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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책방을 한다는 것은 - 진작 할 그랬어 | 비소설 2018-06-2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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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저
위즈덤하우스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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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

 

유명인사 중 한 명이라고 했지만 나는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 몰랐다뉴스 앵커였다고 하는데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책 표지를 봐도 그녀의 얼굴은 낯설었다그러나 책을 들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저자는 어딘지 모르게 책방 주인 같았다.



 

책을 받기 전부터 설레었던 책은 오랜만이었다나는 이 책을 시작으로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와 오늘책방을 닫았습니다를 연달아 읽었다나의 책방 창업에 대한 무한 그리움을 두 권의 책으로 열고뜨거워진 열기를 마지막 책으로 닫을 심산이었다.

 

올 2월에 일본 헌책방 순례기인 아주 오래된 서점을 읽었고,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 시리즈를 2월부터 3월 사이에 다 읽었다책방을 소망하고 열망하는 마음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다그때 진작 할 걸 그랬어를 집어든 것이니불타오르는 곳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책은 책방에 간다는 것” 1부와 책방을 한다는 것” 2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1부는 일본의 서점들을 남편과 같이 순례한 내용을 적은 것이었는데, 2월에 읽었던 아주 오래된 서점에 나왔던 일본의 책방길과 서점이 소개되기도 해 친근함이 들었다.




1부에서 가장 충격적인 서점은 모리오카 서점이었다오직 한 권긴자역에서 800미터라니긴자역은 내가 홀로 일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장 갔을 때 (매우 오래 전 일이다.) 공항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무작정 내린 곳이었다세상에서 가장 비싼 땅어어리인 도쿄 긴자에서 그 서점은 오직 한 권만 판다일주일에 단 한 권의 책만 파는 곳저자는 그곳이 결코 서점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한다서점 주인이 골라놓은 단 한 권그렇지만 주인은 그 독특함으로 그 작은 방을(사진에서 보듯이 정말 코딱지만한 공간이다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다어느새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는 서점한 주간 동안 작가 초청이나 책과 관련된 물품을 진열하는 등 일주일을 매우 분주하게 보낸다고 한다그래서 한 권의 책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그리고 일주일에 100권은 거뜬히 판다고 하니결코 손해보는 서점은 아닌 듯했다.




 

2부는 책방을 한다는 것이라는 제목이 있어 본격적인 책방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일본 서점 순례가 이어진다그녀는 책방을 열기 전에 일본 서점을 두 번이나 둘러보고 왔다. 2부는 책방을 연다는 그 본질적인 물음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책방순례기와 병치하여 이야기하고 있다이 책 제목이 어떻게 진작 할 걸 그랬어라고 정해지는 것인지도 나와 있다.

 

책방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무엇일까유명세도 없는 동네 책방에서책만 팔아서는 결코 온전한 가게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어린아이가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금방 답이 나온다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와 간극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 것인가하는 것이 책방 창업을 고민하는 소시민의 실질적인 고민일 것이다.

 

가수 요조도 책방을 열었고노홍철도 책방을 열었고김소영도 책방을 열었다어느 정도 유명한 사람들이 책방을 여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책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고 책방에 찾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더 많은 사람들이 책방을 열기를 소망한다모두들 진작 할 걸 그랬어!!” 외치며 웃고 떠들고 춤을 추면 좋겠다나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책 마지막에 책방 주인이 된 저자가 골라놓은 추천도서 100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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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건 못 참아-실험하는 여자 영혜 | 비소설 2018-04-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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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험하는 여자, 영혜

이영혜 저/고고핑크 그림
새움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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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여자, 영혜>

 

대단한 여자가 나타났다.

공대 출신 기자 영혜씨.

그녀는 궁금한 건 못 참는다.

 

궁금하면 옆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험으로 답을 찾는다.

?

그게 가장 정확하니까.

 

자신을 실험도구로도 마구 사용한다.

?

그래야 전후사정을 다 알 수 있으니까.

성공의 가능성, 실패의 가능성

그리고 실패한 사람을 위로해줄 수 있으니까.

 

그녀의 첫 도전,

다이어트.

그녀는 다이어트 실험을 위해 무려 6주 동안 고기를 끊는 극한모드에 돌입한다.

? 실험을 위해서. 정말 그렇게 되는지 알아보려고.

 

이 책은 그렇게 탄생하였다.

굶기도 하고, 언니의 친구네 냉장고를 급습하기도 하고, 생리대를 마구 찢기도 하고,

그렇게 한 편씩 완성했다.

 

그런 처절함이 숨어 있지만, 이 책은.

한 마디로, 유쾌 상쾌 통쾌하며

책을 읽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독서의 즐거움이 생기고,

모든 자녀를 공대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마구 들게 만든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실험들은 하나하나 다 재미있지만, 제일 압권은

아나콘다에게 직접 먹히는 실험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실험은 영혜 씨가 직접 체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이 정도면 이 책이 어떤 수준인지 감히 짐작이 될 듯하다.

