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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정의다 – 진실을 읽는 시간 | 인문-사회-철학 2018-09-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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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진실을 읽는 시간

빈센트 디 마이오?론 프랜셀 저/윤정숙 역
소소의책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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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정의다

진실을 읽는 시간

 

진실은 정의다 – 진실을 읽는 시간



저자는 총상전문가 법의학자다. 그러니까 총상을 입고 사망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의학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의사다.

즐겨보는 CSI에 나오는 바로 그 과학적이고 첨단적인 수사를 담당하는 그 법의학자다. 미디어가 주는 허상이 얼마 정도인지는 감을 잡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드라마가 얼마나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 놓았는지 좀더 실체감 있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의학을 전공하더라도 돈도 얼마 되지 않는(다른 의사에 비하면) 이 자리를 전공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겠다. 우리나라는 그런 전공과 공부 코스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저자는 책에서 자기 가족의 의사 이력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의 부친은 1940년에 임상병리사가 되었는데 자녀들은 수시로 아빠를 따라 도시락을 들고 영안실을 지나다녔다고 한다.


시신을 보는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니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아 평생을 총상을 입고, 장기가 파열되고, 피가 가득하고 훼손된 시신을 보며 살아야 하다니.

하지만 이 일은 꼭 필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밝히고,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사람들의 헛된 주장들을 과학적인 근거로 바로 잡아주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경찰들은 정황상 의심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지만, 법의학자는 그 정황상 의심이 어떻게 진실에 가까운 것인지를 여러 정보들을 토대로 뒷받침해줄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정황증거만으로 억울하게 가해자가 된 사람들을 구해줄 수도 있다. 책에도 보면 이미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들어가 있는 사람의 무죄를 밝힌 이야기가 나온다. 초선 변호인이 한 번만 봐 달라고 식당까지 찾아와 식탁 위에 놓고 간피해자의 사진을 보고 분석하여 결국 무죄로 판명되도록 하였다.(사진을 보고 밥맛이 싹 달아났다는~~ 저자)

살해 당한 피해자가 아내였으니 감옥에 갇힌 남편은 얼마나 억울했을까. 졸지에 아내를 살인한 사람이 되어 가족과 사회의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야 하다니. 우리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재심” 등을 통해 실제로 일어났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이런 헛된 결론을 뒤집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는 누군가의 끈질기고 헌신된 노력이 필요하다. 기득권자의 엄청난 협박을 이겨내야 하고, 주위의 시선을 막아내야 한다. 가끔은 생명의 위협을 당하기도 한다.

저자 역시 자신이 분석한 내용을 가지고 수없이 배심원단 앞에서 증언해야 했다. 그냥 자료만 보내지 않고 그가 그렇게 자신의 수고를 들여 적극적으로 증언까지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자신이 분석한 그 내용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히 배심원이 무죄와 유죄를 판단하기 때문에 과학적인 증거보다 검사나 변호사의 감정에 따른 결과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그의 일은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고 진짜 범인을 밝혀 정의가 구현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입양한 자녀의 죽음이 단순한 원인미상 죽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은 실로 경악할 만했다.


간호사였던 그녀는 언제나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의 위급한 상황 때 응급처치를 해 살려내는 영웅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담당 의사로부터 단순 사망으로 결론난 아이를 부검한 뒤 저자는 살인이 의심된다고 생각했다. 그 뒤 FBI에 의해 사건 조사가 보다 깊이 진행되면서 그녀의 의심스러운 일이 하나둘 드러났는데 그녀에게 아이만 맡겨지면 아이는 응급실로 실려갔고 두어 번 그러다 결국 죽고 만다. 자신의 자녀, 입양자녀, 조카는 물론 이웃이 돌봐달라고 맡긴 자녀까지 마흔 명 가까운 아이들이 죽었다. 이미 다 원인미상 죽음으로 처리된 이후였다

마지막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밝힌다. 과연 자살인가 타살인가. 저자는 총상전문가, 법의학자로서 관찰한 결과 자살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결론 내린다. 그 이유는 책에~~


진실을 밝히는 일은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다. 진실을 밝히는 일은 한 사람은 물론 그 사람과 여연결된 모든 가족을 정의롭게 한다. 우리나라가 살인죄를 저질렀어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국가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은 잘못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도 없이 가해자로 몰려 감옥에 갇히거나 죽임을 당해야 했던가.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한” “홧병”이라는 말. 이제는 공식적으로 정신장애 편람인 DSM 우울증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는 그 홧병은 본질적으로 억울함을 기저로 가지고 있다. 늘 약자였던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 이웃들. 지금도 여전히 꾹꾹 참고만 있는 주위 사람들. 가령 집에서 놀다 형이 꽃병을 깼는데 형이 권력을 무기로 동생이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동생에게는 말 안들으면 혼난다며 겁을 주었을 때, 그래서 억울하게 부모님에게 꾸중을 들었을 때, 형이라는 위계에 의해 권력이 폭력이 되고, 위계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숨겨야 할 때, 그때 홧병은 기저에 쌓인다. 그 억울함은 사소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중금속처럼 우리 체내에 차곡차곡 쌓인다.

