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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개설

여중재리뷰(문학사/현대문학/소설)
소설의 형식을 빌려 삼국유사의 기록들을 논하다! | 여중재리뷰(문학사/현대문학/소설) 2020-08-05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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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삼국유사 읽는 호텔

윤후명 저
은행나무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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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느껴 읽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소설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작가의 <삼국유사>에 대한 일종의 독법(讀法)이라고 이해되었다. 주지하듯이 <삼국유사>는 고려시대 승려인 일연이 편찬한 책으로, 단군신화를 비롯하여 삼국시대까지의 중요한 문화적 기록을 전하고 있다. 일종의 야사라고 칭해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국문학적으로 더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책이기도 한다. 아마도 국문과 출신이라면 한번쯤은 읽어야 하는 정도의 필독서이기도 하다. 예컨대 <삼국유사>에 수록된 14수의 향가에 대한 국문학 분야의 연구 논문은 이미 3천여편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그 작품들에 관한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을 정도이다.

 

이미 적지 않은 논문이나 저술들이 제출되어 있기에, 작가는 소설 형식을 빌어 <삼국유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자 했던 것이 이 작품의 창작으로 이어졌다고 짐작된다. 내가 읽은 것은 작가의 전집 가운데 한 권이지만, 작품이 발표된 시기는 2005년이라고 한다. 따라서 당시에 작가가 북한을 방문했던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즉 남북교류가 활발하던 무렵,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이라고 하겠다. 지금은 남북 관계가 단절되어 북한으로의 여행이나 방문이 불가능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과거 남북이 왕래하던 시절의 북한 방문기라는 소재를 취하고 있다. 주인공인 는 북한 방문 기회를 잡고, 평양 대동강 한가운데에 있는 섬인 양각도 호텔에서 34일 일정으로 머물게 된다.

 

외부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서, ‘는 우연히 호텔의 서점에서 <삼국유사> 번역본을 구입하게 된다. 방문 지역이 북한이라는 것과 휴식 시간에 자유로이 왕래하기 힘들다는 조건이 등장인물로 하여금 책을 읽고 그에 관한 생각을 펼쳐내도록 하는 동인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호텔방에 머물면서 틈틈이 <삼국유사>를 읽고, 그에 관한 자신의 생각들을 펼치게 된다. 국문학을 전공한 작가 역시 <삼국유사>와 관련된 장소들을 적잖이 답사했을 터인데, 작품 속에 그에 관한 경험과 기억들이 함께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삼국유사>에 대한 작가의 독법은 주로 국문학적인 관심 분야와 소재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학술적인 글에서라면 쉽지 않을 주장들을, 소설의 등장인물의 발언을 통해 과감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작품에는 몇 명의 주변 인물들과 과거 답사를 함께 했던 옛 연인이나 지인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작가의 <삼국유사> 독서와 나름의 해석이 주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인공인 의 북한 방문에 대한 간략한 경과도 소개되고 있지만,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작품은 철저하게 <삼국유사>에 대한 감상과 해석에 집중되어 있다. 목차의 소제목들도 양각도 호텔, 첫째 날 -<구지가>를 읽다등으로 자신이 읽은 <삼국유사>의 내용들을 내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들었던 내용이 김수로왕의 탄생을 다룬 가락국기에 수록된 <구지가>였던 것이다. 특이한 것은 '거북'이 아닌 '가락'이라는 나라이름에서 검다는 의미의 '가라' '' 등의 의미를 유추하여, 북방계 설화와 연결시키고 있다. 그동안 '가락국'의 신화는 남방계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작품 속의 이러한 해석은 아마도 소설이기에 가능한 상상과 해석이라고 하겠다. 이를 전제로 '단군신화''석탈해' 관련 기사는 물론, 김수로의 후손인 신라의 김유신과 관련된 내용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내용들을 엮어서, ‘의 생각과 경험을 빌어 작가만의 해석을 취하고 있다.

