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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문학 1- 눈의 아이, 몽텐 | (가제)숨기고 싶은 책 2015-11-1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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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문학 1- 눈의 아이, 몽텐>


나만 알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숨기고 싶은 책 소개,

위조되지 않은 자연, 그 압도하는 거대함 속에 살아가는 자연가족


 

자연은 순수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경하면서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현대인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삶을 두려워합니다. 우리의 오래 전 선조들이 살아온 삶이지만, 이제 우리들은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고개를 흔듭니다. 아마 거의 모든 곳이 파헤쳐지고 훼손되어 더 이상 순수한 자연은 없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런 문학이 반갑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가치관으로, 훼손되지 않은 자연과 함께 날 것 그대로 살아가는 삶은 그래서 위대합니다. 자신의 문명을 포기한 채 위대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탐험가들에게 우리는 경건한 묵례를 드려야 합니다.

 

자연문학 첫 번째 책으로 눈의 아이, 몽텐을 선택하는 데는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자연인을 추적하여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다들 사연 한 가득 안고 자연과 벗삼아 사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합니다. “, 나도 저런 곳에서 혼자 살아보고 싶다.” 세상만사 모든 시름을 잊고 산에서 나물을 캐고 강에서 물고기를 낚으며 유유자적하며 사는 모습들은 꼭 도인들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나라의 산은 사람과 떨어진 물리적인 고독을 경험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날 것 그대로의 삶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호랑이도, 곰도, 늑대도, 스라소니도 더 이상 살지 않는 산.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토끼와 청설모와 멧돼지.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귀농의 삶을 꿈꾸고 전원주택을 마지막 종착지로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속에 여전히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태초의 마음이 남아 있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고대 선조들의 삶에 대한 희미한 기억이 저를 여전히 붙들고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보면 당장 불편함을 느껴 이미 문명에 인 박이듯이 딱 붙어 있는 인생임을 실감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책을 좋아합니다. 이제는 작위적인 설정으로 기간을 정하고 탐험가의 정신으로 모험을 하지 않으면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시대에 와 있습니다. “눈의 아이, 몽텐이라는 책이 나왔다는 글을 읽자마자 절판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즉시 구입해 읽었습니다. 그때의 설레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책이 나온 지 어느새 5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 절판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책 표지를 보면 책을 사보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위조되지 않은 자연에 딱 맞게 순수한 얼굴, 바로 그들의 딸, 몽텐입니다. 책 표지를 보고 있노라면 그저 모든 시름이 다 사라지고 맙니다. 이 가족은 몽텐이 아직 기저귀도 떼지 않았을 때 온 몸을 모피로 칭칭 감싼 채 로키산맥을 가로질러 투카다시 호수에 통나무 집을 짓고 살아갑니다. 캐나다 유콘주로, 알래스카로 썰매를 끌고 다니며 날 것의 삶을 온몸으로 살아갑니다. 영하 40도가 넘는 극한 추위 속에 겨우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몽텐은 밖에서 개들과 얼싸 안고 놉니다. 얼음이 얇아지면서 생명의 위협하는 숱한 위험을 만나고, 거대한 회색곰과 대치하기도 합니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그들 가족은 통나무집에서 계속 머무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썰매개를 타고 이동하고, 말을 타고 이동하며 끊임없이 유목민의 삶을 체험합니다. 그들은 이천사백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일 년 동안 움직이며 야생 속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것은 그들 가족의 일생의 꿈이었습니다. 온갖 위험 속에서 이들 가족은 자연과 친구가 되고, 자연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책이 유사한 다른 책과 달리 위대한 점은 온 가족이 이 삶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몽텐에게는 잊지 못할 평생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결코 다시는 만나지 못할 시간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다시 도시 속으로 돌아왔습니다. 몽텐은 놀이방에도 다녔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텔레비전 앞에서 울면서 뒷걸음 친 몽텐. 점심으로 생선이 나오자 몽텐이 묻습니다. “이거 누가 잡았어요?”