아무쪼록, 거한 지식의 성찬을 코스 요리로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 궁금한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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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마드인의 자유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 | 비소설 2018-03-1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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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바일 보헤미안

혼다 나오유키,요스미 다이스케 공저
세종서적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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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보헤미안>

두 노마드인의 자유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


여기 부러운 두 사내가 있다. 그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사는 디지털 유목민이다.

혼다 노유키와 요스미 다이스케.
그들은 하와이 해변에서, 뉴질랜드 숲속에서,
잉여의 삶처럼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간다.

전 세계를 누비며 강연을 하고, 책을 쓰고, 자문을 해주며 다양한 수입원을 두고 돈을 번다.
그리고, 낚시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낚시 글을 쓰고 돈을 번다.
미식가처럼 음식을 먹고, 그 다음엔 음식 글을 쓰고 돈을 번다.
일본에 잠깐 갔다가, 하와이로 가서 자신의 일을 즐긴다.
스마트폰이 있어 모든 작업을 사무실 없이 까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할 수 있다.
그저 부럽기만 한 꿈의 일상이다.

과연 이런 생활은 그들에게만 허락된 것일까, 아니면 독자에게도 가능한 일일까.
그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며,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므로 누구라도 자신들처럼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들은 그 사실을 증명하고, 독자들에게 도전해 보라며, 이 책을 썼다.
책 속에 자신들이 어떤 준비를 해 왔으며,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
낱낱이 밝히고 있다.

그들은 모두 직장생활을 했다. 그것도 꽤 오랜 시간을.
그랬기에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더 거짓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단, 그들은 목표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정했고(가령 하와이에서 살자)
그 목표를 위해,
직장생활 동안 돈을 모으고,
몇 번이나 사전 답사를 하고,
구체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그리고 그것이 완료될 때까지 직장생활을 견뎌냈다.
직장생활을 플러스 항목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많은 것을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모든 작업은 목표가 명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들은 마흔이 넘어서 그 결과를 완성시켰으며, 지금은 완벽해진 일상으로, 자신들의 꿈대로 그 삶을 그대로 살아내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잉여의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절벽 위 까페에서 차를 마시며, 결제를 하거나,
어느 도시든지 도착하면 가장 좋은 까페를 찾아가 글을 쓰고 5분만에 발송해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너무 늦은 때가 없다는 것을 받아 들인다면, 나도 이 책 저자처럼 지금부터라도 뭔가를 준비할 수는 있겠다. 그렇다면 하물며 젊은 청년들이여, 무엇을 더 고민하겠는가.

다만, 이 책의 교훈을 좀더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을 벌고 살아가기 위해,
내가 뭘 좋아하지?를 결정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때로 우리는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또,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이기에 사명감으로 일을 하기도 하는 것이기에,
삶의 가치관, 세계관 같은 것에 따라 다소 받아들이는 데 경중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두 사람이 워낙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꺼내 놓고 만든 책이라, 그런 측면에서 책은 참 유용하고 도전이 되었다.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

단, 그들과 나는 인생의 목적과 방향이 달라서,
목적을 보다 명확히 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쪽으로 달려갈지는 분명히 다를 수 있겠다.
내게는 나의 달려갈 길이 있으니까.

(물론 함정은 그것이다. 나의 달려갈 길이 있는데, 나는 지금 그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저자가 말하는 쳇바퀴 도는 직장생활의 늪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면, 저자들이 말하는 것이 딱 맞는 상황인데...쉽지 않다.

매우 어려운 문제다. 삶이란 게, 눈을 딱 감고 번지점프처럼 몸을 내던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 미혼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가족을 이루고 가족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이야기가 한갓 신기루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직은 기회가 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 것.)

“몸은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좋고,
짐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모바일 보헤미안,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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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시장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 | 비소설 2018-03-0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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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주 오래된 서점

가쿠타 미쓰요,오카자키 다케시 공저/이지수 역
문학동네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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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서점>

일본에 유서 깊은 헌책방이 많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이제 헌책방보다는 중고서점이 더 많아지고 있다.
헌책방과 중고서점의 차이는 명백하다.

예전에는 같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이제 중고서점은 알라딘 중고서점이나 예스24 중고서점처럼 대형서점이 지역마다 세우는 깔끔한 현대식 책방을 이르는 말로 변했다. 취급하는 책들도 대부분 깨끗한 책들 중심, 유명한 책들 중심으로 다시 읽는 책으로써의 기능을 위한 서점이다.

이에 반해 헌책방이라고 하면 조금은 더 시대가 앞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중고서점에서 취급하는 책들을 거의 다 취급한다. 그래서 그런 책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운영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 중고서점에서는 2000년대 이전 책은 취급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헌책방은 1990년대 책은 물론이고 1970년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로로 쓰인 책들도 많고, 심지어는 고서점처럼 아주아주 오래된 책들을 취급하기도 한다.

