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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의 장애아동 버스운전기 | 비소설 2018-08-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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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저/유혜인 역
북라이프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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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꿈과 희망의 장애아동 버스운전기

여기에서 “꿈과 희망”이라는 부제를 붙인 건 아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준 버스였지만 저자 자신에게도 “꿈과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해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 “꿈과 희망”을 고스란히 전달해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에게 이 버스 운전 경력이 “꿈과 희망”이 되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그의 파란만장한? 작가의 여정에 있다. 그는 에이전트까지 둔 전업자가로 출발했다가 쫄딱 망한 뒤 파선선고를 받고 우편함에 꽂힌 구인광고지를 보고 스쿨버스 운전사가 되었다. 그는 1년간 장애아동의 등하교를 책임지는 버스 운전기사를 한 뒤 다시 작가로 성공하게 된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제65회 간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제70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세계 유수 영화제 3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러스트 앤 본> 영화의 원작 소설가가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작가가 삶의 여정에서 실패라는 경험을 한 뒤, 포기하지 않고 인생을 받아들인 두 번째 삶, 잠깐 스쳐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이 1년의 경험 때문에 나머지 삶들이 보다 의미 있어지고 완성되어진 그런 중요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가 장애아동들과 엎치락뒤치락 하며 보낸 1년의 삶이 자신에게도 꿈이 완성되고 희망이 성취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그렇게 본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라는 책이 나왔다. 비슷한 류의 책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라는 책은 버스기사인 저자의 눈을 통해 버스를 타는 사람들의 시선, 의미, 관계를 탐구하고 해석한 개인 성찰형 에세이이다. 그에 반해 이 책 “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는 저자가 특수아동 버스를 몰며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가고 바깥에서 봐 왔던 장애아동들의 마음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소설 같은 책이다.

그래서 국내 책이 다소 무거운 느낌, 짙은 장미와 같은 책이라면, 노란 바탕에 깜찍하게 디자인된 이 책은 화사한 개나리와 같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저자가 매우 낙천적이고 유머 가득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1년 뒤에도 계속 저자의 차를 타고 싶다고 할 정도로 그는 열여섯 살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저자는 다시 글을 쓰고 작가가 될 힘을 얻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책 속 글들이 시종 유머로 가득 차 있다고 실제 그의 버스기사 삶이 행복에 겨운 것은 아니다. 언급이 자제된 부분이 있겠지만, 그가 운전한 3077번 버스에는 자기의 행복한 세상을 추구하는 자폐아동 개빈, 가벼운 언어장애를 가진 어린 소녀 나자, 지적장애가 있지만 스타워즈 전문가를 자처하는 백과서전 빈센트, 취약X증후군을 앓고 가끔 미친 인격을 보여주는 올리버, 그리고 뇌성마비가 있었지만 자동차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 제이크가 탑승했다. 그림이 그려지는가. 버스기사들은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무전기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오줌을 지리기도 하고 창문에 머리를 찧기도 한다.

상상할 수 있을까. 내가 만약 3077번 버스의 운전사라면 나는 어떻게 무얼 할 수 있을까.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3077번 버스를 몰게 된 저자는 아이들을 천사로 생각하며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진짜 천사라는 걸 발견한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생님 운전사를 만나게 되고, 인생에서 가장 멋진 1년을 보내게 된다. 제이크는 저자와 깊은 유대를 가지며 친구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이 멋진 작가 운전사를 만난 덕분에 3077번 아이들도 행복했고, 저자도 “버스가 망가진 나를 살려줬다”며 다시 글을 쓰게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런 감정에 녹아들고 뭔가 긍정적인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안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복감, 자연과 이웃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시선, 뭔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이런 것들이 싹터 옴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얼마나 멋지고 황홀하며 가치 있는 책인가.
이런 삶을 살아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몇 년 뒤에 이렇게 완벽하게 그 때의 삶을 복기해 낸 저자의 정신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나도 다시 뭔가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저자가 3077번 버스를 만난 것처럼, 나도 이 책을 만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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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책을 무서워한다 - 다라야의 지하비밀도서관 | 비소설 2018-08-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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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델핀 미누이 저/임영신 역
더숲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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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책을 무서워한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도서관>



 

너무나 무심했던 시리아 내전과 다라야 민주화 운동.

 

혼자 사는 것에 바빠 지구촌 이웃의 아픔에 이리도 무관심한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먼 시리아에서 독재자 아사드에 대항하고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내 건 젊은 청년들에게도 미안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들과 끊임없이 연락을 취하며 세상이 그들을 보고 있음을 알려주고, 전쟁터 한 복판에 숨겨진 책보물 도서관의 존재를 알려준 저자에게도 감사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사전 정보를 조금 더 알고 책을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시리아는 터키와 이라크, 레바논, 이스라엘을 국경으로 두고 있는 국가이며, 1971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하페즈 알아사드부터 2001년 이후 현재까지 장기 집권하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에 위해 통치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중동의 민주화 시위의 영향으로 소규모 평화시위로 시작했지만 정권 유지에 불안을 느낀 아사드는 과도한 대응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사태는 더 커지고 말았다. 그리고 2015년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응하여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가세하면서 복잡한 국제전으로 바뀌었다.