 

책을 다 읽고 나면 눈을 감아 보세요. 그들의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하게 그들의 삶이 영화처럼 눈앞에 펼쳐집니다. 푸른 하늘, 흰 눈에 둘러싸인 숲, 높은 바위를 뛰어다니는 산양, 밤 울음을 우는 늑대들. 그 속에 작은 통나무집 하나. 몽텐 가족이 유쾌한 웃음을 터뜨립니다. 우리 같이 몽텐 가족을 만나러 가보지 않을래요?

 

---------

 

62

나는 산 속에, 산은 내 속에 있다.

산의 아름다움은 유리를 통과하듯 나를 통과한다.

나는 향기와 색깔에 취해 그것들을 흠뻑 빨아들인다.

행복감이 스며든다.

들리는 모든 소리가 내 영혼으로 스며든다.

63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여행의 고단함도 잊게 해준다.

그리고 그것이 주는 위안이나 감동은

세상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하다.

75

나는 아침을 사랑한다.

많은 뉘앙스를 품고 있는 부드럽고 아늑한 아침의 빛.

서서히 사물의 색깔이 드러나고,

변치 않는 평화가 어둠을 몰아내는 이 시간을 나는 사랑한다.

아침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소박하고도 감동적인 연극작품이다.

 

2부 투카다시 호수

우리는 더 이상 관객이 아니다.

이런 천혜의 환경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배우들이다.

우리는 더 이상 숲에서사는 것이 아니라 숲과 함께산다.

 

192

한평생 보아도 질리지 않을 아름다움이다.

나는 그 경치를 허겁지겁 눈으로 집어넣으며 아름다움에 취한다.

 

237

겨울의 무릎에서 살아남으려면 순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겨울은 존경과 겸손과 포기를 요구한다.



 

--------------

 

(이전 글)

<생존문학 2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

<생존문학 1 안효숙의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

<(가제) “숨기고 싶은 책 55” 글을 열며>



눈의 아이, 몽텐

니콜라 바니어 저/유영미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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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문학2)-크누트 함순의 "굶주림" | (가제)숨기고 싶은 책 2015-11-0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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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문학 2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

나만 알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숨기고 싶은 책 소개, 생존문학 그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을 소개합니다. 저는 이 책을 15년 전 즈음에 읽었는데 지금까지 강하게 저의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소설책은 많이 없어졌는데, 이 책은 지금까지 저를 떠나지 않고 함께 이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한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라는 책이 삶과 죽음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생존문학에 딱 맞는 책 제목이었다면, 이번에 소개하는 굶주림은 한 단계 아래로 내려온, 생존의 구체적인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생존에 딱 맞는 책 제목입니다. “굶주림이라고 하니 어딘가 맹수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밀림속에 들어선 기분이 듭니다. 그만큼 굶주림이 주는 단어는 폭력적입니다. 맹렬하고 지독한 단어입니다. 그러나 생존에 아주 어울리는 명징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명징함처럼 책의 내용도 아주 간단합니다. 주인공의 자서전 격이라고 알려진 이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 청년의 굶주림에 대한 일상의 묘사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식도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습니다. 처음 식도암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충격을 받은 것이 있었는데, 식도암에 걸리면 나중에 식도가 막혀 아무 것도 먹질 못해 죽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그분은 그렇게 돌아가시지 않았습니다.) 굶어 죽는다는 결론은 똑같지만 굶주림은 그 질감이 다릅니다. 질병에 걸려 굶어 죽는 것은 자신의 신체가 더 이상 먹을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가 됨으로써 나타나는 결과론적인 부분이지만, 굶주림은 신체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 때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작 당사자는 신발 가죽이라도 삶아 먹을 수 있는 왕성한 식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돈이 없어 굶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모든 곳이 피폐해져 모든 사람이 기아 상태에 빠진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공동의 운명이니까요. 그러나 여기 이 책에서 소개되는 주인공의 경우, 자신을 제외한 다른 곳에는 어디에나 먹을 것이 널려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과 격리된 굶주림은 주인공을 더욱 비참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책속에 쓰여진 문체를 보면 그다지 비참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구구절절 눈물을 쥐어짜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주인공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닙니다. 그러면서도 하루종일 굶었다는 할아버지를 만나면, 자신의 조끼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받아 할아버지에게 떼어주는 순수함을 가졌습니다. 그만큼 순수한 영혼의 일기와 같습니다.

