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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개설

여중재리뷰(문학사/현대문학/소설)
여순사건의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하다! | 여중재리뷰(문학사/현대문학/소설) 2022-11-0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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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공마당

정미경 저
문학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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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의 치하에서 해방된 한반도는 다시 남북으로 갈리며, 그 이후 지금까지 분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분단국가라고 칭해지고 있지만, 분단 상태가 언제 해소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물리적인 상황의 남북의 분단도 풀어야할 과제이지만, 그로 인해 여전히 사람들 사이의 심리적인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해방 이후 남과 북으로의 분단은 사람들 사이에 이념의 갈등으로 표출되었고, 그로 인한 상처는 한국 현대사에서 깊게 아로새겨져 있다고 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러한 갈등의 원인은 이념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에서 비롯되었고, 다만 누군가 그것을 이념의 잣대로 갈라놓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제주 4.3 사건과 그 연장선에서 육지로 옮겨 붙은 여수 순천 10.19 사건1948년에 시작된 두 사건이 바로 그러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오랜 동안 이념적 잣대로 인해 반란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었지만, 최근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두 사건은 국가 폭력으로 인해 애꿎은 국민들이 희생되었던 것으로 규명되기에 이르렀다. 단지 그것이 이념 갈등으로 규정되면서, 기득권을 지니고 있던 이들에 의해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토로할 수조차 없었던 상황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당시 희생자들 대부분은 이념이 아닌 일상혹은 생존의 문제로 행동했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에 의해 편가르기의 대상으로 전락했음이 밝혀진 것이다. ‘제주 4.3’에 이어 여수 순천 10.19’의 의미가 재조명되고, 특별법에 의해 억울한 희생을 기리는 작업이 시작된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조치라고 하겠다.

 

이처럼 한국 현대사에 깊게 아로새겨진 비극을 단지 이념의 문제로 쉽게 치부할 수는 없을 터, 개개인들이 지니고 있었던 사연을 토로하고 그동안 맺힌 한을 풀어내는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남 순천 출신의 작가인 저자는, ‘여순 사건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유족들을 방문하여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구술을 채록하는 일을 해왔다고 한다. 한동안 우리 사회를 억눌렀던 이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동안 꼭꼭 숨겨야만 했던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날이면 저자는 막걸리를 사들고 마신 후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고 증언한다. 누군가는 이념이나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하여 총을 들고 맞서다가 깊은 산으로 들어가 산사람이 되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전까지 이웃으로 지내던 그들이 찾아와 밥을 청하고 도움을 청하면 모른 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산사람에게 밥이나 물을 건네주는 등의 사소한 호의를 베풀었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희생을 당했다는 사실이다.그렇게 희생당한 이들의 남은 가족들은 이후에도 이념의 편 가르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 4.3’이나 여순 사건의 유족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할 수 있었던 시기는 그리 얼마 되지 않는다. 전체 6편 중에서 4편은 유족들의 이야기를 채록하면서 작가의 마음을 울린 사연들로, 비로소 수 십년의 거리를 두고 작품으로 형상화된 것들이다. 표제작인 공마당은 순천에서 자란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을 근거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모두 여수 순천 사건의 겪은 후 살아남은 이들의 후일담을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 작가 자신의 신춘문예 당선작인 호금조라는 작품을 함께 엮은 소설집이다. 비록 일부의 목소리이지만 작가의 소설을 통해 당시 비극적인 사연들의 일부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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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으로 점철된 여성 가계의 서사를 풀어내다! | 여중재리뷰(문학사/현대문학/소설) 2022-10-2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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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밝은 밤

