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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저
자이언트북스 | 2021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대재앙이 중심 사건인 SF 소설인데도 동화 같은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결말을 만나면 어느새 기후위기에 대해 검색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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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마다 본가에 가면 꼭 하는 일이 있다. 식물들이 목마르지 않게 양껏 물을 뿌려주는 것이다. 이번 주말의 '물 주기 루틴'이 평소와 달랐던 건 이파리와 가는 줄기 마디마다 물방울을 조롱조롱 매달고 있는 모습을 꽤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는 거다. 

 "그다지 예쁘지도, 개성 있지도 않은 너희는 더스트 폭풍 이후의 시대라면 살아남기 힘들겠어." <지구 끝의 온실> 속 식물의 효용성은 맛있거나, 예쁘거나, 하다못해 약으로 쓸 수 있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라는 구절이 생각난 것이다. 

 2050년대 중반, '더스트 폴'이라 불리는 초대형 먼지 폭풍이 지구 곳곳을 덮친다. 대도시에서 배척당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대안 공동체들을 만드는데, '프림 빌리지'도 그중 하나다. 군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던 대도시들도, 소박하지만 평화롭던 프림 빌리지도 지속되는 재난 상황에 멸망하고 만다.

 시간이 흘러, 재건된 사회의 식물학자인 아영은 '모스바나'라는 덩굴 식물이 한 해양 도시를 뒤덮었다는 제보를 받는다. <지구 끝의 온실>은 아영이 모스바나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며 드러나는 프림 빌리지와 더스프 폴의 이야기를 담은 SF 소설이다. 

 

 2050년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가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인 상태인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목표연도다. <지구 끝의 온실>의 세계관은 이 목표를 향해 질주하다 큰 사고가 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미국의 한 연구소가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을 연구하던 중 실수로 유해 물질을 유출했고, 이것이 대형 먼지 폭풍이 된 것이다. 재건 후에는 과학자들이 발명한 약품이 재난을 종식했다며 자축한다. 북 치고 장구 치는 듯한 부끄러운 모습이다.

 재난 전후에는 인간의 가식적인 모습 때문에, 재난 중에는 극대화된 인간의 본성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다. 한정된 물자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무리들, 사체들이 널린 폐허에서 뭐라도 쓸 것을 발굴하려는 사람들, 지수의 말처럼 "짧은 평화의 순간을 거쳐 갈등과 배신으로 파국을 맞는" 공동체들. 이 모든 것이 더스트와는 또 다른, 어쩌면 더 위험한 먹구름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먹구름 사이로 비치는 은은한 빛이 암흑 같은 시간을 견디게 한다. 뿔뿔이 흩어지고 나서도 프림 빌리지 사람들은 그리움과 슬픔을 식물에 꾹꾹 눌러 담아 곳곳에 심었다. 과거의 희망이 미래에 싹터 온 세계로 퍼져나간 걸 보며 부끄러움으로 물들었던 얼굴이 다른 감정으로 뜨거워졌다. 

 서로를 파멸의 길로 떠미는 인간의 모습은 지겹지만, 슬프고도 따뜻한 순간들을 경험하면 다시 인간을 믿어보고 싶어진다. "인류는 존재 가치가 없다"라던 지수가 결국은 공동체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리더 역할을 한 것처럼, 인간은 결코 인간을 온전히 미워할 수 없다. 

 

 나에게 <지구 끝의 온실>은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이미 지구에 크고 작은 무수한 상처를 남겼지만, 이제라도 수습하면 최악은 피할 수 있다는, 그런 희망 말이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오롯이 인간에게 있다. 더스트 폴과 같은 재앙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당연히 국가나 기업에서도 친환경 방침을 내놓아야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은 일상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개인 차원에서도 행동 변화가 시급하다.

 <지구 끝의 온실>은 과학과 거리가 먼 인문학 전공생인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이 메시지를 조곤조곤 전달한다. 미스터리인 듯 동화인 듯 흥미로운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인간 중심 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생긴다. 

 초록빛 식물들을 볼 때면 이 생각은 더 강해진다. 헤진 벽돌벽에 이리저리 몸을 늘어뜨리고 있는 모스바나를 닮은 담쟁이덩굴, 아스팔트 도로의 깨진 틈을 비집고 싹을 틔운 토끼풀, 그리고 우리 집의 정돈되지 않은 평범하디 평범한 화분들. 그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모스바나가 내뿜던 은은한 푸른빛까지 느껴진다.

 프림 빌리지 사람들이 서로에게 한 약속을 몇십 년에 걸쳐 지켜냈듯, 스스로 한 소박한 약속을 잊지 말라고 속삭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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