은 이 책의 모호한 정체성(해설, 조사, 에세이, 역사, 자성록)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장르는 소설이라고 되어 있지만 과연 이걸 소설로 부를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심은 책을 다 읽는 마지막까지 떠나지 않았다. 어차피 당시 시대의 역사 자료가 없으니 빈 공간을 채우는 몫은 작가의 상상력일 터.

그는 자신이 20여 년 전에 열심히 신앙생활하던 때 적어놓은 요한복음에 대한 큐티책 20권을 다시 꺼내 보며,(안타깝게도 저술을 시작한 그때는 신앙에서 떠나 불가지론자가 되어 있었다. 불가지론자란 불가지론의 철학적 이념을 따르는 것인데, 불가지론은 신이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아리송한 생각을 가진 개념이다. 그는 믿음(카톨릭)을 가졌을 때 성경을 읽고 성경 한 구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노트에 옮겨 적었는데 그 노트만 20권이 넘는다고 했다. 그 당시 그의 영적인 수준은 매우 높은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작가였으니 가능한 일이었겠으나 비슷한 일(기독교에서는 큐티라고 한다. 나도 큐티를 한 뒤 거의 한 시간 반 동안 성경말씀에 대한 성찰을 노트에 옮기는 작업을 했었다.) 을 해 본 나로서는 그의 그 작업시간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랬던 그가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불가지론자가 되었고, 이제는 불가지론자가 되어 예수의 죽고 부활한 뒤 그의 뒤를 따른 제자들의 삶을 훑어가는 르포 역사소설을 적게 되었다니 아이러니라해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차라리 그가 한창 믿음을 가졌을 그때 적었더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제 그는 철저히 불가지론자가 되었고, 그래서 그가 바라보는 성경은 의심 투성이였다. 이 책에서 보는 가장 큰 관점은 기독교의 큰 두 사도, 베드로와 바울(책에서는 바오르)이 서로 적대적이었다는 것이고, 바울은 한 번도 예수님 생전에 그와 만난 적이 없고 그가 직접 하는 말씀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음을 전도했고, 그래서 그 복음은 바울의 복음, 그가 전한 하나님 나라는 바울이 만든 바울의 하나님 왕국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기독교에서 성경의 정확무오성을 의심하지 않는 “성령의 감동으로 작성”되었다는 기본 개념부터 의심을 가지고 접근했기 때문에 이 두꺼운 책은 8할 이상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가득했다. 그랬기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고 그런 점에 또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가령, 아직 완독을 못하고 있는 벽돌책 “세네카 인생론”의 유명한 철학자 세네카가 바울 선교 당시 코린도 지역의 갈리오 로마 총독의 친형이었고 세네카는 자신의 책을 갈리오 총독에게 헌사했다는 사실. 갈리오 총독은 사도행전 18장에 나오는데 유대인이 바울을 시기하여 그를 종교 이단자로 고발하자 갈리오가 이를 기각해버린다.

이 책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성경만 읽는 것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매우 다양한 역사적 ‘팩트’를 조사해서 여기저기 집어넣고 독자를 로마 시대의 한 복판으로 이끈다. 로마와 누가가 다녔던 지역들을 누비고 다니며, 베드로와 야고보를 중심으로 한 유대인을 향한 복음 전도와 철저히 이방 지역을 다니며 이방인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한 바울의 관계를 상상한다.

그는 결국 마지막에 자신의 불가지론 입장을 그대로 밝히며 끝을 맺는다.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신을 모른다 하면서도, 글 곳곳에서 신이 자기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모른다 하였지만 글을 쓰면서 또 다른 결론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불가지론자가 되어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잃었지만, 아직도 왜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라는 인물에 대해 빠져들고, 여전히 기독교는 왕성한지, 그 이유를 캐보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는 모른다고 말했지만, 알고 있을 것이다. 성경은 모든 역사를 촘촘하게 담지 않았고, 여러 사람이 쓴 글이라 시간적으로 서술적으로 허술할 수 있지만, 2천년이 지난 지금의 결과는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깊은 신앙을 가진 사람은 작가의 지나친 상상력 때문에 불편할 수 있겠고,
성경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은 인문학적 역사적 깊이의 부재 때문에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방대한 조사와 팩트와 버무려져 또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남겨졌다. 그 방대함과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며, 반석처럼 든든한 신앙을 소유한 상태라면, 시너지 효과를 가질 좋은 문학적 즐거움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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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거사 크리스티, 나쓰키 시즈코의 초기작 - 흑백의 여로 | 일반문학 2018-03-1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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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흑백의 여로