(처참한 다라야 시내 모습)

 

2018년으로 시리아 내전은 8년째에 접어 들었는데, 이 책은 내전 한 가운데에 있던 2012년부터 최종적으로 모든 시민과 자유시리아군이 철수한 2016년까지의 다라야 도시와 그 도시에서 저항한 젊은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 델핀 미누이는 프랑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며 중동 지역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다라야는 정부군에 의해 4년간 모든 도로, 물자 등이 봉쇄된 채 엄청난 폭탄으로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폐허가 되었다. 2015SNS에 올라온 다라야 전쟁터 속의 도서관 사진을 보고 접촉을 시작한 그녀는 총과 함께 책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책에 빠져든 시리아 대학생들과 어렵게 접촉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이후 다라야가 결국 정부군의 폭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모든 시민과 자유군이 퇴출한 20168월까지의 기록, 그들과의 연락을 통해 알아낸 내전 상황, 젊은이들의 평화와 자유에 대한 마음의 기록물이다. 끝내 희생자가 되고 만 지하 비밀도서관의 창립자 오마르의 죽음은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한다.

 

참담한 전쟁의 포화 속에서 책을 통해 평화를 꿈꾸고 희망을 노래한 젊은 전사들의 이야기가 과장없이 여과없이 이 책을 통해 노출된다. 그리고 책이 총보다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억압자들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닫게 하려 하지만, 자유는 날개를 달고 있어서 미세한 틈을 비집고 날아오른다. 드럼통폭탄, 화학물질 폭탄이 수도 없이 떨어지는 전쟁터에서 책은 마지막 희망이고 마지막 기쁨이었다.

 

그들은 책을 통해 통치자들이 얼마나 나쁜 집단인지를 깨달았다.

 

이제 우리의 과거에 눈을 뜨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심과 절망의 순간에 과거는 왜 우리가 싸워야 하는지를 일깨워주었습니다.” (074)


(CNN이 촬영한 다라야의 비밀도서관 내부, 동영상 캡춰)

 

정부는 책을 숨겼지만 폐허 속에서 주워낸 책을 통해 청년들은 오히려 싸워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를 발견했다. 그들은 폐허 속에 세운 도서관에서 어린왕자를 읽고,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었다. 시리아의 역사를 읽었고, 사라예보의 역사를 읽었다. 그들은 포화가 멎은 밤, 서로 모여 토론을 했으며 책을 통한 성숙을 마음껏 받아들였다.

 

이제 다라야에는 더 이상 그 도서관이 남아 있지 않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부활했고, 이 책을 통해 죽어간 젊은 저항자들이 다시 살아났다. 총칼과 폭력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권력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책을 불 태우고 지식과 지혜를 왜곡시킬 수 있겠지만, 진정한 진리는 폐허 속에서도 다시 피어오를 것이다.  다라야는 죽지 않았다. 다라야의 역사는 현재 진행중이다. 우리나라도 광주 민주화운동 등이 비슷한 모습으로 민족의 아픔으로 남아있다. 자유를 향한 모든 역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며, 불씨는 우리 가슴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 책의 저자, 델핀 미누이)