사소한 것들을 용인할 때 사회는 중요한 것들 앞에서도 침묵한다. 진실은 과학적인 증명으로 밝혀져야 한다. 목소리가 크거나, 얼렁뚱땅 관계자에 의해서 판단되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의 한 마디로 덮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진실을 밝혀야 할 많은 사건들이 있다. 그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 그 가족들이 엉뚱하게 낙인을 받고 고통 속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는 행동으로 우리 마음과 생각은 조금 더 진실과 정의에 다가서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정의를 갈망하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이 후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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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어도 GO?? 결정에 대한 강력한 결정의 책 | 인문-사회-철학 2018-09-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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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애니 듀크 저/구세희 역
8.0(에이트 포인트)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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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못 먹어도 GO!
못 먹으면 STOP!



단 한 번의 “결정”이 우리의 인생을 바꿀 때가 있다. 나의 이 결정이 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모를 때 우리는 주저하게 된다. 결정 앞에서 망설이고 주어진 정보를 다시 확인해본다. 정보가 우리의 결정을 쉽게 도울 때도 있지만, 정보로 선택한 결정도 반드시 기대했던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몇 가지 점에서 크게 놀라게 된다.
첫 번째 단계. 작가의 이력을 알게 되면서 독자는 처음 당황하게 된다. 프로 겜블러라고? 이건 뭐지? 책을 잘못 고른 건 아냐? 하는 의심의 순간이 처음 찾아온다. 그러니까 첫 번째 단계에서는 놀라움과 황당함 그리고 의심스러운 마음이 복합적으로 뒤섞이는 단계이다.



그렇지만 의심을 조금 누르고 책을 계속 읽다보면 오, 신선한데? 이건 의외의 조합인 걸? 하는 두 번째 단계의 신선함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작가는 프로 포커 선수로 수십 년간 활동하며 4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받았고, 각종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진짜 포커 선수다. 포커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순간적인 판단과 결정력이다. 작가는 직접 실전에서 경험하고 축적한 모든 결정에 대하여 아낌없는 조언을 쏟아낸다. 이건 탁상행정이나 탁상문서가 아닌 결정에 대한 살아있는 경험의 농축액이다. 그러니까 수십 년 축적된 액기스라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포커를 잘 한다고 결정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하면 도박사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리가 세 번째 놀라는 것은 일단 그녀가 인지심리학 석사를 거쳐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라는 사실 때문이다. 프로 포커 선수에서 인지심리학 박사로의 순간이동이 쉽지 않다. 우리의 뇌는 한참 동안 적응하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적응의 시간이 지나면 프로 포커 선수의 경험이 어떻게 인지심리학과 조합이 되는지, 얼마나 엄청난 시너지로 “결정”이라는 주제를 심오하게 펼쳐놓는지 깨닫게 된다.

조금만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이 얼마나 놀라운 책인가를 금방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결정”이라는 주제로 포커를 끌어다 이렇게 심오하게 전문적이면서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결정”을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은 만나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크게 공감했던 부분이 있다.
바로 인생은 체스판이 아니라 포커판이라는 사실이다.
체스는 실력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열심히 노력하고 실력을 쌓으면 대부분 상대를 이긴다. 하지만 포커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늘 운이라는 변수가 뒤따른다. 그래서 좋은 결정을 내려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니까 결국, 포커판인 인생 앞에서, 우리는 열심히 노력한 결과대로가 아닌, 그러니까 씨앗을 뿌린 대로 열매를 반드시 수확한다고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우리는 좀더 행복할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이 체스판이라면 대부분 노력한 대로 결과가 나오겠지만, 인생은 대체로 포커판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패를 들고 시작해도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중간에 튀어나오고, 우리 인생은 난장판이 될 수가 있다.

갑자기 아이가 아파 회사를 못 가게 될 수도 있고,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하고 건강을 지켰어도 휴대폰 보다가 계단을 잘못 짚어 발목이 골절될 수도 있다. 내가 안전하게 법규를 잘 지키며 운전해도 술취한 뒷 차가 내 차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불확실성, 비규칙성을 강조하면 인생이 다소 허무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인생이란 원래 확실성보다 불확실성이 더 크고, 규칙성보다 비규칙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하루를 시작하면, 그만큼 덜 불행을 느끼고, 그만큼 더 행복을 크게 느낄 수도 있다.

열심히 했는데 왜 나만 이렇냐고 하늘을 향해 고함을 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좋은 점은 바로 그것이다.
결과를 보고 과정을 평가하지 말라는 것.
결과만 보고 결정을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사례는 책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야구 감독은 매우 전략적으로 좋은 결정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팀을 크게 패할 수 있다. 그 결과만 보고 우리는 감독을 비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늘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좋은 결정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 책은 그래도 최고의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최고의 조언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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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되기 위해 아파야 하는 사회 | 인문-사회-철학 2018-08-2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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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저
동아시아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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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길이 되기 위해 아파야 하는 사회라니.
 


띠지에 찍힌 젊은 학자의 얼굴에서 아픔을 본다. 저자는 글을 쓰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젋은 학자의 얼굴에서 용기를 본다. 저자는 글을 쓰면서 얼마나 큰 용기를 꺼내야 했을까.
단정한 얼굴에서 분노를 본다. 아직 길이 되지 못한 숱한 아픔들을 어떻게 견뎌낼까.

보건사회라는 독특한 장르의 책이다. 인문사회가 아니라 보건사회.
“보건”이란 국민의 건강을 보전시키고 증진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보건소”는 그래서 금연운동을 펼치고 노동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도움을 준다.

바로 그 “보건”이다. 약간의 웰빙의 개념을 주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개인의 보건이 형편 없고, 그 형편 없음을 형편 있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질병의 역학적 관계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에서 이 사회의 어두운 단면, 겉으로는 밝지만, 안으로는 너무 깜깜해 불을 밝히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아니 불을 밝혀 보았더라도 이미 너무 상해버려 손을 쓸 수 없는 무자비한 아픔을 발견한다.