나쓰키 시즈코 저/추지나 역
엘릭시르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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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여로>


일본의 애거사 크리스티라 불린다는 일본의 여류 추리작가의 소설이다. 그녀는 영문과 재학 중이던 1960년에 쓴 추리소설로 에도가와 란포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 뒤 50년간 활발한 작품활동을 했고,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베이징 탐정추리문예협회 번역작품상, 프랑스 모험소설 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세계 추리작가회의에 몇 번이나 초청받는 등 세계 추리작가들 사이에서도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작가로 명성이 높았고, 2006년에는 그간의 공로로 일본 미스터리문학 대상을 수상하였다. 그녀는 2016년에 사망하여 이제는 그녀의 신작을 접할 수가 없다. 1991년 미국에서 간행된 20세기 추리소설 작가 사전에, 마쓰모토 세이초, 마사코 도가와와 함께 나쓰기 시즈코의 이름이 등재되었다.

이 작품 <흑백의 여로>는 일본에서 1975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비교적 초기 작품에 속한다. 그녀는 엘러리 퀸 등 미국 고전 작가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 작품의 특징은 대부분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이며, 기자, 변호사, 검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며 사건을 치밀하게 해결해 나간다.

그녀의 작품들은 일본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고, 그녀는 지상파 방송국 NHK 추리 퀴즈쇼의 메인 작가로 3년간 각본을 집필하기도 했는데, 이 작품은 그녀가 가장 바쁠 때인 드라마 방송이 한창이던 때에 출판되었다. (뒤늦게 엘렉시르에서 한국판으로 출판하게 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410쪽을 넘기는 꽤 두꺼운 책이었다. 도입부는 매우 강렬하게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애인과 함께 동반자살했지만 동반자살을 권유했던 남자는 칼에 찔려 죽어 있고, 자신을 수면제를 토하는 바람에 살아났던 것. 그녀는 손에 쥐어진 칼자루를 보며 경악했고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것으로 생각해 진짜 범인을 경찰보다 먼저 찾아내 무죄를 증명하려고 한다. (여기까지는 책 뒷표지에 실린 내용이니 스포는 아님)


총 22장의 소제목을 가진 이야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등장인물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더 꼬이고 조금씩 더 복잡해졌다. 게다가 작가가 일본인의 이름을 성과 이름으로 분리해 각각 사용함으로써 혼란은 더욱 커졌다. (일본 안에서는 성을 부르는 것과 이름을 부르는 것이 다소 늬앙스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외국 독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헷갈린다. 두 명이 나오지만 각각 성과 이름을 혼용해서 부르면 독자는 책 속에서 네 명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일본 이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책 중반부를 지나도록 주인공 이름이 누구인지 헷갈릴 수도 있겠다. 솔직히 말한다면 나는 주인공 이름인 리카코와 상대편 여자 이름인 유키노가 마지막까지 헷갈렸다. 이름치인 사람들은 일본 소설이 쉽지 않음을 안다. 이번 소설도 약간 그런 축에 속했다. 두 사람 이름에 키옄 자가 세 개나 들어 있어서 그랬다고 말하면 좀 우스운가?

중반부에 호적 부분이 나오면서는 정말 대충대충 이야기 흐름만 인지하고 건너뛸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너무 많은 이름과 지명이 나오니 그것들의 연결고리를 다 파악하면서 읽기가 어려웠다. 물론 그런 것들을 다 이해하고 읽을 수 있다면 즐거움은 세 배 이상 되었을 것이다.

반전은 몇 번이나 이어졌고, 마지막 반전 또한 기가 막혔다.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새삼 느껴졌다. 그녀가 엘러리 퀸의 사전 허가를 받고 출간한 것으로 유명한 “W의 비극”도 구해 놓았다. 곧 만날 수 있으리라. 좋은 추리소설을 읽어 기분이 좋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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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유명 할아버지 그럼프의 깜짝 한국 방문기 | 일반문학 2018-03-06 00:13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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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

투오마스 퀴뢰 저/따루 살미넨 역
세종서적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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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


글쓴 이 : 투오아스 퀴뢰
옮긴 이 : 따루 살이넨
만든 곳 : 세종서적

(외국의 유명한 할아버지가 한국에 왔는데 번역자도 외국인이고 저자도 외국인이고, 출판사만 세종이다. 묘한 어울림이다.)