 

~~~~~~~~~~~~~~~~~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수단이자 영원히 무지를 몰아내는 방법입니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부 엘에즈도 역시 스물세 살이었다. (035)

 

살아남은 그는 책이 주는 유익함을 믿었다. 등의 상처는 치유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마음의 상처를 달랠 권리는 있는 것이다. ...

 

책은 지배하지 않습니다. 책은 무언가를 선사해주죠. 책은 거세하지 않습니다. 책은 성숙하게 합니다.” (037)

 

책은 속박에 저항하는 기억의 산물이었다. 또한 시간과 굴복과 무지에 대항하는 퇴적물이었다. (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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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 비소설 2018-07-1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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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함돈균 저
세종서적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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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부제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닿는 사물의 철학이라고 달았다.

참 맛깔나는 책이다.

제목에 나오는 코끼리는 당연히 어린왕자에 나오는 이무기가 삼킨 그 코끼리다.

그러니까 어른들 눈에 엉뚱하게 비쳤던 그 모자가 사실은 이무기이고, 모자처럼 보인 이유는 이무기가 코끼리를 삼켰기 때문인데, 어른들은 그저 겉모습만 보고 모자라고 판단해 버렸다.



 

그래서, 이 책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은 저마다 이무기의 다른 변형이다. 표지를 보면 좀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코끼리를 이루고 있는 온통 산만한 저 사물들은 모자이고, 빨대이며, 구두, 반창고, 가위, 책 같은 사소한 것들이다. 코끼리 몸을 좀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바코드 리더기와 드론 같은 최신 사물도 보이고, 옛 가옥이나 빌딩, 계단 같은 이색적인 사물도 보인다. 결국 그것들은 겉으로 보기에 코끼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저마다의 다른 깊이와 넓이로 존재하는 사물들이다.



 

문학평론가인 함돈균은 문학 고유의 정치성과 예술적 전위를 철학적인 시야로 결합시키는 현장비평가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그의 이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은 눈만 돌리면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저자만의 시선으로 철학적으로 그러나 무뚝뚝하거나 난해하지 않은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참 재미있게 읽었다. 몰래 숨겨놓은 곶감 빼먹듯 아껴가며 하나의 사물씩 탐독했다. 거의 70개에 가까운 사물들이 저자의 눈에 포착되어 아낌없이 다른 모습으로 관찰되고 사유되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물이라고 생각되는 가위, 단추, 라디오, 만년필 같은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물로 접근하기 어려운 신상 잇템인 귀도리(나는 이 책에서 귀도리를 처음 알았고 얼른 인터넷으로 찾아 보았다. 나는 아직 한번도 실제 귀도리를 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아마 이제 알았으니 이번 겨울에는 만나볼 수 있으리라.) 텀블러, 구르프, 핫팬츠, 핫바디 같은 것들도 있고, 인형뽑기 기계, 콘센트, 스툴, 스쿨버스, 주유기 같은 사회적인 것들도 있다.

 

어떤 사물이든지 작가의 눈에 포착되면 벗어날 길이 없다. 사물인터넷이 4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그 사회가 오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모르겠다. 우리는 사물을 사물 그 너머에 있는 추억으로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참빗이나 철조망 같은 그런 사물들이 우리에게 주는 아픔과 아련함 같은 그 뾰족한 무엇. 그래서 실타래는 우리에게 문제라는 것은 풀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실마리를 찾아 끈기 있게 풀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는 것이면 좋겠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인데, 이 책이 참 쓸모 있고 좋은 건, 사물이라 이름 붙인 다양한 작은 것들 어딘가에 깊이와 넓이와 사유와 행복과 감사와 사랑을 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면 결코 책에 소개되지 않았을 많은 작은 것들이 이제는 외롭지 않게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물들을 작가의 글로 만나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사람에게 유년기가 잇는 것처럼, 사물에도 유년기가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물이 세상에 출현하는 최초의 순간을 떠올려보라. (008)

 

사람살이는 곧 인공 사물과 관계 맺는 일이다.

삶은 도구와의 관계 연속성 안에 있다. 사람들은 흔히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의 연속이 인생이라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사람보다 도구들과 만나는 시간이 더 길다. (009)

 

(가위) 어릴 때 자주 들리던 엿장수 아저씨의 가위소리.

그 가위는 아무것도 자르지 않는다. 두 개의 날이 엇갈리며 만들어내는 명랑한 율동감과 소리 자체로 음악적 퍼포먼스를 구현할 뿐이다. (020)

 

(노란 리본) 우리의 봄은 결코 2014년 세월호 사건 이전의 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변색된 봄의 이미지는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사물에 대한 사람의 감수성을 이전이후로 확연히 나누는 절단면, 이것을 철학자 들뢰즈는 사건이라고 불렀다. ‘사고처리되면 끝나지만, ‘사건은 집요하고 철저하게 해석되어야만 한다. (059)

 

(다이어리) 마법은 그때 시작된다. 이 사물은 시간의 주인이 되려는 개인의 의지와 소망을 담은 노트다. ... 미래는 본래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불확실한 방향에 놓인 시간의 속성을 뜻하는 말이다. (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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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책방을 한다는 것은 - 진작 할 그랬어 | 비소설 2018-06-2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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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저
위즈덤하우스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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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

 

유명인사 중 한 명이라고 했지만 나는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 몰랐다뉴스 앵커였다고 하는데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책 표지를 봐도 그녀의 얼굴은 낯설었다그러나 책을 들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저자는 어딘지 모르게 책방 주인 같았다.



 

