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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력을 키우는 확실한 시작! | 2018-06-2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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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금, 국어 독해를 해야 할 때 - 문학 종합(시, 소설, 수필, 희곡)

동아출판 편집부 저
동아출판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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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수능 국어영역이 어려워지면서 국어 공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요.

 

처음 보는 낯선 문학작품과 인문, 사회, 예술, 과학, 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글들을 제한된 시간에 읽고 이해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까지 푸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최근 비문학 제시문의 길이가 늘어나고 그에 비례해 글에 담긴 정보도 늘어난 상황에서 모든 글을 다 읽이 못하고 문제도 다 풀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전국 4% 이내인 1등급의 등급컷이 90점 초반, 떄로는 80점대 후반까지 나온다는 게 그런 점을 증명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국어영역 점수를 올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제시된 문학작품과 글들을 제대로 읽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맞출 수 있을까 말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고민 끝의 해결책이 학원에서 고등학교 대상의 교재로 제시됩니다. 수능 시험에 출제되는 글들의 문장 구조를 분석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 점수를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강의와 교재의 끝은 늘 그렇습니다.

 

 문제는 "독해력"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키우느냐가 수능 국어영역 점수를, 나아가 대학에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텍스트 이해 능력이 좌우됩니다. 그런데 다시 문제는 그 문제의 "독해력"을 키우는 것이 만만찮다는 것에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글을 읽고 그러면서 배경지식을 쌓고, 단어를, 문장의 내용을, 문단의 내용을, 글 전체의 내용을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빠른 시간 안에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지요, 결국 고민의 끝에 이르는 지점은 그런 능력은 초등학교에서 기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국어 독해를 해야 할 때>는 그러한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문학을 소설, 시, 희곡, 수필 등의 서사, 서정, 극, 교술 갈래의 대표적 갈래(이것은 수능 국어의 출제 제제재 분류 방식이기도 합니다. 수능 국어영역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현대시, 고전시가, 고전소설, 현대소설, 극, 고전 수필, 현대 수필 등으로 나누어 출제됩니다.)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것에서 이 책은 그 목적을 분명히 합니다. 그것은 문학작품에 대한 자유로운 감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초중고, 궁극적으로는 대입 수능에 적합한 문학작품 "독해" 방법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지닌 미덕은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 갈래들의 작품들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사항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글을 읽고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은 막연합니다. 그래서 나름의 방식으로 각 갈래의 문학작품 독해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소설은 전체 줄거리뿐만 아니라 그 구성 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이 책은 그런 방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한 내용을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저학년 수준에 적합한 작품으로 구성하여 쉽게 접근한 것도 국어영역의 독해력을 어렵지 않게 몸에 배게 하여 향상시켜 줄 것입니다.

 

 단지, 작품의 구성을 점점 높아지는 것으로 구성하고, 마지막에는 중학교 저학년에서 배우는 정통 문학작품에 대한 맛보기 내용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독해력을 길러간다면 대입과 이후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될 여러 문학작품과 글들을 두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0614, 2018년 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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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전 | 2012-01-2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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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김환기

편집부 저
마로니에북스 | 201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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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2011년은 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았다.

특히 문화 생활을 얼마나 했는지 생각해 보면 민망을 넘어 참혹하기까지 하다.

새해 다짐으로 학원 번창 같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많은 문화생활을 생각한 것도 그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한해의 문화적 결핍(?)은 첫 문화생활에서부터 아쉬움을 주었다.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 김환기전>을 알리는 기사를 보며 그제서야 '갤러리 현대'에서 재작년에 <박수근 45주기 기념전>을,

작년에는 <장욱진전>을 했음을 알았다. <박수근전>은 점점 줄어드는 문화 생활 속에서도 챙겨보았으나,

<장욱진전>은 전시회가 열린 것조차 몰랐던 것이다. 그러니 아쉬울 밖에.

 

그래도 <김환기전>은 그 아쉬움을 조금은 달래 주었다.

마침 유홍준 명지대 교수의 특강이 있다는 소식까지 들고 부랴부려 갤러리 현대를 찾았다.

강연 때문인지 평일 오후의 미술관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강연회장인 지하로 향하는 계단 앞은 사람들로 빽빽했다.

