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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재리뷰(자연과학/서양문화)
조지 부시의 진면목을 밝히다! | 여중재리뷰(자연과학/서양문화) 2021-10-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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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용서받지 못할 자

J. H. 해트필드 저/ 정지인 역
시학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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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조지 부시의 평전으로, 그의 성장 과정과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오른 조지 부시가 과연 대통령으로서 적합한 인물이었던가 하는 점에 대해서, 제목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회의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저자는 이 책을 쓰고 얼마 후에 의문의 죽음을 당했는데, 저자의 사후 새로운 서문을 쓴 두 명의 언론인은 그러한 사건을 악당에게 먹혀버린 진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조지 부시는 스스로 젊은 시절 술과 여성들에게 빠져 방탕한 생활을 했음을 밝혔고, 그 과정에서 마약을 복용해 감옥에 갔던 사실에 대해서만은 토론에서조차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고 한다. 더욱이 그의 전과 기록은 정치인인 아버지의 영향력 행사로 인해 감쪽같이 삭제되었으며, 이 책의 저자는 그 사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저자는 만약 그 기록이 온존했고, 또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서 마약 전과기록을 삭제했다면 부시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그는 마약 관련 질문에 대해서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한 채, 젊은 시절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만 거듭 주장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 마약 전과의 문제만이 아니라, 부시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대대적으로 네거티브 전략을 세우고 실행한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온정적 보수주의를 내세운 부시는 막대한 선거비용을 유치했고, 그렇게 준비한 비용으로 전례 없는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의 재임 시절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단지 악의 축이라고 지칭된 이라크에 대한 침략 전쟁이 시작되었고, 이슬람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은 결국 비행기를 납치하여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로 충돌하는 이른바 ‘9.11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후 세계는 특정한 종교의 영향력이 막강한 세력 간의 갈등이 장기화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갈등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다.

 

서문에서는 부시 집안을 보수주의자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단언하며, ‘기껏해야 그들은 정치적 연줄과 기금 마련에 있어서 황금만능주의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들이 주장한 것처럼 온정적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극우 보수주의자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미국 프로야구 텍사스 구단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축적했고, 그것을 기화로 주지사로 당선되어 대통령으로까지 나아가는 동안 그의 재산은 비약적으로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소유였던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을 짓기 위해 토지수용법을 제정해서 개인 사유지를 탈취하고, 자신이 관여한 회사들의 내부자거래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등의 부도덕한 행위가 이 책에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지금도 미국 공화당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이미 고인이 된 그의 아버지와 함께 조지 부시가 꼽히고 있다고 하는데, 돈과 권력을 쟁취하는 타고난 능력 덕분에 지난 시절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데 기여한 것이라고 이해되기도 한다. 처음 이 책이 발간되었을 당시에는 부시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서 서점에서 사라질 뻔했지만, 저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이후 역설적으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젊은 시절 부시의 마약 범죄를 비롯한 부도덕한 생활에 대해서 저자에게 기꺼이 증언을 했던 이들도,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자신의 주장을 공개하는데 망설였다고 한다. 비록 책을 출간한 후에 의문의 죽음을 당했지만, 저자의 끈질긴 취재와 탐사의 결실로 인해 조지 부시라는 정치인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 일부 권력 추종적인 인물들이 권력을 위해서라면 얼마만큼 비열해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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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기술의 발전이 장애인의 차별에 미치는 영향! | 여중재리뷰(자연과학/서양문화) 2021-10-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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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장애와 유전자 정치

