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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하찮은 것에서 빛나는 진실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이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1-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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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박완서 저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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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박완서작가가 남긴 660여 편의 산문 중 베스트 35편을 선별하여 놓은 에세이 모음집이다. 

 

 

박완서작가.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그 유명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도 아직 읽어보질 못했다. 갑작스레 다 찾아읽을 자신은 없어서 우선 그녀의 인생 요약본이라 생각되는 책<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을 통해 작가 박완서가 왜 '한국문학의 어머니'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발견하고, 나 역시 그녀의 인생과 감성과 문체에 흠뻑 빠져보고 싶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 생각이 얼마나 가볍고 헛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이 소박하고 쉬운 글처럼 보이지만 세월의 깊이와 단단함이 쌓이지 않으면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진실들이 가득한 책이라는 것만 겨우 눈치챘을 뿐이다.

 

 

한마디 말이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지만 말의 토씨 하나만 바꿔도 세상이 달라지게 할 수 있다.

손바닥의 앞과 뒤는 한 몸이요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뒤집지 않고는 볼 수 없는 가장 먼 사이이기도 하다.

사고의 전환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뒤집고 보면 이렇게 쉬운 걸 싶지만,

뒤집기 전엔 구하는 게 멀기만 하다.

<생각을 바꾸니> p128

 

 

책 속 이야기들 중 가장 끌렸던 <생각을 바꾸니>에는 노래를 잘 못하는 그녀가 어쩔 수 없이 노래방까지 가게되어 곤욕을 치른 경험담이 담겨있다. 그녀는 노래를 못해서 늘 노래불러야 하는 상황을 피해다녀야 했고, 어쩌다 그 상황에 놓이면 분위기 망치는 죄인이 되어 수치심과 열등감을 느꼈다고 한다. 박완서 작가도 나와 같았다니, 살면서 같은 공감을 나눈 적이 없어서 그런지 반갑다 못해 놀랍기까지 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가수도 아닌데 잘하면 어떻고 못하면 어때? 그냥 즐기면 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소심하고 자의식 강한 나에게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내가 못하는 것, 자신 없는 것은 절대 타인 앞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때마다 드는 자기혐오다. '나는 왜 노래를 못해서 부끄러워야 하는 걸까. 못하면 활발하기라도 해서 남들과 잘 어울리던가' 같은 생각들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고 미워하게 만든다. 작가는 친구에게 '너가 노래까지 잘하면 어떡하게'라는 말에 위로를 받았다지만 나는 그녀처럼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고쳐먹는 수 밖에 없다. 

부끄러움. 수치심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런데 나에게만은 일어나면 안 될 일이라 생각하니 힘든 것이다. 내가 뭐길래. 나 역시 허점 많은 평범한 사람이고 내 인생에도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상처로부터,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나만은 안돼!'같은 교만한 생각을 '그럴 수 있어'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엄숙하기만 한 지금의 삶도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시간이 나를 치유해준 것이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체험이 있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 못 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시간은 신이었을까> p252

 

 

책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이야기들이지만 힘이 있고, 현실적이지만 따뜻했다. 다만 글 속 디테일한 포인트는 깊이있게 공감하지 못했다. 작가는 다른 시대를, 다른 환경을 살았고, 내게는 그 세월을 공감할 터득된 연륜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늙어가는 내 모습에, 아까운 시간들을 흘려보낸 것에만 서글퍼했지 정작 중요한 나이 먹을 자격이 있는지는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세월이 주는 고통을 통해 성숙하게 변모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여전히 아파하고 휘둘리는 것을 보면.. 그래도 다행인 건 나만 후회하고 사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도. 대단하게만 보이는 박완서작가 역시 부족한 자신에게 실망하고 살았다 하시니 '그럴 수 있다'고 털어내고 작가의 소소한 글처럼 가벼우면서도 탄탄하게 살아가보고 싶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무탈히 살아온 인생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해주는 따뜻한 책이다. 박완서작가의 진실된 삶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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