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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번역과 해설로 만나는 동명왕편! | 여중재리뷰(고전문학/한국고전) 2021-10-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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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동명왕편

이규보 저
아카넷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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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읽는 고구려의 건국 서사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고구려의 건국 시조 동명왕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동명왕편>은 고려시대의 문인 이규보가 고구려를 세운 동명왕에 대한 일대기를 한시 형태로 지은 것이다. 대체로 신화나 전설이 대부분 그렇듯이, 그 내용은 상상력에 기반하여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신화의 이해를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처럼 어리석은 자세는 없을 터이기에, 그러한 내용이나 모티프가 품고 있는 상징을 해명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았던 당시에,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었던 문제들을 하늘의 뜻으로 간주했던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규보 역시 처음 동명왕의 이야기를 접하고, ‘처음에는 환상이고 귀신의 일이라고 여겼던 것이 거듭 읽어보니 성인의 일이며 신이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던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신화가 고구려의 것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중국 고대의 신화와 역사를 제시하고 비교하면서 자신의 논리를 구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규보는 동명왕편을 지으면서 <삼국사기>와는 다른 구삼국사를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해당 구절에는 그 내용을 주석으로 상세히 달아놓고 있다. 따라서 동명왕편을 통하여, 우리는 이미 사라져버린 구삼국사의 동명왕 신화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규보의 <동명왕편>을 소개한 번역본이 다수 출간된 바 있으나, 대체로 기존의 번역서들은 말 그대로 번역에 치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간순히 번역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구절의 의미를 주석과 해설로 상세하게 풀어주고 있다. 특히 해설에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신화와 설화를 동원하여 비교함으로써, 고대 건국신화의 전승에 대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동아시아의 건국신화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저자의 지적인 역량이 이 부분에서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번역자는 동명왕편이 몽고의 침입이라는 역사적 상황에서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역할을 했다는 기존의 평가에 덧붙여, 젊은 시절 이규보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문인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서 관직을 구하기 위한 구관시(求官詩)’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고려의 무인정권 시대에 관직을 얻기 위해서, ‘무력으로 새로운 나라를 세운 고주몽의 이야기야말로 가장 적절한 소재였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나아가 창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당대 고려 사회의 시대정신을 표현하기에동명왕의 이야기가 채택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규보의 선행 작업은 다양하게 전해지고 있으며, 이 책의 말미에 구삼국사의 동명왕 신화를 기반으로 한 <세종실록지리지>의 관련 기사도 함께 번역하여 수록하고 있다.

 

서사-본사-결사의 구성을 취하고 있는 동명왕편은 먼저 서사에서 중국의 신화에도 허황되고 환상적인 내용이 많음을 제시하면서, 그러한 형식이 고구려의 신화만의 특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이어지는 본사에서는 해모수와 유화의 결합과 주몽의 신이한 탄생담, 그리고 동부여의 압박을 피해 남쪽으로 가서 나라를 세우는 과정이 서술되고 있다. 마지막 결사에서는 중국의 한고조 유방과 후한의 광무제의 사적을 제시하면서, 동명왕의 신화가 단지 신화에 그치지 않고 당당한 하나의 역사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대체로 본사에서는 주몽의 영웅적 능력과 부모인 해모수와 유화의 신성한 면모를 부각시키는 화소들이 제시되면서, 하나의 문학작품으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본격적인 번역과 해설을 겸비한 이 책을 통해 동명왕편의 내용과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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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로 전하는 판소리 명창의 면모! | 여중재리뷰(고전문학/한국고전) 2021-07-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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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판소리 명창 한시로 읊다