핀란드의 유명한 괴짜 할아버지 “그럼프”가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한국에 왔다. 그럼프의 손녀가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기도 해서 그는 큰 용기를 내 먼 동방의 나라로 날아왔다.

투오아스 퀴뢰라는 저자는 북유럽 핀란드 작가라 나에게는 생소한, 발음하기조차 어렵고 낯선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가 만들어낸 “그럼프” 할아버지 캐릭터가 얼마나 유명한지 500만 명이 사는 핀란드에서 5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게다가 2014년에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는데 대형 판타지 영화 “호빗”을 누르고 최다 관객 동원을 했다고 하니 핀란드 사람들의 그럼프 사랑을 알아줘야겠다.

어쨌든 그 그럼프가 한국에 왔단다. 물론 소설이다. 아마 작가는 한국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니, 연일 미국을 치네 마네 하며 미사일 자랑을 하는 김정은 때문에 겁을 엄청 먹었나보다. 외국인들은 코리아라고 하면 노쓰코리아를 먼저 떠올리니 말이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이 같은 한국이고, 북쪽에서 계속 미사일을 쏘아대니 한국을 간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한 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한 불안과 의심과 두려움은 이 책에도 잘 나타나 있다. 곧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 아닌가. 유일한 휴전국가.

오베를 살짝 닮은 듯한 “그럼프” 할아버지는 용기를 내어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핀란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키를 타고 이웃을 만나러 다녔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처리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프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까칠한 할아버지다. 그는 손녀딸이 김정은에게 잡혀가면 안 되니까. 얼마나 안전한지 직접 확인하는 게 필요했다.

책은 작고 앙증맞았으며 문체도 쿨했다. 주인공 그럼프 할아버지는 현대인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적응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휴게소는 핀란드의 모든 휴게소들을 합친 것만큼 컸다. 첫 번째 점포는 휴대폰을 팔았고, 두 번째는 휴대폰 껍데기를, 세 번째는 통신망 가입을, 그리고 다른 제품들을 파는 점포들이 이어졌다. 핸드백, 여행 가방, 어린이 가방, 인구 오천만의 한국 사람들은 참 많은 것을 원한다. (66쪽)

그는 평창 올림픽 경기장을 먼저 찾아 안전 여부를 확인한다. 김치와 소주를 만나고 소고기 전골을 먹는다. 그는 태어나서 이렇게 이상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버너 위에 투명한 아시아 스파게티(아마, 한국 라면 사리를 말하는 것 같다.) 버섯, 채소와 길게 썬 고기가 가득 든 냄비가 올려졌다. 직원은 재료들을 섞고, 더 작게 자르고, 다시 섞었다. 손녀는 내가 여기까지 왔으면 불독이를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데, 과연 개를 먹어보는 것이 좋을지 의심스러웠다. 손녀는 불독이가 아니라 불고기라고, 이 나라의 카렐리아 고기찜이라고 다시 설명했다. 개고기가 아니라 소고기라고. (156쪽)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어쨌든 작은 책은 금방 끝이 왔고, 맨 뒤에는 그럼프 할아버지가 진짜 한국을 돌아다니며 찍은 컬러 사진이 꽤 많이 실려 있다. 그는 결코 얼굴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고 뒷모습만 남겼다. 놀랍게도 인천공항에서 내가 사진을 찍었던 그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내 사진도 같이 남겨본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신선했다. 핀란드의 고지식하고 깐깐한 할아버지가 한국에 와서 좌충우돌 마음에 안 드는 것을 이겨가며 적응해가는 모습이 좋았다. 소설이긴 하지만 목적이 있는 작의적인 소설이라 순수 소설로 보기에는 좀 모호한 구석이 있다. 어쨌든 핀란드의 그 유명한 그럼프 할아버지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번역자인 ‘까루 살이넨’은 미수다 방송에도 출연한 핀란드 사람인데 한국에 푹 빠져 있나 보다. 이렇게 핀란드어를 한글로 번역해 낼 정도니. 그리고 그녀는 “한국에 폭 빠진 이야기”라는 동화책도 한국에서 펴냈다.

