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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보통씨의 짜-ㄴ한 일상분투기-괜찮아yo | 비소설 2018-11-1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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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괜찮아yo

버내노 저
세종서적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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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씨의 짜-한 일상 분투기.



 

 

사실 안 괜찮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보통씨라고 표현을 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스스로는 유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내 기준으로 보더라도 보통이라는 기준은 넘어선다피어싱과 문신을 서너 개 붙이고 있는 여자라니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노라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녀의 정체성에 보통씨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왜냐하면 그녀의 생각과 삶이 바로 내 생각과 내 행동과 무척 닮아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내 생각과 내 행동은 어쩌면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행동이다.

 

우리는 곧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들남자 사람이거나 여자 사람인대부분 철저한 의 정체성으로 험난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살아가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주인공인 특이한 책이다그러니까 각 에피소드의 모든 주인공은 작가 자신인 경우가 95%이고 나머지는 작가의 어머니나 애인친구 들로 채워진다철저하게 자기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엮어낸다.

 

지나치게 살아있는 날 것이어서 키득키득 웃거나 울거나 한다.

 


 

이 책은 KT올레마켓이란 곳에서 웹툰으로 5년 이상 연재한 버내노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이렇게 촌스러운 이름이 있을까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KT올레마켓은 2016년에 케이툰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케이툰을 검색해 들어가보니 온갖 웹툰만화웹소설소설 들이 잘 차려진 한정식처럼아니 분식집처럼 좌악 펼쳐진다이곳에서 버내노는 자신만의 캐릭터로 5년 동안 장수하며 자신의 삶을 해학과 풍자로 그려내며 살아왔다.

 

그러니까 이 책은 웹툰을 인쇄한 책이다웹툰과 만화가 서로 다른 장르로 구분되어 있는 걸 보니 이 책을 만화책이라 부르기는 조금 모호한 면이 있다그녀의 블로그도 검색이 되길래 들어가 보았다총 180개의 글이 있는데 2018년 1월 이후에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아마 많이 바쁜가 보다.

 

그림에서 보듯이 괜찮아yo 캐릭터는 지나치게 단순하다솔직히 말하면이거 초등학생이 그린 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처음에는 웹툰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 하여 대학생이 갓 된 둘째 딸에게 책을 건네주었다함 읽어봐그랬는데 좀 유치하다면서 그닥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래그럼 아빠가 읽을 게하고 다시 건네받았다.

 

사실 이런저런 일이 겹쳐 머리가 많이 무거웠고 숨 돌릴 틈 없이 옥죄는 업무 스트레스가 턱 밑에까지 차올라 있어 긴장과 불안은 최고조에 달해 있던 상태였다전날인 토요일도 아침부터 일터에 나가 밤 아홉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으니 그 엉망진창인 기분과 체력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런 심리상태가 작용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머리도 띵한데 조금 보며 머리를 식혀야 겠다생각을 하고 한 장 두 장 넘기며 읽기 시작했는데손이 가요 손이 가하는 광고음악처럼옆에 무심코 놓아 둔 과자처럼 손이 계속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급기야는 오늘 이걸 다 읽어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혼자 주인공 버내노의 보통 일상을 함께 웃으며마음 아파하며고개 끄덕이며 길게 길게 동행하고 말았다.

 

월급을 꼬박 받는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 먹고 나오는 장면은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직장인에게서 통쾌한 대리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했다물론 그 과정의 심리적 묘사가 탁월했고 물론 그 이후의 비참하거나 힘들거나 아픈 삶이 주는 실질적인 묘사 역시 또 다른 위안을 준다그것은 직장 안이거나 직장 밖이거나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과그런 시간과 삶이 하루하루 모여 자기의 인생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보통씨의 일상이기에 놀라운 일도드라마 같은 일도 없다그럼에도 그녀에게 고백한 세 살 연하 남친의 이야기는 따뜻하게 드라마틱해서 눈물이 찔끔했고,

 


 

연재라는 일정의 압박이 주는 무리로 인해 갑상선 암을 치료받는 이야기도 짠해서 눈물이 찔끔났다안구건조증인데완전히 말라버리진 않았나 보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책이지만내 삶을 훔쳐보는 것 같았고그래서 우리는 하나가 된 것 같았다묘한 치유가 일어났다.

 

웹툰 하나 보고 치유라니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모든 이야기는 치유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너와 나만이 아는 비밀이다.

이 책이 그랬다.

 

사실 안 괜찮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월요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을 투명하게 비추어준 버내노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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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슬픔을 치유하는 독서모임-슬픔을 건너가는 중입니다 | 비소설 2018-10-3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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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슬픔을 건너가는 중입니다

앤 기슬슨 저/정혜윤 역
세종서적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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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슬픔을 건너가는 중입니다

슬픔을 치유하는 독서모임이 있다면....

 


 

독서는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에 대한 해답을 이 책은 제시하고 있을까.