최은영 저
문학동네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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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모로부터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서술자인 나(지연)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모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이상적인 모계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을 떠올렸다.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지는 여성 중심의 가족을 건설해나가는 안토니아의 모계로 이어지는 계보는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계보는 일제 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억눌렸던 여성들의 현실을 그대로 형상화하고 있다. 더욱이 여러 대에 걸친 모계에서 각각의 어머니와 딸은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의 관계를 노정하고 있으며, 각 세대의 부부 관계 역시 겉으로는 정상으로 보이지만 분명 사랑으로 결합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다.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을 하게 된 ’(지연)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어렸을 적 잠시 머물렀던 희령에 직장을 구해 서울을 떠난다.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친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를 통해 증조모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로 이어지는 여성 가족의 서사를 듣게 되는 것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삼천이라고 불렸던 증조모와 중혼으로 인해 남편에게 비림을 받앗던 할머니(영옥), 그리고 그러한 가족 출신으로 인해 할머니로부터 멀어졌던 어머니(미선)와 남편의 외도로 인해 이혼해서 홀로서기를 하는 ’(지연)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되고 있다. 그 사이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힘들게 살아왔던 증조모의 사연이 할머니가 간직했던 편지를 통해 소개되고, 할머니의 사연을 통해 두 사람이 서로 갈등 관계에 놓인 사연도 드러나고 있다.

 

실상 중조부와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와 남편 등의 존재가 언급되기는 하지만, 그들은 각 세대의 여성들에게 상처를 안겨주는 존재로서 이야기의 전개에 주변적인 존재로 치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년이 되어 희령을 떠난 어머니는 언제부턴가 할머니와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두 사람 모두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이 그려지고 있다. 이유를 몰랐던 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할머니와 어미니의 갈등은 증조모로부터 시작되는 여성 가계의 서사를 통해 조금씩 확인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여성 가계의 서사에서 남자들은 주변부에 머물면서,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백정의 딸로 태어난 증조모는 번듯한 집안에서 태어난 증조부의 종교적 신념에 의해 선택되어 결혼을 하게 된 존재이다. 그런 이유로 시댁이 있는 고향 삼천로부터 벗어나 개성에서 살아야 했으며, 병든 어머니를 거두어 준 증조부의 친구 새비 아재비의 가족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개성을 떠나 피난길에 나섰고, 증조모는 먼저 피난을 떠난 새비네 가족들이 있는 대구에서 재회하게 된다. 그곳에서 잠시나마 여유로운 생활을 하던 증조모 가족은 증조부의 가족들이 살고 있다는 희령으로 떠나 다시 헤어지게 된다. 비록 몸을 떨어져 있지만 틈틈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증조모와 새비네와의 우정은 이어졌던 것이다.

 

새비 아재비의 부인인 새비와 중조모 삼천이의 우정, 그리고 오랜 세월 할머니가 간직하고 있는 새비삼천이가 떨어져 살 때 주고받았던 편지가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딸들인 할머니(영옥)과 새비 아주머니의 딸인 희자와의 우정과 삶의 엇갈림도 작품을 힝미롭게 이끌어가는 소재라고 하겠다. 증조모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는 각각 남편 혹은 시가에서 원하는 아들이 아닌 딸들을 낳았기 때문에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남성중심적인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그대로 드러나는 모티프라고 하겠다.

 

작가는 아마도 이들이 아들을 낳았다면 남편 혹은 시가로부터 조금은 다른 대접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딸만 낳았기 때문에 갈등과 냉대를 견디며 살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새비 아재비를 제외한 남편들은 딸과의 관계가 소원한 것으로 그려지고, 극단적으로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한 딸(지연)에게 이혼했다는 사실로 인해 악담을 퍼붓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작품의 결말부까지 각각의 모녀들의 관계가 회복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증조모로부터 시작된 여성 가계의 서사를 이해하면서 조금은 서로의 갈등 관계가 풀릴 수 있음이 예견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겠다.

 

특히 작품의 마지막은 새비 아주머니가 죽은 후 한국을 떠났던 희자에게 지연()이 메일을 보내 할머니(영옥)과 만나러 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아들을 중시하는 기존의 관념이 지배하던 한국 사회에서 딸로 태어나, 부모에게 환영받지 못하던 여성들의 서사가 작품의 핵심이라고 이해된다. 부부 혹은 모녀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등장인물들은 모두 편한 잠을 잘 수 없었던 밤을 지새워야만 했을 터이지만, 작가는 마지막 서로의 갈등이 옅어지면서 앞으로 그들의 밤은 <밝은 밤>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고 이해되었다. 이상적인 여성 가계를 꾸려가는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이 조금은 환상적으로 느껴졌다면, 각 세대의 모녀와 부부 갈등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작품의 전개는 그대로 한국 현대사와 가족 제도의 문제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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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학의 거장인 멜빌의 진면목을 접하다! | 여중재리뷰(문학사/현대문학/소설) 2022-10-0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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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비딕