한국이 좋은 건 인정해야 한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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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정의를 요구하는 추리소설-잊혀진 소년 | 일반문학 2018-03-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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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잊혀진 소년

오타 아이 저/김난주 역
예문아카이브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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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정의를 요구하는 추리소설 – 잊혀진 소년 

이 책은 추리소설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은 감추어져 있고, 누군가 범인을 쫓아가는,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마지막에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독자를 따돌리는 반전이 있는, 그런 추리소설.

그런데 추리소설도 속살을 파헤쳐보면 여러 장르가 나뉘어진다.
먼저 하드보일러라고 부르는 장르다. 가죽잠바를 입고 혼자 다니며 범인을 찾는 나홀로 탐정이 등장한다.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흔히 남자가 주인공이라서 좀 거친 면이 있고 전체적으로는 느와르 영화 같은 분위기가 난다. 경찰이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 뒷북을 치고 이 멋진 탐정에게 늘 도움을 받으며 사건을 해결한다. 범인은 주인공이 잡지만 공은 경찰이 세운다.

두 번째로 스릴러 추리물이 있다. 사건이 기묘하고 좀 으스스하다. 긴장감이 전체를 압도하고 전개 과정에도 사람은 계속 죽어나간다.

세 번째로 가벼운 추리물이 있다. 일본 추리물에 많다. 고양이가 등장하고 젊은 청춘남녀가 등장한다. 살인사건이 나오기도 하지만 주변의 생활사건을 가지고 추리를 전개해나가기도 한다.

네 번째로 사회파 추리물이 있다.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의 부당함을 추리소설을 통해 알리고 소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적 관심을 높여 정의를 구현하는데 일조하겠다는 책들이다. 낙태, 존엄사, 누명, 학교문제, 왕따문제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이는 윤리도덕적 문제들을 지면으로 꺼내 당사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누구에게는 불편하고 누구에게는 속이 시원하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부조리한 사회와 권력에 울분을 느낀다.

이번에 읽은 “잊혀진 소년”은 표지에서부터 사회파 소설임을 감추지 않았다. 이미 몇 권의 책을 통해 일본의 사법체계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영화와 기사를 통해 무고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경찰과 검찰과 재판부가 쉽게 그리고 적당히 타협해 넘기는 성적 지상주의의 엉뚱한 유죄판결이 한 가정을 얼마나 쉽게 파멸시키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매우 뛰어난 책이다. 추리소설의 재미로 인해 후반부로 가면서 책 읽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예상치 못한 반전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또 다른 유괴사건의 피해자 앞에서 멈출 수 없는 질주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계속 독자를 긴장하게 한다.

경찰의 강압수사로 거짓 자백을 하고 살인자가 되어 8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 가석방 된 한 사내가 있었다. 1년 뒤 우연히 진짜 범인이 잡히고 그는 무죄임이 드러난다. 그 동안 이혼해 있던 그는 가족을 만나러 가지만 집 앞에서 사고사로 죽고 만다. 그리고 갑자기 그 아들이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이십 년 뒤 그 아내는 암으로 죽기 직전에 흥신소에 그때 사라진 아들을 찾아달라고 의뢰를 한다. 그리고 한 소녀가 유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버지가 살인자라면 그 가족은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진 뒤 다시 그때 무죄였는데 억울하게 잡혀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만약이라는 가정을 하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원죄는 세 가지 뜻이 있다. 기독교의 진리 중 하나로, 아담의 죄로 인해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지는 원죄(原罪)가 있지만, 이 책에서의 원죄(冤罪)는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를 말한다.

그 살인자의 아들이었던 다쿠라는 소년의 마음이 이랬을 것이다. 449쪽을 읽어보자.

사람의 마음은 유리처럼 깨지지 않는다. 살과 뼈와 피로 만들어진 육체만큼이나 부드러운 사람의 마음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뒤틀린다. 그러다 끝내 균형을 잃고 조금씩 피부를 뚫고 튀어나오듯 무너져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은 좀처럼 죽지 않고, 시간과 함께 한때 사람이었다고는 상상도 못할 존재로 바뀌어 간다.

다쿠의 마음도, 아버지의 원죄와 죽음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된 때부터 천천히 비틀리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소마는 생각했다. (449쪽)

형사재판의 대 원칙은 ‘열 명의 진범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지만 사회는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더라도 열 명의 진범을 놓쳐서는 안 된다’가 더 우세하다. 어디에나 피해자는 있기 마련이니, 그쯤은 무시하고 성적만 내자는 것이다.

손녀가 유괴 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에 몸을 담았던 도키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의 말을 들어보자.