못 보겠다 싶어 일단 1층의 그림들을 일별하고 2층의 그림까지 대충 보다 혹시나 해서 1층으로 가니 

운좋게 지하 강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후 유 교수님의 강연은 듣지 않았다면 후회할 정도로 재미있고 알찬 강연이었다.

특히 김환기가 뉴욕으로 간 것이 모든 기득권(홍익대 학장 자리 같은)을 버리고 간 것이었다는 것.

구체적 정물화(유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조금은, 혹은 다분히 '뽕기'가 담긴 초기 그림)에서 '점, 선, 면'의 단순한 그림으로 넘어간 것은

1963년 한국 대표로 참가하였던 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마주친 미국 화가 고틀리브의 그림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

(고틀리브의 그림과 김환기의 후기 작의 비슷함은 놀라웠다.)

또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같은 '점화'의 점은 한번에 찍어 완성된 것이 아니라 5번 정도 찍었다는 것.

더욱 놀라운 것은 단순히 점을 찍은 것처럼 보이는 그 그림들이 모두 치밀한 계획 하에 만들어졌다는 것.

(강연 뒤 본격적인 그림 보기 때 누군가 말했던 대로 그림의 위아래가 바뀔 수도 있겠다 하는 일이 실제로 있었다고. 그 스케치를 보고 나서야 위아래를 거꾸로 걸었던 그림들이 많았음을 알았다고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일본 유학 후에 시인 김광섭, 김광균, 정지용 등과 교류했으며, 그런 문인들과의 교류의 산물로 문예지의 표지나 삽화 등을 그렸다는 것.

 

 

1시간 여 벽에 기대어 서서 들었지만, 조금의 힘듦이 무색할 정도로 알찬 강연이었다.

역시 사람은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니 말이다.

 

머리속 포만감을 맛본 뒤에는 그림들을 보며 눈의 포만감을 맛보는 시간이었다.

김환기 그림은 역시 좋았다. 그 색감이.

 

그런데 나이 탓인지? 아니면 새삼 알게 된 김환기에 대한 여러 사실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림들의 느낌이 예전과는 무척 달랐다.

그렇게 좋아하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같이 왠지 우중충 무거워 보이는 색의 그림보다는

'아침의 메아리'(아래 그림) 같은 색의 그림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별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파리 시대를 마치고 돌아온 후의 서울 시대와 뉴욕 시대의 중후반기에 그린 그림이 확실히

본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일본 유학기와 파리시대에 그려진 그림보다 더 좋게 느껴졌다.

2월 말까지 전시이니 한번쯤 더 들러 이번에는 거꾸로 본관의 초기 그림을 먼저 보고, 별관으로 가서 중후기 작품들을 보고 싶다.

그러면 또다른 생각과 느낌을 가지게 될까?

 

 

0110, 2012년 리도, 갤러리 현대 

 

