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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기자로서 박지원의 취재와 글쓰기를 논하다! |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2022-11-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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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의 大기자, 연암

강석훈 저
니케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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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신단의 일행으로 동참했던 중국 여행의 기록으로 남긴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애독하는 문헌이다. 대부분의 여행기가 일정에 따른 여정과 느낌을 일지 형식으로 기록한데 반해, <열하일기>는 저자 자신이 여행 과정에서 듣고 보았던 내용들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확연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서로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중국에서 만난 지식인들과 필담(筆談)을 통해서 주고받았던 내용들을 온전하게 수록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거론할 수 있다. 실상 <열하일기>를 비롯한 박지원의 저작들을 직접 읽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지원의 소설 작품은 물론 <열하일기>의 일부 내용들도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어, 대부분의 독자들은 원전을 읽지 않았더라도 문인으로서 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기자 출신인 저자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서, 그 내용이 기자적 기질을 갖추고 있음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는 내용이다. 특히 저자는 박지원의 기자적 기질이 잘 살아 있는 대표적인 글은 조선 사행단에 참여해 심양과 북경, 열하를 다녀와서 쓴 열하일기라고 단언하면서, 그의 저작은 대기자의 면모와 식견, 실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대장정의 르포르타주라고 강조한다. 저자도 설명하고 있듯이, ‘르포르타주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가 아니라 특정 주제나 지역 사회를 심층 취재한 기자가 취재 내용과 사건을 바탕으로 뉴스와 여러 에피소드, 논평 등을 종합적으로 완성한 기사를 일컫는다. 그리하여 저자는 <열하일기>의 번역본을 읽고, ‘한 사람이라도 더 열하일기를 비롯한 연암의 역작을 읽고 연암의 뜻을 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하고 있다. 

 

기자 출신인 저자 역시 현재의 언론 상황이 상업성에 휘둘린 나머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초적 기사와 저급한 신변잡기의 소식들이 난무하고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특히 21세기 언론사가 난립하면서 제대로 된 기사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고려하여, 그러한 기사들을 양상하는 기자들을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일컫는 것에 대한 반성적 고찰에 다름 아니라고 이해된다. 이러한 실정에서 <열하일기>와 박지원이 님긴 글이 지닌 특징을 고찰함으로써, 기자 정신의 본질이 무엇이지를 깨닫게 하고 싶다는 저자의 인식이 반영된 기획이라고 여겨진다. 이미 정치적 진영 논리와 낡은 이념의 함정에 빠져 지향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21세기 한국의 언론 시장을 냉정하게 돌아보면서, 박지원의 글에 담긴 취재 기법 등 오늘날에도 본받고 배워야 할 기자상(記者像)’을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는 먼저 연암 박지원, 그는 왜 기자인가라는 제목으로 제1부를 시작하면서, 그의 글에 담긴 치열한 취재정신과 기자로서의 열정에 대해서 상세하고 소개하고 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르포르타주 열하일기와 연암의 기자 정신이라는 제목으로, 사신단의 수행원으로 참가한 중국 여행에서 기자로서의 촉을 세우고 정열적으로 취재하여 글로 남긴 결과물이 현대의 르포르타주에 비견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3부에서는 연암의 취재 기법을 소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후의 상황에 대해 예측했던 박지원의 언급이 그대로 들어맞았다는 점을 4연암의 통찰력과 예지라는 항목에서 논하고 있다. 단지 현상을 취재하고 기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에 입각하여 미래의 상황을 예견하고 조언할 수 있는 기자의 모습을 박지원의 태도에서 찾고 있다고 하겠다.