“나도 전에는 법조계에 몸담았던 사람이라 형사재판의 대원칙 정도는 알고 있네. 그러나 자네는 정말 세상이 그런 사회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열 명의 진범을 놓쳐도 상관없는 그런 사회 말일세. 그렇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회를, 세상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지 말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 그리고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권력이 필요한 것도 두 말 하면 잔소리고, 힘을 지닌 자가 힘을 행사하지 않으면 질서는 유지되지 않는 법이니까
세상은 힘을 지닌 자가 그 힘을 행사하는 걸 용인하지. 스포츠의 세계에서든, 기업이든, 사법이든, 이기고, 이익을 올리고, 범죄자를 벌하라고 말이야. 큰 결과를 낳기 위해 눈 감아야 하는 일도 있는 법.” (534~535쪽)

우리나라가 바로 그러했다. 큰 결과를 낳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을 파괴하거나 희생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그것이 미덕인 사회였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다시 사회악이 되어 사회를 덮쳤다.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개인이 모여서 큰 사회가 된다는 것을.
개인이 무너지면 결국 사회도 무너진다는 것을.
정의는 개인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580쪽이 넘는 그 묵직함이 책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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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 일반문학 2018-02-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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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이정서 저
새움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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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8꿈나무였다. 내가 1986년 2월에 입대했을 때 고참들은 우리 입대 동기들을 그렇게 불렀다. 88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제대를 하는 운 좋은 녀석들이라는 이유에서였다. 85학번 영수와 1년 차이가 나는, 그래서 주인공이 군에 있었을 때 나도 똑같이 군에 있었고 나는 책에 나오는 어떤 한 사람이 되어 책을 읽었다.

나는 내 문제, 집안 문제가 항상 너무 컸기 때문에, 나 외에는 대부분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다. 또 주변에서 그런 걸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으며, 사회적인 철도 들지 않아 대학교에 가서도 정치도 사회정의도, 이념도 모른 체 지냈다.

대학에 가면 지하서클에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 데모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부모와 어른들로부터 숱하게 들었다. 그런데 1학기 시험을 마치고 나서 선배로부터 집합 소식을 듣고 모여간 곳은 말 그대로 지하서클이었는데 놀랍게도 공부만 하는 특이한 지하서클이었다. 그곳 선배들은 다른 동아리 참여도, 데모도 모두 반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데모를 한다며 모두 모이라는 대자보가 붙으면, 수업을 강행한다는 교수와의 사이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 체 방황하는 특이한 존재로 대학생활을 해야 했다.

방패를 든 채 정문에서 대치하고 있는 경찰들이 무서웠고, 어쩌다 한 번 참가한 데모에서는 교정 안, 교실까지 찾아 들어온 경찰을 피해 숨느라 목숨이 댕강거리기도 했다. 끌려가는 학우들을 보자 무서워 덜덜 떨기만 했다. 학기 내내 최루탄을 마시며 하교를 해야 했는데, 그 최루연기는 버스를 타고 30분을 가도 없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독했다.

군에 있을 때 대통령 선거를 위한 부재자 투표를 했다. 정말 “85학번 영수” 책에 고스란히 소개된 그대로였다. 투표를 하자마자 반대표를 찍은 사람이 누구누구며 몇 명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무서웠다. 정훈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사상교육이 끊임없이 주입되었다.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번역으로 문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번역가 이정서. 그가 쓴 또 하나의 문제작.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다소 신파적인 제목이지만 영화 1987이 개봉되면서 85학번에 대한 이 책은 영화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덩달아 관심을 받게 되었다. 상업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작가와 출판사의 시점이 절묘했다. 아무렴. 작가가 살아나려면, 계속 글을 쓸 수 있으려면 책은 무조건 팔려야 한다.