뱀발 : 마침 YES24에서 위의 <김환기> 화집을 사면 전시회 표 2개를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네요. 전시회장에서는 같은 책을 정가로 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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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뒤에 감추어진 실체의 드러냄 | 2008-03-1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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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저/이순희 역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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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물결이 밀어닥친 이래,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신자유주의와 개방을 강요받고 있다. 책에 있어서도 그런 흐름은 이젠 되돌릴 수 없는 추세처럼 보인다. 새로운 세기의 세계를 문명 간의 충돌로 규정지은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 있고, 세계화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토머스 L.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도 있다. 두 책 모두 서구와 미국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과는 전혀 다른 조건에 처해 있는 우리에게 그 책은 미덕 못지 않게 단점을 지니고 있다. 서구의 편향된 시각에서 바라본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단점들을 걸러내며 읽어야 함에도, 일반인에게는 그게 쉽지 않다는데 있다.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우리에게, 더 나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권 밖의 독자들에게는 그렇듯 서구만의 편향된 시각에 갇히지 않게 하는 책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문명의 충돌>의 대척점에 위치한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반대편에 있는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바로 그런 책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필자 장하준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경제학자이다. 그는 자신의 저작들을 통해 줄곧 서구가 '세계화'라는 명목하에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강요하는 것들이 그들 나라의 발전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못 쫓아오게 하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점을 줄곧 주장해 오고 있다. 이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 역시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현재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모잠비크에 2061년에 일어날지도 모를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가상의 현실을 보여 주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일이 아주 터무니없는 거짓이 아니라는 실현될 수도 있는 일임을 현재의 모잠비크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 자신의 모국인 대한민국의 과거 상황과 몇십 년 동안 그들이 이룬 성과를 제시한다. 이렇듯 필자의 시선은 개발도상국 혹은 가난한 나라들에 닿아 있다. 그들이(대한민국을 포함해) 어떻게 하면 선진국처럼 발전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오늘날 선진국들이 이들 나라에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대해 무척이나 잘못된 것이라고 조목조목 비판한다. 마치 개도국이나 후진국을 위하는 것 같은 그런 태도가 그 나라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일단 그는 선진국들이 그 위치에 올라 서기 전, 그리고 올라서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보여 준다. 그것은 자신들 나라가 아주 오래 전부터 자유 무역을 선호했으며, 복지 국가를 지향했고, 민주주의를 이루어 놓은 것처럼 '젠 체하는' 모습 뒤에 숨겨진 실체를 벗겨 까발기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변해온 과정이 그리 먼 옛일도 아니라 불과 100여 년 전부터의 일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런 당연한 진실은 우리에게 놀라움과 함께 통쾌함까지 안겨준다. 그런 다음 책은 선진국을 비롯한 '사악한 삼총사 IMF,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가 자유무역을 비롯해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여러 조건들(외국인 투자 규제 철폐, 공기업의 민영화, 지적재산권의 보장, 물가안정, 부정부패와 민주주의, 민족성)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여러 나라들의 사례와 실증적 자료를 통해 하나하나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준다. 거기서 경제학의 시선에서 사회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만날 수 있다.  

 

경제를 다루고 있는 책임에도 필자의 책 중 가장 쉬운 책이라는 평처럼, <나쁜 사마리안인들>은 여러 사례(특히 친근한 우리나라의 예)와 구체적인 수치들을 제시함으로써 경제학과 관련된 딱딱한 내용들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게 한다. 구체적인 수치 때문에 자주 본문과 각주 사이를 오가야 하는 수고로움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수고로움도 실증적인 비판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기꺼이 감당할 만하다. 더욱이 이 책에서 필자가 비판하고 있는 내용이 앞으로 새정부 5년 동안 우리 현실과 무척 가깝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물론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느낌을 견딜 만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생명 연장을 위해(?) 굳이 읽을 것을 강요하진 않겠다. 하지만 읽지 않는다면 조금은 생명 연장은 얻을지는 몰라도 대신 앞으로 정신 바짝 차리며 살아야 한다는 각성은 얻지 못할 것이다.  

 

 

0314, 2008년 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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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빠진 스릴러 영화의 진면목 | 영화 2008-02-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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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추격자

나홍진
한국 | 200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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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작부터 바짝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내뿜는다. 그 긴장감은 관객들을 영화 속 현실에 깊이 빠지게 함으로써 끝까지 유지된다. 그렇게 영화 <추격자>는 우리에게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 한 편을 선사한다.

 

<추격자>가 내뿜는 긴박감은 현실에 굳건히 발 디딘 시나리오와 연출력에서 비롯된다. 영화는 시작부터 미리 범인을 알려 줌으로써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그를 잡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현실적인 파열음에 주목한다. 연쇄 살인범 '영민(하정우)'이 아무 이유 없이 여자들을 죽인다는 설정에서 이미 영화는 '잔인한' 현실의 일단에 주목함을 인지시킨다. 그리고 범인 영민과 전직 형사이자 불법 안마 업소 사장 '중호(김윤석)'의 쫓고 쫓기는 추격씬과 처절하고 목숨을 걸고 싸우는 액션씬들은 '잔혹한' 현실을 배가시켜 보여준다. 카메라는 연신 두 사내를 따라 거칠게 움직이며, 그들과 죽지 않은 채 피투성이가 된 불법 안마사 '미진(서영희)'의 거친 숨소리처럼 요동쳐 잔혹성을 증폭시킨다. 뉴스와 신문의 사회면에 넘쳐나는 실제 현실 속 잔혹한 사건들은 영화 속에서 그렇게 가감없이 재현된다.  