한국에는 미국이나 일본 또는 유럽처럼, 헌책 시장이 없다. 헌책방이 있긴 하지만, 헌책을 사고 팔고 수집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말이다. 가령 절판된 책이나 초판본, 사인본 같은 책들이 별도의 가치를 가지고 그 가치를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뒤지며 찾아다니는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된 서점>은 노란 책 표지에 헌 책이 가득 쌓여 있고, 고양이가 한 마리 앉아 있다. 그래, 이 느낌이야. 딱 그 느낌이 온다.


게다가 뒷표지에는 한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김연수”가 이 책을 들고 일본에 가고 싶다,고 구구절절 적어 놓아 뭔가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에 덥석 붙잡은 책이었다.


한국에 얼마 전 소개된 책 <장서의 괴로움>의 저자, 오카자키 다케시가 1년 동안 일본 헌책방을 순례하며 집필한 이 책은 딱 일본스러웠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절대 이런 식의 기획을 할 것 같지 않은, 솔직히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이런 식으로 책을 냈다면 결코 책이 팔릴 것 같지 않은(그러나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실제 판매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너무 개인적이며 사설이 많은, 아니 어쩌면 사설 중심의 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자 사실은 한숨이 조금 나왔다. 내가 기대한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책이었다. 다만 앞부분에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처럼, 한국에는 어쨌든 이런 헌책방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고, 일본에는 아직 이런 책방이 계속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샘이 났다. 책을 다 읽고 나자 맨 뒤에 “헌책방 일람”이라는 부록을 붙여 놨는데, 그 사이에 벌써 폐점해서 사라진 서점이 꽤 있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 네 군데나 폐점되었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 책을 들고 일본에 가서 헌책방을 순례하는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주려는 마음으로 정보를 공개한 듯 보였다.

또 다른 일본 작가가 헌책방 순례를 하고 내부를 스케치하여 책으로 펴낸 걸 본 적이 있는데, 오히려 그 책이 훨씬 알찼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에 이 많은 헌책방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눅이 들고 부러웠던 책이었다. 한국의 헌책방은 부활할 수 있을까?

"어느 서점이든 그 서점만의 온도가 있어서, 그 온도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는 즐거움보다 안도감쪽이 더 컸다. 책은 소비되고, 잊히고, 사라지는 무기물이 아닌 체온이 있는 생명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어서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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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작가들의 작가로 살아남기 | 비소설 2018-02-1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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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밥벌이로써의 글쓰기

록산 게이 등저/만줄라 마틴 편/정미화 역
북라이프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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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로써의 글쓰기>

전업작가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세계 문학의 중심인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33명이 전하는 진짜 밥벌이로써의 글쓰기에 대한 글.......

대부분 현재 뉴욕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만줄라 마틴 작가의 인터뷰에 응하거나 직접 글을 써서 스크래치라는 잡지에 올린 글로 편집되어 있었다. 만줄라 마틴이 직접 인터뷰한 작가는 8명이고 나머지는 자신이 직접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서 올린 글이다.

33명이라고 했지만 그 가운데에서 내가 아는 작가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닉 혼비와 록산 게이. 그 중에서도 록산 게이는 유명한 책 이름만 들었을 뿐이고 책은 읽지 못했다. 결국 왕성한 현대 작가 중 나는 닉 혼비의 책만 두 권 읽은 셈이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놀라워 하는 사실은, 내가 닉 혼비와 록산 게이의 이름만 알고 있었던 것처럼(그 지명도의 수준처럼), 33명 작가 가운데 전업작가로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닉 혼비와 록산 게이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사보에 글을 연재해 대충 원고료가 얼마인지도 알고, 책도 펴내 인세도 받아보고, 대필작가로 다른 사람 책도 써주고 해 봤지만, 정말 얼마나 유명해져야 전업작가로 살 수 있을지 궁금했고, 과연 전업작가로만 먹고 살 수가 있을까 하는, 전업작가에 대한 로망으로 이 책은 내게 무척 큰 관심사였다.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뉴욕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공과금에 대한 부담 그리고 집 월세 같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청년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조한 것처럼, 작가들에게도 아직은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국문학과를 가지 못했던 것은 순전히 “굶어 죽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세상에 나와보니 국문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굶어죽는 방법은 다양했고, 국문학과를 간다고 해서 다 굶어죽는 것도 아니었다.

대학 종신교수직을 버리고 작가의 길을 택한 두 번째 작가 “케이트”의 이야기는 끔찍했다. 그리고 사실은 내 이야기처럼 들려 많이 괴로웠다.

“몇 개월 뒤, 나는 10달러가 없어서 체인 미용실인 그레이트 클립에도 가지 못한 채 가위를 들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
한 사람 이상이 아주 진지하게 내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한 해를 보냈다면 죽어버렸을 거야.” (45~46쪽)

뉴욕 작가들도 대부분 본업과 작가의 길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닉 혼비처럼 전 세계에 책이 팔려나가 순식간에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정말 정말 통계적으로 가능성이 1도 없다고 봐야 한다.

또 다른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보자.