저자는 사회역학 연구를 통해 차별, 고립, 가난, 고용불안, 부조리, 불공평, 소외 같은 것들이 사람을 얼마나 더 아프게 하는지를 밝힌다. 돈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행군 같은 작업을 통해 하나의 길을 만들고자 한다. 이 책은 그 길을 위한 첫걸음이다.

그는 말한다.
“한국의 건설노동자를 아프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암 발생을 초래할 수 있는 유전적 요인보다는 고용불안 속에서 안전장치 없이 하루하루 일해야 하는 위험한 작업환경” 때문이라고,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더 자주 아프다”고 말한다.

올해 우리나라도 유래 없는 폭염으로 여름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시내 쪽방촌에서는 쪽방상담소에 아침에 제공해주는 단 두 개의 얼린 생수병으로 하루를 난다고 한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에 사는 김 씨는 움직일 수 없어 방안에 누워있어야 하는데 방안의 체감온도는 50도를 웃돌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책에는 시카고가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무시무시한 폭염을 이겨냈는지 나온다. 과거의 아픔을 버리지 않고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논쟁을 안길 다양한 주제들을 지뢰처럼 숨겨놓고 있다. 그러나 그 다양한 주제라는 것은 사실 이 땅에서 소외받고 차별받으며 사는 약한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한국사회는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예전에 사회복지와 상담을 공부할 때, 개인이 위기에 빠졌을 때 사회적 지지망이 얼마나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위기의 극복 가능성이 달라지는 연구결과를 읽은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지지망의 1순위로 가족을 지명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가족이 오히려 사회적 지지망을 단절시키는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이 책은 마지막 장에서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회적 연대, 사회적 공동체. 우리가 건강한 보건을 획득하려면, 가족도 국가도 아닌, 건강한 사회연대, 건강한 사회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은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언제까지 약자들, 소외받은 사람들의 눈물로 길을 만들 수만은 없지 않은가.
 


우리 몸은 정직하다.
어딘가 아프다면, 그 아픔의 원인은 분명히 있다.
우리는 굴종에 길들여져 있어서, 사회적인 폭력, 위력에 의한 폭력에 입을 열지 못한다. 괜히 입을 열어봤자 나만 힘들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꾹 참고 일을 한다.

하지만 몸은 말을 한다.
아프다고 말을 한다.
몸이 말을 할 때 무시하지 말자.
내 몸이지만, 내 하나의 몸이 모여 우리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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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두 얼굴 - (서평)메뚜기와 꿀벌 | 인문-사회-철학 2018-08-1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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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메뚜기와 꿀벌

제프 멀건 저/김승진 역
세종서적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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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와 꿀벌>

자본주의 두 얼굴과 미래의 대안 이야기 

독서를 하면서 얻게 된 큰 이점이라면, 결코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다양한 영역에 대하여 지식의 증가는 물론이며, 지식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 동안 하나하나의 톱니만 보며 살아왔던 내게, 서로 맞물리며 돌아가는 톱니바퀴들이 하나, 둘, 셋 그리고 넷의 기어를 볼 수 있게 해 준다.

톱니바퀴는 혼자서는 돌아가지 않는다. 최초의 원동기어가 모터에 의해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 기어에 맞물린 수많은 종동기어들이 자신의 바퀴 숫자에 맞춰 자신의 속도로 돌아가며 기계를 작동시킨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생긴 문제의 원인이 연결되고 연결된 저 건너편 기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문제를 풀려면 당장 여기에서 뭘 할 수도 있겠지만 저기서도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에 대한 독서를 거의 마무리 지을 즈음 보게 된 영화 “목격자”는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였지만 너무 시의적절한 만남이어서 독서의 폭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단순히 미스터리 또는 스릴러 영화라고만 생각했던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는 공포 속에 닫힌 도시인들, 결국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자 많은 대사 속에, 피해자들의 눈물 속에 자본주의가 어떤 폐해를 낳고 있는지 노력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을 추구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결국 그 삶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최대의 이익주의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하는 집단 이기주의와 개인 중심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가 바로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살인사건 이후 같은 아파트 주민이 사라졌는데도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남편을 저지하며 아파트 시세만 걱정하는 못난 사회를 보여준다.

이 책은 자본주의가 어떤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책이다. 자본주의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와 혁신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많이 가진 자가 덜 가진 자의 자본을 빼앗아가는 약탈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꿀벌은 꽃을 좇아가며 사람에게 이로운 꿀을 생성하지만, 메뚜기는 논과 밭과 나무를 휩쓸고 다니면서 자신의 욕심만 채운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황폐함만 남는다.

자본주의가 어떤 생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 책은 경제학자가 쓴 책이 아니라 사회혁신 전문가가 집필한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결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제대로 직시하고 어떻게 하면 사회적인 혁신을 꾀할 수 있을까를 논한 책이라고 보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이 책은 전반부에 자본주의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자본주의가 진짜 자본주의가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가 추구했던 유토피아가 어떤 세상이었는지 철학적 접근, 학문적 접근, 그리고 다양하게 시도된 경제 유토피아 사례들의 흔적을 통해 자본주의의 역사를 훑으면서 자본주의의 특성을 파악해본다.


그리고 후반부로 들어가면, 결국 약탈자의 모습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혁신해나갈 수 있을지 <11장. 새로운 배열 : 사회는 어떻게 도약하는가>에서 10개의 소제목으로 밝힌다.


