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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크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4-1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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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름이 온다

이수지 글그림
비룡소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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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크다.

엄청 커서 책을 받을 때 ‘와’ 입이 저절로 쩍 벌어졌다.

235mm×315mm이므로 보통 책들보다 가로 세로 각각 10mm 정도 크다.

그러하니 책을 펼치자마자 온 몸이 풍덩 빠져버렸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은 강이었으므로.

더구나 1악장을 열고는 끝내 눈물을 감추지 아니하였다.

나무도 시들, 우리도 시들시들 했을 때 그때 나는 장수하고도 더

골짜기였던 고향 마을 초가지붕 아래에 엎드려 있었고, 그때 뻐꾹뻐꾹

뻐꾸기 소리가 들렸는데 어머니 생각에다 어린 시절 추억을 비벼 넣고야

말았으니 그러하였다.

여름비 오듯 하지는 않았지만 눈물이 그렁그렁하였고 눈물은 뜨거웠다.

마을 앞엔 논이 있고 보리가 익어가고 논을 건너면 둑이 있다. 포플러나무

서너 그루 서 있고 그 그늘아래 평평한 바위에 앉거나 눕거나 그렇게

여름을 식혔었다.

그림책에서처럼 물 풍선 던지는 건 아예 꿈을 꾸지도 못한 장면이다.

호스로 물놀이 하지 못하고 둑 냇가로 달려 나가 풍덩 목욕하곤 했으니

그 시절이 떠올라 그림책처럼 웃음은 반짝였다.

갑자기 주변이 깜깜해지는 2악장은 장마가 오면서 고향이 되고 만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마을 앞 냇가에 물이 불었다.

붉게 얽힌 큰물 위로 음표들이 떠내려간다. 학교에도 갈 수 없게 된다.

마당에선 어디를 거슬러 올라왔는지 미꾸라지를 만날 수도 있던 그때였다.

그리고 3악장처럼 빠르게 비가 퍼붓는다.

무섭다. 바람은 몰아치고 다시 비가 퍼붓는다.

우리 마당의 꽃들은 어떡하지 안쓰럽게 봉숭아 꽃잎과 잎사귀를 훔쳐다가

손톱에 붉게 물들여 보곤 하였다.

철없던 시절이었으므로.

빗줄기가 내리꽂듯 한다. 사선을 그어가며 서로 엉켜 돌풍을 예고한다.

번개도 된다. 먹구름이 된 후다. 우산쯤은 쉽게 뒤집혀지는 무섬증이다.

어느 순간 비가 바람이 그치고 착한 여름이 온다. 오고야 만다.

어린 시절이었으므로.

책을 덮을 땐 여름이 아니었다. 사월이고 봄바람이 여리게 불었다.

그 바람에 톡 톡 떨어지던 벚꽃 잎들은 나비가 되어 날아올랐다.

화들짝 놀란 높은음자리처럼 봄은 고음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뒷이야기]

어린이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단다.

축하하고 축하해야만 한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영국의 맨부커 상을 수상했던 기쁜 일처럼.

노벨문학상을 받는 작가가 얼른 나오기를 기다리는 일처럼

여전히 가슴 두근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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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 정치 | 기본 카테고리 2022-04-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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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맹자

맹자 저/김원중 역
휴머니스트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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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 정치.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맹자孟子는 왕 노릇의 기본은 힘써 선을 실행할 뿐이니, 어진 정치를 해야

백성은 친하게 여긴다고 하였다. 어진 정치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인간 본연의 성선에서 비롯되었다지만, 결국 마음을 얻는 정치가 어진

정치이다. 새 정부는 무겁게 인식하면 좋겠다.

민생 문제 해결이야말로 정치의 기본이라는 말씀도 늘 가슴에 둬야 한다.

맹자는 ‘항산이야 항심이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산물, 즉 소득이 있어야 항상

같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소득이 항상 있지 않아도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선비라고도 했다. 결국 깨달음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구절이지만 경제가 중요하다고 할 때, 종종 이 구절이 인용된단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이 일정한 생업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 어떤 이념적인 논쟁도 먹고사는 경제 앞에서는 결국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백성과 함께 즐기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 통치자의 중요한 정치 동기가 되어야

함도 항상 마음에 새겨 행동해야 할 것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고사는 맹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어머니의

헌신적 교육열이다. 맹자도 어머니께 극진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면서 고행이었음에도 유세하는 삶을 평생 즐겼다. 맹자랑 나눈 만장이나

공손추를 비롯한 제자들과의 문답을 읽다보면, 기원 전 삼백 몇 십 년 전

말씀이지만, 좋은 말씀과 좋은 구절 몇 개라도 밑줄 그으며 살아가게 한다.