앤 커,톰 셰익스피어 공저/김도현 역
그린비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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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학에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까지라는 부제의 이 책에서는 우생학을 근거로 자행되었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정치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그것이 단지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기도 하다. 우생학(優生學)이란 우수한 유전자를 보존하고 열등한 유전자를 제거해야 한다는 사상을 일컫는데, 이러한 주장은 필연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도 합리적인 근거도 갖추지 않은 나치의 유대인과 집시에 대한 차별이 우생학에 근거해서 대학살로 이어졌고,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한센인들을 격리하고 수술을 통해 생식능력을 강제로 거세한 사례들이 이에 해당한다. 저자는 그러한 경향이 개혁 우생학이나 신유전학’  등으로 포장되어, 과학적이라는 외피를 쓰고 지금도 만연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거의 모든 임산부들이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받는 산전 검사역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장애인이나 차이를 지닌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산전 검사를 통해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면 쉽게 낙태를 생각하게 되고, 그것은 결국 현실에서 존재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공저자 중에서 톰 세익스피어는 연골무형성증으로 인해 왜소증을 지닌 장애인 당사자이기에,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그러한 저자의 풍부한 자기 경험을 근거로 한 주장들이 제시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과학으로 포장된 유전자 연구는 그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경제적 능력을 지닌 소수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인류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 공학을 통해서 얻어진 기술은 특정 집단의 특허로 이어지고,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러한 집단이 정치인들로부터 강력한 후원을 받으면서, 막대한 연구비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한동안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황우석 사태를 통해서 확인된 바 있다. 분명 우생학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하고 있지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현실에서 막강한 권력을 차지하게 되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우선 우생학의 등장과 그것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나치의 인종학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나치의 대표적인 만행으로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에 초점을 맞추어졌지만, 유대인 이외 일정한 거주가 없이 떠돌아다니던 집시와 장애인들 역시 학살과 시설 수용 등의 피해를 함께 겪었음을 보고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평범한 의사들이 동원되었고, 그들 대부분은 우생학의 관점에서 장애를 척결의 대상으로 인정했다고 한다. 장애인들의 생식 능력을 거세하는 단종 수술이 당연시되었는데, 그러한 현상은 비단 나치 치하에서만 발생했던 것이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한나 아렌트가 내세웠던 악의 평범성이 우생학을 신봉하고 있던 의사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제는 그러한 비인간적인 현상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유전학의 발달로 인해서 태아 단계에서부터 장애를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욱이 유전학에 대한 대중들의 맹신은 언론을 비롯한 대중매체를 통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며, 여기에 정치권력이 결탁하면서 유전학 만능주의라는 그릇된 신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유전자 분석 역시 불확실한 결과를 산출할 수 있기에, 그것을 맹신하는 태도는 위험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술적 성과들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유전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밝히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장애에 대한 그릇된 이해를 양산하고, 그로 인해서 엄연히 존재하는 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장할 수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우생학에 근거한 현재의 유전학의 문제를 지적한 이 책을 장애학 책이 아니라 존재학 책이며, 우생세(우생학의 세상)와 능력주의를 넘어서기를 원하는 이들의 필독서라고 평가한 추천사의 구절에 동의한다. 나아가 유전학의 발달로 인해서 혹시 미래의 지구상에 완전한 존재가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닐 것이라는 추천사의 구절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인간의 삶은 완전함에 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서 보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즐기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조금은 미흡하고 부족하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행복과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을 배제와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이들이라는 것을 깊이 인지해야만 할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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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을 통해 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읽다! | 여중재리뷰(자연과학/서양문화) 2021-09-3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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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박신영 저
바틀비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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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동화 속에 숨어 있는 반전의 세계사라는 부제의 이 책에서는 문학 작품을 통해서, 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짚어보고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읽었던 한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을 토대로, 작품 속의 세계가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출현했는가에 긍금증을 가지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 작품들을 읽으면서 스토리 전개보다 늘 역사나 배경이 되는 다른 이야기가 더 궁금했기에, 이 책을 저술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스스로 다른 책을 찾아 읽으며 어릴 적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대체로 어린이를 위한 문학 작품들은 내용을 축약할 뿐 아니라, 교훈과 재미를 배가시키는 방향으로 편집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중에 축약되지 않은 원본을 읽어보면, 어린 시절 읽었던 작품의 기억과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저자 역시 성장해서 원작을 읽으면서 자신의 기억과 다른 내용에 대한 당혹감을 간혹 토로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서양사와 서양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듯, 이 책에서 주로 다뤄지는 작품들은 유럽과 미국 작가에 의해 저술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아주 드물게 콩쥐팥쥐등의 한국 전래 동화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스토리가 유사하게 전개되는 신데렐라와 견주는 내용 속에서 언급될 뿐이다.