아마도 이 책의 클라이막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1. 집단 지성과 집단 창조성 동원하기

로베르트 웅거는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현재에 저항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를 법칙처럼 고정된 것, 변형 불가능한 것으로 보지 않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370쪽)

지식은 오픈소스처럼 개방됨으로써 집단 지성을 강화하게 개인 발명가를 통한 발전이 아니라 집단 창조성을 통해 자본주의가 성장할 때 자본주의는 약탈자가 아니라 창조와 혁신이 될 수 있다. 양질의 지식과 정보를 구별해야 하며, 진실의 생태계를 강화함으로써 데이터의 약탈적 행동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2. 자본이 우리를 지배하지 않고 우리의 시중을 들게 하며, 소유와 통제를 함께 대중화하기

3. 지속 가능하고 협업에 기반한 소비로의 전환을 독려하고, 모든 형태의 낭비 및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슬로푸드, 자발적인 소박한 삶, 비만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한 노력 등은 소비를 좋기만 한 것으로 보던 데서 때로는 후생을 훼손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는, 사고방식의 전환을 반영한다. (388)

우선, 선택이 늘 좋은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 ... 너무 많은 선택지는 선택을 방해한다.
적어도 몇몇 시장에서는 ‘얼마나 많은 선택을 가질 것인가’ 자체를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분함’에 대한 질문도 제기된다. 얼마큼이면 충분한 것인가? 20세기 성장모델은 소비의 지속적인 증가를 전제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너무 많이 가지면 오히려 역량이 약화된다. (389)

4. 생산과정을 더 순환적으로 만들고, 유지 보수의 경제 성장시키기

전통적인 생산 모델은 물질, 노동, 에너지를 투입해서 물리적인 생산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 물건이 쓰고서 버려지면 땅에 파묻는다. 그리고 생산과정에서도 최종 제품의 무게보다 몇 배나 많이 나가는 막대한 쓰레기가 나온다.

대안은 생산을 ‘닫힌 고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텔레비전이든 자동차든 어떤 물건이 유용한 수명을 다하고 나면 거기에 들어간 부품들을 수거해 재사용하거나 재활용되게 하는 것이다. (393)

5. 노동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놀이를 삶의 일부로 만들기

많은 이들에게 노동은 불안정하고 충족감을 주지 않으며 불공정하다. 하지만 노동은 정체성과 사회적 인정의 주요 원천이기도 하다. 실업은 임금이 동결되는 것보다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396)

놀이는 안정성에 의존한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경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놀이에서 경쟁한다. 또 놀이는 자율성과 협력 둘 다를 가르친다. 그리고 좋은 노동이 그렇듯이 놀이는 우리는 더 온전히 살아 있게 해준다. (401)

6. 교육, 건강, 복지를 도구적 목적뿐 아니라 관계적 목적 위주로 재구성하기

현대 생물학과 사회과학은 우리가 사회적 동물임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우리의 행복, 자존감, 자긍심, 아니 우리의 삶 자체가 다른 이들에게 의존한다. (407)

7. 화폐 이외의 다양한 교환 체계 갖추기

8. 부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는 규범 촉진하기

9. 중요한 것 측정하기

10. 공적 미덕과 사적 미덕 모두를 갖춘 ‘마음 씀’ 육성하기

‘지능’은 단지 정보 처리나 사고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자동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능은 목표나 사고방식에 대한 ‘성찰’도 포함하며, 성찰은 개인에게만큼이나 사회에도 중요하다.
 


깊이 마음을 쓰는 사회는 혁신의 수단뿐 아니라 목적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하고, 새로운 지식의 윤리적 차원들도 성찰해야 하며, 서로 다른 주장과 임무들의 상대적인 타당성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421)



“깊이 마음을 쓰는 사회”는 결국 영화 <목격자>에서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 중앙 화단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을 켜고 있었지만, 피해자가 ‘살려주세요’를 수없이 외쳤지만, 사람들은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한 “깊은 마음”을 쓰지 않았다. 나만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으면, 타인의 안전은 관심 밖이었다. 내가 깊은 마음으로 타인의 안전을 위해 한 걸음 내딛으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자동차 사고가 나도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피해자는 바로 내 가족일 수 있고 내가 될 수도 있다. 그 타인의 익명성은 결국 자신의 익명성과 동일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약탈자의 특성이 더 강화되지 않도록, 꿀벌의 창조와 상상력과 혁신의 특성이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 맛있는 꿀로 나타나도록, 우리는 더 준비하고, 희생하고, 깊은 마음을 쓰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주제가 무거웠고, 책도 두꺼웠고, 읽는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이 사회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소중한 책이었다.

“얕은 마음”을 버릴 용기를 준 고마운 책이다.
내 가족이 소중하듯이 이웃의 가족도 소중하다.
내가 얕은 마음을 버릴 때, 자본주의도 약탈자에서 협력자로 돌아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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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많이 무지하다는 걸 지식으로 증명해주는 -지식의 착각 | 인문-사회-철학 2018-07-0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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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식의 착각

스티븐 슬로먼,필립 페른백 공저
세종서적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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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많이 무지하다는 걸 지식으로 증명해주는 책.

 

책 목록을 보자.




