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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와 너무나 닮아있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세계 | 한국문학 2019-06-1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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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하맨션

조남주 저
민음사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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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홍콩에서는 성난 군중들이 홍콩 행정부와 중국 정부에 대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100만 명이 모여서 대규모 시위를 하다가, 이제는 200만 명으로 그 수가 늘어났다고 한다. 홍콩 인구가 700만 명이라고 하니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서 시위를 하는 것이다. 무엇이 그토록 저들을 그토록 분노하고, 그토록 절박하게 했을까? 겉으로는 범죄자 인도 조약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점점 자신의 자유와 삶을 압박해 오는 중국 정부의 손길에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점점 평범한 삶에서 밀려 나가 절벽으로 밀려나고 있는 자신들의 삶이 느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거리로 나섰을 것이다.

 

조남주의 신작 [사하맨션]을 읽으며 계속해서 닥지닥지 붙은 홍콩의 건물들 사이로 몰려드는 군중들이 연상되는 이유는 왜였을까?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가진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정하지 않은 어느 나라의 도시에 대기업이 들어온다. 처음에는 공장들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점점 기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결국은 도시마저 인수하게 된다. 그리고 국가가 아닌 국가, 유엔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를 통제하는 독립 국가가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국가를 '타운'이라고 부른다. 타운은 철저히 비밀에 감춰진 7명의 총리들에 의해서 움직여지고, 그 총리의 결정사항은 총리 대변인을 통해 타운 주민들에게 발표된다. 타운의 점점 경제적으로 번성하지만, 타운에 사는 사람들은 점점 자유를 빼앗아가고 자신들의 일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사라지게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업에서 일을 하거나 전문직을 가진 사람에게 시민권을 주어 L로 구분하고, 시민권은 없이지만 2년짜리 체류권을 주어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을 L2라고 부른다. 그리고 L에도, L2에도 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사하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들은 철저히 사회의 낮은 계층으로 살아가게 된다.

 

"주민 자격은 갖추지 못했지만 범죄 이력이 없고 간단한 자격 심사와 건강 검사를 통과하면 L2 체류권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체류권과 같은 이름인 L2로 불리며 2년 동안 타운에서 살 수 있다. 그것뿐이다. 일단 2년은 쫓겨날 걱정 없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지만 L2를 원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건설 현장, 물류 창고, 청소업체 같은 힘들고 보수가 적은 곳들이다. 2년의 체류 기한이 끝난 후에도 계속 타운에 남고 싶다면 다시 심사를 받아 체류권을 연장해야 한다. L2 대부분은 주민 가격이 되지 않으나 고향을 떠날 수 없어 2년마다 모역적인 자격 심사와 건강 검사를 받고 L2 체류권을 연장해 가며 타운에 남은 원주민과 그런 L2들이 양육의 의지 없이 낳은 아이들이다. 진경은 L2도 못 되었다. '사하'라고 불리었다. L도 L2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마땅한 이름도 없는 이들, 사하맨션 주민이라서 '사하'인 줄 알았는데 사하맨션에 살지 않아도 '사하'라고 했다. 너희는 딱 거기까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P 15)

 

