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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또는 김문선, 김민선에 관한 기억들 | 영화 2018-01-0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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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비슷한 또래 어쩌면 저보다 살짝 더 나이 많은 관객들에겐 김규리란 이름의 배우라고 하면 여고괴담 1편에 출연했던 여배우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보다 더 어린 세대라면 김규리라는 이름에서 지금의 김규리를 떠올릴지도 모르겠구요. 두 명의 김규리 중 일단 흔히들 원조 김규리라고 불리기도 하는 여고괴담 1편 김규리에 대한 기억을 먼저 정리해볼까 합니다. 저는 여고괴담 1편을 극장에서 봤었답니다. 여고생 역 또는 여대생 역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미연씨가 여교사 역으로 나온다는 점이 저를 극장으로 들어가게 했던 원동력이 되었달까요. 그만큼 제 어린 시절 이미연씨 인기는 대단했었죠.연예가중계 등에선 책받침 여신 중 한 명이었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던데 연예인 사진을 이용한 책받침을 사용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책받침 여신이란 표현 대신 초콜릿 여신이었다는 표현을 쓰고 싶네요. 오리온 슈사드 초콜릿이 최애 초콜릿이었던 저는 이미연이 출연한 초콜릿 CF가 등장한 이후 가나 초콜릿으로 최애(最愛) 초콜릿을 바꾸고 말았답니다.

 

여고괴담 1편은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하이틴 스타 시절 이미연씨는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와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같은 작품에 출연했었답니다. 학교라는 제도 속에 갇힌 청춘들의 절망감을 그려내는 영화 속 여주인공을 맡기도 했던 이미연씨가 바로 학교라는 제도의 관리인 중 한 명인 교사가 되어 자신의 모교에 부임한 셈이랄까요. 이 흥미로운 캐스팅은 당시 주목할만한 젊은 여배우들을 가득 채운 이 영화를, 이미연으로 대표되는 구세대(?) 여배우와 이후 N세대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신세대 여배우들과의 교차점이 되게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규리, 박진희, 윤지혜, 최강희 등 젊은 여배우들이 보여준 신선한 매력은 이 영화의 속편이 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거에요.

 

원조 김규리라고 지칭되기도 하는 여고괴담 1편의 김규리는 이후 산전수전, 리베라메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착실히 활동을 했지만 '무등산 타잔'이라는 영화와 '쉿! 그녀에겐 비밀이에요!'라는 제목의 영화로 커리어를 완전히 망쳐버리게 되었습니다. 소속 기획사 대표가 방송국 PD를 폭행했고 그 결과 해당 기획사 연예인들의 드라마 출연이 금지되었다나 뭐라나 하는 이야기도 있었으니 소속사 문제로 불똥이 튄 끝에 괜찮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만 해도 김민선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했던 여배우 역시도 같은 기획사 소속이었다고 하네요. 두 사람은 1979년 동갑(8월생, 10월생)이라고도 하니 비슷한 부분이 참 많은 배우였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김규리의 경우 김문선이란 본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데뷔하며 김규리란 예명으로 활동했다고 하고 당시는 김민선이요 현재는 김규리로 활동하고 있는 여배우는 집에선 김규리란 이름으로 불렸다고 하네요. 김문선, 김민선, 김규리 동갑에 한때 같은 소속사, 거기다 김문선/김규리는 여고괴담 1편에 출연했고 김민선/김규리는 여고괴담 2편에 출연한 인연이 있는 것이죠.

 

여고괴담 2편은 메멘토 모리라는 부제가 달려있기도 했고 퀴어적인 요소를 영화에 집어넣기도 했었죠.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그야말로 세기말에 만들어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의 영화였던 셈입니다. 김민선/김규리, 박예진, 공효진, 이영진 등이 출연을 했으며 김태용, 민규동 두 신인감독이 공동연출을 했던 영화이기도 했죠. 여고괴담 3편 여우괴담에는 박한별, 송지효, 조안 등이 출연을 했고 박한별은 여고괴담 3편 여우괴담 이후에도 몇 편의 공포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답니다. 여고괴담 4편 목소리에는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등의 여배우가 출연을 했었고 현재로선 여고괴담 시리즈의 마지막이 되는 여고괴담 5편에는 오연서, 손은서 등이 출연을 했었죠. 아무튼 이러한 흐름 속에 등장했던 여고괴담 2편 메멘토 모리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여학교 내 동성애 소재가 장애물이 되었는지 흥행에는 실패를 하고 말았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출연한 젊은 배우들과 연출을 담당한 두 신인감독은 평단의 주목을 받았었죠.