최영성 저
문사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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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는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전통 공연 양식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말과 노래로 풀어내는 구비 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창으로 연행되는 <춘향가> 등의 다섯 마당과 함께, 창으로 전승되지 않지만 소설 등 기록 형태로 전해지는 작품들도 있다. 기록마다 레퍼토리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12개의 작품들이 연행되면서 판소리 열두 마당을 이룬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최근 판소리에 바탕을 둔 이날치 밴드가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변용하면서, 판소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엄격한 신분제에 기반한 조선시대에 판소리 창자들은 신분적으로는 천민으로 여겨졌으며, 그들은 기록이 아닌 스승으로부터 직접 혹독한 수련 과정을 통해서 판소리를 전수받았다. 그래서 깊은 산중에 들어가 폭포 소리를 뚫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완성해서 득음(得音)’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기록들이 심심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대중들에게 공연을 함으로써 실력과 함께 이름이 알려지면, 때로는 명창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조선의 고종조에는 흥선대원군에 의해 적지 않은 판소리 창자들이 발굴되어, 궁궐의 무대에 올라 왕 앞에서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공연 예술인 판소리는 그 내용이 소설로도 알려져 이른바 판소리계 소설이라는 양식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와 함께 조선 후기의 지식인 가운데 판소리 공연을 보고, 그 내용을 한시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남기기도 했다. 그것이 이른바 관극시라는 양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위나 이유원 등이 대표적인 관극시를 남긴 작가로 알려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전통을 21세기에 되살린다는 의미로 판소리 창자들에 대한 기록을 한시로 남기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를 ‘21세기의 관극시라고 붙였던 것이다.

 

실상 더 이상 한시가 대중들에게 익숙한 형식이 아니기에, 지금 이 시점에서 한시로 관극시를 남긴다는 것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도 저자가 한국철학을 전공하면서, 무형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기에 그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 판소리였던 것이라 짐작된다. 판소리사에 활약한 60여명의 창자들을 선정하고, 각각의 인물들을 한시로 형상화하여 모두 64수의 작품으로 창작하였다. 그 숫자 또한 주역의 64괘에 맞추었다고 하니, 저자 나름의 의미 부여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시라는 형식이 대중들에게 어렵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에, 저자는 자신과 다른 이들의 해설을 시에 덧붙여 두기도 했다.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인물은 이미 문학사에 거론된 조선시대 판소리 창자들로부터 시작된다. 그 처음은 고수관을 비롯한 명창들을 앞세우고 있다. 어쨌든 21세기에 한시를 통해서 판소리 명창들의 삶을 그려낸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고수관은 조선시대인 19세기 전반에 활동했던 판소리 명창으로, 자유자재의 목청을 구사해서 '딴청일쑤'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1행의 신자하는 자하라는 호를 지닌 신위를 일컫는데, 그는 당시 판소리 공연 현장을 보고 이른바 '관극시'를 남겼던 인물이다. 작가는 그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고수관이 춘향가 한 바탕을 연창하는 모습을 시에 담아내고 있다.

 

다음으로 송흥록은 조선 말기의 판소리 명창으로, 고수관과 염계달 그리고 모흥감과 더불어 '고송염모'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내용에 나오는 월광선사로부터 지침을 받아 판소리의 가사와 가락을 정리하였고, 특히 <춘향가>에서 춘향이 옥에 갇혀 소리를 하는 대목인 '옥중가'를 부를 때면 마치 귀신이 곡하는 소리와 같다고 하여 '귀곡성'이라고 칭해질 정도였다. 송흥록이 소리를 시작하면, 소리가 우렁차서 마치 바람과 비를 부르는 듯하다고 하여 '호풍환우'라 평가되기도 했다. 송흥록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느린 곡조인 '진양조'를 완성했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이처럼 저자는 모두 64수의 한시와 그 해설을 통해서, 판소리사에서 활약했던 인물들에 주목하고 있다. 판소리에 관심을 갖는 이라면 일별해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잇을 것이라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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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의 '주변'에서 그 의미를 찾다! | 여중재리뷰(고전문학/한국고전) 2021-05-2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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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 고전시가의 중심과 주변