 

지금은 뛰어난 문장가로 평가되고 있지만, 박지원이 활동하던 당시에도 그의 글이 지닌 파급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순정한 고문(古文)을 주장하던 정조의 입장에서, 이른바 패사소품체(稗史小品體)’라고 일컫는 박지원의 글에 대한 비판은 끝내 권력 차원의 언론통제라 할 수 있는 문체반정(文體反正)’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문체(文體)의 정도(正道)’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라 할 것인데, ‘글쓰기의 정도가 과연 존재하는지 지극히 의심스러운 행태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권력의 강박증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을 길들이고자 하는 현재의 상황에 비견할 수 있으니, 언론을 대하는 강압적인 권력의 발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저자는 정조의 이러한 정책에 박지원이 끝까지 반성문조차 제출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열하일기>에서 보여주엇던 그의 자유로운 글쓰기는 이후에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박지원은 당시의 재야인사 추천제라 할 수 있는 음관(蔭官)으로 관직에 진출하여 정책을 펼치면서, 그 중심을 늘 민중들의 입장을 헤아리는데 두었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지방관으로서의 정치를 행했던 박지원의 자세를 기자 정신으로 서정(庶政)을 펼치자라는 제목의 6부에서 상세하게 논하고 있다. 박지원의 삶은 자식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듯, 아들 박종채는 <과정록(過庭錄)>이라는 제목으로 박지원의 삶과 일상의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다. 저자는 기자의 입장에서 당파나 출신을 떠나 사람들과 어울리며, ‘권력층의 비위에 맞춰 일신의 영달을 도모하지 않고 해야 할 말을 하고 써야 할 글을 썼던 기자 정신에 충실했던박지원의 자세를 다시금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권력(權力)과 금력(金力)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21세기의 언론인들에게 박지원이 보여주었던 언론의 도를 깨닫고, 그의 기자 정신을 본받자는 저자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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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일상을 바꾼 '근대 사물'들! |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2022-11-1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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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근대 사물 탐구 사전

정명섭 저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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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편리하게 활용될 새로운 물건이 등장하면 그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이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예컨대 스마트폰이 일상화되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와 카메라의 역할을 전화기로 대신하는 시대가 되었다. 실제로 신용카드와 신분증까지 내장되어 있으니, 이제 스마트폰은 단순히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닌 더 많은 용도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당연시하며 활용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아마도 휴대폰이 일상화될 즈음에는, 많은 이들이 그저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놀라워했을 것이다.

 

근대로 접어들던 무렵 서양의 발달된 기술에 의해 개발된 근대 사물들 역시 처음 선보였을 때, 당시의 사람들 역시 신기하고 그 편리함에 놀랐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전차와 무성영화를 비롯한 8개의 근대 사물이 처음 도입되던 때의 상황과 당시 사람들의 반응 등에 대해서,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도입된 근대 사물들은 근대의 풍경을 혁신적으로 바꿨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근대 사물의 발명은 입는 옷부터 먹는 음식, 사는 공간까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을 바꾸었지만, 이후 더욱 빠르게 변화한 기술로 인해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그러한 근대 물건들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인간의 삶이 더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라는 물음을 제시하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시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과연 그것을 통해 행복하거나 만족스러운 삶으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누군가는 긍정적으로 대답하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더욱 바빠지고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인해 통제를 받는 듯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 기술 발전으로 인해 탄생한 문명의 이기는 사람들의 삶에서 명암이 함께 존재하기 마련이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느끼고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각자 느끼는 ()’()’의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 소개된 전차무성영화는 이제 자동차와 영화로 인해 현실에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근대 사물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그것들이 처음 도입되었던 무렵에는 당시 사람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고, 전차 안내원이나 변사와 같은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여 각광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부싯돌로 힘겹게 불을 붙여야 했던 시대에 간단한 조작으로 블을 켤 수 있는 성냥의 등장 역시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다고 하겠다. 또한 손바느질에서 벗어나 기계를 통해 바느질을 할 수 있는 재봉틀의 등장은 편하게 옷을 만들거나 수선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디지털 기능을 첨부한 새로운 재봉틀이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근대 사물의 도입으로 인해 당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에서 시작되어 조선으로 들어온 사람의 손으로 끄는 인력거의 등장이 가져온 변화상을 서술하고, 부엌 문화를 바꾼 석유풍로는 내가 어린 시절에도 여전히 각 가정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던 물건이었다.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들려주었던 축음기는 카세트테이프와 CD 시대를 지나, 이제는 MP3 혹은 음원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연결해 듣는 것으로 변화하였다. 짚신을 대체했던 고무신역시 오랫동안 서민들의 일용품으로 애용을 받다가, 이제는 관광지의 상품으로나 만나볼 수 있는 근대 사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당시에는 혁신적인 문물이었지만 지금은 우리의 기억으로만 남은 것, 혹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 근대 문물을 소개하면서, ‘그것으로 인해 변화된 생활상과 새로운 물건으로 대체되고 소멸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하여 독자들이근대 사물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해보는 일,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오늘날 과학 기술의 미래가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가늠해보기를 희망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씁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러한 근대 사물의 도입과 사용이 주로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문명의 이기를 도입하면서 당시 사람들이 일상에 변화를 가져왔지만, 결국 경제적 이익과 그 혜택을 독점했던 것은 일본인 혹은 일본의 자본들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시 조선 사람들은 헐값에 노동력을 착취하는 대상으로 전락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하겠다. 박한 임금으로 성냥공장의 노동자인력거꾼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야 했던 이들은 대부분 힘없고 가난한 조선인들이었다. 문명의 이기로 여겨졌던 전차역시 주로 일본인들이 이동했던 노선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었고, 새로운 공장이 건설되었지만 결국 자본을 제공한 친일파나 일본인들이 그 이익을 독차지했음은 물론이다. 비록 그러한 아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이러한 근대 물건들이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보다 편리하게 변화시켰다는 사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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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의 음악과 생애를 기록하다! |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2022-11-1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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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윤이상

