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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부부 | 시 이야기 2020-09-24 15:25
http://blog.yes24.com/document/1307258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독서 습관 캠페인 참여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상을 탕하고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함민복의 부부전문>

 

시인이 노총각이던 시절에 쓴 시라고 한다.

아마도 상을 차려 손님을 맞던 어느 식당에서 본 모습을 보고 이 작품을 구상한 것이라 여겨진다.

각종 음식이 잔뜩 차려진 큰 상을 두 사람이 양쪽에서 들고, 손님들이 있는 자리로 내가던 시절의 풍경일 것이다.

아마도 부부가 함께 상을 나르던 모습을 본 것일까?

상 위의 음식을 떨어뜨리지 않고 나르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호흡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을 그대로 묘사하면서, 시인인 부부라는 제목을 달았다.

간혹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 서로 소원한 시기도 있겠지만, 부부란 궁극적으로 서로 걸음의 속도를 맞추며 살아가는 관계인 것이다.

굳이 자세한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이 작품에 그 이유가 너무도 잘 드러나 있다.(차니)

 

누가 시를 읽는가

프레드 사사키,돈 셰어 공편
봄날의책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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