“마침내 잡지가 최후를 맞이하면서 실직자가 되었을 때, 나는 일거리가 줄었으니 식욕도 줄어들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반대였다. 식욕은 늘어났다.” (108쪽)

작가도 사회안전망인 4대보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족이 있다면 그들에 대한 양육의 책임, 보살핌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 작가의 쥐꼬리만한 수입으로는 가족에 대한 책임은커녕 자신의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다.

얼마 전에 읽었던 국내 작가의 책 속에서도, 일 년에 책 4권을 펴냈지만 연봉 400만원에 불과했다고 자조 섞인 호소를 읽은 적이 있다. 일본이나 미국은 인구가 많아서 초판 발행부수가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작가는 우연히 일본 작가를 만났는데, 책을 펴내고도 힘들게 산다는 것을 일본작가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작가 니나 맥레플린에게 칭찬했지만, 그녀는 칭찬이 식료품을 사주지 않는다고 힘들어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칭찬과 식료품 두 가지 모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콜린 디키는 말한다.
돈에 개의치 않고 글을 쓰는 낭만적 작가는 그 자체로 허구다. (134쪽)

학생들이 일을 관두고 전업작가가 되고 싶어하면 뭐라고 대답할 거냐는 마틴의 질문에 유명한 작가 록산 게이는 이렇게 말했다.

“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닥칠 상황들을 알려주려고 해요. 정말 대안이 있어야 해요. 전 학생들의 꿈을 꺾고 싶지 않아요. 그들의 꿈을 꺾지 않으면서 동시에 사회에서 겪을 어려움에 대비하도록 도와야 해요.” (161쪽)

이 책은 편집한 만줄라 마틴은 “글쓰는 인생이 하나의 공상이라면, 본업을 그만 두는 것 역시 또 하나의 공상”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 책은 그랬다.
작가들의 현 주소를 알려주는 책. 한 두 명의 성공한 작가 외에는 모두 식료품을 걱정하고, 집세를 걱정하고, 그러면서 전업작가를 꿈꾸는 삶에 대한 책.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작가는 가난하고 슬프고 힘든 직업이다. 그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래도 작가를 할래? 라고 작가 지망생에게 으름장을 놓는 책이다. 하지만, 결국 작가들이 작가라는 불꽃을 쫓아가는 것은, 그것이 가난한 직업군에 해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는 것은, 그것이 명성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글 쓰는 것이 좋아서라는 것. 그렇지만 살기는 살아햐 하니, 그것이 힘들 뿐이라는 것. 그래서 여전히 그 경계에 서 있다는 것.

언젠가는 전업작가가 될 수 있을까? 가족에 대한 책임부양이 없어지고, 직업도 잃게 되면,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전업작가가 되는 것일까?

본업을 버릴 수 없어 직장을 다니며 지하철 안에서 무겁게 들고 다니며 읽은 책. 그래서 내 이야기처럼 더 소중한 책이 되었다. 33명 작가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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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학자가 생명의 기원을 밝히려 고군분투하다 | 비소설 2018-02-1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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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명의 기원

폴 데이비스 저/고문주 역
북스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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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원>


폴 데이비스의 <제5의 기적, 생명의 기원>을 사게 된 것은 순전히 작년에 읽었던 교양과학도서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라는 책 때문이었다.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는 위대한 과학자 37명을 인터뷰한 내용이었는데 그때 과학자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그들이 펴낸 교양과학도서에 대한 글이 짧게 언급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그래도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고른 책이 이 <생명의 기원>이었다.

이 책은 자연과학에 포함되는 책이어서 아침 출근하고 나서 아홉 시 업무 시작하기 전 자투리 시간에 야금야금 읽었는데 작년에 읽기 시작한 것이 결국 해를 넘겨 올 1월에 마무리하게 되었다.

교양과학도서라는 말만 믿고 야심차게 시작한 과학도서였지만 역시 전문적인 용어 앞에서 무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관심은 있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영역이었다. 이럴 때 취할 수 있는 독서법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일일이 따지면서 찾아보며 읽지 않고 그냥 넘기면서 읽는 것이다. 물론 계속 반복해서 나오거나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개념이 나오면 인터넷의 힘을 빌리며 읽기를 이어갔다.

이 책은, 정확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생명이 어디서 왔는가, 하는 문제를 미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이미 진화론이라는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이 과학적 대세로 굳어진 상태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하나의 질문, 그 진화론의 가설(몇 개의 원소가 어떤 특수한 환경에 함께 있게 되면 아주 우연히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을 믿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몇 개의 원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화성에서의 생명체 가능성 등을 검토하며 다방면의 이론을 검증하려 노력하였다.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여겨졌던 곳에서의 생명체의 발견을 예로 들며, 어떤 극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체는 살아남는다는 놀라운 박테리아의 신비를 알려준다. 정말 놀라운 것은 콘크리트를 갉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황화수소를 먹는 박테리아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콘크리트를 부식시키는 그 무시무시한 황을 먹으며 생존하는 박테리아가 있다니.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래서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생명의 기원은 뭐란 말인가.
그는 끝내 그걸 밝히지 못했다. 그건 사실 인간이 처음부터 밝힐 수 없는 영역이었다. 생명체가 탄생하는 그 순간에 우리가 함께 있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할 수 없는 이상, 우리는 사실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다. 그저 생각만, 가설만, 이론만 난무할 뿐인데, 그럼에도 이 책은 진화론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논리적 허점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이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점이 높이 사줄 만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밝혀내질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걸 증명하고 그걸 책으로 펴냈다. 그는 고백한다.