그래서 쭉 나열하는 방식으로라도 마음 가는 말씀들을 옮겨 간직하고 싶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더라.

사람들은 모두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옛 왕들은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정치를 시행했으니,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손바닥 위에 놓고 움직이듯 할 수

있을 것이다. 仁 義 禮 智의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더라.

천시, 지리, 인화에서 인화가 최우선이라, 즉 사람의 화목이 가장 중하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더라.

천하에 영달하고 존귀한 것이 세 가지가 있으니, 작위가 하나요, 나이가

하나요, 덕이 하나이다. 조정에는 작위만 한 것이 없고, 마을에는 나이만 한

것이 없고, 세상을 돕고 백성을 자라게 하는 데는 덕만 한 것이 없으니, 어찌

그 작위 하나를 갖고서 나이와 덕 둘을 가진 사람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맹자께서 말씀하셨다더라.

성실이란 하늘의 도이고 성실해지려는 생각은 사람의 도이다. 지극히

성실한데 감동하게 하지 못하는 자가 없고, 성실하지 못한데 감동하게 할

자가 없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더라.

나이 많은 것을 뽐내지 않고 귀한 것을 뽐내지 않으며 형제를 뽐내지 않고

벗과 사귀는 것이다. 벗과 사귀는 것은 벗의 덕을 벗하는 것이니 뽐내지

않아야 한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더라.

사람은 부끄러움이 없어서는 안 되니, 부끄러움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

부끄러움이 없게 될 것이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더라.

하지 않아야 할 바를 하지 않으며 바라지 말아야 할 바를 바라지 않아야 하니,

이와 같으면 될 뿐이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더라.

부모가 모두 살아 계시고 형제가 변고가 없는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고,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고,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니, 군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나, 천하에 왕 노릇 하는 것은 그 속에 있지 않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더라.

仁이란 사람(人)이라는 말로, 합해서 말하면 道이다.

 

[뒷이야기]

후회할 때마다 등장하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은 등문공 하편(214쪽)에 있는

작어기심作於其心에서 유래했다는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마음에서 일어나서…’라는 의미로, 작심삼일은 본래 두 가지 뜻으로

쓰였단다.

하나는 ‘사흘을 두고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비로소 결정을 보았다.’는 즉

신중함을 보여주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더라도 그 결심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거나 ‘즉흥적으로 쉽게 결심을 해 마음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다.

두 의미 중 요즘에는 부정적인 면이 널리 쓰이니 마음들이 약해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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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찟하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4-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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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저/이덕형 역
문예출판사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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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찟하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다 읽고 난 후까지 이를테면 그렇다는 말이다.

멋진 신세계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이상향이 결코 아니다.

일찍이 포드 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여타의 모든 것에 관계없이 과학이

무한히 발달되도록 허용해도 된다고 상상했고, 지식은 지고의 선이었고

진리는 최고의 가치였다 믿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인간이 스스로 발견한 과학의 성과로 이루어낸 신세계는 시체같이

창백한 고무장갑을 끼고 있다. ‘런던 중앙 인공부화·조건반사 양육소’의 간판

에다 ‘공유·균등·안정’이라는 세계국가 표어를 읽어보자면 서로 살벌함을

겨루고 있다.

조명은 차갑게 죽어 있고, 병의 대열이 전진하며, 1층의 방을 일주하고, 2층을

일주하고, 3층은 반 바퀴만 돌아서 267일 째 아침, 출산실에서 햇빛을 본다.

독립적인 존재가 되는 거다. 수정실을 묘사한 구절들을 통과하면서 생명이

탄생한다.

평등한 것처럼, 문명사회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엄연히 계급이 완곡하게 존재

한다. 이후엔 조건반사적 단련이 반복된다.

자신들의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숙명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일.

이미 유아의 의식 속에는 이 조합이 연결되어 있다. 부모라는 말도.