조지형 편
박문사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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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분야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미 문학사에서 언급되었던 작가나 작품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여전히 조명을 받지 못하는 분야가 적지 않다. 저자가 책의 제목으로 '중심과 주변'을 언급한 것도 아마 이러한 관점을 제시한 것이라 이해된다. 즉 이 책에서 언급하는 '중심'에는 18세기 시조사를 비롯하여 그동안 연구자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주제를 의미하고, 상대적으로 연구 주제의 중심에서 비껴나 있던 곽기수와 김택룡 등 새로운 작가는 '주변'이라 인식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시가 향유의 중심과 주변'이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경기체가 <화전별곡>의 작가인 김구의 남해 유배생활과 시가 창작에 대해서 조명하고, 곽기수와 이한진의 시가 창작과 문예 활동 등을 다루고 있다. 이들 가운데 김구가 시가 연구에서 '중심'에 위치한다면, 곽기수와 이한진은 '주변'에 해당하는 셈이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문학사에서의 위치는 여전히 '중심'을 차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는 '주변'에 위치했던 이들의 문학 활동이 '중심'의 위치로 이동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라 여겨진다.

 

'시가 창작의 중심과 주변'이라는 제목의 2부에서는 김택룡과 이시 그리고 19세기 천주교의 전래와 더불어 포교수단으로 사용했던 천주가사의 작자 최양업 신부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실제 이들 작가의 경우 그동안 문학사에서 '중심'이 되지 못한 채, 단편적으로 언급되었던 인물들이다. 물론 종교계에서 최양업 신부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논의되었지만, 그것이 국문학의 연구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여기에 '시가 인식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3부에서는 조선후기 시조사의 추이와 함께 관북지역 작가들의 창작 활동과 그 의미, 그리고 20세기 초 <경향신문>에 수록되었던 천주가사들을 다루고 있다. 조선 후기의 시조사는 주로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역에서 활동했던 작가와 호남과 영남 등 남부 지역의 문학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따라서 그동안 단편적으로 언급되었던 한반도 북쪽의 관북지역에서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시대적 추이에 따라 조명한 논문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고 여겨진다. 특히 20세기 초 <경향신문>에 수록된 천주가사에 대한 연구는 2부에서 논한 최양업 신부의 작품과 이어지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고전시가를 전공하는 나로서도 여전히 탐구해야할 영역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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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를 대상으로 한 고전문학 연구서! | 여중재리뷰(고전문학/한국고전) 2021-05-0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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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옛 문학에서 발견한 전라북도 문화풍경

김승우 저
태학사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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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문학 작품은 구체적인 배경을 통해서 형상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로 그러한 측면에서 작품의 장소성을 통해서 그 의미를 따지는 것이 하나의 방법론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것을 가리켜 지역문학론 또는 지역문화론이라고 규정한다. 특히 고전문학 작품에는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아, 최근에는 그러한 작품을 토대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을 만들거나 지역 축제로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은 전라북도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고전문학 작품들을 선정해서, 해당 지역을 답사하면서 작품의 창작 과정과 의미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연구의 맹점은 자신의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현상들을 그 존재 자체만으로 중요한 듯이 거론하고 때로는 작품의 의미를 과장하는 폐단'이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즉 전체적인 문학사의 구도에서 바라보지 않고, 지역이라는 좁은 틀에서 바라볼 때 드러나는 연구자의 편향으로 발생하는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적인 구도에서 포착하지 못하는 의미를 지역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발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모두 8편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고 잇는 이 책의 글들은, 지역 연구가 지닐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고 여겨진다.

 

저자는 목차에서 해당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모두 3편의 작품의 배경이 된 전주의 비중이 높다고 하겠다. 그럴 수박에 없는 것이 당시 전라도의 중심이었고, 특히 조선 왕조의 발원지로 여겨지던 곳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주를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이 적지 않게 산출되었던 것이다. 조선 후기의 시조에 반영된 전주의 모습과 <완산가>라는 가사와 제영시들, 그리고 태조 이성계의 조상인 목조 이안사와 관련된 설화를 중심으로 살피고 있다.