최루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경찰 곤봉에 머리가 터지고, 영화같은 이런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영 실망인 책이다.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담담하다 못해 마른 사막처럼 서걱거릴 정도다. 황량한 사막, 광활한 사막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사건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추억하고 되새기고 과거를 반추하면서 소가 여물을 되싶듯 계속 숨겨진 것들을 끄집어 낸다. 현대는 오히려 그래서 아프다. 시대는 변했고 그래서 사람들도 변했다. 나로 치자면 책 속에서 어떤 등장인물과 같을까.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을 몽땅 군에서 보내 버렸기에, 정작 그 뜨거운 시절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러다 뒤늦게 사회적인 철이 들고, 이제는 어떤지 알아 뒤늦게 역사공부를 한다. 그때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많이 부끄러운데, 어쩌면 그때, 알고 있었으면서도, 무의식이 나를 밖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어쩔 수 없었던 영수, 윤, 치우.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참호에서 고참에게 대가리 박으라는 명령을 듣고 두 시간 내내 뒤집은 철모에 머리를 심고 있어야 했던 시절. 어쩌면 1987년 그 뜨거운 시절이 군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너네 대학생들 때문에 우리가 이 고생이라는 말을 스스럼 없이 내뱉게 만들며 우리를 이간질시켰던 권력자들.

혁명은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사회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훗날 역사는 광장에서의 촛불항쟁을 진짜 혁명으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광주 민주화 운동도 혁명이 되지 못했다. 삼일 운동도 마찬가지다. 들고 일어났지만 외형적으로 바뀐 건 없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혁명이 필요했고 이번엔 성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85학번 영수”처럼 무채색 도서가 아니라, 노란 불꽃이 일렁이는 촛불 함성 같은 책이 나오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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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통통 튀는 일본추리소설 | 일반문학 2018-02-1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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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기타쿠니 고지 저/문승준 역
내친구의서재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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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방점은 고양이일까, 명언탐정일까.

사실 제목이 입에 쉽게 붙지 않았다. 명언탐정이라니....무슨 탐정인 것은 같은데 어떤 인물을 나타내려 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탐정이 있는 곳이 카페다. 그것도 고양이가 있는 카페. 쉽지 않은 조합이었다.

이걸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네이버에서는 이 책을 장르소설로, 그것도 SF/판타지로 분류했다. (이건 명백히 잘못됐다.) 굳이 장르를 붙인다면, 라이트 추리물 정도로 할까. 살인사건 같은 묵직한 추리물이 아니라, 치매 의심 환자나, 벽에 낙서를 한 범인을 찾는 가벼운 추리소설이다.

표지에는 “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그 합은 무한대가 된다.”라는 띠지가 붙어 있어 고양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인다. 표지 그림에도 고양이가 세 마리나 어슬렁거리고 있지 않는가.

얼마 전 읽었던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을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쇼타로 고양이처럼 고양이가 멋진 탐정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면서. 일본에는 고양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추리소설이 많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쇼타로 탐정 고양이” 외에 “삼색털 고양이” 시리즈물이 있다.

그런데, 그런데,
이 책에서 고양이는 미끼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비중 없는 고양이를 제목에 끼워넣다니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낚인 몸인 걸. 주인공 변호사는 이모부가 운영하는, 고양이가 있는 카페 한쪽에 사무실을 두고 카페 고객에게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준다. 그러다보니 가끔 고양이가 언급되긴 하지만 고양이는 정말 배경에 그칠 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고양이’에 무게중심이 있는 게 아니라, ‘명언탐정’에 거의 70퍼센트 가량의 무게중심이 쏠린 책이다. 사실 책에서 주인공은 갓 변호사가 된 노리오라는 청년이다. 그는 동생 리쓰를 조수로 채용해 일을 보게 했는데 그 동생이 한 마디로 명언 오타쿠다. 오타쿠는 처음에 한 분야에 미쳐 있다는 다소 부정적인 뜻으로 쓰였는데 지금은 마니아를 넘어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처음에는 시도 때도 없이 리쓰가 명언을 내뱉는 바람에 집중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간혹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는 느낌도 받았다. 도대체 이건 뭘까? 그러다 중반을 넘어서자 조금씩 적응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지막 4화 사건에서는 완전히 적응한 것은 물론이고 어떤 명언들을 풀어놓을까 조금씩 기다려지기도 했다.

이런 표현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지극히 일본스러운 소설이다. 꽤 많은 책을 읽어왔다고 나름 자부하는 나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펴낸 책은 보지 못했다. 아마 우리나라 작가였다면 쉽게 출판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이니까 가능한 설정이다. 명언탐정인 동생 리쓰는 가끔 로봇처럼 팔과 다리를 같이 움직여 걷는다. 이런 장면은 아무리 책이라고 해도 상상하는 순간 너무 어색해진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걸 매우 자연스럽게 몇 번이나 설명하고 있다. 만화가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이런 설정을 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라이트 노벨이다.