 

그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합니다. 실제로 크누트 함순은 15세 때부터 행상, 납품팔이, 점원, 농장 심부름꾼, 석공, 제화공, 목수, 가정교사 등 온갖 직업을 전전하며 그날그날의 식량을 벌었습니다. 그는 소학교 이상의 학력은 얻지 못했지만 손에 보이는 책이란 책은 모조리 읽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낸다는 것이 내게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아무도 모르리라! 수 차례의 퇴짜, 막연한 약속, 냉정하기 짝이 없는 딱지, 부풀어 올랐다가 실망으로 바뀌는 희망, 매번 허사로 돌아가는 새로운 시도 등에 나는 기가 죽었다.” (17)

 

그는 사는 것이 너무 슬퍼졌을 때 빗 한 자루도 남아 있지 않았고, 책 한 권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얘기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진짜로 굶어본 사람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어떤 이유로 일주일 가량을 굶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기억으로 삼일쯤 되니까 눈 앞에서 신기루처럼 통닭이 둥둥 떠다니더군요. 그것이 가짜인 줄 알면서도 뇌는 흐리멍텅하게 손에게 명령을 내려서 눈 앞에 떠다니는 통닭을 얼른 집어 먹으라고 했습니다. 손도 멍청하게 그 명령을 받아 앞으로 휘저었죠. 굶는다는 것은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치명적인 것입니다.

 

나는 계속 골목길들을 걸어다녔다. 아무런 근심도 없이 거닐다가, 별 필요도 없이 모퉁이에서 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아무런 용건도 없이 옆 골목으로 들어서기도 했다. 다른 행복한 사람들 가운데 섞여 이리저리로 무위로움을 달랬다. 즐거운 아침 속을 배회하며, 되어가는 대로 자신을 내맡겼다. 공기는 텅 비어 맑았다. 내 영혼에는 그늘이 한 점도 없었다.” (20)

 

그저 조금이라도 입 안에 넣을 빵이 있다면! 길거리를 걸어다니면서 깨물어 먹을 수 있는 그 맛있는 호밀빵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먹었으면 좋겠을 특별한 호밀빵 종류를 자세하게 머리 속에 그려 보았다. 잔인하도록 배가 고팠다.” (88)

 

얼마 전 읽었던 허삼관 매혈기가 떠오르네요. 독서는 간접경험을 하게 해 줍니다. 내가 이렇게 굶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읽어봄으로써 굶는다는 것의 실존적 의미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만약 가난 때문에 진짜로 굶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성경만큼이나 귀한 책이 될지도 모릅니다. 내 인생 역시 험악하고 가파른 시간을 안고 있었기에, 때로는 정말 쌀 한 톨이 없어서 신에게 간절히 기도했던 적이 있었기에, 수많은 천사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굶주림이 주는 간절함의 의미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내가 이 책을 계속 끼고 이사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용을 좀더 잘 써보고 싶긴 합니다만, 지난 주부터 이번 주까지 제게는 너무 가혹한 시간이라 어찌 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책 소개는 꼭 하고 싶어 부랴부랴 글을 써 봅니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것인지,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생존문학의 두 번째 책으로 전혀 손색없는 책입니다.

 

 

 

 

굶주림

크누트 함순 저/우종길 역
창 | 200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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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문학 1)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 (안효숙) | (가제)숨기고 싶은 책 2015-10-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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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문학 1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

 

첫 번째가 가지는 의미와 부담이 이토록 클 줄 몰랐습니다. 이제는 글을 써야겠다고 호기롭게 내뱉었지만 당장 책을 한 권 고르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대강의 책들이야 이미 마음속에 정한 바지만 그래도 첫 책을 선택하는 것은 양 어깨 가득 무거운 물통을 짊어지는 것처럼 부담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여러 책들이 있지만 <생존문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추천할 첫 번째 책으로 안효숙 시인의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를 골랐습니다.