엄청난 지식들로 빼곡하게 채우고 있어, 감히 이 책을 읽고 싶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얼마나 가짜로 똑똑한 체 있었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니, 사실 굳이 읽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굳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그것은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르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내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코넬 대학교에서 평생을 보낸 데이비드 더닝 심리학자는 수많은 일상생활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무지가 심각해서 놀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얼마나 무지한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놀랐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쓰여졌다. 당신이 알고 있다는 그 지식 나부랭이가 얼마나 허망한 모래성 위에 지어져 있는지 알려 드리리다! 그렇게 각오를 하고 온갖 실험 결과와 사례들을 빼곡하게 설명한다.

 

감사한 것은, 나는 애초에 내가 그렇게 지식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서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저자의 생각을 수용했다. 내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어쨌든 저자들은(두 명이 함께 썼다.) 책 초반에 우리들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단박에 깨우쳐 준 뒤, 공동체 지식의 놀라운 힘, 똑똑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왜 사람들은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마는지 알려준다.

 

어쨌거나 이 책은 독자의 무지를 깨닫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지식(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습득하게 하고, 나아가 그러한 무지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깨알 팁을 알려주는 좋은 책에 속한다. 읽는 내내 흥미를 자극했고, 뇌를 두드리며 난 좀 더 똑똑해!”라고 반항하게 만들고,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결과적으로 나는 조금 더 똑똑해졌다.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조금 더 진솔되게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더 겸손한 사람이 되게 했고, 조금 더 교만한 사람이 되게 했다. (내가 무지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으니까)

 

놀라운 건, 무지의 결정체인 인간이 모여 이 놀랍도록 눈부신 과학기술을 발명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발전의 속도가 어마무시하다. 특히 나는 가장 최전선에서 기업들이 창조해내는 신기술을 맛보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지구 곳곳에 숨어 있는 놀랍도록 신기한 기술들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인간은 한 명씩은 무지하지만, 미세한 무지가 먼지처럼 모인다면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 0+0+0+0+0+0+0+0+0=2 이런 공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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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방탄 차력사의 오늘 이야기 | 인문-사회-철학 2018-05-1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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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방탄 차력사의 오늘 이야기

차경호 저
노느매기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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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역사 프리즘을 통해 미래를 여는 이야기



 

출판사에서 의도한 바가 있겠지만, 굳이 청소년용으로 한정해서 대상을 좁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표지에 넣은 글귀처럼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역사 이야기 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부분이 아쉽다. 00 씨의 책들도 학생들만 사본 게 아니라 역사에 목말라 하는 많은 어른들이 함께 사본 것으로 아는데, 출판사의 상업적인 접근이 오히려 스스로 출판시장의 한계를 정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바른 역사 인식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인데, 역사를 공부로 인식하고, 공부는 청소년기 학생만 한다는 생각 또는 판단은 지나친 듯하다. 오히려 방송에서 대화한 그대로 쓰여진 편안한 서술이 더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그 유명한 방탄 소년단을 어느 매체에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소문으로 유명하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그들이 가수인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엄청나게 유명하고 그들이 하나의 문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느낌은 여기저기서 받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방탄 차력사라는 책 제목이 시류에 편승한 상업적인 냄새가 살짝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간절한 출판사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애잔한 마음?도 든다. (많이 팔려야 할 텐데 하는 마음. 개인적으로 출판사나 작가와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책제목을 보면서 왠지 그런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역사 책이다. 역사 중에서도 현대사, 현대사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촛불시민혁명과 탄핵 같은 미래의 역사가 될 오늘의 사건들을 보면서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는 그런 식으로 진행된 책이다.

 

그래서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역사를 공부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 또는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의 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대구 지역에서 방송으로 역사를 풀어나간 차경호 역사 선생님의 방송 원고를 편집하여 책으로 펴냈다. 대구는 민주주의의 단초 역할을 했던 지역이다. 었지만 어느새 굳건한 보수의 성지처럼 되어버린 대구에서 좀더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현대를 분석한 역사 이야기의 썰전 라디오 방송 버전이다.

 

4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책은 1-촛불혁명,이라는 제목으로 시민혁명과 지도자에 대한 역사를 14개 소제목으로 훑어본다




2-잃어버린 시간,은 지역주의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자유민주주의가 왜 논란이 되는지, 일베는 누구인지, 신탁통치와 한반도의 운명 등이 다루어진다. 3-민주주의,는 역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영웅과 민중을 통해 알아보고 레미제라블의 프랑스 혁명, 우리나라의 남영동, 인혁당 사건, 사일구 혁명, 베트남 학살, 노무현과 문재인, 전태일, 정조의 경제민주화 등을 들여다 본다


4장은 독립운동으로 할애했는데, 우리나라의 바로 위 선조 그러니까 할아버지 뻘되는 분들이 어떻게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는지, 경주 최부잣집의 최우와 안중근 의사, 성산 김창숙 등이 다뤄지는데, 사실 마지막 장에서 가장 감명을 받았던 부분은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헐버트, 배설, 일본인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결코 외롭게 독립투쟁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고 이방인의 나라에서 목숨을 바친 그들의 숭고한 삶에 고개가 숙여졌다.



 

많이 알고 있던 이야기도 있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숨겨진 이야기도 많았고, 혁명, 운동, 반란 등 용어에 대한 정의, 자유 민주주의, 사회 민주주의의 차이점 등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았다.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현대 사건으로 시작하여 과거를 들여다 보고 이를 통해 미래를 제대로 살기를 소망하는 이 책의 흐름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전을 주리라 생각한다. 역사는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그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현대사를 좀더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분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방탄 차력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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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페미니즘을 팝니다 | 인문-사회-철학 2018-05-0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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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페미니즘을 팝니다

앤디 자이슬러 저/안진이 역
세종서적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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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상업화시킨 자본주의의 폐해

 



페미니즘이 한국 문학계를 강타하고 있다. 201610월에 세상에 나온 얇고 평범한 책 ‘82년생 김지영은 한 정치인의 대통령 선물 이후 갑작스런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한국 문단은 페미니즘 열풍으로 달아올랐다.