 

20058월말 허리케인 하나가 미국을 강타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육지에 상륙하기 전 1등급으로 강해진 상태로 미국을 덮쳤다. 미국 남동부를 강타했는데 뉴올리언스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폰차트레인 호 제방이 붕괴되면서 뉴올리언스는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고 말았다. 뉴올리언스는 지역의 80%가 해수면보다 지대가 낮았는데 카틀리나로 폭우가 쏟아지고 제방이 무너지면서 도시로 들어찬 물은 빠져나가지 않고 그대로 도시에 머물렀으며 이 지역 주민 2만 명 이상이 실종되었다. 50만명의 시민 중 2만명이 실종되었다면 대부분 가구당 실종자가 있다는 얘기다. 도시는 물에 잠기고 모든 사람은 비탄에 잠겼다.



 

 

독서 모임을 시작할 때 책의 저자는 걷잡을 수 없는 정신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부서진 집에서 살 수가 없어 친척과 친구 집을 전전하며 돌아다녔는데 그 때 임신사실을 확인한다. 수년 뒤 폐허가 된 집으로 돌아오고 폐허 속에서 아이가 자라났다. 몇 년이 흘러 카트리나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까 싶었는데 쌍둥이 동생들이 자살하면서 그녀의 삶은 다시 곤두박질치고 집안을 호령했던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그녀는 또 다른 실존적 위기에 처한다.

 

독서모임은 실존적 위기에 빠진 사람들의 독서클럽으로 정해졌다. 카트리나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는 뉴올리언스 어느 집의 거실에서였다.

 

실존적 위기에서 허우적거리던 사람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책이나 짧은 단편을 정하고 함께 읽은 뒤 이야기를 나눈다. 발제자는 왜 그 책을 선택했는지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험, 서로의 느낌, 서로의 감정을 나눈다.

 

이 책은 그 독서모임을 이끌었던 주인공 저자의 개인적인 감정과 느낌에 충실한 책이다. 그러니까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저자의 실존적 아픔이 어떻게 독서모임 속에서 풀어지고 스며들고 화해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보면 좋다. 앞에서 설명한 실존적 아픔은 오롯이 그녀만의 몫이다. 비슷한 아픔이 다른 회원들에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카트리나 허리케인으로 집을 잃었고 가장 어려운 시기에 아이를 가졌으며, 최근에는 두 동생이 모두 자살하면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 이런 아픔, 이런 상실, 이런 고통이 씻은 듯이 나아질까, 원래의 상태로 회복될까. 겉표지 띠지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2017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는 광고같은 문구가 차갑고 어두운 북유럽 밤하늘에 나타난 오로라처럼 반짝거린다. 최고의 책이라는 문구는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과장되어 있다. 독자였던 나는 카트리나 같은 거대한 공동체 슬픔을 직접 겪어보지 못했다. 세월호만으로도 나는 휘청거리고 있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다른 책이나 영화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고통은 그 누구도 백 퍼센트 동질의 아픔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아프고 아픈 책을 읽으면서 책 저자처럼 깊은 슬픔에 빠져들지 못했다. 나는 나만의 슬픔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그녀의 아픔은 그녀의 아픔이었다.

 

이 책은 나의 슬픔을 치유해주지 못했다. 이 책은 치료제가 아니다. 이 책은 저자인 앤 기슬슨의 이야기다. 그녀가 감당못할 시련 속에서 독서모임을 통해 어떻게 회복되고 있는지 그녀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는 책이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이 책은 아직 치유의 과정에 놓여 있는 진행형의 미완성 이야기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아직 지난한 길을 걷고 있다. 책이 치유제가 아니라 그 책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에게 치료제가 된다. , 독서 그 자체가 아니라, 독서모임, 그러니까 서로 다른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과 공간을 통해 치유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누구는 빨리 회복되고 누구는 천천히 회복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책은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떠올리게 하고 용서하게 한다는 것을. 이겨내게 하고 견디게 하고 웃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고통 속에 놓여 있다면 책을 읽자. 그리고 사람을 만나자. 그것이 바로 위대한 독서치유의 첫걸음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실존적 위기에 빠진 사람들의 독서클럽모임에서 2월에 함께 읽고 나눈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책을 주문했다. 그들은 짧은 단편을 읽었지만, 한국에 소개된 책은 폴란드 단편집으로 여러 작가의 단편을 모아놓고 있었다. 폴란드 단편집이라. 좋았다.

