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속에서도 이렇게 찬란하게 꽃을 피울 수 있음은
강인한 생명력에도 있겠지만
보호하는 손길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조금 먼 거리에
지난 가을 배추를 조금 심었다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주말에나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라서
빠르면 1주, 늦으면 3주 그렇게 들러
지켜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주변에 물이 많이 있었지만 인위적인 천수답이 되어
하늘의 은혜만 바라는 배추들이 되었다
잘 자랄 수가 없는 악조건이었다
식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는데
무심한 농부는 심어 놓기만 하고 발길이 짧았다
제대로 성장할 리가 없었다
다른 알이 가득한 배추를 보면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되었다
속이 거의 없는 배추를 보면서
그렇게라도 자라 준 것이 감사하는 마음이 되고
서늘한 마음이 되어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이제 이 꽃을 보면서 사랑과 정성이 식물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다시 한 번 새김질한다.
한 송이 한 송이가 너무나 예쁘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