 

잔혹한 현실과 또다른 한 축에 영화는 추악한 현실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비록 전직 경찰이었다고는 하나, '중호' 개인만도 못한 경찰의 모습에서 우리는 '추악하기만 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이 부분은 중호를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데 기여한다. 중호는 악한惡漢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비정하다. 그가 처음 범인을 쫓는 것은 돈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는 변화한다. 그 시작의 지점은 미진 딸과의 예기치 않은 동행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목숨을 거는 듯한 태도로 범인 영민을 쫓는다. 그 반대편에 경찰이라는 공권력이 자리한다. 애초에 그들에게 이 사건은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키지 못해 추한 꼴을 당해야 했던 시장에게 쏠린 세간의 시선을 돌리려는 데 목적이 있다.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으니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복지부동적이고 우유부단한 그들의 대응 방식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까지 일게 한다. 그건 현실 속 공권력의 더러운 일면이기도 하다. 

 

그렇듯 <추격자>가 전해 주는 잔인하고 더러운 현실과 거기서 비롯되는 씁쓸함과 분노는 다분히 생동감 있는 내용과 연출에 힘입은 바 크다. 단지 옥의 티라면 영화의 후반부 가게씬에서의 우연성 정도이다. 그나마도 영화에 감정이입된 관객들의 탄식을 자아내긴 하지만 전체적인 탄탄함으로 인해 오히려 더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한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은 두 배우 김윤석과 하정우의 연기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다. 처음의 긴장감은 영화 속 두 배우의 호흡이 가빠질수록 늘어만 간다. 그렇게 한시도 안심할 수 없게 만드는 힘, 그것은 두 배우의 몸을 던진 연기와 더불어 때때로 드러내는 그들의 뛰어난 표정 연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악한이면서도 인간적인 면모 역시 지니고 있음을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게 드러낸 김윤석의 연기는 가히 이 작품의 압권이라 하겠다.

 

그렇듯 탄탄한 시나리오, 연출력,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모여 <추격자>는 잘 다져진 근육질의 몸매 같이 잘 빠진 스릴러 영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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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내소사와 채석강 | 떠나다 2008-02-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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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묘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떠나기 전 계획을 하며 생기는 설렘은 여행의 별미라 하겠다. 반대로 전혀 예기치 않았던 순간 무작정 떠나는 것 역시 또다른 맛이 있을 터. 천성이 게으른 리도에게는 후자가 더 괜찮은 방식인 듯도 싶다. 꽤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한밤 중에 신림동에서 허위허위 길을 잡아 떠난 예산 수덕사 행처럼 말이다. 지금도 함께 간 이들과 만나 간혹 그때를 떠올리며 희희덕거리며 추억하는, 짧았지만 오래도록 그 흥취가 잊혀지지 않는 멋진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듯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더 좋아서인지 이제는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이 그닥 내키지 않을 정도다. 작년에 일찌감치 일정을 잡은 여행으로 인해 그 내키지 않음은 더더욱 굳어지게 되었으니...   

 

작년 봄,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도시 생활에 어느 결엔가 익숙해져 간혹 봄인지도 모르고 후딱 지나치곤 하던 끝에 문득 섬진강가에 가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동했더랬다. 그래서 지인들과 겨우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떠나기로 약속한 주말, 전날 사단이 나버렸다. 뜬금없이 봄감기에 덜컥 걸려 버린 것. 금요일 칼같이 퇴근하고 집으로 와서 차도를 살필 밖에. 그렇게 끙끙대며 밤을 지내고 떠나기로 한 당일, 웬걸! 몸은 전날보다 더욱 안 좋아져 쭉 뻗어 버리고 말았다. 이쯤 되면 여행을 가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라 여길 수밖에. 먼저 여행을 제안한 쪽은 늘어져버렸고, 일행들도 주최(?)쪽을 빼고 가는 여행이 어쩐지 마뜩잖았던지 억지로라도 끌고 가려 했으나 이미 몸은 비몽사몽, 움직이기조차 힘든 상태였던 것. 그래서 그들만 훌쩍 떠났고, 후문으로 그 여행이 정말 기막히게 좋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칠칠치 못한 몸관리에 대한 타박과 어찌 됐든 떠날 마음을 동하게 한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에 대한 칭찬도 함께 들었음을 물론이다. 정작 '시집 가는 날 등창 난 꼴'인 리도야 그 아쉬움이 배가 됨었음은 당연한 일. 