최지숙 글/정수영 그림
교학사 | 201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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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로 꼽히는 윤이상은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고스란히 체험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67년 박정희 정권이 조작한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으로 인해 옥고를 치러야만 했으며, 그 이후로 정권에서 귀국을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독일로 귀화를 결정해야만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독일에서는 비교적 왕래가 자유롭던 북한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대규모 간첩 사건을 조작했던 것이 바로 동백림 사건이다. 그와 함께 화가 이응노 역시 이 사건으로 고국을 찾지 못했으며, 지난 2006년 과거사 위원회에서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간첩이라는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통영에서 살았기 때문에, 통영에서는 2010년 윤이상 기념관을 건립하여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특히 1980년 전두환 정권의 광주 학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광주여 영원히라는 제목의 관현악 작품을 창작해서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윤이상의 음악은 동양적 직관과 서양적 분석을 아우르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전통 음악과 서양음악의 기법이 조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1년 뮌헨 올림픽의 문화행사에 공연하기 위해 창작한 <심청>으로 인해 윤이상은 세계적인 작곡가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으며, 그가 북한을 방문한 것도 고구려 고분의 사신도를 보고 음악적 영감을 받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식민지의 형실을 절감했던 그로서는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누구보다 아파했으며, 통일된 조국을 꿈꾸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의 북한 방문은 자주 교류해야만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었으며, 다만 남과 북의 이념 대립으로 인해 그것을 정치적으로 오용했던 독재정권에 의해 죽을 때까지 고향에 돌아올 수 없었다고 하겠다이 책은 그의 일생을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으로서, 윤이상의 처지를 상처 입은 세기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늘 한국인으로 불리고 싶었던 사람으로서 윤이상을 규정하면서, 어린 시절 일제 강점기의 현실에서 산청과 통영에서의 생활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해방 이후 음악교사와 대학 강사로 지내면서 작곡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면서 음악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게 된다. 독일에서의 활동과 북한 방문, 그리고 그로 인해서 동백림 사건이라는 조작 사건으로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죽을 때까지 고향에 돌아오지 못했던 그의 '상처 업은' 삶의 모습이 잘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내 남편 윤이상>이라는 회고록을 출간했던 부인 이수자 여사의 꼼꼼한 기록을 통해, 윤이상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활동 그리고 고국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아이들이 읽기 편하도록 쉬운 문체로 소개하는 책의 내용도 인상적으로 여겨졌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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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기자로서의 삶을 토로하다! |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2022-10-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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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손정빈의 환영

손정빈 저
편않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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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고시라고 칭하는 언론사의 시험을 통과해서 기자가 되면, 처음에는 주로 사회부에 배치되어 선배 기자들을 따라 다양한 취재처를 돌아다니며 취재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정치부와 문화부 등 다양한 부서에 배치되어 활동하다가, 경력이 쌓이면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10년차 기자인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문화부 기자로서의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영화를 좋아하는 자신에게 문화부 기자가 적임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중간에 잠깐 사회부에 배속되어 취재 활동을 했으나, 데스크에 요청하여 다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기까지의 과정을 저자는 담담하게 피력하고 있다.