책을 받기 전부터 설레었던 책은 오랜만이었다나는 이 책을 시작으로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와 오늘책방을 닫았습니다를 연달아 읽었다나의 책방 창업에 대한 무한 그리움을 두 권의 책으로 열고뜨거워진 열기를 마지막 책으로 닫을 심산이었다.

 

올 2월에 일본 헌책방 순례기인 아주 오래된 서점을 읽었고,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 시리즈를 2월부터 3월 사이에 다 읽었다책방을 소망하고 열망하는 마음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다그때 진작 할 걸 그랬어를 집어든 것이니불타오르는 곳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책은 책방에 간다는 것” 1부와 책방을 한다는 것” 2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1부는 일본의 서점들을 남편과 같이 순례한 내용을 적은 것이었는데, 2월에 읽었던 아주 오래된 서점에 나왔던 일본의 책방길과 서점이 소개되기도 해 친근함이 들었다.




1부에서 가장 충격적인 서점은 모리오카 서점이었다오직 한 권긴자역에서 800미터라니긴자역은 내가 홀로 일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장 갔을 때 (매우 오래 전 일이다.) 공항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무작정 내린 곳이었다세상에서 가장 비싼 땅어어리인 도쿄 긴자에서 그 서점은 오직 한 권만 판다일주일에 단 한 권의 책만 파는 곳저자는 그곳이 결코 서점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한다서점 주인이 골라놓은 단 한 권그렇지만 주인은 그 독특함으로 그 작은 방을(사진에서 보듯이 정말 코딱지만한 공간이다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다어느새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는 서점한 주간 동안 작가 초청이나 책과 관련된 물품을 진열하는 등 일주일을 매우 분주하게 보낸다고 한다그래서 한 권의 책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그리고 일주일에 100권은 거뜬히 판다고 하니결코 손해보는 서점은 아닌 듯했다.




 

2부는 책방을 한다는 것이라는 제목이 있어 본격적인 책방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일본 서점 순례가 이어진다그녀는 책방을 열기 전에 일본 서점을 두 번이나 둘러보고 왔다. 2부는 책방을 연다는 그 본질적인 물음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책방순례기와 병치하여 이야기하고 있다이 책 제목이 어떻게 진작 할 걸 그랬어라고 정해지는 것인지도 나와 있다.

 

책방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무엇일까유명세도 없는 동네 책방에서책만 팔아서는 결코 온전한 가게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어린아이가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금방 답이 나온다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와 간극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 것인가하는 것이 책방 창업을 고민하는 소시민의 실질적인 고민일 것이다.

 

가수 요조도 책방을 열었고노홍철도 책방을 열었고김소영도 책방을 열었다어느 정도 유명한 사람들이 책방을 여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책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고 책방에 찾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더 많은 사람들이 책방을 열기를 소망한다모두들 진작 할 걸 그랬어!!” 외치며 웃고 떠들고 춤을 추면 좋겠다나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책 마지막에 책방 주인이 된 저자가 골라놓은 추천도서 100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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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건 못 참아-실험하는 여자 영혜 | 비소설 2018-04-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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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험하는 여자, 영혜

이영혜 저/고고핑크 그림
새움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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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여자, 영혜>

 

대단한 여자가 나타났다.

공대 출신 기자 영혜씨.

그녀는 궁금한 건 못 참는다.

 

궁금하면 옆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험으로 답을 찾는다.

?

그게 가장 정확하니까.

 

자신을 실험도구로도 마구 사용한다.

?

그래야 전후사정을 다 알 수 있으니까.

성공의 가능성, 실패의 가능성

그리고 실패한 사람을 위로해줄 수 있으니까.

 

그녀의 첫 도전,

다이어트.

그녀는 다이어트 실험을 위해 무려 6주 동안 고기를 끊는 극한모드에 돌입한다.

? 실험을 위해서. 정말 그렇게 되는지 알아보려고.

 

이 책은 그렇게 탄생하였다.

굶기도 하고, 언니의 친구네 냉장고를 급습하기도 하고, 생리대를 마구 찢기도 하고,

그렇게 한 편씩 완성했다.

 

그런 처절함이 숨어 있지만, 이 책은.

한 마디로, 유쾌 상쾌 통쾌하며

책을 읽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독서의 즐거움이 생기고,

모든 자녀를 공대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마구 들게 만든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실험들은 하나하나 다 재미있지만, 제일 압권은

아나콘다에게 직접 먹히는 실험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실험은 영혜 씨가 직접 체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이 정도면 이 책이 어떤 수준인지 감히 짐작이 될 듯하다.

아무쪼록, 거한 지식의 성찬을 코스 요리로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 궁금한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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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마드인의 자유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 | 비소설 2018-03-1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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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바일 보헤미안

혼다 나오유키,요스미 다이스케 공저
세종서적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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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보헤미안>

두 노마드인의 자유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


여기 부러운 두 사내가 있다. 그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사는 디지털 유목민이다.

혼다 노유키와 요스미 다이스케.
그들은 하와이 해변에서, 뉴질랜드 숲속에서,
잉여의 삶처럼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간다.

전 세계를 누비며 강연을 하고, 책을 쓰고, 자문을 해주며 다양한 수입원을 두고 돈을 번다.