 

그 아쉬움에 겨울, 리도와 그 일행들은 그때보다 조금 더 나아보기로 하고 어느 토요일 불쑥 떠나기로 했다. 그 일행들은 책쟁이들로서 두 명은 1년 내내 지루하고 힘겹게 이어지던 교과서 편집을 마친 터였고, 두 명 역시 낑낑대며 막 두 권의 책 편집을 끝낸 터. 때가 때이니 만큼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리는 주말의 아침을 뚫고 남으로 남으로 향했다. 단 한 가지 걸리는 점은 일행 중 한 명이 임신부였다는 것. 그것도 예정일이 보름 정도 남은. 찜찜할 만한 일이었으나, 뭐 당사자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고, 남편도 그리 걱정하는 투가 아닌지라 쓸데없는 걱정이라 치부하며 어영차 길을 나섰다.

 

무작정 남으로 내려가다, 차 안에서 길을 잡은 것이 변산반도. 어느 틈엔가 차들도 뜸해지고 남도의 넓은 들을 스쳐 지나는 여행길. 간혹 철새들만 무리지어 날아가는 평화로운 풍경만 이어지던 순간. 갑자기 앞서 가던 트럭이 뒤뚱거린다. 그리고 요란한 소리, 우당탕탕! 그 소리 따라 가슴도 철렁 내려 앉는다. 다행히 운전하는 녀석은 크게 당황하지 않으며 비상 깜박이를 잽싸게 켜며 서서히 차를 멈추었다. 더 다행스러운 것은 바로 뒤에 차들이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 거기다 마침 옆차선에는 경찰차까지 있던 터. 그렇게 여러 다행스런 일들이 겹치며 우리는 멀쩡히 다시 길을 나설 수 있었다. 지나치며 트럭을 보니, 큰 소리에 비해 도로 한 켠에 서있는 트럭도 부서지지 않았고, 기사도 그리 크게 다치지 않은 듯했다. 도리어 도로가의 가로등들만 마치 칼에 베어진 것처럼 무참하게 꺾여져 있었다. 사연인즉, 그 트럭은 짐칸에 오른편으로 튀어나온 굴삭기 같은 것을 싣고 있었고, 기사가 깜박했던지 너무 갓길 쪽으로 차를 몰았던 것. 그 큰 소리란 다름 아니라 굴삭기가 가로등 예닐곱 개를 치고 나갈 때 생긴 것. 천운이라 생각하며 우리는 줄포 IC에 무사히 도착했다. IC를 나서자 제일 먼저 맞아주는 것은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촬영 장소를 가리키는 큼지막한 표지판. 그렇다, 이 곳은 충무공이 임진왜란 때 싸웠던 곳이기도 한 것이다. 무조건 바다 쪽으로 나아가는 게 목표이긴 했으나, 일행 중 한 명의 추천으로 일단 '내소사'로 방향을 잡았다.

 

젓갈로 유명한 곰소가 근처이다 보니 내소사 가는 길 곳곳에 보이는 젓갈집 광고가 무의식중에도 군침을 돌게 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삭은 냄새의 느낌 끝에 떠오르는 시 한 편. 바로 '곰소'가 나오는 황동규의 <풍장風葬>.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놀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 다오.

(하략下略)

 

여기서 '곰소'란 군산에 비해 작은 항구이어서 비교적 검문검색이 덜할 것이라는 점에서 대비되는 지명이지만 두 지명 모두 자연에 귀의하기 위해 가는 공간으로서의 바다를 뜻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고 많은 작은 항구 중 굳이 곰소를 시인이 가져온 것은 그곳이 천일염과 젓갈이 유명하고, 바닷바람의 끝에 남겨지는 소금의 이미지와 오래두고 삭여야 하는 젓갈의 이미지가 풍장과 어울려서일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까?

 

곰삭은 느낌의 길 끝에 내소사는 소담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입구에서 제일 먼저 우리는 맞는 것은 음식점 앞에 나와 앉은 장사꾼들의 호객소리와 가을 전어 굽는 냄새였다. 전어철이 한참 지났음에도 여느 가게나 한그득씩 전어를 굽고 있는 걸 보니, 가을에 양식보다 자연산이 더 싸서 전어 양식장들이 난리가 났다던 얘기가 새삼 실감되었다.