“고양이 마을 야나카긴자에서 펼쳐지는 유쾌한 힐링 미스터리”라는 설명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마지막 4화는 그 중에서 가장 무거웠다. 사건다운 사건이 의뢰되었고 해결도 멋있게 했다. 이 책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명언들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맞춰봤을까? 사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는 밑줄을 긋고, 명언이라 할 만한 명구들은 옮겨 적고 엑셀에 담아보기도 했다. 주제어를 넣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어려웠다. 컴퓨터 어딘가에 남아 있기는 할 터이다.

명언이 이야기 중간중간에 들어옴으로써 전체적으로 조금 억지스럽거나 어색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적응되었다. 좋은 명언은 책뿐만 아니라 영화 대사, 야구선수의 말 등 다양한 곳에서 채집한 것이었다. 그런 노력과 수고는 당연히 인정해줘야 한다. 색다른 시도라는 점에서 이 책은 훌륭하다.

“뛰어난 기억력은 훌륭하지만 잊어버리는 능력은 더욱 위대하다.” (앨버트 하버드, 미국 교육자)

17쪽에 나타난 맨 처음 명언이다. 모든 명언이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몇 개는 마음에 담았다.

“애정에는 한 가지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도 책 속 문장에서 명언 하나를 뽑았다.
지나친 애정은 상대를 불행하게 만든다. "(181쪽)

적당히 하자. 오타쿠가 되려면 미쳐야 하지만, 상대에게 미치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 된다. 그 대상이 이성이든 자녀든 가족이든, 누구든 마찬가지다. 한가로운 오후, 따스한 햇빛 아래 고양이가 있는 카페에 가서 나도 명언 한 줄 들어보고 싶다.

깜짝 퀴즈 : 겉표지에는 고양이가 총 몇 마리 그려져 있을까요?
(이 독서후기 서두에 나는 어슬렁거리는 고양이가 세 마리라고 표현했다. 얼마나 엉망진창인 관찰력인가. 맞춘다고 상품은 없지만 .....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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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의 극야를 배경으로 한 놀라운 북유럽 소설(라플란드의 밤) | 일반문학 2018-02-0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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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라플란드의 밤

올리비에 트뤽 저/김도연 역
달콤한책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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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란드의 밤>

오로라의 극야를 배경으로 한 놀라운 북유럽 소설.

책제목에 나오는 ‘라플란드 (Lapland)’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핀란드의 북부, 러시아의 콜라반도를 포함하는 유럽 최북단으로 약 40만㎢의 방대한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산타마을이 핀란드의 이곳, 로바니에미에 있다.

라플란드는 순록을 키우면서 어업과 사냥을 하는 라프족(Lapp)이 거주하는 곳인데, 그들은 자신들을 사미(Sami)라 부른다. 그러니까 원래는 사미족이라는 원주민이 살던 지역이었는데, 유럽 문명인들이 침략해 선을 긋고 강제로 국경을 나누면서 순록을 키우는 사미족들은 서로 다른 국가에 소속되었다. 순록들은 눈 속에 있는 이끼를 찾아 먹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국경을 넘어가는 일이 흔했고, 이로 인해 많은 지역분쟁이 발생하게 되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러시아의 4개국의 정치적 상황과 순록치기들의 원래 땅주인들 사이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여전히 사미인들은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지 못했고 이는 인디언들을 몰아낸 아메리카의 아픔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스웨덴에서 순록경찰을 접하게 된 저자는 이에 매료되어 순록경찰을 따라 2개월간 사미족들의 순록치기를 경험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훌륭한 소설을 완성하였다. 따라서 이 소설은 그러한 국가적 배경과 순수한 북유럽 극야의 자원을 물질로 보는 정치적 세력들이 결탁하여 순록치기들의 삶의 터전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을 추리소설이라는 도구로 환상적으로 재현해내었다.

23개 인터내셔널 추리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표지의 광고문, 그리고 오로라가 하늘에서 강처럼 펼쳐져 있는 북유럽의 환상적인 모습은 처음 책을 본 순간부터 책 그리고 북유럽 그리고 이야기에 매료되고 말았다.

마티스라는 순록치기가 두 귀가 잘린 채로 살해되고, 사미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북이 도난당하면서 라플란드는 온통 두 사건으로 흉흉해졌다.

주인공인 니나와 클레메트 순록경찰은 마티스라는 살인 사건과 북 도난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있다고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문제를 어렵게만 만드는 일반경찰과의 충돌, 시의원인 정치인의 비밀스런 지도와 야심, 순록치기들의 내부적인 문제들이 얽히면서 암투와 정치와 추리가 이어진다.