 

<생존>이라는 이름에 딱 맞는 책 제목입니다. 얼마나 간절한지 제목 앞에서 무릎 꿇고 절을 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책 제목에서 눈물이, 땀방울이,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책은 또 어떤지요. 표지에 작가의 전신이 아무런 가림도 없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얼굴은 그다지 어느 유명 표지에 어울릴만한 그런 미모도 아닙니다. 흐릿한 시골장터를 뒷배경으로 까만 옷을, 아니 흑백사진이니까 까만 색으로 나왔겠지만요, 두 손을 정갈하게 모으고, 두 발도 가지런히 모아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한 모습, 그렇지만 말을 아끼는 모습, 도저히 말 할 수 없는 모습으로, 그렇게 서 있습니다. 오히려 뒤에 흐릿하게 나오는 아주머니가 뭐라도 말을 걸 것만 같습니다.

 

이런 류?의 책은 으레 자연성을 강조하는 약간은 거친 표지를 쓰고, 활자를 찍어낸 종이는 누런 갱지에 가까운 종이를 사용합니다. 뭐랄까 그런 조합은 이상하게 진실성이 덧붙여집니다. 제 개인적인 심리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풀뿌리 인생의 책들이라고 할까요. 그것이 상업적인 의도이든 아니든 저는 그런 거침, 그런 꾸미지 않음, 그런 색바램이 좋습니다. 초판 1쇄가 2003220일에 발행되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이 2003320일 발행된 책으로 초판 4쇄니까 엄청나게 팔린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책을 몇 권 어줍잖게 냈는데, 초판 2천권 판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 줄 알기에, 한 달 만에 초판 4쇄라니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구나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자료를 검색해보니까 몇 만 부 팔렸다고도 하고, 여러 대중매체에도 소개되어서 꽤 유명해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느새 10년도 더 된 책입니다. 그러니 그 사이에 안효숙 작가가 계속 그 곳에서 동동 구리무를 팔고 있는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에 한번 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까 여전히 오일장에 나서고 있다는 글이 있어, 아 아직 그 삶을 견뎌내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근데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10년도 더 지난 지금 그녀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녀에게 남겨졌던, 결코 잊을 수 없는, 책 속에 쓰여진, 소설보다 더 가슴 시리고 아픈 그 이야기들이, 우리들에게, 독자들에게 던져진, 숱한 상처들이 그대로 별이 되어 우리 가슴에 보석으로 박히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책 이야기를 얼마나 할 수 있을까요. IMF로 대한민국은 풍지박산이 났었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동그라졌습니다. 저도 약간은 그 피해를 입은 사람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저자는 그 풍파를 직격탄으로 맞고, 남편은 제 목숨 살기도 힘들다며 가족을 팽개쳐버리고 떠나버린 상황에서(, 이 부분을 읽을 때 제가 남자라는 사실이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그렇게 혼자 자식들을 데리고 삶을 살아내기 시작합니다. 억수같이 퍼붓는 장맛비 속에서 우산도 없이 가족들을 데리고 길을 건너는 형국이라고나 할까요. 어디로 가서 비를 피할 데도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하면 좀더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습니다. 비가 얼마나 아픈지, 살갗을 파고드는 그 통증. 이마에, 팔에, 얼굴에 사정없이 내리치는 가혹한 압박.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그렇게 힘겹게 살아온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버릴 수 없는, 고귀하고 위대한 실존적 생존을 앞에 두고, 치열하게 기어서라도 희망을 노래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정신이 숨을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물 젖은 빵이 아니라, 비에 흠뻑 젖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빵이지만 가족과 함께 나눠 먹으며 웃음 지을 수 있는 용기에 관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는 위대함. 생존이라는 거룩함. 그 앞에서 우리는 눈물 훔치며 훌쩍이는 것이 아니라 가슴 벅차오름으로 나도 거듭나기 때문입니다. 나도 생존을 위해 달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하루하루를 힘겨워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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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으면서 밑줄 그었던 부분들 일부를 옮겨 봅니다.)

