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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서 박지원의 취재와 글쓰기를 논하다! |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2022-11-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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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의 大기자, 연암

강석훈 저
니케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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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신단의 일행으로 동참했던 중국 여행의 기록으로 남긴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애독하는 문헌이다. 대부분의 여행기가 일정에 따른 여정과 느낌을 일지 형식으로 기록한데 반해, <열하일기>는 저자 자신이 여행 과정에서 듣고 보았던 내용들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확연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서로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중국에서 만난 지식인들과 필담(筆談)을 통해서 주고받았던 내용들을 온전하게 수록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거론할 수 있다. 실상 <열하일기>를 비롯한 박지원의 저작들을 직접 읽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지원의 소설 작품은 물론 <열하일기>의 일부 내용들도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어, 대부분의 독자들은 원전을 읽지 않았더라도 문인으로서 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기자 출신인 저자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서, 그 내용이 기자적 기질을 갖추고 있음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는 내용이다. 특히 저자는 박지원의 기자적 기질이 잘 살아 있는 대표적인 글은 조선 사행단에 참여해 심양과 북경, 열하를 다녀와서 쓴 열하일기라고 단언하면서, 그의 저작은 대기자의 면모와 식견, 실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대장정의 르포르타주라고 강조한다. 저자도 설명하고 있듯이, ‘르포르타주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가 아니라 특정 주제나 지역 사회를 심층 취재한 기자가 취재 내용과 사건을 바탕으로 뉴스와 여러 에피소드, 논평 등을 종합적으로 완성한 기사를 일컫는다. 그리하여 저자는 <열하일기>의 번역본을 읽고, ‘한 사람이라도 더 열하일기를 비롯한 연암의 역작을 읽고 연암의 뜻을 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하고 있다. 

 

기자 출신인 저자 역시 현재의 언론 상황이 상업성에 휘둘린 나머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초적 기사와 저급한 신변잡기의 소식들이 난무하고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특히 21세기 언론사가 난립하면서 제대로 된 기사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고려하여, 그러한 기사들을 양상하는 기자들을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일컫는 것에 대한 반성적 고찰에 다름 아니라고 이해된다. 이러한 실정에서 <열하일기>와 박지원이 님긴 글이 지닌 특징을 고찰함으로써, 기자 정신의 본질이 무엇이지를 깨닫게 하고 싶다는 저자의 인식이 반영된 기획이라고 여겨진다. 이미 정치적 진영 논리와 낡은 이념의 함정에 빠져 지향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21세기 한국의 언론 시장을 냉정하게 돌아보면서, 박지원의 글에 담긴 취재 기법 등 오늘날에도 본받고 배워야 할 기자상(記者像)’을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는 먼저 연암 박지원, 그는 왜 기자인가라는 제목으로 제1부를 시작하면서, 그의 글에 담긴 치열한 취재정신과 기자로서의 열정에 대해서 상세하고 소개하고 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르포르타주 열하일기와 연암의 기자 정신이라는 제목으로, 사신단의 수행원으로 참가한 중국 여행에서 기자로서의 촉을 세우고 정열적으로 취재하여 글로 남긴 결과물이 현대의 르포르타주에 비견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3부에서는 연암의 취재 기법을 소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후의 상황에 대해 예측했던 박지원의 언급이 그대로 들어맞았다는 점을 4연암의 통찰력과 예지라는 항목에서 논하고 있다. 단지 현상을 취재하고 기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에 입각하여 미래의 상황을 예견하고 조언할 수 있는 기자의 모습을 박지원의 태도에서 찾고 있다고 하겠다.

 

지금은 뛰어난 문장가로 평가되고 있지만, 박지원이 활동하던 당시에도 그의 글이 지닌 파급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순정한 고문(古文)을 주장하던 정조의 입장에서, 이른바 패사소품체(稗史小品體)’라고 일컫는 박지원의 글에 대한 비판은 끝내 권력 차원의 언론통제라 할 수 있는 문체반정(文體反正)’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문체(文體)의 정도(正道)’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라 할 것인데, ‘글쓰기의 정도가 과연 존재하는지 지극히 의심스러운 행태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권력의 강박증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을 길들이고자 하는 현재의 상황에 비견할 수 있으니, 언론을 대하는 강압적인 권력의 발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저자는 정조의 이러한 정책에 박지원이 끝까지 반성문조차 제출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열하일기>에서 보여주엇던 그의 자유로운 글쓰기는 이후에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박지원은 당시의 재야인사 추천제라 할 수 있는 음관(蔭官)으로 관직에 진출하여 정책을 펼치면서, 그 중심을 늘 민중들의 입장을 헤아리는데 두었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지방관으로서의 정치를 행했던 박지원의 자세를 기자 정신으로 서정(庶政)을 펼치자라는 제목의 6부에서 상세하게 논하고 있다. 박지원의 삶은 자식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듯, 아들 박종채는 <과정록(過庭錄)>이라는 제목으로 박지원의 삶과 일상의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다. 저자는 기자의 입장에서 당파나 출신을 떠나 사람들과 어울리며, ‘권력층의 비위에 맞춰 일신의 영달을 도모하지 않고 해야 할 말을 하고 써야 할 글을 썼던 기자 정신에 충실했던박지원의 자세를 다시금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권력(權力)과 금력(金力)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21세기의 언론인들에게 박지원이 보여주었던 언론의 도를 깨닫고, 그의 기자 정신을 본받자는 저자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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