 

모두 4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이 책의 목차는 먼저 세계사의 악당, 조연, 그리고 마녀라는 1부에서 모두 6개의 주제가 다뤄지고 있다. 서양 동화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백마탄 왕자들은 장남이 아니기에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문화적 배경을 설명하기도 한다. ‘숲 속의 괴물은 결국 공동체에서 소외된 존재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서의 숲과 이들의 기피하는 문화가 만들어낸 형상이라는 것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밖에도 피리 부는 사나이의 존재와 의미는 물론이고, ‘빨간 머리가 차별의 상징이었던 문화적 배경도 설득력이 있게 서술되고 있다. ‘마녀 왕비의 형상 역시 남성 중심의 문화 속에서 만들어낸 여성을 차별하는 문화적 기제였으며, 중세부터 유렵 사회에서 만연했던 유대인에 대한 차별이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작품에서 샤일록의 형상으로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즉 작품 속에서 마녀 혹은 악당으로 등장하는 형상들은 당대의 문화가 만들어낸 이미지이며, 그것이 오랫동안 유럽 문화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왔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다.

 

잘난 영웅, 억울한 영웅, 이상한 영웅이라는 제목의 2부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로빈 후드를 비롯한 작품에 등장하는 영웅들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두 집 안의 갈등 속에 끝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에는 카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갈등이 전제되어 있으며, ‘노틀담의 곱추로 잘 알려진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지고지순한 인물로 형상화된 콰지모도를 통해 장애인이 천시되던 당시의 문화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도 잔 다르크나 드라큘라, 돈 키호테와 삼총사, 그리고 근래에 발표된 해리포터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관심은 작품에 등장하는 모티프들이 서양의 문화와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풀어내는데 많은 관심이 할애되어 있다. 작품 속 영웅의 형상에만 주목하지 않고, 그들의 형상 속에 담겨있는 문화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하겠다.

 

3부에서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역사를 통해서 모두 6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 4부에서는 역사는 비슷한 운율로 반복된다라는 제목으로 7개의 주제들이 다뤄지고 있다. 적지 않은 작품들에 등장하는 소재들에 관해서 문화와 역사를 살펴 그 배경을 읽어내는 작엄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실상 이 책에서 다뤄지는 작품들에 관한 내용은 그리 자세히 서술되지 않고 있지만, 저자는 이야기 속에 남겨진 역사와 사회의 모습을 탐구하는데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이해된다.

 

이야기와 역사를 읽고 현실을 의식적으로 새롭게 이야기하는 힘으로 삶을 바꾸고 세상이 나아지는 데에 기여하고 싶다고 토로하는 저자의 언급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떤 작품이든지 내용에 언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설득력이 있게 설명되어야만 좋은 감상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문학 작품에 담긴 소재들을 깊이 천착하여 다루고, 서양의 문화와 역사를 통해 그 의미를 풀어내는 저자의 관심이 도드라져 보였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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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과 러시아 혁명 이후의 역사를 이해하다! | 여중재리뷰(자연과학/서양문화) 2021-09-2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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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레닌

로버트 서비스 저/정승현,홍민표 공역
시학사 | 200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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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1970~1924)은 러시아혁명을 통해 왕정을 무너뜨리고, 소비에트 체제를 마련하여 소련 최초의 지도자로 자리를 잡았던 인물이다. 왕정 체제의 가혹한 조건에서 농사를 짓고 그 수확물을 대부분 귀족들에게 바쳐야했던 러시아의 민중들에게, 러시아혁명은 전혀 새로운 세상을 여는 계기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소비에트 체제가 해체되면서, 20세기 초반 레닌이 구축했던 소련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마르크스 이후 가장 뒤어난 이론가이자 혁명가로 추앙을 받았던 레닌은 소련 해체 이후 독재자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다. 만만치 않은 분량으로 오랫동안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레닌의 전기를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읽기 시작했고, 마침내 완독까지 하게 되었다.