인간은 과거에 아기를 낳은 쪽을 부모라 불렀고, 어머니라는 것은 불쾌한

사실이고 그래서 대부분의 역사적 사실들은 불쾌한 것이 된다는 암울한

주술들만 존재한다. 판단하고 욕망하고 결정하는 의식, 바로 그것이 암시로

구성되는 것이다. 국가로부터 수여하는 암시인 것이다.

그래도, 우리 중 누구는 사람이어야 해서, 참 다행스럽게도 따뜻한 관계가

흐르는 버나드 마르크스가 살고 있다. 알파 플러스급으로.

무언가를 강렬히 느끼고 싶던 버나드는 야만인 보호구역으로 떠난다. 문명

속에서 태어나 야만인 지역에 추락한 린다를 만나고, 존을 낳은 가엾은 얘기를

듣는다.

야만인 보호구역에선 린다와 존은 완전히 외돌토리였으므로 버나드를 따라

멋진 신세계로 돌아온다.

야만인으로 불리는 존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존은 레니나를 사랑하게

된다. 존은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말도 꺼낸다. 하지만 레니나는 분개한다.

영원히 함께 살자는 존의 말이 끔찍하다고 한다. 이러한 믿기 어려운 태도를

읽는 게 정말 끔찍하다는 생각이 늘어난다. 더구나 레니나가 원하는 건 사랑이

아닌 그저 섹스일 뿐이라니.

린다의 죽음 앞에 선 존은, 하느님을 소리 내어 부르짖는다. 갑자기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마치 덧창이 열리고 커튼을 올린 기분이다.

델타 계급 162명 속으로 뛰어들어 소마 배급을 중지 시킨다. 여러분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왔다 외친다. 소마 알약을 한 주먹씩 꺼내어 창밖으로 던져

버린다.

현 체제 속에 안주해버린 모든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이 체제에 대한 저항을,

유독 야만국에서 온 존이 시작한다.

문명을 좋아하지 않느냐는 총통의 질문에 싫어한다고 거침없이 대답한다.

‘인간들은 행복해.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단 말일세... 그들은 잘 살고

있어. 생활이 안정되고 질병도 없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복하게도

걱정이니 노령이란 것을 모르고 살지... 아내라든가 자식이라든가 연인과 같은

격렬한 감정의 대상도 없어. 그들은 조건반사 교육을 받아서 사실상 마땅히

행동해야만 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뭔가가 잘못되면 소마가 있지.’

라는 총통의 말에도 존은 동의하지 않고 버틴다.

오히려 단 둘이 남게 되자 묻는다, 감히 총통에게.

예술과 과학을, 총통 각하께서는 행복을 위해 너무 비싼 희생을 치르셨다면서,

그 밖에도 또 희생한 것은 없냐는 거침없는 질문을 한다.

총통의 대답이 온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것은 종교지.”라고.

존은 주저한다. 그는 고독한 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만 그러나 어휘가

없다. 총통의 거대한 금고에 있는 책들이, 두꺼운 책들이 담고 있는 신을

만나고 싶어서 신은 변하지 않는다고 울부짖는다.

그렇지만 인간은 변한다는 총통의 답변은 굳건하다.

‘신은 인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들어내는 걸세. 인간이 신을 믿는

것은 신을 믿도록 조건 지워지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자넨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고 있군그래.’

그렇게 말씀하셔도 좋다며 존은 여전히 반항적이다.

안락을 원치 않고, 신을 원하고,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하고, 죄를

원하고 있어서다. 인간적 가치와 존엄성을 찾기 위해서다.

존은 등대에서 혼자만의 생활을 한다. 적극적인 속죄를 하기 위해 매듭진 가죽

채찍으로 자신의 몸을 때리고 채찍을 들어 자신을 후려친다.

하지만 문명은 몰려다니며 존의 고독을 허용하지 않는다.

간절히 원하던 신의 곁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뒷이야기]

상상도 못했던 코로나19 시절을 겪고 있으니 금방 알겠다.

예전의 세상이야말로 멋지고 좋았다는 걸. 그 때가 신세계였다는 걸.

사람들을 그냥 늘 만나고, 마스크 없이.

친구라서 악수하고 안아주고 활짝 웃고, 마스크 없이.

동료들도 오랜만이라며 같이 밥을 먹고, 마스크 없이.

그들의 마음이 다 드러날 수 있게, 표정을 다 읽어낼 수 있게,

온전히 볼 수 있는 세계, 그 신세계였다.

