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눈이 내리지 않는 고장이 된
이곳 영남의 한 가장자리다
정말 눈다운 눈이 오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자고 일어나 눈이 가득 쌓인 마당에서
멍멍이처럼 뛰었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이곳엔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는다
눈꽃 구경을 할 수가 없다
오늘도 중부지방에서는 눈이 내린다고 소식이 전해 오는데
이곳은 비도 내리지 않는다
날씨는 양지바른 곳에만 푸른 빛깔이 도는 생명들이 존재하고
나머진 모두가 회색의 빛깔을 지녀간다
모든 것들이 얼어붙은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요즘의 이곳, 그 공간에
바람만 요란스럽게 피부에 스민다
겨울엔 눈이 내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제는 눈이 보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들의 살이 속에서 가장 바람직한 단어가
다움이라는 아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모든 인위적인, 냄새 나는 것들을 사라지게 한다
최근 눈이 내리지 않은 고장이 된
이곳에도 올해는 눈이 좀 내렸으면 한다