 

~~~~~~~~~~~

 

저녁 내내 브래드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남의 이야기를 듣고, 손님을 접대하고,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며 간식을 축내는 아이들에게 달려가서 주의를 주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 즉 우리가 읽은 글들에는 서로 우의를 나누는 단순한 행위가 바로 삶을 즐기는 일이며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짧은 생을 최선으로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가치가 담겼음을 지적했다. (039)

 

우리는 먹었다. 흡사 메뚜기 떼처럼 사정없이 먹어치웠다. ... 우리는 강한 사람들이고 우리는 먹는다. 빵은 이방인들끼리 나누는 사랑인 것이다.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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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걷기예찬] | 비소설 2018-10-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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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걷기예찬

다비드 르 브르통 저/김화영 역
현대문학 | 200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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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걷기예찬]



 

학창시절에 열심히 외운 문장들이 있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우보 민태원 작가의 수필 청춘예찬1930년대 일제 강점기 아래 작성된 글임에도 불구하고 청춘들의 꿈을 무한대로 끌어올렸다.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얼음이 있을 뿐이다. (청춘예찬 시작부분)

 

또 수필가 이양하의 신록예찬은 어떤가.

 

그러나 이 짧은 동안의 신록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참으로 비할 데가 없다. 초록이 비록 소박(素朴)하고 겸허(謙虛)한 빛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때의 초록은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도 뒤서지 아니할 것이다. 예컨대, 이러한 고귀한 순간의 단풍(丹楓) 또는 낙엽송(落葉松)을 보라. 그것이 드물다 하면, 이즈음의 도토리, 버들, 또는 임간(林間)에 있는 이름 없는 이 풀 저 풀을 보라 그의 청신한 자색(姿色), 그의 보드라운 감촉, 그리고 그의 그윽하고 아담(雅淡)한 향훈(香薰), 참으로 놀랄 만한 자연의 극치(極致)의 하나가 아니며, 또 우리가 충심으로 찬미하고 감사를 드릴만한 자연의 아름다운 혜택의 하나가 아닌가? (신록예찬 마지막 부분)

 

그것이 청춘이든, 신록이든 우리는 푸르른 것을 찬양하기에 아낌이 없다. 나아가 청춘과 신록을 합친 걷기 예찬은 내 삶에 찾아온 세 번째의 큰 기쁨이었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 걷는다는 것은 잠시 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 (걷기 예찬 첫 문장)

 

걷기예찬의 첫 문장은 청춘예찬의 첫 문장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청춘예찬이 첫 문장으로 피끓는 청춘들의 가슴을 자신 밖의 세계로 활짝 열어젖혔다면, 걷기예찬의 첫 문장은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길과 조우하되 그 속에서 자신과 만날 수 있도록 시선과 생각을 내면의 세계로 깊이 열어젖혔다.

 

걷기예찬을 걸으면서 읽을 수가 없는데 이것이 가장 큰 모순이다. 읽기 위해서는 앉아야 한다. 하지만 방법이 하나 있으니 걷다가 걷기예찬을 읽는 것이다. 만약 날씨 좋은 날이라면 한참을 걷다가 벤치에 앉아 이 책을 펼쳐보라.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청춘예찬이나 신록예찬과 비교할 수 없는 걷기예찬은 그것이 한 권의 책이기 때문이다. 앞선 두 예찬은 한 편의 수필로 그 길이가 얼마 되지 않지만 걷기예찬은 그런 수필이 200쪽 넘게 이어진다. 그런 수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쪽을 이루어가는 한 편의 수필들이 그만큼 완성도가 높고 매번 청춘예찬을 읽는 것처럼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 때문이다.



 

역자의 글을 읽어보면 이 책이 어떻게 우리 한글로 번역되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실로 기막힌 우연, 기막힌 선택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번역본이 나오게 되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이 책을 고르고 번역해준 김화영 교수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기적을 믿는다면 김화영 교수가 프랑스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된 그 우연의 일치가 아닐까. 책도 한국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났고, 교수도 이 책을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났던 것이다.

 

작가 다비드 르 브르통 교수는 걷기의 최고로 혼자 걷기를 꼽는다. 혼자 걷기가 왜 으뜸 걷기인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나도 완전히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서 최근 점심을 먹고 나면 3킬로미터 정도를 탄천길따라 걷기를 하였다. 혼자만의 이 시간. 나는 생각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기도를 읊조리고, 관찰하고 소리들을 듣고 냄새들을 맡는다.



 

작가는 책 속에서 말 그대로 걷기에 대한 모든 것을 사색한다. 혼자 걷기는 물론 여럿이 걷는 것, 산책하는 것, 탐험하는 것, 도시에서 걷는 것, 순례자로 걷는 것을 경험과 문헌과 역사를 통해 공유한다. 걷는 행위가 어떻게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행위가 되는지 숨김없이 토로한다.

 

주옥같은 명문장들이 너무 많아 밑줄을 그으려고 하면 책이 몽땅 밑줄로 도배될지도 모르겠다.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로의 초대다.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하게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때 경험의 주도권은 인간에게 돌아온다. ... 걷기는 시간과 공간을 새로운 환희로 바꾸어놓는 고즈넉한 방법이다 ... 걷기는 어떤 정신상태, 세계 앞에서의 행복한 겸손, 현대의 기술과 이동수단들에 대한 무관심, 사물에 대한 상대성의 감각을 전제로 한다. (걷기예찬 21)

 

걷기예찬은 책을 읽음과 동시에 걷기를 실천하게 하는 실천문학책이다. 발이 근질거려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이 아름다운 문장들을 읽고 어떻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토록 많은 길들, 마을들, 도시들, 산과 숲들, 바다와 사막들이 있는 한 그곳에 이르고 그곳을 느끼고 그곳에 도달한 기쁨 속에서 우리의 기억을 껴안기 위한 그토록 많은 코스들이 또한 열려 있는 것이다.

 

오솔길, , 모래, 바닷가, 심지어 진흙탕이나 바위까지도 우리의 몸과 어울리고 존재한다는 희열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존재한다. (걷기예찬 261쪽 마지막 문장)

 

걷기는 예찬받아 마땅한 행위다. 발이 살아있는 한, 길이 저기에 있는 한, 우리는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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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번역가의 민낯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 | 비소설 2018-09-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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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노승영,박산호 공저
세종서적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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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생계형 번역가의 민낯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

 

 

참 재미있게 읽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의 자유로움, 번역이라는 전문성이 갖는 고품격. 특히 나처럼 언어 습득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번역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풍겨오는 아우라를 감당하기 힘들다.

 