그리고, 낚시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낚시 글을 쓰고 돈을 번다.
미식가처럼 음식을 먹고, 그 다음엔 음식 글을 쓰고 돈을 번다.
일본에 잠깐 갔다가, 하와이로 가서 자신의 일을 즐긴다.
스마트폰이 있어 모든 작업을 사무실 없이 까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할 수 있다.
그저 부럽기만 한 꿈의 일상이다.

과연 이런 생활은 그들에게만 허락된 것일까, 아니면 독자에게도 가능한 일일까.
그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며,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므로 누구라도 자신들처럼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들은 그 사실을 증명하고, 독자들에게 도전해 보라며, 이 책을 썼다.
책 속에 자신들이 어떤 준비를 해 왔으며,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
낱낱이 밝히고 있다.

그들은 모두 직장생활을 했다. 그것도 꽤 오랜 시간을.
그랬기에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더 거짓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단, 그들은 목표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정했고(가령 하와이에서 살자)
그 목표를 위해,
직장생활 동안 돈을 모으고,
몇 번이나 사전 답사를 하고,
구체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그리고 그것이 완료될 때까지 직장생활을 견뎌냈다.
직장생활을 플러스 항목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많은 것을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모든 작업은 목표가 명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들은 마흔이 넘어서 그 결과를 완성시켰으며, 지금은 완벽해진 일상으로, 자신들의 꿈대로 그 삶을 그대로 살아내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잉여의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절벽 위 까페에서 차를 마시며, 결제를 하거나,
어느 도시든지 도착하면 가장 좋은 까페를 찾아가 글을 쓰고 5분만에 발송해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너무 늦은 때가 없다는 것을 받아 들인다면, 나도 이 책 저자처럼 지금부터라도 뭔가를 준비할 수는 있겠다. 그렇다면 하물며 젊은 청년들이여, 무엇을 더 고민하겠는가.

다만, 이 책의 교훈을 좀더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을 벌고 살아가기 위해,
내가 뭘 좋아하지?를 결정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때로 우리는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또,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이기에 사명감으로 일을 하기도 하는 것이기에,
삶의 가치관, 세계관 같은 것에 따라 다소 받아들이는 데 경중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두 사람이 워낙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꺼내 놓고 만든 책이라, 그런 측면에서 책은 참 유용하고 도전이 되었다.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

단, 그들과 나는 인생의 목적과 방향이 달라서,
목적을 보다 명확히 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쪽으로 달려갈지는 분명히 다를 수 있겠다.
내게는 나의 달려갈 길이 있으니까.

(물론 함정은 그것이다. 나의 달려갈 길이 있는데, 나는 지금 그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저자가 말하는 쳇바퀴 도는 직장생활의 늪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면, 저자들이 말하는 것이 딱 맞는 상황인데...쉽지 않다.

매우 어려운 문제다. 삶이란 게, 눈을 딱 감고 번지점프처럼 몸을 내던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 미혼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가족을 이루고 가족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이야기가 한갓 신기루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직은 기회가 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 것.)

“몸은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좋고,
짐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모바일 보헤미안,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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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시장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 | 비소설 2018-03-0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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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주 오래된 서점

가쿠타 미쓰요,오카자키 다케시 공저/이지수 역
문학동네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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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서점>

일본에 유서 깊은 헌책방이 많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이제 헌책방보다는 중고서점이 더 많아지고 있다.
헌책방과 중고서점의 차이는 명백하다.

예전에는 같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이제 중고서점은 알라딘 중고서점이나 예스24 중고서점처럼 대형서점이 지역마다 세우는 깔끔한 현대식 책방을 이르는 말로 변했다. 취급하는 책들도 대부분 깨끗한 책들 중심, 유명한 책들 중심으로 다시 읽는 책으로써의 기능을 위한 서점이다.

이에 반해 헌책방이라고 하면 조금은 더 시대가 앞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중고서점에서 취급하는 책들을 거의 다 취급한다. 그래서 그런 책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운영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 중고서점에서는 2000년대 이전 책은 취급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헌책방은 1990년대 책은 물론이고 1970년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로로 쓰인 책들도 많고, 심지어는 고서점처럼 아주아주 오래된 책들을 취급하기도 한다.

한국에는 미국이나 일본 또는 유럽처럼, 헌책 시장이 없다. 헌책방이 있긴 하지만, 헌책을 사고 팔고 수집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말이다. 가령 절판된 책이나 초판본, 사인본 같은 책들이 별도의 가치를 가지고 그 가치를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뒤지며 찾아다니는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된 서점>은 노란 책 표지에 헌 책이 가득 쌓여 있고, 고양이가 한 마리 앉아 있다. 그래, 이 느낌이야. 딱 그 느낌이 온다.


게다가 뒷표지에는 한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김연수”가 이 책을 들고 일본에 가고 싶다,고 구구절절 적어 놓아 뭔가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에 덥석 붙잡은 책이었다.