 

둘째 날의 소재는 동식물의 시간이라는 부제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각종 동식물들에 관한 내용과 이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이어진다. 예컨대 신라 박혁거세 설화에 등장하는 흰 말을 포함하여, 자신이 답사했던 고구려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나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어지는 셋째 날에는 불교의 발자취라는 제목으로, 불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삼국유사>의 편자가 승려이기에, 당연히 불교 관련 기사들이 많다는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대체로 <삼국유사>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작가가 다시 윤문을 해서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삼국유사>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국문학에 대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넷째 날의 노래여, 영원한 노래여에서, 14수에 이르는 향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부분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향가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전체적으로 소설의 흐름과는 별도로 그저 향가 작품과 그에 관한 해석들 그리고 작가의 견해가 주로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대복>이란 향가집이 왕명에 의해서 편찬되었으나 지금은 전해지지 않고, 그나마 <삼국유사>14수라도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 학문적으로는 고마울 따름이라고 여겨진다. 비록 오늘날 일부분이나마 향가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는 것도 다 <삼국유사>라는 책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국문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책이 바로 <삼국유사>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 책이 갖는 의미를 자기의 관점에서 풀어내고자,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형상화했다고 짐작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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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 가족제도의 폭력적 실상을 드러내다! | 여중재리뷰(문학사/현대문학/소설) 2020-07-0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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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채식주의자

한강 저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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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최근 문단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소설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인해서 맨부커 상을 수상했으며, 언론과 평론가들에게 다양한 찬사를 받기도 했다. 오래 전 구입을 하고 책꽃이에 방치되어 있던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한 반응이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로 작가들을 제외하면, 그다지 눈에 띄는 작품이 손에 잡히지 않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 작품은 가히 문제작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집중하면서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에는 모두 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 작품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시점과 서술자를 달리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책에 수록된 정보에 의하면, 각 작품들은 약 1년 반 정도의 시차를 두고 지면에 발표된 것이다. 첫 번째 작품인 <채식주의자>는 어느날 갑자기 육식을 포기하고 채식을 선언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다.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으로 비롯된 아내의 육식 거부라는 소재를 통해 사건이 진행된다. 제목을 채식주의자라고 붙였으나, 실상 그 내용은 채식주의라기보다는 육식 거부라는 것이 더 옳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처형의 집에서 처가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내의 육식 거부를 폭력으로 제압하려는 장인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두 번째 작품인 <몽고반점>은 육식을 거부하는 처제를 바라보는 형부의 관점에서, 3인칭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육식을 거부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처제가 이혼을 하고, 잠시 동안 의 집에 머물다가 자취를 하면서 이야기는 이어지게 된다. 비디오 아트를 하는 에게, 아내는 동생(처제)이 성인이 되어서도 몽고반점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한 영감으로 처제를 대상으로 한 작업을 머릿속에서 구상하게 된다. 실제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의 상상은 뜻밖에도 처제의 승낙으로 현실화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예술적 영감을 넘어선 와 처제의 행위로 인해서, ‘와 아내 역시 파국으로 귀결되는 것이 두 번째 작품의 결말이다.

 

마지막 작품인 <나무 불꽃>은 병원에 입원한 동생을 돌보는 언니인 그녀의 관점에서 역시 3인칭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동생은 육식 거부로 인해서 자신도 남편과 이혼을 하고, 형부()의 예술 작업에 동참하여 끝내 언니의 결혼 생활마저 지속되지 못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친정 가족들조차 돌아보지 않는 동생을 결국 병원에 입원시키지만, 그녀는 더욱 악화되어 모든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의 증세를 보이게 된다. 그것은 스스로 나무로 돌아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하겠다. ‘그녀는 동생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의 성장기를 회상하게 된다. 끝내 동생이 병원을 옮기는 모습으로 작품은 종결짓지만, 그 여운은 간단치 않다고 생각되었다.

 

끝내 파국으로 끝난 두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작가가 하고 드러내고 싶었던 의미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두 사람 모두 남편과의 애정이 바탕이 되지 않은 결혼을 한 것이 첫 번째 요인일 수 있겠다. <채식주의자>에서 남편인 의 발언을 통해서, 두 사람의 결혼은 단지 주어진 제도에 순응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언니인 그녀와 형부()와의 결합 역시 마찬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동생과 다른 것은 두 사람 사이에는 아들 지우가 존재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두 사람이 애정이 전제되지 않은 결혼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도 아버지의 폭력적인 성향에 기인한다고 여겨진다.