올해 초에 또 다른 번역가의 민낯 책을 읽고 서평을 쓴 기억이 난다. 이 책과 비교해보면 그때 책은 작가도, 글도 너무 날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선 회의 신선함도 좋지만 때로는 어느 정도 숙성이 된 깊은 맛도 필요하다. 이 책은 번역가가 아닌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는 순수한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적당히 숙성이 되어 있다. 만약 당신이 번역가 지망생이라면 이 책은 숙성 정도가 아니라 멘토 도서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노승영, 박산호라는 두 번역가가 그 동안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모으고 추려 번역가의 삶을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펼쳐낸다. 아주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면 보통은 작가의 이름이 아닌 번역가의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나 역시 번역의 소중함을 잘 알면서도, 작가 이름을 외우기도 힘든 두뇌라 번역가 이름까지 뇌 공간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동안 읽었던 수많은 번역 책의 한국 작가들에게 고마움과 경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두 저자 가운데 박산호라는 이름이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았다. 그랬다. 최근에 읽었던 얼음 속의 소녀들을 번역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토니와 수잔도 그의 작품이었다.

 

내친 김에 노승영 작가도 찾아보았다. 읽으려고 찜해 둔 책이 상당히 많은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직접 읽은 책은 누구를 구할 것인가한 권이 있었다. 어쨌든 이 책의 저자들이 내가 읽은 책의 번역가였다니, 사실은 내가 이미 만나왔던 사람들이라니 기쁘기 그지없었다.

 

책은 번역이라는 작업” “생계형 번역가의 하루” “살펴보고, 톺아보고, 따져보기” “번역가의 친구들” “번역가를 꿈꾸는 당신에게의 다섯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두 작가가 적당한 순서로 돌아가며 번역이 어떤 일이며, 번역료는 어떻게 계산하고, 어떻게 번역을 하고, 번역가의 친구관계는 어떻게 되고, 번역가가 되려면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등을 친구에게 얘기하듯 술술 풀어놓는다.

 

책 꼭지 하나하나 참 재미있다. 맛깔난 글솜씨가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니까 글맛이 있는 특수분야의 이야기. 번역가가 아니면 생각하거나 경험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번역의 일은 혼자와의 싸움을 하는 것이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는 작업이다. 그래서 그 특수성에 맞는 사람이 이 일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책 한 권을 번역하는 데 보통 두세 달이 걸리고, 그 동안은 수입이 없고, 시간을 자유로이 쓸 수 있으며 책 한 권을 끝냈다고 알아서 책을 또 번역하라고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자유로운 직업은 시간이 자유로운 만큼 일감도 자유롭다는 것. 익히 알고 있는 범주의 정보지만 실제로 그 일을 하고 있는 번역가들에게 그 체감의 깊이는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글 행간에 숨어 있는 틈새에서 발견한다.

 


 

번역가에게 영어 실력이 아니라 왜 우리글 쓰는 실력이 중요한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전을 찾는 품을 들여야 하고, 한글 지원 사이트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때로는 원저자에게 그 뜻을 묻는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하는지, 번역이라는 일이 가지는 특수성이 얼마나 다양한지 우리는 번역가들의 글을 통해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제 우리는 번역본 책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 번역자의 이름을 살피고 그가 이전에 어떤 책들을 번역해 왔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문학이란 번역가가 없으면 세계로 퍼질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맨부커상을 원저자와 번역가가 왜 함께 수상하는지 우리는 이해하게 될 것이다. 번역가의 문학적인 번역 노력이 없다면, 문화가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르고, 먹는 것이 다르고, 사는 공간이 다른 타국 사람에게 원저자가 생각했던 그 머릿속 느낌을 제대로 전해줄 수가 없다. 그만큼 번역가의 역할은 중요하다.

 

 

번역가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쓰여진 것인지 궁금하다면, 번역일을 해볼까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책이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선택한 당신의 손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생계형 번역가의 삶, 그 민낯을 구수하게 읽어낼 수 있는 참 알차고 쫄깃쫄깃한 책이었다. 그나저나 구글번역기가 맹위를 떨치고 있고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형 로봇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번역가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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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의 장애아동 버스운전기 | 비소설 2018-08-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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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저/유혜인 역
북라이프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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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꿈과 희망의 장애아동 버스운전기

여기에서 “꿈과 희망”이라는 부제를 붙인 건 아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준 버스였지만 저자 자신에게도 “꿈과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해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 “꿈과 희망”을 고스란히 전달해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에게 이 버스 운전 경력이 “꿈과 희망”이 되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그의 파란만장한? 작가의 여정에 있다. 그는 에이전트까지 둔 전업자가로 출발했다가 쫄딱 망한 뒤 파선선고를 받고 우편함에 꽂힌 구인광고지를 보고 스쿨버스 운전사가 되었다. 그는 1년간 장애아동의 등하교를 책임지는 버스 운전기사를 한 뒤 다시 작가로 성공하게 된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제65회 간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제70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세계 유수 영화제 3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러스트 앤 본> 영화의 원작 소설가가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작가가 삶의 여정에서 실패라는 경험을 한 뒤, 포기하지 않고 인생을 받아들인 두 번째 삶, 잠깐 스쳐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이 1년의 경험 때문에 나머지 삶들이 보다 의미 있어지고 완성되어진 그런 중요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가 장애아동들과 엎치락뒤치락 하며 보낸 1년의 삶이 자신에게도 꿈이 완성되고 희망이 성취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그렇게 본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라는 책이 나왔다. 비슷한 류의 책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라는 책은 버스기사인 저자의 눈을 통해 버스를 타는 사람들의 시선, 의미, 관계를 탐구하고 해석한 개인 성찰형 에세이이다. 그에 반해 이 책 “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는 저자가 특수아동 버스를 몰며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가고 바깥에서 봐 왔던 장애아동들의 마음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소설 같은 책이다.