 

러시아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사용했던 레닌이라는 가명이, 러시아혁명 이후 본명인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라는 이름을 대치하게 되었다. 소비에트 체제가 견고했던 당시에 레닌은 조그만 흠도 찾아볼 수 없는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려졌으며, 그에 대한 비난은 금기시되기까지 했다. 레닌은 하루 24시간을 혁명에 몰두하고 오직 혁명만을 생각하며 자면서도 혁명에 대한 꿈을 꾸는 사람으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 이전에 나온 레닌의 전기는 그를 영웅시하려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해서 쓰여진 것들이며, ‘고의적으로 사료들을 감추거나 사실을 왜곡한 불완전한 것어었다고 단언한다. 특히 이 책은 소련 해체 이후 레닌에 관한 모든 자료들이 개방되었고, 어떤 정치적 압력도 없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술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21세기의 상황에서 바라보는 레닌은 뚜렷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과 귀족들이 지배하는 당시에 러시아혁명을 통해 왕정을 무너뜨렸던 그의 업적은 위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9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레닌의 전기를 구성한 저자는, 혁명 이전의 러시아 상황과 레닌의 집안 환경 등에 대해 소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대체로 2~3년 단위로 구분하여 소제목을 설정하여, 레닌과 주변인들 그리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 등에 관해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기술하고 있다.

 

반란이 일어나다라는 제1부의 내용은 레닌의 어린 시절부터 1900년까지의 상황을 다루고 있으며, 특히 그의 형인 알렉상드르가 황제의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처형을 당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왕정을 무너뜨려야겠다는 레닌의 사상과 함께 그의 굳건한 의지가 혁명 과정에서 뒷받침되었겠지만, 황제를 암살하려다 처형당한 그의 형에 대한 생각도 혁명에 대한 동기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러시아 당국에 의해 요주의 인물로 인정되어 감시를 받던 레닌은 대부분 러시아를 떠나 외국에서의 망명 생활을 하게 되는데, ‘레닌과 당이라는 제2부에서는 혁명을 위한 레닌과 동지들의 활약상이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191710월 혁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고자 하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고, 이러한 내용들은 제3부의 권력을 장악하다에서 상세히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혁명은 일단 성공에 이르는 과정보다 그것을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 수많은 역사를 통해서 실증되고 있다. 왕정을 타도한다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혁명 이후의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광대한 러시아 영토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권력이 필요했고, 그 권력의 기반은 마르크스사상에 기초한 이른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로 귀결되게 된다.

 

혁명에 성공하여 권력을 장악한 레닌과 그 일파들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를 펼치는데, 그 내용이 제4부의 혁명을 방어하다에서 자세히 다뤄지고 있다. 정적들을 향한 가혹한 탄압과 이에 맞서는 권력 투쟁의 과정 등이 소개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원래 구상과는 다른 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제시되기도 한다. 마침내 고리키에서 뇌동맥경화증으로 사망하면서 레닌의 시대는 막을 내리지만, 그가 구축했던 소비에트 체제는 70여 년 동안 지속되기에 이른다. 레닌의 평전이기에 이 책에서는 레닌의 생전 활동을 중심으로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레닌, 사후라는 항목을 통해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한때 그를 기념하기 위해 레닌그라드라고 명명되었던 도시는 소련의 해체 이후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바뀌었고, 과거 우상으로까지 숭배되던 그의 동상들도 성난 민중들에게 무너지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마르크스 사상을 이어 그의 사상을 레닌주의라고 지칭하는데, 레닌은 단지 이론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안목을 통해서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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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후 악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다! | 여중재리뷰(자연과학/서양문화) 2021-09-1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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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메피스토펠레스

제프리 버튼 러셀 저/김영범 역
르네상스 | 200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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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역사' 시리즈 가운데 마지막 편으로써, 책의 부제는 근대 세계의 악마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메피스토펠레스>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를 지칭하는데, 괴테 이전의 다양한 작가들에 의해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내용을 다룬 작품들이 존재했다고 한다. 이 작품들 역시 독일에서 전래되던 민간전승에서 영향을 받아 탄생되었는데, 그 이야기들에서 인간에게 젊음을 주고 영혼을 사는 존재로서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 제목으로 보건대, 저자는 서양사에서 종교개혁 이후 현재까지를 대표하는 악마의 전형으로 메피스토펠레스를 내세우고 있다고 하겠다.