 

'여전한(!)' 국립공원 입장료-물론 명목상은 문화재 관람료지만!-를 무려 2천원이나 내고 일주문을 들어가니 그 앞에 펼쳐진 전나무숲이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느낌을 준다. 단지 아쉬운 것은 그 길이 좀 짧다는 것. 특히 오대산과 비교해 보니 그 길이에서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그 길의 끝 다다르니 내소사가 우리를 반긴다. 역시 사찰의 가장 큰 볼거리는 대웅전. 내소사 또한 조선 인조 때 중건했다는 '대웅보전'이 가장 볼 만했다. 절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 고풍스러운 맛을 이즈음 짓는 절 건물에서는 쉽사리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물론 새 건물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너무 화려하게 짓기만 해서 오히려 옛건물들과 이질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는 점은 안타깝기만 하다.

 

경내는 짧기만 한 전나무숲길만큼이나 작아 잠시 둘러 보는 걸로 충분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여기에는 보뭉 4개와 문화재 두 개가 있다. 혹시 가실 분들은 내소사 홈페이지http://www.naesosa.org/에 들러 미리 알고 가시길... 모름지기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그렇게 나와 일행 중 한 명이 전에 들렀던 식당에 들렀다. 그이가 어찌나 그 식당의 '백합죽' 맛을 얘기하던지. 백합죽, 전어구이, 젓갈로 상은 푸짐하기만 했다. 아,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때의 맛은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니 내소사 앞에 가시면 꼭 '배합죽'을 드셔 보시라.

 

이제 해도 기운 참. 이제는 이 여행의 목적한 바. 바닷가에서 회 먹기를 실행해야 할 때. 왼편으로 바닷가를 끼고 뻗어있는 해변도로를 지나 우리가 향한 곳은 바로 '채석강'. 그 부근이 임진왜란 때 격전지이자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였던지, 입간판들이 빈번히 나타난다. 그리고 닿은 채석강. 조선 시대 전라 우수영 관하의 격포진이 있던 곳. '소금강'처럼 강이 아니라 바다다. 이태백이 배 위에서 술 마시다 물에 비친 달빛에 반해 뛰어들었다는 유명한 일화와 관련된 곳이 바로 중국이 '채석강'이고, 우리가 간 변산반도의 채석강은 그곳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미 해는 져서 채석강에서 유명한 층으로 쌓아진 듯한 절벽은 저만치에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일 뿐, 그 위로 쏟은 어느 대기업의 이름이 크게 새겨진 크레인만이 분명하게 보인다. 이곳에도 계속 개발의 손길이 미치고 있군, 하는 생각에 우리 역시 그 개발에 일조하고 있음에도 씁쓸한 느낌만은 지울 수 없었다. 횟집 곳곳에 크게 걸린 <불멸의 이순신>의 등장인물들의 사진과 사인 역시 괜스레 상업성이 두드러져 보여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음 날, 해변과 명물인 절벽을 보겠다는 생각은 아침 일찍 깨우는 소리에 깨졌다. 갑작스럽게 산모의 진통인 온 것. 인적없는 채석강의 일요일 아침에 우리는 떠나왔던 것처럼 급작스럽게 그곳을 떠야 했다. 일행들과의 여행이 또다시 완결되지 못했음을 아쉬워 하며. 그리고 바쁘게 돌아오는 길, 부안의 어느 마을 건물 벽에 여적 희미하게 남아있는 "핵폐기장 유치 절대 반대!" 구호를 보며 전날의 숙취로 인해 거북하던 속이 조금 더 쓰려오는 것을 느끼면서. 

 

뱀발 :  그 날 밤, 아니 정확히는 월요일 새벽, 산모는 예정보다 보름이나 일찍 출산을 했고, 핸드폰에 찍힌, 이제는 애아빠가 된 후배의 문자 메시지를 보며 남쪽으로 더 멀리 가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했다. ㅋㅋ 그리고 그리 액땜을 했으니 그 녀석은 건강하게 잘 자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0226, 2008년/ 1208~1209, 2007년 변산반도 여행, 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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