 

정말 갈 길은 아득하지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어떤 고난이든 이겨내고 싶었다. 술과 폭력에 젖어 밑바닥 모를 나락의 끝에 떨어져 있던 남편은 그냥 대충 살자고 했다. 그럴 때마다 더 살고 싶었다. 세상을 향해 통곡하면서도라도 내 가족을 지키며 살고 싶었다. (11)

 

어머니란 존재는 녹슨 못에 살이 뚫려도 괜찮은 줄 알았다. 그때는 (39)

 

추위도 가난만큼 고독하다는 것을 그해 겨울 알았다. (67)

 

세상은 온통 봄날이다.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희망을 놓은 적은 없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상황이었는데도 나는 한 번도 희망을 놓은 적은 없다. 살아가다 보면 더 없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고집스럽게 믿었다. ... 나는 자꾸만 자꾸만 살고 싶다. (78)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

안효숙 저
마고북스 | 2003년 02월

 

오일장 희망통신

안효숙 저
청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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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혼자만 읽고 싶은 책_문을 열며 | (가제)숨기고 싶은 책 2015-10-2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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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며)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에 영혼이 있어 축복도 하고 저주를 하는 것처럼 글에는 생명이 있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니까요. 내가 선택해서 태어난 삶이 아니기에,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목적적으로 생명을 받은 것이기에, 우리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삶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삶 앞에서 겸허하게 살아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압니다. 제게 있어 가장 겸허한 삶은 글을 쓰는 일입니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겸허하지 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겸허한 삶, 살아내는 삶, 나눠주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글을 써야 한다면 무슨 글을 써야 할까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해 선뜻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자. 책 읽기를 좋아해서 일 년에 100권 이상씩 꾸준히 읽고 있으니 이제 뭐가 나와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읽었던 책 가운데 다른 사람들도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골라보자. 그 책들을 읽고 다시 살아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치한 변명이지요. 아직 독자적인 글 쓸 능력이 안 되니 다른 사람이 쓴 글이라도 어떻게 해 볼려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그럴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게 그랬던 것처럼. 책은 사람을 살리는 힘이 있습니다. 웃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슬픔을 치유하는 사랑이 있습니다. 사실 책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입니다. 책 속에는 내가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진짜 내가 숨어 있죠.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기도 합니다. 시간도 멎고 공간도 멎고, 오롯이 숨어 있는 나와 만나는 그 황홀한 시간입니다. 떠납시다.

어릴 때는 정말 먹기 싫은 음식이나 반찬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어떤 날은 반찬이라고 밥상에 차려진 모든 것이 먹기 힘든 것들일 때도 있었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입맛이 많이 바뀐 것을 압니다. 그때 그렇게 먹기 싫던 반찬들이 이제는 없으면 못 살 정도로 좋아진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여전히 소화해내기 힘든 것들도 있죠. 어렸을 때는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면서 좋아지게 된 것으로는 채소류가 있습니다. 그냥 채소와 식물 음식이 좋아졌습니다. 나를 변화시킨 가장 큰 변곡점은 “야생초”라는 책이었죠. 가지나물이 좋아졌고 당근, 오이 같은 것들이 좋아졌습니다. 민들레, 고들빼기, 닭의장풀 같은 것들을 들판에서 뜯어와 날것으로 먹기도 했죠. 가장 괄목할 만한 음식으로는 두부가 있습니다. 어릴 때는 매우 싫어했는데 이제는 두부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힘든 것이 있다면 콩입니다. 둘 다 재료는 같은데 왜 그럴까요. 그렇지만 두부를 좋아하니 결과로만 따진다면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정말 먹기 힘든 음식으로는 선지국이 있습니다. 어릴 때 선지를 구해온 어머니는 아들에게 어떻게든 먹여보려고 쫓아다니며 먹이려 했지만 저는 끝내 도망쳐 살아남았습니다. 지금도 선지국은 먹지 못합니다. 그밖에 도가니탕, 곱창 같은 동물 내장류 비슷한 음식들도 잘 먹지 못합니다. 순대도 못 먹었는데 이제는 잘 먹게 되었습니다.