그래서 국내 책이 다소 무거운 느낌, 짙은 장미와 같은 책이라면, 노란 바탕에 깜찍하게 디자인된 이 책은 화사한 개나리와 같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저자가 매우 낙천적이고 유머 가득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1년 뒤에도 계속 저자의 차를 타고 싶다고 할 정도로 그는 열여섯 살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저자는 다시 글을 쓰고 작가가 될 힘을 얻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책 속 글들이 시종 유머로 가득 차 있다고 실제 그의 버스기사 삶이 행복에 겨운 것은 아니다. 언급이 자제된 부분이 있겠지만, 그가 운전한 3077번 버스에는 자기의 행복한 세상을 추구하는 자폐아동 개빈, 가벼운 언어장애를 가진 어린 소녀 나자, 지적장애가 있지만 스타워즈 전문가를 자처하는 백과서전 빈센트, 취약X증후군을 앓고 가끔 미친 인격을 보여주는 올리버, 그리고 뇌성마비가 있었지만 자동차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 제이크가 탑승했다. 그림이 그려지는가. 버스기사들은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무전기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오줌을 지리기도 하고 창문에 머리를 찧기도 한다.

상상할 수 있을까. 내가 만약 3077번 버스의 운전사라면 나는 어떻게 무얼 할 수 있을까.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3077번 버스를 몰게 된 저자는 아이들을 천사로 생각하며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진짜 천사라는 걸 발견한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생님 운전사를 만나게 되고, 인생에서 가장 멋진 1년을 보내게 된다. 제이크는 저자와 깊은 유대를 가지며 친구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이 멋진 작가 운전사를 만난 덕분에 3077번 아이들도 행복했고, 저자도 “버스가 망가진 나를 살려줬다”며 다시 글을 쓰게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런 감정에 녹아들고 뭔가 긍정적인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안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복감, 자연과 이웃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시선, 뭔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이런 것들이 싹터 옴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얼마나 멋지고 황홀하며 가치 있는 책인가.
이런 삶을 살아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몇 년 뒤에 이렇게 완벽하게 그 때의 삶을 복기해 낸 저자의 정신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나도 다시 뭔가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저자가 3077번 버스를 만난 것처럼, 나도 이 책을 만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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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책을 무서워한다 - 다라야의 지하비밀도서관 | 비소설 2018-08-14 20:08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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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델핀 미누이 저/임영신 역
더숲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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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책을 무서워한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도서관>



 

너무나 무심했던 시리아 내전과 다라야 민주화 운동.

 

혼자 사는 것에 바빠 지구촌 이웃의 아픔에 이리도 무관심한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먼 시리아에서 독재자 아사드에 대항하고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내 건 젊은 청년들에게도 미안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들과 끊임없이 연락을 취하며 세상이 그들을 보고 있음을 알려주고, 전쟁터 한 복판에 숨겨진 책보물 도서관의 존재를 알려준 저자에게도 감사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사전 정보를 조금 더 알고 책을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시리아는 터키와 이라크, 레바논, 이스라엘을 국경으로 두고 있는 국가이며, 1971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하페즈 알아사드부터 2001년 이후 현재까지 장기 집권하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에 위해 통치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중동의 민주화 시위의 영향으로 소규모 평화시위로 시작했지만 정권 유지에 불안을 느낀 아사드는 과도한 대응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사태는 더 커지고 말았다. 그리고 2015년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응하여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가세하면서 복잡한 국제전으로 바뀌었다.


(처참한 다라야 시내 모습)

 

2018년으로 시리아 내전은 8년째에 접어 들었는데, 이 책은 내전 한 가운데에 있던 2012년부터 최종적으로 모든 시민과 자유시리아군이 철수한 2016년까지의 다라야 도시와 그 도시에서 저항한 젊은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 델핀 미누이는 프랑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며 중동 지역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다라야는 정부군에 의해 4년간 모든 도로, 물자 등이 봉쇄된 채 엄청난 폭탄으로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폐허가 되었다. 2015SNS에 올라온 다라야 전쟁터 속의 도서관 사진을 보고 접촉을 시작한 그녀는 총과 함께 책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책에 빠져든 시리아 대학생들과 어렵게 접촉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이후 다라야가 결국 정부군의 폭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모든 시민과 자유군이 퇴출한 20168월까지의 기록, 그들과의 연락을 통해 알아낸 내전 상황, 젊은이들의 평화와 자유에 대한 마음의 기록물이다. 끝내 희생자가 되고 만 지하 비밀도서관의 창립자 오마르의 죽음은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한다.

 

참담한 전쟁의 포화 속에서 책을 통해 평화를 꿈꾸고 희망을 노래한 젊은 전사들의 이야기가 과장없이 여과없이 이 책을 통해 노출된다. 그리고 책이 총보다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억압자들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닫게 하려 하지만, 자유는 날개를 달고 있어서 미세한 틈을 비집고 날아오른다. 드럼통폭탄, 화학물질 폭탄이 수도 없이 떨어지는 전쟁터에서 책은 마지막 희망이고 마지막 기쁨이었다.

 

그들은 책을 통해 통치자들이 얼마나 나쁜 집단인지를 깨달았다.

 

이제 우리의 과거에 눈을 뜨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심과 절망의 순간에 과거는 왜 우리가 싸워야 하는지를 일깨워주었습니다.” (074)


(CNN이 촬영한 다라야의 비밀도서관 내부, 동영상 캡춰)

 

정부는 책을 숨겼지만 폐허 속에서 주워낸 책을 통해 청년들은 오히려 싸워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를 발견했다. 그들은 폐허 속에 세운 도서관에서 어린왕자를 읽고,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었다. 시리아의 역사를 읽었고, 사라예보의 역사를 읽었다. 그들은 포화가 멎은 밤, 서로 모여 토론을 했으며 책을 통한 성숙을 마음껏 받아들였다.

 

이제 다라야에는 더 이상 그 도서관이 남아 있지 않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부활했고, 이 책을 통해 죽어간 젊은 저항자들이 다시 살아났다. 총칼과 폭력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권력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책을 불 태우고 지식과 지혜를 왜곡시킬 수 있겠지만, 진정한 진리는 폐허 속에서도 다시 피어오를 것이다.  다라야는 죽지 않았다. 다라야의 역사는 현재 진행중이다. 우리나라도 광주 민주화운동 등이 비슷한 모습으로 민족의 아픔으로 남아있다. 자유를 향한 모든 역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며, 불씨는 우리 가슴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 책의 저자, 델핀 미누이)

 