 

동생이 보았다는 꿈의 형상이나, 육식 거부와 거식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렴풋하게 제시된 이유는 바로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이라는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두 자매는 애정없는 결혼을 선택했지만, 배우자로부터의 무관심은 아마도 또 다른 폭력으로 인식된 것은 아닐까? 작가는 아마도 누구나 다 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결혼이라는 제도의 의미를 진지하게 따져보자는 의도가 개재해 있을 것이라 이해되었다. 그것은 남성중심의 제도와 관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 가치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물론 작품을 이해하는 이러한 관점은 온전히 나의 시각일 뿐이며, 누군가는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라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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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들을 읽다! | 여중재리뷰(문학사/현대문학/소설) 2020-05-13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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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9호실로 가다

도리스 레싱 저/김승욱 역
문예출판사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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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로서의 도리스 레싱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부턴가 딱히 무슨 상을 받았다고 하는 작품들을 굳이 찾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도 아마 아내가 보기 위해서 구입한 책으로, 어느 순간 책을 펼치면서 이 작가의 역량이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손에 잡은 이후 계속 읽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이 소설집에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고, 남성중심적 문화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상황이 절묘하게 표현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 책에는 모두 11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작품 해설에 의하면 이 작품들은 모두 1960년대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남성중심적 관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으며, 특히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되었다. 아울러 남성들의 허세와 그러한 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식을 노출시킴으로써, ‘신사의 나라라는 명성이 지닌 영국 사회의 허위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파악된다. 예컨대 가장 앞에 수록된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라는 작품에서, 무대 디자이너인 바버라 콜스를 유혹하기 위해 애쓰는 그레이엄 스펜서라는 인물의 형상이 바로 그러한 속물적 남성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레싱의 소설에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여성들의 심리와 함께 그들이 처한 상황이 매우 세심하게 형상화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 분량이 아주 짧아서 단편이라기보다는 장편(掌篇)’이리고 할 수 있는 <>이란 작품을 통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의 성격을 묘사하는 것으로서 당대 여성들이 처한 사회적 현실을 짐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작품의 짜임새가 탄탄하다고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소설 습작을 하려는 이들에게 단편소설의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표제작인 <19호실로 가다>는 도리스 레싱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이해된다. 이 작품서는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서, 결혼 후 가사와 양육이라는 일상에 갇힌 여성이 느끼는 공허감이 잘 드러나 있다. 결혼을 하고 네 아이의 엄마가 되어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수전의 내면을 보여줌으로써, 그러한 외형적 삶의 모습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절묘하게 드러내고 있다. 무료하고 공허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원하고 그것을 이루지만, 결국 집에서의 공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들의 틈입으로 모두의 공간으로 변해버리게 된다. 어느날 장을 보러간다는 핑계로 마련한 시내의 허름한 호텔방 하나를 빌려 마음의 안정을 취하지만, 마침내 그것조차 남편이 알게 되면서 절망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심리가 매우 세심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레싱의 소설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외형이 아닌, 여성들이 안고 있는 내면의 상처가 무엇인지가 잘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왜 레싱의 소설들이 페미니즘의 범주에서 논의될 수 있는지가 분명하게 이해되었다. 즉 남성중심의 문화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현실적 처지가 비교적 정확하게 그려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레싱의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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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를 | 추천 8        
문득 부모의 '자격'을 생각하다! | 여중재리뷰(문학사/현대문학/소설) 2020-05-0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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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페인트

이희영 저
창비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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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인 <페인트>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이라는 영문 표현의 줄임말이다. 부모가 되기 위해 대상이 되는 아이들과 면접을 하고, 아이들이 부모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가상의 상황이 작품 속에서 펼쳐진다.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 작가는 그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부모가 된다는 것의 문제를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다. 이제는 까마득하여 잘 생각나지도 않지만 내가 부모님들에게 했던 갖가지 상념들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고, 아들의 입장에서 나의 부모 노릇을 진지하게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었다.