고대세균령, 진전세균령, 진핵생물령의 세 영역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09쪽)

NASA 탐사선 과학자인 테릴은 “지구에서 그런 성분들을 함께 두면 여러분은 십억 년 안에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라고 언론에 발표했다. (288쪽) 정말 지구가 이런 가설 속에서 태어났다고 믿어야 하는 걸까?

저자는 말한다.
아무리 많은 물과 환상적인 화학물질로 치장을 하더라도 시기적절하게 살아날 수는 없다. 따라서 지구의 생명체는 천문학적 불가능성 중의 요행수임에 틀림없다. (288쪽)

그는 연구를 하면 할수록 생명이란 것이 과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화학적인 필요를 회피함으로써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즉, 생명의 법칙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을 모두 회피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주장에 이상한 허점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는 “실제로 생명은 조건이 적당하면 언제나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우연히 만들어지는 생명이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굴드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상에서 생명의 역사는 승리자보다는 실패자가 훨씬 더 많은 어마어마한 복첨이었다. 그것에는 너무나 많은 운명의 우연, 너무나 많은 임의적 변덕이 들어 있어서 변화 유형은 필수적으로 무작위적이었다. 우리 자신의 진화 역사를 구성하는 수백만의 우연한 단계들은 두 번째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개략적으로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인간과 희미하게라도 비슷한 것을 포함하게 될 확률은 사실상 0%임에 틀림없다.” (321쪽)

저자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다면 다른 우주에서도 동일하거나 비슷한 환경에서 충분히 생명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찾기 위한 노력들을 열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결국 아무것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단지 그 희망과 가능성만을 안고 책을 종결지었다.

기독교인으로서 진화론의 이론이 얼마나 허구적 상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저자의 이러한 지난한 탐구는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왜 이렇게까지 보여주는데도 신의 창조섭리를 받아들이지 못할까. 진화론의 가설을 인정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모든 연구는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모든 가설의 패배는 명확한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저자가 놀라워하며 내지른 탄성, 우연히 만들어진 생명체가 이렇게 정교한 법칙을 가지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구성할 수 있다니. 그게 바로 답 아닌가. 그래서 기뻤다. 세계의 대 과학자가 자신의 전문적이면서 광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결국 풀어내지 못한 생명의 기원. 그는 책에서 기존 가설들의 많은 허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발견을 추가했다. 그것들은 모두 조금만 비틀어 보면 결국 신의 섭리를 증명해주는 것들이었다. 미생물학 분야에 크리스천 학자가 있어서 이 부분을 한번 더 명확히 증명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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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고양이와의 이별을 노래한 헌시 | 비소설 2018-02-08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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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가 왔다, 머물다, 떠났다

도우라 미키 저/양수현 역
중앙북스(books)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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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왔다, 머물다, 떠났다>


두 고양이와의 이별을 노래한 헌시.



참 독특한 책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를 집에서 키울 수 없어 고양이 책을 모으는 고양이책 수집가로서 이번 고양이 책은 참 특별했다.

일본 작가의 글은 대부분 가볍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그런 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큰 단점으로 다가왔는데, 생각을 살짝 바꾸자 오히려 그런 글쓰는 방법이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작가로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진짜 친구에게 얘기하듯이 서술하면서 책 한 권을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너무 세세한 자기 이야기들, 그러니까 이 책과 그닥 상관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도 넝쿨에 끌려 나오는 고구마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간혹 얼굴을 찌푸리게 할 때가 많았다.

이번 책도 그런 면에서 볼 때 가벼웠다. 마흔이 다 된 노총각에게 두 고양이가 어떻게 다가왔고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저자가 일기 적듯이 적어놓은 글이다.

가벼운 스웨터 차림의 글이었지만, 이번 책은 발랄하지 않았고,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처럼 묵직했다. 고양이는 시종일관 아팠고 첫 번째 고양이를 무지개다리로 보낸 뒤 남아있는 한 마리마저 아프기 시작하면서 이 책은 통째로 아픈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말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번째 고양이도 결국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슬픔보다도, 저자가 아픈 고양이를 위해 어떤 헌신과 사랑을 보여주는지, 고양이가 죽어서 슬프다기보다, 저자의 간절함에 콧등이 찡해졌다.

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놓이고 있는 현 시대를 비웃듯이, 고양이는 최근 들어 더욱 인간을 정복하여 지구를 고양이제국으로 만들며 왕성하게 증가하고 있다. 고양이는 결코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먹이 앞에서 잠시 애교를 떨 뿐이다.