 

미투 운동으로 숨죽이며 입을 열지 못하던 한국 여성들은 과감하게 자신의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으며, 오랜 기간 유교의 가부장적 사회의 관습 아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참고 살아왔던 여성들의 다양한 억압적인 문제들이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표면 위로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페미니즘에 동참하는 것 같은 사회적 집단 심리동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러한 사회문화적 열풍이 오히려 자본주의, 상업주의의 철저한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지적한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그 시기와 강도가 앞서 있는데, 페미니즘을 자신의 이익 보자기에 담으려는 온갖 시도가 이름을 바꾸고, 모양을 바꾼 채 일상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그 본질과 정의와 사회적 함의를 제대로 추스르기 전에 자본주의의 먹잇감이 되어 너덜너덜해지고 만 현 세태를 강하게 경고하는 책이다. 우리가 알지도 못한 채 유전자 콩으로 만들어진 변형된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이 책은 페미니즘이 시장에 어떻게 동화되어 왔는지를 엠마 왓슨의 유엔 연설 같은 헐리우드 여주인공의 이야기, 할머니 팬츠로 알려진 속옷 페미니즘 이야기, 비욘세라는 연예인을 통해서 살펴보는 연예인들의 행동과 선언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1부를 이야기한다.

 

다양한 프리즘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이야기들이 신선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우리가 평소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바라보는 한국에서의 페미니즘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그 이후의 미래적 관점을 이미 미국에 도래한 다양한 사태들을 조명하고 분석하며 우리에게 알려준다.

 

즉 페미니즘은 우리에게 더 이상 운동의 의미, 선언적 의미의 사상적 기초가 아니라, 또 다른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의 한 조류가 되어 페미니즘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거나, 팬티를 입거나, 그런 책을 읽었다고 선언하는 것들로 변질해가고 있음을 고발하는 것이다.

 

2부는 1부에 비하면 조금은 더 개념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페미니즘이 그렇게 언론과 방송과 영화와 연예인들에 의해 이용당했다면 실질적으로 사회가 얼마나 변했는가 하는 것으로 되짚어보며 결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쓸쓸한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여권 신장이 이루어졌는지. 여성들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아름답다고 하는 개념은 페미니즘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책은 페미니즘이라는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대중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본 새로운 책이다. 나는 지금까지 페미니즘을 대중문화의 시각으로 한 번도 바라보거나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이 주는 놀라움은 생각보다 컸다.

 

페미니즘을 문화적으로 바라본다는 관점이 충격이었고,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런 문제들이 간과되거나 새로 생기거나, 또는 깊이 생각해야 할 그 무엇이 있다는 것들이 충격이었다.

 

우리가 시대의 한 흐름을 바라보고 순수하게 동조할 때, 세상은 자기들의 관점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 위해 바다 밑에서 동분서주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는 만큼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큰 도움이 된 책이었다. 거대한 자본주의 세상 앞에서 참으로 나는 미약하고 어리석게 순수했었다.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 여성은 자기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다. 기혼 여성이 신용카드를 쓰려면 공동서명인(남편이나 아버지)을 내세워야 했다.” (24)

 

페미니즘이란 선택권을 가지는 거예요!”라고 소리칠 때마다 나는 혀를 깨물어가며 참는다. 페미니즘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선택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되지도 않는다. ... 선택 자체가 평등은 아니다. ... 밀에게는 여성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아니라 여성이 선택을 했다는 자체가 중요했다. (285)

 

소비자 선택 측면에서의 여권 신장은 페미니즘이 아닙니다. ... 페미니즘은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데 자본주의는 평등과 완전히 대치되거든요.”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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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정된 전쟁-잠깬 호랑이 중국 | 인문-사회-철학 2018-05-0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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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앨리슨 저/정혜윤 역
세종서적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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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의 현재 바로미터를 보다 잘 측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우리나라는 과거 조선시대 때 중국을 사대하며 조공을 바쳤다. 물론 조공이 무조건적인 속곡의 의미가 아니라 무역의 개념도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는 약소국이었고, 중국은 동북아시아를 호령하는 거대한 국가였다. 우리는 임금을 세우면 중국의 책봉을 받아야 했고, 명을 섬기며 우리나라의 운명을 그들의 손에 맡기기도 했다. 그러다 왜놈이라고 깔보았던 일본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를 먹고 중국을 먹으며 동북아의 호랑이로 올라섰다. 독립을 맞이한 우리나라는 다시 강대국 미국과 소련에 의해,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갈라져야 했고, 지리적 분단과 사상적 분단의 아픔 속에  휴전 상태에 있다.

 

중국은 중일전쟁 패배 이후 아시아에서 추락하며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물론 잠든 호랑이가 언젠가 깨어나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감만 강호에 파다했다 책은  종이호랑이였던 중국이 정말 깨어나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통계적으로사회학적으로역사적으로 일깨우며 주변국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외치는 나팔 소리 같은 책이다.

 

세종서적에서 펴낸 이 책은 하버드대학교 역사학 전공, 옥스퍼드대학교 경제학 석사와 하버드대학교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레이엄 앨리슨이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국가안보, 국방정책 분석가가 쓴 책이다.