허먼 멜빌 저/레이먼드 비숍 그림/이종인 역
현대지성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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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축약본으로 접했던 흰 고래라는 뜻의 <백경(白鯨)>의 내용만을 떠올렸다가, 완역본을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은 작품의 줄거리에 불과하고, 작품의 의미와 작가의 사상을 이해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정보였음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이 책의 해제]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듯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작품의 제목과 등장인물들의 이름 그리고 작품 곳곳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는 일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충분한 긴장과 즐거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거대한 고래 모비 딕에게 다리를 잃고 포경선을 이끄는 선장 에이헤브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 작품을 이끌어가는 서술자인 이슈메일, 그리고 포경선 피쿼드호에 승선한 다양한 선원들은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한 캐릭터들이었다. ‘해제에서 번역자는 거대한 고래 모비 딕에 대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그 의미를 제시해놓고 있지만, 어쩌면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이루고자 하는 어떤 목표를 비유한 것이라 보아도 될 것이다. 포경선인 피쿼드호의 목표는 더 많은 향유고래를 잡아서 선원들과 선주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지만, 선장인 에이해브는 그보다 더 큰 목표를 설정하면서 출항을 한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자신의 발을 불구로 만든 흰 고래를 악마로 설정하고, 그것을 잡아서 복수를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현실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세운 1차적인 목표가 이뤄지면, 더 큰 목표를 세우고 그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외치면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막상 그것이 이뤄지면 또 다른 목표를 세우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채워질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이 작품은 에이해브와 모비 딕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그러한 면모를 형상화한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끝내 모비 딕의 사냥에 실패하고 서술자인 이슈메일을 제외한 모든 선원들이 배와 함께 바다에 잠기는 결말은 결코 만족할 줄 모르고 파멸의 길로 치닫는 인간의 욕망을 풍자한 것이 아닐까? 이슈메일만이 사아남는다는 설정 역시 피쿼드호에서 유일하게 에이해브 선장의 집착과 거리를 두고 관찰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작품의 서술자로서 그의 존재다 필수적이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하겠다.  

 

기독교도만을 배에 태울 수 있다는 원칙을 세우지만, 실재로는 이교도와 무신론자들을 제외한다면 출항조차 할 수 없다는 현실도 원칙과 현실의 어긋남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화소라고 이해된다. 이것을 백인 기독교들이 주도하는 미국사회의 현실과 모든 사람의 평등을 외치는 미국사회의 이상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는 허상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전편에 지속적으로 성경의 구절이 소개되고, 피쿼드호 선원들이 그에 맞추어 자신들의 상황을 꿰어 맞추는 언술들이 제시되기도 한다. 때로는 서술자인 이슈메일이 사라지고,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여 마치 극처럼 이끌어가는 대목들도 등장한다 작품에서 쏟아내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서술자인 이슈메일이 알 수 없는 내용들이기에, 작가가 선택한 서술전략으로 이해할 수도 잇을 것이다, 

 

해제에서는 이러한 면모를 세익스피어의 영향에서 찾는 한편, 그것을 당시의 일반적인 소설 기법과는 다른 멜빌만의 모더니즘 기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인 멜빌이 가장 비중을 두었던 내용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줄거리 상으로는 분명 모비 딕을 향한 에이해브 선장의 복수와 그에 따른 서사라고 할 수 있겠으나, 오히려 당시 포경산업과 향유고래에 대한 생태 등이 작가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 핵심 내용은 아니었을까 여겨졌다. 서술자인 이슈메일의 언급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소개되는 고래와 포경업에 대한 백과전서식의 서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700면에 가까운 작품에서 에이해브 선장과 피쿼드호 선원들에 관한 이야기보다 고래의 생태와 당시의 포경산업에 대한 진술 분량이 압도하고 있다. 그리하여 소설적 흥미를 갖추기 위해 에이해브 선장과 모비 딕의 대결이라는 설정을 했지만, 작가인 멜빌에게는 당시 미국 산업을 이끌었던 포경산업을 소개하려는 목적이 더 클 수도 있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작가 자신이 포경선 선원으로 근무하고, 해군이 되어 바다를 항해했던 경험에 의거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해제에서는 이 작품의 내용과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으나, 그러한 시대적 배경에 어두운 나로서는 그보다 나만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등장인물인 에이해브 선장을 비롯해 서술자 이슈메일 등의 이름들도 성경의 등장인물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내용을 접했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 나로서는 그저 철저히 독자의 입장에 짐중하여 감상을 풀어내기로 했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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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무정'의 의미를 생각하다! | 여중재리뷰(문학사/현대문학/소설) 2022-08-2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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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정

