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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따뜻한 사람들과 순수, 긍정의 느낌을 나누고 싶다. 맑고 고운 삶이 되기를 소망하는 공간이다. 책과 그리움과 자연과 경외를 노래하고 싶다. 감나무, 메밀꽃 등이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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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저
파람북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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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초의 <시원기> 단의 <단사>를 근거로 하여 이야기를 재편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한다. <시원기>는 초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밝히는 내용이다. 초는 문자가 없었기에 말에서 말로 전해지는 형대로 이야기나 노래가 전해져 왔다. 구전되던 것들이 어느 때인가 기록이 되었고 그렇기에 윤색이 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내용이 신비로움을 많이 담았을 것이고 사실성이 많이 결여된 모습을 보인다. 반면에 단에서는 문자를 사용하고 기록을 통해 모든 것들을 이어왔다. 그러기에 단절되지 않았다면 충분한 가치를 지닐 이야기들이 존재하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단도 이야기의 단절이 있고, <단사>도 후에 기록된 것이기에 사가들은 역사서로 인정하지 않았다. 두 사서는 세상의 시간과 공간을 문장으로 정리하지 않았기에 후세의 사가들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것을 저자는 소설의 개연성을 갖추기 위해 가져왔다.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아 상상력을 발휘한 글이기에 독자들이 취사선택해 가면서 읽어야 한다.

 

늘 그렇지만 저자의 글은 마구 달리는 듯한 느낌으로 언어를 만나게 한다. 언어가 마구 굴러다닌다. 독자들이 그것을 줍기 위해 따라가다 보면, 신이한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그것을 독자들은 한 공간에서 주저앉아 망연자실하면서 구경하게 된다. 애매모호한 풍경이 펼쳐지고, 원초적인 장면이 난무하며, 감각적이고 동물적인 느낌이 강한 인물 관계가 형성된다. 사람이나 자연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아마 원시의 상태를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런 묘사가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저자의 문체도 이런 분위기를 표현하는데 일목 가담하고 있다. 선명한 장면이 전개되지 않고, 늘 안개가 가득히 낀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늘 몽환적인 상황을 그려나가고, 여백이 많은 그림을 만든다. 열거와 반복, 의성 의태어의 많은 사용, 많은 수사법의 사용은 사실을 그려나가기 보단 분위기와 느낌을 표현하기 좋으리라. 그의 글은 독자의 상상력이 가미되어야 정리되는 상황이 된다. 그러므로 같은 이야기라도 독자에 따라 다양하게 읽혀질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내용이 잘 인지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설화적인 요인이 그렇게 만들지 않나 생각도 된다.

 

시원적인 상황의 말과 인간의 역사를 끌어 온다. 말은 자생적으로 살고 있었는데, 인간과 관계를 맺으면서 종속적으로 변해 간다. 어떤 사람이 말을 얻게 되고, 그 말을 타면서 빠른 이동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나라에 알린다. 그로 인해 말을 모든 사람들에게 운반의 도구로 사용되게 된다. 또 사람을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군사적 용도로 이용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즉 굴레를 쓰면서 말이 인간들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게 되면서 말을 이용한 다양한 수송을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제목은 말을 가지고 지었다. 이 글에는 말이 의인화되어 그려진다. 말이 생각을 가지고, 의도를 가진 생활을 한다. 말이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는 말이다. 이 말은 신월마와 비혈마가 나온다. 신월마는 무리를 지어 끝없이 달을 향해 달렸던 말이다. 명마의 계보에 올라간다. 이 신월마의 혈통으로 <토하>라는 암말이 등장한다. 이 말은 초나라의 왕자인 표가 타고 다니는 말이다. 다른 말보다는 달리기를 잘 하는 말로 표가 전쟁에 나갈 때 항상 함께한다. 비혈마는 달릴 때 목덜미에 핏줄이 터지며 피보라를 일으키고 이마에 푸른빛이 나는 말이다. 비혈마의 혈통으로 <야백>이 나온다. 야백은 수말로 단나라 군독인 황이 타는 말로 나온다. 늘 황을 태우고 전선을 누비며 황이 죽자 스스로 이빨을 빼어 재갈을 벗는다. 그리고 떠돌이 말이 된다.