 

그러니까 사실 이 책은 미국의 국방장관 자문위원인 그가 미국의 행정부를 향해 중국을 조심하라고 외치는 정책조언서 같은 성격의 책이라고 보면 된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어쩌면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르는데, 왜냐하면~~ 하면서 하나둘 그 전조적 현상들을 역사적 시류와 정치적 시류 그리고 사회적 시류 등을 분석하며 꼼꼼하고 날카롭게 밝혀내고 있다.

 

저자는 거시적 관점에서, 중국은 예를 중요시하는 대국인데 미국은 동방의 문화를 모른 채 힘과 자본의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인식과 관찰은 중국을 같은 아시아권 국가로 인식하고 바라보는 나에게도 매우 신선했는데, 저자가 단순하게 물리적인 통계와 역사적 사실로만 미래를 예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 충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논리적인 설명에 금방 설득 당하고 말았다.

 

그가 제시하는 지표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력에서 이미 미국을 오래 전에 넘어섰는데,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경찰이 자기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오랜 과거 아시아 또는 세계의 중앙에 있는 황제국가였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되찾아올 충분한 여력이 생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저자의 입장에 따르면, 전쟁은 많은 경우 우발적으로 일어나곤 하는데, 미국과 중국이 상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판단의 실수 또는 감정이나 자존심의 손상으로 피치 못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과거의 중국과 현재의 미국 사이에서 눈치보기를 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외줄타기와 같은 것이어서, 이들의 결정이 우리나라의 모든 것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에 이 두 나라를 면밀하게 이해하고 분석하고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대대적인 변신으로 온 세계의 눈이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사대의 대상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꾼 한국은 우방, 혈맹 등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미국 때문에 싸드를 배치해야 했고, 결국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휘청거렸다는 사실은 많은 국민들이 실감하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한국, 북한을 주축으로 중국, 미국, 일본은 모두 변화의 태풍에 발을 담그고 말았다. 공은 굴러가야 하고 어디로 굴러갈지만 남아 있는 것이다. 아직 우리는 누가 적인지도 모를 그 미지의 적을 조금씩 더 잘 알아야 하고, 그런 면에서 묵직하고 두꺼운 이 책은 나름의 안내서가 되어줄 수 있다. 책 전면에 박아넣은 번쩍이는 수상 타이틀들은 이 책이 쉽게 쓰여진 책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지금 시기에 딱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의 단점은 가격이 비싸고 400쪽 가까이 되는 만만치 않는 두께의 책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보통,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실제 모습보다 더 온순하다고 생각하고,

잠재적인 적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동기가 있다고 재빠르게 단정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예정된 전쟁,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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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정의여 (서평-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 인문-사회-철학 2017-12-1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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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시미즈 기요시 저/문승준 역
내친구의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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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같은 세상에 사회정의를 요구하는 책


누워서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제목을 훔쳐본 아내가 이런 책은 정신건강에 안 좋다고 읽지 말라고 한다. 우리 부부는 호러영화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끔찍한 장면이 들어간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다. 예전에는 전쟁 영화를 좋아했는데 너무 사실적인 묘사가 많은 영화는 절대 사양한다. 이미지는 뇌에 오랫동안 잔상을 남기고, 그것은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장르 책으로 본다면 표지는 매우 정숙하고 얌전한 편이다. 그냥 제목이 뭔가, 압축되어 있으면서 끔찍함을 대류의 파동처럼 느끼게 하는 그런 날카로움이 있다. 부제로 달린 제목 역시 나쁜 것은 다 모아 놓았다. 연쇄, 아동납치, 살인. 이런 단어를 입에 올리면서 결코 즐거워 할 수는 없다. (사실 얼마 전에 읽은 “봉제인형 살인사건” 같은 제목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다행이 아내에게 이 책은 그런 소설이 아니라, 실화를 엮은 책이라고, 아직 아이들을 찾지 못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어 아내의 우려를 조금 낮출 수 있었다. 이 책은 방금 얘기한 것처럼 일본에서 17년 동안 무려 다섯 명의 아이들이 실종되고 살해당한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한 한 방송기자의 탐사보도 형식의 사회 고발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재심”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영화였다. 영화는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벼랑 끝 변호사가 억지로 재심 사건을 맡아 10년 동안 살인자 누명을 쓰고 살아온 청년을 무죄로 변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가 살인죄를 뒤집어 쓰게 된 것은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고 거짓 자백을 했기 때문이었다.

책의 저자는 아동살인사건이 각각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모두 한 사람에 의해 연쇄적으로 일어난 것임을 추리하고, 그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범인이라고 자백해 무기징역으로 수감되어 있던 사람이 무죄임을 밝히는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밝히고 있다. 그 피해자 역시 경찰의 무자비한 고문 때문에 거짓 자백을 하고 살인자가 되었다.

영화 재심이 나오고 나서, 사건 당시 판사였던 박범계 국회의원은, 영화에서 변호사 역의 실제 모델이었던 고졸 출신의 파산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가 재심을 청구하여 17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삼례 나리슈퍼 사건의 무고한 세 명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또는 경찰의 무리한 취조로, 명확한 증거없이 정황증거만으로 범인으로 몰린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살인범으로 몰아세우는 무지막지한 사회정의 구현을 빌미로 한 권력자들도 있다.