 

장복겸의 <고산별곡>10수의 작품으로 이뤄진 연시조인데, 작자가 거처했던 임실과 장수가 그 작품의 배경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당시 '서호'라고 지칭되었던 부안과 고창을 배경으로 한 일련의 문학 작품들을 탐색하고 있으며, 조선 후기 조운선의 통로였던 군산 앞바다를 중심으로 익산까지 포괄한 기록들을 살피기도 하였다. 이밖에도 이세보의 <순창팔경가>와 악장으로 연행되었던 <몽금척>을 통해서는 각각 순창과 진안을 배경으로 하는 지역문화의 면모를 확인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작품들은 시조와 가사를 비롯한 국문시가에서부터 한시와 설화 그리고 악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 걸쳐있다. 작품의 창작 시기도 조선초기의 악장에서부터 19세기에 창작된 작품들까지 폭넓게 펼쳐져 있으며, 전라북도라는 지명을 통해서 비로소 하나로 엮여질 수 있다고 하겠다. 저자의 관심에 포착된 작품들이 주로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어, 지역문화의 특징을 부각시켜 논할 수 있는 자료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이 쌓여 지역문화의 전모를 밝히는데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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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이라는 주제로 고전문학을 읽다! | 여중재리뷰(고전문학/한국고전) 2021-04-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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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전 문학과 징벌의 상상력

신재홍 저
박이정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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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그것이 갖는 보편적인 의의를 오늘의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의도로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죄와 벌의 관점에서 고전문학을 읽는다'라는 부제를 붙이고, 다양한 고전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징벌의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고 하겠다. 실상 우리 고전소설의 전형적인 구조로 이해되는 '권선징악'이라는 주제 역시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한다'는 의미로, 죄를 지은 자는 벌을 받는 징벌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고전소설 작품이 일률적으로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로 재단되어 논의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작품마다 지니는 형상화의 측면에서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상은 고려가요와 다양한 시가 작품들, 가사와 서사무가, 민담, 그리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전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를 통해 저자의 관심은 고전문학 전반에 걸쳐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 5장으로 구성된 목차에서, '징벌의 문학적 형상화'라는 제목의 1장을 통해 저자는 '죄와 벌'이라는 관점에서 고전문학 작품을 읽어내는 자신의 관점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어지는 2장부터는 구체적인 작품을 소개하고 분석하면서, 각 작품에 형상화된 면모에 대해서 그 의미를 짚어내고 있다. 먼저 '죄인의 몸'이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구운몽><숙향전> 등의 고전소설, 김삿갓으로 잘 알려진 김병연의 한시 <삿갓을 읇음(?)>과 가사 <여자탄식가> 등 모두 4 작품을 통해서 등장인물 혹은 화자가 '죄인'의 처지에 서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주지하듯이 <구운몽>에서는 수도자로서 팔선녀에게 한눈을 팔았다는 이유로, 성진이 꿈속에서 양소유로 환생해서 화려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물론 그 결말이 꿈속의 상황은 일장춘몽일 뿐이며 끝내 수도자로서의 깨우침을 얻는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고 있지만, 그것을 '죄인'의 처지와 연결시켜 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천상에서 죄를 얻었다고 설정된 <숙향전>의 숙향이나, '홍경래의 난'에 가담했다는 조부로 인해 방랑을 택하는 김병연(김삿갓), 그리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탄식해야 하는 <여자탄식가>의 화자가 과연 '죄인의 몸'에 적합한 대상인지는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하겠다.

 

'벌 받는 나'라는 제목으로 제시된 <정과정>을 비롯한 6수의 고전 시가 작품들 역시 과연 그것이 '벌 받는' 형상으로서 얼마나 절실하게 다가오는가 하는 점에서도 이론의 여지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분류는 '벌 받을 사람들'(4)이나 '용서는 어디로부터?"(5)라는 항목들에서도 부분적으로 발견되는 문제로서, '징벌의 상상력'이라는 제목에 맞춰 지나치게 일반화하여 논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에 다소의 도움이 되었다고 하겠다. 전반적으로 징벌이라는 특정 주제에 맞춰 다양한 작품들을 묶어서 논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러한 기획이 문학 작품을 더욱 풍부하게 해석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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