~~~~~~~~~~~~~~~~~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수단이자 영원히 무지를 몰아내는 방법입니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부 엘에즈도 역시 스물세 살이었다. (035)

 

살아남은 그는 책이 주는 유익함을 믿었다. 등의 상처는 치유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마음의 상처를 달랠 권리는 있는 것이다. ...

 

책은 지배하지 않습니다. 책은 무언가를 선사해주죠. 책은 거세하지 않습니다. 책은 성숙하게 합니다.” (037)

 

책은 속박에 저항하는 기억의 산물이었다. 또한 시간과 굴복과 무지에 대항하는 퇴적물이었다. (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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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 비소설 2018-07-1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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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함돈균 저
세종서적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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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부제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닿는 사물의 철학이라고 달았다.

참 맛깔나는 책이다.

제목에 나오는 코끼리는 당연히 어린왕자에 나오는 이무기가 삼킨 그 코끼리다.

그러니까 어른들 눈에 엉뚱하게 비쳤던 그 모자가 사실은 이무기이고, 모자처럼 보인 이유는 이무기가 코끼리를 삼켰기 때문인데, 어른들은 그저 겉모습만 보고 모자라고 판단해 버렸다.



 

그래서, 이 책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은 저마다 이무기의 다른 변형이다. 표지를 보면 좀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코끼리를 이루고 있는 온통 산만한 저 사물들은 모자이고, 빨대이며, 구두, 반창고, 가위, 책 같은 사소한 것들이다. 코끼리 몸을 좀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바코드 리더기와 드론 같은 최신 사물도 보이고, 옛 가옥이나 빌딩, 계단 같은 이색적인 사물도 보인다. 결국 그것들은 겉으로 보기에 코끼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저마다의 다른 깊이와 넓이로 존재하는 사물들이다.



 

문학평론가인 함돈균은 문학 고유의 정치성과 예술적 전위를 철학적인 시야로 결합시키는 현장비평가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그의 이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은 눈만 돌리면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저자만의 시선으로 철학적으로 그러나 무뚝뚝하거나 난해하지 않은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참 재미있게 읽었다. 몰래 숨겨놓은 곶감 빼먹듯 아껴가며 하나의 사물씩 탐독했다. 거의 70개에 가까운 사물들이 저자의 눈에 포착되어 아낌없이 다른 모습으로 관찰되고 사유되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물이라고 생각되는 가위, 단추, 라디오, 만년필 같은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물로 접근하기 어려운 신상 잇템인 귀도리(나는 이 책에서 귀도리를 처음 알았고 얼른 인터넷으로 찾아 보았다. 나는 아직 한번도 실제 귀도리를 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아마 이제 알았으니 이번 겨울에는 만나볼 수 있으리라.) 텀블러, 구르프, 핫팬츠, 핫바디 같은 것들도 있고, 인형뽑기 기계, 콘센트, 스툴, 스쿨버스, 주유기 같은 사회적인 것들도 있다.