유토피아(Utopia)는 사람이라면 꿈꿀 수 있지만 다들 알게 된다.

유토피아는 평범한 세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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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니 | 기본 카테고리 2022-03-0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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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국가론

플라톤 저/이환 편역
돋을새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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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니.

기원 전 그때에도 이상 국가를 세우기 위한 열정과 철학과 토론이 있었다니

놀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이후로 2400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모든 국민이 인정하고

박수 보내고 적극 동참하는 국가 체제는 왜 아직도 완성되지 않고 있는지

많이 궁금하다.

국가론은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국가에 있어서의 정의가 무엇인지 따져보는 것으로 대화 방향을 먼저 정한다.

소크라테스는 국가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고 본다.

인간은 다양한 욕망을 갖고 있음에도 각자의 능력은 아주 제한되어 있고,

그래서 한 사람만의 힘으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란 어렵다.

결국 사람들이 힘을 합치게 됐고, 이러한 집단이 모여 국가가 된 거라

피력한다.

독립된 개인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는 너무 어려웠을 테니까.

최소한의 국가가 완성되면서 계층이 형성되는데 통치자, 보조자, 생산자 계급으로 나눈다.

정의란 이 세 계층 사이의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럼 정의란 무엇이냐?

정의란 맡은 바의 자기 일을 열심히, 잘하는 것이다.

국민 각자는 자신의 성향과 소질에 맞는 일을 찾아 일해야 한다는 것,

즉 각자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나 개인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또한 정의는 인간의 내면과 관련되어 있다.

자신의 내면을 잘 조절하고, 지배와 복종, 협력을 마치 조화로운 음정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이끌어내듯 변주해내는 일이다.

소크라테스는 그러한 것이 절제고 그 절제의 결과물이 인격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정의의 문제를 개인에게도 그대로 대입하여 세 가지 요소로

구분한다.

인간의 행동은 지식과 기백과 욕구에서 흘러나오는데,

지식에서 이성과 지혜가, 기백에서 열정과 용기 등이, 또 욕구에는 물욕,

식욕 등 여러 욕망들이 나온다.

이러한 성질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어떻게 인성을 계발하고, 절제를 가르쳐

유익한 사회 구성원이 되게 할 것인가 하는, 교육의 문제가 등장하게 된다.

국가를 관리하는 자들이라면 무엇보다 교육에 신경을 써 바람직한 교육제도를

확립해야 하는데, 음악과 체육은 절대 과목이다.

신체 단련은 건강한 정신의 기초를 만들고, 음악은 감정을 순화시키고 성격을

형성해서다.

교육이란 각 개인의 선한 의지를 촉발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어야 하고,

억지로 시켜서는 안 되며, 어릴 때의 학습은 오락처럼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래야만 타고난 소질을 파악해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어서란다.

열 살이 넘은 국민은 모두 시골로 보내, 그들이 아직 세상에 때 묻지 않았을

때 이제껏 우리가 얘기해 온 방식과 법률에 따라 훈육하면 된다는 주장은

너무 아득한 꿈과 같다.

한 걸음 나아가 밝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세상을 보되 보이는 것만

보지 않고 그 너머의 세계까지 보는 이데아론을 접하게 된다.

우리 대중들은 눈에 비치는 것들만 본다.

그리 볼 수밖에 없다.

그 너머의 세계를 보는 일은 시인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시인을 추방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상상의 유토피아 세계에서 살고 있어서다.

그러다보니 호메로스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시는 인간의 온갖 행위와 감정을 모방해서이고, 시인은 어쩔 수 없이

진리로부터 세 단계나 떨어져 있는 모방자로 보여서다.

원형도 만들 수 있고 그림자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당연히 원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나 시인에겐 그럴 능력이 없어서다.

시인은 결국 언어라는 물감을 가지고 시에 색칠한 화가에 불과할 뿐이고,

존재의 본모습에 대해서는 무지했다고밖에 볼 수 없어서다.

소크라테스와 제자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는 다소 황당하지만, 그들이 주장했던

꿈을 멈추지 않고 끈질기게 추구하는 철학의 태도는 배워도 좋지 싶다.

아름다운 가치여서다.

옳다고 수긍할 수 없는 주장이 또 있는데, 최선의 국가 체제는 귀족 체제이며

잘못된 국가 체제 중 하나가 민주 체제라는 거다.