 

어느 잡지에서 읽었던, “결핍이 축복이다!”라는 조한혜정 교수의 말이 생각났다. 학교밖 아이들과의 생활을 통해서, 늘 결핍을 느끼던 그들이 그것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에 비해 부모들의 온전한 보호안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오히려 무엇인가를 스스로 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 같이 느껴졌다고 한다. 결핍의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꾸려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말에 크게 공감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원하는 모든 것을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사람들이 바라는 진정한 행복의 조건은 아닐테니까.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부모가 포기한 아이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양육하는 가상의 시스템이 작품에 설정된 상황이다. 이른바 국가의 아이들(nation’s children)’이 생활하는 곳을 ‘NC 센터라 부르고, 14살 이상의 아이들을 입양하기 위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면접을 보아야 한다는 내용. 그곳에서 센터를 이끌어가는 가디언(가디)’들과 태어난 달의 명칭에 따라 이름이 부여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같은 달에 태어난 아이들은 동일한 이름 뒤의 숫자로 표기되는 현실. 운이 좋아 부모 면접을 통과해서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지면, 아이들의 이곳에서의 생활은 삭제되고 새로운 이름으로 생활하게 된다고 한다.

 

1월에 센터에 들어온 301번째 아이라는 의미의 제누301’이라고 불리는 17살의 아이, 그리고 10월에 센터에 들어와 한 방을 쓰는 14살의 아키505’와 성으로만 불리는 그들을 보살피는 가디들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그리고 이미 한번 부모를 선택했다가 포기하고 다시 센터로 돌아온, 제누와 같은 나이의 노아 208’이 부모를 만나기 위한 페인트를 진행하면서 엮어지는 다양한 사연들이 펼쳐진다.누군가는 선택을 해서 센터를 떠나기도 하지만, ‘제누301’은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났음에도 좋은 아들이 될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끝내 센터를 떠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가디들의 개인적인 사정이 드러나기도 하고, 온갖 잡일을 처리하는 로봇(헬퍼)들의 존재도 드러난다.

 

자세한 줄거리는 책을 읽는다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 동안 부모 노릇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떠올렸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마도 자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진정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자식들을 위해서일까? 혹시 부모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자식들에게 너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있을 것이다.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자식일 때의 행동을 돌아보고 문득 부끄러움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자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 귀기울여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알 것 같다모름지기 부모의 처지에서 자식들에게 무언가를 바라기보다 스스로 제대로 부모 노릇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 작품이라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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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비극을 되새기다! | 여중재리뷰(문학사/현대문학/소설) 2020-04-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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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년이 온다

한강 저
창비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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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1980년에 광주에서 일어났던 비극적인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미 세상에 그 진실이 다 드러났지만, 여전히 그것을 부인하는 세력들도 존재하고 있다. 최근 전두환의 자서전으로 촉발된 헬기 사격에 대한 진실도 많은 사람들이 경험과 목격담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것을 거짓말로 치부하여 지금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책장을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함께 가던 친구의 죽음을 목도하고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도청으로 향했던 소년이 일손을 돕기 위해 그곳에 남아 일을 하면서, 계엄군의 도청 진입과 함께 숨져야만 했던 역사적 사실을 단서로 삼아 소설은 시작된다.

 

이 작품에는 모두 6개의 이야기가 병렬되어 있는데, 광주에서 자행되었던 계엄군의 폭력적 진압의 실상이 그 중심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곳에 있었던 이들의 후일담이 교차되면서, 군부 정권의 실체를 사실에 입각해서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말미의 에필로그에서 자신이 왜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 시대를 살았으되,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역사적 진실에 대한 일종의 부채 의식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실상 그 시대를 살면서 지나왔던 사람들이라면, 그러한 부채감을 누구든지 한번쯤은 품었을 것이라 하겠다.

 

소설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도청에 남았다가 죽은 소년의 어머니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고 있다.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품고 평생을 아프게 살아간다고 한다. 그 소년은 작가의 아버지인 또 다른 소설가의 제자였다고 한다. 작가는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어 당시의 역사를 취재하면서, 그와 연관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어 작품으로 형상화했던 것이다. 누군가는 4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해자들이 반성조차 하지 않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든 진실은 반드시 말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필요하다면 전두환처럼 현실의 법정에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기록을 통해서 역사의 법정에서 단죄를 하는 것도 병행되어야만 한다.

 

70년도 훨씬 지난 시점에도 지구 반대편의 독일에서는 나찌의 협력자들을 법정으로 끌어내 단죄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을 끝내 포기하지 말아야만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40년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도 독자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찾는 움직임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금년은 5.18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기념식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 정신을 되새기고 희생자들이 넋을 위로할 수 있는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지속되어야만 할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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