한국에 얼마 전 소개된 책 <장서의 괴로움>의 저자, 오카자키 다케시가 1년 동안 일본 헌책방을 순례하며 집필한 이 책은 딱 일본스러웠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절대 이런 식의 기획을 할 것 같지 않은, 솔직히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이런 식으로 책을 냈다면 결코 책이 팔릴 것 같지 않은(그러나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실제 판매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너무 개인적이며 사설이 많은, 아니 어쩌면 사설 중심의 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자 사실은 한숨이 조금 나왔다. 내가 기대한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책이었다. 다만 앞부분에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처럼, 한국에는 어쨌든 이런 헌책방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고, 일본에는 아직 이런 책방이 계속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샘이 났다. 책을 다 읽고 나자 맨 뒤에 “헌책방 일람”이라는 부록을 붙여 놨는데, 그 사이에 벌써 폐점해서 사라진 서점이 꽤 있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 네 군데나 폐점되었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 책을 들고 일본에 가서 헌책방을 순례하는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주려는 마음으로 정보를 공개한 듯 보였다.

또 다른 일본 작가가 헌책방 순례를 하고 내부를 스케치하여 책으로 펴낸 걸 본 적이 있는데, 오히려 그 책이 훨씬 알찼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에 이 많은 헌책방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눅이 들고 부러웠던 책이었다. 한국의 헌책방은 부활할 수 있을까?

"어느 서점이든 그 서점만의 온도가 있어서, 그 온도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는 즐거움보다 안도감쪽이 더 컸다. 책은 소비되고, 잊히고, 사라지는 무기물이 아닌 체온이 있는 생명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어서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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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작가들의 작가로 살아남기 | 비소설 2018-02-14 22:34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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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밥벌이로써의 글쓰기

록산 게이 등저/만줄라 마틴 편/정미화 역
북라이프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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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로써의 글쓰기>

전업작가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세계 문학의 중심인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33명이 전하는 진짜 밥벌이로써의 글쓰기에 대한 글.......

대부분 현재 뉴욕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만줄라 마틴 작가의 인터뷰에 응하거나 직접 글을 써서 스크래치라는 잡지에 올린 글로 편집되어 있었다. 만줄라 마틴이 직접 인터뷰한 작가는 8명이고 나머지는 자신이 직접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서 올린 글이다.

33명이라고 했지만 그 가운데에서 내가 아는 작가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닉 혼비와 록산 게이. 그 중에서도 록산 게이는 유명한 책 이름만 들었을 뿐이고 책은 읽지 못했다. 결국 왕성한 현대 작가 중 나는 닉 혼비의 책만 두 권 읽은 셈이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놀라워 하는 사실은, 내가 닉 혼비와 록산 게이의 이름만 알고 있었던 것처럼(그 지명도의 수준처럼), 33명 작가 가운데 전업작가로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닉 혼비와 록산 게이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사보에 글을 연재해 대충 원고료가 얼마인지도 알고, 책도 펴내 인세도 받아보고, 대필작가로 다른 사람 책도 써주고 해 봤지만, 정말 얼마나 유명해져야 전업작가로 살 수 있을지 궁금했고, 과연 전업작가로만 먹고 살 수가 있을까 하는, 전업작가에 대한 로망으로 이 책은 내게 무척 큰 관심사였다.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뉴욕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공과금에 대한 부담 그리고 집 월세 같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청년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조한 것처럼, 작가들에게도 아직은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국문학과를 가지 못했던 것은 순전히 “굶어 죽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세상에 나와보니 국문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굶어죽는 방법은 다양했고, 국문학과를 간다고 해서 다 굶어죽는 것도 아니었다.

대학 종신교수직을 버리고 작가의 길을 택한 두 번째 작가 “케이트”의 이야기는 끔찍했다. 그리고 사실은 내 이야기처럼 들려 많이 괴로웠다.

“몇 개월 뒤, 나는 10달러가 없어서 체인 미용실인 그레이트 클립에도 가지 못한 채 가위를 들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
한 사람 이상이 아주 진지하게 내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한 해를 보냈다면 죽어버렸을 거야.” (45~46쪽)

뉴욕 작가들도 대부분 본업과 작가의 길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닉 혼비처럼 전 세계에 책이 팔려나가 순식간에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정말 정말 통계적으로 가능성이 1도 없다고 봐야 한다.

또 다른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보자.

“마침내 잡지가 최후를 맞이하면서 실직자가 되었을 때, 나는 일거리가 줄었으니 식욕도 줄어들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반대였다. 식욕은 늘어났다.” (108쪽)

작가도 사회안전망인 4대보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족이 있다면 그들에 대한 양육의 책임, 보살핌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 작가의 쥐꼬리만한 수입으로는 가족에 대한 책임은커녕 자신의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다.

얼마 전에 읽었던 국내 작가의 책 속에서도, 일 년에 책 4권을 펴냈지만 연봉 400만원에 불과했다고 자조 섞인 호소를 읽은 적이 있다. 일본이나 미국은 인구가 많아서 초판 발행부수가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작가는 우연히 일본 작가를 만났는데, 책을 펴내고도 힘들게 산다는 것을 일본작가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작가 니나 맥레플린에게 칭찬했지만, 그녀는 칭찬이 식료품을 사주지 않는다고 힘들어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칭찬과 식료품 두 가지 모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콜린 디키는 말한다.