그 시대를 반영하여 주장했겠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민의가 제대로 반영된, 제대로 된 민주정치를 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가장 바람직한 정치 체제는 민주 체제라고 믿어서다.

무엇보다 서로의 의견을 거듭 개진하고 고민하고, 싸우면서 답을 찾아간다.

지루하고, 재미없고 때론 소모적으로 보여도 그게 민주적 의사결정이다.

책을 접으면서 가슴에 와 닿은 구절이 있다.

바로 국가 수호자의 자세이다.

선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되, 다 올라가고 충분히 보았을 때는 그대로 머물러

있도록 해서는 안 되고, 위에서 내려오도록 해야 한단다.

동굴로 돌아와 동료들과 함께 명예와 노고를 나누도록 해야 해서다.

이러한 지도자가 있다면 정말 만세다.

 

[뒷이야기]

국가론을 공들여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지금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그들이 정독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험담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바르고 옳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길을 정확하게 알고 행동해 주었으면 참 좋겠다.

또한 정책과 사람과 미래를 찾는 일을 우선하고.

아니면 나훈아의 ‘테스형‘을 들으며 잠시 마음을 다스려라 권하고 싶다.

‘...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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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어짜고 | 기본 카테고리 2022-02-0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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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죄와 벌 1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저/이문영 역
문학동네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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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지은이 표도르 도스토엡스키, 옮긴이 이문영, 펴낸 곳 문학동네,

901쪽]을 읽고

 

쥐어짜고.

쥐어짜고 쥐어짜고 쥐어짜서 결국 살인을 했다는 자백을 받아냈지.

현관문 옆 벽 뒤쪽 구석에서 상자 안에 담긴 귀고리를 주웠다는 니콜라이를,

아무튼 그를 어떻게나 쥐어짜댔는지.

살인을 저지른 라스콜니코프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소설은 잠깐 그렇게

흘러가기도 한다.

죄(罪)는 잘못이나 허물로 인하여 벌을 받을 만한 일이다.

벌(罰)은 잘못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주는 고통이다.

죄와 벌은 함께 존재한다.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야 하는 라스콜니코프를 작품에서 만나 다시

확인했다.

그는 아름다운 눈과 호리호리하고 날씬한 몸매를 지닌 빼어나게 잘생긴

청년이지만, 가난에 짓눌려 산다.

옷차림은 너무 형편없어서, 그런 누더기를 걸치고 벌건 대낮에 거리를

나다니기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러니 아버지의 낡은 시계를 1루블 반에 저당 잡혀야 한다.

이자를 제하고 나니 1루블 15코페이카.

선술집을 찾아 어둡고 지저분한 구석자리, 끈적거리는 탁자에 앉아 맥주를

주문해서는 첫잔을 허겁지겁 들이켠다.

그 곳에서 소냐의 아버지 마르멜라도프를 만나 그를 집에 데려다 준다.

그의 험한 삶을 보며 술을 마시고 남았던 돈, 전당포에서 빌렸던 돈을

아무도 모르게 창가에 놓아두고 나온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다고 금방 후회하면서.

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에 살아서였을까?

사람의 영혼에 음울하고 강렬하고 기괴한 영향을 미치는 곳.

사람들은 취해 있고, 교육받은 젊은이는 하는 일 없이 실현 불가능한 꿈과

몽상으로 소진된 채 이론에 취한 불구가 되는 곳.

어디선가 유대인이 몰려와 돈을 챙기고, 남은 자들은 모두 타락에 물드는 곳.

그렇게 이 도시는 처음 순간부터 그에게 충동의 냄새를 풍겼는지 모르겠다.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고 그 동생까지 잔인하게 죽이도록...

왜 죽였을까?

‘난 감행하고 싶었고, 그래서 죽였어. 단지 감행해보고 싶었을 뿐이야.

난 그냥 죽였어, 자신을 위해서, 나 하나만을 위해서 죽인 거야.

그 노파는 악마가 죽였어, 내가 아니야.‘

공포가 그를 점점 더 사로잡았고, 특히 전혀 예기치 않는 이 두 번째 살인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살인을 하고 불안 속에 방황하는 그의 행동과 심리들을 따라가 보아도 분명한

이유를 찾긴 어렵다.

그가 이상주의자라서?

아니면 나폴레옹에 지독하게 심취했으니까?