애완동물이든 반려동물이든, 인간과 함께 한 방에서 24시간 생활한다면 정말이지 가족과 같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인간이 독거인이라면 무조건 함께 사는 동물은 가족과 진배없다.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동물도 그러할 것이다. 그 또는 그녀에게도 함께 동거하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는 유일한 반려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픔을 해결해주고, 식욕을 해결해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인 가구가 더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사회복지 사례연구에서 독거노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면 우울증과 치매가 크게 경감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그렇지 않겠는가. 대상이 동물일지라도 그들은 감정을 교감할 수 있으니까. 찾아오지 않는 가족보다는 나을 것이 뻔하다.

저자는 두 번째 고양이마저 보낸 뒤, 먹고 살기 위해 여전히 삶의 터전에서 고군분투하지만, 자신의 두 고양이를 꿈속에서 만나며 잊지 못하고 있었다.

고양이란 순간을 사는 존재다.
인간은 그 고양이와 함께 산다.

고양이 책으로서는 참으로 따뜻한 책이었다.


~~~
녀석은 심각한 변비에 시달렸으므로 배를 마사지해서 변을 밀어내줘야만 했다.
기쥬는 매번 나를 할퀴었고 내 팔은 자해라도 한 것처럼 상처로 가득했다.

...
여전히 그때가 그립다. ...
손바닥만 한 비좁은 곳이라 고양이도 사람도 답답하게 지냈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문득 ‘행복이란 그것이 지나간 다음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로 된 거다.
인생은 원래 그런 법이니까.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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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 (서평) 사소한 것들 | 비소설 2018-01-2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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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소한 것들

앤디 앤드루스 저/이경식 역
세종서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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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


뭣이 중헌디!


막 깍은 듯 보이는 깔끔한 연필과 동그랗게 말린 채 고양이처럼 연필 옆에 웅크리고 있는 나뭇결의 잔재 두 마리가 누워 있는, 참 담백한 표지 앞에서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을 쓴 사람이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라는 위대한 책을 쓴 작가임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 다시 책 표지를 보니 맨 앞에 “밀리언셀러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저자의 신작”이라는 광고문구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원작 작가를 모르더라도, 저 감독이라면 믿고 볼 수 있어, 하는 영화가 있다. 영화 스토리는 별로더라도, 저 배우가 나오는 건 무조건 좋아. 하며 신뢰하는 배우가 있다.

작가가 누구인지 알고 나서 나는 영화를 볼 때의 그런 감정이 들었다. 이 작가라면 믿고 볼만 해. 이 책은 어떤 내용일까, 하는 기대감이 더 커졌다. 그런 느낌은, 폰더씨를 만나본 사람만이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앞부분에 “저자의 글”이 27쪽까지 좀 길게 서술되어 있는데, 저자는 어떻게 자신의 고집을 편집자와 싸워 이 책에 반영했는지, 그리고 폰더씨 이후 얼마나 많은 곳에서 많은 경험을 하며 컨설팅을 했는지 밝혔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자랑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아마도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가 2003년에 발간되어 어느새 15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으니 독자들이 자신을 잘 몰라보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의심, 주저함, 소심함, 그리고 내가 그런 사람이니 이제 의심을 거두고 이 책을 잘 읽어주세요, 하는 노파심에서 발현된 글이 아닌가 이해된다.

그래서 거의 30쪽이 다 되어서야 숫자 “1”이 얼마나 중요한지, 쇠못 하나를 빼먹었을 때 어떤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는지, 미국이 공기총 한 자루로 어떻게 인디언들의 혼을 빼놓으며 동서를 가로질러 갔는지, 위대한 스파이가 부러진 5센트 하나 때문에 어떻게 붙잡히고 마는지 등을 이야기하며, 사소한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역설한다.

그렇다. 사소하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자동차를 조립한다고 하면, 좋은 품질의 엔진을 장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엉터리 나사 하나를 사용했을 때의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경구로 알고 있는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는 말을 정면으로 맞받아친다. 사소하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소하더라도 그것이 중요한 것이라면 우리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시 역설한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어라.”

그래서 도입부에 설명한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 패배에 얽힌 기막힌 비화, 쇠못 때문에,는 잊지 못할 충격을 안겨준다. 실화냐?라는 질문을 던질 만큼 나폴레옹의 패배를 만든 원인은 지극히 작고 사소했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1월도 어느새 중반을 넘어섰다. 벌써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새해 결심한 것들을 하루하루 달성해가는 것이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오는지. 팔굽혀펴기 한 번을 매일 하는 것이 1년 뒤에 어떤 자신을 완성시켜 주는지.

사소한 것은 우리를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왜냐하면 그것은 작고 사소한 것이니까. 누구라도 놓치고 갈 수 있는 것이니까. 올해는 사소한 것에 좀더 집중하고 싶다. 큰 목표가 아니라, 작은 목표, 어떤 사람들은 듣고 비웃을 수도 있는 사소한 것. 그것으로 시작하고 싶다.