  

  

초나라는 나하 북쪽에 거주하는 유목민들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들은 떠돌면서 경계를 정하는 나라로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곳의 왕인 목은 항상 나하 남쪽에 있는 나라인 성곽을 쌓고 정착하여 살아가고 있는 나라인 단을 공격할 생각을 하고 있다. 고정된 세계를 이루는 단이 그들이 보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군사를 일으켜 돌무더기(성곽)를 완전히 제거할 것을 생각한다. 자신들의 삶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행위들이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상양성 싸움에서 돌아온 뒤 표는 단의 높은 성벽과 번쩍이는 전각들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 주눅이라기보다는, 그처럼 완강하고 미련하게 땅에 들러붙어서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구조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이었다. 나하 건너편은 돌 위에 돌을 쌓아서 돌로 한세상을 차려 놓고 있었다. 코끼리 두 마리를 들이대도 성벽의 밑돌 한 개를 뽑아낼 수 없었다. 사람이 땅에 들러 붙으면, 땅은 그 위에 들어붙은 자의 것이 되는데 그 위에 기둥과 지붕을 세우고 그 안에 들어앉은 자들의 어두움을 표는 상양성에서 알았다. 초원에서 창세 이래로 전개된 싸움은 세상에 금을 긋는 자들과 금을 지우려는 자들 사이의 싸움이었고, 초원 끝까지 나아가서 금을 지우면, 그 뒤쪽에서 다시 금이 그어져서 싸움은 끝이 없었다. 싸움은 초의 시원부터 대를 이어가며 표에게 물려졌다. p191

 

초나라 왕인 목은 왕자 표에게 군권을 쥐어 주며 나하를 건너 단을 공격하게 한다. 전쟁의 낌새를 느낀 단의 왕인 칭은 군독 황에게 나하를 수비할 것을 명한다. 한편 전쟁 중 왕인 목은 자신의 나이가 많아 자식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고 돈몰을 한다. 돈몰이라는 것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고대, 스스로 나하에 몸을 실어 바다에 있는 명도로 가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 죽음의 땅을 찾아간다는 말이다. 이것은 당대의 풍습이었다. 자신이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때 스스로 죽음의 길을 찾는 것이다. 표는 황의 공격을 무위로 돌리는 하수아비 배를 띄우고 군사는 상류에 부교를 놓아 건넌다. 고정된 건축물에서 전투에 능한 단과 야전에 능한 초는 서로 대치한다. 그러면서 야전으로 유인된 단의 군사들이 패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단의 군독인 황은 자신이 투석기에 돌이 되어 적진으로 날아가 죽는다. 한편 황의 말이었던 야백은 자유의 몸이 된다. 그리고 강의 상류 쪽에 있는 신령스러운 산인 백산으로 향해 간다.

 

전쟁은 오래 지속된다. 표도 단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성의 일부분이 파괴되고 전쟁은 소강상태로 들어간다. 표는 초원에서 왕이 돈몰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면서 왕이 없는 초원의 일이 걱정도 되고, 동생 연과의 관계도 미심쩍어 많은 병사를 상양성 근처에 남겨두고 자신은 초원으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초의 표가 초원으로 가기 위해 부교 쪽에서 쉴 때, 토하와 야백은 만난다. 그리고 강한 끌림이 서로를 이끈다. 그 장면이 참으로 절절한 느낌으로 전해진다. 명마로 인식되는 두 말이 서로 교접을 하면서 토하는 씨를 가지게 된다. 그 후 토하는 표를 싣고 초의 왕궁으로 돌아가고 표는 왕에 오른다. 동생 연은 왕위에는 관심이 없고 자연인의 모습을 보인다. 동물들과 소통을 하면서 살아간다. 연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한 가지 방법을 보여주고 있는 듯도 하다. 그런 시간이 흐른 후 토하의 몸이 이상을 보여 오고 말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토하의 임신을 알게 된다. 명마에게 어떤 씨앗이 깃들였는지 모르는 그들은 왕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그리고 토하의 몸에서 몰래 새끼를 지운다. 토하는 자신의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면서 아래가 허전함을 느낀다. 그러면서 몸도 지속적으로 축이 나게 되고, 왕의 몸을 싣고 다니기에 심신의 고단함을 보인다. 그래서 왕은 새로운 말 청적을 자신의 말로 삼는다. 토하는 삼등말이 되고 짐을 옮기는 일을 하게 된다.