돈에 개의치 않고 글을 쓰는 낭만적 작가는 그 자체로 허구다. (134쪽)

학생들이 일을 관두고 전업작가가 되고 싶어하면 뭐라고 대답할 거냐는 마틴의 질문에 유명한 작가 록산 게이는 이렇게 말했다.

“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닥칠 상황들을 알려주려고 해요. 정말 대안이 있어야 해요. 전 학생들의 꿈을 꺾고 싶지 않아요. 그들의 꿈을 꺾지 않으면서 동시에 사회에서 겪을 어려움에 대비하도록 도와야 해요.” (161쪽)

이 책은 편집한 만줄라 마틴은 “글쓰는 인생이 하나의 공상이라면, 본업을 그만 두는 것 역시 또 하나의 공상”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 책은 그랬다.
작가들의 현 주소를 알려주는 책. 한 두 명의 성공한 작가 외에는 모두 식료품을 걱정하고, 집세를 걱정하고, 그러면서 전업작가를 꿈꾸는 삶에 대한 책.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작가는 가난하고 슬프고 힘든 직업이다. 그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래도 작가를 할래? 라고 작가 지망생에게 으름장을 놓는 책이다. 하지만, 결국 작가들이 작가라는 불꽃을 쫓아가는 것은, 그것이 가난한 직업군에 해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는 것은, 그것이 명성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글 쓰는 것이 좋아서라는 것. 그렇지만 살기는 살아햐 하니, 그것이 힘들 뿐이라는 것. 그래서 여전히 그 경계에 서 있다는 것.

언젠가는 전업작가가 될 수 있을까? 가족에 대한 책임부양이 없어지고, 직업도 잃게 되면,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전업작가가 되는 것일까?

본업을 버릴 수 없어 직장을 다니며 지하철 안에서 무겁게 들고 다니며 읽은 책. 그래서 내 이야기처럼 더 소중한 책이 되었다. 33명 작가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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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학자가 생명의 기원을 밝히려 고군분투하다 | 비소설 2018-02-1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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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명의 기원

폴 데이비스 저/고문주 역
북스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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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원>


폴 데이비스의 <제5의 기적, 생명의 기원>을 사게 된 것은 순전히 작년에 읽었던 교양과학도서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라는 책 때문이었다.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는 위대한 과학자 37명을 인터뷰한 내용이었는데 그때 과학자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그들이 펴낸 교양과학도서에 대한 글이 짧게 언급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그래도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고른 책이 이 <생명의 기원>이었다.

이 책은 자연과학에 포함되는 책이어서 아침 출근하고 나서 아홉 시 업무 시작하기 전 자투리 시간에 야금야금 읽었는데 작년에 읽기 시작한 것이 결국 해를 넘겨 올 1월에 마무리하게 되었다.

교양과학도서라는 말만 믿고 야심차게 시작한 과학도서였지만 역시 전문적인 용어 앞에서 무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관심은 있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영역이었다. 이럴 때 취할 수 있는 독서법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일일이 따지면서 찾아보며 읽지 않고 그냥 넘기면서 읽는 것이다. 물론 계속 반복해서 나오거나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개념이 나오면 인터넷의 힘을 빌리며 읽기를 이어갔다.

이 책은, 정확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생명이 어디서 왔는가, 하는 문제를 미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이미 진화론이라는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이 과학적 대세로 굳어진 상태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하나의 질문, 그 진화론의 가설(몇 개의 원소가 어떤 특수한 환경에 함께 있게 되면 아주 우연히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을 믿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몇 개의 원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화성에서의 생명체 가능성 등을 검토하며 다방면의 이론을 검증하려 노력하였다.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여겨졌던 곳에서의 생명체의 발견을 예로 들며, 어떤 극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체는 살아남는다는 놀라운 박테리아의 신비를 알려준다. 정말 놀라운 것은 콘크리트를 갉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황화수소를 먹는 박테리아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콘크리트를 부식시키는 그 무시무시한 황을 먹으며 생존하는 박테리아가 있다니.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래서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생명의 기원은 뭐란 말인가.
그는 끝내 그걸 밝히지 못했다. 그건 사실 인간이 처음부터 밝힐 수 없는 영역이었다. 생명체가 탄생하는 그 순간에 우리가 함께 있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할 수 없는 이상, 우리는 사실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다. 그저 생각만, 가설만, 이론만 난무할 뿐인데, 그럼에도 이 책은 진화론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논리적 허점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이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점이 높이 사줄 만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밝혀내질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걸 증명하고 그걸 책으로 펴냈다. 그는 고백한다.

고대세균령, 진전세균령, 진핵생물령의 세 영역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09쪽)

NASA 탐사선 과학자인 테릴은 “지구에서 그런 성분들을 함께 두면 여러분은 십억 년 안에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라고 언론에 발표했다. (288쪽) 정말 지구가 이런 가설 속에서 태어났다고 믿어야 하는 걸까?

저자는 말한다.
아무리 많은 물과 환상적인 화학물질로 치장을 하더라도 시기적절하게 살아날 수는 없다. 따라서 지구의 생명체는 천문학적 불가능성 중의 요행수임에 틀림없다. (288쪽)