정치인의 야합으로 주인공이 몰릴 땐, 아, 정말 손에 땀을 쥐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달음질하듯 책을 읽어내려갔다. 주인공들과 함께 설산을 헤집으며, 스노모빌을 타고 극야를 여행했다.


책을 한 권짜리로 해서 16,000원에 판매하는 건, 독자에게는 참 좋지만 출판사를 생각하면 두 권으로 만들어야 했다고 말하고 싶다. 책은 600쪽이 넘는데 280쪽에서 떡제본이 갈라져 책은 완전히 접히고 말았다.

슬픈 소수민족에 대한 아픈 성찰이 있는 책이다. 인간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큰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지, 자신들의 기준으로 우열을 만들고, 정복을 합리화하며 부당한 역사를 전개해오고 있는지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하루 중 태양이 떠 있는 시간은 고작 40분. 라플란드의 밤을 상상하기 어렵다. 오직 상상으로만 책을 읽어가도록 만드는 놀라운 책. 이곳에 산타마을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극야의 아픔을 경험하고 싶다면, 당신에게 이 책을 만나보라 권하고 싶다. 단,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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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깊이와 감동이 가득한 팩션 고양이 소설 | 일반문학 2018-01-31 10:44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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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제임스 헤리엇 저/김석희 역
아시아 | 2018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앙증맞은 고양이 팩션 소설

아, 책을 덮고 나자 아쉬움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가 쓴 다른 책이 없나 하고 두리번거렸다. 책 뒤쪽 안날개에는 해리엇이 쓴 많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수의사 해리엇의 개 이야기와 크고 작은 생물들,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을 주섬주섬 카트에 담았다.

이번 책 “고양이”는 그가 지금까지 쓴 내용들 가운데 고양이 관련만 골라 모은 것이라고 하니 나중에 그의 최초 저작들을 구입한다면 겹치는 부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짧은 이야기들은 감동과 아름다움 그리고 한낮의 평화로움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함이 아지랑이처럼 계속 올라온다.

처음에는 수의사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글로 기록한 에세이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모든 이야기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한 소설이라는 걸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아, 그때 얼마나 가슴이 설렜는지 모른다. 이게 소설이었다니. 새삼 저자의 이력이 새롭게 보였다.

1916년 생? 100년 전 인물?
최근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다가 의외로 고전에 속할 만큼 오래된 책임을 알고 또 놀랐다. 이미 50년 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고, 영국 BBC에서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그들이 참 안목이 높고 또 따스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왜 이리 가슴 설레게 하는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1회 한국번역대상을 수상하고 “로마인 이야기” 번역은 물론 “번역자의 서재” 책을 낸 김석희의 번역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물을 좋아하는 나 같은 독자가 읽으니 그야말로 3박자가 딱 들어맞는 셈이었다. 책은 정말 고양이처럼 앙증맞았다. 포켓용처럼 작았고, 책도 200쪽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어서 사실은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가 정성껏 써내려간 10개의 고양이 이야기들은 금방 하나 읽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없도록 만든다.


최근 들어 고양이 관련 책이 급부상하며 여기저기서 온갖 고양이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특히 고양이책을 좋아해서 수집하다시피 모으고 읽고 있는데 어떤 책들은 돈 주고 사보기 아까운 책들이 종종 나온다. 여기저기 긁어 모아 재탕한 책들도 있고, 이미 비슷한 내용으로 나왔던 책을 조금 바꾸어 다른 저자 이름으로 나온 것들도 있어 고양이 책을 고를 때 약간 조심성이 생겼다.

그런 실망이 증가되던 때에 만난 수의사 해리엇의 재미난 고양이 이야기들은 하루의 일상에 묻혀온 스트레스를 몽땅 사라지게 해 주었다. 특히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저자가 수의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가 모두 포함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고양이와 살더라도 그 삶의 반경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이야기들은 고양이 집사의 고양이 동거 기록들과 사진 에세이류 그리고 인생철학론 등이었다면, 이번 책은 수의사라는 또 다른 선글라스를 끼고 고양이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 책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약간은 옅은 수채화 풍의 고양이 그림들은 그 자체로 소장의 가치가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문학적 깊이가 가득한, 고양이 이야기 책이라는 점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든 분께, 동물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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