 

어떤 사물이든지 작가의 눈에 포착되면 벗어날 길이 없다. 사물인터넷이 4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그 사회가 오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모르겠다. 우리는 사물을 사물 그 너머에 있는 추억으로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참빗이나 철조망 같은 그런 사물들이 우리에게 주는 아픔과 아련함 같은 그 뾰족한 무엇. 그래서 실타래는 우리에게 문제라는 것은 풀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실마리를 찾아 끈기 있게 풀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는 것이면 좋겠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인데, 이 책이 참 쓸모 있고 좋은 건, 사물이라 이름 붙인 다양한 작은 것들 어딘가에 깊이와 넓이와 사유와 행복과 감사와 사랑을 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면 결코 책에 소개되지 않았을 많은 작은 것들이 이제는 외롭지 않게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물들을 작가의 글로 만나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사람에게 유년기가 잇는 것처럼, 사물에도 유년기가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물이 세상에 출현하는 최초의 순간을 떠올려보라. (008)

 

사람살이는 곧 인공 사물과 관계 맺는 일이다.

삶은 도구와의 관계 연속성 안에 있다. 사람들은 흔히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의 연속이 인생이라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사람보다 도구들과 만나는 시간이 더 길다. (009)

 

(가위) 어릴 때 자주 들리던 엿장수 아저씨의 가위소리.

그 가위는 아무것도 자르지 않는다. 두 개의 날이 엇갈리며 만들어내는 명랑한 율동감과 소리 자체로 음악적 퍼포먼스를 구현할 뿐이다. (020)

 

(노란 리본) 우리의 봄은 결코 2014년 세월호 사건 이전의 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변색된 봄의 이미지는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사물에 대한 사람의 감수성을 이전이후로 확연히 나누는 절단면, 이것을 철학자 들뢰즈는 사건이라고 불렀다. ‘사고처리되면 끝나지만, ‘사건은 집요하고 철저하게 해석되어야만 한다. (059)

 

(다이어리) 마법은 그때 시작된다. 이 사물은 시간의 주인이 되려는 개인의 의지와 소망을 담은 노트다. ... 미래는 본래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불확실한 방향에 놓인 시간의 속성을 뜻하는 말이다. (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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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책방을 한다는 것은 - 진작 할 그랬어 | 비소설 2018-06-2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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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저
위즈덤하우스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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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

 

유명인사 중 한 명이라고 했지만 나는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 몰랐다뉴스 앵커였다고 하는데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책 표지를 봐도 그녀의 얼굴은 낯설었다그러나 책을 들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저자는 어딘지 모르게 책방 주인 같았다.



 

책을 받기 전부터 설레었던 책은 오랜만이었다나는 이 책을 시작으로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와 오늘책방을 닫았습니다를 연달아 읽었다나의 책방 창업에 대한 무한 그리움을 두 권의 책으로 열고뜨거워진 열기를 마지막 책으로 닫을 심산이었다.

 

올 2월에 일본 헌책방 순례기인 아주 오래된 서점을 읽었고,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 시리즈를 2월부터 3월 사이에 다 읽었다책방을 소망하고 열망하는 마음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다그때 진작 할 걸 그랬어를 집어든 것이니불타오르는 곳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책은 책방에 간다는 것” 1부와 책방을 한다는 것” 2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1부는 일본의 서점들을 남편과 같이 순례한 내용을 적은 것이었는데, 2월에 읽었던 아주 오래된 서점에 나왔던 일본의 책방길과 서점이 소개되기도 해 친근함이 들었다.




1부에서 가장 충격적인 서점은 모리오카 서점이었다오직 한 권긴자역에서 800미터라니긴자역은 내가 홀로 일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장 갔을 때 (매우 오래 전 일이다.) 공항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무작정 내린 곳이었다세상에서 가장 비싼 땅어어리인 도쿄 긴자에서 그 서점은 오직 한 권만 판다일주일에 단 한 권의 책만 파는 곳저자는 그곳이 결코 서점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한다서점 주인이 골라놓은 단 한 권그렇지만 주인은 그 독특함으로 그 작은 방을(사진에서 보듯이 정말 코딱지만한 공간이다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다어느새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는 서점한 주간 동안 작가 초청이나 책과 관련된 물품을 진열하는 등 일주일을 매우 분주하게 보낸다고 한다그래서 한 권의 책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그리고 일주일에 100권은 거뜬히 판다고 하니결코 손해보는 서점은 아닌 듯했다.




 

2부는 책방을 한다는 것이라는 제목이 있어 본격적인 책방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일본 서점 순례가 이어진다그녀는 책방을 열기 전에 일본 서점을 두 번이나 둘러보고 왔다. 2부는 책방을 연다는 그 본질적인 물음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책방순례기와 병치하여 이야기하고 있다이 책 제목이 어떻게 진작 할 걸 그랬어라고 정해지는 것인지도 나와 있다.

 

책방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무엇일까유명세도 없는 동네 책방에서책만 팔아서는 결코 온전한 가게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어린아이가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금방 답이 나온다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와 간극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 것인가하는 것이 책방 창업을 고민하는 소시민의 실질적인 고민일 것이다.

 

가수 요조도 책방을 열었고노홍철도 책방을 열었고김소영도 책방을 열었다어느 정도 유명한 사람들이 책방을 여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책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고 책방에 찾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더 많은 사람들이 책방을 열기를 소망한다모두들 진작 할 걸 그랬어!!” 외치며 웃고 떠들고 춤을 추면 좋겠다나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책 마지막에 책방 주인이 된 저자가 골라놓은 추천도서 100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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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건 못 참아-실험하는 여자 영혜 | 비소설 2018-04-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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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험하는 여자, 영혜

이영혜 저/고고핑크 그림
새움 | 2018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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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여자, 영혜>

 

대단한 여자가 나타났다.