그는 연구를 하면 할수록 생명이란 것이 과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화학적인 필요를 회피함으로써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즉, 생명의 법칙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을 모두 회피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주장에 이상한 허점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는 “실제로 생명은 조건이 적당하면 언제나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우연히 만들어지는 생명이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굴드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상에서 생명의 역사는 승리자보다는 실패자가 훨씬 더 많은 어마어마한 복첨이었다. 그것에는 너무나 많은 운명의 우연, 너무나 많은 임의적 변덕이 들어 있어서 변화 유형은 필수적으로 무작위적이었다. 우리 자신의 진화 역사를 구성하는 수백만의 우연한 단계들은 두 번째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개략적으로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인간과 희미하게라도 비슷한 것을 포함하게 될 확률은 사실상 0%임에 틀림없다.” (321쪽)

저자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다면 다른 우주에서도 동일하거나 비슷한 환경에서 충분히 생명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찾기 위한 노력들을 열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결국 아무것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단지 그 희망과 가능성만을 안고 책을 종결지었다.

기독교인으로서 진화론의 이론이 얼마나 허구적 상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저자의 이러한 지난한 탐구는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왜 이렇게까지 보여주는데도 신의 창조섭리를 받아들이지 못할까. 진화론의 가설을 인정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모든 연구는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모든 가설의 패배는 명확한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저자가 놀라워하며 내지른 탄성, 우연히 만들어진 생명체가 이렇게 정교한 법칙을 가지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구성할 수 있다니. 그게 바로 답 아닌가. 그래서 기뻤다. 세계의 대 과학자가 자신의 전문적이면서 광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결국 풀어내지 못한 생명의 기원. 그는 책에서 기존 가설들의 많은 허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발견을 추가했다. 그것들은 모두 조금만 비틀어 보면 결국 신의 섭리를 증명해주는 것들이었다. 미생물학 분야에 크리스천 학자가 있어서 이 부분을 한번 더 명확히 증명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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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고양이와의 이별을 노래한 헌시 | 비소설 2018-02-08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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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가 왔다, 머물다, 떠났다

도우라 미키 저/양수현 역
중앙북스(books)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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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왔다, 머물다, 떠났다>


두 고양이와의 이별을 노래한 헌시.



참 독특한 책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를 집에서 키울 수 없어 고양이 책을 모으는 고양이책 수집가로서 이번 고양이 책은 참 특별했다.

일본 작가의 글은 대부분 가볍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그런 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큰 단점으로 다가왔는데, 생각을 살짝 바꾸자 오히려 그런 글쓰는 방법이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작가로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진짜 친구에게 얘기하듯이 서술하면서 책 한 권을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너무 세세한 자기 이야기들, 그러니까 이 책과 그닥 상관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도 넝쿨에 끌려 나오는 고구마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간혹 얼굴을 찌푸리게 할 때가 많았다.

이번 책도 그런 면에서 볼 때 가벼웠다. 마흔이 다 된 노총각에게 두 고양이가 어떻게 다가왔고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저자가 일기 적듯이 적어놓은 글이다.

가벼운 스웨터 차림의 글이었지만, 이번 책은 발랄하지 않았고,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처럼 묵직했다. 고양이는 시종일관 아팠고 첫 번째 고양이를 무지개다리로 보낸 뒤 남아있는 한 마리마저 아프기 시작하면서 이 책은 통째로 아픈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말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번째 고양이도 결국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슬픔보다도, 저자가 아픈 고양이를 위해 어떤 헌신과 사랑을 보여주는지, 고양이가 죽어서 슬프다기보다, 저자의 간절함에 콧등이 찡해졌다.

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놓이고 있는 현 시대를 비웃듯이, 고양이는 최근 들어 더욱 인간을 정복하여 지구를 고양이제국으로 만들며 왕성하게 증가하고 있다. 고양이는 결코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먹이 앞에서 잠시 애교를 떨 뿐이다.

애완동물이든 반려동물이든, 인간과 함께 한 방에서 24시간 생활한다면 정말이지 가족과 같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인간이 독거인이라면 무조건 함께 사는 동물은 가족과 진배없다.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동물도 그러할 것이다. 그 또는 그녀에게도 함께 동거하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는 유일한 반려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픔을 해결해주고, 식욕을 해결해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인 가구가 더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사회복지 사례연구에서 독거노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면 우울증과 치매가 크게 경감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그렇지 않겠는가. 대상이 동물일지라도 그들은 감정을 교감할 수 있으니까. 찾아오지 않는 가족보다는 나을 것이 뻔하다.

저자는 두 번째 고양이마저 보낸 뒤, 먹고 살기 위해 여전히 삶의 터전에서 고군분투하지만, 자신의 두 고양이를 꿈속에서 만나며 잊지 못하고 있었다.

고양이란 순간을 사는 존재다.
인간은 그 고양이와 함께 산다.

고양이 책으로서는 참으로 따뜻한 책이었다.


~~~
녀석은 심각한 변비에 시달렸으므로 배를 마사지해서 변을 밀어내줘야만 했다.
기쥬는 매번 나를 할퀴었고 내 팔은 자해라도 한 것처럼 상처로 가득했다.

...
여전히 그때가 그립다. ...
손바닥만 한 비좁은 곳이라 고양이도 사람도 답답하게 지냈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문득 ‘행복이란 그것이 지나간 다음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로 된 거다.
인생은 원래 그런 법이니까.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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