뭣이 중헌디. 이렇게 묻는다면, 우리는 이렇게 대답하자. 사소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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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면 동남아로 가자 | 비소설 2018-01-1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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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뜬다 아세안

감성현 저
슬로래빗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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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다, 아세안>

그의 여행의 변은 상당히 자극적이었고 도발적이었다. 통상의 여행 에세이 또는 사진 에세이의 틀을 깨는, 그렇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상업적 발로에서 나온, 책에서 저자가 무수히 현지인들에게 당한 일종의 사기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드는 이야기.

그의 여행은 책 뒤표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추운 한국에서 난방비를 마련하지 못해 궁상맞게 오돌오돌 떨면서 글을 쓰느니 차라리 따뜻한 나라에 가서 글을 쓰라’는 친구의 말 한 마디에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

그저 미친 가스요금을 피해 떠나온 동남아.
난방비 무서워 떠난 동남아 10국 방랑기록.

책 앞면에 뒷면에 커다란 글씨로 써 놓은 이 문구를 광고회사를 다닌 것으로 짐작되는 저자도 처음부터 승인했을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독자인 고객?을 너무 상업성 짙은 선그라스를 끼고 유도했다. 하지만 솔직하게 그런 도발적인 민낯을 과대포장처럼 드러내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으려고 했을까, 하는 질문에는 어쩌면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의 또는 출판사의 이런 거침없는 직구 광고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인 생각으로 볼 일만은 아닌 것. 어쨌든 그런 양가감정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작가의 블로그를 찾아보니 참 책을 많이도 읽는다. 그런 면에서 나는 동질감을 느꼈다. 책 네 권을 내고도 연봉 400만원에 불과하다는 그의 푸념이 너무 반가워서다. 그리고 나처럼 책을 참 많이 읽는구나, 싶어 묘한 동질의식이 느껴진다. 다만 나는 그의 책을 읽으며 간접여행을 하고 있고, 그는 정말 온몸으로 10개국을 돌아다녀 살아있는 경험이 온 세포에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작가처럼 회사를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글만 쓰는 작가가 되지 못한 나는 그의 책을 출퇴근 길에 배낭에 넣고 다니며 읽었다. 책이 무거웠다. 그는 사진을 참 잘, 예쁘게 감성적인 포인트를 잘 잡아 찍었는데, 일단 사진이 무지 많다. 좋은 사진을 좋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종이 질이 고급스럽다. 그래서 무겁다. 책도 360쪽이 넘어간다. 그리고 편집. 아, 정말 대단한 편집이다.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렇게 빡빡한 책은 처음이다. 글자도 작다. 위 아래 여백도 거의 없다. 빽빽하게 채워진 글을 통해 그가 만난 풍경과 사람과 여행을 하는 다른 여행자들을 만난다. 두세 장 읽고 나면 그가 보물처럼 건져올린 사진들이 오밀조밀 민낯을 드러낸다. 그의 사진감각은 탁월하다. 그가 전망 좋은 곳을 가기 위해 산을 오르고 또 올라 사진을 찍었던 것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결혼 초, 큰 딸이 태어나는 날, 회사에서 12박으로 다녀온 유럽 여행과 3일짜리 일본 출장이 해외여행의 전부다. 거의 20년 전의 이야기다. 이제는 오래 걷는 것이 힘들어져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으며 허전함을 달래보기만 한다. 그동안 많은 여행 에세이를 읽었지만 감성현 작가의 “뜬다 아세안”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만 같다.

슬리퍼 찍찍 끌고 앞뒤로 배낭 하나씩 매고 동남아를 누빈 그가 솔직히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여행기지만 반은 그의 고생한 흔적으로 보여지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떠나보지 않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행복감도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꾸밈없이 기록된 그의 슬리퍼 이야기.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많이 줄인 것 같다. 책이 저렇게 두껍고, 글자가 빽빽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알찬 여행만큼이나 “뜬다 아세안”도 알차다.

마지막으로 “뜬다”의 제목을 생각해본다. 무엇이 뜬다는 것일까? 아세안 여행이 이제 바야흐로 이 책을 기점으로 뜬다는 뜻일까? 아니면, 떠난다는 개념을 가지는, 아세안으로 가자,라고 부추기는 말일까. 고개를 갸웃거려보지만 어디에도 그에 대한 설명이 없으니 혼자 추측하다 그만 두고 만다. 아무려면 어떤가. 아시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떠나는 것도 충분히 황홀한 일인 것을.


나도 회사를 관두고 글만 쓰기 시작하면, 곧 동남아로 뜨게 될까? 사뭇 궁금해진다. 나보다 조금 젊은 그가 여행기의 휘갈긴 늙음에 대한 글이 새삼 나를 더 긴장하게 한다.

“나에게 늙음은 공포다. 의지와 상관없이 변형돼가는 나의 모습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 정신만이라도 젊게 유지해야지. 낡아지는 건 상관없는데 늙어지는 건 싫다. 누군가는 철들면 끝이란다. 철드는 순간 늙은 거라고.

가능한 오랫동안 철부지로 살아내고 싶다.”
(뜬다 아세안,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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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사는 게 가능할까? | 비소설 2017-12-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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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처럼 살기로 했습니다

스테판 그라니에 저/이소영 역