 

유럽의 역사에서 종교개혁 이후 모든 사람을 지배하는 이념으로서의 종교적 권위는 이전 시기에 비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서양에서 기독교가 지니는 문화적 위치는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다양한 사상들이 합리주의를 내세운 철학적 사조들로 등장하면서 기독교의 이념들을 잠식해가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존재 또한 비기독교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다고 이해되고 있다. 근대 이후의 악마는 배제나 타기의 대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누군가에게 숭배받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응원단을 붉은 악마라고 지칭하며, 이밖에도 악마를 숭배하는 문화는 다양하게 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즈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이 책에서도 이라는 항목에서 어린 딸을 잔인하게 살해한 부모에 관한 기사를 다루면서, 악이 실재한다는 사실과 악마라는 인격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금 지구상에서 자행되고 있는 전쟁과 인종간의 갈등, 그리고 종교를 둘러싼 대립 등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한꺼번에 지구 전체를 폭파하고도 남을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를 활용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한동안 몇몇 나라들을 악의 축이라고 명명하며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미국의 명분은 과연 선한 것이었을까?

 

실제 우리의 현실에서 선과 악이라는 개념은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대체로 그 명분은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이해관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유럽에서 종교개혁이 진행되면서 신교와 구교 사이의 신학적 견해가 초래되었고, 점차적으로 비기독교적이고 세속적인 견해가 오히려 더 견고한 위치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른바 르네상스라고 지칭되는 인문주의의 발흥은 기존의 기독교적 절대적 이념에 회의를 불어넣고, 기존의 권력들은 그에 대항하기 위해 한하는 종교의 힘을 빌어 마녀사냥이라는 광풍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근대의 문학 작품에서는 기존에 배제되고 터부시되던 사탄 혹은 악마적인 캐릭터에 며력적인 요소를 부여하고, 때로는 기득권을 누리던 이들의 위선과 맞서 싸우는 개인주의자인 악마는 성인이나 순교자로 추앙받는 존재로 그려지기도 했다. 블레이크를 비롯한 낭만주의 작가들의 작품에서 이러한 경향은 현저하게 드러나게 되었고, 괴테의 <파우스트>나 빅토르 위고의 작품들에서 이들은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서 그 존재감을 과시하게 되었다.19세기를 거쳐 20세기에 이르는 동안에, 악마는 철학적 논의의 대상이라기보다 문학 작품에 다양한 의미를 지닌 존재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20세기에 벌어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선과 악의 문제를 도덕적인 평가의 대상이 아닌, 이전보다 모호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그래서 저자는 악마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 사람의 세계관에 달려있다.’라고 강조한다.

 

이제 신은 악마만큼이나 비과학적인 개념으로 치부되고 있기에, 자신의 도덕적 우위를 내세우며 군비 경쟁에 몰두하는 강대국들의 행태를 결코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악마라는 존재의 실재성을 따지기보다, ‘부정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긍정뿐이고, 악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선뿐이며, 사랑만이 증오를 제압한다는 관점을 지니면서 사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저자 역시 이 책의 마지막 구절에서 악마는 그가 어떤 식으로 존재하든 결여된 비실재이며, 부정된 부정이며, 사랑의 빛으로 어둠 속을 환히 비추는 은하계의 의미 그 속으로 파열된 무의미라고 단언한다. ‘더 큰 악을 가지고 악에 대응할 수는 없다는 너무도 당연한 관점을 지키면서 살아간다면, 대립과 갈등이 아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방식임을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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