[사하맨션]은 이렇게 디스토피아적 공간인 타운을 배경으로 사하맨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진행이 된다. 이들 대부분은 L이나 L2의 삶에서 밀려난 인생이거나, 타운 밖에서 여라 가지 이유로 밀려든 인생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진경과 도경도 마찬가지이다. 진경은 원래 타운 밖에 있는 국가로 불리는 타운 밖의 공간에서 살았었다. 허드렛일을 하는 진경의 아버지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자 어머니는 아버지를 간호하며 이사업체에서 짐을 포장하고 나르는 일을 한다. 진경의 어머니는 어느 날 이사 집 일을 하다가 높은 계단에서 떨어져 죽는다. 모두들 사고사라고 하지만, 도경은 어른이 되어 이사업체 사장을 찾아간다. 도경은 그 사장을 칼로 일곱 번 찌르고 진경과 함께 도시로 밀항을 한다. 그리고 사하맨션에 숨어든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사연으로 도시의 평범한 삶에서 밀려나서 인생의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사하맨션에 들어와서 살아간다. 그들은 무허가 건물의 방에 들어가서 살고, 나름 공동체를 만들고, 서로를 위해 가며 살아간다. 그들의 중심에서 맨션을 관리하는 영감이 있다. 그 역시 어느 순간에 사하 맨션으로 흘러 들어온 사람이다.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진경과 도경 남매와 다른 사람들을 대하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그들을 보살핀다.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이야기는 이 소설의 처음에 등장하는 '수'라는 여인이다. 그녀는 소아과 의사로 사하맨션을 비롯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본다. 그러다가 도경을 만나고 그녀와 사랑을 하게 된다. 그녀는 도경과 함께 사하맨션에서 자리를 잡고 함께 살아간다. 도경의 도와 그의 그림 그리는 재능을 알리고, 사하맨션의 사람들을 도와 그들의 삶을 바꿀 꿈을 꾼다. 그러나 그 꿈은 곧 절망으로 바뀐다. 무허가 진료를 하고 사하맨션에서 거주했기에 곧 의사면허가 박탈되고, 모든 책임을 당한다. 결국 그녀는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타운이라는 도시, 그리고 사하맨션이라는 공간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과 너무 닮아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나오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흔히 내 주변의 사람들의 인생의 이야기와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너무나 흔하고 너무나 당연시 여겨서 알지 못했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런 무시무시한 타운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계급들로 나누어지고, 그 계급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 삶. 그러다가 발을 한 번 잘못 디디면 수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L2가 되고, 사하가 되어 사하맨션으로 떨어지는 삶. 잠시의 동정심이나 이타심으로 나보다 못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나까지 그 아귀 지옥으로 끌려 들어가는 삶.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와 통제로 철길을 따라 달리는 기차처럼 한 곳으로만 달려가야 하는 삶. 소설에 묘사되고 있는 이런 삶들은 어쩌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실제의 삶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그런 삶을 만드는 시스템과 그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의 말미에서 진경은 사하맨션을 부수고, 동생과 우미를 잡아가는 타운의 정책에 분노한다. 그래서 몰래 총리실에 잠입해 7명의 총리를 죽이기 위해 찾아간다. 온갖 소란을 일으키며 총리실까지 진입했지만, 그곳에서 만난 총리 대변인은 진경을 살려 보내며 돌아가라고 말한다. 다들 그렇게 분노하다가 결국은 제 자리로 돌아가서 자기 몫을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진경은 끝까지 절규하며 말한다.

 

"당신이 틀렸어. 사람들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어. 그리고 나는 우미와 도경이와 끝까지 같이 살 거고." (P 368)

 

이 소설의 저자인 조남규 작가는 몇 해 전 [82년 생 김지영]이라는 소설로 큰 이슈를 일으켰다. 나 역시 이 소설을 읽고 리뷰를 남겼었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페미니즘 소설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녀가 편을 나눈다. 여자들이 그동안 차별을 받고 살아왔고 지금도 차별을 받고 살아있다고 말한다. 남자들은 그것이 남자들의 잘못이 아니고, 오히려 지금은 자신들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내 리뷰에 의도하지도 않는 말싸움들이 달리기를 반복했다. 결국 리뷰를 내리기도 했다. 소설이 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고 말해도, 읽는 사람들 (사실은 읽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은 자신의 시각으로 소설을 해석한다.

 

개인적으로는 [82년생 김지영]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특정한 성별이 아닌, 사회가 만든 가부장적인 문화에 소외도고 짓밟힌 인간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도 그렇게 남의 인생을 쉽게 짓밟을 수 없다고 강변하는 작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사하맨션]도 마찬가지이다. 이 소설은 정치적인 소설이거나 이념을 가진 소설이 아니다. 사회가 만든 시스템으로 인해 소외되고 사회의 막다른 골목길인 사하 맨션에 몰린 인생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세상이 다 그런 것이라고 말해도 누군가는 그 시스템을 깨뜨리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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