 

한 편 전쟁 중 도망갔던 단의 왕 칭은 백산 가까이 있는 촌락 묘동에 기거하게 된다. 촌락의 사람들을 이용해 집을 짓고 이제까지 쌓아 놓았던 지식이 담긴 서류들도 그곳으로 옮기고 그곳에 기거한다. 이곳은 월의 땅이다. 월은 나라의 형태를 갖추지 못했고, 집단을 이뤄 살아가는 부락이다. 칭은 그곳에 있으면서 성을 나올 때 자신 대신 죽은 사람과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무엇인 진짜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시간도 갖는다. 결국 성으로 들어가게 되고 다시 힘을 기른다. 그러면서 초에 대한 복수를 생각한다. 이제는 단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단의 칭왕은 화공법을 준비한다. 그 화공으로 인해 그곳에 남았던 초의 군사들은 몰살하고, 초원까지 넘본다. 그런 와중에 자신이 기거했던 지역들도 불이 타 많은 흔적들이 사라진다. 묘동에 놓아두었던 많은 서류가 분실되는 것도 이때다.

 

이후 월에 정착한 야백이 초의 왕이 동생 연을 찾기 위해 보낸 사람들 속에 짐을 싣고 따라온 토하를 만난다. 그들은 미묘한 느낌으로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서로라는 것을 안다. 그 후 초는 월을 공격하는데, 단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보면 될 것이다. 월은 나라의 형태를 지니지 않은 부락이고 서로 빼앗고 다투는 삶을 살지 않는다. 초의 공격을 받은 월의 주민들은 신령스러운 산인 백산 쪽으로 도망을 가게 되고 부락민들의 가장 후미에 야백과 토하도 따라간다. 초는 그 후 단을 공격한다. 상양성 앞 들판에는 뼈들의 천지였다. 어느 편 군졸의 뼈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표는 군대를 이끌고 상양성으로 들어갔고 저항은 없었다. 단의 왕 칭은 어디로 달아났는지 흔적도 없었다. 그들이 기록물을 두었던 묘동까지 군사를 보내 보았지만 끝내 찾지 못한다. 그곳에서 표는 단의 땅을 살피고 돌무더기를 치우길 원했던 부왕을 생각한다. 돈몰한 부왕 목이 그렇게 원했던 돌무더기를 치우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초원에서도 더러 돌무더기가 들어서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정착은 어쩔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과 동물이 교감을 이루었던 시대의 이야기를 통해서 생명의 길을 생각해 본다. 말이 어떻게 그들의 삶을 살았고, 인간들이 어떠한 문화를 가진 삶을 살았는가? 유랑인과 정착인, 문자의 사용 생활과 구전에 의한 생활, 농경과 수렵 등의 문화를 통해서 시원적인 인간들의 삶을 궁구해 보게 하고 있다. 돈몰, 월나라의 장례의식 등은 끔찍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가장 자연적인 것이 인생들에게 무척 야만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이 글을 통해 다시 김훈의 문체를, 의식을, 문화를, 화술을 읽어볼 수 있어 좋았다. 사람들이 왜 소설가 김훈에게 도취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다

 

*YES24 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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