 

개성있는 마스크가 인상적인 김민선/김규리는 여고괴담 2편 이후 해변으로 가다, 아프리카, 하류인생, 미인도, 오감도, 풍산개 등의 영화에 출연을 했습니다. 드라마로는 학교, 유리구두, 현정아 사랑해, 선녀와 사기꾼, 한강수 타령, 무신 등의 작품에 출연을 했었죠. SNS에 정치적인 글을 올렸다가 극우 네티즌들의 악플 세례를 받기도 했었고 박모씨 정권 하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다는데 그녀가 SNS 글을 올렸던 시기엔 웹툰작가 강풀은 훨씬 더 선동적이고 자극적이며 조직적인 활동을 했었죠. 강풀 같은 문화계 거물(?)은 놓아두고 만만하게 보이는 일개 여배우를 상대로 악플 세례를 펼친 것은 흉한 일이었답니다. 그때 그 시절엔 저 역시도 MB에 관한 부정적인 글을 어딘가에 슬쩍 올리기도 하고 과격한 말을 내뱉기도 했었으니 그녀 역시도 한 개인으로 그런 표현을 해볼 수 있는 것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진중권처럼 소문난 싸움닭도 아니고 강풀, 류승완처럼 문화계 인맥이 넓지 않아서인지 이 여배우는 그야말로 악플의 집중포화를 당하고 말았죠.

 

보수 정치인을 지지하든 진보 정치인을 지지하든 그게 한 배우의 경력을 끔찍하게 망쳐놓을 이유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들 중에 송강호, 정우성처럼 여전히 잘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도 있지만 김민선/김규리 이 여배우에겐 상당히 묵직한 타격이 되고 말았달까요. 그야말로 시범케이스로 화끈하게 조져놓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악플러들의 조롱감이 되고 말았답니다. 이름을 바꾼 것마저도 조롱감이 되었구요. 개인적으론 김규리란 이름에선 여고괴담 1편에 출연했던 원조 김규리의 느낌이 여전히 강해서 김민선이란 이름으로 그냥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만 아무튼 각설하고, 이 여배우가 비중있게 출연한 영화(저는 이 배우의 작품을 그동안 제대로 본 것이 없더라구요.) 중 한 편인 하류인생을 뒤늦게 굿다운로드를 통해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하류인생에서 김민선/김규리가 맡은 혜숙 캐릭터는 남자들 때문에 상당히 고생을 합니다. 심지어 영화 후반부엔 군부독재 시절 깡패나 다름없는 남자들의 거친 발길질 속에 복부를 차여 하혈을 한 끝에 유산을 하는 장면이 있었죠.

 

박정희 정권 시절 거칠고 우악스런 중정요원들의 발길질에 차여 하혈을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그 수 십 년 뒤 고위관료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고생을 겪었으니 그 묘한 인연 때문에 더욱 영화 속 캐릭터가 안타깝게 느껴졌답니다. 발길질에 차여 겪은 유산의 충격으로 불임의 몸이 되는 것인가 예상을 했었습니다만 엔딩 크레딧을 살펴보니 이후 자식을 몇몇 더 낳았더라구요. 하류인생 속 여주인공 혜옥이 중정요원들의 폭행으로 인한 하혈과 유산의 충격 속에서도 다시 한 번 출산에 성공을 하고 그 가족들 역시 훈훈한 웃음 속에 기념사진을 찍듯 이 여배우의 필모그래피도 풍성한 결실을 다시 맺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김문선/김규리. 김민선/김규리 두 여배우가 쌍둥이 캐릭터를 맡아 한 드라마에 같이 출연을 해보면 재미있겠단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걸그룹 카라 출신 여배우 박규리까지 함께 캐스팅해서 삼규리 캐스팅을 해봐도 흥미롭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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