이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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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살기로 했습니다>



스테판 가르니에 / 이마 출판사 / 2017년12월13일 발행

“고양이처럼 사는 게 과연 가능할까?”

규격 외 판형으로 작고 얇고(156쪽밖에 되지 않는다), 표지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보고 있는 깜찍한 책이다. 책이 고양이처럼 작아서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가 뒤늦게 반려동물로 각광을 받으면서 고양이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고양이 자랑하듯 사진을 찍어 책을 내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분명히 반가운 현상이고 당연히 반긴다. 고양이 사진이든, 고양이가 쓴 글이든 고양이를 핑계로 낸 글이든, 고양이가 들어간 책은 귀엽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고양이 관련 책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종류는 고양이를 직접 키우는 분들이 고양이와의 생활을 알콩달콩 사진이나 그림과 함께 적어 책으로 펴내는 경우다. 가끔은 길고양이들과의 교류를 사진으로 찍어 책으로 내는 분들도 있다. 두 번째 종류는 고양이 이름을 빌린 문학책이다.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추리소설도 많이 있다. 추리소설에 고양이가 많이 등장하는 건, 고양이가 어떤 영적인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다수 있어서이다. 어떤 책은 고양이 이름만 빌려왔지 전혀 고양이와 관련이 없는 소설도 있지만, 동화책에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정말 많은 어린이 소설이 있다. 세 번째 종류로는 고양이를 매개로 인생철학이나, 삶의 방향 같은 걸 논하는 자기계발 서적류다. 그러니까, 고양이를 본 받아서 뭘 어떻게 해보려는 고양이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인간들이 쓴 책이다. 가끔은 직접 고양이가 썼다고 주장하는 책들도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세 번째 유형에 속하는 책이다. 저자가 고양이와 직접 살면서 고양이와 부대끼면서 고양이로부터 많은 깨달음을 얻어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널리 전하고자 펜을 든 경우이다.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이지만,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고양이 책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는, 고양이 책 덕후로서, 이번 책은 특히 의미가 있었다. 올해 20여 권의 고양이 관련 책을 읽었지만, 감사하게 이 책이 올해의 마지막 고양이 책이 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고양이처럼 살아보기” 책도 있었고, 20여 년 전에 읽었던 “일곱 마리 고양이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 책이 너무 뇌리에 깊이 박혀 있어, 이런 류의 책에 대해서는 늘 뭔가 얻을 게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물론 책 내용은 대부분 고양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속해 있어 책을 읽으면서, 놀람으로 두 눈을 크게 뜨거나, 득도하듯이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하거나, 카타르시스가 생기는 환희가 느껴지는 강렬함은 없었다. 다만, 주인공이 느낀 그 깨달음에 대해, 함께 공감하며, 다시 나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삶을 조금 더 진지하게 계획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에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책 내용만으로 본다면 2017년 9월에 발행되어 나온 양장본 “고양이처럼 살아보기”와 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 보면 사람들이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고양이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것은 그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나 틈새의 미세한 발견 같은 것이 있겠지만.



이 책이 좋은 점은 책 중간에 그려진 삽화가 세밀화 수준이라는 것. 그 표정이 매우 섬세하여 마치 살아있는 고양이를 바로 옆에서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글들이 많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밑줄을 많이 그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고양이의 행동을 통해 40여 가지의 행동방식을 정리하고 이를 우리 인간에게 적용해 우리의 삶이 조금 더 윤택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물론 중간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고양이 따라 하기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고양이 덕후라면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을 듯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로서, 새해를 뭔가 고양이스럽게, 여유있게 살아보기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고양이처럼 내색하지 않고 멀찍이 앉아서 추천해본다.



~~~~~~~~~

고양이를 챙겼으면 이제 나 자신을 챙겨보자. 고양이한테 해준 것처럼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야말로 하루를 시작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32쪽)

개와 반대로 고양이는 새로운 것이라고 무작정 덤벼들지 않는다. 새 종이 가방이나 제 몸을 숨길만한 낯선 물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살금살금 앞으로 나아간다. 이 엄청난 호기심 덕분에 고양이는 쉴 새 없이 자신의 세계를 재발견한다. (46쪽)

개는 주인이 있고,
고양이는 하인이 있다. - 데이브 베리(1947년, 미국 작가)

고양이는 호전적이지도 않고 싸움꾼도 아니다. 자기 영역이 위태롭지 않은 한 언제나 싸움을 피한다. ... 갈등은 두 명의 패자만 남긴다. (81쪽)

어휘로 표현하지 못할 아름다움이 있다.
고양이는 그런 차원에 속한다.
-루이 누세라(1928년, 프랑스 소설가)

고양이들은 모두 아름답다. ...
못 생긴 고양이를 만나기란 지극히 드문 일이다.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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