다시 말해, 아주 많은 천재적인 사람들이 개개의 악에 아랑곳하지도,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걸 넘어섰다는 사실이 그를 특히 매료시킨 탓인가?

하지만 라스콜니코프의 속마음은 이렇다.

‘사실 누가 알겠어! 어쩌면 난 정말로 미쳤고, 요즘 일어난 모든 일이 다,

다 어쩌면 단지 상상 속에서 일어난 일인지...‘

소냐의 아버지 죽음을 겪으면서 문득

‘살 수 있다, 아직 삶이 남아 있다. 내 삶이 늙은 노파와 함께 죽어버린 건

아니다.’라고 느끼기도 한다, 라스콜니코프는.

살인자라 할지라도 평생 용기 있고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할 거라고 동생에게

말하기도 한다.

새벽 여명 속에서 네바 강을 굽어보며 비열한 인간이라는 걸 자책하고.

그는 고백하기 위해 그녀를, 소냐를 맨 처음으로 찾는다.

그에게 사람이 필요했을 때, 그녀에게서 사람을 찾았다.

아마 사람다운 향기가 다가왔을 터다.

소냐는 그로부터 처음엔 동정을 받았다 해도 무심한 듯 따뜻한 그 신호를

알았을 거고, 그래서 그녀도 운명이 이끄는 대로 그의 뒤를 따르게 된다.

미사가 끝난 후 소냐는 불쑥 그의 두 손을 잡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이 친밀한 동작을 이해할 수 없어 라스콜니코프는 충격까지 받았다.

이상하기조차 했다.

그녀의 손길엔 그에 대한 조금의 반감도, 조금의 혐오감도, 조금의 떨림도

없다.

그야말로 무한히 자신을 낮추는 행위였다.

소냐는 그에게도 성호를 그어준 후 그의 가슴에 삼나무 십자가를 걸어준다.

십자가를 걸어주는 사람이 누구에게나 있지는 않을 것인데, 그렇다면

살인자인 그에겐 그나마 축복을 받은 사람으로 분류될 여지가 남을 수밖에

없다.

소냐의 말을 떠올리며, 광장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땅에 닿도록 절을 하면서

그 더러운 땅에 입을 맞추게 인도한다.

소냐는 몸을 숨긴 채 그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었기에 그의 슬픈 여정에 쭉

동행해야 했다.

심장이 온통 뒤집어졌으므로 따라갈 준비를 했다.

그녀와 라스콜니코프 사이에서 한 번도, 한 마디도 언급된 적이 없었지만,

두 사람 다 그렇게 되리라는 걸 알았다.

소설도 서서히 결론을 지어야 하므로 라스콜니코프는 경찰서로 올라간다.

일리야 페트로비치에게 조용히, 띄엄띄엄, 그러나 분명하게 말한다.

“바로 제가 그때 관리 미망인 노파와 그 동생 리자베타를 도끼로 살해하고

금품을 훔쳤습니다.”라고.

이후 재판에선 범죄 자체가 어떤 일시적인 정신착란 상태에서, 강도 살인에

대한 병적인 편집증 상태에서 일어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자신의 열악한 상황, 지독한 가난, 의지할 곳 없는 처지 탓이었으며.

살해를 결심한 건 원래 경솔하고 소심한 성격인데다 궁핍과 불운으로 화가 난

탓이라고 그렇게.

배경은 바뀌어 시베리아이다.

광활하고 황량한 강가에 있는 도시의 요새 안에 있는 감옥에, 그는 팔 년의

제 2등급 유형 징역수로 수감되어 있다.

라스콜니코프와 소냐에겐 아직 칠 년이 남았다.

그때까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하지만 그는 부활했고, 그 사실을 알았고,

새로워진 자신의 온 존재로 그걸 온전히 느꼈으며,

그녀는 그녀야말로 오로지 그의 삶 하나만으로 살고 있다.

이미 새로운 이야기가, 한 인간이 점차 새로워지는 이야기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읽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뒷이야기]

너무 길다.

로디온 로마노비치 라스콜니코프와 소피야 세묘노브나 마르멜라도바.

주인공 둘의 성과 이름이다.

더구나 로쟈, 로젠카 그리고 소냐, 소네치카라는 애칭으로도

표현하고 있으니,

너무 헛갈렸다.

자꾸 헷갈렸다.

많이 참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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