이 책의 90퍼센트는 저자가 살인자로 복역하고 있는 사람이 실제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을 “재심”이나 “무죄”로 하면 되지, 왜 저렇게 무시무시한 제목을 달고 있느냐 하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사건의 범인이라는 사람이 무죄로 풀려났다면 당연히 경찰은 진짜 범인을 찾는 수사를 벌여야 하는데, 일본 경찰과 사법부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저자가 17년째 복역 중인 그를 무죄로 하기 위해 힘들게 유가족을 만나고,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 용의자를 만나고, 증거품을 수집하고 했지만, 그 모든 정보를 경찰에게 알렸지만 경찰은 요지부동이다. 국회의원을 움직이고 텔레비전 방송으로 압박을 해도, 경찰은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날까만 걱정하였다.

그래서 저자는 제목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바로, 아동 다섯 명을 살해한 그 범인이 아직 우리들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범인이 살아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그래서 그는 책으로 다시 사자후를 토하는 것이다.

손에 책을 잡고 이렇게 빨리 몰입되어 읽기는 오랫만이었다. 그것도 소설이 아닌 비문학 책을. 놀랍게도 이 책은 일본추리문학협회로부터 상을 받게 된다. 그만큼 이 책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놀라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놀라는 것은, 이 책에 담긴 내용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이 아니라, 실제 일본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데 있다.

이 책은 사회 정의를 위한 책이다.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책이다. 정치인들을 움직이게 하는 책이고, 사법부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고, 우리의 가슴을 다시 뜨겁게 하는 책이다.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한다. 응답하라, 정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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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 인문-사회-철학 2017-12-11 21:53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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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선택 가능한 미래

비벡 와드와,알렉스 솔크에버 공저/차백만 역
아날로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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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가능한 미래>

SF소설을 좋아하다보면 자연히 미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막연한 동경은 SF소설에서, 미래공상과학영화에서 힌트와 아이디어를 얻는다. 왜냐하면 영화와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에서 출발하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막막한 임계점을 넘어 곧잘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설정과 장치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영화와 소설을 통해 나타난 것들이 결국 현실로 나타나고, 우리는 그 예언적인 예지력 앞에 다시 감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우주 이야기 “스타트렉”은 1969년에 미국에서 처음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스타트렉의 많은 것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타트렉은 무수한 팬을 만들어내며 현재까지 그 명성을 이어가며 영화의 다양한 버전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반면 지구의 멸망 이후를 다룬 영화인 “매드맥스”는 스타트렉보다 10년 뒤인 1979년에 처음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그때 멜깁슨이 풋풋한 모습으로 나온다고 한다. 물론 영화는 무척 황폐하고 황량하며 잔인하고 난폭하다고 하는데, 죽기 전 꼭 봐야 할 1001편의 영화에 소개되어 있어 나름의 의미를 가진 영화로 보인다.

“선택 가능한 미래”의 저자는 우리에게 “스타트렉”이냐 아니면 “매드맥스”냐를 질문한다. 둘 중 하나밖에 없다. 둘 다 우리의 미래에 관한 것이며, 하나는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미래 또 하나는 매우 차가우며 자기중심적인 미래이다.

미래는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며 그 발전속도에 대한 것, 발전 내용에 관한 것은 사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최근 나오는 많은 책에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절반 이상은 4차 산업 혁명이라든지, 인공지능을 다루는 다른 책들과 별 차이점이 없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미래에 대한 관심으로 몇 권의 책을 이미 읽어왔고, 관련 기사들을 눈여겨 보고 있었기에 저자의 정보성 글들은 그다지 나를 유혹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나름 좋은 평점을 얻게 된 것은 그러한 정보들이 그저 신기한 정보로만 역할과 기능을 하지 않고, 우리에게 인문학적인 질문거리를 던져주었다는 데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을 읽는 당신은 미래에 대하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의지를 재확인시켜준 것에 있다. 그리고 더 놀랍게도, 그 선택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매우 희망적이면서 역설적인 책임까지 떠안겨 주었다는 것이다.

사실 2장부터 4장까지 소개하는 인공지능, 로봇, 유비쿼터스, 드론, 마이크로바이옴, 자율주행, 3D프린팅, 태양에너지, 인공신체 같은 이야기는 사실 이제 식상한 주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물론 각 주제의 내용을 서술함에 있어서 단순한 정보제공에 그치지 않고 저자는 끊임없이 스타트렉과 매드맥스의 관점에서 비교하며 어떤 선택의 지혜를 제공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그 모든 것을 나열하기에 앞서서 가장 먼저 1장에서 독자들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었다는 데 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건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동일한 기술을 좋은 일에 쓸 수도, 반대로 나쁜 일에 쓸 수도 있다.” (19쪽)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선택은 저 위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저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최신 기술의 정보들을 최대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활용하고 또 대처하는 것에 만족하려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당신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당신이 나서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위대한 정신이 하나로 모여서 집단지성을 이루고 힘을 발휘할 때만 법률제정자들은 변화의 방향을 조절하는 ‘상식적 정책’을 마련한다.” (56쪽)


우리는 지난 해 위대한 정신이 하나로 모여서 집단지성의 승리를 이룬 바가 있다. 그 경험과 노하우라면, 우리의 미래 역시 그렇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는 그 집단지성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을 투쟁해 왔는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살아갈, 그리고 우리의 자녀가 살아갈 미래라는 생각을 한다면, 우리는 더 정신을 집중해서 디스토피아가 아닌, 우리가 꿈꾸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지성을 모아야 한다. 인공지능이 우리를 앞질러 갈 거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지금부터 포기하고 체념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 인공지능은 비록 단번에 바둑을 점령하고 은퇴해버렸지만, 현재의 로봇은 아직 빨래조차도 제대로 구분하고 개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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