음식도 이렇게 좋아하는 게 있고 싫어하는 게 있는데 책이라고 그렇지 않을까요. 정말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 중에는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 반대로 어떤 사람은 정말 소설 읽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소설처럼 책이 안 넘어가는 것은 없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 분이 참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공감을 합니다. 그분이 좋아하는 책을 저는 읽기가 힘들더라구요.

호기심이라는 측면에서도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령 새로운 라면이 나왔다고 합시다. 텔레비전에서 광고를 하면 그 즉시 사 먹어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반면 어떤 사람은 주변에서 맛있다고 아무리 권해도 자기가 평소에 먹던 라면만을 고집하는 분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검증 되지 않은 라면을 먹고 실망할까봐 미리 겁을 먹고 아예 먹지 않는 것이다. 즉 안전을 추구하느냐 새로운 모험을 추구하느냐, 하는 것으로 사람은 나뉘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어쨌든 먹어 봐야 맛을 알고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결정할 텐데, 그래서 모험한다는 것, 도전한다는 것은 위대한 것입니다. 그것이 음식이 되었든지, 취미가 되었든지, 책이 되었든지 말입니다.

편식에 있어서 음식도 그러할진대 책은 오죽할까요. 아무리 베스트셀러라고 떠들어도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읽는 잡독가도 상당히 많지만 많은 분들은 심한 편독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나무랄 순 없죠. 책 읽는 첫 번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재미를 얻기 위해서인데 책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팍팍 받는다면 그건 안 될 말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하는 장르가 있고 읽기 힘들어하는 장르가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여러 장르를 탐험해보고자 하는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죠. 클래식 음악을 처음 좋아하게 될 때가 그랬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몸을 맡기고 마음을 열다 보니 어느새 그 한복판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클래식 음악 안에서도 또 다양한 장르가 있죠. 바이올린, 첼로 음악으로 꾸려지는 현악,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심포니.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성악, 합창, 오라토리오 따위가 있습니다. 작곡가에 따라서도 음악은 또 달라집니다. 베토벤과 모차르트로 마음의 문을 열었지만 브루크너로 넘어갈 때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말러로 넘어갈 때 또 한 번의 고비가 있었죠. 재즈도 조금씩 발을 담궈보는 중입니다만 여전히 넘기 힘든 산은 쇼스타코비치입니다. 몇 번 시도해봤지만 역시 어려웠습니다.

앞으로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문학으로, 제가 읽었던 책 가운데 함께 나누면 참 좋겠다 싶은 책들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장르는 도서관의 분류도 아니고 인터넷 서점의 카테고리도 아닙니다. 제가 만든, 제가 좋아하는 장르 분류입니다. 이 분류를 기준으로 한 편씩 소개해볼까 합니다. 부디 눈살 찌푸리지 말고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분류는 아래와 같습니다.

생존문학 ; 삶의 고난을 헤치고 끝내 생존의 면류관을 쓴 사람들의 이야기

표류문학 ; 섬, 바다, 조난, 무인도. 이런 키워드로 이뤄지는 또 다른 생존문학

자연문학 ;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여행문학 ; 그 곳에 가고 싶도록 만드는 자유인들의 이야기

힐링문학 ; 가슴이 따뜻해지고 아픈 곳이 치유된다.

아동/청소년 문학 ; 어른이 읽으면 더 좋은 동심의 문학들

인문학 ; 역사, 철학, 종교, 심리, 기타 등등의 이야기들

그 밖의 문학 ; 더 나눠질 수도 있고 뭉뚱그려질 질 수도 있는 책들


(오늘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어떤 주기로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목표한 것 지켜낼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립니다.)




시인, 동화작가 요나단 이태훈

(내동생 따옹이, 산으로 간 민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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