이광수 저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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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의 <무정>은 현대소설의 새 장을 연 작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근대 초기인 1910년대를 배경으로, 일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 서구 문화에 대한 충격과 의식의 갈등이 잘 드러나고 있는 작품이다. 전근대적인 관습에 익숙한 낡은 문화와 서구 문화로 상징되는 새로운 문화가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서로 뒤얽혀 공존하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잇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전통적인 관습에 기반한 윤리규범과 새로운 현실이 어긋나며, 등장인물들의 이념과 욕망이 서로 부닺히고 갈등하면서 펼쳐지는 과도기적 삶의 양상이 생생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다만 그것이 작가의 이상주의와 지나친 계몽적인 의식으로 인해 참신한 시도에 비해, 문학적 성과는 빈약하다는 평가가 내려지기도 한다.

 

일본 유학생 출신으로 경성학교 영어교사인 이형식은 월급의 일부를 떼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교사로서의 과도한 자부심은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권위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권위적인 학교의 운영 방식과도 일정하게 거리를 두는 등으로 결국 학생들의 신망을 잃고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학교를 그만두기 전 장안의 부호인 김장로의 딸 선형에게 영어 개인교습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김장로의 집을 방문하는 것으로부터 작품은 시작된다. 딸을 미국으로 유학보내겠다는 생각으로, 김장로가 선형의 남편감으로 점지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

 

그날 저녁 갑자기 형식을 방문한 박영채의 등장으로, 고아였던 자신을 자식처럼 돌봐주었던 박진사와의 인연을 떠올리게 된다. 교육운동에 헌신했던 박진사가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형식과 선형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고, 당시 박진사가 형식이 영채의 남편감이라는 말을 굳게 믿고 잇던 영채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영채는 아버지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기생이 되었고, 그 사실을 안 박진사는 오히려 죽음을 맞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인물들 사이에서 형식과 선형의 결혼이 추진되고, 영채와 형식 모두 과거의 인연으로 방황하는 모습이 그려지게 된다. 아마도 <무정>이라는 작품의 제목은 어떠한 정도 없이 관습과 새로운 문화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저울질하는 형식의 심적 상태를 설명하는 단어라고 하겠다.

 

이후에 계월향이라는 기생 신분으로 성폭행의 현장에서 형식에게 구원되는 영채의 모습과 자살소동, 과거의 인연인 영채와 결혼 상대인 선형 사이에서 심적 갈등을 일으키는 형식의 상황이 형상화되고 있다. 형식의 좋지 못한 소문을 듣고서도 이미 선형과 약혼을 했기에, 사회적 체면 때문에 전전긍긍하면서도 겉으로는 대범한 척하는 김장로의 모습 등 전통적 관습과 개인의 욕망이 부딪히는 근대 초기 과도기적 삶의 양상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주인공인 이형식의 인식과 욕망의 갈등이 적절하게 그려지고 있으며, 작품의 조역이라고 할 수 있는 영채와 선형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양상 또한 이러한 과도기적 모순을 보여주는데 일조하고 있다.