공대 출신 기자 영혜씨.

그녀는 궁금한 건 못 참는다.

 

궁금하면 옆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험으로 답을 찾는다.

?

그게 가장 정확하니까.

 

자신을 실험도구로도 마구 사용한다.

?

그래야 전후사정을 다 알 수 있으니까.

성공의 가능성, 실패의 가능성

그리고 실패한 사람을 위로해줄 수 있으니까.

 

그녀의 첫 도전,

다이어트.

그녀는 다이어트 실험을 위해 무려 6주 동안 고기를 끊는 극한모드에 돌입한다.

? 실험을 위해서. 정말 그렇게 되는지 알아보려고.

 

이 책은 그렇게 탄생하였다.

굶기도 하고, 언니의 친구네 냉장고를 급습하기도 하고, 생리대를 마구 찢기도 하고,

그렇게 한 편씩 완성했다.

 

그런 처절함이 숨어 있지만, 이 책은.

한 마디로, 유쾌 상쾌 통쾌하며

책을 읽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독서의 즐거움이 생기고,

모든 자녀를 공대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마구 들게 만든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실험들은 하나하나 다 재미있지만, 제일 압권은

아나콘다에게 직접 먹히는 실험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실험은 영혜 씨가 직접 체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이 정도면 이 책이 어떤 수준인지 감히 짐작이 될 듯하다.

아무쪼록, 거한 지식의 성찬을 코스 요리로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 궁금한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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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마드인의 자유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 | 비소설 2018-03-1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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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바일 보헤미안

혼다 나오유키,요스미 다이스케 공저
세종서적 | 2018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모바일 보헤미안>

두 노마드인의 자유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


여기 부러운 두 사내가 있다. 그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사는 디지털 유목민이다.

혼다 노유키와 요스미 다이스케.
그들은 하와이 해변에서, 뉴질랜드 숲속에서,
잉여의 삶처럼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간다.

전 세계를 누비며 강연을 하고, 책을 쓰고, 자문을 해주며 다양한 수입원을 두고 돈을 번다.
그리고, 낚시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낚시 글을 쓰고 돈을 번다.
미식가처럼 음식을 먹고, 그 다음엔 음식 글을 쓰고 돈을 번다.
일본에 잠깐 갔다가, 하와이로 가서 자신의 일을 즐긴다.
스마트폰이 있어 모든 작업을 사무실 없이 까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할 수 있다.
그저 부럽기만 한 꿈의 일상이다.

과연 이런 생활은 그들에게만 허락된 것일까, 아니면 독자에게도 가능한 일일까.
그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며,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므로 누구라도 자신들처럼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들은 그 사실을 증명하고, 독자들에게 도전해 보라며, 이 책을 썼다.
책 속에 자신들이 어떤 준비를 해 왔으며,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
낱낱이 밝히고 있다.

그들은 모두 직장생활을 했다. 그것도 꽤 오랜 시간을.
그랬기에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더 거짓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단, 그들은 목표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정했고(가령 하와이에서 살자)
그 목표를 위해,
직장생활 동안 돈을 모으고,
몇 번이나 사전 답사를 하고,
구체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그리고 그것이 완료될 때까지 직장생활을 견뎌냈다.
직장생활을 플러스 항목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많은 것을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모든 작업은 목표가 명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들은 마흔이 넘어서 그 결과를 완성시켰으며, 지금은 완벽해진 일상으로, 자신들의 꿈대로 그 삶을 그대로 살아내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잉여의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절벽 위 까페에서 차를 마시며, 결제를 하거나,
어느 도시든지 도착하면 가장 좋은 까페를 찾아가 글을 쓰고 5분만에 발송해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너무 늦은 때가 없다는 것을 받아 들인다면, 나도 이 책 저자처럼 지금부터라도 뭔가를 준비할 수는 있겠다. 그렇다면 하물며 젊은 청년들이여, 무엇을 더 고민하겠는가.

다만, 이 책의 교훈을 좀더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을 벌고 살아가기 위해,
내가 뭘 좋아하지?를 결정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때로 우리는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또,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이기에 사명감으로 일을 하기도 하는 것이기에,
삶의 가치관, 세계관 같은 것에 따라 다소 받아들이는 데 경중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두 사람이 워낙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꺼내 놓고 만든 책이라, 그런 측면에서 책은 참 유용하고 도전이 되었다.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

단, 그들과 나는 인생의 목적과 방향이 달라서,
목적을 보다 명확히 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쪽으로 달려갈지는 분명히 다를 수 있겠다.
내게는 나의 달려갈 길이 있으니까.

(물론 함정은 그것이다. 나의 달려갈 길이 있는데, 나는 지금 그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저자가 말하는 쳇바퀴 도는 직장생활의 늪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면, 저자들이 말하는 것이 딱 맞는 상황인데...쉽지 않다.

매우 어려운 문제다. 삶이란 게, 눈을 딱 감고 번지점프처럼 몸을 내던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 미혼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가족을 이루고 가족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이야기가 한갓 신기루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직은 기회가 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 것.)

“몸은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좋고,
짐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모바일 보헤미안,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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