 

29살이 되어 그 해 취업 막차를 타지 못하면 인생이 망가져 버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무렵, 저자는 우연히 친구와 함께 병천에 가서 순대를 먹으러 가다가 들른 점집에서 점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절대 기자가 될 수 없다는 무당의 점괘를 듣고, 유럽으로 2주일 정도 머리를 식히러 가자는 친구의 제안을 뿌리치고 시험을 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노라고 밝히고 있다. 실상 점괘는 무시하면 되고 그 때 병천에 갔던 것도 순전히 우연이겠지만, 저자는 그날 병천에 가지 않았다면 기자가 될 수 없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병천에 가는 길에 점집에 들러 불길한 점괘에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시험에 합격했을 것이라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렇듯 자신이 기자 생활을 하게 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자신이 영화를 좋아한 계기를 설명하면서 영화와 기자에 대해서 풀어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이라고 하겠다. 꾸준히 영화를 보고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여 기사를 쓰는 것이 영화 담당 기자의 일상이라고 할 것인데, 영화 잡지 편집자와의 인터뷰를 계기가 영화 웹진까지 만들었다는 것에서 저자의 영황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영화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열정에 공감할 수 있었다.

 

기자로서 저자의 기사를 읽어보지는 않았으나, 이 책을 통해 영화에 대한 저자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접하면서 책의 제목을 환영이라고 붙인 것은, 아마도 저자가 자주 접하는 영화 속의 내용들이 우리의 일상이 아닌 환영(幻影)’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의 생존경쟁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일상이 아닌, 영화 속의 환영을 통해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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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에 관대한 한국 사회에 경종을 던지다! |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2022-10-1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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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마이 투쟁

정태현 저
열아홉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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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나 음악 등의 예술 작품을 창작할 때, 다른 사람의 작품 일부 혹은 전부를 허락받지 않고 마치 자기의 것인 양 몰래 가져다 쓰는 행위를 표절이라고 한다. 표절은 엄밀한 의미로 법적인 용어가 아니며, 이제는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어 표절 작품들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표절에 대한 사회적 시간이 엄격하지 못해,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훔쳐 쓰고도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다양한 논문들이 다른 사람의 저작을 표절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도, ‘학계의 관행이었느니 등의 이유로 그냥 넘어가려는 사례를 대포적인 경우로 꼽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전도유망한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오로지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글을 쓰던 자신의 삶이, 어느 언론사의 시민기자가 자신의 저서 일부를 그대로 베끼면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표절 당사자는 인정을 했지만, 그 글을 기사로 올린 언론사로부터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을 적시하고 있다. 작가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언론사의 사과를 바라고 광화문에서 1인 시위에 나섰고, 저자의 주장을 무시하던 언론사의 태도에 맞서 싸운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는 어쩌면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하고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그러한 부당한 일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넘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1인 시위를 하는 동안 마주친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그동안 그러한 이들을 무심하게 지나쳤던 과거의 행위에 대해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광장에서 마주친 다양한 1인 시위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비로소 약자의 입장에서 기득권을 가진 세력과 맞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도 절감하게 되었음을 서술하고 있다. 저자로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겠지만, 끝내 언론사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내는 한편 그 동안의 사건 경위를 그대로 담아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누군가는 저자가 겪은 일이 ‘1인 시위를 할 만큼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작가로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투쟁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SNS나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글을 써서 남에게 알리는 것이 일상회된 만큼, 적어도 표절에 관대한 문화만큼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또는 다른 사람의 글을 참고했다면 반드시 그 출처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나아가 어느 정도의 기득권을 지닌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은 마치 사소한 일처럼 치부되고 있는 현실을 일깨우고 있다고 여겨진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저자의 이러한 투쟁이 1회적인 관심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엄존하는 약자와 소수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공감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마도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남겨 알리는 것도 바로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이해된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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