 

전통적인 규범을 완전히 탈각하지 못한 채 식민지화가 진행되고 새롭게 떠오르는 서구 문물들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당대인들의 모습이 등장인물들에 반영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그러한 갈등이 전개되고 있지만, 이러한 모순을 철저하게 파헤치기보다는 사회에 대한 헌신과 그 수단으로서의 유학이라는 어정쩡한 계몽주의로 귀결시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 <무정>이 지닌 한계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비록 지금의 시점에서는 구성이 서툴고 성글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시에는 현대소설의 새장을 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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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된 성폭력의 현실을 고발하다! | 여중재리뷰(문학사/현대문학/소설) 2022-07-2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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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너를 위한 증언

김중미 저
낮은산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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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고, 때로는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며 비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그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가해자는 그러한 행태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던 부끄러운 시절이 있었다. 처신이나 옷차림 운운하며 당사자들의 탓으로 여기면서 피해자를 비난했던 행태는 바로 남성중심의 그릇된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겠다. 시대가 변해 성평등의 인식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남성중심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성폭력을 저지른 이들을 단죄하기 위한 폭로로 시작된 미투(me too) 운동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주목을 이끌어내었다. 이후 SNS와 회견 등을 통해 자신이 겪었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엄연히 벌어졌던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과 그것을 은폐하려고 하는 이들이 존재했으며, 피해자가 오히려 더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현실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형상화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특히 친부에 의해 자행된 친족 성폭행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남편에 의해 자행된 성폭력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 아내는 서둘러 딸을 외국에 유학을 보내야만 했고, 둘째 딸()을 일찍부터 기숙학교에 보내야만 하는 사연이 작품의 중심에 놓여져 있다. 외국 유학 중인 딸(하늘)이 그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자실을 선택하게 되고, 그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았던 할머니와 아버지의 행동은 철저히 가부장적인 면모에 다름이 아니라고 하겠다. 그 딸의 죽음을 동성애로 인한 것이라고 죄악시하는 그들의 후안무치한 행태는 후에 아버지의 행태를 고발하는 딸(하늘)의 유서가 알려짐으로써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언니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동생이 이를 알게 되고, 딸들을 아버지로부터 떼어놓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어머니의 자각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가족들로부터 언니의 동성애 상대로 지목되었던 지원을 먼나서 언나거 넘간 유서를 읽고 동생(결)은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꿈이라고 여겻던 과거의 기억이 바로 아버지의 언니에 대한 성폭력이었고, 엄마가 자신을 기숙학교에 보낸 것도 그러한 아버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조치였음을 알게 된다. 마침내 그 상황을 제대라 인식하고 이제라도 딸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머니는 이혼을 결심하고, 동생(결)은 아버지의 추악한 모습을 밝히고자 언니의 유언과 함께 편지를 보내는 것이 소설의 결말에 배치되어 있다. 만약 실재 상황이라면, 아마도 이후의 상황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몸부림으로 주인공은 더 큰 상처를 입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연과 함께 결혼 전에 성폭력을 당해 태어난 아이를 억지로 입양시키고, 결혼한 이후에도 여전히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딸(결)의 친구(가온) 어머니가 등장한다. 가온의 어머니 역시 과거의 성폭력으로 생긴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며, 결혼 이후에도 여러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그 사실을 알고 사랑으로 감싸는 남편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각각의 인물들을 둘러싼 상황과 감정들을 작가는 일기 혹은 편지 등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 작품은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일기나 편지에서는 1인칭의 진술로 이뤄져 당사자들의 심정이나 상황을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치 때문에 작품의 내용이 더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작가는 이 소설은 허구이며 이 작품의 등장인물 역시 상상력으로 빚어낸 허구의 존재라고 밝히고 있지만, 작품 속의 상황은 현실에 엄존하고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여겨진다. 우리 사회에서 미투 운동이 거세게 진행되고 있을 때,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서 가해자를 부도덕한 존재로 만들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목도할 수 있었다. 때로는 SNS를 동원해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언론과 권력 집단을 동원해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행태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후에도 가해자 주변인들은 여전히 피해자를 괴롭히는 행태가 지속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를 피할 수 있을 때까지 피하고 싶었지만,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억울한 죽음이 이어지는 현실에서 더는 모른 척할 수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처음에는 죽은 이들을 위해 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는 산 자들의 이야기로 형상화한 작품이 바로 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진실의 속과 겉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는 한계에 절망하기도했다고 밝히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은폐되어 있던 친족 성폭력의 문제를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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